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교환 학생 프로그램은 제가 고등학교 때부터 막연히 꿈꾸던 대학생활 중 하나였습니다. 2학년이 끝나갈 때 즈음,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휴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고,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통해 단순한 휴식만 하는게 아니라 3학년 이후의 진로를 선택하는데 있어서 새로운 에너지를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여 신청하였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 파견대학/지역 선정 이유
제가 파견대학을 선정한 기준은 언어, 안전, 파견 인원 및 거주 비용입니다.
먼저, 교환학생 생활을 통해 영어 능력을 키우는 것이 첫번째 목표였기 때문에 영어를 주언어로 활용하는 미주 지역을 위주로 대학을 찾았습니다.
두번째로, 미주 지역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전한 도시로 가고 싶었습니다. 오스틴은 총기 사고도 잦지 않은 곳이고 치안도 훌륭한 도시라고 알려져 있어, 선택할 때 이 점을 가장 크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세번째로, 함께 파견 가는 인원이 3명 이상인 대학들로 선택지를 좁혔습니다. 당시에는 처음 맞닥뜨리는 환경에서 혼자서 헤쳐 나갈 자신이 없어서 서울대에서 함께 파견가는 인원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경험해보니 파견 대학에 한인들의 비중이 작지 않고, 본인이 새로운 인연을 만들 수 있을 만큼의 최소한의 독립성을 가지고 있다면 크게 중요한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처럼 좋은 사람들과 함께 파견이 된다면 여행파트너도 쉽게 구할 수 있고 생활에 있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겠지만, 성격 등이 잘 맞지 않는 경우 오히려 같이 파견간 사람에게 묶여 고생하는 경우도 종종 보았습니다.
- 파견대학/지역 특징
오스틴은 전형적인 대학 도시입니다. 특히 학교 주변에는 학생들의 생활을 위한 시설들이 잘 마련되어 있지만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여가를 즐기거나 괜찮은 식당을 가려면 버스나 우버를 타고 어느 정도의 거리를 이동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버스가 깨끗하고 안전하게 잘 되어 있는 편이고, 학교 학생증을 사용하여 오스틴 시내 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대학 도시인만큼 안전하다는 장점도 있고, 대부분의 학생들이 웨스트 캠퍼스 등 학교 주변의 지역에 거주하기 때문에 학교를 가거나 친구집에 놀러가거나 파티를 갈 때 등 도보로 이동하거나 아주 짧은 거리만 이동하면 됩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학교 주변에는 홈리스도 별로 없었고 저는 10시 정도의 밤 늦은 시간에도 학교 주변은 마음대로 다녔습니다.
또 오스틴은 IT 회사들이 많이 있어서 전전이나 컴퓨터공학 등의 전공을 가진 분들께 랩 인턴 등의 기회도 많은 지역인 것 같습니다. 실제 타대 교환학생분은 교환학생 기간을 통해 UT 랩 인턴을 했었고 그 이력을 바탕으로 UT 석사 박사 프로그램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오스틴에서 관련 회사에 취직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경영대나 인문대 등에서도 international students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 있으니, 미리 알아보고 가시면 여행할 시간은 적어지더라도 더 의미 있는 경험을 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 비자 신청 절차
2월에서 3월 정도에 서울대 국제협력본부에서 UT등록 절차를 알려주십니다. 알려주신 대로 등록을 하고 나면, UT에서 이메일이 와서 MyIO라는 것에 가입하게 될 것입니다. 그때 받은 UT EID가 학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MyIO에 가입한 이후에는 Admissions 절차를 진행하게 됩니다. 해당 페이지에 어떤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지 자세히 나와있고 이메일로도 안내를 해주니 참고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메일이 빨리 오지는 않았던 것 같아서 저는 혼자 사이트를 열심히 보면서 제출할 서류는 제출했습니다. 제출한 승인이 되고 나면 DS-2019를 받을 수 있습니다. 당시에 DS-2019 수령 방법이 부분적으로 이메일로 바뀌고 있었던 터라 조금 혼란이 있었는데, 저는 이메일로 받는 것을 선택하고 프린트하여 활용했습니다.
DS-2019를 받은 이후에는 비자 신청을 해야합니다. 제 기준으로 5월 초~중순에 비자 인터뷰를 신청하여 5월 30일에 인터뷰를 할 수 있었으니, 더 빠른 처리를 바라시는 분들은 미루지 않고 4월 중에 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한편 수강신청을 하려면 bar 라는 것을 제거해야 하는데, 그중 medication bar는 특정 예방접종 기록이 있어야 제거할 수 있습니다. 관련 내용은 UT에서 보내준 메일 등에서 확인하실 수 있을겁니다.
- 숙소 지원 방법
저는 College Houses라는 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University Co-op 중 Super Co-op에 속하는Halstead라는 자치 기숙사에서 생활했습니다. 아래 첨부한 링크에서 신청하시면 되고, 가을학기에 계약하시는 경우 1년 계약을 한 후, 12월에 계약을 취소하고 취소 수수료를 내시는 방식으로 한학기 계약이 이루어집니다. 계약을 할 당시에 그 부분에 대한 언급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계약 취소를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30일 전에 계약 파기 의사를 밝혀야 하니, 1학기 계약을 원하시는 분들은 적어도 10월 초 정도부터 계약 취소를 위해 어떤 절차가 필요한지 한번 더 확인해 보셔야 합니다.
