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미학을 공부하고 연극과 미술, 음악 등 다양한 예술 분야를 체험하면서 여러 매체를 넘나드는 예술의 확장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특히, 극 장르에 큰 관심을 가지고, 뮤지컬에 스토리텔링을 접목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왔습니다. 해당 프로젝트를 예술교양 콘텐츠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스토리텔링 을 비롯하여 예술의 확장 및 장르 간 연결과 관련된 분야의 보다 심도 있는 이해와 체험이 필요함을 절감하였습니다. 이에, 다양한 예술의 중심지인 런던에서 한 학기를 보내며 다양한 예술 분야가 어떻게 연결되고 확장되는지, 나아가 이것이 어떻게 비즈니스로 이어질 수 있는지 공부해보고자 하는 목표가 생겼습니다. 이와 더불어 여러 팀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각종 전시 및 공연을 직접 감상함으로써 강의를 들을 때와는 다른 새로운 통찰과 경험을 얻고자 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1. 파견지역 선정 이유
런던은 다양한 배경과 인종의 사람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도시로, 직접 피부로 다양성을 체험할수있다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다수의 미술관이 (특히 학생 대상으로) 무료로 개방되어 있고, 뮤지컬의 중심지인 웨스트엔드가 위치한 지역인 만큼 문화예술에 대한 접근성이 매우 높은 편입니다. 본교에서 미학을 전공하고 예술 전반에 대한 높은 수준의 흥미를 가지고 있는 저로서는 이 점이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2. 파견대학 특징
파견대학 이었던 SOAS University of London은 ‘School of Oriental and African Studies’라는 명칭에 걸맞게 스와힐리어, 아랍어, 일본어, 한국어 등 매우 다양한 아시아/아프리카 지역의 언어와 문화, 사회, 정치 등과 관련한 다양한 공부를 할 수 있는 곳입니다. 이러한 다양성은 학생들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서로 다른 종교, 문화, 지역적 성격을 가진 학생들이 한데 어울려 자신의 관심사에 대해 공부하고, 학교 차원에서 서로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가르치는 점 또한 인상적입니다. 캠퍼스는 런던의 중심지에 위치해 있어 근처에 있는 소호, 코벤트 가든 등 번화가를 방문하기에도 좋고, 대중교통 접근성도 좋아 방과 후 런던의 다른 지역들을 둘러보기에도 용이합니다. SOAS는 또한 방대한 도서관 컬렉션으로 유명한데, 굉장히 방대한 양의 책과 DVD 영상자료, 프린터와 컴퓨터 등을 이용할 수 있고 스터디룸 등 공부하기에도 적절한 공간을 잘 갖추고 있습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 비자 신청 절차
영국은 6개월 간 무비자 체류가 가능한 국가로, 비자를 따로 신청할 필요는 없습니다. 간혹 단기 학생 비자 (Short-term study visa)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접한 적이 있어 공항에서 문의했으나, 입국 및 생활을 위해 필수적인 서류는 아니라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 숙소 지원 방법
기숙사 지원은 파견교에서 진행하는 오리엔테이션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오리엔테이션 때 기숙사 종류와 신청하는 법에 대한 정보를 자세히 얻을 수 있습니다. 학교 홈페이지의 기숙사 지원 링크에서 신청하고자 하는 기숙사 종류 및 거주 기간, 선호 항목들과 고려되어야 할 건강 정보 등을 입력해 신청한 이후 신청이 수락되면 기숙사 사설 관리 업체에 예치금을 지불하고 기숙사 신청을 확정할 수 있는 링크를 메일로 받을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개인 화장실이 포함된 1인실 (Standard single en-suite)을 배정받는다고 안내 받았고, 실제로 해당 기숙사를 배정받았습니다.
- 파견 대학 지불 비용(student fee, tuition fee, 기숙사 비용 등)
학비의 경우, 서울대학교 등록금을 지불하였고, 기숙사 비용 외에 따로 파견 대학에 납부해야 하는 비용은 없었습니다. 기숙사비의 경우, 9월 17일부터 1월 7일까지 최소 계약 기간에 해당하는 기간 동안 약 3390 파운드를 지불했습니다.
IV. 학업
- 수강신청 방법
수강 신청에 관련된 정보 또한 파견 전 파견교에서 진행하는 온라인 오리엔테이션에서 자세히 설명해줍니다. 오리엔테이션 이후 파견학생들은 이메일로 과목별 개설 학기, 학점, 과목코드가 기재된 문서와 수강신청 폼, 그리고 수강신청 기한 등에 대한 정보를 전송 받을 수 있습니다. 교환학생의 경우 한 학기에 총 네 과목을 신청하며, 파견교에서 메일로 전달한 수강신청 폼을 통해 신청 희망 과목 4개와 해당 수업들이 신청 불가할 경우를 대비한 각각에 대한 백업 과목의 과목코드를 입력하면 됩니다.
