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대학교에 입학하고 교환학생 파견 프로그램을 떠나기 전까지 6하기 동안 저는 쉬지 않고 달려왔습니다. 팬데믹 상황에 가로막혀 흔히 이야기하는 대학생활의 낭만을 충분히 즐길 수 없었고 동시에 마땅한 목표도 없었던 터라 눈 앞의 과제와 시험에 최선을 다하기 급급했습니다. 저는 스스로 휴식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내렸고, 그 시간을 낯섦과 도전으로 채우기 위하여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저는 익
숙한 한국에서 벗어나 낯선 환경에서 백지의 상태를 경험해보고 싶었습니다. 그 백지에 어떤 그림을 그려나갈지 저 스스로 궁금하였고 맨땅에 헤딩하는 경험을 느껴보고자 교환 학생 프로그램에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저는 영어를 사용할 수 있는 서구국가로 가고 싶었기에 크게 미국과 영국으로 선택지의 폭을 좁혔습니다. 다음으로 내가 원하는 파견지역의 모습을 상상했을 때, 화창한 날씨와 아름다운 자연을 떠올렸기에 영국을 쉽게 제외할 수 있었고, 미국 내에서도 두
가지 조건을 갖춘 서부 캘리포니아를 고를 수 있었습니다. 제가 파견된 UCSB는 산타바바라에 위치한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로, 해변과 해안절 벽을 끼고 있는 아름다운 캠퍼스 풍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산타바바라는 LA에서 차로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는 도시로, 안전하고 깨끗하며 조용하고 한적한 곳입니다. 학교부지도 매우 넓어서 대부분의 학생들이 자전거나 보드, 버스를 타고 이동하며 그렇기에 자전거 전용도로가 매우 잘 정비되어 있는 자전거친화적인 캠퍼스입니다. 학교가 바다를 품고 있기에 공강일 때 바다를 보면서 시간을 때우거나, 저렴한 가격으로 서핑, 카약 등
을 즐길 수 있습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UCSB는 매우 빠른 일 처리 속도를 자랑한다는 점에서 큰 장점을 가집니다. 이로 인해 저는 다른 UC 캠퍼스보다 더 빠른 시일 내에 DS-2019를 전달받을 수 있었고 DS-2019와 기타 비자 서류(I90, DS160 등)을 작성하여 비자 인터뷰를 신청하였습니다. 출국이 9월 2일이었는데 비자 인터뷰는 6월 29일에 진행하여 비자가 포함된 여권은 일주일 이내로 받아볼 수 있었습니다. 숙소 지원의 경우 초반에 난항을 겪었습니다. 개강 3개월 전까지 학부생 기숙사 중 저렴한 월세의 건물들을 교환학생에게 열어주지 않았고, 비싼 건물들도 만실이 되어 걱정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현지 대학에 파견되어 있는 타 학교 학생들을 온라인, 지인 등을 통해 연락을 시도하여 알아본 결과, 늦더라도 반드시 지원을 받을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고, 동시에 만약을 대비하여 캠퍼스 근처 자취지역을 조사했습니다. 9월 말 개강을 앞두고 7월 초에 기숙사 신청을 받는다는 메일을 받게 되었고, 방 선택은 학생별로 할당된 시간에 지원사이트에 들어가서 티켓팅하듯이 방을 고르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미 방을 선택한 룸메이트의 지원정보(흡연 여부, 청결도 성향 등)를 확인하여 선택할 수 있었고, 기숙사 자체도 매우 넓다고 하여 최대한 도로변에 가까운 건물의 3인실을 고르게 되었습니다.
UCSB는 BARC라는 결제 사이트에 각종 비용을 청구하였고, 이를 한 번에 모아서 결제할 수 있었습니다. 특정 비용은 메일을 통해 결제기한을 명시해두었는데, 기한을 한참 넘겨도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기숙사비용은 출국 전에 미리 결제해두는 것이 마음이 편할 것 같습니다. 추가로 학교보험을 이용하지 않는 경우에는 BARC에 청구된 학교보험비를 제외한 금액만 먼저 지불하고 기다리면 됩니다. 이후에 가입한 보험이 학교보험에 준하는 약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인정될 때 청구내역에서 자동으로 사라집니다.
