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대학 생활 중 한 학기를 외국에서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은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기에 교환학생은 신입생 때부터 가져왔던 꿈이었습니다. 한국보다는 조금 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공부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고, 교과서로, 또 글로만 배웠던 영어를 실생활에서 사용하며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대학교 1학년과 2학년에 거쳐 제2외국어로 스페인어 강의를 수강하며 유럽, 특히 스페인으로 교환학생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순히 한국에서 스페인어를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스페인에서 문화를 체험하고 스페인어를 연습하고 싶었습니다. 또한, 학기 중에 다른 유럽 국가로 여행하기도 용이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스페인의 여러 도시들을 찾아보던 중, 다른 도시보다 바르셀로나가 관광 도시로서 영어를 구사할 줄 아는 현지인의 비율이 높다는 후기를 많이 확인했고, 생활하기에 더욱 편리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스페인어 비전공자로서 DELE 자격증이 없어 지원할 수 있는 스페인 내 대학이 제한적이었다는 점도 바르셀로나, 그 중에서도 UPF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바르셀로나는 출국 전 찾아본 대로 현지인의 영어 구사 비율이 높은 편이었습니다. 식당이나 슈퍼에서도 간단한 소통만 스페인어로 하고 학교 내외에서 따로 스페인어를 잘하지 못한다고 미리 밝히기 전에도 현지인들이 외국인에게는 이미 영어로 소통을 시도해 줬습니다. 바르셀로나는 스페인에서도 여름에 교환학생으로 시간을 보내기에 가장 좋은 국가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스페인 도시들에 비해 기온이 낮고, 그늘이 많아 여름에도 시원합니다. 바르셀로나 공항도 크고 교통도 잘 돼 있어 근교, 다른 도시, 다른 유럽 국가로 편하게 여행을 다녔습니다.
스페인의 1년 교육 과정은 3학기로 운영되고, 저는 2023년 3학기(23.04-06)에 파견된 학생이었습니다. 저를 제외한 다른 두 명의 한국 학생은 2학기부터 시작해 두 학기를 UPF에서 보냈습니다. 2학기에 파견돼 두 학기를 보내는 학생이 3학기에 파견되는 학생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제가 갔을 때는 이미 많은 학생들이 서로 친해져있는 상황이었고, 학교에 있는 모든 교환학생이 모이는 프로그램이 없어 다른 학생들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었습니다. 스페인으로 교환을 계획중이시라면 1학기 또는 2학기 파견을 생각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UPF는 교환학생 수가 많지만 대부분 다른 유럽 국가에서 온 학생, 특히 독일이나 프랑스 학생들이 많은 편이고 동양인은 그 비율이 매우 낮았습니다. 교환학생들을 위한 ESN 프로그램을 운영하고는 있으나 활성화는 잘 되지 않았고 주로 파티 위주여서 참석한 적은 거의 없습니다. 언어 교류 멘토멘티 프로그램 또한 UPF의 재학생 중 한국 학생을 멘티로 원하는 사람이 있어야 매칭되기 때문에 활동이 이어지기는 어려웠습니다. 2023-3학기에는 저 포함 한국 학생이 세 명이었고, 그중 한 명만 언어교류 멘토가 매칭되었습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저는 교환학생 학기 포함 4개월을 유럽 국가에서 생활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학생 단기 비자(SSU)를 신청했습니다. 스페인 대사관 사이트에서 필요한 서류를 확인하고 대사관에서 인터뷰 신청을 한 뒤 제출하면 됩니다. 자금증명서만 미리 준비하면 돼서 별로 어렵지는 않았지만, 제가 3학기 중에 한 학기만 다니는 거라 학교에서 보내주는 입학 허가서에 수학 기간이 90일 이내로 되어 있다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첫 비자 인터뷰에서 거절을 당한 뒤 다시 UPF에 메일을 보내서 수학 기간을 늘려 달라고 요청했고, 학교 측에서 수학 기간을 연장한 새로운 입학 허가서를 전송해줘서 다시 제출한 뒤 비자를 수령했습니다.
