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파견 동기
고등학생 때 대학교 입시를 준비하면서부터 대학교에 진학하면 교환학생은 꼭 가봐야지, 하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특히 최대한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에 가기를 원했고, 파견 가능 대학교 목록을 보면서 어느 국가 어느 대학교에 지원해야 할까 몇날 며칠을 고민했습니다. 솔직히 지원 당시 서울대학교를 다닌지 3년째였고, 슬슬 진로 고민과 취업 준비를 시작해야 할 시기인데, 외국에 한 학기 다녀오는 것이 가치가 있을까하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괜히 외국에 갔다가 마음만 떠서 돌아오는 것이 아닌지, 그동안 공부해왔던 루틴이 깨지는 것이 아닌지 걱정도 많았습니다.
결과적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온 것은 제 인생 최고의 선택이었습니다. 저는 입학년도인 2020년부터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었기 때문에, 마치 우물 안 개구리처럼 대학생활을 해왔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에만 안주하고 제 자신을 한계짓는 데에만 급급했는데, 교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그런 벽을 많이 깰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일을 겪으면서 제 자신의 가능성을 찾았고, 한국에서는 할 수 없는 여러 경험을 하면서 스스로 성장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1. 파견대학/지역 선정 이유
AIU는 모든 학생이 영어를 사용하고 교환학생 비율이 매우 높은 편이기 때문에 동서양 문화를 동시에 경험해볼 수 있는 학교라고 들었습니다. 졸업 후 해외로 이주할 생각이 있는 저로서는 최대한 많은 문화를 경험해보고 싶었습니다. 또 저는 그동안 해외에서 거주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최대한 친숙하고 가까운 국가에서 생활하고 싶었습니다. 일본 문화와 언어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이 모든 요소를 고려할 때 AIU는 저에게 안성맞춤이었습니다. AIU는 일본 내 다른 대학교보다 역사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대학 순위 상위권에 들만큼 우수한 학생들이 많이 입학하는 곳이고, 과거 EBS 다큐멘터리에서 혁신적인 교육 기관으로 소개할 만큼 명망 있는 곳이기 때문에 더욱 관심이 가서 지원 후 수학했습니다.
2. 파견대학/지역 특징
국제교양대학(Akita International University, AIU)은 일본 아키타시 아키타현에 위치한 대학교로, 거의 모든 수업이 영어로 진행됩니다. AIU에 재학하는 학생들은 졸업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1번의 교환학생 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에, AIU의 교환학생 비율은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일본인 학생뿐 아니라 유럽, 아시아, 미주 등 여러 지역에서 온 학생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특히 서양권에서 온 교환학생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Liberal Arts College(교양대학)이기 때문에 학부생은 따로 학부나 학과에 소속되지 않고, 원하는 수업을 학문 분야 상관 없이 들을 수 있습니다. 캠퍼스 크기는 서울대학교에 있는 웬만한 단과대 하나보다 작다고 느낄 정도입니다. 교환학생을 포함한 거의 모든 학부생들은 기숙사 생활을 하고, 모든 학교 건물까지 기숙사에서 걸어서 5분 내에 갈 수 있습니다.
아키타시 아키타현은 일본 시골 지역입니다 캠퍼스가 공항으로부터 . 차로 10분 거리이기는 하지만, 학교와 공항을 잇는 정규 버스가 없어서 일본인 친구에게 차를 태워달라고 부탁하거나, 캠퍼스 내 렌터카를 이용하거나, 택시를 불러야 합니다. 또 시내에서도 조금 떨어져 있기 때문에 접근성이 크게 좋은 편은 아닙니다. 학교에서는 버스를 타고 옷가게, 마트, 서점, 카페, 식당, 영화관 등이 있는 AEON 쇼핑몰로 가거나 아키타 역으로 가는 기차를 탈 수 있는 와다 역으로 갈 수 있습니다. 날씨는 같은 시기의 한국보다 2~3도 정도 낮은 정도이고, 겨울에는 눈이 정말 많이 옵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AIU는 매년 몇백 명의 교환학생을 유치하기 때문에 교환학생 안내가 굉장히 친절한 편입니다. 메일을 보내면 대부분 하루 안에 답장이 오고, 안내사항도 자세합니다. 다만 그래서 아주 많은 양의 메일과 안내 파일이 오기 때문에 정보를 누락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1. 비자 신청 절차
서울대에서 교환 승인을 받은 후 2월 말에 AIU 포털에 로그인 가능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받았고, 해당 웹사이트에서 안내하는 대로 서류를 제출했습니다. 성적증명서와 여권 사본, 건강검진 결과서 등을 보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챙길 게 굉장히 많고 기간이 꽤 촘촘하니 꼼꼼히 확인하셔야 합니다. 4월 초까지 기본 정보 입력을 마쳐야 했고, 저는 3월 중순에 이를 완료했습니다.
