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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수상작-수기] [일본] 강O진_University of Tokyo_2022학년도 2학기 파견

Submitted by Editor on 10 May 2023

I. 교환 파견 동기
일본어와 일본 문화, 일본사에 관심이 많은 저에게 있어 일본 교환학생은 대학에 입학하기 전부터 바라왔던 꿈이었습니다. 입학과 동시에 일본 교환학생에 필요한 자격증 요건을 알아보았고, 신입생이던 스무 살 때 3학년 1학기 교환학생 파견을 목표로 JLPT N1을 땄습니다. 그러나 제가 2학년이 되던 해에 코로나 바이러스 유행이 시작되었고, 21학년도 1학기에 가려 했던 교환학생은 계속된 파견 취소와 연기로 세 학기가 밀려 22학년도 2학기에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1. 파견대학/지역 선정 이유

저의 각종 일본 관련 취미 생활을 즐기기 위해서는 도쿄가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도쿄에 있는 여러 대학 중에서는 국립대인 도쿄대가 수업의 질 측면이나 기숙사비 측면에서 좋을 것 같아 도쿄대를 지원했습니다.


2. 파견대학/지역 특징
일본의 수도 도쿄에 위치한 도쿄대는 일본의 우수한 학생들이 모이는 국립대입니다. 도쿄대는 1, 2학년 학생들이 주로 생활하는 코마바 캠퍼스와 3, 4학년 학생들이 수업을 듣는 혼고 캠퍼스로 나뉘는데, 교환학생들은 주로 코마바 캠퍼스에서 수업을 듣게 됩니다. 메구로구 코마바는 시부야 바로 옆에 있는 조용한 주택가입니다. 교환 파견 초기에 도쿄대 일본인 친구에게 “코마바는 어떤 동네야? 주택가인 것 같던데”라고 묻자 친구가 그냥 주택가가 아니라 ‘고급주택가’라고 답해주었던 것이 기억납니다. 실제로 정치인들도 많이 살고 있다고 합니다. 전반적인 동네 분위기가 평화롭고, 인구 밀도도 낮고, 예쁜 공원도 있고, 시부야와 시모키타자와를 모두 걸어서 갈 수 있어서 저는 코마
바를 좋아했습니다. 시부야에서는 도쿄 내 거의 모든 곳을 갈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사이타마/닛코/요코하마 등 주변 지역도 바로 갈 수 있습니다. 저는 코마바에서 신센을 거쳐 시부야로 향하는 밤거리를 정말 좋아해서, 혼자 노래를 들으며 자주 걸어갔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1. 비자 신청 절차

도쿄대 측에 교환 파견을 위한 서류를 제출하던 2022년 1학기는 아직 코로나 유행이 완전히 진정되지 않은 시기였기 때문에, 제출해야 하는 서류가 여러모로 굉장히 까다로웠습니다. 가능하시면 교환 파견 직전 학기는 수업 시간표나 동아리 일정 등을 너무 바쁘게 짜지 않으시는 편을 추천합니다.
장기비자를 신청할 수 있는 일본 대사관/영사관은 서울/부산/제주에 하나씩 있는데, 이때 주의하셔야 할 점은 주민등록상 거주지가 부산권역/제주권역으로 되어있으신 분들은 꼭 부산/제주 대사관 또는 영사관에서 신청하셔야 한다는 점입니다. 서울대 기숙사 등에 거주 중이시라면 교환 파견 전에 꼭 주민등록상 거주지를 방문하셔서 비자를 취득해야 한다는 점에 유의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2. 숙소 지원 방법
거주하고 싶은 기숙사를 1지망, 2지망, 3지망으로 적어서 내면 추첨으로 결과가 나오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저는 다행히 1지망에 당첨되어 도쿄대 기숙사 중 Komaba Lodge Main이라는 코마바 캠퍼스 바로 앞에 있는 곳에 살았습니다.


3. 파견 대학 지불 비용(student fee, tuition fee, 기숙사 비용 등)
수업료나 학생회비는 따로 없고, 학교 관련해서 지불해야 하는 금액은 서울대 등록금과 기숙사비가 전부였습니다. 기숙사비는 기숙사별로 아주 천차만별인데, 제가 거주한 Komaba Lodge Main은 기본적으로 매달 66100엔이며 첫 달에는 청소비, 시설비 등의 명목으로 평달의 두 배 정도(130000엔 정도)를 납부했습니다. Komaba Lodge Main은 1인 1실이고 화장실, 샤워실이 모두 방 안에 있는데다 비교적 신축 기숙사라 다른 기숙사들보다 금액이 조금 더 비쌌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싼 기숙사들은 공용화장실&공용샤워실이거나 위치가 아주 안 좋은 구축이기 때문에, 저는 Komaba Lodge Main에 만족하며 살았습니다. 무엇보다도 학교까지 걸어서 10분이면 갈 수 있다는 점이 저
에게는 정말 큰 메리트였습니다.


