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작년 2022년 후반기에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있는 한 국제기구에서 6개월 간 인턴쉽을 진행하게 되
었습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해외에 6개월만 머물고 한국에 돌아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컸고, 학
과의 커리큘럼 상으로도 한 학기만 쉬고 돌아가는 것보다는 1년의 사이클에 맞추어 복귀해야 몇몇
수업을 수강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에 해외의 대학교에서의 수학 경험을 얻고 싶어 교환 프
로그램을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저의 파견대학은 독일 칼스루에에 위치한 칼스루에 공대, Karlsruhe Institute of Technology (이
하 KIT)입니다. 앞서 참가 동기에 언급했다시피 교환 바로 직전까지 오스트리아에서 인턴십을 진행
하였는데 이 인턴십이 정확히 2월 말에 끝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파견대학을 고르는 필수
기준은 유럽 내의 대학이라는 것과 3월 이후에 개강하는 학교 두 가지였습니다. 여기에 몇 가지 더
선호사항을 꼽자면 저의 전공인 원자력을 배울 수 있는 학교와 제가 할 수 있는 언어인 영어/불어/
독어권 나라였습니다. 이러한 조건들을 바탕으로 세 학교를 선정하게 되었고 그중에서 KIT에 선정되
어 한 학기동안 수학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우선 KIT는 독일에서 선정한 상위 9개의 국립공과대학 TU9 중 한 곳입니다. KIT 출신의 노벨 수
상자는 한국에서도 유명한 벤츠와 헤르츠를 꼽을 수 있습니다. 다양한 공학 분야 중에서도 원자력
공학은 독일 내에서만이 아니라 유럽 내에서도 최상위로 손꼽히는 곳이며 독일에서 유일하게 대학
내에 연구용 원자로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KIT의 연구 기관 규모는 단일 연구 기관 기준 독일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합니다. 학부의 경우, 프랑스와 인접한 지리의 특성을 이용하여 프랑스의 명문
공대인 그르노블과의 연합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칼스루에 도시에 집중했을 때도 흥미로운 부분이 많습니다. 칼스루에는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에 위
치하여 있는데 과거에 바덴주와 뷔르템베르크주로 분리되어 있을 때에는 바덴주의 주도였습니다. 칼
스루에는 특히 헌법재판소가 위치한 곳으로 유명한데 일반적으로 독일 뉴스에서 ‘칼스루에에서 ~~한
결정을 내렸다’와 같은 표현은 헌법재판소의 이야기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철도가 상당
히 발달되어 있는데 한국에서 그리 유명하지 않은 칼스루에를 주변 한국인이 알고 있다면 대개의 경
우가 환승역일 정도로 독일의 철도교통 중심지입니다. 특히 파리에서 뮌헨으로 기차를 타고 간다면
칼스루에에서 반드시 환승을 해야할 정도이니 기차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칼스루에에서 정말
다양한 곳으로 여행을 다닐 수 있습니다. 칼스루에는 프랑스의 국경에 매우 가깝기 때문에 인접한
프랑스의 도시인 스트라스부르를 기차를 이용하면 1시간 만에 도착할 수도 있고 국경선 같은 경우는
자전거를 타고도 1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칼스루에는 방사형의 지리적 모양으로도 유
명한데 이러한 특성 덕분에 도시 곳곳에서 도시의 중심부인 칼스루에 궁전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칼스루에 궁전도 프랑스와 인접한 특성 탓인지 독일 특유의 고성 형태보다는 프랑스나 오스트리아의
궁전처럼 낮고, 넓고, 우아한 느낌을 가지고 있습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우선 독일의 비자를 준비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한국에서 독일대사관을 통해 미리 받
고 오는 것과 독일 내의 외국인청을 방문에 독일에서 직접 받는 것입니다. 일정이 여유롭다면 한국
에서 미리 받는 것이 가장 편한 방법이겠지만 저는 오스트리아에서 바로 넘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한
국에서 받을 수가 없어 칼스루에 외국인청에서 직접 비자를 발급받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여기서 유의할 점이 있는데 대게 한국에서 독일로 오는 경우 ‘쉥겐 협약’이라는 것을 통해 무비자
로 유럽 내에 90일간 머물 수 있어 초반 90일간은 비자 없이도 자유롭게 유럽 여행을 다닐 수 있지
만 저의 경우는 오스트리아 생활로 인하여 90일 무비자 조건이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다
행히 한국과 독일 사이의 ‘양사 사증 면제 우선 조건’이라는 것을 통해 비자를 받을 것이 확실하다
면 그 기간까지 무비자로 거주할 수 있게 해주었지만 쉥겐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비자를 받기 전
까지 독일 국경을 넘어 유럽을 이동할 수는 없었습니다.