필요한 절차를 다 거치고 나면 AIU 측에서 CoE(Certificate of Eligibility) 발급을 신청해줍니다. 일본 비자를 발급받으려면 반드시 이 CoE가 필요합니다. 일본의 경우 CoE를 컴퓨터 파일로 받아볼 수 없고 우편을 통해 실물로 전송되는데, 제 경우 7월 18일에 국제협력본부에 CoE가 도착했습니다. 분명 서류 제출은 한두 달 전에 다 끝냈는데 CoE가 도착했다는 소식은 오지 않아 조급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광화문에 있는 일본 대사관에 직접 찾아갔는데, 코로나 때문에 직접 대면으로는 비자 발급이 불가능했고 대행사를 이용해야 했습니다. 지금은 바뀌었을 수도 있으니 미리 홈페이지에서 확인하고 찾아가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CoE를 수령하자마자 바로 비자 발급 대행사를 찾아갔는데, 신청자가 많아 비자 발급에 2~3주 정도 걸린다는 말에 불안했던 기억이 납니다. 중간에 AIU 측에서 서류가 하나 누락되어 그걸 처리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렸습니다. 저는 8월 19일에 비자를 받았는데, 제 출국이 8월 23일이었으니 출국 4일 전에 겨우 비자를 받은 셈입니다. 그러니 비자 발급은 가능하면 최대한 빨리 신청하시길 바랍니다.
2. 숙소 지원 방법
3~4월쯤 CoE 발급을 위한 정보 입력을 할 때 기숙사를 지원하게 됩니다. 기숙사 조건을 살펴보고 1~3지망까지 적어서 홈페이지를 통해 제출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AIU에서 제가 교환학생 신분으로 신청할 수 있었던 기숙사는 총 세 군데입니다. 제가 생활한 곳은 Sakura Village로, 3인 3실입니다. 열쇠로 현관과 개인 방을 열 수 있습니다. 한 명당 개인 방 하나씩을 가지고 거실과 부엌, 화장실과 샤워실을 공유합니다. 신식은 아니지만 그렇게 오래된 건물도 아니기 때문에 저는 노후되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하고 살았습니다. 하루에 온수가 한 방당 150L만 나오기 때문에 룸메들이랑 잘 조절해서 쓰라고 오티 기간에 전달 받았는데, 욕조에서 목욕하고 샤워를 아무리 오래 해도 한 번도 온수가 떨어져서 문제가 생긴 적은 없었습니다. 딱 하나의 단점은 옷장이 없다는 점입니다. 5단 책장이 있어 옷을 접어놓을 수는 있지만... 그래도 옷걸이에 옷을 걸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벽에 고정할 수 있는 플라스틱 폴이 있기는 하지만 너무 옷을 많이 걸면 그대로 떨어져버립니다. 이 폴이 침대에 누웠을 때 바로 머리 위에 있는데, 자다가 그 폴이 머리 위로 떨어져서 깬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Global Village는 2인 1실로 열쇠를 사용합니다. 2인 1실이고 개인 침대를 감싸서 개인 공간을 만들 수 있는 커튼이 천장에 달려있기는 한데, 책상 쪽에는 가릴 수 있는 커튼이나 블라인드가 없습니다. 살아본 친구들 말로는 개인 공간이 없어 항상 불편하다고 하니, 저처럼 개인 공간이 무조건 필요하신 분들은 Global Village는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상대적으로 학교의 모든 시설 (교실, 식당, 작은 상가) 에 모두 가까운 기숙사이기는 하나, 사실 AIU 캠퍼스 자체가 정말 작기 때문에 아주 작은 차이에 불과합니다. Global Village에는 옷장은 없지만 옷을 걸 수 있는 행거가 인당 하나씩 있습니다.
Tsubaki Village는 무려 12인 12실입니다. 인당 방 하나씩을 쓰고 커다란 거실과 부엌, 화장실과 샤워실을 공유합니다. 2022년 초에 완공된 가장 최신식 건물이고 현관과 개인 방 모두 비밀번호로 열고 닫습니다. 룸메이트가 많다보니 Tsubaki Village에 들어가면 초반에 친구들과 친해지기 정말 쉽다고 합니다. 가장 거실이 넓으니 학생들끼리 작은 파티를 열 때도 대부분 Tsubaki Village에서 엽니다. 저는 룸메이트가 11명이나 있는 게 너무 부담스러워서 안 들어갔는데, 외향적이고 처음부터 친구를 많이 사귀고 싶은 분이라면 강력 추천합니다.
저는 1지망으로 넣었던 Sakura Village에 문제 없이 입사했는데, 다른 교환학생 친구들 중에는 1지망을 떨어지고 2,3지망에 배정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요금은 Tsubaki > Sakura > Global 순으로 비쌌습니다.
3. 파견 대학 지불 비용(student fee, tuition fee, 기숙사 비용 등)
Tuition fee(등록금)은 서울대학교에 등록금 내는 것으로 대체되었습니다. 따라서 제가 AIU에 지불한 비용은 Room Fee(기숙사), Bedding and Cleaning Fee(침구와 청소비), Mandatory Meal fee(오티 기간 학생식당 필수 이용비), Activitiy Fee, Deposit(12월 초에 돌려받았습니다)입니다. 총 합쳐서 한화로 300만원 조금 안되게 지불했습니다. 지불은 '모인'이라는 해외송금 어플을 사용했는데, AIU 측에서 제공한 일본 계좌 정보를 그대로 넣었는데 은행지점이 조회가 되지 않아서 송금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AIU 쪽과 일주일 정도 메일을 주고 받고 송금을 시도한 결과 성공했습니다.