4. 기타 유용한 정보
비용 문제와 관련해서는 일본 문부성으로부터 받은 JASSO 장학금(매달 8만엔씩 6개월, 총 48만엔)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 중간에 일본 정부로부터 물가 급등에 따른 긴급 지원금 5만엔을 받았고, 마이넘버카드(주민등록증)을 만들었을 때도 발급 이벤트로 2만엔을 받았습니다. 빅카메라에서 일본 전화번호를 개통했을 때에도 첫 개통 기념 이벤트로 1만엔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받은 도합 56만엔은 저의 학업 외 측면에서의 생활을 굉장히 윤택하게 해주었습니다. 앞으로 일본 교환학생을 지원하실 분들도 가능하시면 꼭 여러 장학금 혜택과 정부 지원을 잘 알아보시고 지원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IV. 학업
1. 수강신청 방법

UTAS라는 수강신청 사이트에서 수강하고 싶은 강의의 코드를 넣어 수업을 신청하시면 됩니다. 대부분의 수업은 선착순 신청이나 추첨 같은 절차가 없고, 신청만 하면 바로 수업을 들을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2.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저의 경우 교환학생의 가장 큰 목적이 학업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크게 두 가지 목표를 잡았는데, 첫째는 일본어 실력을 늘리는 것, 둘째는 일본 역사와 문화에 대한 수업을 많이 들으며 지식을 쌓는 것이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도쿄대는 첫째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서는 좋은 학교였지만, 둘째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듣고 싶었던 일본사 수업은 보통 혼고 캠퍼스의 문학부에서 열리는데, 문학부 수업 대부분은 교환학생들이 듣지 못하도록 제한을 걸어두었기 때문입니다. 청강 문의라도 해볼까 싶었지만, 각 수업 강의계획서의 ‘교환학생 수강 가능 여부’에 대놓고 ‘X’가 쓰여 있어 마음을 접었습니다. 문학부 수업뿐 아니라, 혼고캠퍼스/코마바캠퍼스 가릴 것 없이 아주 많은 수의 수업이 교환학생의 수강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반대로 교환학생이 들을 수 있는 수업이 아주 적은 수의 목록으로 정해져 있고 그 외 수업은 전부 들을 수 없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겠습니다. 대부분의 다른 일본 대학들은 이 정도로 수강 제한이 심하지 않은 듯하니, 본인의 교환 파견 목적에 따라 잘 생각하셔서 대학을 선택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는 제가 수강한 강의 중 특히 좋았던 수업들을 간단히 적어보겠습니다.
2-1. 古典文法入門
외국인 유학생 대상 강좌로, 일본어 고전문법의 기본적인 내용을 배우는 수업입니다. 특정 학과에서 정식으로 개설되는 수업이 아니라, 학점이 나오지 않는 언어 수업이었습니다(서울대 기준으로는 언어교육원 수업 정도인 것 같습니다). 이 수업은 원래는 교환학생용 수업이 아니라 정규 유학생(외국인 석사/박사생) 대상 강좌입니다. 교환학생에게는 이 수업의 존재 자체가 안내되지 않았는데, 도쿄대 대학원 재학 중이신 서울대 출신 선배님께서 ‘이런 수업이 있는데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며 신청 링크가 담긴 메일을 전달해주셔서 무작정 신청했습니다. 첫 시간에 교환학생이라고 자기소개를 했는데도 교수님께서 별 말씀이 없으셨던 걸로 보아 교환학생 제한 같은 건 따로 없는 듯 합니다.
고전문법은 일본사 사료를 해석하려면 반드시 공부해야 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도 교환 파견 전부터 계속 공부를 해오고 있었습니다. 체계적인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어 어려움을 느끼던 차에 수강하게 된 이 수업은 저에게 한 줄기 빛과 같았습니다. 아주 표기 차이부터 시작해 동사, 형용사, 조동사까지 꼭 알아야 하는 고전문법 내용을 한 학기 동안 쭉 배웠습니다. 특히 조동사 파트를 배우고, 어려운 고전 문장이 하나씩 음절별로 해체되어 이해되기 시작했을 때는 정말 기뻤습니다. 따로 문법 노트도 만들어가며 열심히 복습했고, 배움의 보람을 가장 크게 느낀 과목이었습니다.


