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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입선작-수기] [네덜란드] 김O기_Maastricht University_2023학년도 1학기 파견

Submitted by Editor on 27 November 2023

I. 교환 파견 동기

교환학생 프로그램은 안전하고 비교적 합리적인 비용으로 해외 생활을 경험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입학 때부터 꿈꾸던 일 중 하나였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지원 시기를 계속 미루게 되면서 여러 불확실성 때문에 포기를 고민했던 순간도 있었지만, 대학생활에서 아쉬움을 남기고 싶지 않아 다소 늦은 시기이지만 파견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1. 파견대학/지역 선정 이유

교환학생 생활에서 자신이 꼭 이루고 싶은, 혹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가치 3가지를 정해서 기준에 부합 하지 않는 국가와 대학들을 소거하고 나면 남은 선택지들을 비교하기 한결 쉬워지는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 한국의 강의식 수업이 아닌 제대로 된 토론식 수업을 경험해보고 싶었기에 대학의 수업방식이 첫번째 기준이 었습니다. 또한 영어 외의 제2외국어는 자신이 없었고 영어실력을 향상시키고 싶다는 바람이 있어 영어로 충분히 소통이 가능한 지역인지를 두번째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마지막으로는 그동안의 대학 생활에 잠시 쉼표를 찍고 평화롭게 지내고 싶었기에 인구밀도와 자연환경 등을 고려했습니다.

이러한 기준으로 북유럽 국가들과 네덜란드, 호주로 지역을 추려서 그때부터는 해당되는 대학의 후기나 홈페이지를 찾아보며 지망 순위를 정했습니다.

2. 파견대학/지역 특징

마스트리히트는 독일, 벨기에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네덜란드의 소도시로, 네덜란드 하면 흔히 떠올리는 운하는 없지만 뫼즈강이 평화롭게 흐르는 동네입니다. 강을 기준으로 서쪽에는 기숙사와 대학교, 여러 행사 가 열리는 메인광장과 시내가 있고 동쪽에는 기차역과 상점거리가 있습니다. 주요 활동반경을 기준으로 서쪽 끝에서 동쪽 끝까지 걸어가도 최대 1시간 정도인 작은 도시이고, 대중교통은 버스뿐이라서 주로 자전거를 타고 다닙니다. 기숙사에서 학교까지는 걸어서 20-30분 정도/자전거로 5-10분 정도 걸립니다. 저는 태어나서 쭉 서울에서 살았기 때문에 도시의 북적임에 질려있는 상태여서 사람도 적고 평화로운 마스트리히트가 특히 나 아주 좋았습니다.

독일과 벨기에와 인접해있는 만큼 플릭스버스(유럽 전역을 연걸하는 버스)로 30분이면 가까운 독일, 벨기에 도시에 갈 수 있고 마스트리히트 공항, 본-쾰른 공항(독일), 브뤼셀 공항(벨기에) 등 가까운 공항이 여러 개 있어서 다른 유럽 국가들로 여행을 다니기에 편리합니다. 유럽의 중심부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 때문인지 EU 탄생 조약인 마스트리히트 조약이 체결된 역사적 의미가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유럽 국가들은 역사와 전통을 중시하기 때문에 건물이나 시설이 노후된 지역들이 많은데, 네덜란드는 유럽 국가들 중 깨끗하고 신식 건물들이 많은 곳에 속합니다. 그러면서도 마스트리히트 내에는 13세기에 지어져 현재는 대학교 캠퍼스와 시내를 구분하는 city wall이 있어 옛것과 새것의 조화가 아름다운 곳입니다. 또 한 캠퍼스 쪽에 넓은 공원이 있어서 피크닉과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공간도 많습니다. 사람들도 매우 친절하고 남녀노소 영어를 모국어만큼 하기 때문에 네덜란드어를 전혀 몰라도 의사소통에 어려움은 없습니다.

