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파견 동기
입학하기 전부터 고등학교 선생님께서 대학생 때만 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 교환 프로그램이라며 기회가 되면 교환학생을 갈 것을 추천하셨습니다. 또 다른 선생님은 교환학생 때의 기억들을 추억하며 그 이야기를 해주시곤 했습니다. 그래서 대학에 입학할 때부터 교환학생을 가는 것이 저의 목표였고, 이를 통해서 더 넓은 세상을 보고 또 외국에서 대학을 다니는 것은 어떨까 체험해보고 싶기도 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1. 파견대학/지역 선정 이유
University College London은 2023년 QS 세계 대학 랭킹 기준 8위에 속하는 우수한 대학입니다. 영국에서는 인종과 정치적 성향 등에 상관없이 모두를 받아준 첫 번째 대학이며, 현재도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학생들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뛰어나면서도 다양한 학생들 사이에서 공부하고 싶어서 UCL을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2. 파견대학/지역 특징
런던은 영국의 수도로, 오래된 역사와 제국주의의 잔재가 맞물려 박물관과 미술관에 수많은 보물이 있고 길거리마다 유명한 문학인과 과학자, 개혁가 등의 흔적이 blue plaques로 명시되어 있습니다. 웨스트엔드에서는 손꼽을 만한 뮤지컬을 볼 수 있고 셰익스피어의 글로브에서는 셰익스피어의 연극을 그때 그 시대 감성으로 관람할 수 있습니다. 역사와 문화와 예술이 살아숨쉬는 곳이며 건물 하나하나에도 개성이 있어서 건축적인 면에서도 아름답습니다. 지리적으로는 유럽 인근 국가(벨기에, 프랑스)를 여행하기도 좋고 런던 근교의 다양한 도시(옥스포드, 캔터버리)나 지역(스코틀랜드)도 여행하기 좋습니다.
철학과 경제학에 큰 영향을 미친 공리주의의 아버지 제러미 벤담은 UCL의 운영철학에 큰 영향을 미첬으며 UCL의 student center에는 벤담의 유언에 따라 그의 유해가 전시되어 있기도 합니다. UCL의 유명한 졸업생 가운데에는 시인 타고르, 사회운동가 간디, 발명가 벨, 그리고 더 최근 사람들은 밴드 Coldplay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있습니다. 학교는 특별한 캠퍼스가 있기보다는 중앙 빌딩이 있고, 나머지 수업이 열리는 건물들은 도시에 조금씩 흩어져 있는 느낌입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1. 비자 신청 절차
비자는 필요없습니다. 한국인은 영국에서 6개월 이하 무비자로 머물 수 있기 때문에 별도의 비자를 신청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6개월 이상 있거나 현지에서 아르바이트 등으로 돈을 벌 생각이 있는 경우는 Student visa (구 Tier 4 visa)를 알아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아울러 교환학생 지원 후에는 메일을 자주 확인할 것을 추천하며, 해외 장기 체류 보험 등 개인에 따라 필요한 서류들을 잘 준비하시길 바랍니다.
또, 출국하기 전에 국제학생증을 발급하는 경우도 있더라구요. 국제학생증을 이용하면 특정 항공사 티켓값이나 해외장기체류 보험료를 일부 할인 받을 수 있지만, 저는 발급한 후 사용할 일이 없어서 발급비용만 소모하였습니다. UCL에 가면 UCL 학생증을 처음에 만들어주기 때문에 외국에서 신분 증명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국제학생증을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2. 숙소 지원 방법
저는 UCL 기숙사인 Schafer House에 있었습니다. Euston Square Station과 Warren Street Station 각각으로부터 5분 거리에 있어서 지하철 타기도 쉽고, 학교도 걸어서 10분 정도로 아주 가까웠습니다. 바로 앞에 Sainsbury’s와 Amazon Fresh가 있어서 장보기도 아주 편했습니다. 기차를 탈 수 있는 Euston역과 St. Pancras International역, King’s Cross역도 걸어서 10~20분 정도입니다.
