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SNU in the EU 프로그램 참가 후, 해외 경험을 통해 제 시야를 넓혀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습니다. 특히 해당 프로그램이 끝나고 다녀온 두 달 간의 유럽 배낭여행에서 영국이라는 나라에 많은 매력을 느꼈습니다. 평소 좋아했던 영국의 문화를 직접 경험하면서, 관광객으로서가 아닌 영국에서 정말 현지인처럼 ‘살아보는’ 경험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이에 4학년 1학기라는 다소 늦은 시점일지라도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준비해보자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1. 파견대학/지역 선정 이유
저는 영국, 그중에서도 ‘런던’에 파견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였기 때문에 그 이외의 지역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영어로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 유럽 내에서 가장 치안이 좋은 선진국이라는 점, 평소 영국의 음악과 축구 문화에 관심이 많았다는 점 등등을 고려했을 때 영국이라는 나라로의 지원을 확신했던 것 같습니다. 또한 지난 배낭여행을 통해 저는 소도시보다는 활기차고 다채로운 도시 지역을 좋아한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에, 영국의 수도인 런던에서 수학하고 싶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기숙사 비용이 저렴하다는 점, 경영학 전공의 파견이 가능하다는 점, 아이엘츠가 아닌 TOEFL 성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Queen Mary University of London을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외의 대학은 지원하지 않았습니다.
2. 파견대학/지역 특징
Queen Mary Univeristy of London은 Mile End 역 근처에 위치하였습니다. East London 쪽에 있는 대학입니다. 다른 런던 내의 대학들과 달리 캠퍼스가 넓고, 모든 교환학생들에게 기숙사를 제공해준다는 점이 가장 특징적입니다. (특히 기숙사를 거의 무조건 제공해준다는 점이 다른 영국 대학들과의 차별점이었고, 정말 만족하는 장점이었습니다!) 또한 Mile End역이 Central, Hammersmith&City, District Line 등 세 노선의 환승역이라서 교통도 매우 편리하였습니다. Zone 2이지만 시내로 나가는데 20분 정도밖에 소요되지 않기 때문에 교통 때문에 불편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현지인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이 지역이 그렇게 치안이 좋은 지역은 아니라고 합니다. 전통적으로 부촌 지역으로 꼽히는 웨스트에 비해 이스트 런던은 이주민들이 많고 이슬람 신도들이 모여 살며, 개발이 덜 된 느낌이 강합니다. 물론 대학 주변은 학생들이 많이 오다니다보니 크게 치안이 좋지 않다는 점은 못 느꼈습니다만, 밤늦게 혼자 Whitechapel역이나 Bethnal Green역 주변 등을 돌아다니는 것은 추천 드리지 않습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1. 비자 신청 절차
영국은 6개월 미만 체류 시 비자가 필요 없습니다.
2. 숙소 지원 방법
학교에서 제공해주었습니다. 파견 4개월 전 쯤에 기숙사 신청 관련 메일이 옵니다. Mysis 사이트에서 메일에서 알려준 방법대로 Application을 제출했습니다.
3. 파견 대학 지불 비용(student fee, tuition fee, 기숙사 비용 등)
등록금은 본교에 납부하였습니다. 기숙사 비용은 주 170파운드 내외로, 월 130만원정도에 이용하였습니다. 제가 선택한 기숙사(Pooley House)는 Ensuite에 Kitchen만 7명의 flatmate끼리 공유하는 형태였습니다.
4. 기타 유용한 정보
기숙사의 경우 24시간 운영되는 데스크가 있어서 모든 문의사항을 해결하기 좋았습니다. 불편하게 이메일이나 전화를 통해 컨택하기 보다는, 직접 France House 쪽에 위치한 Residence Reception을 방문해 해결하기실 추천 드립니다. (Flat 관련 민원 사항, 택배 배송 관련 민원 사항 등등)
IV. 학업
1. 수강신청 방법
Mysis.co.uk를 통해 개강 1개월 전 정도에 수강신청하였습니다. 일단 신청서를 넣으면 Accepted가 되었는지 Declined가 되었는지 메일이 옵니다. 처음에는 Declined 되어도 Mysis를 통해 자리가 있다고 표시되면 계속 신청해보다보면, ‘취소 여석’을 잡으실 수 있을 겁니다!