2-2. 日本語学
일본어 표기 체계의 역사를 배우는 수업입니다. 전후(戰後) 일본어 표기법 개정의 역사가 한자 폐지 및 제한/한자 자형/오쿠리가나/음훈(音訓) 제한/가나즈카이/외래어 표기/로마자 표기 등 각 분야에 있어서 어떻게 전개되어 왔는지를 훑어보는 수업이었는데, 일본어를 오래 배우며 일본어 표기 체계에 큰 의문을 느껴온 외국인 학습자로서는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마지막 기말레포트 피드백을 주실 때에 내용적인 부분뿐 아니라 제 일본어 작문 중 어색한 표현에 대해서도 세심하게 조언을 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2-3. 韓国朝鮮史専門演習
한국 근대사를 다루는 대학원 제미(ゼミ) 수업이었습니다. 제미는 발제와 토론으로 진행되는 일본 대학의 세미나 수업 종류입니다. 이 수업에서는 19세기 말 한일관계사와 아시아주의를 주로 다뤘습니다. 매주 읽기 자료를 읽어오고, 수업 때는 해당 주차 발제 담당 학생의 발제를 들은 뒤 서로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 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수업 내용 자체도 물론 좋았지만, 그보다는 일본인 원어민들 앞에서 일본어로 제 의견을 말하고, 일본어로 질문해보는 경험을 해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기억에 많이 남는 수업입니다. 서울대에 있을 때도 일본인 친구들과의 교류 기회는 많았지만, 그 친구들과는 어느 정도 서로 친분을 쌓은 상태였기 때문에 일본어로 말을 하는 데 있어서 전혀 부담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일본 대학의 수업에서 발언하는 것은 이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경험이라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친하지 않은 일본인 원어민들 앞에서 서툰 일본어로 발언을 이어가는 것은 정말 한 마디 한 마디 뱉을 때마다 압박감이 상당한 일이었습니다. 매 시간 읽어가야 하는 일본어 논문도 사료가 많이 섞여 있어 난이도가 높았
고, 읽는 데 시간도 많이 들여야 했습니다. 여러모로 쉽지 않은 수업이었지만 그래도 시간이 지나며 부담도 점점 덜해졌고, 학술 토론에서 사용하는 일본어 표현도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일본어 능력에 자신이 있으시다면 소규모 제미 수업은 꼭 한 번 들어보시는 편을 권합니다.


2-4. 共通日本語
공통일본어 수업은 종류가 굉장히 많은데, 저는 그중에서 발음과 억양을 트레이닝하는 수업을 수강했습니다. 매주 NHK 뉴스 일부를 들은 뒤 해당 부분의 대본을 읽으며 녹음하는 과제가 나오고, 교수님께서 모든 학생들의 녹음본에 대해 1:1로 어디가 어색한지를 코칭해 주시는 수업이었습니다. 저는 이 수업을 통해 저의 억양(일본에서는 인토네이션이라고 부릅니다)이 아주 부족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機能와 昨日는 모두 きのう라고 발음하지만, 전자는 き에 강세가 있고 후자는 강세 없이 플랫(フラット)하게 발음해야 하는데, 이런 세세한 단어 하나하나의 억양이 일본어에서는 아주 중요함을 저는 몰랐던 것입니다(후술하겠지만 저는 JPOP을 아주 오래 좋아했고 JPOP이 제 주된 일본어 공부 루트였기 때문에 이런 억양 문제가 생기지 않았나 싶습니다. 노래에서는 단어의 억양이 모두 무시되기 때문입니다). 이 수업을 수강한 뒤로 매 문장을 뱉을 때마다 디테일한 억양에 아주 주의하게 되었고, 새로운 단어를 익힐 때에도 어디에 어떻게 강세를 넣는지에 신경쓰며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한 학기가 끝나고 나서는 스스로의 억양이 많이 자연스러워진 것 같아서 정말 만족했던 수업입니다. 선생님도 정말 다정하시고 꼼꼼하시며 질문도 아주 친절하게 받아주시기 때문에, 기회가 되신다면 무조건 수강하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이 수업은 학기 초에 하는 레벨테스트(L1~L6으로 단계가 나뉨)에서 L5 이상을 받아야 수강할 수 있는 수업이었습니다. 저는 L6이었기 때문에 문제없이 수강할 수 있었습니다.


3. 학습 방법 및 외국어 습득 요령
교환학생 파견 초기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제가 拒絶(きょぜつ)라는 단어의 발음을 혼동해 한 달 내내 きょせつ라고 발음하고 다녔는데, 제 주위 일본인 친구들 중 단 한 명도 저의 발음을 고쳐주지 않았습니다. 스스로가 발음을 잘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조차 누가 말해줘서가 아니라 어딘가에서 누가 거절을 きょぜつ라고 발음하는 걸 듣고 혼자 깨달았습니다. 일본인 친구들은 일단 의미가 통하니 굳이 정정해주지 않고 다들 그냥 넘어갔던 것입니다. 이 일을 겪고 저는 저의 일본어를 고쳐줄 누군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한국어에 관심이 있는 일본인 언어교환 파트너 3명을 구해 1:1로 주 1시간씩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저는 매주 3시간씩 일본어를 말하고, 교정받을 기회가 생겼던 것인데, 이 언어교환이 제 교환학생 생활 통틀어 제 일본어 회화 실력 향상에 가장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특히 저는 일본어 어휘나 표현들에 관해 ‘이런 상황에서 이런 단어를 쓸 수 있는지’ 여부를 많이 물어봤는데, 이제까지 한국어식 일본어를 많이 사용해왔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습니다. 또 일단 입으로 일본어를 말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늘자, 다음 단어를 막힘없이 바로바로 말하는 유창성이 탁월하게 좋아졌음을 스스로 느꼈습니다.

