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가장 큰 동기는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학교 생활이든, 문화이든, 사람이든, 여행이든, 그저 낯설고 나와 다른 것들에 휩싸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교환학생 가는 목적이 뭐야?" 라는 질문을 받으면 애매한 답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사실 교환학생을 오는 사람들이 모두 거대한 목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상황에 따라 마음이 변하기도 하며 목적을 이룰 수 없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큰 포부를 갖고 교환학생을 가기 보다는 새로운 환경을 즐기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 값진 경험을 얻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저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Vrije University(자유대학교)에서 6개월 동안 교환학생 생활을 했습니다. 파견 전, 어느 나라로 갈 것인지 고려할 때 세 가지 사항이 있었습니다. 첫 째, 영어를 잘 하는 나라인가. 둘 째, 교환학생들이 적응하기 좋은 문화적 환경인가. 셋 째, 여행하기 용이한가. 네덜란드는 비영어권 국가 중 영어를 가장 잘 하는 나라이며, 타 유럽 지역에 비해 다문화적인 환경이고, 암스테르담 시내는 공항과 무척 가까웠습니다. 물론 영국과 미국보다 경쟁률이 낮고 물가가 쌌다는 이유도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이 선택에 정말 만족합니다. 그러나 한 가지 간과했던 점은, 네덜란드가 영국보다도 날씨가 좋지 않다는 것입니다. 여름이 지나면 이틀 중에 한 번 꼴로 해가 뜨고, 이 외에는 거의 매일 비바람이 붑니다. 또한, 네덜란드는 주요 교통수단이 자전거이기 때문에 필수적으로 자전거 타는 법을 익혀야 합니다. 저는 원래 자전거 타기를 좋아했지만, 자전거를 못 타는 사람이 충분히 습득하지 않고 네덜란드로 간다면 정말 힘들 것입니다. 이러한 장벽에도 불구하고 네덜란드는 교환학생이 생활하기에 정말 좋은 곳입니다. 유학생과 교환학생들이 많아서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함께 수업을 듣고 의견을 나눌 수 있습니다. 학기 초에 교환학생들을 위한 버디 그룹, 친목 형성 오리엔테이션, 학교 적응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어 친구를 만들 기회가 많습니다. 암스테르담은 작지만 알차고 여유로운 도시라 놀러 다닐 곳도 넘치고, 가까운 다른 나라에 버스로 여행을 갈 수도 있습니다. 유럽 중에서도 행정 처리가 빠른 편이라 현실적인 측면에서 큰 불편을 느낀 적도 없습니다. 날씨만 제외한다면, 정말 좋았기 때문에 가까운 친구들에게도 네덜란드 교환을 추천하는 중입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제가 다녔던 자유대학교의 경우, 출국 전 각종 서류를 받아 학교 측에서 직접 비자 신청을 해주었습니다. Visa fee만 학교 측으로 송금하면 됩니다. 이후 신청된 Residence card를 발급받기 위해 네덜란드에서 지문 등록 예약, 회수만 직접 하면 되는데 학교 측에서 이메일이나 웹페이지를 통해 상세하게 안내해줍니다. 이 외에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BSN' 발급은 첫 주의 오리엔테이션 기간에 학교에서 신청하는 부스가 있어서 큰 어려움 없이 준비했습니다.