기숙사와 관련하여는 학교에서 먼저 메일이 오며, 교환학생들을 우선 배정해주기 때문에 안될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러나 자신이 원하는 기숙사를 특정할 수는 없고 catering의 여부, 화장실 공용/개인용 선호도, 그리고 일주일에 얼마까지 낼 의향이 있는지를 써서 내면 학교에서 배정해주는 식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catering은 필요없다고 생각했습니다. Tesco, saintsbury’s, amazon fresh 등 주변 편의점에서 meal deal을 사면 메인+간식+음료수를 3~5 파운드에 사서 가성비 좋은 한 끼를 먹을 수 있고, wasabi 등에서 든든한 도시락을 쉽게 사 먹을 수도 있습니다. 또 요리에 재미를 붙이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Too good to go라는 앱을 사용하면 식당에서 그날 다 판매하지 못한 음식을 아주 싼 가격에 살 수 있어서 환경도 보호하고 싼 가격에 좋은 끼니를 먹을 수 있기도 합니다. 또 외식할 때도 있고요.
제가 있던 곳은 non en-suite이어서 다섯 명이서 공용 주방 하나, 공용 화장실 두 개(변기와 세면대 총 두 대, 샤워 총 한 대)를 사용했습니다. 침대와 책상이 있는 개인용 방은 각자 따로 있었으며, 사진 등은 ucl accommodation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Non en-suite도 금방 적응할 만 했으며 꽤 괜찮았습니다. 그리고 따져보았을 때 en-suite 기숙사들은 다 주로 학교에서 조금 멀어서 저는 학교에서 가까운 non en-suite 기숙사에 배정될 수 있게 금액을 해당 범위에 맞추어 써서 냈습니다.
3. 파견 대학 지불 비용(student fee, tuition fee, 기숙사 비용 등)
등록금은 서울대에 통상적으로 지불하듯이 서울대에 지불하면, UCL에서 tuition fee를 £0로 산출해줍니다. 따라서 기숙사 비용만 신경쓰시면 될 것 같습니다. 처음에 학교에서 기숙사가 배정되었다고 연락이 오면, 를 로 내야합니다 기숙사 £250 deposit . 비용은 정해진 기간에 일주일 당 일정 비용(기숙사별 상이)를 적용하여 합산되어 부과됩니다. Early arrival을 신청하면 기숙사 입주를 정해진 날짜보다 적게는 1일, 많게는 10일 일찍할 수 있지만 이에 따라 하루당 추가요금이 부과됩니다.
단, 학교에서 정해준 기숙사 투숙 기간보다 일찍 기숙사를 떠나게 되더라도 비용이 줄어들지는 않습니다. 저는 2일 정도 early arrival을 하였고, 기숙사에 도착한 지 7일~10일이 지나자 기숙사 비용 전체를 미리 내라는 통보를 받아 온라인으로 카드 결제할 수 있었습니다. 총 £3000 정도의 기숙사 비용이었지만, deposit 비용은 이미 냈기 때문에 £2750 정도만 내면 되었습니다.