비자 신청의 방법으로는 독일에 도착하자마자 외국인청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미리 테어민(예약)을
잡았습니다. 3월 초에 잡아도 가장 빠른 테어민이 5월이었으니 최대한 빨리 테어민을 잡는 것이 중
요합니다. 그 다음으로는 테어민 당일에 필요한 서류들을 잘 챙겨 가기만 하면 무사히 비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한 학기만 머무는 경우, 카드 비자가 아닌 여권에 붙이는 스티커 비자를 발급하여 비
교적 저렴하게 비자를 받으실 수 있습니다.
숙소의 경우, 사전에 KIT에서 매칭을 해주어 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저는 Nancystrasse
라는 기숙사에 살았는데 KIT와 그리 가깝진 않았지만 상당히 평화롭고 칼스루에 내의 가장 큰 종합
병원이 바로 옆에 있어 상대적으로 안전한 곳이었습니다. 기숙사 월세는 약 280유로 대였고 이는 물
가나 학생들의 기숙사 청결도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고 합니다. 만약 KIT로 교환 프로그램을 가게
된다면 초반에 KIT에서 보내주는 메일을 빠르게 확인하여 기숙사를 신청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
고 저는 몰라서 시도하지 않았지만 원하는 특정 기숙사가 있을 때, 메일로 기숙사 신청을 할 때 원
하는 기숙사로 배정을 요구한다면 꽤나 높은 확률로 원하는 기숙사 배정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교환 프로그램을 올 때 학비는 서울대로 내지만 가장 처음에 입학비? 명목의 80~90유로의 돈을 지
불해야 합니다. 그리고 경제적 부분에서 독일 교환학생의 가장 큰 특징이라하면 보험과 라디오세를
들 수 있습니다. 칼스루에는 엄청 큰 도시가 아니기 때문에 기숙사 월세 자체가 그리 비싸진 않았지
만 모든 독일의 학생들은 독일에 거주하면서 120유로 대의 보험료를 매달 내야합니다. 뿐만 아니라
본인의 기숙사에 어떠한 TV나 라디오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라디오세(통신비)를 일정 내야합니다. 모
든 비용들은 정해진 기한을 넘길 시 추가 비용이 생길 수 있으므로 잊지 않고 시기에 맞춰 내거나
자동이체를 설정해 두어야 합니다.
IV. 학업
KIT의 수강신청 방법은 매우 특이합니다. KIT에서 학업을 하며 가져야 했던 개념은 ‘수업을 듣는다
고 수강신청을 할 필요는 없다’와 ‘수강신청을 했다고 시험을 볼 필요는 없다’였습니다. ‘수강신청’이
라는 개념이 이곳에는 그저 eTL 같은 학업 사이트를 통해 수업 자료를 받는 것입니다. 수강신청을
한다는게 시험을 보는 것과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시험신청이 별개로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따라
서 수강신청을 하지 않아도 누구나 원하는 수업을 들을 수 있고, 수강신청을 했더라도 자신이 없거
나 시험을 보고 싶지 않다면 시험을 보지 않아도 됩니다. 선착순이라는 개념이 없으며 원하는 수업
은 모두 들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성적에 큰 부담을 갖지 않고 평소 흥미를 느끼던 분야가 있다면 자유롭게 수업을 들을 수 있습니다.