기숙사 지원은 1차, 2차로 나뉘어 있는데 신청서를 먼저 작성하는 순으로 지원 메일이 옵니다. 저는 2차였고, 하루 전에 기숙사 신청이 내일이라고 통보 받아서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보통은 대략적인 기간을 알려주는데 제가 신청했을 때는 공사로 인해 기간이 계속 연장되어 더욱 예상치 못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신청서를 미리 내고, 고지된 기간이 있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1차에서 남은 방을 2차에서 지원하기 때문에 빠르게 신청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지원 안내 메일에 신청할 수 있는 링크와 설명 등이 자세히 첨부되어 있으며, 건물과 층, 방을 정해서 선착순으로 지원할 수 있습니다. 기숙사는 Red Tower와 Green Tower가 있는데 전자는 50만원 대, 후자는 60만원 대입니다. Red Tower는 공용화장실을 쓰고 부엌과 거실이 넓으며 Green Tower는 개인 화장실이 방마다 있는 대신 부엌이 조금 좁습니다. 한 층에 12-14명이 생활합니다. 저는 그린을 희망했지만 선착순 신청에 실패하여 레드로 가게 되었는데, 이 기숙사가 훨씬 사회적인 분위기라 플랫 친구들과 친해지기 쉬웠습니다. 파티를 좋아하고 친구를 많이 사귀고 싶은 분이시라면 레드를 추천합니다.
자유대학교에 지원할 때 현지에서 6개월동안 경제적 어려움 없이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잔액증명서를 내야 하는데, 5000유로 정도입니다. 은행에서 발급받고 서류를 업로드하면 되는데 조건이 약간 까다롭기 때문에 ('No restriction on deposit withdrawal'이라는 문구가 필수적으로 포함되어야 합니다.) 어떤 은행이 되고 안되는지 미리 알아보고 준비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IV. 학업
기본적인 학업 구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네덜란드는 한 학기에 Period 1, Period 2, Period 3까지 있는데 1과 2는 필수이고 3은 1월 한달간만 진행하는 계절학기 개념입니다. 학점은 ECTS 제도로 한 과목당 6ECTS입니다. 자유대학교 규정상 교환학생은 최소 24ECTS를 신청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Period1에 두 과목, Period2에 두 과목을 듣습니다. 저도 총 4과목을 들었습니다.
저는 전공이 커뮤니케이션이기 때문에 해당 학과 강의 3개, 일반 교양 1개를 수강했습니다. 커뮤니케이션 학과에서 들은 세 강의 ('Marketing and Persuasive Communication', 'Interpersonal Communication', 'Media Entertainment') 모두 크게 어렵지 않고 꽤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배경 지식이 있다면 수월하게 들을 수 있고, 없어도 재밌는 내용들이라 추천합니다. 일반 교양은 교환학생들이 많이 듣는 'Amsterdam: A Historical Introduction'을 선택했는데, 매 주 조원들끼리 암스테르담 곳곳을 견학하며 도시의 역사에 대해 배우는 강의입니다. 도시 역사나 지리에 크게 관심이 없다면 추천하지 않습니다. 생각보다 로드도 많고 시험도 어려웠습니다. 수업들은 모두 영어 강의였지만 내용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서울대 강의보다 오히려 쉽게 느껴졌습니다. 과제도 적은 편이고 시험도 훨씬 쉬워 학업적인 부담을 느끼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만, 자신의 영어 듣기가 심하게 약하다고 생각되신다면 출국 전 드라마나 유튜브 등 다양한 영상매체로 (특히 다양한 억양으로) 귀를 틔우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수강신청은 크게 두 단계로 이루어집니다. 첫 째, 수강과목 선택입니다. 이메일을 통해 강의목록 웹사이트와 Course Selection 폼 링크를 받게 됩니다. 웹 사이트에서 교환학생 대상 강의를 찾아 강의계획서를 읽고 수강 제한, 수업 방식, 레벨 등 세부사항을 확인 한 후 수강하고 싶은 과목을 대략 4-7개 정도 정해 폼으로 제출합니다. 둘 째, 수강 신청입니다. 제출한 강의들이 컨펌을 받았다면 이후 수강신청 기간에 자신이 냈던 과목들이 웹사이트에 등록되어 있습니다. 실제 들을 과목만 'Registration' 하면 수강 신청이 끝납니다. 이 때, 실제 수강 신청 이전에는 시간표가 전혀 나와있지 않기 때문에 듣고자 하는 강의들끼리 타임 테이블이 겹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Selection 단계에서 후보군을 많이 채워 내는 것입니다. 그러나 미리 폼으로 제출하지 않은 과목도 수강신청 기간에 이메일로 요청할 수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러한 과정 또한 자유대학교에서 상세하게 알려줍니다.