4. 기타 유용한 정보
출국하기 전에 국제학생증을 발급하는 경우도 있더라구요. 국제학생증을 이용하면 특정 항공사 티켓값이나 해외장기체류 보험료를 일부 할인 받을 수 있지만, 저는 발급한 후 사용할 일이 없어서 발급비용만 소모하였습니다. UCL에 가면 UCL 학생증을 처음에 만들어주기 때문에 외국에서 신분 증명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국제학생증을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유심은 giffgaff 것을 사용했습니다. 한국에서 인터넷으로 미리 신청하면 giffgaff가 우편으로 오기 때문에 출국 전날 플랜을 미리 끊어놓고, 비행기에서 유심을 갈아끼워서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인터넷을 잘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영국은 통신료가 싸기 때문에 한국 통신사 플랜은 일시 정지해놓고 영국 유심을 사용할 것을 추천합니다. 기타 친구들이 사용하던 유심은 복시(Voxi)와 쓰리(Three)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환전은 많이 할 필요 없습니다. 영국은 이제 모든 것이 contactless 카드 결제로 이루어지는 느낌입니다. 다만 contactless 결제가 되고 환전 수수료가 적은 카드를 하나 발급해 가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저는 하나 트래블로그 카드를 발급해갔으며, 영국뿐만 아니라 유럽 여행할 때도 사용하였습니다. 물론 영국 가서도 계좌 이체 등에 필요하여 영국 계좌를 만들었는데, 이는 monzo에서 만들었습니다. 버츄얼 은행이라 만들기도 쉽고 카드도 우편으로 보내주며, 카드를 애플페이에 등록해서 쉽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저는 환전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하여 나중에는 영국 돈을 결국 monzo 계좌에 넣어서 체크카드를 사용하였습니다.
IV. 학업
1. 수강신청 방법
UCL에 지원하며 서류를 업로드할 때 듣고 싶은 수업을 네 가지 골라서 제출해야 합니다. 사실 이는 실제 수강신청에 반영되지도 않고 상관이 없기 때문에 편하게 하셔도 됩니다. 이후에 UCL에 합격하고 나서 자신이 지원한 학과에서 수업 목록의 메일이 오기도 하고, UCL 포털인 portico 사이트에 자신이 듣고 싶은 수업을 네 과목까지 등록할 수 있습니다. 특별히 급한 일은 아니고, 한국처럼 수강신청이 선착순에다가 거의 일초 만에 끝나는 방식이 아니라 그냥 제출하면 배정해주는 방식입니다. 그러나 인기 많은 강좌는 조기 마감되어 선택할 수 없게 되기도 하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자신이 지원한 학과 (인류학부 또는 Basc) 강좌는 최소 두 개 들어야 하고, 타 과 강좌는 최대 두 개 들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타 과 강좌를 신청하기에 앞서 UCL 해당 과사무실에 이메일을 보내서 타 과 교환학생도 강좌를 들을 수 있는지 여부를 먼저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답장은 영업일 3일 안에는 오는 것 같습니다. 저는 영문과에서 거절당했지만 미리 문의한 덕분에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희망 강좌 목록은 제출한 후에도 수정 가능한 것 같았으니 참고 바랍니다.
타 과 강좌를 듣는 경우 학기 시작 후에 해당 과에서 메일이 오면 과사무실에 가서 필요 선이수 과목을 들었음을 증명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서울대 영문성적표를 미리 발급 및 인쇄하여 가면 상담할 때 편리할 겁니다. 하지만 선이수과목을 수강하지 않았어도 들어보고 판단하겠다고 말해도 괜찮습니다. 수강신청 변경기간까지는 강좌를 추가 및 취소할 수 있으며, 무엇을 들을지 확신이 안 서면 과사무실에 얘기해서 강좌를 일시적으로 다섯 개까지 신청한 후 들어본 다음에 수변기간 끝나기 전까지 하나를 취소할 수 있습니다. 수변기간이 끝나면 드랍은 불가능하니 유의바랍니다.
타 과 강좌는 해당 학과 학생들, 그리고 해당 학과로 교환 온 학생들이 우선적으로 배정됩니다. 그래서 타과의 경우 자신이 신청한 강좌를 못 듣고, 다른 강좌 중에서 재선택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만일 본인에게 학점 인정이 중요하다면 서울대에서 자신이 속한 학과에 메일로 가검토를 부탁드리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2.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저는 4과목을 수강하였습니다. UCL 인류학부로 교환을 갔기 때문에 인류학부 과목 2개, 그리고 저의 전공과목 강좌 2개를 들었습니다. 성적 평가 방법과 강의 계획서 등을 잘 참고하여 자신의 교환 생활의 개인적 목표(여행, 학업 등)와 어우러지는 강좌를 택하시길 바랍니다. 아, 그리고 UCL은 강의평을 볼 수 있는 공식적 사이트는 없지만 최근에 UCL 학생들이 unikomet.com 사이트를 개설하여 강의평을 올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개설된 지 오래되지 않아서 강의평이 많지는 않습니다. 제가 들은 수업들은 모두 영상 녹화되어 나중에 교수님께서 수업자료와 함께 올려주셔서 복습하기 좋았습니다. 코로나 이후로 강의녹화, 온라인 시험 등의 문화가 보편화된 것으로 추측합니다.
