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저는 예전부터 해외에서 여행이 아닌 거주를 해보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한국이 아닌 다른 국가에서 산다는 것은 어떠할지, 어떤 점이 다르고, 또 장점과 단점은 무엇일지 항상 궁금했습니다. 교환 프로그램은 그런 저의 소망을 이루기에 알맞은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교환 프로그램은 서울대학교 학생이자 교환 국가의 학생이라는 보장된 신분으로 해외에 체류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해외 대학에서 수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었기 때문입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1. 파견대학/지역 선정 이유
저는 유럽 지역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이 있었기 때문에, 유럽 지역 중 어느 국가로 교환을 가야 할지가 가장 저에게 중요한 결정 사항이었습니다. 파견 지역을 선정할 때 저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세 가지였습니다. 첫 번째는 ‘다른 국가로의 접근성’, 두 번째는 ‘치안’, 마지막은 ‘편리한 생활 인프라’였습니다. 이 세 가지 요소를 고려해봤을 때, 저에게 가장 알맞은 곳은 네덜란드, 그 중에서도 암스테르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2. 파견대학/지역 특징
제가 살았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앞서 언급한 세 가지 요소가 갖춰져 있는 곳이었습니다. 먼저 암스테르담은 영국, 프랑스, 독일, 벨기에 등 여러 국가와 인접해 있기 때문에 다른 국가로 이동하기 굉장히 편리했습니다. 실제로 저는 교환생활 동안 파리나 벨기에를 당일치기로 여행 다녀온 적도 있었으며, 독일도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버스로 4시간 정도면 갈 수 있을 정도로 다른 국가와의 접근성이 좋습니다. 특히 암스테르담에는 공항, 기차역 등이 있기 때문에 비행기, 기차, 버스 등 다양한 교통편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암스테르담은 치안 수준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암스테르담은 대마초나 성매매 가 합법화이기 때문에 저도 출발 전에 치안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지내보니 제가 걱정했던 것보다 암스테르담은 너무 외진 곳만 아니면 치안이 나쁘지 않은 곳이었습니다. 6개월 동안 그 곳에서 지내면서 안전에 위협을 느껴본 적은 딱히 없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암스테르담은 네덜란드의 수도이기 때문에 웬만한 인프라가 다 갖추어져 있어서 살기 편리합니다. 또한 다른 국가의 수도(로마, 파리, 런던 등)에 비해서는 관광객이 적은 편이라 너무 북적거리는 것을 싫어하는 저에게는 알맞은 곳이었습니다.
다만, 암스테르담 뿐만 아니라 네덜란드는 날씨의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습니다. 암스테르담에는 아름다운 공원과 강이 많습니다. 날씨가 좋을 때는 그 곳을 마음껏 산책하고 즐길 수 있지만, 암스테르담은 10월부터 비가 많이 오기 때문에 실내에 있어야 할 때가 많았습니다. 11월은 거의 매일 비가 올 정도였습니다. 따라서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으시는 분들에게 암스테르담은 조금 좋지 않은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교환 학생 생활에서 가장 골치 아픈 시기는 아마 출국 전 준비기간일 것입니다. 출국 전에 비자 신청부터 기숙사 지원, 수강신청 등 준비해야 할 부분이 한 두가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제가 지원한 대학교는 이러한 지원 절차를 이메일로 상세하게 안내해주었습니다. 타임라인과 순서까지 정리해서 상세하게 안내해주니, 이메일만 꼼꼼하게 읽는다면 준비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입니다. 교환 학생 신청을 한 뒤에는 이메일로 대부분의 공지사항이 전달되니 매일 이메일을 확인해야 합니다.
교환 학생 신청 중 가장 중요한 절차는 비자 신청일 것입니다. 저의 경우에는 residence permit이 비자 역할을 했습니다. Residence permit을 받기 위해서는 여권 사본과 같은 몇몇 서류와 visa fee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안내사항을 상세히 확인하고 안내사항을 따르면 됩니다. 특히 제일 까다로운 절차는 잔액증명서 발급이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은 미리 준비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저 역시 이전에 vu 교환을 다녀온 사람들의 후기나 블로그를 많이 참고했습니다.) 기한을 지나도 서류 제출은 가능하지만, 먼저 신청을 마무리한 사람부터 기숙사 신청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메일을 받으면 곧 바로 준비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기숙사는 대부분의 교환학생이라면 암스테르담 바로 옆에 있는 Amstelveen이라는 지역에 있는 Uilenstede라는 기숙사 단지에서 생활할 것입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red building과 green building 중에 어느 곳에 거주할지 고민합니다. 레드 빌딩은 상대적으로 기숙사비가 저렴하지만, 화장실과 주방을 10명 이상과 함께 써야 합니다. 그린 빌딩은 화장실이 방마다 따로 있지만, 상대적으로 기숙사비가 비쌉니다. 이 점 고려해서 신청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비자부터 기숙사 신청까지 많은 일처리가 한국보다 늦어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기다리다 보면 해결이 되지만, 너무 늦어지는 것 같으면 메일에 적혀 있는 교환학생 관련 부서 연락처로 문의 메일을 보내면 됩니다. 대부분 3~5일 내로 상세히 답변해주니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IV. 학업