4. 기타 유용한 정보
모든 교환학생이 마찬가지이겠지만 비행편은 최대한 일찍 예약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조금 촉박하게 비행기를 예약했는데 덕분에 가까운 일본에 가는 것인데도 꽤 돈이 들었습니다.
IV. 학업
1. 수강신청 방법
AIU의 수강신청은 서울대학교의 장바구니 시스템과 비슷하면서 조금 다릅니다. 우선 수강신청 첫 일주일 정도는 원하는 과목을 시간표에 넣습니다. 신청 인원수가 넘쳤는지 여부는 알 수 있으나, 해당 과목에 몇 명이 신청했고 몇 명이 넘쳤는지는 알 수 없어 매우 막막합니다... 그래도 최대한 상황을 보고 일주일 동안 자유롭게 시간표에서 과목을 넣고 뺍니다.
해당 기간이 지난 후에는 drawing period가 시작되는데, 인원이 넘친 과목에 대해서는 말 그대로 drawing(추첨)을 진행합니다. 선착순 방식이 아니라 무작위 추첨을 통해 수강 인원이 선발됩니다. 다만 교환학생의 경우 학점인정 받을 수 있는 과목이 한정되어 있는 경우, 이 과목을 꼭 들어야 한다는 증명 서류를 제출하면 추첨 없이 일부 승인되는 케이스를 보기도 했습니다. Tea Ceremony나 Ikebana 같은 일본 전통 문화 관련 교양 수업이 매우 인기가 많아 항상 drawing을 진행한다고 하는데, 저는 이 drawing에서는 떨어졌습니다.
개강 이후 1~2주 동안은 수강변경 기간입니다. 이때는 누군가 수강취소를 하면 바로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그 자리에 수강신청을 하면 바로 승인됩니다. 저는 수강변경 마지막 날에 Tea Ceremony에 여석이 나서 들어갔습니다.
2.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일본은 유학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12학점 이상을 무조건 이수해야 합니다. 저는 15학점을 수강했습니다. 일본어 수업을 들으려면 오리엔테이션 기간에 레벨 테스트를 보면 됩니다. AIU의 etl 격인 AIMS 웹사이트에서 테스트를 볼 수 있고, 시험 며칠 뒤에 레벨 배정 결과가 나옵니다.
제가 일본어는 히라가나 가타카나 겨우 뗀 상태로 갔기 때문에 일본어 수업은 가장 초보 단계인 JAS100을 수강했습니다. 기초일본어 수업이 JAS100과 JAS110 두 가지가 있었는데, JAS100은 말하기와 듣기 위주인 회화, JAS110은 문법 위주였습니다. 서양에서 온 교환학생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JAS110은 영어권 학생들을 위한 커리큘럼으로 진행됩니다. 따라서 진도가 꽤 느리고, 아시아권 학생은 자국 교재로 공부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조언을 들었습니다. 저는 나중에 한국 가서 일본어를 따로 공부할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일본어 회화 수업을 들었습니다. 저는 매우 만족했습니다. 과제와 시험 모두 부담 없었고 앞으로 일본 여행을 다니면 기본 회화 정도는 할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이 늘었습니다.
교양대학이기 때문에 사회학 강의가 많이 열리지 않아 전공 과목은 Taiwan Society Today라는 3학점짜리 수업 하나만 들었습니다. 대만의 역사 경제 사회 문화 정치 모든 부분을 아우르는 수업으로, 수업의 2/3은 교수님 강의, 1/3은 학생 토론이었습니다. 대만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수업을 들었는데 무난한 수업이었습니다. 학점이 생각보다 높게 나와서 놀랐습니다.
Introduction to Japanese Society 수업은 교환학생 비율이 매우 높습니다. 일본 전반의 사회 문화 경제 정치에 대해 다루는 수업으로, 매 수업마다 학생들이 팀별로 한 주제씩 맡아 발표를 합니다. 제가 들었던 수업 중에 이 수업이 가장 '일본에 온 교환학생'으로서 들을 가치가 있다고 느꼈던 수업이었습니다. 15분 동안 발표를 한 차례 해야 하고 보고서도 두 번이나 내야 했기 때문에 수월하기만 한 수업은 아니었지만, 특히 서양 친구들과 아시아권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Tea Ceremony 수업은 일본 문화 교양 수업 중 하나입니다. 인기가 많은 수업이라 수강신청 기간에 반드시 인원이 초과되고, 추첨에 들어야 들을 수 있습니다. 저는 처음에 추첨에서는 떨어졌으나 수강변경 기간에 스나이핑을 하여 마지막 자리로 들어갔습니다. 이 수업은 가장 '일본'스러운 수업이었습니다. 일주일에 두 번 수업이 있는데 하루는 일본 다도 문화의 역사, 특징, 정신에 대한 학생 발표를 듣고 토론을 합니다. 남은 하루는 학생회관 2층에 있는 다다미 방에 가서 직접 다도 실습을 합니다. 학기초에 교수님께 1000엔(만원)을 지불하면 녹차 가루 한 통을 받고 다다미방에 있는 다도 세트를 대여하여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시험 기준도 후했고 일주일 중 정말 힐링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담당 교수님께서 일본 전통 문화에서 저명한 학자셔서 직접 기모노를 입으시고 와가시(곁들여 먹는 간식)도 직접 만들어주시는 등 생각보다 굉장히 전문적이었습니다.
