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사실 저는 호주에 과거 1년 반 정도 거주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 나이가 어려 대부분 집-학교의 무료한 생활을 반복했던 것에 아쉬움이 남아있었고 저의 영어실력 또한 나날이 퇴화됨을 느껴서 다시 호주로 교환학생을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사실 다른 나라도 고려했지만, 대학합격 이후 호주의 옛 친구들, 살던 동네를 방문하려 했던 계획이 코로나로 무산되었던 터라, 더 늦어지기 전에 추억팔이도 하고, 또 나의 옛 친구들이 경험했을 대학생활, 성인으로서의 삶도 체험해보고자 호주로 교환학생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1. 파견대학/지역 선정 이유
저는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이라, 무조건 날씨가 좋은 지역을 우선순위로 고려하였습니다. 그리하여 호주에서 가장 큰 도시인 시드니 그리고 그 곳에서 가장 아이코닉한 시드니대학교를 교환교로 결정하였습니다.
2. 파견대학/지역 특징
시드니대학교는 매우 다양한 인종과 문화, 언어가 쓰이는 다문화친화적인 학교입니다. 호주 내에서는 3위, 세계에서는 19위에 선정된 유망한 대학입니다. 무엇보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캠퍼스 top10에 선정될 만큼 고풍스럽고 아름다운 캠퍼스 외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학교 중앙에 위치한 Quadrangle은 관광객들로 매일 붐비는 관광명소입니다. 호주의 가장 큰 도시인 시드니는 맑은 하늘와 사계절 비교적 온화한 날씨를 가진 도시입니다. 다운타운에서 차로 1-2시간 거리에는 광활한 국립공원 그리고 아름다운 여러 해변을 즐길 수 있어 매우 자연친화적이고 느긋한 분위기를 가진 것이 특징입니다. 또 호주는 아침형 도시입니다. 대부분의 카페들은 이른 아침에 영업을 시작해 3,4시에 문을 닫습니다. 대부분의 식당, 카페들이 일찍 문을 닫아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맛있는 커피와 다양한 브런치 메뉴를 즐길 수 있습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1. 비자 신청 절차
호주의 비자신청 절차는 다른 나라보다 비교적 간단하고 빨리 처리되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지난해 법이 개정되면서 비자 신청 이후에 지문 등록을 하는 Biometircs를 완료해야 하는데, 이러한 정보를 모르고 있다가 출국 직전에 급하게 호주 이민국에 연락을 취해서 비자를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2. 숙소 지원 방법
시드니대학교에서 입학허가를 받은 이후 주기적으로 다량의 메일을 발송합니다. 이중 accomodation에 대한 정보도 포함되어 있는데, 기숙사는 3개 정도의 옵션이 있었습니다. 저는 가장 저렴하고 또 학교에서 비교적 가까운 Queen Mary Building을 신청했습니다. 시드니대학교 accomodation portal에 신청할 수 있으며, 한 달 치 렌트비를 보증금으로 내고 나면 신청이 완료됩니다. 제가 아는 한국인 교환학생들 대부분은 이 기숙사에 거주했지만, 조금 늦게 신청한 친구는 떨어졌습니다. 빨리 방이 차는 편이니 신청이 열리자 마자 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3. 파견 대학 지불 비용(student fee, tuition fee, 기숙사 비용 등)
아무리 기숙사라고 하지만 호주의 주거비가 매우 높아 한 달에 약 120만원을 지불해야했습니다. International student의 경우에는 한 학기 거주 비용을 한번에 선불로 내야 하는 것을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또 수강하는 과목에 따라 현장체험 학습비를 따로 지불해야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수업에서 블루마운틴과 Royal National Park를 방문했는데, 총 2-30만원을 추가로 지불했습니다. 이외에 25불을 내고 USU(University of Sydney Union)에 가입하면 교내 식당과 카페, 기념품샵에서 10%할인을 받을 수 있었는데, 커피를 자주 사 마셔서 유용하게 활용했습니다.
4. 기타 유용한 정보
학교에서 일주일에 3일 free meal을 제공합니다. 하루는 아침, 하루는 점심, 하루는 저녁을 제공하는데, 아침의 경우는 줄을 서지 않아도 먹을 수 있습니다. 또 Wentworth빌딩 2층에 Foodhub이라고 공짜로 식자재를 받아갈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파스타면, 소스, 과자, 채소, 간편식품 등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습니다. 유통기한이 지난 과자들도 많지만, 가끔 좋은 물건들이 들어올 때가 많아 들려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 학교 sports center에 Ralph’s cafe에서 최고의 flat white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IV. 학업
1. 수강신청 방법
입학 허가가 난 이후에 전담 school advisor가 수강신청 관련 메일을 보내옵니다. 학교사이트에서 과목을 확인할 수 있으며, advisor가 제공하는 인기 있는 교양 과목 리스트를 참고하여 수강신청 할 예비과목을 추리면, 학교에서 수강 가능 여부를 확인한 뒤 통보합니다. 최대 4과목을 수강할 수 있어 추후에 이 리스트에서 과목을 골라 신청하면 됩니다. 시간표는 수강 과목이 모두 결정된 뒤에 나옵니다. 한 과목은 lecture와 tutorial으로 나누어지는데, lecture 시간은 고정되어 있고 tutorial은 여러 time slot이 나누어져 있어, 다른 과목과 time clash가 난 경우에는 시간대를 바꿔서 신청할 수 있습니다. 또 개강 후에 몇주간은 수강신청변경 및 드랍이 가능합니다.