 


V. 생활
1. 가져가면 좋은 물품

반드시 챙겨가야 하는 물건으로는 110볼트 어댑터와 전기장판이 있습니다. 일본은 한국과 달리 220볼트가 아닌 110볼트를 사용하기 때문에 어댑터를 꼭 챙겨가야 합니다. 다음으로, 가을학기 파견자분들께서는 전기장판을 꼭 챙겨가시기를 바랍니다. 일본 주택에는 온돌이 없기 때문에 방 안이 아주 춥습니다. 특히 도쿄대로 가시는 분들이시라면 제가 살았던 Komaba International Lodge라는 기숙사에 사시게 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 건물의 겨울은 정말 각오하셔야 합니다. 물론 히터가 있기는 하지만, 공기가 극단적으로 건조해져서 저는 전기장판을 자주 썼습니다.


2. 현지 물가 수준
전반적인 물가는 한국과 비슷한데, 외식비가 한국보다 1.5배 정도 비싸다고 느꼈습니다. 시부야에서 어느 정도 괜찮은 외식을 한 번 하면 인당 기본 2만원 정도씩은 깨집니다. 만약 직접 요리를 해드시지 않고 밖에서 사서 먹는 편이시라면 외식비 항목 지출을 한국에서보다 좀 더 넉넉하게 잡고 계획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3. 식사 및 편의시설 (식당, 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저는 요리를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 반 년 간의 교환 생활 동안 되도록 많은 일본 음식들을 먹어보고 싶어서 주로 사 먹는 편을 택했습니다. 은행의 경우, 학교에서 JASSO 장학 수령을 위한 일본 통장 개설이 필요하다고 안내해주어서 유쵸(우체국) 통장을 개설했습니다. 다만 유쵸는 반년 교환학생에게는 체크카드를 발급해주지 않고 캐쉬카드만 제공한다는 점에 유의하셔야 합니다. 캐쉬카드라는 것은 ATM에서 현금을 뽑아 쓰는 기능만 있고 실제 거래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카드를 지칭합니다. 저는 매번 현금을 뽑아 쓰는 게 불편해서 Paypay라는 일본에서 많이 쓰는 QR결제를 자주 썼는데, 포인트도 잘 쌓이고 정말 편리하기 때문에 아주 강력히 추천드립니다.
교통의 경우, 저는 혼코 캠퍼스에서도 수업을 몇 개 들었기 때문에 코마바 기숙사에서 혼고 캠퍼스까지 가는 정기권을 학생 할인을 받아 끊었습니다. 혼고에서 수업을 들으신다면 이 정기권을 무슨 일이 있어도 끊으시기를 바랍니다. 이 정기권은 한 달에 약 50000원 정도였는데, 이 정기권만 있으면 등굣길의 중간 지점까지 가는 것도 추가비용 없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코마바토다이마에->시부야->다메이케산노->토다이마에 정기권을 끊으면, 코마바토다이마에에서 시부야까지만 가는 경우에도 무제한으로 정기권을 이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코마바 기숙사에 살면 시부야에 갈 일이 아주 많은데 이 정기권이 있으면 무척 편리합니다.


4. 학교 및 여가 생활 (동아리, 여행 등)
원래는 동아리에 가입해 활동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후술하겠지만 도쿄대 시스템상 교환학생과 도쿄대생들이 교류할 기회 자체가 많이 적었고, 이대로 가다가는 혼자 묵묵히 강의 듣고 과제하다가 그대로 귀국하겠다는 위기감이 덮쳐왔습니다. 그러던 중 서울대 선배로부터 어떤 연락 하나를 받았습니다. 서울대-도쿄대 교류 동아리인 FICS라는 동아리가 이번에 신입 모집을 하는데, 도쿄대 측 FICS에 지원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이었습니다. 교환학생도 가입할 수 있는지 도쿄대 FICS 회장분과 서울대 FICS 회장분께 문의를 드린 결과 물론 가능하다는 답을 들었고, 면접을 통과한 뒤 도쿄대 FICS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도쿄대에 교환 온 서울대생이 도쿄대 측 멤버로서 활동한 서울대-도쿄대 교류 동아리는 결과적으로 잊을 수 없는 좋은 추억이 되었습니다. 각자 준비해온 학술 발표를 듣고 그에 대해 토론하며 한일관계, 문학, 경제, 문화 등에 관한 의견을 서로 나눌 수 있었습니다. 도쿄/서울 필드워크와 합숙도 정말 재미있었고, 특히 세션 기간에는 약 열흘 동안 거의 하루종일 일본어만 사용했기 때문에 여러 새로운 일본어 표현도 많이 익힐 수 있었습니다. 이 동아리를 통해 도쿄대 학생들과도, 서울대 학생들과도 많이 친해질 수 있었고, 가입하길 정말 잘했다고 지금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제가 일본에서 즐긴 취미 생활과 여가에 대해 하나씩 적어보겠습니다. 저의 경우 애니메이션 굿즈 콜렉팅, JPOP 콘서트, 뮤지컬 관극, 그리고 여행에 아주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했습니다.