VU 대학교의 가장 큰 특징은 한 학기가 세 개의 period로 나뉘어져 있다는 점입니다. 하나의 period는 약 2개월 정도입니다. 예를 들어, period 1은 9, 10월, period 2는 11, 12월, period 3는 1월에 해당합니다. Period 3는 한국의 계절학기와 유사하며, 많은 교환학생들은 기숙사 및 여행 일정 때문에 period 1,2에만 수업을 신청했습니다. 모든 강의는 2개월 내로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모두 마쳐야 하기 때문에, 수강신청시 이 점을 잘 참고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수강 과목 선택 시 고려할 점은 1. 학기(period) 2. 학점(ECTS) 3. 수강제한 4. 난이도(Course Level)입니다. 각 강의별로 강의계획서가 상세히 나와있으니, 이를 참고하여 수강 과목을 선택하면 됩니다. 다만, 수강과목을 선택한다고 바로 신청이 가능한 것이 아니라 수강 희망서를 작성해서 교환학생 부서에 메일로 전송해야 합니다. 만약 조건이 충족되지 못한다면 반려될 수 있습니다. 저도 한 번 반려되었지만, 다시 작성해서 지원 가능하기 때문에 반려되었다고 당황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V. 생활
암스테르담의 물가는 한국에 비해 꽤 비싼 편입니다. 특히 외식을 하면 한끼에 2만원에서 3만원 정도는 기본으로 듭니다. 특히 물이 공짜로 제공되는 한국과 달리, 네덜란드에서는 대부분의 가게가 돈을 받고 물을 내어주기 때문에 외식비가 더욱 많이 듭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식료품 물가는 한국보다 조금 더 싸기 때문에 저를 포함한 많은 교환학생들은 기숙사에서 요리를 해먹었습니다. 암스테르담에는 Albert Heijn, Jumbo 등 괜찮은 식료품점이 많습니다. 고기, 빵, 채소, 과일 등 좋은 품질의 상품을 많이 팔기 때문에 직접 요리해서 드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또한 약간 비싸긴 하지만, 아시안 마켓도 많이 있기 때문에 김치나 라면과 같은 한국 음식 조달도 수월합니다. 따라서 짐 싸실 때 한국 양념장이나 라면 등을 너무 많이 가져오실 필요는 없습니다.
암스테르담은 워낙 대도시이기 때문에 웬만한 물건은 그곳에서 구입해서 해결할 수 있습니다. 만약 암스테르담에서도 팔지 않는다면 아마존을 이용하면 되기 때문에, 짐 싸는 것에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6개월만 쓰고 대부분의 짐을 놓고 와야 한다는 점과 생필품을 다이소처럼 저렴하게 판매하는 곳은 없다는 점을 고려하시고 짐을 싸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특히 네덜란드에서는 옷이 꽤 비싸고 동양인 신체사이즈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옷은 해외에서 사는 것보다는 한국에서 가져가는 것이 더 좋습니다. 화장품도 평소 자신이 쓰던 스타일과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색조 화장품은 한국에서 가져가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기내용 캐리어를 가져가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유럽 국가에서 교환 생활을 하면, 다른 국가로 여행 갈 일이 많습니다. 4일 이상 여행을 가는 경우에는 백팩만으로는 짐을 싸기 부족하며, 위탁 캐리어는 10만원 정도 돈이 추가되기 때문에 기내용 캐리어를 가지고 가시면 여행뿐만 아니라 한국에 돌아갈 때에도 매우 유용하게 사용될 것입니다.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서 안전한 암스테르담이지만, 소매치기의 위험이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시내 이동시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카페를 갔을 때에는 한국처럼 짐만 놓고 화장실에 다녀오시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한국처럼 늦은 시간까지 영업을 하는 가게가 많지 않기 때문에 (특히 24시 편의점이 많지 않습니다.) 너무 늦은 시간까지 돌아다니는 것은 추천 드리지 않습니다.
네덜란드는 자전거 이용자를 위한 국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자전거 이용자가 많습니다. 또한 대부분의 도로에 자전거 도로가 차도, 인도와 분리되어 있으며, 보행자 도로보다 자전거 도로가 더 넓은 경우가 많습니다. 날씨 좋은 날 자전거 타고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암스테르담의 풍경은 참 아름답기 때문에, 자전거를 대여하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특히 제가 재학한 VU 대학교에 지원하는 분들은 대부분 대학교에서 도보 30분 정도 떨어진 기숙사에서 지내게 될 것입니다. 자전거를 가지고 있다면 통학이나 장을 보는데 굉장히 편리하기 때문에 자전거를 대여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전거 대여 업체는 굉장히 많지만 저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Swapfiets를 이용했습니다. 대여나 반납, 수리가 간편하기 때문에 추천 드립니다.
또한 네덜란드는 버스와 트램, 지하철이 굉장히 잘 되어 있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물론 대중교통비는 한국의 1.5배 정도 되기 때문에, 네덜란드 현지 통장을 개설했을 경우 ns(네덜란드 대중교통 시스템) 홈페이지에 가서 할인 요금제를 구매하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Ⅵ.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교환학생 생활은 저에게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혀주었습니다. 다양한 국가에서 온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며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내가 갖고 있던 가치관이나 생각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또한 여러 국가를 여행하면서 세상은 굉장히 다양하고 다채롭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건물양식부터 살아가는 방식까지 모든 부분이 달랐고, 이를 통해 새로운 삶의 방식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교환학생 생활은 안전지대에만 머물러 있던 저에게 도전하고 변화에 대처하는 법을 알려주었습니다. 한국이 아닌 국가에서 6개월 동안 생활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모든 지원 과정과 서류 처리, 그곳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저 스스로 처리해야 했으며 여행 역시 모든 과정을 제가 계획하고 컨트롤해야 했습니다. 모든 문제를 최대한 대비하려고 했지만 항상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습니다. 처음에는 이러한 상황에 굉장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지만, 점차 이를 대처하는 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제 자신이 조금 더 성장했다는 느낌을 받았으며, 용기를 얻었습니다. 교환학생 프로그램은 저에게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