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해외 여행 경험과 별개로, 다른 나라에서 정착하여 '살아보는' 경험은 해 본 적이 없는 터라, 교환학생 파견의 기회는 스스로에게 새로운 도전이었습니다. 낯선 환경에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교류하며 인식과 관념의 지평을 넓히고 돌아오고 싶다는 생각에 교환 프로그램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제가 파견된 Rutgers University - New Brunswick 캠퍼스는 뉴저지의 주립 대학교입니다. 우선 도시의 장점을 꼽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다른 도시로 이동이 용이합니다. 교환학생들이 배정되는 기숙사 바로 옆에 NJ Transit - New Brunswick 역이 위치해 있었습니다. 해당 역을 통해서 뉴욕시로 1시간, 프린스턴으로 15분, 필라델피아로 2시간 정도면 갈 수 있어서 캠퍼스 외부 활동에 매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시험기간이나 바쁜 주간을 제외하면 주 1회 이상은 뉴욕시에 놀러간 것 같습니다. Amtrak을 활용하더라도 뉴브런즈윅 역에서 보스턴, 워싱턴 DC 등 다양한 도시로 바로 이동이 가능합니다. 둘째, 조용하면서도 소도시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습니다. 뉴브런즈윅시는 인구 5만명 정도의 작은 도시이지만, Rutgers 대학과 지역 연계가 잘 갖추어져 있고,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도보 이동가능 거리 내에서 모두 구할 수 있을 정도로 편리한 도시였습니다. 또한 근처에 Edison과 같은 한인 밀집 지역도 위치해 있습니다.
Rutgers 대학 자체의 장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다양성입니다. Rutgers 대학은 구성원 다양성으로 전미 대학 상위권을 차지할 정도로 다양한 인종과 문화권의 학생들이 어우러지는 대학이었습니다. 이에 학교 자체에서 교환학생과 국제학생들에 대한 관리 메뉴얼이 잘 갖추어져 있었습니다. 행정적 차원 뿐 아니라, 실제 생활에서도 다양한 문화권의 친구들과 가까워지는 것이 용이했습니다. 둘째, 포괄성(Inclusivity)입니다. Rutgers 대학은 전술한 다양성과 동시에, 포괄성을 굉장히 중시하는 대학이었습니다. 타인에 대한 존중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며, 인종차별이나 성차별 등에 대한 경각심이 매우 잘 갖추어져 있는 공동체였습니다. 셋째, 다양한 인프라입니다. Rutgers 대학이 한국인들에게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있는 대학은 아니지만, 미국에서는 Colonial University 중 하나로 역사가 매우 깊은 종합대학이었습니다. 따라서 학생들에게 전공 외적으로도 예술, 체육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기회를 많이 제공했습니다. 실제로 학생들을 대상으로 여러 체육 수업이 무료로 열리고, 교내에 위치한 Zimmerli Art Museum, Mason Gross Art Center 등에서는 정기적으로 예술행사들이 열렸습니다. 구성원들의 소속감과 응집력이 매우 강한 대학 공동체여서, 이러한 행사 때마다 많은 학생들이 함께 참여하며 '미국 대학생활'의 진수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교환학생의 경우 J-1 비자로 출국하게 됩니다. 대사관 홈페이지에 명시된 요구사항들만 잘 갖춘다면 무리없이 받으실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다만 출국 전 Rutgers 대학에서 요구하는 접종기록을 충족하는게 꽤나 까다로웠던 기억이 납니다. 2000년대 초반에 접종한 기록의 경우 국가예방접종기록 서버에 등록되어 있지 않는 경우도 존재하니 미리 확인해두시길 바랍니다. 각 나라/국가별로 요구하는 접종 사항들도 다르니, 이점도 유의하셔야 합니다. 저는 파견교의 접종요구사항을 채우느라, 출국을 준비하며 1-2차례 더 접종한 것들도 있었습니다.
기숙사의 경우 교환교에서 자동으로 배정을 해줍니다. 교환학생의 경우 방학 때도 잔류가능하며, 내부에서 요리가 편리한 아파트 구조(방 2개, 2인 1실)의 기숙사를 배정받는 것 같습니다. 기숙사 배정이 완료되면 출국 전에 미리 룸메이트 목록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룸메이트 이름과 더불어 이메일이 공유되니, 출국 전 미리 연락을 주고받아 적어도 한 학기 동안 함께 생활해야 할 친구들과 대화의 물꼬를 터 두시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J-1 비자 교환학생의 경우 의료보험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저는 추가로 알아볼 여력이 없어 학교에서 제공하는 의료보험으로 가입했는데, 혹시 사설업체 등에서 하실 분들은 학교가 요구하는 사항/금액들을 모두 보장하는 보험인지 잘 확인하시고 등록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파견교가 제공하는 의료보험은 학기도중에만 적용되니, 교환학기 전이나 후에 개인 여행을 다니실 분들은 추가로 보험 가입을 하시면 됩니다.