2.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저는 전공 2과목과 교양 1과목을 수강하였습니다. Anthropology in the World는 인류학 개론 강의이긴 하지만, 이 전에 수업에서 다뤄보지 못한 오세아니아 지역, museology에 대해 배울 수 있어 새로웠던 강의입니다. Race, Gender, Culture는 말 그대로 인종, 성별, 문화에 대한 다양한 담론을 접하는 강의였습니다. 한국보다 훨씬 진보적인 젠더 수업을 들을 수 있어 유의미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대부분 교환학생들이 수강하는 Learning in Outdoor Education은 호주의 자연환경을 직접 체험하면서 그 속에서의 삶, 협동에 대해 배우는 수업입니다. 현장체험학습이 주인 수업으로 3일간 등산을 하기도 하고 국립공원에서 bush walking을 하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체력이 약해서 그 과정이 힘들기도 했지만, 항상 강의실에 틀어박혀 있던 수업에서 벗어나 보는 값진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 외에도 교환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수업들은 체험학습이 많은데, 저는 체력을 생각해 1개 정도만 수강하였고 잘한 선택인 것 같습니다. 본인 기호에 따라 선택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3. 학습 방법
저는 기존에 영어로 일상대화는 무리없이 하는 정도였지만, 영어로 대학수업을 따라 가려 하니 상당히 버거운 감이 있었습니다. 특히 호주는 다문화국가인 만큼 학생은 물론 강연자의 출신국도 매우 다양하고 그에 따라 악센트도 천차만별입니다. 저는 한 수업에서 싱가폴 출신의 중국인 교수님을 만났는데, 불분명한 영어발음 때문에 애를 먹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모든 수업이 자막 자동 생성 기능이 탑재된 Canvas에 녹화본을 올려준 다는 점입니다. 또 에세이 과제를 작성하면서 초반에 만족스럽지 못한 점수를 받았는데, 적극적으로 tutor한테 피드백을 요청하고 또 과제 제출 전에 consultation을 하면서 목표한 점수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도움을 요청하면 정말 친절하게 응대해주니, tutor나 lecturer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V. 생활
1. 가져가면 좋은 물품
호주에서는 한국에서 쓰는 표준 사이즈의 수건을 구하기 힘들므로 쓰고 버리고 올 수건을 준비해 가시면 좋습니다. 또 날씨가 춥지는 않으나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이 많아 기모 후드집업과 특히 바람막이가 매우 유용합니다. 또 하이킹을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편안한 운동화나 등산화가 필수입니다. 바다에 가서 해수욕을 즐길 날도 많아 비치타월도 요긴합니다.
2. 현지 물가 수준
호주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23AUD 정도로 높습니다. 다만 높은 임금만큼 생활비도 한국의 두 배로 듭니다. 10AUD 아래로는 제대로 된 음식을 사 먹을 수 없습니다. 한국에서 받던 용돈 2배 정도를 받으셔야 이전과 비슷한 질의 삶을 영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육류는 싼 편이라 좋은 질의 고기를 마트에서 값싸게 구해 드실 수 있습니다.
