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해외에서 장기간 체류해본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통해 해외 대학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며 새로운 문화를 경험해보고 싶었습니다. 또한 오랜 시간동안 익숙하고 편안함을 느끼는 곳에서만 생활해왔기에 한번쯤 낯선 곳에서 적응해나가는 경험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보스턴은 미국 북동부에 위치한 역사가 매우 깊은 도시로 메사추세츠 주의 주도입니다. 하버드, MIT를 포함한 유서깊은 학교들이 많이 자리잡고 있어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미국의 다른 도시들과는 달리 비교적 차분합니다. 관광객들에게 많이 알려진 명소로는 퀸시 마켓(Quincy Market), 보스턴 레드삭스의 홈 구장인 펜웨이 파크(Fenway Park), 그리고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시카고 미술관과 더불어 미국의 3대 미술관으로 꼽히는 MFA Boston (Museum of Fine Arts Boston)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보스턴 퍼블릭 도서관(Boston Public Library), 쇼핑 거리인 뉴버리 스트릿(Newbury Street), 보스턴 중심부에 자리한 두 공원인 보스턴 커먼(Boston Common)과 퍼블릭 가든(Public Garden), 그리고 MFA Boston 옆에 위치한 또 다른 미술관인 이자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미술관(Isabella Stewart Gardener Museum) 역시 가볼 만 한 명소입니다.
Boston College는 보스턴의 중심부보다는 훨씬 안쪽인 Chestnut Hill 쪽에 자리잡은 학교로, 중심부와 떨어져있어 시내를 나가려면 T(트램)을 타고 대략 40-50분 정도는 나가야하지만, 그만큼 조용하고 안전한 동네에 위치해있습니다. 다만 주변에 식당이나 편의시설이 거의 없기 때문에, 외식을 하기 위해서는 T를 타고 적어도 20분 정도는 나가야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교환학생들이 배정되는 기숙사는 대부분 부엌이 없는 Traditional dorm이고, 학교 카페테리아 역시 메뉴가 한정적이고 질이 좋지 않기 때문에 그나마 가장 학교 근처에 위치해있는 하버드 애비뉴(Harvard Avenue)쪽으로 나가 외식하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파견대학에서 보내주는 안내 메일을 수시로 잘 확인하시고 필요한 것들을 꼼꼼하게 준비하시면 되는데, 가장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것들로는 비자와 건강 서류 제출 정도가 있습니다. 비자의 경우 파견대학에서 비자 관련 서류(I20)를 보내주는대로 최대한 빨리 비자 신청과 인터뷰를 예약하시면 되는데, 유학생/교환학생들이 한창 몰리는 6-8월의 경우에는 비자 인터뷰를 원하는 시간에 예약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우므로 시간 여유를 두고 미리 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건강검진의 경우 과거 백신 접종 내역만 잘 확인하셔서 추가적으로 접종이 필요하거나 검사가 필요한 것들을 근처 내과에 방문해 완료하시면 됩니다.
IV. 학업 및 현지 생활 안내
보스턴은 워낙 안전하고 조용한 도시이고, 특히나 Boston College가 위치해있는 Chestnut Hill은 그 중에서도 안전한 편이기 때문에 현지 적응 자체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또한 서부처럼 항상 우버나 리프트를 타야할 필요가 없고, 찰리 카드라고 불리는 충전식 교통카드만 하나 구매하면 보스턴 웬만한 곳들을 다 T라고 불리는 트램을 통해 이동할 수 있습니다. 다만 교환학생들이 주로 배정되는 기숙사에는 주방이 없어 취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meal plan이 필수여서 항상 학교 카페테리아에서 끼니를 해결해야 했었는데, 대부분 미국 학교의 카페테리아가 그렇듯 음식의 퀄리티가 그닥 좋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음식에 적응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주변에 보니 기숙사 배정 이후 학교와 컨택해 주방이 있는 기숙사로 바꾼 친구를 한 명 보았는데, 항상 가능한 건 아닌 것 같지만, 기숙사 발표 난 후 한 번 학교와 연락해서 변경이 가능한지 문의해보시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수업의 경우 저는 Boston College에서 두 학기를 수강했고, 첫 학기에는 비교적 가벼운 과목을 위주로, 그리고 두 번째 학기에는 전공 위주로 수강을 하였습니다.
