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제가 교환을 신청한 동기는 단순합니다. 입학 전부터 외국어에 관심이 많았고, 그러다 보니 외국 사회에 대한 호기심도 강했습니다. 자연히 대학 입학 후 교환학생을 한 번 쯤 가보는 것이 버킷리스트가 되었으며, 막연히 불어를 사용할 수 있는 지역으로 가 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교환 6개월은 조금 짧게 느껴진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고, 제 목표는 다른 사회에서 오래 살아보는 것이었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1년 교환을 지원했습니다. 오래 전부터 기대해 온 교환이었던 만큼 저는 기대감도 매우 컸던 편이었습 니다. 가본 적 없는 지역에 대한 호기심도 강했으며, 새로운 사람을 만나 다양한 문 화를 경험하고도 싶었고, 불어 실력을 기르고 싶다는 기대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은 그 모든 경험을 터닝포인트로 삼아 제 인생의 방향을 정하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강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모든 게 막연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처음으로 불어권 지역 에 가는 것이 쉽게 보이지만은 않았고, 1년 동안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는 것인지 자 신이 없어지기도 했습니다. 해외 생활 준비에 막막해졌던 것도 여러 번이었으며, 직전 학기 번아웃도 심해 파견 한 달 전까지도 포기할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꿈을 가 지고 도전한 교환은 그저 번아웃의 탈출구로 보였습니다. 그렇게 여러 설렘과 걱정을 같이 안고 출발한 교환이었지만, 1년이 지난 지 금, 저는 제 교환학생 파견이 제 대학 생활의 터닝포인트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제네바는 스위스 내에서 상당히 큰 도시에 속합니다. 인구 수로는 취리히에 이어 스 위스 전체 중 2위, 불어권 내에서는 가장 큰 도시로 꼽힙니다. 인구가 많은 만큼 도 시 곳곳으로 교통이 매우 잘 연결되어 있으며, 여러 기업 및 서비스도 고루 입지해 있습니다. 그럼에도 서울과는 사뭇 다른 느낌입니다. 약 50만 인구가 사는 이 도시는 스위스 내에서 가장 크기로 유명한 레만 호수 끝자락에 위치해, 남동쪽으로는 알프스 자락을, 도시 내부로는 두 개의 강을 끼고 있습니다. 때문에 제네바 사람들은 아름다운 경관 속에서 사계절의 다양한 자연환경을 즐기곤 합니다. 더불어 세계대전의 피해를 입지 않아 옛 스위스의 면모도 남아 있어, 평화의 도시(city of peace)라는 수식어가 자연 스럽게 느껴지는 곳입니다. 그런가 하면, 제네바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국제도시로도 유명합니다. (Roots of 파견기간 2022-2 ~ 2023-1 교환학생 귀국 보고서 학 번 2020-14804 파견국가 스위스 소 속 불어불문학과 파견대학 University of Geneva 성 명 이지현 - 2 - internationalism and pacifism) 1536년 종교 개혁 이후 억압을 피해 이민자들이 모이며 성장을 이룬 배경이 있는 만큼, 제네바의 대중교통 속에는 정말 많은 인종이 뒤섞여 있습니다. 이후 1863년 ICRC(국제 적십자사) 건립 이후 UN, ITU, CERN 등 다양한 국제기구가 들어서며 제네바는 유럽 내 대표적인 국제도시로 자리매김하였고, 오늘날까지도 평화안보, 인권, 노동, 경제, 과학, 건강, 환경 및 국제개발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들고 있습니다. 그런 제네바의 중심에 위치한 제네바 대학교는 도시만큼이나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 습니다. 1559년 장 칼뱅이 설립한 이래 도시와 함께 발전해온 이 학교는, 현재 스위 스 불어권 대학 중에선 가장 순위가 높은 대학으로 꼽힙니다. 그 명성에 걸맞게 여러 국제기구, 대학교, 연구기관들과 제휴를 맺고 있는 점이 큰 장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 다. 더불어 제네바에 위치한 만큼 국제관계학이나 법학뿐만 아니라, 화학, 심리학, 물 리학 등의 분야에서 10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기도 하였습니다. 프랑스와 국경 을 맞대고 있기도 해 여러 불문학의 시초가 된 곳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제네바 대학 은 인문학뿐 아니라 사회과학, 과학 등 여러 분야의 학생들이 공부하기 아주 좋은 학 교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크게 비자와 숙소 관련 행정을 마무리하고 가야 합니다.