1) Introduction to Material and Visual Culture
인류학과 1학년 수업이며, 인류학의 다양한 분야 중 cultural anthropology보다는 material anthropology에 조금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1학년 수업인 만큼 다루는 내용이 넓고 얕으며 인류학 문외한도 관심만 있으면 재밌게 들을 수 있습니다. 리딩 양이 많지만 수업을 열심히 들으면 리딩 없이도 잘 따라갈 수 있고, 튜토리얼 때는 자유롭게 토의하는 것도 좋습니다. 한 학기 버전 또는 두 학기 버전을 들을 수 있으며, 저는 한 학기 버전으로 The object, the museum, the image, the artwork 정도를 다뤘던 것 같습니다. UCL Anthropology Collection에 있는 유물을 골라서 직접 다루고 분석하여 레포트를 쓸 기회도 있습니다. 하지만 Fieldwork diaries, essay, written analysis 등 평가방식의 일환으로 써야하는 글이 많습니다. 물론 Fieldwork diary의 경우 창의적으로 자유롭게 만들 수 있습니다. 나중에는 격주로 1학년용 논문쓰기, 도서관 이용하기 등 오리엔테이션이 수업시간에 진행될 때가 있는데 이는 필수 참석이 아니지만 도움이 됩니다.
2) Primate Behavior and Ecology
인류학과 고학년 수업이었으며 진화인류학 계열의 수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영장류 자체 그리고 영장류의 행태, 관련 실험이나 연구 등을 배울 수 있어 진화론에 크게 관심이 없어도 동물 행태 및 생존방식에 관심이 있다면 흥미롭게 들을 수 있습니다. 평가방식으로는 짧은 퀴즈 두 번, 그리고 중요한 것은 구체적인 영장류 연구를 설계해야하는데 튜토리얼 시간 때 교수님과 소그룹으로 대화하며 이런 연구 설계를 위한 과학적 사고방식 등을 다져갈 수 있습니다. 수업은 현장연구를 많이 하신 교수님 두 분이 각자 격주로 진행하시고, 간헐적으로 guest lecturer가 오기도 합니다.
3) Gender and Ethnicity in the Economy
아마 UCL에서만 들을 수 있는 수업인 것 같습니다. 인종별, 젠더별 임금격차나 취업률 차이 등 경제 속에 드러나는 통계적 차이를 경제학적 모델로 분석함으로써 차별의 정도를 측정하기도 하고 원인을 분석하는 등, 관련 분야에 흥미가 있으면 꽤 재미있는 수업입니다. 관련 이론적 모델과 실증적 연구 모두 다루기 때문에 좋았고 고도의 통계학적 지식은 사실 필요하지 않습니다. 저는 경제통계학을 수강하지 않은 상태에서 들었지만 큰 어려움은 없었고 평가방법은 짧은 온라인 퀴즈와 서술형, 그리고 수업시간에 배운 모델을 활용하여 통계를 분석하고 쓴 자유주제 페이퍼, 그리고 페이퍼를 설명하는 발표 동영상이었습니다.
4) Economics of Information
경제학부 고학년 수업입니다. 불확실한 상황이나 정보 비대칭의 상황 속에서 일어나는 계약, 거래 등을 경제학적으로 분석하는 강좌입니다. 실증적 연구분석보다는 수학적 모델 설명이 많이 진행되고, 매주 3인 1조로 problem set을 풀어서 제출해야 합니다. 저도 함께 듣는 친구들도 꽤 어려워한 수업이지만 교수님이 열정적이시고 강좌 진행방식은 보통 서울대 경제학부 수업들과 비슷하여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중간고사는 없고 온라인 기말고사를 한 번 봅니다.
