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파견 동기
프랑스의 문화와 예술, 언어를 좋아하며, 타국에서 그 나라의 언어로 제 전공을 공부해보는 경험을 학부 졸업 전 반드시 해보고 싶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1. 파견대학/지역 선정 이유
어릴 적부터 프랑스 문화 및 미술, 영화 등에 흥미를 가지고 프랑스의 예술을 자주 접했습니다. 대학 입학 후 전공인 철학 공부를 하며 원문 텍스트를 읽는 것의 매력과 장점을 느끼고 영어를 비 롯한 외국어 능력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따라서 영어 외에 프랑스어 텍스트들을 원문으로 읽고자 프랑스어를 꾸준히 공부하게 되었고 이러한 관심 분야와 학습을 바탕으로 교환학생으로서 직접 프 랑스어로 철학과 예술을 공부하고 프랑스의 문화도 깊이 경험하는 기회를 얻고자 했습니다.
프랑스의 여러 지역 중 파리를 선택한 것은 프랑스의 예술을 마음껏 경험하는 혜택을 누리기에 가 장 적합한 도시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프랑스는 중요 유적이나 문화 활동을 누릴 수 있는 기관 이 수도에 몰려 있는 편입니다. 파리를 제하고도 매력적인 도시들이 다수 존재하지만, 철도가 잘 갖추어져 있어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것도 어렵지 않기에 파리를 선택했습니다. 파리는 유럽 교통 의 중심지로 여러 나라로 여행을 다니기에도 강점을 가집니다. 또 다른 이유는 파견교였던 소르본 대학을 선택하기 위해서입니다. 소르본은 전통이 깊고 인문학 분야에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 전공인 철학 분야에서도 롤랑 바르트 등의 여러 유명 학자가 배우거나 강의를 한 바 있어 선택했습니다.
2. 파견대학/지역 특징
파리는 루브르, 오르세, 퐁피두 이 3대 미술관을 제하고도 상당한 수의 미술관과 박물관이 위치하 고 있으며 교환 학생 신분으로 대부분을 무료나 할인가에 관람할 수 있습니다. 유럽은 나라마다 학 생이나 청년 할인의 기준이 다른데 나이를 기준으로 할인을 해주거나(예를 들어 오스트리아의 다수 의 미술관 정책은 이러합니다.) 대학생이면 모두 입장료 일부를 할인을 받을 수 있는 기관들도 있 는 반면 유럽 거주 학생인 경우만 입장료를 면제해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프랑스의 대부분의 미술 관, 박물관, 유적지들은 마지막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에 교환 학생 신분을 활용하기에 유리합니다. 대부분 파견교의 학생증으로 입장이 가능하며 베르사유 궁 학생 할인과 같이 비자(여권)을 요구하 는 기관도 있습니다. 도시 중심으로 센 강이 흐르고 도시 곳곳에 크고 작은 공원과 숲이 위치하고 있어 복잡한 도시임에도 자연을 즐기기 어렵지 않습니다.
다만 매년 관광객 수에 있어 1위를 차지하는만큼 늘 사람이 많고 복잡하며 조용함을 기대하기 어 렵습니다. 경우나 시기에 따라 미술관 등을 관람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세계 최대 의 관광 도시이기 때문에 영어를 못하기로 악명 높은 프랑스임에도 파리에서 많은 서비스직 종사자 들은 영어 기초 회화는 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프랑스어로 말을 걸어도 영어로 답변을 받는 경우가 있어 처음에는 프랑스어 실력을 빠르게 늘리는 데 차질이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꾸준 히 영어가 아닌 프랑스어를 사용하며 프랑스어에 익숙해지고 프랑스어 발음과 표현, 사용이 자연스 러워지면 영어로 답변을 받는 일은 체류기간이 끝나갈 즈음에는 없어지니 두려움 없이 프랑스어를 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럼에도 프랑스어를 구사하는 것은 파리에서 해결해야할 문제가 생겼을 때, 즉 매우 일상적인 기초 회화 이상의 의사소통이 필요할 때는 분명히 큰 도움이 됩니다. 또한 파리를 벗어나 소도시로 가거나 주변의 룩셈부르크, 벨기에와 같은 프랑스어 구사 국가에서 큰 도 움이 되며, 프랑스어 구사 국가가 아닌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에서도 외국어로 영어가 아닌 프랑스어 를 학습하는 경우가 많아 영어로 의사소통이 불가할 경우 프랑스어가 이를 해결해줄 수 있습니다.