1. 비자
한국에서 임시비자(임시 거주허가증)을 받고, 현지에서 6개월 혹은 1년짜리 거주허가 증으로 갱신해야 합니다. 한국에서 임시비자를 발급 받으려면 acceptance letter가 나온 직후 스위스 대사관 과 면접 일정을 잡아야 합니다. 대사관 비자행정의 경우, 영업일이 주 2~3회에 오전 시간에만 가능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면접 이후 비자 발급까지 평균 2달 정도 걸리 니 늦어도 6월 말에는 면접을 보시는 게 좋습니다. 다만 사람이 몰릴 때는 다소 비자 발급이 늦어지니, 너무 지연되는 경우 제네바 대학측 교환학생 담당자에게 사정을 설 명하면 됩니다. 제네바 도착 직후 OCPM에 필요 서류를 동봉해 우편으로 보내거나 직접 찾아가 전 달하면, 사람이 너무 몰리지 않는 이상 4주~5주 이내로 지문 등록 안내 우편이 옵니 다. 우편 속 QR코드에 연결된 사이트에서 예약을 잡고, 예약 일자에 사진과 지문을 찍고 오면, 3일~7일 이내에 우편으로 거주허가증이 배송되는 구조입니다.
2. 숙소
제네바 대학의 경우 cité universitaire라는 대학생 기숙사를 추천해줍니다. 제네바 내 다른 기숙사 대비 굉장히 합리적인 가격이라 많은 교환학생들이 이곳에서 머물렀 습니다. 신청은 CUG booking이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제네바 대학측에 - 3 - 서 acceptance letter를 받게 되면 직후에 “finding housing”이라는 문서도 받게 됩 니다. 문서에 적혀있는 대로, cité 사이트에 회원가입한 다음, guarantee letter까지 작성해서 보내면 신청은 완료됩니다. 이후 학기 시작 3달 전쯤 첫 번째 invoice가 나 오니, 월세를 지불하고 사이트에 제시된 서류만 모두 업로드하시면 절차는 끝납니다.
IV. 학업 및 현지 생활 안내
제네바 대학교는 서울대학교와 다르게 학기 시작 전에 수강신청이 기간이 따로 없습 니다. 단, 학기 시작하고 3주간은 자유 수업 기간으로 원하는 수업을 마음껏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3주가 지나면 수업 신청을 해야 하는데, 한 번 신청한 수업은 무를 수 없으니 신중하게 신청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수업은 크게 Maison de langue(MDL) 수업과 정식수업 두 가지를 수강했습니다. 정 식 수업으로는 international relations / Emotions, comportements individuels et action collective / Economic analysis in international institution / International geneva / Pouvoirs et mobilisation en Amerique latine / Politique Suisse 수업을, MDL 수업으로는 Grammaire B2 + travaux practiques / Intermediaire B2 / Expression orale 수업을 수강했습니다.
III.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돌이켜 보면 정말 의미 깊은 1년이었습니다. 포기할 생각까지 한 교환이었지만 끝내 는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 기간이었습니다. 1년 가량의 교환 기간 동안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우선 영어와 불어 에 대한 불편함이 많이 없어졌습니다. 1년이 지난 후에는 영어로 생활하는 것에 큰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으며, 프랑스어 역시 초반에는 부담을 가지고 있었으나, 현지인 친구들의 도움으로 불어자격증을 취득하며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분야에도 흥미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제네바 대학교에서 전공이 아닌 수업을 들으며 재미를 느꼈고, 그 분야를 조금 더 집중적으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특히 제네바 대학교 소속 동아리가 주최해 참가한 MUN conference는 절대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다양한 친구들을 만 날 수 있었으며, 제가 생각해본 적 없는 진로의 길을 걷는 친구들을 보았고, 덕분에 저 또한 인생의 방향을 설정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다양성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1년이라는 기간 동안 저는, 유럽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한국과는 전혀 다른 도시경관을 보고, 다른 라이프 스타일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현지 친구들이나 교환학생들과 어울리고, 공항에서 만난 사람과 친구가 되고, 기차 옆자리에 앉은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현지 친구들의 가족을 소개받는 등등 여러 국가의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제가 알던 것 외 새로운 - 4 - 문화와 삶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결국 교환 생활은 저를 넓혀준 기간이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던 삶만이 삶이 아니라 는 사실을 깨달았고, 대신 여러 인생을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두려움을 없애나갔고, 여러 기회에 도전해보며 경험의 중요 성을 인지할 수 있었던 기간이기도 했습니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스스로를 들여다 본 후에 미래에 대한 확신을 얻을 수 있었던 것 역시 행운이었습니다.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며, 해보지 못한 것에 도전했던 이런 귀중한 기회를 한 번 더 가질 수 있을까 아쉬움까지 느낍니다.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사실에 감사드리고, 교환 생활 동안 얻은 깨달음으로 저 스스로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