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본교 재학 4년을 관통한 관심사는 시각예술, 특히 영화였습니다. 1학년 시절 교양 과목을 수강한 계기로, 영화를 분석적으로 감상하는 것에 매료되었습니다. 영화에 대한 관심은 '영화란 무엇인가'하는 본질론에서부터, 영화 제작과 같은 실천적 영역으로 확장되었습니다. 이러한 관심을 예술 전반으로 넓히면서 미학을 복수전공하였고, 지금까지 본교에서 진행되는 영화 강의를 대부분 수강하였습니다.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통해 영화 전공을 짧게나마 경험해보고, 예술을 사랑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고자 했습니다. 프로그램 지원 시 다른 학우들의 귀국 보고서가 큰 도움이 되어준 만큼, 저 또한 제 교환학생 경험을 최대한 소상히 적어보려 합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1. 파견대학/지역 선정 이유
드렉셀 대학교(이하 드렉셀)의 Film&TV Production 전공은 탄탄한 커리큘럼을 보유하고 있고, 할리우드와 인턴십 협력을 맺을 만큼 실습의 단단한 토대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제가 세상을 이해하고 기록하는 방식 중 하나인 Photography 또한 학부 전공이 있어, 영화와 사진 모두에서 이론적, 실천적 지식을 습득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하였습니다.
드렉셀이 위치한 필라델피아가 동시대 미술의 중심지인 뉴욕과 인접하다는 것 또한 파견교 선정의 중요한 이유였습니다. 현대미술관, 구겐하임, 휘트니 미술관 등을 비롯해 수많은 갤러리에서 훌륭한 전시가 진행되는 뉴욕에 자주 가고자 했기에, 버스 또는 기차로 2시간 거리인 드렉셀은 최적의 선택지였습니다.
끝으로, 필라델피아가 그 자체로 예술적, 역사적, 문화적 자원이 풍부하다는 점 또한 매력적이었습니다. 필라델피아는 지하까지 총 4층에 달하는 대형 미술관, 미국 최초의 동물원을 비롯해 미합중국 제1·2은행 건물, 자유의 종 등 다양한 문화자본을 보유한 도시였습니다.
2. 파견대학/지역 특징
필라델피아는 미국 동부에 위치한 주요 도시 중 하나로, 뉴욕과 워싱턴 DC 사이에 위치합니다. 한국처럼 사계절이 뚜렷해 여름에는 덥고 습하며, 겨울에는 춥고 눈도 많이 내립니다. 9, 10월에는 푸른 하늘이 매일같이 펼쳐졌고, 11월에는 느지막이 지는 낙엽이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필라델피아를 소개할 때 치안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몇 년 전부터 필라델피아 마약 문제가 우리 사회에까지 알려지면서 마약의 도시, 범죄의 도시라는 인상이 짙어졌기 때문입니다. 다행히도 드렉셀 캠퍼스와 그 인근은 비교적 안전한 편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필라델피아의 중심지는 스쿨킬 강을 중심으로 좌측은 유니버시티 시티(이하 U-City), 우측은 Center City로 구분됩니다. U-City에는 순찰을 도는 캠퍼스 사설경찰이 있어 안전했고, Center City 또한 남부와 중부는 상당히 깨끗하고 안전하다고 느꼈습니다. 현지 친구에게 듣기로는 북쪽으로 갈수록 마약과 총기사고가 빈번하다고 하니 방문을 삼가면 좋겠습니다. 안전하다고 꼽히는 캠퍼스 인근에서도 범죄가 수차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캠퍼스 인근에서 발생한 범죄는 Drexel Alert라는 서비스를 통해 구체적인 정황과 용의자 인상 착의가 신속하게 공유됩니다. 저는 마약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을 거리에서 간혹 보았고, 대마초와 정체불명의 악취를 자주 맡았지만, 다시 선택해도 필라델피아를 희망할 만큼 예술적·문화적 자원이 부족하지 않은 곳이었습니다.