IV. 학업
교환학생의 수강신청은 현지 학생들처럼 직접 수강신청 사이트에서 진행되지 않습니다. 대신 수강을 원하는 수업들의 리스트를 우선순위를 매겨 담당자분께 전달하면, 담당자분께서 수업 개설 여부, 빈자리 여부, 선수강 요건 여부 등을 고려하여 배정해주십니다. 이 과정에서 원하지 않는 시간대의 강의로 배정되거나 아예 원하던 강의를 배정받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강 첫 주에 수업 수강신청 취소 뿐 아니라 원하는 수업을 추가로 신청할 수 있는 기간이 있으니 이 기간에 조율하실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저도 가장 처음에 원했던 수업의 OT를 들어본 후 제가 기대했던 수업이 아님을 깨닫고 한두 과목을 다른 것으로 대체한 바 있습니다.
제가 들은 수업들의 목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저는 총 12학점을 이수했습니다.
1. Law and Politics
미국의 정치와 법에 대한 개론적인 수업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만족했던 수업이기도 합니다. 미국 정치 구조와 법 체계 등에 대해 처음부터 차근차근 배울 수 있습니다. 개론수업이지만 깊이가 결코 가볍지 않았습니다. 미 대법원 판례 등이나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 등을 하나하나 짚으며 진행되는 터라 밀도가 굉장히 높은 수업입니다. 로드 또한 굉장히 많은 편에 속합니다. 객관식 100문제의 중간고사와 객관식 200문제의 기말고사, 조별로 판례를 분석하는 Case Commentary(20페이지 보고서), 책 2권을 읽고 2주에 한 번씩 과제를 내는 Independent Reading, 각자 판례 3개씩을 분석해서 내는 Case Brief 과 명시된 과제입니다. 거기에 교수님이 수시로 시행하시는 쪽지시험도 10회가량 본 것 같습니다. 한 학기 동안 이 수업에 매달려 살았다 해도 무방할 정도로 쉽지 않은 수업이었지만 가장 남은 게 많은 수업이기도 했습니다. 학업적 지식 이외에도 교수님의 통찰과 친구들의 의견 등을 포괄적으로 수용하며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2. Intro to Contemporary Art
강의명 그대로 현대 미술에 대한 포괄적인 내용을 다루는 수업입니다. 아방가르드, 추상주의, 네오다다이즘부터 시작해서 포스트 모더니즘, 정체성 정치 등 20세기 예술계 전반에 대한 지식을 쌓으실 수 있습니다. 이론보다는 여러 작품들을 감상하며 진행되는 수업이라, 개인적 흥미와 잘 맞았습니다. 제가 학기 시작 전과 후에 뉴욕현대미술관(MOMA)를 방문했었는데, 학기 후반에 갔을 때는 훨씬 아는 작가들이 많아져서 놀랐던 경험이 있습니다. 미술관에 가는 것을 좋아하시거나, 현대미술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수강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특히 학기 도중 Field Trip의 일종으로 버스를 대절하여 뉴욕현대미술관에 가기도 했습니다. 교수님께서 학생들 한 명 한 명에게 매우 관심이 많으시며 열정적이시라 굉장히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수업입니다. 로드는 리딩 요약 과제 2번, PechaKucha양식의 발표 과제 1번, 미술관 후기 에세이 1번, 중간고사 1번과 기말고사(테이크홈, 8-10페이지 에세이)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이정도면 미국 대학교 평균 로드 정도의 분량인 것 같습니다.
3. Death and Afterlife
강의명에 흥미를 느껴 수강하게 된 이 수업은 말 그대로 죽음과 사후세계에 대한 다각적 분석을 해보는 수업입니다. 죽음의 정의, 죽음과 관련한 여러 논쟁점(뇌사, 존엄사 등)들에 대한 고찰을 비롯하여, 여러 종교/문화권이 죽음과 사후세계를 어떻게 다루는지 등에 대한 매우 포괄적인 내용을 다룹니다. 2권의 교재와 추가적인 리딩 자료를 골자로 수업이 진행되는데, 그중 한 분의 저자를 초청하여 인터뷰하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저에게는 새로운 분야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알아갈 수 있던 시간이라 유의미했던 것 같습니다. 특히 교수님께서 인품이 매우 훌륭하셨고, 적지 않은 학생 수였음에도 이름을 모두 외우실 정도로 열성적이셨습니다. 로드로는 주어진 리딩 파트를 분석하는 페이퍼인 ICQ Paper(2페이지) 5회, 영화/책 감상문, 중간고사 2회, 기말고사 1회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각 과제마다 교수님이 매우 꼼꼼하게 피드백 해주셨습니다.
4. Theater Appreciation
이 수업은 사실 너무 유명하여 Rutgers 파견을 준비하시는 분들이라면 익히 들어 보셨을 듯 합니다. 말 그대로 연극을 학기 중 4회정도 감상하며(그 중 브로드웨이 공연 1회) 이를 바탕으로 연극에 대한 여러 배경지식과 이론을 배우는 수업입니다. 로드는 한국과 미국에서의 모든 학부생활을 통틀어 가장 적습니다. 각 연극을 보고는 5개문항으로 구성된 퀴즈만 풀면 되며, 전 문항 객관식의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만 있습니다. 수업 자체의 부담도 적고, 개설되는 시간대도 다양하여 친구들과 함께 맞춰 들으면 좋은 수업입니다.