여담으로 일본 문화 교양 수업 중 일본식 꽃꽂이인 Ikebana 수업이 있는데, 저는 이 수업이 있는지를 몰라 신청하지 못하여 후회했습니다. AIU 가실 생각이 있으신 분이라면 Tea Ceremony와 함께 Ikebana도 적극 추천합니다. 주변 친구들 하는 것 보니 박물관으로 답사도 가고 직접 꽃꽂이도 해서 기숙사에 가져가는 등 알차게 활동했습니다.
Cyberpsychology는 흥미로워 보여서 수강했습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심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다양한 리딩을 읽고 토론해보는 수업이었는데, 교수님이 학생들의 피드백을 적극 수용하시고 토론을 적극 권장하셨습니다 이 수업 덕분에 영어로 말하는 자신감이 많이 생긴 것 같습니다.
3. 학습 방법
AIU의 수업은 학생 참여가 중심이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학생이 노력하는 만큼 얻어갈 게 많다고 느꼈습니다. 제가 들은 수업은 모두 리딩이 있었는데, 이 리딩을 해가지 않으면 수업에서 토론을 할 수가 없습니다. 리딩을 아예 안 하면 강의와 토론을 못 따라가게 되고 결국 몇 시간 동안 멍만 때리다 기숙사로 돌아오게 됩니다. 교환학생에서 얼마나 학문적으로 성장하고 싶은지는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아무리 시간이 없어도 리딩을 대충이라도 해가려고 노력했고, 매 수업마다 한 번씩은 의견을 공개적으로 말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중간고사나 기말고사가 있는 과목이 생각보다 적습니다. 대부분의 수업이 발표나 토론에 높은 점수를 배정하고, 기말고사는 에세이로 대체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에 해당 과목에서 배우는 내용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잘 정리해놓고 에세이나 발표에서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 교수님들께 과제에 관한 질문을 적극적으로 했더니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공부는 주로 Nakajima library에서 했습니다. 24시간 개방되어 있고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 아주 많습니다. 삼나무 숲이 보이는 창가, 책장 옆의 테이블, 팀플을 하거나 친구들과 함께 공부할 수 있는 그룹스터디룸 등 여러 곳에서 기분 전환하면서 공부하기 좋았습니다. 책장 곳곳에 놓여있는 스탠드를 가져다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음식물 반입 금지인데 시험 기간에 밤을 샐 때는 과일이나 과자 등을 가져와서 친구들과 먹으면서 공부했습니다.
4. 외국어 습득 요령
AIU는 캠퍼스 내에서는 모두 영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일본어를 몰라서 생활하는데 불편함을 겪지는 않습니다. 모든 수업이 발표와 토론 위주이기 때문에 영어 회화 실력 늘리는 데 아주 좋습니다. 저는 이제 일상 대화와 토론 정도는 문제 없이 영어로 자신 있게 할 정도로 영어 실력이 늘었습니다. 캠퍼스 내의 카페 직원분들이나 기숙사 경비원 분들은 영어를 모르시지만, 적절한 바디랭귀지와 일본인 친구의 도움이 있다면 충분히 소통하면서 지낼 수 있습니다. 본인이 영어 실력이 부족하다고 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게, 몇몇 미국인이나 영국인 교환학생 친구들을 제외하고는 모두에게 영어는 second language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영어에 유창한 것이 아니라서 말하다가 조금 막히더라도 다들 기다려주고는 합니다.
일본어는 앞서 언급했듯이 일본어 수업이 있습니다. 하지만 시내에 있는 쇼핑몰이나 가게에는 웬만하면 영어나 심지어 한국어로 번역된 안내문이 있습니다. 평소에 시내를 놀러다니거나 쇼핑을 하는 데에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영어를 못하는 점원과 소통해야 할 때는 번역기를 사용했는데 제가 만난 일본인 점원분들은 모두 천천히 하라며 기다려주셨기 때문에 이것도 별로 번거롭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생활하다보면 일상에서 사용하는 일본어 회화 표현 몇 개는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됩니다.
5. 기타 유용한 정보
학생증만 있으면 학교 모든 건물을 늦은 밤이든 새벽이든 언제든지 들어갈 수 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학생증이 없으면 다니는데 큰 문제가 생깁니다. 오리엔테이션 기간에 목에 걸 수 있는 카드 홀더를 주는데, 저는 한 학기 내내 학생증을 홀더에 넣고 항상 목에 걸고 다녔습니다.
AIU의 웹사이트인 ATOMS에 접속하면 학교 시설을 대여할 수 있는 reservation 탭이 있는데, 거기에 들어가면 웬만한 학교 시설을 원하는 만큼 대여할 수 있습니다. 저와 제 친구들은 스터디룸을 예약하거나, 헬스장을 대여하여 운동하거나, 밤에 교실 하나를 빌려 영화를 보기도 했습니다.