프랑스는 뭐든 느긋하게 하는 편입니다. 성격이 급하다면 이에 적응하는 것이 힘들 수도 있겠으나 현지의 문화에 동화되어 그 여유를 즐겨보는 것도 나름의 즐거움이 있습니다. 유럽은 전체적으로 어떤 일이든 빠르게 하는 것을 선호하지는 않는 편이나 프랑스는 그 중에서도 간단하게는 식사 주 문부터 행정 처리까지 가장 느린 편에 속합니다. 행정 처리는 미리 미리 철저히 준비해야 하며(다 시 방문하는 것 역시 시간이 오래 소요되므로) 시간이 걸릴 것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어야 합니 다. 현지식으로 식사를 한다면 최소 2시간으로 일정을 잡아야 합니다. 잘 알려져 있듯 웨이터를 부 르거나 손을 드는 것, 식사 후 계산을 자리에서 하지 않고(일부 아시안 식당 제외) 곧바로 카운터에 가거나 일어나는 것은 현지 문화상 매우 무례하게 간주됩니다. 메뉴를 골라 주문을 하고 싶다면 메 뉴판을 덮고, 식사가 끝났다면 식기를 모아두는 것처럼 웨이터들이 신호로 받아들이는 문화를 알고 있어야 비교적 빠른 서비스를 받는 데 유용합니다. 현지인들은 메뉴를 오래 보고 이 시간을 존중해 주는 것이 손님에 대한 예의이기 때문에 프랑스에서는 메뉴판을 덮지 않았으면 주문을 받으러 오지 않습니다. 식사 때 음료 주문이 일반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집니다. 무료로 탭 워터를 제공하긴 하나, 물이 맞지 않아 배탈이 날 확률이 매우 높으니 개인적으로는 마시지 않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팁 문화는 정해진 바 없습니다. 현지인들은 서비스가 마음에 들었을 때 10% 내외의 팁을 남깁니다. 기본적으로 팁을 기대하지 않기 때문에 주지 않아도 무방하며, 약간의 팁도 고마워하는 편입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1. 비자 신청 절차
파견교로부터 acceptance letter를 전달 받으면 국제협력본부에 메일로 전달 드리고 동시에 캠퍼 스 프랑스에서 온라인 서류 작성을 진행합니다. 일단 Etudes en France 가입 후, CV(이력서; 혼 인 여부, 프랑스 비자 발급 경험 유무, 고등학교 졸업 및 대학 입학, 프랑스어 관련 자격증 획득 등의 내용 포함)와 여권 사본, 행정비용 납부 등의 온라인 서류 제출이 승인되면 면접(줌) 일정이 공지됩니다. 캠퍼스 프랑스 면접은 한국어로 진했했습니다. 편한 분위기에서 전공과 프랑스어 관련 이력, 프랑스에서의 수학 계획이나 기대하는 바 등의 내용을 물어보시고 이후의 비자 신청 절차도 설명해주십니다. 캠퍼스프랑스 면접 이후 곧바로 France-visa에서 서식 작성 및 방문 예약을 합니 다. 캠퍼스 프랑스에는 메일로 제출했던 파견교 acceptance letter에 캠퍼스 프랑스 도장을 찍어 서 보내주십니다. 이후 주한프랑스대사관에 가서 서류 및 여권을 제출합니다. 준비할 서류로는
- 대사관 방문 예약서
- Récépissé d’enregistrement (필요한 서류 체크리스트; 이를 통해 필요 서류가 모두 구비되었 는지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 비자 신청서
- 비자 만료일로부터의 유효기간이 최소 3개월 이상 남아있는 여권과 여권 사본
- 6개월 이내의 여권 규격 사진
- 상술한 캠퍼스 프랑스 도장이 있는 파견교 등록증(Acceptance letter)
- 최근 5일 이내 발급된 영문 은행 계좌 잔고 증명서(체류 예정 개월 수 * 80 만원)
- 거주지(프랑스 도착 후 최초 3개월 이상 체류지) 증명서
- 비자 신청 비용에 해당하는 원화(본인 명의 카드 가능)
가 있습니다. 변경되었을 수 있으니 반드시 공식 사이트의 서류 안내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대사 관 면접에서는 출국일을 묻고 이를 반영하여 비자 시작일로 지정해줍니다. 다만 비자 종료일은 미 리 알 수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고 저는 파견교 acceptance letter에서 작성해준 수학 기간은 6.29 까지였고 출국일은 1.16이었는데 비자는 1.16-8.16 로 7개월 발급되었습니다. 귀국예정일은 말해도 반영해주지 않으니 항공권을 미리 예매할 경우 변경 가능한 것으로 해야 합니다. 우편으로 3-4주 후 비자와 여권이 도착합니다.