4-1. 애니메이션
저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오랜 기간 좋아해왔는데, 교환학생 파견 당시에는 특히 특정 작품에 아주 빠져 있었었습니다. 해당 작품의 전시회/콜라보 카페/기간한정 굿즈샵/작품과 콜라보한 지하 채석장 콜라보 전시/중고 굿즈샵 등을 열심히 순회하는 일이 정말 행복했습니다. 특히 이케부쿠로 파르코에서 애니메이션 전시가 많이 열리는데, 관심 있는 작품의 전시회가 열린다면 꼭 가보시길 바랍니다.


4-2. JPOP
요루시카라는 밴드를 고등학생 때부터 5년 간 좋아했습니다. 마침 제가 일본에 있을 때 요루시카가 라이브 콘서트를 개최했고, 일본에 가자마자 요루시카 콘서트 티켓을 예매해서 귀국 직전인 2월 8일에 일본무도관 콘서트를 다녀왔습니다. 콘서트 첫 곡으로 負け犬にアンコールは要らない라는 제가 정말 좋아하는 노래를 불러줄 때는 지금 이 자리에 제가 있다는 사실이 감격스러워 조금 울었습니다. 이때 주위를 둘러봤더니 제 옆 사람, 옆옆 사람, 앞사람, 뒷사람까지 전부 울고 있던 게 기억이 납니다.


4-3. 뮤지컬
저는 한국에 있을 때에도 연극과 뮤지컬을 정말 좋아해서 자주 보러 다녔기 때문에, 일본에 가기 전부터도 유명한 극단인 사계(劇団四季)와 다카라즈카(宝塚)의 뮤지컬을 꼭 보고 오겠다는 마음을 먹고 오페라글라스도 챙겨갔습니다. 일본 입국 후에는 먼저 극단 사계의 작품인 디즈니 <겨울왕국>과 <알라딘>을 봤습니다. 브로드웨이에는 디즈니 영화 중 뮤지컬로 각색해 상연된 작품이 많이 올라오는데, 일본의 극단 사계는 이 작품들 중 상당수의 라이센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덕에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디즈니 작품들을 많이 볼 수 있으니, 기회가 되시면 꼭 표를 예매해 관람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귀국 전 <미녀와 야수>를 마지막으로 보고 오고 싶었는데 남은 좌석이 없어 보지 못한 점 하나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다카라즈카 작품으로는 <드미트리-서광에 지는 보라색꽃>을 봤습니다. 다카라즈카 뮤지컬은 유료 회원이 아니면 사실상 거의 예매가 불가능한데다 몇 달 전에 미리 예매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이제 막 입국한 외국인으로서는 관람 기회를 잡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저의 경우, 제가 뮤지컬을 좋아한다는 것을 아는 저의 도쿄대 일본인 친구(다카라즈카 유료회원)가 제가 입국하기 전인 8월에 제 표까지 같이 잡아주었습니다. 그 친구가 8월에 잡아준 이 표 덕에 귀국 직전인 2월에 보고 올 수 있었고, 저를 위해 이런 최고의 기회를 준비해준 친구에게 이루 말할 수 없이 고마웠습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극단 사계는 못 보시더라도 다카라즈카는 꼭 보고 오시는 것을 권합니다. 배우 역량, 연출, 넘버의 수준이 아주 높습니다. 또 이 친구에게 들은 다카라즈카 배우 양성 및 캐스팅 시스템이 충격적으로 흥미로웠기 때문에, 기회가 되실 때 다카라즈카 음악학교 및 ‘조’, ‘톱’ 시스템에 대해 알아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4-4. 여행
마지막으로 저는 원래도 여행을 좋아해서 일본에서도 여기저기 많이 다녔습니다. 순서대로 하코네, 나가노, 교토, 닛코-우츠노미야, 오사카, 요코하마, 사이타마 여행을 다녀왔는데요, 특히 기억에 남는 여행지는 나가노, 닛코 동조궁, 사이타마 철도박물관입니다. 나가노에서는 친구의 지인분께서 나가노 이이다시에 살고 계셔서 이틀간 저희를 차로 태워다주시며 나가노의 멋진 자연 절경들을 설명해주셨고, 친구분의 어머니께서 일본의 전통 다도 문화 전수자셔서 친구 집에서 아주 제대로 된 다도 체험도 해볼 수 있었습니다. 닛코 동조궁은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묘소가 있는 곳이고, 원숭이 조각들이 특히 유명합니다. 이 원숭이 조각들에 대해서는 그 앞에 해설이 상세히 쓰여 있는데, 이 해설이 인생의 철학을 담고 있어 정말 심금을 뒤흔들었습니다. 또 동조궁은 문 하나하나, 건물 하나하나가 모두 극강의 화려함을 자랑하기 때문에 역사를 잘 모르시더라도 꼭 한 번 가 보시기를 권합니다. 또 사이타마 철도박물관에서는 백 년 전 일본을 최초로 달린 열차의 실물부터 시작해 시대별로 사용되었던 지하철, 신칸센 등을 전부 볼 수 있습니다. 열차 하나하나 다 관리가 아주 잘 되어 있었고, 내부로 들어가 볼 수 있는 열차도 많습니다. 철도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정말 가볼만 한 박물관입니다.