마스트리히트 대학교는 굉장히 international한 학교로 교환학생 비율도 많고, 정규학생 중에도 네덜란드 보다는 주변 유럽국가에서 온 친구들이 많습니다. 거의 모든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어 선택지가 넓고, 아시아 계 학생은 많지 않지만 그래도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모여있기 때문에 교환학생으로서 적응하기에 수월합니다. 하지만 Problem-Based Learning(PBL) 이라는 일명 토론식 수업을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출석 도 엄격하고 수업 전에 리딩과 수업목표에 따른 답변을 준비해가야 합니다. 저는 한국의 Lecture 스타일 수업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해서 PBL 수업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을 갖고 선택했기에 영어실력이나 수업방식에 서 어려운 점이 있어도 즐기면서 수업을 들을 수 있었지만, 적극적인 참여형 수업을 힘들어하시는 분이라면 특히나 영어로 진행된다는 점을 감안하여 충분한 고민 후에 선택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현지 생활에 대한 정보를 찾거나 출국짐을 챙길 때 OIA 귀국보고서와 네이버 블로그의 후기를 찾아보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됩니다. 또한 메일로 거주허가증 발급, 수강신청 등 기한 내에 신청해야 하는 중요사항에 대한 안내가 오니 메일을 자주 확인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1. 비자 신청 절차

마스트리히트 대학교는 메일을 통한 안내도 제때 잘 이루어지고, 문의사항에 대한 답변도 2-3일 내로 비교적 빠르게 오는 편입니다. 네덜란드에서 비자 및 주민등록증 역할을 하는 거주허가증(residence permit)에 대한 안내는 하반기 파견 기준 5월 중순경에 왔습니다. 거주허가증 신청을 위해 필요한 서류목록과 각 서류의 세부조건에 대한 안내가 상세히 담긴 pdf 파일이 제공되고, 해당 안내를 잘 읽고 요구되는 서류를 잘 준 비해서 마스트리히트 대학교 홈페이지에 온라인으로 제출하면 됩니다. 요구되는 서류는 크게 (1) 파견되는 기간 동안의 생활을 보장하는 재정적 능력 증빙 서류, (2) 거주허가증 발급 수수료 이체 증빙 서류, (3) 여권 사본, 그리고 (4) 각종 동의서 가 있습니다.

네덜란드 이민국에서 행정처리를 하는 데에 4-6주가 소요되기 때문에 넉넉잡아 학기 시작 2달 전에는 모든 서류와 온라인 신청 절차를 끝내는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개강 전 여행을 다니실 계획이시라면 입국심사 때 귀국 항공편 또는 비자에 준하는 서류를 요구할 수도 있으니 출국날짜를 기준으로 하여 미리 신청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행정처리가 완료된 후 7월 중순경 네덜란드 비자 오피스에서 메일로 official decision letter(공식허가문 서)를 받았고, 현지에서 진행할 biometrics(지문 및 얼굴확인 절차) 예약을 잡았습니다. 현지 도착 후 시청에 방문해 biometrics 절차를 완료하면 9월 초-중순경에 학교에서 실물 거주허가증 카드를 수령할 수 있습니다. 복잡해 보일 수 있지만 메일을 통해 각 시기에 신청해야 할 사항에 대한 상세히 안내가 이루어지니 메일을 정기적으로 잘 확인하시고 기한 내에 빠뜨리지 않고 각 절차를 완료하시기만 하면 됩니다.

2. 숙소 지원 방법

마스트리히트 대학교의 경우 ‘Maastricht Housing’이라는 대학 연계된 사이트에서 방을 구할 수 있는데, 빨리 구할수록 선택지가 많기에 합격 통보가 나면 가장 먼저 기숙사를 구하시길 추천합니다. 저는 교환학생 이 제일 많이 거주하는 P빌딩과 C빌딩에서 각각 한 학기씩을 보냈는데 P빌딩은 대부분 2인실 방 안에 주방이 있는 구조이고, C빌딩은 대부분 1인실에 같은 복도의 친구들과 주방을 공유하는 형태입니다. 주방이 딸린 1인실도 소수 있기는 하지만 가격이 비싼 편입니다. 방의 크기와 구조에 따라 하루에 18유로에서 33유로까 지 다양하며 다음달 1일 전까지 홈페이지를 통해 미리 월세를 납부합니다. 샤워실과 화장실은 P,C빌딩 모두 같은 복도 친구들과 공용으로 사용하며, 공용공간은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한 평일에 매일 기숙사 측에서 청소를 해주십니다.