2. 숙소 지원 방법
본교 파견 대상자로 선정되면 교환교에서 교환 학생 지원 방법 안내를 메일로 보내는데, 이와 함 께 기숙사 지원 방법도 안내됩니다. 기숙사 지원을 희망할 시 이에 따르면 됩니다. 다만 기숙사가 배정될 수 있을지 불분명하고 엄밀히는 학교 소속 기숙사가 아니라 학생 숙박 시설에 연결해 주는 시스템이라 메인 캠퍼스와는 기숙사가 멉니다.
IV. 학업
1. 수강신청 방법
본교 학생들 수강 신청과는 따로 수기로 이루어집니다. 학과별 교환학생 수강 신청 방법이 다른 데, 이는 각 과의 교환 담당 교수자에게 문의해야 합니다. 과사무실에 방문해서 양식을 받은 후 현 장에서 바로 제출하는 과도 있고, 스캔해서 담당자에게 메일로 제출해야 하는 과도 있습니다. 같은 과 내에서도 학년에 따라 수업 진행 캠퍼스가 완전히 다른데, 수업이 진행되는 캠퍼스의 해당 과사 무실을 방문해서 서류 작성 및 수강 신청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후 별도의 안내는 이루 어지지 않고 바로 수업에 참여하면 됩니다.
*교환 학생 수기 수강신청 양식(불문학과), 담당자에게 메일로 송부하라고 하단에 안내되어 있습니다.
상술했듯 소르본은 캠퍼스가 여러 개 있습니다. 인문대만 보더라도 3개 이상이 존재하는데, 같은 과더라도 학년에 따라 수업 진행 캠퍼스가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5구에 위치한 파리 4 대 학 ‘소르본 대학’에서는 철학과 불문학을 포함한 몇몇 학과의 졸업반, 즉 3학년 수업만 진행됩니다. 1,2 학년 수업은 학과마다 다른데, 철학과 수업은 파리 북부의 Clignancourt 센터에서 진행합니 다.
2.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철학과 전공 수업과 불문학과 전공 수업을 들었습니다.
서양근대철학 Histoire de la philosophie moderne –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중심으로 이루어 진 근대철학 수업입니다. 평가는 과제 1회, 기말 시험 1회로 이루어집니다. 과제는 칸트의 ‘순수이 성비판’ 서론에 대한 서평 작성, 기말 시험은 수업에서 배운 내용에 관한 이해와 더불어 자신의 생 각을 적는 것으로 구성된 3-4 문제의 평가였습니다.
