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졸업을 한 학기 앞두고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지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한국에서는 계속 무언가를 해야만 할 것 같고 조급함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아 다른 환경에서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자 교환 프로그램에 지원하였습니다. 또한 외국 대학원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을 갖게 되었을 때라 미국에서 직접 생활해 보며 미래에 대한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워보고 싶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1. 파견대학/지역 선정 이유
저는 교환 학교를 선정하기 전부터 명확하게 시애틀에 있는 워싱턴 대학교를 1지망으로 희망하고 있었습니다. 워싱턴 대학교는 저의 전공 분야인 UX/HCI수업이 잘 갖춰져 있고 연구도 활발하게 하는 대학으로 유명했고, 시애틀도 도시와 자연이 적절하게 잘 섞인 곳이라 서울과는 다른 느낌이면서도 경험할 것이 많아 제가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과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이라고 생각했습니다.
2. 파견대학/지역 특징
시애틀은 소문만큼이나 비가 정말 많이 오는 곳입니다. 저는 그나마 Spring Quarter(3-6월 초)에 가게 되어 5월부터는 맑은 시애틀을 경험할 수 있었는데, 가을이나 겨울 쿼터를 가시는 분이라면 거의 대부분 매우 흐리고 우중충한 날씨이니 유의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사실 비를 좋아하지 않는 분이라면 시애틀을 그렇게 추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날씨가 좋은 시애틀은 정말 아름답고 주변에 Mt.Rainier, Olympic National Park, Bainbridge Island 등 뛰어난 자연 경관을 볼 수 있는 곳이 많습니다.
워싱턴 대학교는 공립 연구중심 종합대학교인 만큼 공학, 과학 관련 수업이 잘 갖춰져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주로 Computer Science 분야나 Human Computer Design Engineering 분야의 수업을 들으려고 노력했는데, 교수님들의 열정도 뛰어나시고 전반적인 수업 퀄리티도 좋은 편이었습니다. 다만 쿼터(10주)제 이다 보니 수업이 매우 압축적으로 빠르게 진행되어, 전공 수업의 경우 서울대학교 보다 과제나 시험이 더 많다고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 제가 파견되었을 당시, 워싱턴 대학교는 교환학생을 한 쿼터만 받고 있었는데 사실 한 쿼터는 학교생활과 미국 문화에 적응하기에 다소 짧은 기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1. 비자 신청 절차
J1 비자 신청을 위해 블로그나 교환 후기에 올라온 J1 비자 신청 방법 관련 글들을 많이 참고했습니다. 전반적인 신청 방법은 검색해서 나오는 과정을 그대로 따라하시면 될 것 같고, 아래에 제가 비자 신청하는 과정에서 느꼈던 어려운 점들을 몇 가지 짚어보았습니다.
- 학교와의 소통이 생각보다 느릴 수 있다.
워싱턴 대학교의 봄 쿼터는 3월 말에 시작하기 때문에 입학 허가나 관련 안내는 12월에 오더라도, 필수 서류는 1월 중반을 넘어서 보내주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타 학교는 학기가 빨리 시작해서 이미 소통이 끝나 있는 경우도 많아 괜히 조급했었는데 그래도 결국 비자 신청 전에는 서류를 넉넉히 받을 수 있으시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2. 비자 인터뷰는 미리 신청하자.
저는 학기 시작 한 달 전 미국 여행을 계획해두어 다른 학우들에 비해 출국 일정이 빠른 편이었습니다. 그러면 비자 인터뷰도 미리 신청을 해두었어야 했는데, 준비 기간 당시 인턴을 하느라 정신이 없어 출국 2주 전에 인터뷰를 신청했던 기억이 납니다. 정말 운 좋게도 스나이핑처럼 아침 마다 대사관 홈페이지를 방문하여 원하는 일정 인터뷰를 잡을 수 있었지만, 되도록 미리 신청해서 빠르게 비자 승인을 받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3. 비자 인터뷰는 예약 시간 보다 일찍 가도 좋다.
저는 오전 9시 반-10시쯤 예약을 잡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냥 아예 오전 일찍 가서 미리 기다리고 있어도 크게 상관 없겠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우선 시간이 되어야만 입장 시켜주는 구조도 아니고 미리 오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 예약 시간 보다 일찍 와서 빨리 끝내고 돌아가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4. 인터뷰 전 필수 구비 서류를 꼭 확인하자.
사실 이건 제가 매우 꼼꼼하지 못한 성격이라 다른 분들은 크게 실수하지 않으실 것 같은데, 저는 당시 SEVIS Fee를 납부하지 않은 상태로 인터뷰를 가 근처 PC 방에 가서 납부 후 영수증을 뽑고 다시 돌아오느라 괜한 시간을 낭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2. 숙소 지원 방법
기숙사 지원 방법은 봄 쿼터 기준 2월에 학교에서 신청 방법과 링크를 담은 안내 메일을 보내주었습니다. 저는 West Campus에 있는 Stevens Court에서 지냈고, 4명이 주방을 공유하고 개인실을 갖고 있는 구조였습니다. Stevens Court는 타 기숙사와 달리 아파트처럼 동이 나눠져 있어 건물 내 라운지가 없고 세탁실이 밖에 떨어져 있다는 점이 조금 불편하긴 했지만, 학교와 거리도 가깝고 전반적인 시설도 만족스러웠습니다. 저는 반드시 1인실에서 살고 싶어 Stevens Court를 1지망으로 선택했지만, 다른 사람과 한 방을 쓰는 것에 큰 거부감이 없고 현지 친구들과 더 자주 교류하고 싶으신 경우 2인실을 고려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확실히 1인실 구조는 룸메이트들과 친해지기는 어려운 구조였다고 생각합니다.