V. 생활
미국에 오기 전 어느 블로그에서 "다이소를 통째로 가져왔어야 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현지 도착 후 그 말의 의미를 통감했을 정도로 미국은 모든 생활용품의 물가가 매우 비쌌습니다. 한국에서는 1000원이면 살 수 있는 물건보관함 등이 기본 5-6달러 하는 것은 기본이며, 간단한 멀티탭도 12달러를 훌쩍 넘어갑니다. 옷걸이 등도 개당 2달러가 넘어갔던 것 같습니다. 이에 평소 생활하실 때 필요한 물품들 중 "수하물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많이 가져오시는 게 상책인 듯 합니다. 특히 미국은 필기도구가 매우 비싸고 질이 좋지 않으니 한 학기 내 사용할 양을 준비해오시는 걸 추천합니다.
현지 물가의 경우, 캠퍼스 주변은 서울 물가의 1.5배-1.7배 정도, 뉴욕시는 2배 이상이었습니다. 이에 트레이더조스나 근처 브라보마트 등에서 장을 보고 요리를 해 먹는게 가장 좋은 방식이라 생각합니다.
근처 편의시설은 매우 잘 갖추어져 있습니다. 기숙사에서 1-2분내로 갈 수있는 근처 대학가인 Easton Ave에 많은 카페, 레스토랑, 기타 가게들이 밀집해 있습니다. 또한 College Ave 캠퍼스와 Cook/Douglass 캠퍼스 사이에 위치한 George Street에는 은행, USPS, 각종 마트 등 여러 편의시설이 있었습니다.
학교 내 와이파이가 매우 잘 되어있지만, 가끔 안 통할 때도 있기 때문에 현지 통신요금제는 데이터 무제한이 제공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저는 초반 세 달은 Mint Mobile 할인 요금제를 사용했고, 나머지 2달은 Visible에서 매달 선불로 결제하는 플러스 요금제를 사용했습니다.
Rutgers의 경우 동아리나 학교 행사들이 매우 잘 조직되어 있습니다. 제 주변 친구들의 경우 교환학생으로 왔음에도 교내 운동부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경우도 있었고, 기존에 시도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분야의 동아리에 도전해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Rutgers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동아리나 운동부등의 목록을 확인할 수 있으니, 미리 참고하시어 가입하고 싶은 동아리를 생각해가셔도 좋을 듯 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교내 오픈마이크 동아리인 Verbal Mayhem에 매주 수요일마다 친구들과 참석했습니다. 동아리 특성상, 편안하고 솔직한 환경 속에서 여러 의견들을 나누며 심리적인 위안과 안정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여행의 경우, 뉴저지의 지리적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시면 좋을 듯 합니다. 뉴어크 공항(EWR)에서 저렴한 가격대로 갈 수 있는 여행지가 매우 많습니다. 저는 학기 중 시카고, 워싱턴, 보스턴, 마이애미를 다녀왔습니다. 마이애미 직항·왕복 항공권은 성수기였음에도 100달러 초반에 구입할 수 있었을 정도로 저렴했습니다. 다만 미국 내 저가항공을 이용하실 때 최대한 직항편을 구매하시길 추천드립니다. 미국 저가 항공사들은 항공편의 딜레이 뿐 아니라 아예 취소가 되는 경우도 잦습니다. 이 경우 대응이 국내 항공사들에 비해 현저히 미흡하고, 환불이나 변상 절차 또한 매우 까다로워 최대한 직항편을 이용하시는게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라고 판단됩니다. 저는 학기 중에는 최대한 미국 동부나 북부지역을 공강+주말을 이용해 여행했고, 학기 종료 후에는 아예 서부로 넘어가 2주가량 체류했습니다.
Ⅵ.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한 학기 동안의 생활했지만, 가히 지금까지의 삶을 완전히 바꿔 놓은 경험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운이 좋게도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과 매우 깊은 우정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여러 문화권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과 모든 일상을 함께하며, 사고와 인식의 지평을 많이 넓힐 수 있었습니다. 타인에 대한 관용과 존중의 가치에 대해 깨달아 가는 것은, 동시에 스스로를 더 사랑할 수 있는 기반이 되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의 Comfort Zone에서 걸어 나와, 직접 생소한 상황 및 사람들과 마주해보는 경험은, 앞으로 삶에서 어떤 순간이 닥치더라도 스스로를 아끼며 공동체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으로도 남은 것 같습니다. 돌아봤을 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인 것 같습니다. 교환생활에서 저에게 가장 많은 인사이트와 감흥을 남겨준 것도 다양한 친구들과의 상호작용인 것처럼 말이죠. 미국에서 경험할 수 있었던 수많은 사람들의 호의와 정성을 바탕으로 저 또한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부단히 정진하겠다는 다짐으로 교환 프로그램 소감을 마무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