문학과 영화 Littérature et cinema – 불문학과 3학년 전공 수업으로 메인 캠퍼스에서도 수업을 수강하고 싶어 3학년 수업을 살펴보다 중 관심 있던 누벨바그 영화와 감독 프랑스와 트뤼포를 다 루기에 선택했습니다. 누벨바그 시기 영화들과 발자크주의를 주제로 한 수업이었습니다. 프랑수아 트뤼포의 앙투안 두와넬 일대기와 이에 녹아있는 발자크 문학의 영향을 중심으로 수업합니다. CM 시간에는 누벨바그 영화와 트뤼포 영화에 관한 기법과 발자크주의 등의 이론적인 부분을 강의하며 TD 시간에는 영화 개별 장면 분석을 위주로 수업합니다. 시험은 총 3번으로, 첫 번째는 등장 인물 이나 영화 제목, 소설 내용 등을 묻는 암기형 쪽지 시험이고, 나머지 둘은 수업 내용을 바탕으로 수업에서 배우지 않은 특정 장면을 분석하는 에세이형 시험입니다. 문제는 한 문제로, 직접 답안을 작성할 종이를 준비해가야 합니다. 프랑스 시험에서 답안을 작성해본 적이 없어 지적 받았던 부분 은, 답안 작성 시 교수자가 틀린 부분을 수정하고 피드백할 수 있도록 글을 한 줄씩 건너 작성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부분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프랑스, 그리고 소르본 대학 특성상 평가 점수는 상당히 짠 편입니다. 프랑스에서는 에세이형 시 험에서는 만점은 절대 주지 않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수업별로, 교수님별로 다르지만 매우 잘 쓴 답안이면 14 점 내외를 받는 듯 하며, 프랑스 현지 학생들도 20 점 만점의 레포트에서 평균이 8 점인가 하면, 교수님에게 수업 이해도 및 답안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을 때 점수가 20점 만 점에 8점 정도입니다.
3. 학습 방법/외국어 습득 요령
프랑스어로 이루어지는 전공 수업만을 수강했는데, 저는 불어불문학 전공자가 아니기에 걱정했던 것처럼 처음에는 수업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나마 핸드아웃을 주시는 수업은 후에 읽기를 통해 복습 및 보충이 가능하기에 시험 공부를 하고 수업을 따라가는 데 큰 어려움은 없습니 다. 다만 철학 수업의 경우 글로 된 자료가 없고 오직 교수님의 말씀과 판서로만 수업이 진행되어 수업 이해가 처음에는 곤란했습니다. 그러나 본교에서도 공부하던 전공 수업이다 보니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지식으로 어느 정도 흐름은 따라갈 수 있고, 계속해서 유사한 주제를 다루게 되니 처 음에는 이해하기 어려웠던 주제 관련 전문 용어들도 차츰 익숙해지며 학기가 진행되면 70-80%는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수업을 듣는 것 자체가 프랑스어에 노출되는 것이기에 학기가 진행될수록 프랑스어 청해 능력도 조금씩 올라가는 것이 느껴집니다. 물론 모국어로 작성하는 것처럼 자유롭게 수업 내용과 본인의 생각을 깊이 있게 작성해 내는 것은 어려워 아쉬움은 있겠지만 70-80%만 이 해하더라도 수업의 흐름을 따라가고 시험을 보는 것은 가능합니다. 우선 들리는 단어만이라도 필기 하다 보면 점차 그 양이 늘어납니다.
한국에서 프랑스어 원서는 구하기도 어렵고 가격도 비싼 반면 프랑스에서는 책의 가격대 자체가 낮은 편이라 기회 삼아 책을 많이 구입하고 읽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부족한 어휘력이나 문장구사 능력을 독서를 통해 보충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소르본 대학에서는 교환 학생들에게 (유료) 외국어 강좌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이용하지는 않았으 나 좀 더 센 강도의 언어 학습을 원하신다면 학교에서 안내해주는 강좌를 고려해보셔도 되겠습니다. 소르본 대학으로 파견을 가신다면 소르본 대학 도서관도 이용하겠지만, 근처의 Sainte-Geneviève 도서관을 이용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만 18세 이상이라면 누구나 가입하고 무료 이용할 수 있습니 다. 도서 열람 이외에도 공부를 하러 많은 학생들이 방문하고 시설이 좋으니 이용해보시길 바랍니 다. 특히 소르본 대학이 문을 닫았을 때 유용합니다.