아무래도 공용주방이 있는 게 같은 복도 친구들과의 교류도 많고 편하게 다른 친구들과 초대해 음식을 만들어 먹거나 모일 수 있어서 저는 C빌딩에서 지낸 시간이 더 좋았습니다. 하지만 공용주방의 특성상 설거지 를 제때 하지 않는 등 공유지의 비극이 발생할 수 있고, 가끔 주방에서 시끄럽게 파티를 하는 친구들도 있어서 여러 장단점을 고려하여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3. 파견 대학 지불 비용(student fee, tuition fee, 기숙사 비용 등)

출국 전에는 거주허가증 발급 수수료로 207유로, 기숙사 보증금으로 계약기간 기준 마지막 30일치를 보증금으로 미리 지불했습니다. 출국 후에는 기숙사비 외에 따로 대학에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없었습니다.

4. 기타 유용한 정보

저는 합격발표 후 에브리타임 교환학생 게시판에서 해당 학기 같은 대학으로 파견가는 분들과 오픈카톡방 을 만들어서 파견 전 질문이나 처리 상황 등을 서로 공유했습니다. 출국 후에도 교환학생들은 대부분 기숙사에 거주하기 때문에 자주 만나 한식도 만들어먹고 교통카드, 계좌 등 정보를 공유하면서 많은 도움을 얻었습니다. 출국 전 혼자 준비하는 것이 막막하거나 현지 파견 후 적응이 걱정되시는 분들은 이 방법으로 많은 도움 받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IV. 학업

1. 수강신청 방법

저는 3월경 메일으로 학사일정과 마스트리히트 대학교에서 열리는 모든 강의의 강의계획서를 담은 course catalog를 받고, 5월 초에 수강신청 안내를 받았습니다. 교환학생들은 강의계획서를 읽고 관심있는 강좌를 링크를 통해 설문으로 제출하게 됩니다. Block 형태로 강좌가 분류되어 있어 같은 시간대의 강좌를 중복 신청하는 것은 시스템 상 막혀있지만, 시간표가 확정될 때까지 수업이 열리는 요일과 시간은 알 수 없고 강의 설명만을 토대로 신청해야 합니다. 단과대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제가 파견되었던 University College Maastricht(UCM)의 경우 개강 1-2주 전 확정된 시간표가 나올 때까지 해당 학기의 시간표를 알 수 없었습니다.

2.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교환학생들은 보통 한 Period에 2-3과목씩을 듣는데, 저는 관심있었던 주제의 강좌 1개 + 전공과목 1-2 개의 조합으로 수업을 들었습니다. 본교에서는 학점이수 때문에 듣지 못했던 흥미로운 수업들을 부담없이 경험할 수 있음과 동시에 전공에서 가르치는 내용과 수업방식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기후변화에 관심이 있어 관련 수업 2개와 심리학 전공수업 3개를 수강했습니다.

- Sustainable Development: An Introduction

지속가능한 개발에 대해 개괄적으로 다루며, 주마다 주제에 따라 사회과학적인 측면과 자연과학적인 측면 이 혼합되어 있습니다. 인류세(Anthropocene), Biochemical Cycle, Planetary Boundary, SDGs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다루며 개론인 만큼 과학적 지식을 부담없이 다루면서도 서로의 의견을 낼 수 있는 측면들도 있어 PBL 수업의 장점을 느낄 수 있는 흥미로운 수업이었습니다.

- Climate Change Sustainable Development

과목을 선이수과목으로 요구하는 조금 더 난이도 있는 수업입니다. 전 과목에서 간단하게 다루었던 과학적 지식을 토대로 더욱 심화된 기후변화의 증거들에 대해 공부합니다. 그렇다보니 여러 수식과 과학법칙들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토대로 기후변화가 떠도는 소문이 아닌 현실에 닥친 위기임을 이해하고 설명할 줄 아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수업 내용 자체는 흥미로웠지만 이론의 이해가 어려워서 토론이 잘 진행되지 않았고 개인적으로 수업 내용에 따라 PBL 형식이 비효율적으로 흘러갈 수 있음을 느끼고,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수업입니다.