드렉셀 대학교는 1년 4쿼터제로 돌아갑니다. 그만큼 학기가 진행되는 속도도 상당히 빠르다고 느꼈습니다. 학기 시작 후 중간평가가 시작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과제와 기말평가가 닥쳐옵니다. 저는 가을 학기에 파견되어 학기 초 '웰컴 위크'라는 신입생 환영 행사를 경험할 수 있었는데요, 웰컴 위크란 일주일이 넘는 기간 동안 각종 동아리 및 학과 차원에서 체험 세션을 운영하는 행사입니다. 덕분에 학기 초에는 캠퍼스를 탐방하며 적응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취향과 적성을 충족할만큼 다채로운 세션들로 구성되어 있기에, 가을학기에 파견된다면 즐거운 활동을 하면서 새로운 친구를 사귈 수 있을 것입니다. 드렉셀 맞은편에는 펜실베니아 대학교 캠퍼스가 있고, 두 대학 캠퍼스가 자연스레 왕래하는 분위기입니다. 두 캠퍼스 인근에 다양한 편의시설과 음식점이 있어 생활이 편리합니다. 치폴레, 칙필레, 쉐이크쉑 등 유명 프랜차이즈는 물론이고 한식, 일식 레스토랑이 근방에 위치하며, 도보 20분 이내인 대형 식료품점도 서너곳 있습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1. 비자 신청 절차
① DS-2019 신청
파견교로부터 합격 통지 메일이 오면 비자 신청을 위한 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드렉셀은 제가 파견된 학기 기준으로 가장 늦게 합격 통지를 보내온 곳 중 하나였습니다. 메일에는 드렉셀 계정 활성화, 지원서 정보 수정 및 입력, 그리고 DS-2019와 J-1비자 신청 안내가 담겨 있었습니다. 이후 ISSS(International Students and Scholars Services)가 보내온 DS-2019 신청 안내 영상을 참고해 DS-2019 신청서를 작성하였습니다. 이 절차에서 필요한 증빙 서류로는 은행 잔고 증명서와 여권 사본 등이 있었습니다.
은행 잔액 최소 기준이 안내되어 있지 않아 문의하였는데, 300만원 가량 보유하면 된다는 답변을 받았으나, 기준이 달라졌을 가능성도 있으니 문의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동기간 파견된 다른 학우와 저는 DS-2019 신청이 한 차례 반려되어 서류를 보강한 후 재신청하였습니다. ISSS 측 답신은 평일 기준 4-5일이 걸리고, 다른 드렉셀 기관 또한 답변이 본교에 비해 많이 느립니다. 초반에 절차가 하나둘 밀리면 비자 신청 및 인터뷰 절차가 조급해질 수도 있으니, 합격 통지를 받은 직후 DS-2019 신청부터 곧바로 하시기를 추천합니다. 참고로 DS-2019는 이메일로 받았습니다.
② DS-160 신청 및 SEVIS FEE 납부
SEVIS FEE(I-901 fee)를 관련 홈페이지(https://www.fmjfee.com/i901fee/index.htm
)에서 납부합니다. 영수증은 다른 분들의 조언에 따라 출력해 비자 인터뷰 시 지참했습니다. DS-160 또한 입력란을 모두 채우면 바코드가 있는 페이지가 나옵니다. 인터뷰 때 요구할 수도 있으므로 출력해놓으면 좋겠습니다.
③ 주한미국대사관 홈페이지에서 신청서 작성 및 인터뷰 예약
위 절차를 마치면 주한미국대사관 홈페이지에서 J-1비자 신청서를 작성하고 인터뷰 일시를 예약할 수 있습니다(SEVIS FEE에 이어 인터뷰를 위한 비용을 또 지불하게 됩니다).
인터뷰 시 지참한 서류로는 DS-2019, DS-160, SEVIS FEE 영수증, 비자 인터뷰 예약 확인서, 여권, 비자용 사진 등이 있습니다. 비자 사진은 여권 사진과 규격이 다르기에 급히 인근 사진관에서 촬영해야 했습니다. 인터뷰는 파견대학과 전공을 묻는 정도로 간결하게 끝났으며, 여권은 택배 또는 방문수령할 수 있었습니다. 방문 수령을 택하면 대사관이 아니라 지정 배송업체에서 수령하게 됩니다.
2. 숙소 지원 방법
숙소 지원 방법 또한 위에서 언급한 합격 메일에 소상히 담겨있습니다. 저는 메일에 따라 Housing deposit으로 $200를 지불한 후, 보증금 접수가 되는 48시간 후에 신청서를 작성하였습니다. 캠퍼스 내 기숙사가 여럿 있는데, 그 중 교환학생을 위한 선택지로는 Stiles홀과 Caneris홀이 있습니다. Stiles는 Center City에 위치하여 통학 버스를 타야 하지만 개인실이라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 Caneris는 여러 강의동과 인접하여 통학에 용이한 대신, 2인실 3개가 한 호실을 이루는 총 6인실의 아파트 구조로, 공동생활의 장단을 모두 가진 기숙사였습니다.
신청서 중 자기소개 항목에는 나의 생활방식과 선호 및 불호 사항을 기재합니다. 이러한 자기소개 항목은 타 학우들에게 공개되며, 이를 보고 룸메이트 배정을 신청할 수도 있습니다. 7월 중순 무렵 기숙사가 배정되고, 룸메이트들의 자기소개란을 읽을 수 있게 됩니다.