V. 생활
1. 가져가면 좋은 물품
요약: 선글라스, 선크림, 1인용 밥솥, 전기 장판
옷은 사계절 옷을 모두 챙겨야 하는데, 특히 파리의 겨울과 봄은 상당히 춥고 습합니다. 매년 다 르긴 하지만 보통은 7-8월에 가장 날씨가 온화하고 좋습니다. 파리의 여름 날씨는 한국의 가을 날 씨와 비슷하므로 봄 가을 옷을 많이 챙겨가면 유용합니다. 현지의 옷 가격은 프랑스나 유럽 제품이 라면 한국에 비해 동일 제품 기준 훨씬 저렴하니 구입해서 입는 것도 방법입니다. 특히 파리는 매 년 겨울과 여름에 백화점을 포함한 대부분의 가게에서 겨울/여름 대세일을 진행하는데, 재고가 많 아 이 시기를 잘 활용하면 좋습니다.
한식의 경우 자리가 남는다면 파리에서는 더 비싸기에 라면이나 간편식품을 챙겨가도 좋지만, 파 리에도 곳곳에 한인마트나 아시안 마트가 있어 구하기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전반적으로 파리에서 구하기 힘든 물건은 없습니다. 1인용 밥솥과 전기 장판은 매우 유용했습니다. 선크림이나 기초 제 품은 쓰던 것이 있으면 가지고 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특히 선크림의 경우 유럽에서 구할 수 있는 선크림은 노란색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옷이 노랗게 이염되는 것을 피하고 싶다면 한국 제품을 챙기 는 것이 좋습니다. 유럽은 여름이 되면 햇살이 매우 강해서 눈을 제대로 뜨기 힘들 정도이니 선크 림을 반드시 바르고 외출해야 하며 선글라스도 필수적으로 챙기는 것을 추천합니다.
2. 현지 물가 수준
파리는 유럽에서 물가 수준이 가장 높은 도시 중 하나입니다. 인건비가 높기에 외식 물가가 높습 니다. 그러나 식재료가 풍부하고 저렴하기에 요리를 직접 해먹는다면 식비가 한국에 비해 크게 부 담되지는 않습니다. 더불어 디저트 종류를 제외한 빵과 비에누와제리(크루와상, 빵오쇼콜라 등)은 매우 저렴합니다. 바스티유 목요/일요 장 등에 가면 저렴하게 질이 좋은 고기나 채소, 과일을 구할 수 있습니다. 어떤 식재료가 되었든, 장에서는 사람이 가장 많은 곳으로 가면 품질이 보장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외식을 한다면 프랑스 현지 음식을 먹는 경우 점심 기준 25유로, 저녁 기준 50 유로 정도를 생각 해야 합니다. 그러나 점심으로 현지인들도 샌드위치를 많이 먹는 편이며 5유로 내외로 좋은 품질의 샌드위치를 곳곳의 빵집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아시안 음식, 특히 베트남 음식을 먹는다면 15유 로 내로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습니다. 한식은 한국에 비하면 물론 비싼 편이지만 프랑스 현지 물 가에 비해서는 평균적인 가격대를 형성합니다.
파리는 외곽으로 갈수록 치안이 좋지 않은 편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15, 16구 제외) 치안이 보 다 보장된 시내 쪽에 집을 구한다면 집세가 높을 수 있습니다. 유학생들은 주로 깔끔한 신도시 느 낌의 주택가 15구나 차이나타운이 있는 역시나 주택가인 13구 쪽에 집을 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16구는 안전하고 조용하지만 홈스테이가 아닌 경우는 단기로 집을 구하기는 어려운 편입니다. 소르 본 학생들이 자취를 하는 경우에는 5구 쪽에 거주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쪽에는 학생들이 원룸을 구해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학기 중에는 학교와의 거리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5구에 집을 구했으며, 학기가 끝난 후에는 1-2구 쪽에 집을 구했습니다. 두 구역 모두 교통이 매우 좋은 편입니다.