- The Psychology of Individual Differences: Personality and Intelligence

마스트리히트 대학에서 열리는 심리학 수업들은 대체로 가상의 인물을 통한 사례를 토대로 주제에 접근하 는데, 인간의 마음을 다루는 심리학이라는 학문의 특성을 굉장히 잘 반영한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그저 외 워야하는 지식이 아니라 예시에 등장한 인물의 사고와 행동방식에 대한 이해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조금 더 흥미롭게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Personality’의 정의, 측정방법 등 기본적인 주제와 더불어 여러 사회문화적 배경과 개인적 경험에 따라 성격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다루는 과목입니다. 리딩 자료와 토론에서 다양한 가설과 흥미로운 연구결과들을 접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 Clinical Psychology

공황장애, PTSD, 우울증, 섭식장애 등 다양한 정신장애들을 이론적으로 배우고 가상 사례에 어떻게 적용 시킬 수 있을지 탐구하는 수업입니다. 본교에서 이상심리학을 수강했을 때는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는데, 비슷한 내용을 다루지만 접근 방식에 큰 차이가 있어서 제가 가장 흥미롭게 수강했던 수업입니다. 교수님께서 내담자에 대한 워딩에 매우 신중하시고 정신장애의 진단과 치료에서 개인의 특수성을 강조하시는데, 내담자에 대한 이해와 현 분류체계에 대한 비판적 태도 측면에서 많은 배움을 얻었습니다. 수업 전반과 평가에서도 학생들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존중해주셔서 좋았습니다.

- Developmental Psychology

영아기부터 청소년기까지 아동의 뇌와 인지 및 감정의 발달을 심리학적 측면에서 다루는 수업입니다. 지 각능력, 수에 대한 감각, 애착형성과 도덕적 관념 발달 등을 다루며 여러 이론들이 많이 나와서 내용이 조금 방대하기는 하지만 발달심리학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추천할만한 수업입니다. 여러 과목을 수강해본 결과 개 인적으로는 심리학과 같은 사회과학 수업들이 대체로 PBL 형식으로 다루었을 때 더욱 빛을 발한다고 느꼈습니다.

3. 학습 방법

네덜란드는 학기가 아닌 Period를 단위로 수업을 진행합니다. 한 학기가 두 개의 Period로 나뉘어 있고, Period 사이에 약 10일간의 중간 방학이 있다고 생각하면 편합니다. 한국에서의 2학기에 해당하는 시기에 Period1,2가 진행되고 겨울 계절학기 개념의 Period3가 끝난 후 다시 한국에서의 1학기 시기에 Period4,5 가 진행되고 여름 계절학기 개념의 Period6가 있습니다. 정규 한 학기를 계절학기 두 개로 나누어 듣는 느낌이라서 좀 더 intense하고 몰입도 있는 수업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수업은 Lecture와 Tutorial로 구성되는데 Lecture는 강의식 수업으로 필요한 경우에만 포함되고 메인은 Tutorial 수업으로 교수님은 토론의 방향을 잡아주는 길잡이 역할만 하시고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만들어 가는 토론식 수업입니다. Pre-disscussion 시간에 수업 주제에 따른 Learning goals(수업목표)를 설정하고 다음 수업시간까지 각자 주어진 논문을 읽고 답변을 준비한 후 다음 수업의 Post-discussion 시간에 답변을 공유하고 발전시키는 형태입니다. 그렇다보니 Tutorial 그룹의 구성원에 따라 토론 분위기가 달라지고, 학생들의 준비도에 따라 수업의 퀄리티에도 많은 차이가 생길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인문사회계 수업의 경우 Tutorial 수업이 더욱 효과적으로 느껴졌지만, 자연과학 내용을 다루는 수업의 경우 부족한 input을 토대로 토론을 해야 해서 학생들도 어려움을 겪고 Problem-Based Learning(PBL)의 의미가 퇴색된다고 느꼈습니다. 간혹 수리 혹은 회계 수업의 경우 창의력 수학 문제처럼 강의와 토론을 적당히 결합한 형태로 수업을 풀어가는 교수님들도 계시니 강의계획서를 잘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4. 외국어 습득 요령

토론 형태로 수업이 진행되다 보니 아무래도 영어에 자신감이 크지 않으면 선뜻 먼저 나서서 말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대부분의 한국 학생들은 Reading, Listening보다 Speaking에서 특히나 자신감이 없는데 이를 위해서는 경직된 수업시간이 아니라 자유로운 환경에서 외국인 친구들과 많은 대화를 나눠보는 것 이 큰 도움이 된다고 느꼈습니다. 저도 외국인 친구들을 많이 사귀지 못했던 첫 학기보다 공용주방을 쓰면서 대화를 많이 했던 두 번째 학기에 수업에서도 제 의견을 훨씬 수월하게 말할 수 있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C빌딩에 거주하신다면 같은 복도 친구들과 친목을 다질 수 있고, 수업 중에 마음이 맞는 친구가 있으면 같이 식당이나 카페를 가는 것도 좋습니다. 봄, 가을에는 학교 주변 공원에서 수업 전후로 피크닉을 즐기는 친구들도 많으니 너무 덥거나 추워지기 전에 많이 누리시길 추천합니다.

