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저는 외국어고등학교에서 부전공어로 스페인어를 배웠는데, 스페인어의 발음과 표현에 매료되어 다른 주요과목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쏟으며 열심히 공부했던 기억이 납니다. 고등학생 시절의 저에게 대학생이 되어 스페인으로 교환학생을 떠나는 것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는 꿈이었습니다. 막상 대학교에 입학한 후에는 할 일이 많다는 이유로 교환학생을 미뤄왔는데, 어느 순간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으로 수업을 듣는 것에 답답함을 느끼고 좀 더 넓은 세상에서 도전적인 일들을 해내며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그 무렵 스페인으로 1년간 교환학생을 가게 된 친구가 저에게 같이 가자고 제안하였고, 마침 미리 따 놓은 어학 자격증이 있어 곧바로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말라가는 스페인 남부에 위치한 해안 도시로, 탁 트인 해변과 지중해성 기후로 인해 유럽인들 사이에서 유명한 휴양지입니다. 세계적인 화가 파블로 피카소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며, 연중무휴 기온이 높아 “겨울이 없는 도시”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제가 말라가를 선택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바다와 날씨입니다. 말라가의 도심에서 10분만 걸어가면 항구와 바다가 나오기 때문에 심심할 때마다 가까운 바다에 가서 해수욕도 하고, 피크닉도 하고, 아이패드로 영화를 볼 수도 있습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쭉 서울에서만 살아온 저로서는 해안 도시에 대한 환상이 있어 가까운 곳에 바다가 있다는 점이 큰 장점으로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또한 말라가는 늘 햇빛이 쨍쨍하고 하늘이 맑아서 아무 노력을 하지 않아도 행복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실제로 이곳 사람들은 대부분 표정이 너무나 행복해 보입니다. 대체로 느긋느긋하고 여유로운 편이며, 사교성이 좋고 정이 많습니다. 스페인 안달루시아의 정겨운 사투리를 들을 수 있다는 점도 말라가의 매력 중 하나입니다. 그 외에도 해산물이 풍부하고, 물가가 저렴하고, 과일이 맛있고, 매일매일 축제가 열리는 사랑스러운 도시입니다. :)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1. 비자 신청 절차
교환학생에 합격하자마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주한 스페인 대사관 홈페이지에서 비자신청을 예약하는 것입니다. 부지런한 한국인들은 바로 예약을 잡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으면 적당한 날짜가 다 나가버릴 수도 있어요..!!
날짜를 정할 때에는 크게 세 가지 사항을 고려해야 합니다:
(1) 스페인 학업 기간이 시작되기 90일 전부터 비자 신청이 가능함.
(2) 비자 신청 후 비자가 발급되기까지 평균 2주 이상이 소요됨.
(3) 비자신청일은 월수금만 가능함.
참고로 여기서 비자신청 날짜란 대사관에 직접 가서 비자 발급에 필요한 서류를 모두 제출하고 면접까지 보는 날짜를 의미합니다. 비자 발급에는 평균적으로 2주가 소요되는데, 그보다 더 걸릴 수 있을 뿐더러 상황에 따라 비자 발급이 거부되거나 추가서류가 요구될 수도 있기에, 이를 고려하여 출국일에 너무 임박하지 않도록 최소한 3주 정도는 떨어진 날짜를 잡는 것을 추천합니다:) 다만 "스페인 학업 기간 시작일로부터 90일 이내"의 선은 지켜야 합니다. 즉 너무 떨어져 있어도 안 된다는 점! 저의 경우 출국일은 1월 10일, 비자신청일은 11월 18일이었습니다. 또 비자신청일은 월수금만 가능한데, 대사관에 직접 가야 하므로 수업을 피해 공강 시간에 예약하는 것이 좋습니다.
비자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우선 주한스페인대사관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영사업무 -> Study visa를 클릭하여 안내문 pdf를 다운받아 읽어보아야 합니다. 단기비자에 대한 설명, 주의사항, 그리고 준비해야 할 서류 목록이 모두 이 pdf 안에 있습니다. 비자 발급에 필요한 재정보증서의 양식 또한 대사관 홈페이지에 있다는 것도 기억해두면 좋습니다:)
단기 비자 서류 목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2023-1 기준)
1. 비자신청서
2. 여권
3. 스페인 학교 입학허가서
4. (어학당으로 비자를 땡겨쓰시는 분들만 해당) 어학당 입학허가서
5. 여행자보험증서
6. 재정보증서
7. 소득증명서
8. 은행 계좌 잔고 증명서
9. 거래내역서
10. 최종학력증명서
11. (해당되는 경우만) 지원금 증명서
12. (해당되는 경우만) 스페인 비자 복사본
13. (내국인은 불필요) 비자비용
*언제든 변동될 수 있으니 꼭 주한스페인대사관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기준으로 해주세요!
