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교환학생으로서 해외 학교에서 공부하고 타지에서 생활하는 그런 삶에 변주가 될 수 있는 시간을, 새내기 때부터 꿈꿔왔습니다. 코로나19의 전세계적 확산으로 인한 팬데믹 그리고 이어지는 군 복무로 이러한 꿈을 접어두었던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학내 교환학생 교류단체 스누버디의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편안함과 익숙함에 안주하기보다는 새로운 환경에 도전하기를 즐기는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고, 저 역시 다시금 굳게 마음을 먹고 교환학생에 도전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뮌헨공과대학교(TUM)는 독일 동남부 바이에른주 뮌헨시의, 복수의 대학랭킹에서 전세계 50위권 이내로 평가되는 독일의 손꼽히는 명문대학교입니다. TUM은 뮌헨 시내의 메인 캠퍼스, 가힝 캠퍼스, 그리고 근교의 프라이징에 위치한 생명과학 관련 학과들이 소재하는 바이헨슈테판 캠퍼스로 나뉩니다. Biosciences 전공으로 파견된 저는 그중에서도 바이헨슈테판 캠퍼스에 소속되어 교환학기를 보내었습니다.
TUM이 위치한 바이에른주는 독일 내에서도 굉장히 다른 색채를 띠고 있어 독일 타지역의 사람들 역시 바이에른은 별개의 나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고 말하곤 합니다. 우리가 독일하면 떠올리는 전통 의상을 입고 맥주를 마시며 프레첼을 먹는 모습은 사실은 독일 전체보다는 바이에른 지방에 대한 일반적인 이미지입니다. 그만큼 뮌헨에서 생활하는 동안에는 Frühlingsfest, Oktoberfest를 비롯한 여러 크고 작은 전통 맥주 축제들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또, 뮌헨에는 BMW를 비롯한 독일을 대표하는 기업들의 본사가 위치하여 전체적인 소득 수준이 높은 편이고, 이 때문인지 치안 수준 역시 유럽 전체에서 손꼽히게 좋은 편이라고 느껴졌습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1. 비자 신청 절차
저는 교환학기가 시작되기 이전에 주변 국가들을 충분히 여행하고자, 일반적인 여행객들처럼 90일 무비자 상태로 입독하였습니다. 한국에서 비자를 사전에 발급받고 출국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정규학기 기간을 기준으로 비자가 발급되어 비자 기간 전에 EU 국가에 입국하는 것이 거절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 저는 현지에서 발급받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저는 기숙사 서류 문제, 그리고 이어지는 부활절 연휴로 4월 20일이라는 다소 늦은 날짜에 안멜둥(거주지 신고)을 하게 되었습니다. 안멜둥 이후 담당 행정관에게 비자 발급을 원한다는 메일을 작성하고 기다리다 보면 우편으로 비자 발급에 필요한 양식을 받게 됩니다. 개인 정보를 채운 양식과 함께 관련 서류들을 동봉하여 발송하고 또 기다리다 보면 며칠 몇 시에 비자를 수령하러 오라는 메일을 받게 됩니다. 저는 그렇게 안멜둥 시점으로부터 약 6주 후인 6월 5일에 비자를 수령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느린 독일의 행정 처리 속도 때문에 의식적으로 비쉥겐 국가 위주로 여행을 다니면서까지 쉥겐 카운트를 늘려가며 맘 졸이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무비자 90일이 넘어가더라도, 여행 다니지 않고 독일 내에서만 체류할 시에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2. 숙소 지원 방법
우리 학교에서 본부 교환 프로그램을 통해 파견된 학생들에게는 본인의 소속 캠퍼스와 머지않은 거리에 있는 기숙사로의 입주가 보장됩니다. 아쉽게도 특정 기숙사를 선택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랜덤으로 지정받는 형식입니다. TUM에서 안내해주는 등록 절차만 순서대로 잘 밟으시면 큰 문제 없으실 겁니다.
3. 파견 대학 지불 비용(student fee, tuition fee, 기숙사 비용 등)
2023년도 여름학기 기준 Semester fee는 152.3유로였고, 기숙사는 여러 부대비용 포함 월 350유로 정도였습니다.