5. 안전 관련 유의사항
일본은 기본적으로 치안이 아주 좋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일상생활에서 일신상의 위협을 느낀 적은 없었습니다. 그보다는 일본 생활 중에 한국과는 너무 달라서 컬쳐쇼크를 받은 경험이 몇 차례 있었는데, 그 부분에 관해 소개드리도록 하겠습니다.


5-1. 오사카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오사카 여행을 갔을 때의 일입니다. 오사카 유니버설 스튜디오에는 롯데월드 혜성특급과 똑같은 어트랙션이 있습니다. 이 놀이기구는 우주를 달리는 열차를 표방하고 있어서, 아주 깜깜한 가운데 군데군데 작은 별들이 빛나는 공간을 준-롤러코스터 열차가 통과하는 기구입니다. 그런데 열차가 꼭대기에서 하강하는 지점에 도달했을 때, 갑자기 열차가 멈췄습니다. 곧 다시 출발하려나 싶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출발하지도 않았고, 아무런 안내방송도 나오지 않았으며, 직원도 아무도 오지 않았습니다. 그 어두컴컴한 가운데 시야는 잘 보이지도 않고 저희 열차(4인승)만 외로이 높은 레일 위에 서 있었던 것입니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한 느낌이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너무 무서웠습니다. 우리 열차는 멈췄지만 뒤 열차가 달려와서 우리한테 박으면 어쩌나, 지금 우리가 비스듬하게 내려가는 도중에 멈췄는데 레일 밖으로 열차가 떨어지면 어쩌나, 갑자기 기계가 고쳐져서 재출발할 때 레일 밖으로 열차가 떨어지는 거 아닐까 등등의 생각에 점점 더 무서워졌습니다. 심지어 롤러코스터라 짐을 다 맡기고 왔기 때문에 손에는 핸드폰도 없었고, 조금씩 생명의 위협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점점 더 화가 났습니다. 왜 아무런 안내방송이 없는지, 당연히 고장나자마자 방송으로 상황설명 및 고장 원인 안내와 사과를 해야되는 것이 아닌지, 왜 직원은 아무도 안 오는지, 설마 멈춘걸 모르고 있는 것인지 등의 생각을 하며 기다렸는데, 그렇게 4분정도 지났을 때 방송이 들렸습니다. 상황을 확인 중에 있으니 잠시 그대로 기다려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사과/상황/원인 중 아무 것도 말한 게 없는 이 방송에 조금 더 화가 났습니다. 몇 분 후 같은 안내 방송이 또 나왔고, 또 몇분 후에는 같은 내용이 세 번째 나오더니, 곧 재출발할 거고 준비 중에 있다고 안내했습니다. 그렇게 십 분 정도가 흘렀을 때 재출발을 했고 저희는 무사히 홈에 도착해 열차에서 내렸습니다.
이후 직원들이 저희를 다른 공간으로 안내하더니 기다리라고 안내했습니다. 저희와 같은 회차에 탑승해서 같이 갇혔던 사람들이 전부 줄을 섰는데, 한 삼십 명 정도 되었던 것 같습니다. 모두 줄을 서자 직원분께서 모두를 한 번 더 타게 해주겠다고 안내했고, 그게 끝이었고 다른 말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방송이 늦어진 이유/구체적인 상황/기계가 멈춘 이유/제대로된 사과/(재승차 말고) 어떻게 보상할지 등에 대한 설명은 해주지 않았습니다. 저희 한국인 4명은 너무 황당하고 화가 나서 직원한테 뭐가 문제였냐고 따져물었고, 기계 설비에 좀 문제가 있었던 듯하다고 답을 받았습니다. 최초 방송은 왜 그리 늦어진 거냐고 물었더니, ‘승객들을 불안하게 할 수 있어서’라고 하셨습니다. 여기서 머리 끝까지 화가 나서 "재탑승 하면 그걸로 끝인가요? 다시 한 번 더 타게 해주니까 그걸로 됐다는 건가요?" 라며 따지니 직원 분께서는 조금 당황한 것 기색으로 계속 얼버무리면서 같은 말만 반복하셨습니다. 결국 사과는 받지 못했고 기구를 타기 위해 기다린 90분과 사고에 대한 보상은 또 타고 싶지도 않은 열차 재탑승 1회가 끝이었습니다.
여기까지는 한국에서도 대처가 미숙한 놀이공원에서라면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정말 충격을 받은 대목은 이 다음입니다. 이 기구의 출구로 나오는 길에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생각해보니 그 삼십 명 중에 직원한테 따진 사람이 오로지 저희 한국인 네 명뿐인 것입니다. 심지어 저희의 뒷줄에 있던 중학생 정도 되는 여자분 두 분은 재탑승 안내를 듣자마자 서로 마주보며 웃으면서 좋아하셨습니다. 제가 서툰 일본어로 따질 때에도 나머지 일본인 분들은 아무도 말을 얹지 않으셨고, 서로 간의 대화를 멈춘 채 저희를 가만히 응시하셨습니다. 왜 아무도 이 말도 안되게 불합리한 상황에 항의하지 않는 것인지가 강한 의문으로 남았습니다.