주의사항으로는 모든 서류에 나오는 인적사항이 여권에 기재된 내용과 동일해야 하며, 날짜 표기 방법은 DD-MM-YYYY로 통일해주시고, 각 서류는 기본적으로 원본(컬러) 1부, 사본(흑백) 1부를 준비하셔야 합니다(예외: 비자신청서, 거래내역서). 또한 모든 서류는 스페인어 or 영문으로 준비하세요(예외: 거래내역서는 국문 가능).
2. 숙소 지원 방법
말라가에서 교환학생을 하는 한국인들 대부분은 공용 아파트(피소)를 구해서 살게 됩니다. 이데알리스타(idealista)라는 앱을 통해서 집을 구하면 되고, 이 부분은 네이버 블로그에 검색하면 자세한 후기가 많이 나옵니다. 평균적으로 한 달에 400유로 정도인데, gasto가 포함인지 미포함인지 꼭 확인하셔야 합니다. 한국인들이 주로 많이 사는 지역은 Maria Zambrano 기차역 근처(통칭 “마쌈”)나 도심(통칭 “센트로”)이니 참고하세요:)
저는 아파트를 구하지 않고 사설 기숙사 “resa”에서 지냈는데,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저는 사설 기숙사를 추천드려요! 주변 교환학생 언니들을 지켜보니 정착 초기에 집을 구하러 다니는 것도 고생이고, 집에 들어가서도 집주인과의 계약 문제, 피소 메이트와의 갈등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더라구요.ㅠㅠ 제가 지냈던 기숙사는 1인실이고, 헬스장, 수영장, 스터디룸까지 모두 무료로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조식과 석식, 청소 서비스까지 포함하여 한 달에 760유로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개인 주방이 없다는 점이 아쉽긴 했지만, 전자레인지와 공용 오븐이 비치되어 있기 때문에 근처 마트에서 냉동식품을 사와 돌려먹을 수 있습니다.
IV. 학업
수강신청에 관련한 정보는 말라가 대학교 측에서 아주 자세히 설명해줍니다. 말라가 대학교에서 이메일로 보내주는 교환학생 대상 책자가 있는데, 그 책자에 모든 정보가 나와있으니 꼼꼼히 확인하세요! 등록 기한, 수강신청 기한, 버디 프로그램 신청 기한 등을 미리 달력에 정리해두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만약 시간이 없어서 책자를 읽어보지 못하셨다면 교환학생 OT를 꼭 대면으로 참가하세요. 저는 OT가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는데, 수강신청 관련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MSE, ESN과 같은 교환학생 단체들도 처음으로 소개받고 다른 한국인 교환학생들과도 친분을 쌓을 수 있는 기회라서 OT는 꼭 가는 것을 추천드려요! OT가 끝나고 사무실에 가면 기념 백팩도 나눠준다는 소문이 있더라구요...(전 아쉽게도 받지 못했습니다ㅠㅠ)
만약 스페인어를 공부하고 싶다면, 말라가에 개강일보다 일찍 가서 어학당을 미리 다니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한 달 단위로 수강할 수 있고, 가격은 292유로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어학당에 가면 친구들을 빠르게 사귈 수 있고, 기초 스페인어를 배울 수 있기 때문에 말라가 생활에 도움이 많이 될 거예요(말라가 사람들은 영어를 못 하기로 유명합니다... 현지인들과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싶으시다면 기본적인 스페인어는 익혀가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미리 어학당을 등록해놓고 그 증명서를 비자 면접 때 제출하시면, 어학당 개강일을 학업 시작일로 인정받아 더 이른 날짜에 출국하실 수 있을 겁니다.