3. 식사 및 편의시설 (식당, 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호주에서는 정말 다양한 나라 음식을 즐길 수 있습니다. 저는 태국, 말레이시아 음식을 자주 사 먹었습니다. 시티에 Mamak이라는 유명한 말레이시아 음식점이 있는데 꼭 방문해보시길 바랍니다. 현지 계좌는 계좌유지비가 없는 commonwealth bank에서 개설하였습니다. 저는 당일 카드발급이 되는 줄 알았는데 일주일이 소요되어서 한국에서 미리 개설하시고 가시길 추천드립니다. 호주에서는 몸이 아플시 GP(general practitioner)을 방문하는데, 사실상 여기서 직접적인 치료를 해 주지는 않아 최대한 아프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교환학생 중 응급실을 방문한 친구가 있었는데 기본 8-10 시간 대기한 후에야 진찰을 받고 수술을 받을 수 있었을 만큼 의료서비스가 엉망입니다. 저는 교환 전에 발목을 좀 다쳐서 현지 척추병원을 방문했는데, 알고 보니 물리치료, 척추병원, 한의원, 치과는 학생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아서 진료 한 번에 약 10만원 지출해야 했습니다. 교통의 경우 버스와 light rail으로 불리는 트램, 기차, Ferry가 있는데 저는 대부분 버스를 많이 이용했습니다. 다만 날씨가 좋지 않거나 도로 보수 공사로 인해 교통편이 갑자기 취소되거나, 정시에 오지 않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서 항상 여유 있게 이동하시길 추천드립니다. 호주는 교통비가 매우 비싼 편이나 교환학생의 경우 반값 교통비가 적용되는 concession 교통카드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는 교환학생 OT에서 설명을 들을 수 있습니다. 휴대폰 통신사는 Optus를 사용했는데, 통신사별로 프로모션 plan이 다양해서 미리 조사하고 가시면 선택이 편하실 것 같습니다. 다만 오지를 여행할 때면 통신이 급격히 나빠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블루마운틴에 방문했던 3일 내내 인터넷을 거의 사용하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또 서비스 해지 이전에 double payment가 청구가 되었는데 통신사 측에서 일처리를 똑바로 하지 않아 생돈을 날릴 뻔한 적도 있습니다. 선불/후불 여부와 통신비가 빠져나가는 날짜, 인보이스 등을 제대로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Telstra의 경우 요금이 조금 더 비싸긴 하지만 어디서든 가장 잘 터진다고 하니 참고바랍니다.
4. 학교 및 여가 생활 (동아리, 여행 등)
시드니대학교에는 다양한 동아리가 있습니다. 초콜릿, 강아지 동아리부터 운동 동아리, 차 동아리, 한국인 동아리까지 종류가 가지각색입니다. 저는 사진동아리에 들었는데, 거기서 좋은 친구를 사귀어 학기 내내 절친하게 지낼 수 있었습니다. 또 기숙사에서 socializing 이벤트가 매우 많고 공용 키친에서 함께 요리를 하다가 친해지기도 해서 친구 사귈 기회는 매우 많습니다. 호주에는 클라이밍이 매우 인기가 많아서 친구와 한번 시도해본 적도 있습니다. 또 굉장히 넓은 공원이 많아 산책 또는 러닝하기 매우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무더운 여름에는 해수욕이 별미인데, Manly 비치를 가장 추천합니다. 파도가 그렇게 세지 않고 물도 깊지 않은데다가 주변에 먹을거리가 많아서 편리했습니다.
교환학생들은 중간, 기말 고사 전에 일주일간 주어지는 study break를 활용해서 여행을 많이 다니는데, 저는 Western Australia주의 Perth와 Queensland주의 Gold Coast & Brisbane을 다녀왔습니다. Perth는 자주 언급되는 여행지는 아니고 시드니에서 5시간 비행기를 타고 가야하는 만큼 멀긴 하지만 급이 다른 서호주의 대자연을 맛볼 수 있었고 골드코스트에서는 낭만적인 해수욕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자연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호주 곳곳을 여행하시면 만족하실 수 있을 겁니다.
5. 안전 관련 유의사항
무더위를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호주는 피부암 발병률 세계1위로 자외선이 매우 강합니다. 선크림과 선글라스, 그리고 양산과 모자로 자외선을 차단하시길 바랍니다. 또 여름에는 40도에 육박하는 타는 듯한 더위가 지속됩니다.
6. 기타 유용한 정보
좋은 술과 분위기, 음악이 있는 pub이 굉장히 많습니다! 또 여러 소품을 파는 마켓들도 자주 열려 구경해보시길 추천합니다.
Ⅵ.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교환학생 첫 한달은 발목 부상, 아르바이트 도전, 한국에서의 진행 중이던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느라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도 자주 했습니다. 무엇보다 호주 대학은 개강이 7월 말이라 1학기 종강을 하자마자 쉬지 못하고 다시 개강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또 교환 장학금 관련해서 성적 부담도 많아 놀면서도 마음이 편치 못한 날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대학생이 되어 다시 방문한 호주는 정말 아름다웠고,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함께 있을 때 너무나 즐거운 외국인 친구들과 한국인 교환학생들을 만나서 많이 웃고 즐겼습니다. 무엇보다 앞으로 3년 먹을 브런치를 호주에서 다 먹었던 것 같습니다. 맛있는 커피, 낭만적인 시드니의 항구, 아름다운 캠퍼스, pub에서 마셨던 시원한 맥주, 처음으로 도전해 본 부시워킹과 클라이밍, 매일 매일이 영화 한 장면 같았던 석양과 야경 등등 잊지 못할 추억이 한가득입니다. 제가 시도해보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지 yes를 외쳐주던 몇몇의 절친한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음에 너무 감사했습니다. 귀국 후 꿈에서 깬 것 같은 기분에 아쉬움이 들고, 또 다시 쳇바퀴 같은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한 걱정, 고민들이 두렵긴 하지만,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잠에 들 날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후회 없을 만큼 즐기지는 못했지만 건강하게 목표한 바를 거의 이루고 온 만족스러운 교환학생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