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외교학을 전공하고 있다 보니, 국제 정치와 사회 및 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이 많았습니다. 때문에 교환학생 과정을 통해 우리나라와는 다른 외국 학교들의 수업을 듣고, 외국 학생들과 교류하며 더 넓은 시야를 갖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고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더하여 진로에 있어서 외국에서 활동하는 직업을 갖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기에 외국생활을 짧게나마 경험해 봄으로써 진로 선택에 도움을 받고자 하는 의도도 있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입학한 이후부터 막연하게 교환학생을 유럽으로 가고 싶다는 꿈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프랑스 문화의 이해라는 교양 수업을 듣고, 프랑스라는 국가의 똘레랑스 정신, 높은 문화의 힘 등을 체감하여 프랑스라는 국가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마침, 프랑스 내에서 프랑스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을 다수 배출하고, 전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정치대학인 시앙스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망설임 없이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파리는 모두가 알다시피 전세계 문화와 예술의 중심지입니다. 파리에 있는 내내 수많은 박물관과 미술관, 랜드마크들을 탐방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프랑스는 학생 할인도 잘 되어 있어서 학생 비자를 보여주면 대부분의 박물관과 미술관이 무료입니다. 교환학생을 하면서 본교 생활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고민이 될 수 있는데, 프랑스의 이러한 정책은 추가 비용 없이도 문화 생활과 파리의 분위기를 즐기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별히 다른 나라로 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파리 그 자체를 즐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낭만 가득하고 만족스러운 생활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프랑스는 비자 신청 절차가 다른 국가들에 비해 복잡한 편입니다. 먼저 캠퍼스 프랑스를 통해서 1차적으로 서류 제출과 면접을 거치고 이것이 승인되면, 2차적으로 대사관에 가서 직접 서류를 제출하며 간단하게 검증을 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그런데 프랑스 대사관 특성상 일처리가 느리고 급하게 하려고 하면 캠퍼스 프랑스나 대사관 면접 예약이 꽉 차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미루지 말고 미리미리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시앙스포에서 입학 허가 메일이 오자마자 바로 비자 신청 과정을 진행했고, 그 결과 6월 초에 이미 비자를 받은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가끔씩 면접 일정을 늦게 잡아서 출국 날짜까지도 비자를 받지 못할까봐 걱정하는 사태가 일어나는 일도 있습니다. 따라서 미리 미리 준비하시기를 강력 추천드립니다.
다음으로 프랑스는 기숙사가 없어 숙소를 구하기가 어렵기로 유명합니다. 저는 파리국제대학촌에 위치한 한국관 하나만 신청했고, 합격하여 이곳에 거주했기에 이 부분에 있어서는 크게 드릴 팁이 없습니다. 한국관 같은 경우는 행정실에 한국인 직원들이 상주하기에 불어 소통이 어려우신 분들에게는 최적의 기숙사라고 생각합니다. 국제대학촌인 씨떼 내부에 위치해 있어 치안도 안전하고, 파리 끝이긴 하지만, Zone 1인 14구 내에 위치해 있기에 지하철 이용도 편리한 편입니다. 다만, 파리 내부 노선이 아니라 rer b를 타야만 접근 가능하다는 점에서는 조금 아쉽습니다. 그러나 1인실이라는 점, 국제대학촌 내에 위치해 있어 기숙사 식당인 크루스가 존재하고, 다른 나라 학생들과 비교적 쉽게
교류할 수 있으며, 한국어로 행정 처리가 가능하다는 점에 있어서 매우 좋다고 생각합니다.
시앙스포에는 별도의 기숙사가 존재하지 않았기에 저는 학교에 따로 비용을 지불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교환학생들을 대상으로 웰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는 필수가 아닌 선택입니다. 이 비용이 한화로 약 30만원 정도 됩니다. 저는 이 비용 외에는 학교에 지불한 비용이 따로 없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웰컴 프로그램 같은 경우 6일 간 진행됩니다. 우리나라의 ot와 비슷한 형식으로, 조를 나누어 게임을 하기도 하고, 간단한 프랑스어 글쓰기 방식을 배우기도 하며, 오르세 미술관 가이드 투어, 바토무슈 유람선 탑승, 파리 워킹 투어 등 다양한 문화 체험을 하기도 합니다. 비용 대비 얻는 것이 많은지는 모르겠으나, 한번쯤 참여하여 다양
한 국가의 친구들과 교류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참여할 것 같습니다.