3. 학습 방법
구체적인 학습 방법은 리딩 미리미리하기, 수업 때 열심히 듣기, problem set 문제풀이 여러 번 해보기, 튜토리얼 토의 열심히 참여하기 등 여러 좋은 방법이 있을 것 같습니다. 기본적인 학습방법은 평소 본교에서 하던 것과 크게 다를 것은 없지만, 교육방식에서 한 가지 크게 다른 것이 있다면 튜토리얼을 꼽고 싶습니다.
학습에 있어서는 정규 수업 이외에도 튜토리얼이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수업인원은 소규모로 나뉘어서 하나의 튜토리얼 그룹에 배정됩니다. 시간표에 비어있는 시간대에 튜토리얼이 배정될 것이므로 자신이 어떤 시간대의 튜토리얼 그룹에 속하고 싶은지 등의 의사는 반영할 수 없고, 랜덤배정입니다. 튜토리얼 시간을 교수님이 직접 운영하시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TA에 의해 운영됩니다. 인류학부 튜토리얼은 주로 리딩 논문이나 연구내용, 수업내용 등을 함께 토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고, 경제학부 튜토리얼은 주로 problem set 문제풀이 등 수업내용을 응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저는 튜토리얼 시간에 수업내용을 복습하거나 제출해야할 연구과제에 대해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점, 자유롭게 영어로 친구들과 학문적인 토의를 할 수 있다는 점이 유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4. 외국어 습득 요령
두려워하지 말고, 또 억지로 머리에 힘주지 말고 이 사람 저 사람이랑 다양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는 기숙사에서 같이 지내는 flatmate들을 볼 때마다 각자의 하루일과나 주말계획 등 사소한 것들에 대해서 자주 영어로 대화했습니다. 외국어 습득은 자동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얼마나 주동적으로 연습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저는 기숙사 초반에 열린 환영파티에 가서도 현지 학생들과 얘기하고, 인류학부 파티에 가서도 얘기를 많이 했습니다. 사실 인류학부 파티는 새내기용, 그리고 고학년용으로 두 번 열렸지만 학기 초반에 인류학부 유물창고 투어를 갔다가 새내기들과 친해지는 바람에 새내기용 파티까지도 갈 수 있었습니다. 튜토리얼 토의 시간에도 스스로의 생각을 많이 피력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심지어는 기숙사에 달린 세탁방에 빨래하러 가서도 사람들이랑 잠깐씩 영어로 대화하거나, 동양인 친구가 반갑다고 말을 걸어와서 중국어 회화도 연습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제 기숙사에 한국인들이 없어서, 그리고 같은 서울대 사람들과 떨어져 있는 기숙사에 배정되어서 아쉬웠지만, 어쩌면 이런 상황을 바탕으로 외국어를 조금 더 잘 습득하게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5. 기타 유용한 정보
인류학부에서 학기 초에 파티를 열어주기 때문에 가서 인류학부 학생들이나 교수님들과 대화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됩니다. 학과에서 개최하기 때문에 요란한 파티는 아니고, 그냥 대화장 정도로 생각하면 됩니다. 기숙사에서도 학기 초에 비슷하게 대화장/파티를 개최하니 가서 다양한 사람들이랑 대화하는 것도 좋은 경험입니다. 또, 저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기숙사에서 movie night 등 다양한 행사를 하고, 인류학부에서도 가끔 학술 세미나나 소셜 행사를 하는 것 같으니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인류학부 Academic Skills 프로그램을 통해서는 영어 레포트 첨삭 및 상담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또, UCL 포털 portico에서 EC(Extenuating Circumstances) 신청을 하면 에세이 등의
제출기한을 두 번 정도까지 연장할 수 있습니다. 학기말에는 에세이 제출 기한이 귀국준비와 겹치는 등 스트레스가 크거나 몸이 아플 수도 있으니 필요에 따라 EC 신청을 활용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다만 심사하는 데 일주일 내외가 걸리니 미리 신청하는 것을 추천하며, 심사기준을 잘 참고하여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V. 생활
1. 가져가면 좋은 물품
-선크림
영국은 흐릿하고 비오고 그래서 선크림이 필요없을 줄 알았는데 가을, 겨울 세 달 동안만 있었는데도 많이 걸어다녀서 그런지 많이 타서 왔습니다. 자외선 차단제를 챙겨가서, 또는 가서 구매해서 열심히 바르고 다니면 좋을 것 같아요.