IV. 학업 및 생활
1.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 308 – Visual Communication
현업에서 일하고 계신 UX 디자이너 이자 CEO인 분이 Visual Communication과 관련된 기초 개념부터 레쥬메, 포트폴리오, 현업에서 필수적인 스킬까지 전반적으로 다뤄주시는 수업입니다. 일주일에 2번 수업을 진행하고 한 번은 이론, 한 번은 매주 주어지는 과제 기반의 Critique 수업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론 수업은 사실 넓은 개념을 얕게 다루는 정도라 크게 도움이 되진 않았지만 기초적인 상식을 늘린다는 차원에서는 만족했습니다. 이 수업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매주 주어지는 과제와 그 과제를 기반으로 진행된 Critique 세션이었는데, 현업에 계신 교수님과 UX 디자인 전공 학생들에게 받는 솔직한 피드백과 영어로 피드백을 할 때의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배울 수 있어 좋았습니다. 또한 교수님이 수업 초반에 학생들의 진로나 관심 분야에 관한 설문을 받고 그 부분을 반영해서 수업을 하시려고 노력하셔서 웹/앱 디자인 뿐만 아니라 브랜딩, 패키징 디자인, 서비스 기획 등 다양한 영역을 맛볼 수 있어 가장 재밌게 들었던 수업입니다.
HCDE는 UW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전공 중 하나이며 이론 위주 강의 보다 실습 형태의 강의가 많아 UW 학생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습니다. 따라서 비전공자가 수업을 듣기 위해서는 사전에 petition을 작성해야 하며, 수강신청 기간에 petition 링크가 열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구글에 uw hcde petition을 검색하시면 더 자세한 설명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 분야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꼭 들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2. CSE 121 – Introduction to Computer Progrmming 1
이 수업은 Java 언어를 다루며 가장 기초 단계의 수업입니다. (CSE 121, 122, 123까지 있으니 이전에 Java를 배워보신 적이 있다면 더 높은 단계의 수업을 들으시는 게 좋습니다. CSE 121에서는 Array 개념까지 다루었습니다.) UW은 CS 수업 역시 잘 갖춰져 있는데 전반적인 수업 및 과제 퀄리티도 높고 교수님과 TA들도 매우 열정적이라서 정말 재밌게 수업을 들었습니다. 이 수업에서 정말 인상적이었던 것은 교수님 만큼이나 TA들이 매우 열정적이며 정말 친절하게 도와주려고 하는 점이었는데, 이 덕분에 과제나 시험이 많아 쉽지는 않았지만 지치지 않고 끝까지 잘 해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3. INFO 201 – Foundational Skills for Data Science
이 수업은 R을 다루는 수업이며 최종 결과물로 특정 주제에 대한 데이터 분석 결과를 담은 홈페이지를 제작해야 합니다. 이 수업은 UW에서 들은 수업 중 가장 만족도가 낮았는데, 당시 교수님(아마 포닥이셨던 것 같습니다)과 학교 사이에 임금 관련 갈등이 있었던 것 같고, 따라서 수업 진행과 과제 채점, TA들의 커뮤니케이션 속도 등이 매우 느렸습니다. CSE 수업과 비교했을 때 과제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매우 불친절했고 UW 재학생들 사이에서도 (디스코드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매우 노골적으로 나올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완전 교수님 by 교수님인 것 같고, 겨울 쿼터에 다른 교수님께 이 수업을 들은 친구들은 매우 만족했다고 하여 교수님 평가를 미리 찾아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들은 교수님은 더 이상 UW에서 수업을 진행하시지 않는 걸로 알고 있어 성함을 따로 남기진 않겠습니다(교수님 평가가 없거나 처음 해당 수업을 맡으시는 교수님의 경우.. 재고해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저도 알고 싶지 않았습니다..)
2. 식사 및 편의시설 (식당, 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저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은행 중 하나인 Bank of America에서 계좌를 개설해서 사용했습니다. 계좌 개설과 사용 과정에서 전혀 불편함은 없었지만, 학기가 끝날 때쯤 Chase에서 학생 계좌를 개설할 경우 100달러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늦게 알게 되어 매우 아쉬웠습니다. Chase에서 주기적으로 계좌 개설과 함께 100달러를 주는 이벤트를 하고 있으니 꼭 받아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2. 통신
미국 도착 ~ 3개월간은 Mint Mobile 3개월 요금제(데이터 무제한)를 사용했고 미국 전역에서 큰 불편 없이 잘 사용했습니다. 다만 해당 요금제 만료 후 1개월 정도가 애매하게 남아 어떤 통신사를 사용하나 고민이 많았는데 (Mint Mobile은 3개월 단위 요금제만 있습니다) 친구를 통해 Verizon 1개월 무료 체험을 알게 되어 남은 1개월 간 추가 요금 지불 없이 휴대폰을 사용했습니다. 3개월 간 사용했던 번호가 아닌 새 번호를 써야 한다는 점에서 약간의 불편함은 있었지만, 전화, 통신, 데이터를 모두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애매하게 기간이 남으실 경우 매우 매력적인 옵션이라 생각합니다.