국제교양대학의 랜드마크인 나카지마 도서관(Nakajima Libary)은 최상의 시설을 자랑합니다. 학생 수에 비해 저서 수도 상당하고 시간 열려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가서 자리 , 24 잡고 공부할 수 있습니다. 학생들이 대여하여 사용할 수 있는 그룹스터디룸이 1층에 3개, 2층에 6개 있어 저는 주로 친구들과 그룹스터디룸을 대여하여 함께 공부했습니다. 또 혼자만 들어가서 공부할 수 있는 1인 독서실 같은 공간도 12개 있었습니다. 학생증이 있으면 자료 인쇄를 무료로 할 수도 있습니다.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다양한데, 저는 이 중 FLCP(Foreign Language Conversation Partner)에 멘토로 참여했습니다. 언어교환 프로그램으로, 각국에서 온 학생들이 자국 혹은 본인이 유창하게 할 수 있는 언어로 멘티와 대화하는 시간을 가지는 프로그램입니다. 저는 한국어 멘토로 참여했는데, 생각보다 일본인 재학생 중 한국어를 잘하거나 관심 있는 학생들이 굉장히 많고, 제가 유일한 한국어 멘토였기 때문에 저는 일주일에 2~3번 정도는 항상 appointment가 있었습니다. 한국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부담도 적었고 학생들과 쉽게 친해질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V. 생활
1. 가져가면 좋은 물품
교환학생들 모두가 공통적으로 애먹었던 게 침대인데요, 침구를 제공해주기는 하나 제공되는 매트리스가 우리가 아는 그 폭신한 스프링 매트리스가 아닌 그냥 두꺼운 이불 하나입니다. 그래서 저는 겨울용 이불을 매트리스 위에 깔고 잤습니다. 조금 추워질 때쯤 부모님께서 전기장판을 보내주셨습니다. 일본은 보일러가 아니라 히터로 난방을 하기 때문에 겨울이 되면 정말 방바닥이 얼음장이 됩니다. 히터를 계속 틀면 너무 건조하기 때문에 꼭 전기장판을 가져가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또 제공해주는 베개가 구슬 알이 들어가 있는 베개입니다. 저는 한국에서도 비슷한 베개를 써본 적이 있어 불편하지 않았는데, 특히 서양 친구들은 너무 불편하다면서 다이소에서 3천원 정도 하는 베개를 구입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좋았던 건 일주일에 한 번씩 무료로 베개와 이불의 시트를 바꿀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저는 2주에 한 번씩 침구 시트를 교체했습니다.
제가 많이 안 가져가서 후회했던 건 기념품입니다. 가서 친해지는 친구들에게 주려고 출국 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L자 파일 대여섯개, 수첩 대여섯개, 서울대 노트와 펜 몇 개 정도 가져갔는데 생각보다 많이 모자랐습니다. 특히 출신 대학교 기념품을 교환하는 것이 저는 매우 좋았습니다. 한 친구와는 대학교 후드티를 교환하기도 했습니다.
2. 현지 물가 수준
일본은 교통비 외의 다른 물가는 한국과 거의 비슷합니다. 게다가 제가 파견 갔을 때는 엔저였기 때문에 저는 상대적으로 가성비 좋게 교환학생을 다녀왔습니다. 항상 외출을 하면 교통비가 문제였습니다. 아키타 시내에 한 번 다녀오면 왕복 1시간도 안 걸리는데, 7천원은 우습게 깨집니다. 어쩌다 택시 한 번 타면 10분에 한국 돈 3만원이 나와서 택시는 되도록 타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3. 식사 및 편의시설 (식당, 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식사]
개인적으로는 먹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았습니다. 일식을 평소에 좋아하기도 하고, 학교 내에서 사먹을 수 있는 식사가 나쁘지 않았어서요. 다만 매운 음식을 찾을 수 없는 게 아쉬웠습니다. 학교 건물 내부에서 밥을 사먹을 수 있는 공간이 세 군데 있습니다. Cafeteria는 전형적인 학생식당으로 아침에는 빵과 샐러드 잼 등이 , 간단하게 나오는 3300원짜리 식단, 점심과 저녁에는 3~4개 정도의 메뉴가 제공되는 4400원짜리 식단이 제공됩니다. 밥과 미소국은 리필할 수 있습니다. 서울대 학식에 비교했을 때 저는 매우 만족했으나, 음식의 맛이나 양이 편차가 큽니다. 저는 전체적으로 양이 적다고 느껴 항상 밥을 두 그릇씩 먹었습니다. 오리엔테이션 기간에 Cafeteria에서 제공하는 식사에 대한 Meal Plan을 할인 받아 구매할 수 있습니다. Cafeteria와 동일한 주방을 사용하지만 다른 키오스크를 사용하는 Restaurant이 학생 식당 내부에 하나 더 위치해 있습니다. 점심에는 규동, 가츠동 등 비교적 여러 메뉴를 제공하고 저녁에는 카레, 소바, 우동, 규동 이 네 가지 메뉴를 제공합니다. 가격은 학생식당과 똑같은 4400원이라, 저는 Cafeteria 메뉴가 마음에 안 드는 날만 Restaurant에서 식사했습니다. College Cafe는 학생회관 1층에 위치해 있습니다. 버거나 샌드위치, 또띠아 같은 간편한 식사를 상시 판매하고, 일주일마다 바뀌는 Weekly 메뉴가 4가지 제공됩니다. 돈까스, 파스타, 덮밥, 김치국밥 등 메뉴가 매우 다양했습니다. 간단한 식사에 음료 정도 추가하면 5000~6000원 선이고, weekly 메뉴는 7000~8000원대였습니다. 저는 여기에서 많이 먹었습니다. 다만 여기는 현금만 받았습니다.