3. 파견 대학 지불 비용(student fee, tuition fee, 기숙사 비용 등), 관련해 유용한 정보
드렉셀은 학비가 비싼 편으로 알려진 사립대학교이지만, 저는 교환학생이었기에 건강보험료와 기숙사 비용을 제외하고는 큰 지출이 없었습니다. 다만 건강보험료로 약 $1000을 내야 했는데요, 여타 저렴한 외부 학생건강보험상품이 많지만, 관련 부서에 문의한 결과 드렉셀은 대학에서 제공하는 건강보험만을 인정하기 때문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드렉셀에서 요구하는 서류인 Immunization record의 작성, 그리고 요구되는 접종과 검사에 들어간 총비용은 대략 30만 원이었습니다. 서울 내에서는 배내과의원과 하나로의료재단이 교환학생 서류 작성 및 접종을 전문적으로 한다고 알려져 있으니, 두 병원에 모두 연락을 취하신 후 예상 금액 및 소요 기간을 알아보시면 좋겠습니다. 이외에도 드렉셀에 Immunization fee $35를 별도 납부했습니다. 드렉셀이 요구하는 검사 중 TB test가 있는데, 하나로의료재단에서는 IGRA blood test를 해주었습니다. 관련 부서에 문의해보니 미국 밖에서 검사할 경우 IGRA 방식이 권고된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미국 내에서 하면 피부 접촉식 검사인 PDD test가 허용됩니다. B형간염 항체가 검출되지 않아 재접종해야 하는 경우, 인근 보건소에서 접종하면 비용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기숙사 관련해서는 보증금이 $200, Caneris홀 비용이 약 $4000였습니다. 기숙사 비용에 대해서 룸메이트들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교환학생이기 때문에 훨씬 더 높은 금액을 내야 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Stiles와 Caneris의 비용 차이는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개인 공간이 중요하다면 전자를, 캠퍼스 내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 계획이라면 후자를 추천합니다. 참고로 드렉셀 구성원이라면 Recreation center의 운동 시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데요, 시설도 훌륭하고 Caneris에서 아주 가까워 자주 이용했습니다. 학교 행사나 개별적인 파티가 대부분 U-City 쪽에서 이루어지므로, 저는 되돌아가도 Caneris를 택할 것 같습니다. 퇴거는 학기 마지막 주에 바로 이뤄집니다.
수업에 관해서는, 제가 수강한 5개 수업 중 Philadelphia theater let's go에서 $100, Photography에서 $150의 추가 비용이 청구되었습니다. 그러나 전자의 경우 서울대학교 측 수업료 지원에 포함되어 자동으로 면제되었고, 후자는 학기 시작 후 드렉셀 결제 링크를 통해 직접 납부하는 방식이었기에 별도로 냈습니다.
끝으로, 다이닝 플랜입니다. 다이닝 달러를 충전하면 다이닝홀뿐만 아니라 제휴를 맺은 여러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사용 가능합니다. 다이닝 플랜은 교환학생에게 필수사항이 아닙니다만, 그러한 안내가 명시되지 않았고 플랜 선택 페이지에도 '다이닝홀 미이용'이라는 옵션이 없었기에, 저는 별수 없이 최저 금액인 $150을 선택하였습니다. 3개월은 그리 길지 않습니다. 만약 현지 음식점들을 최대한 많이 가볼 계획이라면 굳이 다이닝플랜을 등록하지 않는 것도 괜찮아 보입니다. 물론, 다이닝홀에서 제공하는 뷔페식 식사가 가끔은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다이닝홀 이용 금액은 아침 $10, 점심 $12, 저녁 $14 수준이었습니다. 다이닝 달러 말고도 문구점 등에서 좀 더 폭넓게 활용 가능한 '드래곤 달러'가 있으므로, 다이닝홀을 이용하고 싶어졌다면 다이닝 달러 대신 드래곤 달러를 충전할 것을 권해드립니다(참고로 드래곤은 드렉셀의 마스코트입니다).