2022 가을학기
- Greek Art and Archaeology
2022 가을학기 수강한 과목 중 가장 만족도가 높았던 수업입니다. 교수님께서 굉장히 열정이 있으셨고, 수업 준비를 열심히 해오셔서 매 수업마다 배워가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수업명에는 고고학도 명시되어있긴 하지만, 사실상 고대 그리스/로마 미술사를 훑는 내용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고, 기본적으로 미술사 수업이라 암기할 양은 많지만, 교수님께서 수업 문제를 출제하는 양식이 단순히 ID가 아니라 비교분석과 추론이기 때문에 암기에 대한 부담이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전공생이 아니더라도 교양으로 들어도 충분히 재밌을 만한 과목이라고 생각합니다.
- The U.S. Congress
해당 수업은 강의명 그대로 미국 의회 전반에 대해 배우는 수업인데, 배우는 내용이 흥미로운데에 반해 시험은 매우 암기식으로 출제되어서 아쉽긴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치에 관심이 있거나, 미국 의회의 구조를 한번 제대로 배워보고싶다 하시는 분들은 많은 내용을 얻어갈 수 있는 수업입니다. 다만 미국 대학 대부분의 수업과는 달리 상당히 강의식이라 수업 중 발표나 토론은 거의 없었습니다.
- Renaissance to Modern Art
해당 수업은 르네상스부터 근대 미술까지 쭉 개괄하는 수업인데, 강의명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방대한 양을 다루는 만큼 깊이는 별로 없습니다. 정말 양식사를 간략하게 배우고 싶은 분들이 수강하시면 좋고, 부담이 없는 수업이라 비전공생들이 수강하기 좋은 수업이라고 생각합니다.
- Advanced Chinese Tutorial
해당 수업은 학생이 두 명밖에 없어 1:2로 진행이 되었는데, 정해진 커리큘럼이나 교재가 존재하지 않고, 학생들이 관심있는 내용의 중국어 기사를 찾아오면 함께 읽고 토론하는 식으로 운영되었습니다. 아무래도 학생이 두명밖에 없어 후반으로 갈수록 수업 운영이 제대로 되지는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원어민 선생님과 한 학기 동안 꾸준히 대화했다는 것만으로 도움이 되는 수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난이도는 본인이 하기 나름이라, 중급중국어1 정도 수강하신 분들이라면 큰 무리 없이 수강하실 수 있는 수업입니다.
2023 봄학기
- Resource Politics
봄학기에 수강한 과목들 중 가장 만족한 수업으로, 크게 Resource Curse 와 Scarcity Problem을 주제로 중간고사 전 후 수업이 구성되어있습니다. 리딩이 상당히 많고, 수시로 리딩 퀴즈를 봐서 리딩에 대한 부담은 조금 있는 수업이지만 수업 내용 자체가 굉장히 흥미로워서 매우 만족하며 수강했습니다.
- to Data Science
정치학과에서 열리는 데이터 사이언스 수업으로, 정치학 전공생들에게 필요한 내용을 위주로 수업이 구성되어있습니다. R에 조금 익숙하신 분들이라면 큰 무리없이 수강이 가능하지만, 처음 배운다면 초반에 R Bootcamp 수업이 사실상 없는 것과 다름이 없어서 조금 어려울 수 있습니다. 과제는 크게 4개의 Problem Set을 수행하는 것인데, 미국 선거 관련 통계와 관련된 흥미로운 문제들이 출제됩니다.
- in Peace and Security Studies
해당 수업은 Peace, Security와 관련된 다양한 주제들을 배우는데, 주제들이 살짝 정리가 안되고 수업 자체가 리딩, 그리고 리딩을 읽는 학생들의 코멘트로만 진행이 되어서 체계적인 느낌은 없었습니다.
- Politics of the Middle East
해당 수업은 중동 정치의 전반에 대해 배우고, Crisis Simulation을 진행하는 수업인데, 팀플의 비중이 굉장히 높습니다. 교수님 강의력이 좋지 않으셔서 사실상 직접 리딩을 하면서 중동 정치 관련 내용을 습득하고 팀플을 준비해야하는데, 이 부분이 상당히 수고스러운 것 같습니다. 다만, 중동 정치에 관심이 많고, 시뮬레이션 참여하는 것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굉장히 재밌게 수강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III.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꽤 많은 분들이 한 학기와 두 학기 중 많이 고민하시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도 그랬으나,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다 마치고 생각해보니 결론은 “한 학기는 짧고 두 학기는 길다”입니다. 두 가지 모두 각자의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자신의 성향과 교환학생 신청 목적을 잘 생각해보시고 결정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전 결과적으로 후회가 없었고, 낯선 곳에서 일 년 가까이 생활하면서 저 자신에 대해서도 더 잘 알게 되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