저는 독일어를 그리 잘하지 못하기 때문에 영어 수업만 듣길 희망했습니다. 상당수의 영어 수업은
석사 수업이고 제가 듣고 싶었던 원자력 수업도 석사과정에만 존재하기 때문에 저는 1개의 수업을
제외하곤 모두 석사 수업을 들었습니다. 제가 수강한 수업 중에서 ‘Reactor Safety I’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서울대학교의 ‘원자로 안전공학’이라는 수업과 견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한국의 수
업에 비해 원자력 공학, 원자로 이론 등의 포괄적인 공학 개념을 포함하고 있어 원자력에 대한 기본
개념이 없는 학생들이 수강하기에 좋았습니다. 서울대 수업과의 차이를 두자면 모든 예시들이 독일
의 원자로와 KIT 자체에서 개발한 시스템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것과 독일의 규제 기관을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과 독일의 원자로 안전 분야에 대한 산업적인 차이점을 느낄 수 있
어서 가장 흥미로웠습니다.
KIT에서 생활하며 느꼈던 또다른 특이한 점은 Oral Exam이었습니다. 많은 석사 수업은 우리가 일
반적으로 하고 있는 Written Exam이 아니라 교수 2명 앞에서 구술로 질문에 답하는 Oral Exam으
로 시험을 진행합니다. 따라서 수업의 지나치게 사소한 개념을 모두 기억하는 것보다는 전반적인 흐
름을 파악하고 특성 상황이나 이론을 말로 유연하게 설명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마치 백지에 특정
주제에 대해 알고 있는 걸 모두 정리하는 것처럼 특정 단원이나 개념을 던지면 전체적인 내용을 풀
어서 설명하는 방식으로 시험을 준비했습니다. 참고로 Oral Exam은 시험 시간이 끝나면 시험 장소
밖에서 약 5분간 대기하고 이후에 다시 시험 장소로 들어가면 바로 성적을 알려줍니다. 시험을 잘
보지 못했다고 생각했을 때 약간의 부끄러움이 들긴 하지만 성적을 빠르게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
습니다.
영어의 경우, 대부분의 친구들도 영어 원어민이 아니기에 서로 서툴고 부족한 영어 실력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위축되거나 자신감이 부족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습니다. 독일어의 경우, 생활에서 꼭 필요한 문장들(예, 카드로 계산할게요. 이 트램이 00에
가나요? 등)을 자연스럽게 사용하도록 연습했습니다. 그 외로 종종 처음보는 사이에 길거리에서 말
을 거는 독일인들이 있는데 그런 경우를 놓치지 않고 그 사람들이 하는 단어를 하나라도 더 알아들
으려고 하거나 특정 문장은 어떻게 말하는지 알려달라고 하면서 적극적으로 독일어를 수용하는 것이
좋은 요령이었습니다.