이 의문을 친구들에게 말했더니, 정규유학생인 제 친구들은 이것이 일본인들의 특징 중 하나라고 말해주었습니다. 기본적으로 항의와 불만을 말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일은 명확히 항의를 해야 하는 종류의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사소한 불만 하나하나를 모두 따지고 드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저도 평소에 작은 불합리는 혼자 삼키고 넘어가려 노력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선이 있어야 합니다. 그 선을 넘어가는 불합리에 대해서는 지적하지 않는 쪽이 이상합니다. 저의 이런 시선으로는, 아무런 불만을 말하지 않고 고분고분하게 재탑승을 선택한 그 30명이 너무나도 답답하고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만일 이대로 아무도 불만을 말하지 않는다면, 다음에 같은 일이 일어나도 직원들은 같은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고, 그대로 아무런 개선도 없을 것이며, 그때야말로 큰 인명피해가 발생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도쿄에 돌아와서 저의 언어교환 친구들에게 이 일을 말하며 본인이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할 것 같은지를 물었습니다. 각각 1:1로 물어보았는데, 두 명 다 본인이 그 자리에 있었어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 것 같다고 답해주었습니다. 왜인지 이유를 묻자 놀랍게도 두 명이 완전히 일치하는 대답을 주었습니다. 그 답은 바로 “어떻게 30명 앞에서 그런 말을 해”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대답을 듣고 아주 놀랐습니다. 제가 30명이라는 수를 언급한 건, 어떻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마디도 안 할 수 있는지가 의아해서였습니다. 저는 직원에게 불만을 제기할 때 사람들의 숫자에 대해서는 단 1초도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 친구들은 제 이야기를 듣는 내내 주변에 30명의 시선이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며 들은 것입니다.
이 친구들의 말에 따르면 일본 사람들은 사람들 앞에서 불만을 직접 말하는 것을 극도로 꺼리고, 옆에 있는 친구와만 불만을 나누거나 나중에 높은 사람에게 따로 찾아가서 말하는 쪽을 택한다고 합니다. 또 일본인들의 이런 성향 때문에 초등학교 등에서도 학급 친구들 앞에서 학생을 혼내는 일이 보통은 없다고 합니다. 만약 혼낸다면 즉시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며 학부모한테서 전화가 온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조별과제나 반 학우들끼리 다같이 축제를 준비하는 등의 협동 활동에서 갈등이 생기는 경우는 절대 없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상대방의 의견이 조금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서로 협력하며 평화롭게 일을 끝마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 결과로 완성작의 퀄리티가 조금 낮아지더라도, 그런 것보다는 갈등 없이 모두가 화합하며 잘 끝난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해주었습니다. 일본인들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다는 이야기는 한국에 있을 때부터 알고 있었지만, 한국인들에게도 그런 성향이 있으니까 비슷한 레벨이겠거니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일을 겪고 일본인들은 한국인보다 정도가 심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5-2. 코메다 커피 시부야점에서
저는 한국에 있을 때부터 카페에서의 독서를 즐겼습니다. 도쿄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한 일 중 하나가 책 읽기 좋은, 또는 공부하기 좋은 카페를 찾는 것이었고, 이타토마/타리즈/도토루/코메다/산마루쿠/스타벅스 등에서 아주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지금부터 드릴 이야기는 그 중 코메다 커피점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코메다 커피 시부야점에 다니기 시작한 것은 12월 말이었습니다. 처음 찾아갔던 날, 카페 문 앞에‘오늘의 폐점시간은 8시입니다’라는 종이가 붙어있었던 것을 기억합니다. 코메다는 프랜차이즈라 전국의 코메다가 모두 일률적으로 폐점시간이 11시인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 지점은 조금 다른가 싶어서 살짝 당황했습니다. 하지만 이 시기가 일본의 연말연시였고, 일본에서는 12월 말~1월 초까지 대부분 가게들이 영업시간을 크게 단축하거나 휴점하기 때문에 납득하고 넘어갔습니다.