IV. 학업
수강신청 같은 경우는 미리 줌으로 하는 방식을 친절하게 안내해줍니다. 서울대학교의 선착순 시스템과 비슷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데, 장바구니 없이 바로 본인이 원하는 수업을 검색하여 클릭하는 방식입니다. 장바구니가 없기에 이 수업이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 불편하긴 합니다. 그러나 수강하고 싶은 1순위 수업, 그리고 대안으로 선택한 수업을 미리 생각해 놓는다면 전혀 어렵지 않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평소 서울대학교에서도 수강신청 올클을 해본 적이 한 번밖에 없는데, 이곳에서는 5과목 올클에 성공했습니다. 다만, 시앙스포의 경우 서울대학교와는 다르게 수강신청 기간이 끝나면 정정을 할 수 없다는 점에 유의하셔야 합니다. 학기 중 드랍 역시 불가합니다.
저는 국제법과 관련된 강의 한 가지, 국제 정치 이론과 관련된 강의 한 가지, 그리고 종교와 관련된 강의 한 가지를 수강했습니다. 이에 더해 요가 실습 수업과 프랑스어 수업도 수강하였습니다. 원래는 중동의 국가 건설에 관한 수업까지 신청했었는데, 2번 정도 수업을 들어보았으나 수업이 추구하는 방향성이 저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자체 드랍을 하였습니다. 저는 영어로만 강의를 수강하였는데, 프랑스어 학교이다 보니 영어가 제1언어가 아닌 교수님들도 계셨고, 교수님의 영어 실력이 부족한 경우에 수업 능률이 떨어진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불어가 가능하시다면, 불어로 수업을 수강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수업 방식 자체는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강의식으로만 이루어지는 수업도 존재하고, 강의보다는 토론 위주인 수업도 존재하며, 강의 후 토론이 이루어지는 수업도
존재합니다. 저는 세 종류의 수업을 모두 수강하였는데, 모두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평가 방식 역시 시험이나 레포트 제출 혹은 팀플로 진행되는데, 이
것 역시 큰 어려움 없이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교환 합격 발표를 받고 난 이후에 프랑스어 공부를 시작했기에, 프랑스에 가기 전까지 a1~a2 정도의 수준밖에 도달하지 못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일상에서 프랑스인들과 소통하는데 어려움이 존재했고, 수업에서도 영어를 사용하다 보니 프랑스어 실력 향상은 많이 이루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프랑스어를 유창하게 하실 줄 아시는 분이라면 훨씬 더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교환학생들 중에서는 프랑스어를 아예 접해본 적조차 없는 친구들과 많이 있었기에 불어를 할 줄 모르신다고 해서 크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약간의 불편은 있을 수 있으나, 저 역시 살면서 큰 불편 없이 무사히 잘 다녀왔기에 괜찮으실 것 같습니다.
더불어, 시앙스포의 경우 3년제로 구성되어 있는데, 3학년은 무조건 외국에서 수학해야 하다 보니 사실상 학교를 다니는 본교 학생들은 1, 2학년입니다. 이들이 약 800명 정도 되는데, 한 학기에 시앙스포로 교환학생을 오는 학생들의 수 역시 약 800명 정도라고 ㅡ합니다. 따라서 학교 행정이나 시스템 등이 교환학생에게 있어 매우 친절하고 합리적인 편입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교환학생들이 매우 많다 보니, 본교 학생들과의 교류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특히, 저 같은 경우 영어로만 수업을 수강했다 보니 더더욱 본교 학생들과 만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본교 학생과 교환학생을 연결해주는 버디 프로그램이 존재하기에 본교 학생들과 교류하고 싶으실 경우 이것을 신청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V. 생활
요즘은 세계화 시대이기에 미리 걱정하면서 이것저것 바리바리 싸 들고 갈 필요는 전혀 없는 것 같습니다. 웬만한 물품들은 프랑스에서도 다 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파리의 물가는 서울에 비해 1.5배 이상으로 비싼 편이고, 특히 한국 식자재의 경우 한국에 비해 훨씬 비싸기 때문에 여기서 구하기 힘든 한국 식재료들은 가져오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특히, 저는 햇반만 몇 개 가져갔었는데, 같이 교환을 온 친구 중에는 밥솥을 가져온 경우도 있었고, 매우 유용하게 사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간단한 라이스 쿠커 정도는 가져오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그 외 대부분의 생활용품은 까르푸 등 현지 마트나, C’est deux euros, Decathlon 등에서 구할 수 있으니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한국에서 사는 것보다는 좀 더 비쌀 수는 있으나, 없는 것은 없다고 보셔도 됩니다.