5. 기타 유용한 정보

수업에서 제공해주는 리딩 자료들의 양이 처음에는 굉장히 방대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 자료들을 모두 읽어오라는 것이 아니라 처음에는 skimming (훑어읽기)를 해서 중요한 부분만 중점적으로 읽거나 tutorial 그룹 내에서 각자 집중해서 읽을 자료를 분담하기도 합니다. 교수님들도 그 많은 자료를 매주 다 읽어오는 것을 기대하고 내주시는 것이 아니니, 큰 부담 가지지 마시고 할 수 있는 한도 내의 자료에서 인사이트만 뽑아서 수업을 준비해간다고 생각하시면 좋습니다.

 

V. 생활

1. 가져가면 좋은 물품

유럽에는 우리나라처럼 에어컨 또는 히터가 보편화되어 있지 않습니다. 여름은 습하지 않아 에어컨 없이 도 그늘에 있으면 금방 시원해져서 큰 불편함이 없지만, 추운 겨울에는 라디에이터가 기숙사 방에 따라 충분히 작동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캠핑용 전기장판을 가져가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네덜란드 현지에서도 전기장판을 팔기는 하지만 캠핑용이 있으면 겨울에 여행을 다닐 때에도 챙겨 다닐 수 있어 더욱 유용합니다. 한두학기 사용 후 버리고 오실거라면 20-30유로 정도 하는 현지 전기장판 구매를 추천 드리고, 여행 시에도 이용하실 거라면 캠핑용을 챙겨가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하반기 파견은 물론이고 상반기 파견을 가시는 분들도 네덜란드는 4월까지도 날씨에 따라 겨울 같은 추위가 계속된다는 점을 고려해 서 가져가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또한 마스트리히트는 교통수단이 다양하지 않아 자전거를 주로 이용하는데, 흐리고 비오는 날이 많아 우산을 쓰고 자전거를 타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내구성 좋은 우비나 방수기능이 있는 바람막이를 챙겨서 우산 대신 입고 다니시는 것이 좋습니다.

2. 현지 물가 수준

외식 물가가 한국의 1.5-2배 정도로 비싼 편이라서 주로 기숙사에서 요리를 해먹거나, ‘Thuisbezorgd’라는 배달 어플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3. 식사 및 편의시설 (식당, 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 편의시설

기숙사 근처 Brusselsepoort라는 종합쇼핑센터에 식료품, 생필품을 포함한 거의 대부분의 상점들이 모여 있어서 생활하기에 편리합니다. 식료품은 Jumbo(윰보)와 Albert Heijn(알버트하인)에서 주로 구매하는데 알버트하인은 마에스트로 카드나 현금만 가능합니다. 생필품은 Action, Hema, Kruidvat이 가장 저렴해서 자주 이용합니다.

- 의료

만일에 대비해 유학생 보험을 들고 가기는 했지만, 현지에서 병원을 가려면 예약을 잡고 며칠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고 우리나라처럼 세고 확실한 약 처방이 흔치 않아 현지 병원은 이용해보지 않았습니다. 특히 감기에 걸렸을 때 유럽 약국에서는 약이 아닌 스트렙실 종류를 주기 때문에 한국 감기약을 미리 챙겨가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불가피하게 현지 약을 구매해야 하는 경우에는 약국에 찾아가 증상을 설명하거나 인터넷으로 미리 찾은 약 종류를 보여주는 것이 좋습니다.

- 계좌

네덜란드는 비자나 마스터 카드가 아닌 마에스트로 카드만 받는 곳들이 종종 있어서 네덜란드 도착 후 현지계좌를 만들어 마에스트로 체크카드를 발급받으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네덜란드 현지 계좌가 있으면 친구들과 정산할 때도 매번 환율을 곱해서 보내지 않아도 되고, 유럽 여행을 다닐 때도 편리합니다.

