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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김O기_Maastricht University_2022학년도 2학기 파견

Submitted by Editor on 5 October 2023

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교환학생 프로그램은 안전하고 비교적 합리적인 비용으로 해외 생활을 경험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입학 때부터 꿈꾸던 일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너무도 다양한 선택지에 지망을 선정하는 것이 어려웠는데, 제가 후보를 추리는 데 사용했던 방법을 공유 드리고 싶습니다.

교환학생 생활에서 자신이 꼭 이루고 싶은, 혹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가치 3가지를 정해서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국가와 대학들을 소거하고 나면 남은 선택지들을 비교하기 한결 쉬워지는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 한국의 강의식 수업이 아닌 제대로 된 토론식 수업을 경험해보고 싶었기에 대학의 수업방식이 첫번째 기준이었습니다. 또한 영어 외의 제2외국어는 자신이 없었고 영어실력을 향상시키고 싶다는 바람이 있어 영어로 충분히 소통이 가능한 지역인지를 두번째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마지막으로는 그동안의 대학 생활에 잠시 쉼표를 찍고 평화롭게 지내고 싶었기에 인구밀도와 자연환경 등을 고려했습니다.

이러한 기준으로 북유럽 국가들과 네덜란드, 호주로 지역을 추려서 그때부터는 해당되는 대학의 후기나 홈페이지를 찾아보며 지망 순위를 정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마스트리히트는 독일, 벨기에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네덜란드의 소도시로, 네덜란드 하면 흔히 떠올리는 운하는 없지만 뫼즈강이 평화롭게 흐르는 동네입니다. 강을 기준으로 서쪽에는 기숙사와 대학교, 여러 행사가 열리는 메인광장과 시내가 있고 동쪽에는 기차역과 상점거리가 있습니다. 주요 활동반경을 기준으로 서쪽 끝에서 동쪽 끝까지 걸어가도 최대 1시간 정도인 작은 도시이고, 대중교통은 버스뿐이라서 주로 자전거를 타고 다닙니다. 기숙사에서 학교까지는 걸어서 20-30분 정도/자전거로 5-10분 정도 걸립니다. 저는 태어나서 쭉 서울에서 살았기 때문에 도시의 북적임에 질려있는 상태여서 사람도 적고 평화로운 마스트리히트가 특히나 아주 좋았습니다.

독일과 벨기에와 인접해있는 만큼 플릭스버스(유럽 전역을 연걸하는 버스)30분이면 가까운 독일, 벨기에 도시에 갈 수 있고 마스트리히트 공항, -쾰른 공항(독일), 브뤼셀 공항(벨기에) 등 가까운 공항이 여러 개 있어서 다른 유럽 국가들로 여행을 다니기에 편리합니다. 유럽의 중심부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 때문인지 EU 탄생 조약인 마스트리히트 조약이 체결된 역사적 의미가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유럽 국가들은 역사와 전통을 중시하기 때문에 건물이나 시설이 노후된 지역들이 많은데, 네덜란드는 유럽 국가들 중 깨끗하고 신식 건물들이 많은 곳에 속합니다. 그러면서도 마스트리히트 내에는 13세기에 지어져 현재는 대학교 캠퍼스와 시내를 구분하는 city wall이 있어 옛것과 새것의 조화가 아름다운 곳입니다. 또한 캠퍼스 쪽에 넓은 공원이 있어서 피크닉과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공간도 많습니다. 사람들도 매우 친절하고 남녀노소 영어를 모국어만큼 하기 때문에 네덜란드어를 전혀 몰라도 의사소통에 어려움은 없습니다.