V. 생활
여름이라면 선글라스, 부채, 양산을 반드시 챙기길 추천합니다. 자외선이 훨씬 더 세기 때문에 땡볕
에 오래 돌아다니면 종종 각막이 깎이고 있다는 느낌도 들곤 합니다. 반면 한국보다 습기가 훨씬 없
기 때문에 양산과 부채만 있으면 비교적 더 버티기 수월합니다. 겨울이라면 전기매트를 꼭 챙기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계절과 관계없이 피부가 예민하시다면 스킨케어 제품을 가져오면 좋습니다. 한국
화장품 수준이 상당히 높은 것도 있거니와 제품의 질과 상관없이 자신에게 잘 맞는 제품을 쓰는 것
이 꽤나 중요하고, 피부가 뒤집어졌을 때 회복하는 것도 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식료품은 한국보다 월등히 쌉니다. 요리를 기존에 좋아했든 아니든 이곳에서는 요리에 정을 붙여야
훨씬 유리합니다. 그에 비해 외식 물가는 더 비싼 편인데 최근에 한국 물가가 아주 오르면서 한국과
거의 비슷하거나 살짝 더 싼 정도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 외에도 학교 식당인 멘자에서
음식을 상당히 저렴하게 판매하므로 수업이 있는 날에는 멘자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의료의 경우 앞에서 언급했듯 모든 학생들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하는 보험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독일에서 유명한 보험 중 하나인 TK에 가입한다면 크게 아픈 것 뿐만 아니라 치과, 예방접종(가다
실) 등도 보장받을 수 있고 요가나 헬스장 같은 스포츠 시설에도 일정 부분 할인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KIT 학생이라면 평일 오후 6시부터 오전 6시, 주말과 공휴일에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
니다. 뿐만 아니라 매일 공유자전거인 next-bike를 30분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칼스루에는
자전거 도로가 상당히 잘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30분 사이에 거의 대부분의 곳을 다닐 수 있어 유
용하게 사용하였습니다. 추가로 더 교통수단을 이용하고 싶다면 독일의 Deutschbahn ticket을 구매
하여 독일 내의 ICE, IC를 제외한 모든 기차를 탈 수도 있습니다.
저는 독일 ALDI라는 체인점에서 제공하는 ‘알디톡’ 유심을 이용하였습니다. 일종의 알뜰폰 개념으
로 생각할 수 있고 개통 시 다른 유럽에서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보다 훨씬 더 싼 가격으로
핸드폰 유심을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개강 전, ESN-Karlsruhe에서 개최했던 O-phase라는 오리엔테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친
구들을 사귀었고 학기 중에 특별히 다른 동아리를 하지는 않았지만 O-phase에서 만난 친구들과 꾸
준히 연락하면서 즐거운 생활을 보냈습니다. 오후에 칼스루에 궁전 근처에서 피크닉을 열기도 하고
서로 각자의 집에서 디너 파티를 열어 서로의 본국 음식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여유로운 시간이
겹친다면 함께 여행을 가기도 했습니다. 저는 비자를 받기 전까지는 베를린, 뮌헨, 슈투트가르트, 프
랑크푸르트, 프라이부르크 등 독일 내의 도시들을 주로 여행했으며 비자를 받은 이후에는 프랑스, 스
위스, 스페인, 벨기에, 룩셈부르크, 불가리아, 루마니아 등 유럽의 각국을 여행했습니다.
독일은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비교적 안전한 편이며 개인적으로 인종 차별을 겪은 적도 없었습니
다. 다만 늦은 저녁에 귀가할 때는 항상 주변을 잘 살피고 다녔으며 특히 유럽의 다른 나라로 여행
할 때는 치안에 상당한 유의를 했습니다. 핸드폰을 항상 연결줄을 이용하여 몸과 연결했고 중요한
물건은 거의 가지고 다니지 않았으며 중앙역 등 특히 치안이 위험한 곳은 경보로 빠르게 이동했습니
다. 분명 조심해야 하는 것은 맞으나 방심하지 않고 주변을 잘 살핀다면 크게 위험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Ⅵ.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5개월이 정말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다른 문화권의 친구들이 만나는 상황 속에서 저의 인간관계의
아쉬운 점도 많이 느꼈고 학업적인 면에서 더 열심히 하지 못했던 점을 후회하기도 했습니다. 하지
만 그만큼 성장했고 부족했던 부분을 받아들이는 부분도 배우게 되었습니다. 주변의 몇몇은 고학년
에도 졸업을 하지 않고 해외 생활을 하러 가는 것에 대한 의아함을 표시하기도 했지만 더 넓은 세상
에 나와보니 저는 너무나 어렸고, 하고 싶은 일들에 더 거침없이 도전해도 되는 나이였습니다. 제가
저의 한계를 두지 않고 얼마나 더 자유롭고 당차게 살아낼 수 있는지 다방면으로 느끼고 배우는 기
회가 되었습니다. 좋은 기회를 주신 국제협력본부에 감사의 말씀을 남기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