보통 ING나 bunq 중에 계좌를 만드실텐데, ING는 발급절차도 까다롭고 시간도 오래걸려서 네덜란드 현지의 카카오뱅크 개념으로 어플을 통해 쉽게 계좌를 열고 닫을 수 있는 bunq를 강력 추천합니다. 한 달에 2.99유로씩 내는 멤버십을 선택하시면 생활에 필요한 기능은 모두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해외송금으로 주기 적으로 계좌에 돈을 충전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긴 하지만, 환율이 낮을 때 한 번에 송금해두고 쓰시면 좋습니다. 해외송금 시에는 ‘모인’ 이라는 사이트를 이용했는데, 유학생으로 가입하면 송금수수료가 면제되어 해외송금 플랫폼 중에는 가장 저렴한 것 같습니다.

- 교통

네덜란드에서는 교통카드로 OV chipcard를 사용하여 버스, 트램, 지하철, 기차를 비롯한 네덜란드 내 모 든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Anonymous(익명) 또는 Personal(개인)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는데, Personal을 사용할 경우 매달 총 사용요금이 청구되기 때문에 충전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고 네덜란드 내에서 기차를 이용할 때 할인요금제(NS Flex)를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학생들은 매달 구독료 5.6유로를 내고 rush hour (주중 06:30-9:00 & 16:00-18:30)을 제외한 off-peak hours에 이용한 기차 요금은 40% 할인받을 수 있는 Dal Voordeel 요금제를 가장 많이 이용합니다. 또한 구독 신청시에 OV chipcard를 무료로 받을 수 있습니다.

기차 시간표와 요금, 연착 및 취소 정보에 대한 것은 NS 어플을 통해서 확인하는 것이 가장 편리합니다. 카드 발급과 관련된 것은 OV chipcard 홈페이지에서, 기차 이용 및 구독과 관련된 것은 NS 홈페이지에서 관할하며 카드를 분실할 경우 카드를 정지시키고 재발급받아야 하므로 두 홈페이지 모두 회원가입 및 카드등록을 해두시기를 추천드립니다.

마스트리히트 내에서 주요한 교통수단이 되는 자전거를 구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1) Swapfiets와 같은 자전거 대여업체 이용

대여를 하면 매달 일정한 금액을 내고 자전거 대여업체에서 자전거를 빌려주고, 수리나 도난에 대처하기 가 쉽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사이즈가 다양하지 않아 내 키나 체형에 맞는 자전거가 없으면 이용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네덜란드의 자전거는 페달 브레이크가 기본이고, 핸드 브레이크가 보편적이지는 않습니다. 페달 브레이크도 쓰다보면 적응이 되기는 하지만 교통수단으로 사용하는 자전거이기에 안전상 우려가 되신다 면 핸드 브레이크가 있는 모델을 택하시길 추천합니다. 개강 직후에는 자전거를 대여하는 학생이 많아 재고가 들어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으니, 자전거 대여 계획이 있으시다면 현지 도착 후 최대한 빨리 대여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2) 발품 팔아 중고자전거 구매

페이스북 그룹이나 Marktplaats 어플 (네덜란드의 당근마켓) 등 온라인으로 상품을 찾거나 직접 자전거샵 을 돌아다니며 secondhand bike를 구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페이스북 그룹은 , , , 등에 가입 후 올라와있는 제품의 판매자와 채팅으로 연락할 수 있습니다. 잘 찾아보면 60-70유로부터 굉장히 합리적인 가격으로 자전거를 구할 수 있지만 자전거의 상태를 직접 체크해야 한다는 점과 이렇게 싸게 파는 자전거들은 훔친 자전거일 확률이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Marktplaasts 어플은 영어지원이 되지 않아서 모두 dutch로만 되어있기에, dutch로 자전거라는 뜻인 fiets 를 검색해서 나오는 게시물을 번역기를 이용해 찾아야 해서 더욱 번거로울 수 있습니다. 여러 위험부담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싸게 구할 목적이라면 고려해 볼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전거샵에서 파는 중고자전거들은 보통 150유로 이상으로 비싼편이고, 특히 여성용의 경우 물건도 자주 들어오지 않고 최소 200에서 보통 250유로 대로 가격이 더욱 비싸집니다. 하지만 정기적인 점검을 받을 수 있고, 파견기간이 끝날 때쯤 다시 되팔아 어느정도 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 통신

네덜란드에서는 Lebara라는 통신사를 주로 이용합니다. 인터넷을 통해 무료 유심을 받을 수 있고, 홈페이지 에서 유심을 등록하면 달마다 결제하는 요금제를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유럽 여행을 다닐 계획이 있으신 분들은 네덜란드 only가 아닌, 유럽 전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요금제를 추천드립니다. 다만 유럽 외 국가에서 잠시라도 사용할 경우 요금폭탄을 맞을 수 있으니 유럽권 국가가 아닌 나라를 여행하거나 잠시 경유할 때에는 데이터를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4. 학교 및 여가 생활 (동아리, 여행 등)

저는 동아리 활동을 따로 하지 않았지만, 외국 친구들을 많이 만나고 싶은 경우 좋은 선택지인 것 같습니다. 다만 정기 활동이 있는 동아리의 경우 친구들과 여행일정을 맞추기 어렵다는 점은 감수해야 합니다.