마스트리히트 대학교는 굉장히 international한 학교로 교환학생 비율도 많고, 정규학생 중에도 네덜란드보다는 주변 유럽국가에서 온 친구들이 많습니다. 거의 모든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어 선택지가 넓고, 아시아계 학생은 많지 않지만 그래도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모여있기 때문에 교환학생으로서 적응하기에 수월합니다. 하지만 Problem-Based Learning(PBL) 이라는 일명 토론식 수업을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출석도 엄격하고 수업 전에 리딩과 수업목표에 따른 답변을 준비해가야 합니다. 저는 한국의 Lecture 스타일 수업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해서 PBL 수업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을 갖고 선택했기에 영어실력이나 수업방식에서 어려운 점이 있어도 즐기면서 수업을 들을 수 있었지만, 적극적인 참여형 수업을 힘들어하시는 분이라면 특히나 영어로 진행된다는 점을 감안하여 충분한 고민 후에 선택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현지 생활에 대한 정보를 찾거나 출국짐을 챙길 때 OIA 귀국보고서와 네이버 블로그의 후기를 많이 찾아보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됩니다. 또한 메일로 거주허가증 발급, 수강신청 등 기한 내에 신청해야 하는 중요사항에 대한 안내가 오니 메일을 자주 확인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 기숙사

마스트리히트 대학교의 경우 ‘Maastricht Housing’이라는 대학 연계된 사이트에서 방을 구할 수 있는데, 빨리 구할수록 선택지가 많기에 합격 통보가 나면 가장 먼저 기숙사를 구하시길 추천합니다. 저는 교환학생이 제일 많이 거주하는 P빌딩과 C빌딩에서 각각 한 학기씩을 보냈는데 P빌딩은 대부분 2인실 방 안에 주방이 있는 구조이고, C빌딩은 대부분 1인실에 같은 복도의 친구들과 주방을 공유하는 형태입니다. 주방이 딸린 1인실도 소수 있기는 하지만 가격이 비싼 편입니다. 방의 크기와 구조에 따라 하루에 18유로에서 33유로까지 다양하며 다음달 1일 전까지 홈페이지를 통해 미리 월세를 납부합니다. 샤워실과 화장실은 P,C빌딩 모두 같은 복도 친구들과 공용으로 사용하며, 공용공간은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한 평일에 매일 기숙사 측에서 청소를 해주십니다.

아무래도 공용주방이 있는 게 같은 복도 친구들과의 교류도 많고 편하게 다른 친구들과 초대해 음식을 만들어 먹거나 모일 수 있어서 저는 C빌딩에서 지낸 시간이 더 좋았습니다. 하지만 공용주방의 특성상 설거지를 제때 하지 않는 등 공유지의 비극이 발생할 수 있고, 가끔 주방에서 시끄럽게 파티를 하는 친구들도 있어서 여러 장단점을 고려하여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 의료

만일에 대비해 유학생 보험을 들고 가기는 했지만, 현지에서 병원을 가려면 예약을 잡고 며칠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고 우리나라처럼 세고 확실한 약 처방이 흔치 않아 현지 병원은 이용해보지 않았습니다. 특히 감기에 걸렸을 때 유럽 약국에서는 약이 아닌 스트렙실 종류를 주기 때문에 한국 감기약을 미리 챙겨가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불가피하게 현지 약을 구매해야 하는 경우에는 약국에 찾아가 증상을 설명하거나 인터넷으로 미리 찾은 약 종류를 보여주는 것이 좋습니다.

 

IV. 학업 및 현지 생활 안내

- 학업

네덜란드는 학기가 아닌 Period를 단위로 수업을 진행합니다. 한 학기가 두 개의 Period로 나뉘어 있고, Period 사이에 약 10일간의 중간 방학이 있다고 생각하면 편합니다. 한국에서의 2학기에 해당하는 시기에 Period1,2가 진행되고 겨울 계절학기 개념의 Period3가 끝난 후 다시 한국에서의 1학기 시기에 Period4,5가 진행되고 여름 계절학기 개념의 Period6가 있습니다. 정규 한 학기를 계절학기 두 개로 나누어 듣는 느낌이라서 좀 더 intense하고 몰입도 있는 수업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수업은 LectureTutorial로 구성되는데 Lecture는 강의식 수업으로 필요한 경우에만 포함되고 메인은 Tutorial 수업으로 교수님은 토론의 방향을 잡아주는 길잡이 역할만 하시고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만들어 가는 토론식 수업입니다. Pre-disscussion 시간에 수업 주제에 따른 Learning goals(수업목표)를 설정하고 다음 수업시간까지 각자 주어진 논문을 읽고 답변을 준비한 후 다음 수업의 Post-discussion 시간에 답변을 공유하고 발전시키는 형태입니다. 그렇다보니 Tutorial 그룹의 구성원에 따라 토론 분위기가 달라지고, 학생들의 준비도에 따라 수업의 퀄리티에도 많은 차이가 생길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인문사회계 수업의 경우 Tutorial 수업이 더욱 효과적으로 느껴졌지만, 자연과학 내용을 다루는 수업의 경우 부족한 input을 토대로 토론을 해야 해서 학생들도 어려움을 겪고 Problem-Based Learning(PBL)의 의미가 퇴색된다고 느꼈습니다. 간혹 수리 혹은 회계 수업의 경우 창의력 수학 문제처럼 강의와 토론을 적당히 결합한 형태로 수업을 풀어가는 교수님들도 계시니 강의계획서를 잘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현지 생활