IV. 학업
1. 수강신청 방법
TUM에서는 개별 렉처나 세미나가 아닌 이들의 묶음인 하나의 모듈이 수강 단위가 됩니다. 그리고 수강신청과는 별도로 시험신청을 해야만 시험에 응시하여 성적을 취득할 수 있습니다. 각 모듈별로 수강신청과 시험신청 일정은 개강 전에 마감하는 것들부터 종강 직전까지 열려있는 것들까지 정말 상이하니 TUMonline 상에서 꼼꼼하게 체크해보셔야 합니다. 우리 학교처럼 모든 수업에 대한 일괄적인 수강신청 기간이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2.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 Plant Biotechnology (5 ECTS)
렉처 파트와 세미나 파트 2개로 구성된 모듈입니다. 렉처 파트에서는 형질 전환 작물, 환경적, 비환경적 스트레스, 생장/대사 조절에 관한 연구 등 식물 생명공학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다루었고, 세미나 파트에서는 매주 새로운 TUM 산하 랩실의 연구 분야를 소개하는 형식이었습니다. 학부 과정에서는 영어로 진행되는 강의가 정말 제한적이었기에 차선책으로 듣게 된 대학원 과정의 수업이었는데, 렉처 파트는 부담 없는 난이도였지만 세미나 파트는 매주 정말 새로운 분야의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딥하게 들어가는 교수님들도 있어 어려움이 따랐습니다.
- Marketing and Innovation Management (6 ECTS)
‘Marketing’ 그리고 ‘Technology and Innovation Management: Introduction’ 총 2개 강의로 이루어진 모듈입니다. 일반적인 서울대 경영대 학부 전필과목 수준의 난이도였으며, 매주 녹화본을 강의 이후 Moodle에도 올려주기 때문에 부득이한 일정으로 강의에 참석하지 못하더라도 내용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는 부분이 장점이었습니다. 여타 다른 경영대 수업들도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 같습니다.
- as a Foreign Language A1.1 (4 ECTS)
독일어 언어 수업으로 서울대에서 학점 인정을 받을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수강하시는 편을 추천드립니다. 언어 수업 특성상 다른 학생들과 교류하는 활동이 많아 그렇게 매주 수업으로 만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수업 이후 함께 저녁도 같이 먹으러 가고 주말에 근교로 같이 놀러 가기도 할 수 있었습니다.
3. 학습 방법
생각보다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모습도, 시험을 준비하는 방법도, 시험의 형식도 서울대에서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수업 중에는 다들 태블릿으로 다운로드 받은 수업자료에 수업 내용을 필기하는 데 열중했고, 시험 기간에는 이곳 역시 족보라는 것이 존재하여 이를 중심으로 기본적인 틀을 잡아나가면서 전체적인 내용을 공부했습니다. 저는 매칭된 버디 친구가 이전에 같은 수업을 수강한 적이 있어, 당시 공부하면서 모았던 자료를 건네주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족보를 모아둔 사이트 역시 존재합니다.
4. 외국어 습득 요령
저는 파견학기 직전 계절학기에 서울대에서 초급독일어1 강의를 수강하였고, 이후 TUM에서도 같은 수준의 A1.1 수업을 다시 수강했습니다. TUM에서의 독일어 수업은 문법적인 부분보다는 실용 회화 중심으로 진행되다 보니, 계속해서 돌발 등장하는 새로운 문법들에서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을 여럿 보기도 하여 이렇게 서울대에서 한 번, 파견교에서 한 번. 같은 과정의 수업을 반복해 수강한 것이 돌이켜보니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일반적인 뮌헨 사람들, 특히 교환학생으로서 자주 마주하는 학생 연령층은 대부분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기 때문에, 초독1 내지는 A1 내용만으로도 기본적인 생활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V. 생활
1. 가져가면 좋은 물품
상비약 그리고 다소 뜬금없을 수 있지만, 한국식 쇠젓가락과 육수코인, 큐브국을 챙겨오시는 걸 강력히 추천드립니다. 나머지는 여기 현지의 아시안 마트나 한국 마트에서 어렵지 않게 구하실 수 있습니다.
2. 현지 물가 수준
외식 물가는 한국의 1.5배 수준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다만 이를 제외한 다른 전반적인 부분들에선 한국보다도 저렴하다고 느꼈습니다. 특히 마트에서의 육류, 과일, 유제품 가격은 한국의 반값도 되지 않아 요리를 좋아하신다면 생활비를 상당히 아끼실 수 있습니다. 교통비 역시 한 달에 49유로면 Deutschland ticket으로 ICE를 제외한 독일 전역의 교통수단을 이용하실 수 있고, 이마저도 다음 학기부터는 학생들에게는 29유로에 티켓이 제공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주거비용도 학생 기숙사의 경우에는, 한국에서의 같은 크기, 시설의 원룸 대비 2/3 가격 정도인 것 같습니다. 이외에도 독일 전반적으로 학생에 대한 복지가 상당히 좋아 체감 물가는 괜찮았습니다.