네덜란드는 유럽의 중심부근에 위치해있어 유럽 여행 다니기가 좋고, 특히 마스트리히트 주변에는 가까운 공항이 많아서 항공편의 선택지가 넓은 편입니다. 다른 유럽 국가들도 좋지만, 네덜란드 기차 구독서비스를 이용해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네덜란드 다른 도시들을 여행하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네덜란드는 조금만 외곽으로 나가면 소나 양들이 풀을 뜯어먹는 넓은 초원이 많아서 기차를 타고 가면서 창밖을 구경하는 것도 기억에 남는 경험이었습니다.

네덜란드 내 여행지로는 수도인 암스테르담과 비슷한 느낌이지만 좀 더 한적하고 평화로우면서 깔끔했던 Utrecht(위트레흐트), 네덜란드에서 가장 예쁜 마을이라 불리는 Giethoorn(히트호른), 그리고 소장품 뿐만 아니라 옆에 큰 공원을 끼고 있어 공간 전체가 너무 아름다운 크뢸러뮐러 미술관을 꼭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5. 안전 관련 유의사항

네덜란드는 다른 유럽국가들에 비해 비교적 깔끔하고 안전한 편이라고 느꼈습니다. 다만 대마초가 합법인 만 큼 거리에 대마 관련 상점이 많고, Coffeeshop은 대마초와 대마가 들어간 식품을 파는 곳이고 Café가 우리 가 흔히 생각하는 카페라는 것을 염두에 두실 필요가 있습니다.

6. 기타 유용한 정보

유럽에는 저가 항공사들이 많아 유럽 내 여행을 할 때는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도시간 이동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수하물 추가 비용이 비싼 편이라서 가능하다면 짧은 여행에는 백팩 하나로 여행하면 비용은 많이 절약할 수 있습니다. 저도 1주 이상의 긴 여행이 아니라면 최소의 짐만 챙겨 여행지에 있는 코인세탁소 등을 많이 이용했습니다.

 

Ⅵ.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졸업 및 취업시기로 인한 고민도 있었지만, 결론적으로는 정말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포기했다면 없었을 순간들을 떠올리면 아찔하기까지 할 정도로 저에게는 행운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익숙한 환경을 벗어나 당연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되고, 그에 따라 사소한 것에 감사하게 됨과 동시 에 한편으로는 내가 그동안 꿈꿔왔던 것이 정말로 나의 욕구인지 아니면 은연중에 사회로부터 주입된 욕구인 지를 명확히 할 수 있었습니다. 내게 상수였던 것들이 변수가 되고, 그에 따른 차이를 발견하는 경험은 낯선 곳에 스스로를 자발적으로 떨어뜨린 자에게만 허락되는 것임을 느꼈습니다. 마주치는 모든 새로움을 때로는 즐겁게, 때로는 힘들게 성실히 통과해낸 후 무엇보다 자신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 것 같습니다.

각자가 지닌 부담과 의무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어려운 짧은 여행과 달리 얼마간의 생활이었기에 이 모든 기억이 한낮의 꿈이 아닌 평생 간직할 반짝이는 조각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왠지 모를 조바심 때문에 고민 - 8 - 하는 분들이 있다면 이 시기에만 경험할 수 있는, 인생의 부피를 키워줄 기회에 꼭 도전하시길 바란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저에게 큰 울림을 주었던 책의 구절을 인용하며 마무리하려 합니다. 잊지 못할 경험의 토대를 마련해 주신 국제협력본부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이십대의 젊음에게는 온갖 것이 다 사랑의 묘약일 수 있다. 이십대란 나이는 무언가에게 사로잡히기 위해서 존재하는 시간대다. 그것이 사랑이든, 일이든 하나씩은 필히 사로잡힐 수 있어야 인생의 부피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이다. ” - 양귀자,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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