3. 학교 및 여가 생활 (동아리, 여행 등)
UW에서 열린 동아리 중 크게 관심 있는 동아리가 없었고, 여행과 수업, 동아리를 모두 잡기에 10주는 너무 짧은 기간이라 생각해서 동아리는 처음부터 과감하게 포기하고 시작했습니다. 그 대신 학교 내 스포츠 활동을 많이 참여했고 시애틀 근교 여행을 많이 다니려고 노력했습니다.
- - UW Recreation
UW에는 IMA라는 큰 체육관이 있는데 UW Recreation은 이곳에서 매일 열리는 여러 수업(요가, 발레, 힙합, 싸이클, 코어 운동 등)을 $65 정도의 금액으로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패스권입니다. 원래 수영을 하고 싶었지만 당시 수영장이 공사 중이라 이용을 할 수 없었던 탓에, 다양한 운동을 할 수 있는 Recreation 요금제를 신청했고 가장 잘 한 선택 중 하나였다고 생각합니다. 단체 수업이라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열심히 참여할 수 있으며, 여러 종류의 운동을 돌아가며 체험할 수 있어 질리지 않아 초반 5주 간은 거의 매일 IMA를 갔습니다. 평소 운동을 좋아하시거나 운동은 하고 싶은데 무슨 운동을 해야할지 잘 모르는 분이시라면 레크레이션 패스를 구입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2. 시애틀 여행
시애틀은 도시 같으면서도 시골 같고 시골 같으면서도 도시 같은 다양한 매력을 갖고 있는 곳입니다. 저는 면허가 없어 Downtown이나 Capitol Hill, Greenlake 같이 링크나 버스로 이동할 수 곳에서만 주로 놀았는데, 이런 곳도 좋지만 시애틀 주변에 정말 뛰어난 자연 경관이 많으니 면허가 있는 친구를 사귀어.. 꼭 방문해보시길 추천합니다.
2-1. Bainbridge Island (차 필요 X)
UW에서 4-5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섬인데 페리로 이동 후 섬 내에서는 편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버스가 있어 차가 없어도 당일 치기 여행이 충분히 가능한 곳입니다. 섬에 아기자기한 소품샵들이 많고 큰 규모의 인공 정원, 아일랜드 문화가 섞인 마을 등 볼거리가 많으니 꼭 가보시길 추천합니다!
2-2. Olympic National Park (차 필요 O)
Olympic National Park는 5-7개 정도의 주요 스팟이 있으며 각 스팟에서 폭포, 숲, 해변 등을 보실 수 있습니다. 한 스팟에서 다른 곳까지 이동하는 데 차로 1시간 가량 걸리기 때문에 차는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당일치기로 다녀오느라 새벽 일찍 출발했음에도 다음 날 새벽 1시쯤 집에 도착해서 매우 힘들긴 했지만 한국에서는 절대 보기 어려운 아름답고 신비로운 자연 경관을 많이 볼 수 있어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 중 하나입니다. 트와일라잇을 촬영했던 곳으로 유명한 숲도 있으니 면허가 있으시거나 차가 있는 친구를 사귀게 된다면 잘 설득해서 꼭 방문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2-3. Mt.Rainier (차 필요 X, 학교 프로그램 O)
UW에서 날이 좋은 날이면 (사실 좋지 않은 날에도) 항상 볼 수 있는 설산이 있습니다. 그곳이 바로 레이니어 산인데, 해발고도가 매우 높고 항상 눈이 덮여있는 곳이라 정말 아름답습니다. 저는 친구들과 차를 렌트해서 다녀왔지만 학교에서도 2-3번 정도 레이니어 산을 하이킹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 같습니다. 차가 없으시다면 해당 프로그램 날짜를 미리 확인하셔서 다녀오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인기가 많아 일찍 마감되었던 것 같습니다).
Ⅵ.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짧은 기간이었지만 앞으로 인생 전반에 걸쳐 큰 도움이 될 만한 많은 것들을 배우고 경험한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비록 모든 순간이 행복하고 즐거웠던 것은 아니지만 돌아보니 힘들고 어려웠던 시간들마저 이제는 너무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교환을 가기 전 보다 저는 더 여유로운 사람이 된 것 같고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커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이전보다 나 자신을 더 잘 알게 된 것 같아 그 점이 가장 만족스럽습니다. 교환을 준비하며 이 글을 기대에 찬 마음으로 읽고 계실 학우 분들이 참 부럽고 잘 준비하셔서 소중한 경험 많이 하고 오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