학교 근처에서 밥을 사먹는 방법은 많지 않습니다. 아예 버스를 타거나 차를 타고 나가지 않는 이상 세네 가지 선택지밖에 없습니다. Ayera라는 인도 카레 집이 있는데, 학생들 사이에서 매우 인기가 많습니다. 학생 카레 세트가 1000엔(만원)이고, 볶음밥도 매우 맛있습니다. 싼 편은 아니라 자주 가지는 못했지만 못해도 2주에 한 번은 갔던 것 같습니다. 사장님이 정말 친절하시고, 카레의 맵기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일본에는 매운 음식이 많이 없기 때문에 Ayera에 정말 많이 갔습니다. 원래는 맵기가 5까지 있는데, 저와 친구들은 20까지 올려 먹어보았습니다. Hinata Ekis라는 카페가 캠퍼스 옆에 있습니다. 학생증을 가져가면 100엔(천원) 할인을 받을 수 있으나, 음료와 디저트가 상당히 비싼 편이라 음료보다는 버섯파스타나 버섯오믈렛 세트를 먹으러 갔습니다. Cycling Center 옆에 있는 작은 식당이 있는데, 저는 가보지는 못했지만 6000~7000원 정도이고 양이 매우 많다고 합니다. 돈까스와 카레 등을 팝니다. 학교에서 오르막길로 5분 정도 걸으면 Crypton이라는 호텔이 있는데, 그곳 식당도 먹을 만했습니다. 1000엔 정도에 고급진 돈까스나 우동을 먹을 수 있었고, 따뜻한 커피가 무한 리필이었습니다. 두 번 정도 갔습니다.
저는 사먹는 것 외에도 쇼핑몰에서 음식을 사다가 밥을 많이 해먹었습니다. 룸메이트들에게 양해를 구해서 프라이팬이나 냄비는 빌리고, 쇼핑몰에서 개인 그릇만 사서 사용했습니다. 쇼핑몰에 한국 음식을 많이 팔기 때문에 굳이 캐리어에 많이 들고 오실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가격도 크게 차이 안 납니다.
쇼핑몰과 시내에는 양식, 일식, 심지어 한식까지 웬만한 요리는 다 사먹을 수 있습니다. 반드시 가보아야 할 곳은 AEON 쇼핑몰 근처 Frespo mall에 있는 오꼬노미야끼 집입니다. 가게 이름은 도톤보리이고, 오꼬노미야끼를 시키면 직접 반죽을 철판에 부어 구워먹는 식입니다. 원하는 오꼬노미야끼 한두 개를 주문하여 먹거나 2시간 무한리필 옵션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저는 친구들과 오꼬노미야끼 & 술 무한리필 옵션을 자주 이용했습니다.
[통신]
USIM은 오리엔테이션 기간에 업체에서 와서 교환학생을 대상으로 한 plan을 안내해주십니다. 저는 한 달 3기가 쓸 수 있는 유심으로 구매하였고 불편 없이 사용했습니다. 3기가를 모두 사용해도 느린 데이터로 전환될 뿐 사실상 무제한 요금제라서 편했습니다. 전화 플랜은 필요 없을 것 같아 넣지 않았고 문제 없었습니다. 캠퍼스에 와이파이가 잘 터지기는 하지만 캠퍼스 외부로 놀러갈 때 유심을 사지 않은 친구들은 많이 고생했습니다. 공유기는 가져갈 필요 없습니다. 저는 혹시 몰라서 가져가 썼는데, 오히려 제가 공유기를 사용하니 원래 기숙사에 있던 공유기와 신호가 충돌해서 인터넷 속도가 느려졌습니다.
[재정]
현금이 많이 필요합니다. 현금을 넣을 수 있는 장지갑을 들고 오시고, 동전지갑도 추천합니다. 저는 일본 와서 동전지갑 하나 샀습니다. 카드 결제를 받지 않는 가게가 체감상 60% 이상이었습니다. AEON 쇼핑몰 다이소에서도 현금만 결제 가능했습니다. 저는 VISA 신용카드를 하나 가져갔고, 현금 넉넉히 미리 환전해서 모자라지는 않았습니다. 원래는 일본 은행 계좌를 하나 개설해서 송금을 받으려고 했는데, 카드 수수료가 그렇게 비싸지도 않고, 은행 계좌 개설하는 것이 생각보다 까다롭습니다. 평일에만 여는 은행에 가서 일본어로 상담을 해야 하고, 한코라는 도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가져간 카드와 현금으로 계속 생활했습니다. 현금이 필요하면 AEON 쇼핑몰이나 편의점 ATM에서 뽑아 사용하면 됩니다.