V. 생활
- 준비물
옷 중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 "완전 방수" 바람막이입니다. 비를 맞으며 자전거를 탈 일도 많고, 막상 가보면 이슬비가 내릴 때는 우산을 잘 쓰게 되지 않기 때문에 모자가 있는 바람막이를 교복처럼 입고 다녔습니다. 또, 네덜란드 사람들은 키가 큰 것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바지 기장이 상당히 깁니다. 다른 옷들은 몰라도 꼭 바지는 충분히 챙겨 가시기 바랍니다. 이외에는 다양한 SPA브랜드에서 크게 비싸지 않게 예쁜 옷들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옷은 최소한으로 들고 가셔도 됩니다.
저는 대부분의 생활용품을 들고 가지 않았는데요, 유일하게 챙긴 것이 전기 장판입니다. 현지에서도 살 수 있다고는 하나 기능이 그렇게 좋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기숙사에 라디에이터밖에 없어서 꽤 추우므로 추천합니다. 주방용품 중에서는 고무장갑과 일회용 비닐 장갑은 꼭 들고 가시길 바랍니다. 현지에서 거의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밥솥도 싼 값에 살 수 있어서 들고 가지 않으셔도 됩니다. 햇반이나 라면, 고추장과 같은 한식도 근처에서 살 수 있으니 너무 많이 들고가지 마세요. 학교 근처에 'Shilla'라는 한국, 일본 식료품점이 있어서 대부분의 재료를 구할 수 있습니다. 배달 및 픽업 어플리케이션 'Ochama'를 이용해 더욱 싸게 아시안 음식을 주문하고 픽업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 앱을 정말 유용하게 썼습니다!
- 물가 및 식사
현지 외식 물가는 정말 비쌉니다. 학교에서 밥을 사 먹더라도 6-7유로(약 1만원)이 기본이고, 외식은 기본적으로 20유로(약 3만원)가 넘습니다. 따라서 기숙사에서 밥을 해먹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다행히 식료품 물가는 한국보다 훨씬 싸고, 1인용으로 파는 재료가 많기 때문에 요리하기 좋은 환경입니다. 근처 마트는 자전거로 3-5분 거리로 아주 가까우며, 'Jumbo'와 'Dirk'가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 아시안 마켓도 자전거로 8분 거리에 있기 때문에 한식을 만들어 먹기도 쉽습니다.
- 교통, 통신, 은행
학교와 기숙사의 교통은 좋은 편입니다. 기숙사 입구에 트램 역이 있고, 트램을 타고 5분 정도의 거리에 지하철 및 기차역이 있습니다. 이 역을 통해 시내와 공항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트램과 지하철 모두 Visa카드나 현지 카드로도 결제가 되나, 교통카드를 만드는 것을 추천합니다. 'NS netherland' 웹사이트에서 기명의 OV-chipkaard를 발급받고, 기차 할인권을 구독하면 피크타임과 주말 외 50%할인된 가격으로 기차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단, 지하철과 트램에는 적용되지 않으니 기차를 타고 근교 도시에 자주 가야 이득이 됩니다.
유심칩은 기숙사에서 무료로 제공합니다. 제가 사용한 회사는 'Lebara'였는데, 적혀 있는 사용법에 따라 유심을 장착한 후,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요금제 선택해 'Top up' 으로 데이터와 전화 가능 시간을 채워 넣으면 됩니다. 다양한 옵션에 가격도 합리적이었고, EU국가에서 모두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편리했습니다.