V. 생활
1. 가져가면 좋은 물품
전기장판과 클렌징폼은 꼭꼭 챙겨가세요!! 아무리 말라가가 따뜻한 도시라지만, 생각보다 겨울이 춥습니다... 물론 기온 자체는 낮지 않지만 집안이 이상하게 쌀쌀하더라구요(이건 저 뿐만 아니라 다른 교환학생 언니들의 집도 모두 마찬가지였어요). 전기장판을 켰는데도 불구하고 밤마다 오들오들 떨었답니다... 유럽에서 전기장판은 정말 생존을 위한 필수품인 것 같아요!:) 또 말라가에서는 클렌징폼을 구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클렌징폼도 가지고 오시면 좋을 것 같아요.
또한 캐리어 공간이 넉넉하다면 외국인 친구들에게 줄 선물도 미리 챙겨가면 좋아요! 저는 아기자기한 티 세트랑 인형, 손 선풍기 등을 챙겨갔는데 귀국 전 친구들에게 나눠주니까 한국에서 온 선물이라며 되게 좋아하더라구요ㅎㅎ
2. 현지 물가 수준
말라가의 물가는 상당히 저렴한 편입니다! 특히 식재료와 방값이 저렴해서 살기 좋아요ㅎㅎ 다만 외식 물가는 식재료 물가에 비해 싼 편은 아닙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교환학생들이 집에서 요리를 많이 해 먹습니다.
3. 식사 및 편의시설
메르까도나(Mercadona)는 스페인의 큰 식료품 매장으로, 떼아띠노 캠퍼스와 마쌈 쪽에 하나씩 있습니다. 요리하기 귀찮을 때는 메르까도나의 Pollo Asador(구운 닭)을 사드셔보세요! 메르까도나는 스페인 브랜드이기 때문에 올리브유, 꿀국화차, 초콜렛 등 스페인산 기념품을 구매할 때도 유용합니다. Carrefour 역시 식료품 매장 브랜드인데, Carrefour express라고 규모가 작은 매장이 곳곳에 있어 이용하기 편리합니다. Dia 또한 스페인의 식료품 매장인데, 납작복숭아가 맛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Tabacos는 교통카드를 충전할 수 있는 편의점으로, 곳곳에 작은 매장이 있습니다.
4. 추천 맛집
츄러스: Casa Aranda, Cafe Madrid
아이스크림: Llaollao (피스타치오 소스와 망고 소스 추천)
타파스: Casa Lola, Pez Lola(Bunuelos de bacalao 추천), 100 Montaditos, El Pimpi(Gambas al pilpil 추천)
5. 학교 및 여가 생활
- 근교 여행지로 네르하&프리힐리아나를 강력 추천합니다! 네르하는 여름에 가셔서 해수욕도 충분히 즐기고 오세요:) 말라가에서 Alsa 버스로 한 시간 거리인데, Alsa 버스는 isic 국제학생증 할인을 받을 수 있으니 놓치지 마세요!
- 말라가의 대표적인 교환학생 단체로는 ESN이 있는데, 별로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저도 가입 안 했는데 딱히 불편한 점은 없었어요. 대신 MSE에 가입하는 것을 강력히 추천드립니다!:) MSE는 여행단체인데, 매주 교환학생들을 대상으로 파티를 열어주기 때문에 친목을 다지기에도 아주 좋아요. MSE를 통해 지브롤터, 카디즈, 모로코 등 다양한 여행지를 저렴한 가격에 갈 수 있는데, 저는 특히 사하라 사막 여행이 정말 좋았어요. 이때 아니면 아프리카를 언제 가보겠나요 ^3^
- 여행을 많이 다니실 거라면 Skyscanner(비행기), Omio(철도&버스)라는 앱을 추천드립니다. 항공권 결제는 구글 항공으로 하는 게 가장 저렴한 것 같아요.
Ⅵ.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제 인생에서 교환학생으로 보낸 6개월은 잊을 수 없는 도전의 연속이었던 것 같아요:) 타지에서 이방인으로서 살아가며 힘든 순간도 많았지만, 돌아보면 꿈처럼 행복했던 순간들이 훨씬 더 많았어요! 무엇보다 새로운 경험과 도전을 통해 많이 배우고 성장한 것 같아 뿌듯합니다. 교환학생 무탈히 잘 다녀오시고, 원하시는 바를 꼭 이루시길 바라고, 이루지 않아도 그곳에서 무얼 하든 특별하고 소중한 경험이라는 건 변함이 없으니 부담 내려놓고 마음 편히 다녀오세요:) Anim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