[교통]
학교가 시내와 꽤 떨어져 있는 편으로, 시간이 있을 때마다 주로 AEON 쇼핑몰이나 아키타 시내에 갔습니다. 두 군데 모두 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데, 버스가 적게는 3번 많게는 8~9번 밖에 없어서 시간을 잘 계산해야 합니다. 택시가 매우 비싸기 때문에 한 번만 이용했습니다. 차로 10분도 안 걸리는 거리가 35000원 정도였습니다.
AEON 쇼핑몰은 슈퍼마켓, 옷가게, 다이소, 영화관, 오락실, 식당, 카페, 서점 등 웬만한 가게가 모두 있는 정말 큰 쇼핑몰입니다. 학교에서 버스를 타고 갈 수 있으며, 못해도 일주일에 한 번은 갔습니다. 생필품은 거의 한국에서 안 가져오고 저렴하게 다이소나 슈퍼마켓에서 사서 퇴거할 때는 모두 버렸습니다. 현금이 없는 친구들은 쇼핑몰에 있는 국제 ATM에서 항상 현금을 뽑아 썼습니다.
아키타 시내로 가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학교에서 와다 기차역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고 시내를 가는 방법이고, 둘째는 학교에서 AEON 쇼핑몰로 버스를 타고, 무료 셔틀버스를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일본은 교통비가 비싸기 때문에 저는 최대한 무료 셔틀버스 시간을 맞추어 잘 이용했습니다. 셔틀버스 시간은 AEON 쇼핑몰 정류장에서 볼 수 있습니다.
아키타 시내에는 단풍과 연꽃이 예쁜 센슈 공원이 있으니 해당 시즌에 꼭 가보시길 추천합니다. 저는 시내에서 노래방에 많이 갔습니다. 일본 노래방 요금에는 기본적으로 탄산음료나 커피, 차 등 음료수 무한리필 옵션이 포함되어 있고, 시간제로 계산하여 돈을 낼 수도 있지만 특정 시간대에 가면 아주 저렴하게 놀 수 있는 프리타임제가 있습니다. 예컨대 아침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언제 들어와서 언제 나가든 상관 없이 인당 한화 만원 정도를 냈었습니다. 또 아키타 역에서는 좀 멀지만 20분 정도 걸으면 매우 큰 Mega 돈키호테 매장이 있습니다. 여기에 2층에 중고 옷 매장이 있어 저는 좋은 옷을 꽤 많이 샀습니다. 크고 작은 축제 또한 아키타 시내에서 자주 열립니다.
4. 학교 및 여가 생활 (동아리, 여행 등)
다양한 동아리가 많고, 오리엔테이션에 간단한 동아리 소개 세션도 있습니다. 하지만 본인이 일본어를 잘하지 못한다면 동아리 내의 일본인 재학생과 교환학생 비율을 잘 살펴보고 들어가시길 바랍니다. 저는 동아리 3개에 들었었는데, 하나는 너무 일본인 비율이 높아 항상 일본어만 사용하기에 초반에 나왔습니다. 몇 년 전의 귀국보고서를 보니 Korean Society 동아리가 있다고 해서 찾아보았는데 없어진 듯했습니다. 저는 Yatose라는 일본 춤 동아리와 일반 Dance club 에서 활동했고, 매우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춤을 잘 추지 못하시는 분이더라도 Yatose는 강력 추천드립니다. 동작이 쉽고, 일본 대학교를 다닐 때만 할 수 있는 색다른 경험입니다. 이 동아리 하면서 학교 축제 무대에도 섰고, 10월 말에는 아키타 시내에서 진행했던 Yatose 축제에도 공식적으로 참여했습니다. 교환학생 친구들이 하던 다른 동아리에는 기모노 동아리, 서예 동아리, 칸토 동아리(아키타 전통 스포츠), 뮤지컬 동아리 , 아카펠라 동아리 등이 있었습니다.
AIU는 아키타 공항에서 10분 거리에 위치하여 있기 때문에 학기 중 여행을 가기 용이합니다. 혹은 공항 바로 옆에 있는 렌터카 업체에서 차를 대여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주로 금~일 혹은 토~월 로 스케줄을 잡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학교에서 차로 1시간 걸리는 목장과 폭포를 당일치기로 보고 오기도 하고, 아오모리와 히로사키라는 지역에 가서 사과 축제와 단풍축제도 즐겼습니다. 12월 초에는 삿포로에 가서 눈 오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만끽하고 온천도 했습니다. 어떻게든 시간을 만들어서 여행을 많이 다니는 걸 추천드립니다.
일본에 있는 외국인(정확히는 외국 여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Explorer pass를 사용하여 비행기 표를 상당히 싼 값에 구매할 수 있습니다. 구글에 'Japan explorer pass'라고 검색하시면 항공사 홈페이지가 나옵니다. 약 두 달 전에 예약한다면 보통 20만원 선인 아키타-도쿄 혹은 아키타-오사카 편도 항공권을 무려 5만원 선에 예약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매진이 되거나 가격이 올라가니 최대한 빨리 여행 계획을 잡아 비행기표를 예매하면 돈을 많이 아낄 수 있습니다.