-전기냄비
작은 미소블럭 등 국물 만들기 좋은 것들을 챙겨가서 전기냄비에 간단히 끓여먹으면 편합니다. 또 전기냄비로 파스타나 라면, 수프도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어서 좋았고, 저는 체한 적이 있었는데 전기냄비에 죽도 써먹었습니다.
-후라이팬, 수저와 수저통, 그릇, 컵, 락앤락
가장 기본적인 주방용품은 챙겨가면 요리하거나 반찬 보관 등이 편리해집니다. 기숙사 친구들은 가서 주방용품을 다량으로 구매했는데 올 때 다 버리고 오더라구요. 저는 가장 기본적인 것만 미니멀하게 들고 가서 편하게 사용하였습니다.
-전기장판
기숙사가 생각보다 중앙난방이 잘돼서 라디에이터 때문에 더운 날도 꽤 많았습니다. 하지만 난방은 조금 변덕스럽고 전기장판은 겨울의 필수템인 만큼 삶의 질을 위해 챙겨가시길 추천합니다.
-상비약, 비타민
알레르기약, 감기약, 진통제, 소화제 등 스스로 자주 먹는 상비약을 챙겨가면 좋습니다. 현지 Boots나 약국에서도 구매할 수 있긴 하지만 급할 때 먹을 수 있는 약이 기숙사에 바로 있으면 더 편합니다. 비타민이나 유산균 등도 꾸준히 먹는 편이면 챙겨가길 추천합니다.
-안경 등 개인 특수 물건
제 친구는 교환 가서 안경을 새로 지어야 하는 일도 생겼기 때문에 안경을 쓰는 사람이라면 여분의 안경을 안경닦이와 함께 안경집에 넣어가면 좋습니다.
-모자 달린 옷, 우산
굉장히 중요합니다. 영국은 비가 너무 많이 오는데 비가 쏟아지지 않는 이상 아무도 우산을 쓰지 않고 그냥 다 옷에 달린 모자를 쓰고 다닙니다. 왜냐하면 바람이 많이 불어서 우산이 뒤집히기 때문입니다. 모자 달린 패딩이나 바람막이 등 비 올 때 쓸 수 있는 모자 달린 옷을 꼭 챙겨가세요. 그리고 가끔 모자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큰 비가 내릴 때가 있으니 우산과, 젖은 우산을 넣고 다닐 비닐봉지를 챙겨가세요.
-어뎁터
어뎁터는 필수이죠. 영국은 세발짜리 어뎁터를 사용하며, 저는 멀티탭에다 어뎁터를 연결해서 써서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었습니다.
-약간의 한국음식
햇반 몇 개, 볶음김치, 캔 반찬, 라면 몇 봉지, 김을 사 가면 가끔 한국음식이 먹고 싶을 때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기숙사 부엌에 전자레인지가 있어서 햇반이 편합니다. 물론 현지 한인마트에서도 쉽게 구매할 수 있으니 초기에 먹을 것만 몇 개 미리 사가도 괜찮습니다.
-미래 친구에게 줄 한국식 기념품
선물을 주면 현지 친구들이 크게 감동하더라구요. 현지 친구들에게 줄 수 있는 한국식 기념품을 사가도 좋습니다.
