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사실 제 교환 생활 시작의 계기는 한 번쯤 해외에 짧게나마 살아보고 싶다는 막연한 소망에서 나온 충동이 전부였습니다. 그래서 프로그램 신청이 시작되기 한 달 남짓 전에야 급하게 참가를 결심하고 준비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이번 한 학기가 이렇게 다채로운 기억으로 채워지게 될지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저는 캐나다 밴쿠버 지역 근교 버나비 소재의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SFU)에 파견되어 한 학기를 보냈습니다. 다양한 나라 중에 캐나다를 선택하게 된 건 우선 제가 구사할 줄 아는 언어를 국어로 사용하는 나라에 가고 싶었고, 안전을 생각하여 총기 소지가 금지되어있고 치안이나 인종차별 문제가 심각하지 않은 국가를 위주로 검토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캐나다, 그 중에서도 밴쿠버를 파견지역으로 결정했고, 이후 생활하는 과정에서 더더욱 제 결정에 만족하게 되었습니다.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교는 총 3개의 캠퍼스(밴쿠버, 버나비, 써리)를 가지고 있고 저는 그중에서 가장 메인 캠퍼스인 버나비 캠퍼스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해당 캠퍼스는 버나비산 중턱에 위치하고 있는데 그 고도가 매우 높아서 다른 밴쿠버 지역보다 조금 추운 기온인 것 같습니다. 훼손되지 않은 자연환경이 큰 장점인 국가인데 더군다나 산에 있는 학교이다 보니 생활하면서 정말 많은 야생 동물들을 볼 수 있습니다. 코요태, 혹은 곰의 출몰을 주의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라쿤이나 청설모같은 귀여운 동물들과 함께 살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서울대학교랑 비슷하게 학교가 시내와는 따로 떨어져 있습니다. 밴쿠버 다운타운까지는 학교 내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1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서도 학교 내의 버스를 타고 조금 이동해야 하지만 저는 서울대학교 기숙사 생활에 익숙했던 터라 별로 대수롭진 않았습니다. 눈이 많이 오는 경우에는 캠퍼스가 폐쇄되고 버스가 끊기기도 해서 여러모로 위치 자체의 장점은 크지 않은 것 같습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저는 한 학기 파견이라 6개월 이내로 캐나다를 떠나게 되어서 별도의 복잡한 비자 신청 절차 없이 여행 비자인 ETA만 발급받았습니다. ETA는 온라인으로 웹사이트에서 신청하면 되고, 전자허가증이라 입국 시 따로 서류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기숙사 신청은 application과 동시에 시작되는데, SFU 측에서 메일을 보내 자세하게 안내해주십니다. 기숙사 신청이 선착순이라는 말을 들어서 저는 application 작성에 앞서 기숙사부터 신청했습니다. SFU에는 다양한 종류의 기숙사가 있는데 각기 조건과 비용이 달라서 미리 비교해보고 원하시는 기숙사를 정해두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4명의 룸메이트들이 하나의 주방과 거실을 공유하는 형태인 townhouse에 살았는데 개인적으로는 정말 만족했고,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면 룸메이트에 따라 만족도가 천차만별인 것 같습니다. Student fee만 내면 대부분의 절차는 완료된 셈인데, fee에는 건강 보험료나 U pass(밴쿠버의 학생 복지 중 하나인데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교통패스입니다.) 비용 등이 포함됩니다.