네덜란드는 현지 계좌만 결제가 되는 가게도 있고, 온라인 결제나 송금도 현지 계좌가 있는 것이 훨씬 편하기 때문에 만드는 것이 필수입니다. 오리엔테이션 기간에 은행 계좌를 무료로 만들어주는 부스가 있습니다. 'ABN-AMRO'라는 은행인데, 학생 계좌로 구독료가 없다는 것이 장점이지만 초기 등록이나 실물 카드 사용 등에서 여러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크게 추천하지 않습니다. 이 외에 'Bunq'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데, 발급 과정도 간단하고 실물 카드 수령 전에 애플페이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추천합니다. 한국 계좌에서 현지 계좌로의 송금은 '모인'이라는 앱에서 학생 인증을 하면 수수료 없이 보낼 수 있습니다.
- 학교 생활 및 여행
학교에서는 수업을 듣는 것 이외의 활동은 딱히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교환학생을 위한 동아리가 활성화 되어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일주일에 수업을 2개만 듣는 만큼 여가 시간이 많고, 플랫메이트와 함께 있을 기회도 많습니다. 특히 학기 초에는 친구를 만들어주는 오리엔테이션도 많이 진행하고 거의 매일 기숙사에서 파티를 해서 정신이 없습니다. 저는 플랫메이트들과 많이 친해져 하교 후 많은 시간을 그 친구들과 보냈습니다. 주기적으로 함께 저녁 식사도 하고, 가끔 시내도 놀러 가고, 각자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나누고, 할로윈 파티와 크리스마스 파티 등도 즐겼습니다. 이런 특별한 이벤트 없이도 주방에서 같이 요리하면서 떠들거나 거실에 모여서 영화를 보는 등 사소한 일상들을 함께해서 여가시간이 심심하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많이 비고 날씨가 좋을 때는 근교로 여행을 가거나, 암스테르담 시내에서 놀았습니다. 네덜란드에는 미술관이 정말 많은데 약 60유로로 뮤지엄 카드를 구입하면 대부분의 미술관을 무료로 입장하게 됩니다. 미술관 외에도 빈티지 매장 구경, 스탠드업 코미디 쇼 관람, 공원 피크닉 등을 즐길 수 있습니다. 또한, 당일치기 혹은 1박으로 버스를 타고 가까운 나라를 여행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벨기에는 버스로 약 3시간, 프랑스 파리는 5시간, 독일은 8시간 정도이기 때문에 야간 버스(Flixbus)를 이용하면 정말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나라를 여행할 수 있습니다. 저는 벨기에 크리스마스 마켓에 당일치기로 갔다 온 적도 있습니다.
주말이나 수업이 없는 주간을 이용해 해외 여행도 자주 다녔는데, 공항이 대중교통으로 약 30분 거리로 정말 가깝기 때문에 이른 아침에도 이용하기 편리합니다. 저는 학기 중에 런던, 파리, 스페인, 이탈리아 베니스, 아이슬란드 등을 여행했고 수업이 없는 1월에 스위스, 모로코, 포르투갈에 갔습니다. 항공권은 미리 예약할수록 가격이 싸니 꼭 여행하고 싶은 나라가 있다면 일정을 미리 계획하시길 바랍니다. 유럽은 겨울에 비가 많이 오기 때문에 그 전에 여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짧은 기간의 여행을 위해서 기내 반입 가능한 사이즈의 커다란 백팩과 100ml 이하의 액체를 보관하는 여행용 공병 세트를 가지고 있으면 좋습니다.
Ⅵ.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생각만큼 짜릿하지는 않았지만 돌이켜보면 정말 좋았습니다. 교환 학생이 없어서는 안될 가장 드라마틱한 경험이자 인생의 터닝포인트냐 하면,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외롭고 지루하고 한국이 생각날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이 더 많습니다. 헤어질 때 눈물이 날 만큼 소중한 친구들도 사귀었고,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짧은 기간에 값싸게 여행도 다녔으며, 원래의 가치관에서 벗어나 조금이라도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교환 학생이 기대보다 재미없을 수도 있고, 사람들이 말하는 것 만큼 행복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학 생활을 할 때만 가능한 두 번 다시 없을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