저는 3월 초 정도에 double room에 신청했을 때 늦지 않았습니다. Single을 원하시는 분들은 조금 더 일찍 신청하셔야 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같이 double room을 사용하고 싶은 경우, 입주 이전에 작성하는 roommate survey를 통해 서로 지정할 수 있습니다.
https://collegehouses.org
- 파견 대학 지불 비용(student fee, tuition fee, rental fee)
- 등록금은 서울대에 내는 것이기 때문에, 추가로 UT에 지불해야 하는 돈은 international student가 반드시 내야 하는 건강보험료밖에 없습니다. 반드시 UT 보험을 들어야하는 것은 아니고, 보험 관련 페이지에서 안내하고 있는 특정 기준들을 만족하는 건강 보험이라면 추가적인 서류를 제출하여 승인 받을 수 있습니다. 저는 UT에서 소개한 학생 보험을 들었습니다. 비용은 이런 저런 fee를 포함해 1671달러였습니다.
- 추가적인 tuition fee는 저의 경우 없었습니다.
- 저는 College House 라는 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Co-op에서 생활했습니다. 외국인 친구와 한학기동안 double에서 살았고 8월에는 409달러, 9-12월은 817달러였습니다. 12월의 경우 moving out 날짜가 15일임에도 불구하고 한달 방세를 내야 하며, 더 오래 머물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비용을 내야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또한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한학기 거주의 경우 1년 contract을 cancel하는 방식으로 운영이 되기 때문에 cancel fee를 내야합니다. Cancel fee는 150달러였고 moving out 이후 보증금 500달러 중 350달러만 받거나, 150달러를 그냥 지불하고 보증금은 따로 받을 수도 있습니다.
IV. 학업
- 수강신청 방법
https://blog.naver.com/dongeun105/223227736176
제가 교환학생으로 있는 동안 쓴 블로그 글입니다. 서로이웃 아니어도 볼 수 있고 수강신청과 관련한 자세한 설명이 담겨있으니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UT는 교환학생들에게 최소 이수 기준으로 12학점을 요구하고 있어, 저는 총 4과목(12학점)을 들었습니다. 두 과목은 전공 과목, 나머지 두 과목은 교양 과목을 선택해 들었습니다.
- Introduction to Labor Economics
경제학부 등에서 거시경제학을 들으신 분이라면 편하게 들으실 수 있는 과목입니다. 저는 시험에서 자꾸 한 두 문제씩 틀려서 A를 받았지만, 좀 더 열심히 하시면 A+은 어렵지 않을거 같습니다..
- Financial Literacy
속하신 학부에서 전공 과목으로 인정해준다면 굉장히 편하게 들을 수 있는 과목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인생 예산 및 투자 계획을 세우기 위해 필요한 기본 개념을 배우는 수업입니다. 주식, 채권, 다양한 금융 상품, 은퇴 계획 등에 대해 수업 하시고 쉽습니다. 또 자신의 Financial Plan을 세우는 것이 성적의 40%를 차지합니다.
- Intro Black Women Study
개인적으로는 가장 어려웠던 수업입니다. 인종 관련된 수업을 듣고 싶어서 전공 과목들과 시간이 겹치지 않는 이 수업을 선택하게 되었는데 수업의 주제 자체가 흑인 여성의 intersectionality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흑인과 미국의 역사, 여성의 역사 등 많은 내용을 잘 흡수할 수 있어야하는 수업입니다. 시험의 난이도나 과제의 퀄리티가 크게 높지는 않지만, 매주 읽고 코멘트를 남겨야 하는 리딩이 있는데 성적의 상당 부분을 차지합니다.
- Introduction to Visual Arts(Online)
시각 예술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틀을 알려주는 수업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일주일에 2시간 온라인 수업이 있고, 매시간마다 이전 시간의 내용을 확인하는 퀴즈가 있습니다. 또 수업과 별개로 매주 1시간 학교 내에 있는 블랜튼 미술관에 가서 TA와 작품을 감상하는 실습을 하는데, 저는 제가 들었던 4개의 수업 중 가장 만족했던거 같습니다. 회화 뿐 아니라 조각, 건물, 책 등 다양한 예술 작품의 형태에 대해 배울 수 있었고 미술관에 가는 재미도 더 생겼던 거 같습니다. 온라인 수업이라 학점 인정은 힘들지만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추천드립니다.
- 외국어 습득 요령
저는 룸메이트를 지정할 때, 한국인은 피해달라고 코멘트를 남겼습니다. 영어로 대단한 대화를 나누지 않더라도 생활 속 잦은 영어의 사용이 듣기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귀가 트이는데 많은 도움을 받은 것 같습니다. 또 어색하더라도 외국인 친구들에게 말을 걸려고 많이 시도했던 것 같습니다. 수업을 들을 때도 토플 듣기를 연습한다는 생각으로, 내용을 100% 알아듣지는 못해도 최대한 귀에 담으려고 노력했던 거 같습니다. 초반에는 정제된 단어들만을 활용하는 수업이 오히려 더 이해하기에 쉬웠던거 같습니다.