이상함을 감지하기 시작한 것은 그 이후의 일입니다. 이 카페의 분위기나 음식이 마음에 들었던 저는 이후에도 이 카페를 자주 찾았고, 귀국 직전인 2월 중순까지 계속 방문했습니다. 그런데 연말연시 기간이 이미 한참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매일 카페 문 앞에는 당일의 폐점 시간을 안내하는 종이가 붙었고, 그 시간마저 어떤 규칙성이 있는 것이 아니라 ‘오늘은 8시’, ‘오늘은 5시’, ‘오늘은 10시반’과 같은 식으로 매일 바뀌었습니다. 손님 입장에서는 매일 카페를 방문할 때마다 서프라이즈로 오늘의 랜덤한 폐점 시간 안내와 맞닥뜨려야 하는 것입니다. 제가 그동안 방문한 다른 코메다 지점들은 이런 경우가 없었기 때문에, 이 부분이 아주 황당하면서도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마음속에 계속 의구심을 품고 있던 저는 결국 2월 중순 귀국 전에 마지막으로 코메다 시부야점을 방문한 날 직원분을 붙잡고 가능한 최대한 정중하게 여쭤봤습니다. 이곳은 매일 폐점 시간이 바뀌는 것 같던데 혹시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라고 (가능한 최대로 상냥한 말투로) 여쭤보자, 직원분이 무척 당황하신 기색으로 ‘음, 엇, 앗..’ 같은 말씀을 하시더니 ‘알바생이라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아주 놀란 목소리로, 동시에 정중하게 답해주셨습니다.
너무 당황하신 것 같아서 일단 그냥 이유가 궁금했을 뿐이라고 말씀드린 뒤 돌아섰는데, 집으로 돌아가는 동안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두 가지가 이상했습니다. 첫째로, 알바생이라면 자신의 근무 시간(일본의 ‘시프트’)이 폐점 시간에 따라 정해지게 될 텐데 점주분께 별난 폐점 시간의 이유를 한 번도 여쭤본 적이 없다는 점이 이상했고, 둘째로는 지금 이렇게 매일 페점 시간이 달라지게 된 것이 제가 관찰한 것만 해도 두 달 전부터인데 그동안 손님 중 아무도 이 알바생에게 이유를 묻지 않은 것 같다는 점이 이상했습니다. 폐점시간이 매일 변한다는 사실 그 자체보다도, 이 두 가지가 너무 황당해서, 이것 역시 문화 차이인가 생각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유니버설 스튜디오 사건을 겪은 다음에 이 일을 겪다 보니 좀 더 이런 쪽으로 생각하게 된 것일 수도 있지만, 일본 분들은 전반적으로 항의나 불만 표시같은 부정적인 언행을 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6. 기타 유용한 정보
도쿄대는 특이하게도 교환학생을 위한 1:1 멘토링 시스템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도쿄대생과 교환학생의 교류를 촉진하는 스누버디같은 동아리도 없습니다. Go Tutors라는 동아리의 부원들이 국제협력본부 사무실 앞에 한 명씩 돌아가면서 앉아 교환학생들의 질문을 받기는 하는데, 교환학생은 150명이 넘고 이 친구들은 몇 명밖에 없으니, 제대로 멘토링을 받는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교환학생들은 교환학생 생활 중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거의 다 스스로 해결해야 합니다. 저는 다행히 서울대에서 SNU in Tokyo 프로그램에 참여했을 때 교류했던 도쿄대 친구들이 있어 이 친구들에게도 많이 물어봤고, 언어교환 파트너들에게도 이것저것 조언을 받을 수 있
었습니다.
최근 일본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는 만큼, 도쿄대생 중 한국인들과의 교류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도쿄대에 교환학생 교류 관련 시스템이 거의 갖춰져 있지 않을 뿐입니다. 도쿄대에 가시게 될 분들은 꼭 스스로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서 도쿄대생 멘토를 직접 찾고 도움을 받으시기를 바랍니다.

 


Ⅵ.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일본에서의 생활이 항상 행복하고 즐겁기만 했던 것은 아닙니다. 한국에서 6개월을 보내도 기쁠 때도 있고 슬플 때도 있는 것처럼, 일본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일본에서 다르게 기쁘고, 다르게 슬펐습니다. 평소 겪지 못했던 많은 일들을 경험한 끝에 저의 시야가 확연히 넓어졌음을 느낍니다. 좋은 기회를 주신 서울대와 도쿄대 국제협력본부 담당자 선생님들, 그리고 일본 문부성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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