스페인 교환학생 준비 중 가장 어려운 것은 숙소를 구하는 일이었습니다. 스페인은 대학교 측에서 교환학생에게 제공하는 기숙사가 없고, 학생이 자체적으로 집을 구해야 합니다. 학교에 연결된 사설 기숙사는 한 달에 월세가 약 900~1,000유로 정도로 매우 비싸서 신청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스페인으로 교환학생을 가는 학생들은 입국 후 일주일 정도 지낼 숙소를 미리 예약하고 바르셀로나에 도착해서 집을 구합니다. 어플리케이션(idealista, Badi, Uniplace, Fotocasa 등)을 활용해 집을 구합니다. 어플을 통해 집의 조건과 집주인이 원하는 세입자의 조건을 확인한 뒤, 집을 보러 가고 싶다고 주인에게 메시지를 넣고 주인이 보러 오라고 하면 직접 가서 집을 본 뒤 계약하는 순서입니다. 문제는 직접 가서 보고 계약 의사를 밝혔는데 주인이 거절하는 경우도 있고, 집을 보러 가겠다고 메시지를 보내도 답장이 오지 않는 경우도 많다는 후기를 봤습니다. 그래서 저는 출국 4일 정도 전에 aluni.net에서 집을 구했습니다. 바르셀로나에 있는 부동산이 학생, 어린 직장인들을 위한 온라인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데 학생이 기간, 위치, 조건(흡연 여부, 화장실 개수, flatmate 수 등)을 설정하면 맞는 매물을 보여주고 그 중에 마음에 드는 걸 골라서 계약하는 형식입니다. 저는 약 180유로의 중개 수수료와 한 달 월세를 보증금으로 내고 한 달에 545유로를 월세로 받는 집과 계약을 했습니다. aluni가 대신 계약서도 작성해주고 온라인으로 집을 구할 수 있기 때문에 편하고 안전하지만 직접 집을 볼 수 없다는 단점이 있어 거주 환경이 중요하신 분들께는 추천하지 않는 방법입니다.
학교가 숙소를 제공해주지 않기 때문에 저는 우리 학교 등록금만 지불하고 학교를 다녔습니다. 그리고 한 학기 동안 스페인어 수업을 수강했는데, 약 13만 원 정도 지불해야 했습니다.
IV. 학업
수강신청은 선착순 온라인으로 진행됩니다. 제가 교환학생 지원팀에 메일로 문의했을 때 자신의 소속 단과대‧학과의 수업이 아니더라도 제한 없이 수강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으나, 저의 경우 이미 수강 신청을 완료한 이후 수강 변경 기간에 문의했던 터라 남은 자리가 없어서 실제로 수강반을 변경할 수는 없었습니다. 아마 수강인원만 있다면 자유롭게 강의를 수강할 수 있으니 다른 단과대의 수업까지 모두 확인하고 수강 신청을 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각 단과대에서 학과별 개설 강의와 영어 강의 여부를 정리해 PDF 파일로 올려줍니다. 이걸 보고 수업 내용과 시간을 확인한 뒤 수강 신청을 하면 됩니다. 강의는 한 학기에 최대 3개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수업 내용을 따라가고 과제를 하고 여행을 다니다보니 저는 강의 2개와 스페인어 수업 하나를 들었는데도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UPF에는 까탈루냐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독일어 등 언어 수업도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한 학기에 수강료가 약 13만 원 정도 되는데, 저는 스페인어 수업을 추천합니다.
V. 생활
스페인 현지 식재료는 저렴한 편이고, 전체적인 물가 또한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비싸지는 않지만 그래도 외식의 경우 한국과 비교하면 확실히 비싼 편입니다. 그래서 최대한 외식보다는 집에서 밥을 해먹으려고 노력했고 1인용 밥솥을 가져갔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프랜차이즈 카페, 한식당도 많아서 한국에서 생활했던 거랑 크게 다르지 않게, 편하게 생활했습니다. 지하철과 버스도 주요 관광지까지 노선이 잘 되어 있고, 국제학생증이 있으면 3개월 40유로에 무제한 교통권을 구매할 수 있어서 유럽 내 다른 도시들보다 교통비가 저렴한 편입니다. 유심은 현지에서 보다폰 유심을 구매해서 사용했고, 스페인 내 데이터 100GB를 한 달 15유로에 구매했습니다.
주변에 소매치기로 인해 고생했던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고딕지구에서는 친구가 저와 함께 있다가 가방을 도둑맞기도 했습니다. 바르셀로나가 관광지고 유동인구 자체가 많다 보니 각별히 주의가 필요합니다.
Ⅵ.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 홀로 적응한다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동시에 귀중한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현지에서 언어를 사용해볼 수 있었고,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성장한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국가를 여행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교환학생 프로그램이었기에 쉽게, 또 편하게 외국의 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적극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