저는 프랑스 음식이 입에 잘 맞지 않는다고 느껴서 대부분 요리를 하거나 국제대학촌 크루스를 이용했습니다. 파리의 경우 물가가 매우 비싸서 제대로 된 식사를 한다고 할 경우, 최소 15유로 이상은 필요합니다. 그러나 국제대학촌 내 크루스의 경우, 학생증을 제시하면 3.3유로에 식사를 해결할 수 있어 애용하였습니다. 국제대학촌 내부뿐 아니라 시앙스포, 그리고 각종 학교 및 파리 시내에도 크루스가 존재합니다. 이를 적극 활용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프랑스의 경우 은행 계좌 개설 역시 어려운 편이고, 계좌 개설 및 유지비용이 들어갑니다. 그러나 웰컴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기간 중에 은행들이 학교를 방문하여 이를 면제해 주는 혜택을 제공하기도 하니 이를 잘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실물 은행 계좌는 개설하지 않았고, 우리나라로 치면 카카오뱅크 같은 레볼루트를 개설하였습니다. 레볼루트는 인터넷 은행이다 보니 가입과 계좌 개설 비용이 없고 매우 간단하게 이루어집니다. 처음에는 프랑스 IBAN이 제공되지 않을 수 있으나, 고객센터에 연락해서 프랑스 IBAN으로 바꾸어 달라고 하면 바로 처리해 주십니다. 저는 이걸로 TGV MAX 가입 등에 유용하
게 사용했습니다. TGV MAX는 프랑스에서 만 19세~만 25세의 청년들을 대상으로 월 79유로에 프랑스 내 기차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입니다. 프랑스 기차의 경우 한국과는 달리 가격이 매우 비싼 편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이 오르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저는 TGV max를 매우 유용하게 사용했습니다. 프랑스는 면적 자체가 넓고 큰 나라이다 보니 이곳저곳 국내 여행을 할 곳도 많습니다. 또, 이웃 나라로 이동할 때도 tgv max를 이용해서 국경과 가까운 곳으로 간 후에 이동할 경우 교통비와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습니다. TGV MAX는 프랑스 내부를 비롯하여 룩셈부르크까지 커버 가능하기 때문에 추천드립니다. 다만, 3개월은 무조건 구독을 유지하셔야 되고, 6개월 미만에 해지할 경우 15유로의 위약금을 내셔야 합니다. 통신 같은 경우 저는 부이그를 통해 유심을 주문하여 이용하였습니다. 약정이 없는 옵션으로 유럽 내 전화와 문자 무제한, 데이터 130GB와 그중 30GB는 유럽에서 쓸 수 있는 혜택이 제공되었는데, 한 달에 15.99유로로 매우 저렴한 편이었습니다. 프랑스의 경우, 통신비가 우리나라에 비해 매우 저렴한 편입니다. 다만, 우리나라와 같이 언제 어디서나 데이터가 잘 터지는 것은 아니고 지하철이나 엘리베이터 안과 같이 밀폐된 공간에 있을 경우 잘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여행을 많이 다닌 편이기 때문에 수업 이외에 동아리 활동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TGV MAX를 이용하여 국내 여행도 많이 다녔고, 이지젯, 위즈에어 등 저가 항공을 이용하기도 하고, 플릭스 버스도 자주 이용하며 국외로 여행도 많이 다녔습니다. 플릭스 버스의 경우 isic 국제학생증 카드를 이용하여 무제한 10% 할인이 가능하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국제학생증에 숨겨진 혜택들이 많이 있다 보니 꼭 발급받아 가셔서 유용하게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교통편의 경우, 시간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크고 특히 직전에 할 경우 매우 비싸기 때문에 학기 말 여행의 경우에도 미리 계획하시고 교통편과 숙소 예약을 미리 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Ⅵ.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한 학기의 교환학생 이후에 제가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한국과는 완전히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공간에, 아는 사람 하나 없이 떨어져서 살아가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특히 많은 곳을 여행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더 넓은 시야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저의 한계를 깨부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한 학기 동안 정말 즐겁고 많이 배우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대학을 다니는 동안 가장 즐거웠던 동시에 가장 많이 배웠던 한 학기를 보냈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실, 파견을 떠나게 될 여러분들이 정말 부럽습니다. 저처럼 많이 배우고, 많이 즐기는 시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