IV. 학업
수강신청 시기는 메일 또는 UCSB Gold를 참고하여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는 정확한 날짜 확인을 놓쳐 조금 늦게 수강신청을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전공강의에 add code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고, 단과대마다 add code를 위한 증빙서류를 안내하는 경우도 있었으나 저의 경우 전공수업 교수님에게 교환학생으로서 수업을 듣고 싶다고 정중히 부 탁하니 add code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개강 이후 수강변경이 가능한 첫
주차에 모든 인류학 수업에 출석하고 add code를 받은 후 어떤 수업을 들을지 최종적으로 결정하였습니다.
UCSB에서 유명한 교양으로 연기 수업이 있습니다. 소수정예로 진행되는 수업에서 교수자는 학생들에게 특정한 상황을 자유롭게 표현해보라고 하기도 하고, 동물처럼 행동해보라고도 합니다. 제가 들은 수업은 아니었지만 굉장히 유명하고 외국인 친구를 사귀기도 좋은 수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인류학 전공은 리딩이 많고 내용이 다소 추상적이었기에, 미리 리딩을 읽고 난 후에 수업내용을 필기하는 방식으로 공부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모든 내용을 완벽히 이해하는 것이 어려워 수업조교님의 Office Hour에 찾아가 질문을 하거나 수업에서 만난 친구와 수업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감사하게도 저는 우연히 옆자리에 앉아 친해진 친구가 수업 필기 파일을 공유해주어서 수월하게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V. 생활
산타바바라의 물가는 캘리포니아 지역인 만큼 매우 높습니다. 외식을 한다면 저렴하게는 15달러, 비싸게는 25달러 이상 지불해야합니다. 그래서 저는 요리를 최대한 많이 해먹으려고 노력했습니다. Weee라는 온라인 아시안 마켓이 있어 식재료나 밀키트 등을 주문하면 1-2일 내로 기숙사 문 앞으로 배달됩니다. 다만 역시 가격대가 높아 친구들과 함께 주문하거나 식재료 사용 계획을 생각하여 주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미국 현지 체크카드를 발급받고자 현지 은행에 방문한다면, 미리 예약하고 방문해야 합니다. 특히 캠퍼스 근처 IV에 위치한 체이스 뱅크는 빠르게 예약이 마감되므로, 일찍이 예약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다른 은행은 교통편이 좋지 않아서 방문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등하교에는 자전거를 이용하는 학생들이 많으나, 좋은 품질의 자전거를 저렴하게 얻는 것 또한 어렵습니다. 따라서 버스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산타바바라 버스는 UCSB 학생증만 있으면 전부 무료이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학생증을 발급받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버스 배차간격이 넓고 버스가 제시간에 오지 않고 말그대로 사라지는 경우가 있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파티스쿨이라는 별명이 붙은 만큼 캠퍼스 근처에서 파티가 거의 매주 열립니다. 시끄러운 것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미국 대학의 감성을 느끼고 싶다면 한 번쯤 가보기를 추천합니다. 한국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문화와 분위기이기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2학기 가을 쿼터에 파견 간다면 추수감사절에 ISA에서 주최하는 요세미티 국립공원 3박4일 하이킹 프로그램도 추천합니다. 추수감사절에 본교 학생들은 대부분 본가로 돌아가 가족들과 연휴를 즐기지만 교환학생과 국제학생들은 현실적으로 그러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국제학생단체(ISA)에서 주관하는 요세미티 하이킹에 다녀왔고, 저와 비슷한 처지인 교환학생들과 등산도 하고 캠프파이어도 하며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미국 이외의 국가를 여행할 계획이라면, 비자 만료날짜를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실제로 저는 멕시코로 여행 갔다가 비자 만료일자 이후에 입국을 시도하여 반려 당하였습니다. 비자 만료날짜 이후 한 달까지 미국 내에서만 체류 가능하다는 것이지, 출국하는 순간 비자는 아무 의미 없는 서류가 되어버립니다. 이때 ESTA를 발급받아 미국으로 재입국할 수 있습니다만, 이 역시 발급까지 최소 2시간 최대 2일 정도 소요되므로 미리 준비해두어야 합니다.
Ⅵ.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짧다면 짧은 4개월이었지만 많은 것들에 도전하고 용기를 내었던 날들이었기에 제가 주체적으로 결정한 순간들이 모여 마냥 짧지만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교환학생을 준비하면서 해외경험을 빙자한 해외도피라고 생각했으나, 도망치듯 도착한 산타바바라에서 더이상 도망치지 않는 용기를 배운 시간이었습니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고, 졸업, 취업 등 제 인생에서 과업을 위해 노력해 나아가겠지만, 그 과정에서 산타바바라의 넉 달이
큰 힘이 되어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