높은 물가를 형성하지만 문화 생활 비용은 상당히 낮은 편으로 앞서 언급했듯 미술관, 유적지, 박 물관 입장료는 학생에게 대부분 무료, 연극, 오페라, 발레, 음악 공연 역시 학생 할인을 통해 저렴 하게 좋은 품질의 공연을 볼 수 있습니다. 오페라 가르니에에서는 학생들에게 마지막 리허설을 저 렴하게 공개하기도 하고, 빈 필이 프랑스에 방문했을 때 학생 티켓 값은 17유로밖에 하지 않았습니 다. 오페라 가르니에, 코메디 프랑세즈 등의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극장 시설에서 공연을 보는 것 은 공연 자체의 즐거움을 차치하더라도 시설을 구경하는 경험이 뜻깊으니 추천합니다. 도서의 가격 대도 낮은 편입니다. 1-2 유로에 살 수 있는 책이 많으니 부담 없이 책을 구매해 읽기 좋습니다.
3. 식사 및 편의시설 (식당, 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교통: 파리는 교통비가 매우 비쌉니다. 시내 지하철 1회권은 2유로가 넘습니다. 오래 머물 경우 보 통 Navigo 라는 교통카드를 사서 사용하게 되는데, 한 달권은 무려 85유로 정도입니다. 일주일권 은 30유로가 넘고 학생 할인도 제공하지 않습니다. 일반 컨택리스 카드 등으로는 결제가 안 되고 반드시 1회권 또는 나비고(교통카드)를 사용해야 합니다. 기존에 가지고 있는 나비고 카드가 없다 면 샤를 드골 공항에 내리셔서 터미널 2에서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파리에 도착한 날 파리로 나갈 때 택시를 이용한다면 후에 지하철 역사에서 구매 및 충전해도 됩니다.
은행: 프랑스는 계좌를 열거나 닫기가 번거롭고 시간도 오래 걸립니다. 계좌를 여는 데도 여러 번 은행을 방문해야 하고 요구하는 서류도 많지만 계좌를 닫는 데는 6개월-1년 이상 걸립니다. 그래서 1년 이상 체류한다면 계좌를 개설할 수도 있겠으나, 저는 한 학기 체류 예정이라 계좌를 따로 개설 하지 않고 트래블월렛을 사용했습니다. 유럽의 카카오뱅크에 해당하는 N26 등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통신: 프랑스 행정 특성 상 통신 계약 해지도 번거롭고 힘든 편입니다. 따라서 단기간 체류 예정이 라면 약정 없는 요금제를 천합니다. (부이그의 경우 본인 명의의 프랑스 계좌가 필요합니다.)
저는 Free mobile을 사용했습니다. 월 20 유로가 안 되는 싼 가격에 200 기가 넘는 데이터, 프랑 스를 벗어난 유럽 대륙 일부와 미국에서도 월 25 기가가 제공됩니다. 잘 터지지 않기로 악명이 높 으나, 직접 사용해본 결과 실내에서는 연결이 잘 되지 않는 편이나 야외나 지하철 등에서는 크게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프랑스의 통신사는 지불 비용이 높더라도 백화점이나 식당 등의 건물 안에서는 통신이 잘 터지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을 고려할 때, 크게 편의성이 떨어지는 편은 아니 라고 판단했습니다. 파리를 벗어나 다른 도시로 이동했을 때도 큰 불편함 없이 이용했습니다.
4. 학교 및 여가 생활 (동아리, 여행 등)
유럽 대륙으로 교환학생을 가는 것의 가장 큰 장점은 주변 국가로의 쉬운 여행입니다. 해외로도 가볍게 당일치기나 1박 2일, 2박 3일 정도로 다녀올만한 곳이 많습니다.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 르크 등) 프랑스에서는 일정 나이 이하의 청년들에게는 연에 일정 금액을 내면 기차 티켓을 할인 해주는 연회원 상품이 있으니 잘 활용하면 저렴하게 기차로 국내외 여행이 가능합니다. 영국이나 이탈리아로는 철도가 잘 갖추어져 있어 기차 여행도 가능하지만 항공권이 더 저렴한 경우가 많습니 다. 다음은 제가 직접 가보았던 곳 중 추천하는 여행지들입니다.