2.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가장 추천 드리고 싶은 것은 ‘London: Walking the City'라는 수업입니다. 런던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영국의 역사, 사회, 문화 등에 대해 배우는 수업입니다. 다른 나라의 교환학생들과 교류하기도 좋고, 내가 생활하는 런던이라는 도시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수업이라 좋았습니다. 런던에서 생활할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는 점, 또 세계 여러 나라의 친구들을 사귈 수 있다는 점에서 추천하고 싶습니다. 그 이외에는 경영학과의 전공선택 과목들을 수강했습니다. Corporate Law and Governance는 영국의 기업법에 대한 수업인데, 생각보다 내용이 어렵지 않고 기업법의 기본적인 원리들 정도만 개괄적으로 설명해주는 수업이었습니다. Seminar 시간에는 예제를 풀고 조원들과 토론을 했어야 했는데, 이것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고 재밌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The Management of Human Resources라는 인사관리 분야의 수업도 수강하였습니다. 한국의 인사관리 수업보다 조금 더 가볍게, 이론보다는 이슈 중심으로 수업합니다. 기말보고서 100%로 평가되어서 조금 부담스러웠는데, 그래도 수업 시간에 들었던 내용들을 정리하고 이와 관련한 이슈, 그에 대한 생각 정도로 적어서 내니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3. 학습 방법
과거 시험 문제를 공개해주시는 교수님들도 많았는데, 흔히 ‘족보’라고 부르는 이 과거 시험 문제에서 그대로 다시 출제 되는 문제들이 많았습니다. 시험을 치르는 과목이라면 이 족보 위주로 공부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에세이는 자료 인용 양식을 잘 지키고, 자신의 생각을 30~50% 정도의 비중으로 서술해야지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4. 외국어 습득 요령
영국식 악센트와 빠른 말하기 속도가 처음에는 적응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QMUL의 경우 수업을 모두 녹화하여 사이트에서 제공하고 여기에 자동 자막까지 달아줍니다. 이 영상을 활용해 수업을 반복해 듣다보면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에 빠르게 익숙해질 수 있습니다. 또 현지인 사람들과 많이 대화해보는 것이 영어를 늘리는 데에는 가장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만 조금 천천히 말해달라고 하면 금방 외국어로의 대화에도 익숙해질 수 있을 겁니다.
5. 기타 유용한 정보
신기하게도 QMUL의 수업에서 출석 체크는 (초반을 제외하고는) 전혀 하지 않았고, 출석 점수도 성적에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이 신기했습니다. 그래도 수업시간에 강조하셨던 부분을 에세이에서 주로 다루니 좋은 성적을 받은 것으로 보아, 수업을 열심히 들으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V. 생활
1. 가져가면 좋은 물품
영국에서 대부분 구매할 수 있어서 생필품이나 주방도구들은 거의 가져가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솔직히 가져온 물건들 중 잘 활용한 것들이 많이 없습니다. 다만 영국은 4월~5월까지도 일교차가 크고 약간 쌀쌀하기 때문에 경량패딩이나 트렌치코트 등 한국의 간절기 옷들을 충분히 챙기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2. 현지 물가 수준
외식 물가는 정말 비쌉니다. 한 끼 적당한 식당에서 먹어도 2만원~3만원은 나오는 것 같습니다. 카페도 마찬가지로 한국 스타벅스보다 비쌉니다. 하지만 마트 물가는 오히려 한국보다 저렴합니다. 연어 6~7천원, 돼지고기 6천원, 닭고기 3천원정도입니다. 우유도 1리터에 천원 내외이고, 기타 채소 과일들도 한국과 비슷하거나 더 저렴합니다. 따라서 요리만 자주 해서 드신다면, 문화생활을 충분히 해도 한 달 생활비 100~120만원으로 충분히 생활 가능합니다.
3. 식사 및 편의시설 (식당, 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학교 내의 식당은 한 끼 만 원 정도인데 그다지 맛이 좋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가끔 기숙사 학생들을 대상으로 저렴한 가격에 아침, 점심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하니 그 때 이용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학교 근처에 맛있는 식당이 많지는 않은데, Nando's, Subway, KFC같은 프랜차이즈와 스타벅스가 있습니다. 또 Wetherspoon이라는 영국의 저렴한 프랜차이즈 pub이 있는데 가격도 매우 저렴하고 식사 메뉴도 아주 맛있습니다. 또 Tesco, Sainsbury's Local 등 마트에서 Meal Deal이라고 하여, Main Menu + Drink + Desert를 3~5파운드의 가격에 판매하기도 합니다. 생각보다 맛이 괜찮아서 가볍게 한 끼 식사를 해결하고 싶으시다면 이용해보셔도 좋을 듯합니다. 이외에도 QMUL 주변에는 없지만, Itsu, Wasabi와 같은 냉장 초밥 프랜차이즈집이 많은데 맛도 괜찮고 비교적 가격도 합리적이라 자주 이용했었습니다.
의료 시설은 딱히 이용해본 적이 없으나, Mile End 역 옆에 있는 약국에서 대부분의 약품은 구매할 수 있습니다. 약사 선생님께 증상이나 필요한 약 말씀 드리면 됩니다.