5. 안전 관련 유의사항
오리엔테이션 때부터 곰이 나온다고 경고를 받았습니다. 늦은 밤에는 공원이나 학교 뒤쪽 숲으로 되도록이면 가지 말고, 갈 거면 혼자 가지 말라고 지도 받았습니다. 심지어 10월 초에는 차고 다닐 수 있는 bear bell을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나누어주었습니다. 처음에는 가볍게 말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그 전 해에 학교 근처 숲에서 새끼 곰을 봤다는 일본인 친구도 있었습니다. 매일 오후 7시 58분과 8시 58분, 9시 58분에는 Sakura Village 쪽에서 삐-삐- 거리는 매우 큰 경고음이 30초 정도 울리는데, 이게 곰을 쫓아내기 위한 경고음이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매일 울려서 좀 당황했는데 몇 주 지나니 그러려니 했습니다. 덕분에 다들 밤에 산책할 때는 곰이 나오지 않을까 조심하면서 다녔습니다. 제가 수학한 학기에는 곰을 봤다는 친구는 없었지만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을 듯합니다.
6. 기타 유용한 정보
한국인 교환학생이 많지 않습니다. 제가 갔을 때는 3명 있었고, 대부분의 교환학생들이 서양에서 온 친구들입니다. 따라서 한국어를 사용할 일이 정말 없습니다. 저는 체감상 캠퍼스 내에서 90% 영어, 8% 일본어, 2% 한국어 사용했습니다. 처음에는 뭔가 소속감을 느낄 집단이 전혀 없으니 당황스러웠는데, 오히려 한국인끼리 어울리지 않으니 다른 나라 친구들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많아 좋았습니다.
캠퍼스 내에 꽤 가성비 좋은 렌터카 서비스가 있습니다. 캠퍼스 주차장에 렌터카 두 대가 기본적으로 배치되어 있고, 어플을 통해서 시간대를 예약하면 바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국제운전면허증을 어플에 등록해야 하고, 일본은 좌측통행이기 때문에 애로사항이 꽤 있습니다. 국제면허증 발급에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일본에서 운전을 하실 거라면 미리 발급받아 오시기 바랍니다.
택배를 받을 일이 종종 있는데, 일본은 택배를 받을 때 누군가 직접 수령을 해야 합니다. 문 앞에 놓고 가는 게 원칙상 불가능해서, 방에 있기 힘든 상황이라면 룸메이트에게 미리 부탁을 해놓는 것이 좋습니다. 국제 택배는 AEON 쇼핑몰 옆의 우체국이나 아키타 역 내의 우체국에 가서 부칠 수 있는데, 저는 싸게 선박으로 보내고 싶어 아키타 역의 우체국으로 갔습니다. 친구가 렌터카 대여해서 시내로 짐 옮겨 주고, 직원 분이 매우 친절하셔서 일본어를 잘 하지 못했는데도 수월하게 부쳤습니다. 우체국 내에서도 튼튼한 택배 박스를 팔기 때문에 가서 짐을 싸도 무방합니다. 다만 우체국이 넓지는 않아서 우체국 내에서 짐을 다 풀어놓고 박스에 재포장을 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각 기숙사 별로 Laundry Room이 있는데, 세탁기와 건조기 출력이 각 기숙사 동마다 다릅니다. 제가 있을 때는 건조기 출력이 좋지 않아 건조기를 Tsubaki Village 두 번 돌리거나 Sakura Village의 건조기를 사용하였습니다. 세탁기와 건조기는 한 번당 100엔(천원)입니다.
Ⅵ.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복작복작한 대학 문화를 즐기고 싶은 분들에게는 솔직히 AIU를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여러 번 언급했듯이 AIU는 시골에 있는 학교이고, 매일매일 시내에 나가서 노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저와 친구들은 하루 일과가 끝나면 캠퍼스나 캠퍼스 앞 공원을 몇 시간 동안 산책하면서 수다를 떨거나, 함께 영화를 보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지루한 생활이라고 느껴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저도 학기초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캠퍼스 안에 있는 시간이 긴 만큼 깊은 관계를 많이 만들 수 있었습니다. 저는 다른 한국인이나 아시아권 교환학생 친구들보다는 서양 친구들과 주로 어울려다녔는데, 하루에도 몇 시간씩 이야기하면서 새로운 것을 많이 배울 수 있어 값졌습니다. 4달은 말하자면 정말 짧은 시간이지만, 하루에 12시간 이상 함께 있으니 한국에서 몇 년 간 친했던 친구들 만큼 속 얘기를 많이 할 정도로 친해진 외국인 친구들도 있습니다. 저는 이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통해 제 인생관이 바뀌었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정말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정말 색다른 환경에서 전혀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과 하루종일 이야기 나누고 어울려 다니는 것만으로도, 한국에서는 할 수 없었던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AIU에 지원하거나 관심을 가지는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매우 적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양대학이라 전공 수업이 많이 열리지 않아 학점 인정이 쉽지도 않고, 어차피 영어를 사용할 것이라면 되도록이면 가까운 일본보다는 미주나 유럽을 선호할 테니까요. 저도 지원하기 전 매우 고민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정말 모두에게 AIU를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시차도 없고 문화 충격이나 향수병은 덜한 일본에서, 전혀 다른 문화를 접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데에 이만한 환경은 없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