V. 생활
- 가져가면 좋은 물품
(1) 생활용품
수건, 슬리퍼, 튜브형이 아닌 원통형 공병, 진드기 시트, 거울, 보조배터리, 칫솔, 마스크 팩 정도를 추천드립니다.
(2) 카드
저는 미국 Chase 계좌를 열어 이 계좌에 직접 해외송금을 한꺼번에 받아서 Chase Debit Card를 생활용 카드로 사용했습니다. 카카오뱅크 기준 수수료가 15달러 정도였는데 보내는 금액의 크기와 무관해서 그냥 한번 보낼 때 많이 보냈던 거 같습니다.
또 신한은행에서 만든 change up 카드로 환율이 낮을 때 조금씩 환전을 해서 여행용으로 따로 사용했고, 현대카드에서 애플페이가 가능하게 나온 비자 카드를 비상용으로 들고 갔습니다.
개인적으로 추천드리는 건 트레블월렛입니다. 원화가 바로 바뀌어서 사용되기 때문에 환율이 높을 때 사용하면 불리하긴 하지만, 환전 수수료가 없고 대부분의 나라에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캐나다나 멕시코 등으로 여행가실 분들은 외화 사용이 훨씬 편하실 거 같습니다.
- 현지 물가 수준
높습니다! 팁 포함했을 때, 괜찮은 식당에서 한 사람에 드는 비용이 15달러는 훌쩍 넘었던거 같습니다. 체감상으로는 환율을 고려하였을 때 대부분의 식품의 가격이 한국 가격에 1.5배 정도 되었던 거 같습니다.
- 식사 및 편의시설(식당, 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1) 식당
코옵에서는 학생들이 만든 점심과 저녁이 나옵니다. 협동조합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일주일에 4시간씩 labor를 하는데, lunch cook과 dinner cook도 labor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저는 특별히 약속이 있거나 먹고 싶은 음식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코옵에서 식사를 해결했습니다.
기숙사에 사는 친구들의 경우 제스터나 킨솔빙 등의 학식 식사권(?)을 끊어서 그 횟수만큼 식당을 이용하기도 했던 거 같습니다.
학교 주변에서 괜찮은 식당을 찾고 싶을 때는 구글맵을 사용했습니다. 평점 4.0 이상인데,크게 불만족했던 식당은 없었던 거 같습니다. 다만 고수를 많이 사용하는 지역이다보니 타코나 베트남 음식점에 갈 경우 cilantro를 꼭 빼시길 바랍니다.
(2) 의료
의무적으로 내야하는 의료보험료가 있기 때문에, 학교 보험을 선택하신 경우 학교 내에 있는 UHS에서 기본적인 진료를 받으실 수 있습니다. 또 자궁경부암 주사 등 다양한 예방 접종을 무료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관심이 있으시면 활용하시면 좋을거 같습니다. 또 CVS라는 약국에서 약을 구매할 수 있어서 저는 다래끼가 났을 때, 근육통이 왔을 때 등 약으로 다 해결했던 거 같습니다. 다른 지역으로 갔던 친구의 경우 CVS에 가입한 이후 여러 쿠폰을 받았는데 혜택도 좋았다고 합니다.
(3) 은행
학교 주변에 Chase 지점이 있어서 UT 학생들도 Chase를 많이 사용했습니다. 특히 외국인 친구들과 정산할 때 Paypal이나 zelle을 많이 활용했는데, chase 계좌는 쉽게 등록할 수 있어 편했습니다. Chase 계좌를 어떻게 열었는지 아래 블로그 글에 상세하게 적어놓았습니다.
https://blog.naver.com/dongeun105/223186934592
(4) 통신
저는 민트모바일을 활용했습니다. 스팸이 너무 많이 와서 조금 불편했는데, 제가 나쁜 번호를 뽑은 거 같습니다. 다른 교환학생들도 거의 민트모바일을 사용하고 있었고,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3개월 할인 받을 수 있는 코드가 있었던 거 같습니다. 신학기마다 할인을 하니 가을학기에 가신다면 미리 찾아보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VI.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거의 모든 순간이 행복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난 덕이 컸지만, 새로운 환경에 물들어가는 스스로의 모습을 보는 것이 재미있고 특별했습니다. 한국에서 살 때는 스스로 삶에 제약을 두고 있다는 것조차 알지 못했는데, 그런 소소한 자유를 누리며 삶의 태도도 많이 바뀐 거 같습니다. 저는 온전한 휴식과 여행을 즐기고, 영어 능력을 조금 향상하는데 교환의 목표가 있었어서 많은 성취를 이루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만족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컨설팅이나 경영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미리 인문대, 경영대 랩실을 잘 찾아보고 신청하시는 것도 좋을거 같습니다. 공대 분들은 더 더욱이 많은 기회가 있으니 여행과 휴식보다는 구체적인 성취를 바라시는 분들께도 UT 교환이 큰 도움이 될거라 생각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