영국 계좌를 개설하지 않아 은행은 따로 이용해본 적이 없습니다. 한국의 트레블월렛과 트레블로그 카드로 대부분 해결하였습니다. 현금을 쓸 일은 6개월 간 한 번도 없었습니다.
교통의 경우, 교통비가 매우 비싼데, Oyster Card와 Rail Card를 연동하면 할인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저는 런던 이외의 지역은 여행을 하지 않을 계획이었어서 Rail Card는 발급하지 않았다보니 따로 연동하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거의 매일 하루 종일 외출해 있었는데, 교통비를 아끼고자 피크 타임만 피해 다녔습니다. (영국은 피크 타임이 매우 길고, 이때 교통비도 1파운드 이상 증가해 꼭 피해 다녔던 것 같습니다.)
통신은 Voxi 심을 매우 추천 드립니다. 60GB에 유튜브 및 SNS 용 데이터는 무제한인 요금제가 15파운드 정도 합니다. 한국보다 통신비가 매우 저렴한데다, 데이터도 아주 잘 터져서 문제 없이 사용했습니다.
4. 학교 및 여가 생활 (동아리, 여행 등)
이미 1년 전에 두 달 동안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왔던지라, 영국 이외 나라로 여행을 많이 다니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저는 런던이라는 도시를 정말 좋아 했어서,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혼자, 혹은 친구들과 런던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던 것 같습니다. 런던에서 살아보는 경험은 정말 흔치 않은 기회인 만큼, 꼭 유명한 관광지나 런던 중심지 이외에 런던의 아기자기한 마을들을 많이 가보셨으면 좋겠습니다. Hampstead(*Hampstead Heath), Richmond(*Richmond Park), Greenwich, Kensington, Hackney, Brick Lane, Chelsea, Wimbledon, Wood Green, Highgate, Canary Wharf 등 아기자기하고 평화롭고 예쁜 동네들이 정말 많습니다. 특히 Zone 4 밖으로 나가면 이게 런던이 맞나 싶을 정도로 목가적이고 평화로운 분위기의 동네들이 정말 많은데, 관광객으로서는 방문하기 힘든 이런 곳들을 이번 기회에 꼭 방문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도시적이고 현대적인 런던과는 다른, 런던의 새로운 매력을 느끼실 수 있으실 겁니다.
이외에 스페인, 포르투갈, 덴마크, 스웨덴, 아이슬란드를 방문했는데, 꼭 겨울에 아이슬란드 여행을 가보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오로라 헌팅은 정말 인생에서 잊지 못할 경험이 될 것입니다.
동아리는 6개월 교환학생이라 따로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Flatmate들이랑 어울리거나, 혼자 런던을 돌아다니다 친해진 현지인들과 어울렸던 것 같습니다.
5. 안전 관련 유의사항
런던은 그 어느 유럽 나라보다 치안이 좋고 인종차별도 거의 없는 도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자 혼자 밖에 나가시게 되면 생각보다 무서운 아저씨(?)들에게 Cat Calling과 같은 불쾌한 경험을 당하게 될 수 있는데, 웃으면서 정중하게 무마시키려고 하시기보다는 단호하게 거절하시는 편이 낫습니다. 또 혼자 번화가에 나가게 되면 소매치기도 꼭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저도 아시안 관광객들이 몰리는 중심지를 밤에 혼자 다니다가 휴대폰 소매치기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꼭 휴대폰은 손에 계속 들고 계시거나 안전 스트랩 등을 부착해서 들고 다니시길 바랍니다.
Ⅵ.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사실 런던이라는 도시가 너무 좋아서, 챗바퀴처럼 굴러가는 학교 생활에 지쳐서, 도피하는 마음으로 선택한 교환학생이었습니다. 남들처럼 언어를 배우겠다거나 외국인 친구를 사귀겠다하는 목표 의식도 없이 떠난 6개월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교환학생을 통해 정말 많은 것을 배웠고, 또 삶에 대한 가치관도 건강하게 재고해볼 수 있었습니다. 가서 영어가 크게 늘지 않아도, 외국인 친구들을 많이 사귀는 '인싸‘가 되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저 또한 정말 매일매일 거의 혼자서, 별 목적 없이 런던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곤 했는데요. 인생에서도 한 번도 주어진 적 없었던 이런 여유롭고 독립적인 시간이, 저에게는 그 자체로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여유와 쉼, 그리고 그 안에서 자신에 대해 정말 많은 것을 고민하고 알게 될 수 있는 시간일 것입니다. ’나는 영어를 잘 못하는데 어떡하지‘, ’가서 친구를 만들 수 있을까‘와 같은 고민보다는, 자신이 교환학생을 가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순간, 꼭 이 기회를 잡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