2. 현지 물가 수준
물가는 통계적으로도 높고 체감으로도 높습니다. 게다가 외식을 하는 경우 자동으로 service charge가 붙거나 tip을 하는 경우가 있어서 요리 해먹는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가성비 wasabi 도시락이나 meal deal, 어플 toogoodtogo 활용, 다양한 student discount 활용, dine-in보다는 take-away 등 높은 물가에도 적응할 수 있는 노하우를 살다보면 터득할 것입니다. 문구점, 음식점, 관광지 등 학생할인을 제공하는 곳이 많으니 잊지 말고 UCL 학생증을 잘 가지고 다니시길 바랍니다.
3. 식사 및 편의시설 (식당, 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교내식당은 비싸고 맛이 없기 때문에 추천하지 않습니다. 식당은 구글리뷰에서 별이 네 개 이상이면 대부분 맛있지만, 물가가 비싸서 많이는 못 갔습니다. 피시앤칩스는 Poppy’s라는 체인점이 유명하고, Flat iron 코벤트 가든 지점에서는 가성비 좋은 스테이크와 후식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습니다. Blacklock이라는 스테이크집에서는 월요일에 고기값을 할인하지만, 양이 많아서 친구랑 가야합니다. Wok to walk은 팟타이 등 볶음면을 간단하고 비교적 저렴하게 포장해서 가기 좋습니다. 학교 근처 B bagel bakery bar는 베이글이 아주 맛있고 가성비가 좋습니다. 그 외에 영국의 시그너처 애프터눈티, 또는 차와 스콘을 즐길 수 있는 곳들은 Tea and Tattle, Mason Bertaux,
London review bookshop 등이 있습니다.
한식음식점은 Yori, Assa, bunsik 등이 있지만 맛이 별로고 줄을 많이 서야한다고 들어서 한번도 가보지는 않았습니다. Oseyo라고 학교 근처 한국 마트가 있는데, 컵라면, 통조림, 햇반 등 한국음식을 잘 구비하고 있습니다. 캠퍼스 내에는 목요일마다 farmer’s market이 열려서 푸드트럭에서 음식을 사먹을 수 있고, student’s union에서 운영하는 카페 등을 가면 조금 더 싼 가격에 커피나 간식 등을 먹을 수 있습니다.
의료는 삼성화재에서 해외장기체류보험을 들었던 것 같습니다. 약은 학교 근처 boots나 약국 등에서 간단하게 구매 가능합니다. 은행은 가장 간편한 버츄얼 뱅크로 하였고 monzo 어플을 다운받아서 쉽게 계좌를 개설하고 체크카드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만약에 지폐가 너무 많다면 monzo가 지정한 편의점 등을 방문하면 카드 계좌에 넣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교통은 주로 버스나 tube를 탔고, 수학기간이 워낙 짧은지라 복잡하게 오이스터 카드를 발급받지는 않고 그냥 contactless 카드로 찍고 다녔습니다. 그러나 런던은 풍경이 좋아서 걸어다니기 좋고, 걷는 시간이나 버스 타는 시간이나 예상소요시간이 비슷한 경우가 많아서 많이 걸어다녔습니다. 어쩌다 가끔은 uber나 bolt를 사용했습니다. 특히 우버는 유럽에서 보편화되어 있는 것 같아서 여행가서도 사용하기 편리했습니다. 통신은 아까 언급했던 giffgaff 유심을 giffgaff 사이트에서 미리 주문하여 활성화한 채로 영국에 들고 갔습니다.
4. 학교 및 여가 생활 (동아리, 여행 등)
캠퍼스 내에는 student center에서 공부를 할 수 있고, 도서관이 여러 종류 있기 때문에 열심히 활용할 수 있습니다. 또, UCL Bloomsbury Theatre도 있고 학교 근처에 학교가 주관하는 Grant Museum of Zoology도 있습니다. 이밖에 다양한 시설이 있으니 관심이 있다면 학기초에 캠퍼스 투어를 신청해보시기 바랍니다.