3. 식사 및 편의시설 (식당, 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멘자라고 불리는 학생식당이 존재하는데 맛을 크게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메뉴 하나에 3~4유로 정도로 부담되지 않는 가격이었습니다. 학생식당 외에도 뮌헨 시내에는 독일을 비롯해 다양한 문화권의 식당들이 많습니다. 특히 터키계 이민자가 많다 보니 케밥집도 많아, 독일 현지인들은 케밥을 우리가 국밥 먹듯 가볍게 먹곤 합니다.
교통은 앞서 말씀드린 Deutschland ticket과 더불어 BahnCard까지만 마련하시면 충분합니다. 저는 기본적으로는 도시 간 이동 시 Deutschland ticket으로 커버되는 Regional train(RE)을 주로 이용하고, 정말 초장거리 혹은 RE로는 대여섯 번 이상 환승을 해야 하는 경우에만 BahnCard로 ICE 티켓을 할인받아 구매하여 다니곤 했습니다.
4. 학교 및 여가 생활 (동아리, 여행 등)
TUM에는 교환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동아리 활동이 활성화되어 있지는 않습니다만, 교환학생들을 위한 여러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는 개강하고 수업이 열리지 않는 첫 2주 동안 진행되는 오리엔테이션 프로그램인 Party animal이 있는데, 프로그램 동안 하나의 교환학생 그룹에 배정되어 집약적으로 다양한 활동을 해나가면서 친목을 쌓는 그런 활동입니다. 아무래도 매일 같이 보다 보니 어떻게든 친해질 수밖에 없어서, 저는 여기서 만든 몇몇 친구들과 학기가 마무리되어가는 시점까지도 만나곤 했습니다. 기회만 된다면 반드시 참여하시길 권해드립니다. 이외에도 매주 개최되는 Language cafe라는 언어교환 프로그램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친구들을 사귀곤 했습니다.
뮌헨으로 교환학생을 오신다면 알프스로 이어지는 바이에른의 여러 산봉우리를 하이킹하고 주변의 Ammersee, Tegernsee, Königssee 등 아름다운 호수들에서 수영하는 경험을 놓치지 않기를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독일의 날씨는 정말 변덕이 심하고 여름의 좋은 날들은 쏜살같이 지나갑니다. 만약 오늘 날씨가 좋다면 주저하지 말고 당장 산으로 호수로 또는 가까운 영국정원으로 떠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여름날을 누리지 못한 게 아직도 미련이 남습니다.
뮌헨은 지리적으로 유럽의 중심에 위치해 주말에 주변 국가들로 여행을 다니기도 좋습니다. 플릭스버스와 같은 버스 편을 이용해 오스트리아, 체코, 슬로바키아, 크로아티아, 헝가리, 이탈리아 북부, 스위스 그리고 심지어는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까지도 많이들 다녀오곤 합니다. 저 역시 버스를 타고 암스테르담을 다녀왔었는데 아 정말 이러다간 죽겠다 싶을 때 도착했던 그런 기억이 납니다. 또 뮌헨에는 뮌헨 공항뿐만 아니라 위즈에어, 라이언에어 등의 저가항공사들이 취항하는 멤밍겐공항이 근교에 있어 항공편으로도 저렴한 가격에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기 괜찮았습니다. 저는 이 두 공항을 통해 멀리는 불가리아와 같은 발칸 국가, 터키, 북아프리카에까지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Ⅵ.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출국 전에는 6년차 대학생으로서 교환 프로그램 참가라는 결정을 내리기까지 부담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그렇게 여섯 달 전 한국을 떠나온 날부터 오늘까지, 남들의 속도에 발맞추기보다는 나의 속도를 따르겠다며 내린 그 결정에 단 한 순간 후회 해 본 적 없었습니다. 지금은 오히려 대학생 때가 지나면 인생에서 다시는 경험해볼 수 없는 것을 놓치지 않았음에 안도합니다. 학교생활을 하면서도, 학교 밖에서 일상을 살아가고, 또 때론 여행을 다니면서도, 매일 알게 또 모르게 느낌과 배움이 많았던 지난 한 학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