스트라스부르그는 크리스마스의 도시인만큼 크리스마스 시즌에 방문해보는 것이 훨씬 볼거리가 많 습니다. 노르망디는 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이 훨씬 용이해서 다양한 투어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것 이 괜찮습니다. 또는 erasmus_paris 인스타그램에서 저렴한 가격에 파리에 있는 교환학생들과 함 께 여행 가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노르망디 지역으로 자주 가니 참여해봐도 좋을 것 같습 니다. 호수나 아름다운 자연을 즐기는 데 관심이 있다면 안시를 추천합니다. 여름 휴가지로는 현지 인들에게 대중적으로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은 니스입니다. 여름 휴가로 니스에 간다면 아침 일찍 해 변가로 나가 프라이빗 비치에서 돈을 내고 자리를 선점하는 게 중요합니다.
비엔나의 성수기는 여름이지만 겨울에도 파리보다 화창한 날씨이며 오히려 비수기라 숙소 등을 매우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좋습니다. 파리만큼은 아니지만 알차게 작품을 가지고 있는 미 술관들이 여럿 있고 음악의 도시인만큼 클래식이나 오페라 공연도 즐길 수 있습니다. 할슈타트나 샤모니는 아름다운 자연 광경에 더불어 겨울 스포츠로도 유명합니다. 스키 타는 것을 좋아한다면 겨울에 방문해보면 좋습니다. 다만 스키 대여는 일반적인 데 반해 한국처럼 옷을 빌려 주는 경우는 드물기에 계획이 있다면 스키복을 준비해가면 좋습니다.
이탈리아는 프랑스에서 가깝고 일단 이탈리아에 들어서면 각 도시를 연결하는 교통편이 잘 갖추어 져 있어 여행가기에 좋습니다. 물가도 파리보다 훨씬 저렴한 편이라 부담없이 갈 수 있는 여행지입 니다. 외식 물가는 피자의 경우 북부는 10유로 내외, 남부의 나폴리 등에서는 5유로 내외로도 먹을 수 있으며 비싼 레스토랑에 가지 않는 이상 인당 음료 포함 20-25유로를 잘 넘지 않는 편입니다. 도시 간 교통수단도 적당한 가격대에 이용할 수 있습니다. 교환 학생 체류 시기에 여유롭게 여행을 다닐 수 있으니 밀라노 근교의 코모와 같은 소도시, 친퀘테레와 같은 유럽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휴 양지도 방문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저는 나폴리나 소렌토(소렌토에서는 포지타노, 카프리 등을 방 문할 수 있습니다.)와 같은 이탈리아 남부 도시들을 가장 좋아했습니다. 다른 지역에 비해 맛있는 음식과 저렴한 물가, 자연 경관, 수영 등을 모두 즐길 수 있습니다.
미국 동부 역시 6-8 시간 정도의 비행과 한국에서 가는 것에 비해서는 항공권도 반값으로 저렴해 서 접근성이 비교적 좋아 파리에 체류하는 동안 뉴욕 등지에 다녀왔습니다.
남는 시간에 여행을 다양하게 가고 싶어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지는 않았습니다. 동아리 등의 학생 단체 활동을 하고 싶다면 5구의 메인 캠퍼스보다는 다른 캠퍼스들에서 홍보가 많이 이루어지고 활 동도 이루어지기 때문에 여러 캠퍼스를 잘 살펴보면 됩니다. 교환학생 교류단체로는 Parismus 가 있는데 해당 단체 인스타그램을 잘 살피면 여러 활동 공지를 확인할 수 있고 신청도 할 수 있습니 다. 버디 시스템은 있으나 학기가 끝날 때까지 배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센 강 산책하기, 에 펠탑 방문하기 등의 활동 위주로 참여하며 친구를 사귈 수 있습니다. 파티도 자주 하는 편이라 파 티에서 친구를 만날 수도 있습니다.