동아리의 경우, 학기초에 동아리 소개제를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에 걸쳐 개최합니다. 동아리는 과학, 음악, 봉사, 학회 등 굉장히 다양한 분야에 걸쳐있습니다. 또 uclcares나 uclcareers 등 소셜 미디어 계정을 팔로우하면 학생 정신건강 지원이나 경력개발 지원 관련 소식을 접할 수 있습니다.여행은 trainline 어플을 이용해서 기차표를 샀고, 기차를 많이 탔기 때문에 railcard를 따로 구매하여 모든 기차표 값의 삼분의 일을 돌려받았습니다. Open return, 그리고 off-peak로 구매하면 기차표가 훨씬 쌉니다. 저는 cambridge, oxford, canterbury, york, birmingham, windsor, hastings, rye 등 런던 근교 도시들을 많이 탐방했습니다.
유럽여행의 경우, St. Pancras International Station에서 유로스타를 이용하여 파리와 벨기에도 갔다왔는데, 이 기차역은 학교 근처라서 여행이 굉장히 편리했습니다. 유로스타는 미리미리 예매할수록 쌉니다. 또, Easyjet나 Ryanair등 저가항공사를 이용하여 유럽 근처 나라들을 굉장히 싼 가격에 갔다올 수 있습니다 숙소 예약은 아고다나 . 호텔닷컴 등을 이용하면 가격이 조금 더 쌉니다.
Covent Garden 근처에는 뮤지컬이나 연극 공연하는 곳들이 많습니다. Todaytix 어플을 활용하면 티켓을 싸게 구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National Gallery에서 명화를 볼 수 있으며, 대영박물관에도 볼 것이 아주 많습니다. 또, Royal Opera House는 학생 할인이 많이 되니 오페라 등에 관심이 있다면 미리 예매하시길 바랍니다. London Review Bookshop, Waterstones, Foyles, Daunt bookshop 등 분위기 좋은 서점도 아주 많습니다. 문화생활의 측면에서는 런던에서 할 것이 절대로 부족하지 않습니다.
5. 안전 관련 유의사항
홈리스가 일부 있으며, 길에서 가끔 돈을 목적으로 말을 시키는 낯선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크게 위험하다고 느낀 적은 없었습니다. 다만 인종차별은 몇 번 당해보았지만, 이는 언어적 형태였고 다행히 물리적 폭력은 아니었습니다. 인종차별을 당하면 처음에 매우 당황스럽고 충격이 클 수 있지만, 흔한 일은 아니고 또 대부분 그냥 말로만 기분 나쁘게 하기 때문에, 혼자 있는 경우라면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가거나 자리를 피하는 것이 안전할 것 같습니다.
소매치기를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특히 제 주변에서 핸드폰 소매치기에게 당해서 당황하는 경우를 세 번이나 간접적으로 보거나 들었기 때문에, 걸을 때도 핸드폰을 잘 잡고 있어야 하고, 옷 주머니에서 빼가기 쉽게 두지 마세요. 방심하고 식당 테이블 위에 그냥 둬서도 안됩니다.
6. 기타 유용한 정보
조금 추상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진취적으로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마음, 스스로를 돌보는 마음, 그리고 어려움을 조금 겪더라도 쉽게 주눅들지 않고 극복하는 단단한 의지를 챙겨가시길 바랍니다.
Ⅵ.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사실 교환학생으로 가면 한 학기의 시간을 들이는 만큼 졸업이 늦어진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켜야한다는 막연한 심정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가서 보고 느낀 것들, 만난 사람들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경험들을 하면서 스스로의 새로운 면모도 발견하게 되었고, 비록 모든 것이 항상 좋지는 않았지만 어려운 경험도 결국은 스스로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통해 앞으로 살아나가는 자양분을 일부 마련할 수 있게 되었고,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