IV. 학업
수강 신청은 application 과정에서부터 시작됩니다. application 절차 중에 자신이 수강하고 싶은 과목을 10개 정도 작성하는 란이 있는데 이후 Student center 사이트에서 이 과목의 수강 가능 여부를 확인할 수 있고, 이를 참고해서 시간표를 구성하여 SFU 측에 메일을 보내면 됩니다. 교환 학생은 우선 수강 신청 대상자라 수강이 가능한 강의라면 거의 다 enroll해주는 것 같습니다. 저는 언론정보학과 학생이어서 CMNS(Communication study) 수업 2과목, CRIM(Criminology) 수업 한 과목을 수강했습니다. 제가 들었던 전공과목은 CMNS 325(데이터 비주얼라이제이션 관련 과목), CMNS 230(캐나다의 대중문화산업 관련 수업)이었는데 둘 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없이 몇 가지 과제가 전부이고 게다가 230 과목의 경우는 대면 튜토리얼이 있는 온라인 영상 강의여서 아주 편안했습니다. 수업 분위기는 한국의 대학교와 다른 점이 정말 많습니다. 훨씬 자유로운 분위기이고 교수님과 학생 간의 큰 위계가 없어서 처음에는 조금 당황했습니다. 대부분의 강의가 수업과 별개로 따로 튜토리얼을 통해 강의에 대해 학생들끼리 토론하고 과제를 준비하는 시간을 가지는데 이 튜토리얼에서 본교생 친구들을 사귀기가 가장 수월했던 것 같습니다. 캐나다 사람들은 대부분 굉장히 친절하고 대화를 좋아하기 때문에 친구 되기가 어렵지 않아요. 여기에서 사귄 친구들에게 과제 도움도 많이 받고 함께 도서관에서 공부도 하면서 나름 재미있게 강의를 수강할 수 있었습니다.
V. 생활
밴쿠버의 물가는 미국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비싸긴 비쌉니다. 특히 가격표에 표시되는 금액이 세금이 붙기 전 금액이라 안 그래도 싸지 않은 금액이 결제할 때는 조금 더 비싸집니다. 그렇지만 제 파견 시기에는 캐나다 달러 환율이 조금 떨어져 있는 상태라 그나마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물가가 비싼 만큼 최저시급이 높아서 Study permit을 발급받으시는 분들은 아르바이트를 하시면 생활비를 적당히 충당하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밴쿠버에서 특히 주의하셔야 할 것은 마약이 너무 지나치게 일상적으로 침투해 있다는 점입니다. 악취도 나고 특히 다운타운에는 마약에 취한 노숙자들이 많아서 여자분들이 혼자 다니시기에 위험합니다. 캠퍼스 내에는 학생들뿐이라 쾌적하지만, 밴쿠버 쪽으로 나가시는 경우 안전에 유의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캐나다는 의료 서비스를 받으려면 상당히 복잡한 절차와 오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아프실 때에 대비해 한국에서 다양한 종류의 약을 처방받아 챙겨가시는 게 좋습니다. 응급실을 이용하실 수는 있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 슬프지만 되도록 아프지 않는 게 상책이에요.
저는 여행 일정을 학기 시작 전과 그 이후로 미리 계획해 둔 터라 학기 중에는 되도록 외국 대학 생활을 체험하는 데에 집중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SFU 교환 학생들은 화요일마다 학교 내에 있는 pub인 biercraft에서 파티를 하는데, 자주 참여하시면 다양한 국가의 친구들을 만나기도 좋고 외국의 파티 문화를 경험해보기에도 좋습니다. 저는 그곳에서 만난 친구들과 밴쿠버 근교 다양한 곳에 여행도 다니고 함께 놀면서 즐거운 추억을 많이 쌓은 것 같습니다. 교내 동아리인 UNICEF에도 들어갔었는데 활동에는 적극적인 참여를 하지는 않았지만 ice breaking 시간에 만난 본교 친구들과는 자주 만나 함께 놀며 캐나다 문화를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단순히 영어를 늘려야겠다는 생각에 외국인 친구들과 교류를 많이 하고 싶어 여기저기 얼굴을 비추고 다녔는데 덕분에 재미있고 행복한 경험을 많이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꼭 여러 가지 사교 활동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캐나다의 여유로운 분위기와 아름다운 도시 및 자연환경은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고 휴식을 취하는 것만으로도 잊지 못할 순간이 되도록 만들어줍니다.
Ⅵ.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출국을 준비하고 있던 것이 마치 며칠 전처럼 느껴지는데 한 학기가 정말 순식간에 지나갔습니다. 5개월 남짓한 기간 동안 황홀하고 행복하기만 했습니다. 제가 알고 있던 세계가 전부가 아니었음을 깨달았고 저의 가치관을 비롯해 미래에 대한 계획과 모든 생각이 조금씩, 혹은 크게 변화하게 된 것 같습니다. 모두의 교환 생활이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