영국의 경우 과목별 시간표가 학기 시작이 매우 임박하여 공개되는 편입니다. 만약 수강신청한 과목들의 시간표가 겹친다면 수강하고자 하는 다른 강의의 시간표를 확인한 뒤 SOAS Study Abroad 팀에 정정 신청 메일을 보내 수정할 수 있습니다. 23년 2학기 (Term 1)의 경우 개강 후 2주차까지 수강 과목 변경이 가능했습니다.
-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저는 이번 학기 파견교에서 ‘The World in London’, ‘Introduction to Business in MENA’, ‘The Art of Storytelling’, ‘Japanese 1A’의 네 과목을 수강하였습니다. ‘The World in London’은 런던의 특정 지역들에 관련된 다양한 사회, 문화, 정치, 역사적 맥락과 이론을 통해 런던이라는 도시를 총체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수업입니다. 교환학생으로서 런던에 거주하는 동안 해당 강의에서 언급된 장소를 직접 방문하면서 배운 내용, 그리고 나아가 런던이라는 도시 자체를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강의입니다. 해당 강의의 범학문적인 경향이 낯설 수는 있으나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어가고, 실제 개인적으로 견학을 다니며 강의 내용을 보다 폭넓게 소화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는 점에서 만족스럽습니다. ‘Introduction to Business in MENA’의 경우 중앙아시아와 북아프리카 지역의 전반적인 특징 및 마케팅 경향, 경제구조 등을 통해 해당 지역을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고자 하는 수업입니다. ‘The Art of Storytelling’의 경우 서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의 설화 및 서사 등이 어떻게 소설, 공연, 춤 등의 다양한 매체로 표현되는지 이해하고 스토리의 구조를 분석해보는 수업입니다.
- 학습 방법
영국의 대학 강의는 실제 강의실에 가서 강의를 듣는 시간이 한국에 비해 적은 대신, 논문,기사, 에세이 등 다양한 리딩 자료를 자체적으로 강의 외 시간에 읽고 소화해야 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각 주차별 리딩 과제에 대한 토의나 질의응답을 시작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등 리딩을 하지 않고 수업에 참여할 경우 학습 진도를 따라가기 어려운 경우도 있어 리딩의 중요성이 매우 높은 편입니다. 따라서 밀리지 않고 매 주차 강의에 대한 리딩을 충분히 소화한다면 강의 시간 내 부담이 덜어질 것입니다.
또한, 대부분의 강의가 일방향적인 강의 위주가 아닌 1~2시간 가량의 강의와 해당 강의 내용에 대한 질의응답 및 토의 위주의 튜토리얼로 구성된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리딩 후에 해당 내용과 관련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두면 도움이 됩니다.
- 외국어 습득 요령
외국어 습득의 경우 발화량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강의에서도 질의응답과 토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기 때문에 튜토리얼을 비롯한 강의 중 이런 시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여 말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 외국어 능력 향상에 크게 도움이 됩니다.
또한 저의 경우 기숙사 공용 공간인 부엌에서 같은 층에 거주하는 다른 학생들과 교류하는 과정에서 회화 능력이 많이 향상했습니다. 때문에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과 교류하고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언어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을 추천합니다. 특히, 단순히 언어적인 영역 외에도 해당 문화권의 사람이 아니라면 충분히 알고 활용하기 어려운 슬랭이나 화법, 숙어, 그리고 이와 관련된 문화적인 맥락 또한 배울 수 있기 때문에 문화 교류 차원에서도 매우 재미있고 유익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
V. 생활
1. 가져가면 좋은 물품
대형 캐리어 외에 비교적 크기가 작은 기내용 캐리어를 가지고 가면 학기 중 여행을 할 때 편리합니다. 또한, 수저와 동결건조 마늘/파, 고춧가루 등의 양념과 입주 초기 필요한 물건들을 구비해 놓기 전 끼니를 때울 수 있는 간편식 등을 챙겨가면 편리합니다. 또한 기숙사 방이 라디에이터만으로 난방을 하기 때문에, 전기장판을 가져가면 조금 더 따뜻하게 지낼 수 있습니다. 화장실과 부엌 등 기숙사 내부에서 신고 다닐 슬리퍼가 있으면 더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습니다.
2. 현지 물가 수준
런던의 물가 수준은 높은 편입니다. 특히, 외식 비용에 비해 식료품 가격이 훨씬 저렴한 편이기 때문에 직접 요리를 해서 식사를 해결하는 것이 경제적입니다. 외식을 하게 되면 평균적으로 인당 3~5만원 정도를 지출했습니다.