5. 안전 관련 유의사항
요 근래 파리의 치안은 이전보다 상당히 좋은 편입니다. 주의를 기울이면 소매치기를 당하는 일 이 드물다고 할 수 있습니다. 주머니에 물건을 넣지 말라고 하는데, 저는 오히려 카드 한 장과 휴 대전화는 바지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수시로 확인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갑은 소매치기의 주요 표적이 될 수 있어 가지고 다니지 않고 주머니에 카드와 현금을 넣거나 지 갑으로 보이지 않는 파우치를 활용했습니다.
상반기에는 대규모 시위가 이루어져서 소르본 대학 근처에서도 화재도 나고 뉴스에서도 여러 시위 대의 모습이 다뤄졌는데, 신변의 위협을 직접적으로 느낀 적은 없었습니다. 몇 달 후 일어난 자라, 나이키, 파이브 가이즈 털기 등의 사건이 있었던 폭동 시기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런 시기에는 파리 외곽으로는 나가지 않고 밝을 때 귀가하는 것이 안전하겠습니다. 다만 이번 년도에는 조금 격 해진 편이나 파리와 프랑스에서 파업과 시위는 생각보다 일상적인 일이라 크게 불안에 떠는 것보다 는 일상에서 약간의 주의를 기울이는 정도면 충분할 듯합니다.
VI.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교환학생 프로그램은 제가 대학 입학 후 가장 고대해 왔던 시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였는 지 파견 초기에는 이런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이게 맞을까, 이게 괜찮은 걸까. 경험해보진 않았지 만 신나 보이는 일에 나름의 환상과 이미지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교환을 가면 OT도 있을 것이고, 동아리도 하고, 친구도 많이 사귀고, 파리의 봄은 날이 좋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도 있었습니다. 생각과는 다르게, 교환 학생 OT는 공지가 없었으며 특히 철학과의 경우 안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서류를 제출하러 갔을 때 담당자는 휴가를 갔고, 연락이 올 것이라고 했지만 메일을 받지못했습니다. 파리는 올 상반기 연금 개혁으로 인해 대규모 시위 및 파업이 잇따랐습니다. 거리는 쓰레기로 뒤덮였고 대학은 파업 영향으로 문을 자주 닫으며 공지도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매일 학교에 가봐야 오늘 수업을 하는지 알 수 있고 반 정도는 취소되거나 온라인 강의로 대체되어 친구를 많이 사귀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학기말에는 학교는 열었는데 학생이 20%도 오지 않거나 심지 어는 교수님이 강의를 안 오시는 경우도 발생했습니다. 파견교의 ‘스누버디’에 해당하는 교환 학생 교류 단체는 학기 초에 신청한 버디를 귀국 보고서를 쓰고 있는 순간까지 배정해주지 않았습니다. 파리의 겨울과 봄 하늘은 온통 회색입니다. 습하고 적당한 한기는 ‘파리의 우울’이라는 시집의 제목을 절로 떠오르게 합니다.
그래서 종종 평화롭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오후면 조급하기도 하고 외롭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내가 가장 즐거울 거라 기대했던 시절이 허비되는 것 같아 불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교환 시기를 즐겁고 알차게 보낼 수 있는 방식은 많고 꼭 그것이 기대했던 흐름이 아니 어도 괜찮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 같습니다. 저는 제 나름대로 다양한 경험을 했고 수많은 나라와 도시의 분위기를 체험했고, 그 나라의 언어를 활용하여 원하던 공부를 하고 새로운 언어도 배웠습 니다. 친구를 많이 사귀지는 못했지만 수업과 여행을 통해 분명 다양한 사람을 만나 그들의 의견을 들었습니다.
여러분 역시 교환을 가게 되었을 때 모든 일이 예상했던 모습을 띄고 있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 외 생활을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예상했던 것이 아니더라도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는 것일지 모릅니다. 저 역시 분명히 교환 시기를 제 학부 생활에서 가장 다채롭고 즐거운 시기로 선 정할 수 있고, 결국에는 순간순간 행복했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꼭 많이 보고 들었던 방법이 아 니더라도 끝까지 행복한 교환 시기를 보내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