기숙사 근처 Brusselsepoort라는 종합쇼핑센터에 식료품, 생필품을 포함한 거의 대부분의 상점들이 모여있어서 생활하기에 편리합니다. 식료품은 Jumbo(윰보)Albert Heijn(알버트하인)에서 주로 구매하는데 알버트하인은 마에스트로 카드나 현금만 가능합니다. 생필품은 Action, Hema, Kruidvat이 가장 저렴해서 자주 이용합니다.

외식 물가가 한국의 1.5-2배 정도로 비싼 편이라서 주로 기숙사에서 요리를 해먹거나, ‘Thuisbezorgd’라는 배달 어플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 계좌

네덜란드는 비자나 마스터 카드가 아닌 마에스트로 카드만 받는 곳들이 종종 있어서 네덜란드 도착 후 현지계좌를 만들어 마에스트로 체크카드를 발급받으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네덜란드 현지 계좌가 있으면 친구들과 정산할 때도 매번 환율을 곱해서 보내지 않아도 되고, 유럽 여행을 다닐 때도 편리합니다.

보통 INGbunq 중에 계좌를 만드실텐데, ING는 발급절차도 까다롭고 시간도 오래걸려서 네덜란드 현지의 카카오뱅크 개념으로 어플을 통해 쉽게 계좌를 열고 닫을 수 있는 bunq를 강력 추천합니다. 한 달에 2.99유로씩 내는 멤버십을 선택하시면 생활에 필요한 기능은 모두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해외송금으로 주기적으로 계좌에 돈을 충전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긴 하지만, 환율이 낮을 때 한 번에 송금해두고 쓰시면 좋습니다. 해외송금 시에는 모인이라는 사이트를 이용했는데, 유학생으로 가입하면 송금수수료가 면제되어 해외송금 플랫폼 중에는 가장 저렴한 것 같습니다.

 

III.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코로나로 인해 지원 시기를 계속 미루게 되면서 여러 불확실성 때문에 포기를 고민했던 순간도 있었지만, 결론적으로는 정말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포기했다면 없었을 순간들을 떠올리면 아찔하기까지 할 정도로 저에게는 행운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익숙한 환경을 벗어나 당연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되고, 그에 따라 사소한 것에 감사하게 됨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내가 그동안 꿈꿔왔던 것이 정말로 나의 욕구인지 아니면 은연중에 사회로부터 주입된 욕구인지를 명확히 할 수 있었습니다. 내게 상수였던 것들이 변수가 되고, 그에 따른 차이를 발견하는 경험은 낯선 곳에 스스로를 자발적으로 떨어뜨린 자에게만 허락되는 것임을 느꼈습니다. 마주치는 모든 새로움을 때로는 즐겁게, 때로는 힘들게 성실히 통과해낸 후 무엇보다 자신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 것 같습니다.

각자가 지닌 부담과 의무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어려운 짧은 여행과 달리 얼마간의 생활이었기에 이 모든 기억이 한낮의 꿈이 아닌 평생 간직할 반짝이는 조각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졸업 또는 취업으로 인한 왠지 모를 조바심 때문에 고민하는 분들이 있다면 이 시기에만 경험할 수 있는, 인생의 부피를 키워줄 기회에 꼭 도전하시길 바란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잊지 못할 경험의 토대를 마련해 주신 국제협력본부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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