3. 식사 및 편의시설 (식당, 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기숙사가 킹스 크로스 역 부근에 위치해 있는 만큼 기숙사 주변에 다양한 식당과 마트,
특히 기숙사에서 도보 10-15분 거리에 위치한 앤젤 지역에는 M&S, Sainsbury’s, Argos, Oseyo와 같이 다양한 대형마트 및 식료품점 등의 상점이 밀집되어 있어 편리합니다. 기숙사 입주 직후 필요한 생활 용품 및 침구 등을 구입하기에도 용이합니다. 도보 약 5-10분 거리 내에 지하철역과 버스 정류장들이 포진되어 있어 교통이 편리합니다.
4. 학교 및 여가 생활 (동아리, 여행 등)
교환학생 생활을 하는 동안 동아리 활동은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학기 초 다양한 동아리 소개 행사가 있으니 참석해서 관심이 가는 동아리가 있다면 가입해 활동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동아리의 경우 한국처럼 정기 모임이 있기보다는 그때그때 원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활동을 진행하는 경향이 있어 보였습니다.
수강 강의 수가 네 과목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생각보다 공강 시간을 많이 확보할 수 있습니다. 학기 중에는 이렇게 공강 시간과 주말을 활용해 1~3박 정도 여행을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기숙사 근처에 유로스타가 운행되는 킹스 크로스역이 있기 때문에 기차를 타고 이동할 수 있는 파리, 브뤼셀 등 가까운 지역을 방문하면 편리합니다. 학기 중 일주일 간 ‘Reading Week’라고 하여 학생들로 하여금 밀리거나 충분히 소화하지 못한 리딩을 할 수 있도록 일주일간 수업을 진행하지 않는 주간이 있습니다. 이 기간을 활용하면 조금 더 긴 일정으로 여행을 다니기 용이합니다.
캠퍼스에서 도보 20분 거리에 뮤지컬 극장들이 즐비한 웨스트엔드 중심가가 위치해 있어 웨스트엔드 뮤지컬과 연극을 관람하기에 편리합니다. 영국박물관, 영국 내셔널 갤러리를 비롯해 Victoria&Albert 미술관, 테이트 모던, 테이트 브리튼 등 다수의 박물관 및 미술관들이 캠퍼스 근방에 위치해 있어 다양한 여가생활 및 문화체험이 가능합니다.
5. 안전 관련 유의사항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거주했던 런던 시내 지역, 특히 캠퍼스와 기숙사 근방은 치안이 좋은 편에 속했습니다. 그러나 소매치기의 위험을 전혀 배제할 수 없으므로 생활하는 동안, 특히 사람이 많이 몰리는 관광지 근처를 방문할 때는 소지품 관리에 주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더불어 전동 킥보드와 자동차, 자전거 등의 다양한 이동수단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 도로에서 특히 주의하여 이동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기숙사의 경우 일주일에 한 번 학교 차원에서 방을 정비해주는데, 이때 혹시 모를 소지품 도난에 대비해 짐을 잘 정리하여 가방에 자물쇠를 달아놓는 등 유의할 것을 추천합니다. 기숙사 창문과 문도 안전을 고려하여 밤 시간대에는 꼭 잘 닫고 취침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Ⅵ.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영국 런던이라는, 우리나라와는 제법 다른 지역적 특성과 문화적 배경을 가진 곳에서 혼자 적응해 생활하고 영어로 새로운 것들에 대해 배우는 경험은 때로는 저에게 부담이나 좌절감을 안겨주기도 했지만, 결국 저라는 사람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기존의 틀을 깨고 나와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습니다. 한국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형식과 구성의 강의를 수강하면서 강의에 대해 스스로 가지고 있던 프레임을 확장시킬 수 있었고, 미국, 일본, 소말리아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학생들과 교류하는 과정은 여러 문화권에 대한 저의 시각을 확장하는 경험이었습니다. 특히, 교환학생 프로그램은 이미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고 여겼던 제 자신에 대해 돌아보고 새롭게 알아가는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지하철에서는 인터넷이 작동하지 않고, 대중교통이 지연되어도 사람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고, 폭우가 아니라면 비가 와도 우산을 쓰지 않는 런던에서 저는 조급함 대신 잊고 있던 마음 속 여유를 들여다 볼 수 있었습니다. 원하는 뮤지컬을 보고, 좋아하는 단골 카페가 생기고, 운동을 다니고,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저는 이방인이지만 또 동시에 그곳에 사는 사람으로서 새로운 제 정체성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어렵고 힘들기만 했던 리딩과 기숙사 친구들과 부엌에 삼삼오오 모여 과제를 했던 일들도 이제는 마냥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꽤나 많은 비용을 지출했고, 타지에서 혼자 지내며 버겁게만 느껴지는 날도 있었지만, 힘이 되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고 너무나도 많은 새로운 체험을 했습니다. 그 모든 것들을 겪고 지나온 제 스스로가 전과는 달리 그래도 한 발자국 더 앞으로 나아갔다는 확신이 듭니다. 이 모든 것이 여행자도, 현지인도 아닌 교환학생이라는 신분으로서만 누릴 수 있는 것들이었다는 생각에 다시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