4. 파견교 주요 부서 소개
합격 통지를 시작으로 여러 안내 이메일을 받게 되는데, 이메일을 발송하는 부서가 다양하고, 드렉셀 계정을 만든 뒤로 어떤 것은 스누메일로, 또 어떤 것은 드렉셀메일로 와 문의 사항이 생겼을 때 혼란을 겪은 적이 있습니다. 차후 드렉셀 지원자들께서는 이러한 혼란을 겪지 않기를 바라며 주요 부서의 업무와 기타 사항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어떤 사항을 문의하기 전에 해당 부서 홈페이지를 찾아보시는 것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① 교환학생의 든든한 지원처, Inbound Exchange
이 부서는 국내외 교환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합격 안내 메일을 발송하는 곳이며, 합격 후 해야 할 일들, 예컨대 드렉셀 계정 만들기, 기숙사 신청, 강의 등록, 건강보험 등등에 대한 기본적인 안내를 해줍니다. 오리엔테이션 자료 또한 이곳에서 제공합니다.
건강보험, 기숙사, 다이닝 플랜 등은 담당 부서가 따로 있기에, 이를 제외한 영역에서 발생하는 문제, 예컨대 계정을 만드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경우 이곳에 문의할 수 있습니다. 다이닝 관련 부서는 이메일로 소통이 거의 되지 않았는데, 그런 때에도 교환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이곳에 문의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메일: inboundexchange@drexel.edu
② 비자 관련 문의처, ISSS(International Students and Scholars Services)
Inbound Exchange에서 합격 메일을 받은 다음 날, ISSS로부터 J-1비자와 DS-2019 신청에 대한 안내 메일을 받았습니다. DS-2019 신청이 한 차례 반려된 후 보강할 서류를 문의한 것도 이곳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ISSS의 답변을 받기까지는 최소 2일이 걸립니다. 좋은 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저는 출국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서류가 반려되어 제목에 [긴급]을 써넣으니 당일에 회신을 주셨습니다. 정말 긴박한 경우라면 참고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웹사이트: https://drexel.edu/studentlife/student-success/international-student-support
*이메일: isss@drexel.edu
③ 건강보험 및 접종 서류 문의처, Healthimmu(Health Insurance and Immunization)
Healthimmu는 접종 항목, 검사 방식에 대한 문의, 건강보험료 납부 관련 문의 등을 담당합니다. 저는 다른 보험 상품을 알아보느라 건강보험료를 student checklist에 공지된 기간보다 늦게 냈는데요, '이 날짜까지 보험을 선택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1년 플랜이 등록된다'라는 문구를 안내 메일에서 뒤늦게 확인해 불안한 마음으로 문의를 드렸습니다. 교환학생인지라 자동옵션 적용을 피할 수 있었고, 타 보험사 상품은 인정되지 않으며 오직 학교 연계 보험만 인정된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되었습니다.
*웹사이트: https://drexel.edu/counselingandhealth/insurance-immunizations/overview/
*이메일: healthimmu@drexel.edu
④ 기타
학생증 관련 문의처, DragonCard Office
*이메일: dragoncardoffice@drexel.edu
기숙사 관련 문의처, Housing and Residence Life
*웹사이트: https://drexel.edu/studentlife/campus-living/housing/options/affiliated-housing
*이메일: housing@drexel.edu
다이닝 플랜 문의처, Campus Dining
*이메일: retailmg@drexel.edu (회신이 매우 느림)
IV. 학업
1. 수강신청 방법
출국 전, 제게 배정된 academic advisor와 많은 연락을 주고받았습니다. 학생이 온라인으로 직접 수강 신청하는 본교와 달리, 드렉셀에서는 배정된 academic advisor를 통해서 수강 신청을 할 수 있었습니다. 수강 신청 템플릿은 합격 통지 메일에 첨부되어 있습니다. TermMaster를 통해서 온라인으로 강의 목록을 전공과 단과대 제약 없이 확인할 수 있었고, 해당 템플릿에 희망 시간표를 작성해 담당자에게 전송했습니다. 참고로 강의 시간 또는 장소가 확정되지 않은 수업은 TBD(to be determined)로 표기됩니다.
Academic advisor가 수업 등록을 전담하기 때문에, 제게 절실한 강의가 무엇인지를 강조하는 것이 원하는 시간표를 얻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는 수강반 제한이 있던 사진 이론 수업(History of Contemporary Photography) 청강을 희망했는데, 담당자께서 교수자와 논의 후 정규 등록을 해주셨습니다. 정원이 찬 수업은 대안을 제시해주기도 했습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정원이 차는 만큼 신속한 연락이 중요해지는데요, 정중하게 보낼수록 같은 건도 빠르게 처리한다고 느꼈습니다(실제로 저와 같은 담당자를 둔 학우가 같은 날 아침에 연락을 드렸는데, 단순하게 용건을 적어 보낸 메일은 회신까지 2일이, 인사말과 맺음말 형식을 갖춘 메일은 1시간이 걸렸습니다. ).
2.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저는 총 5과목(교양 2, 전공 3)을 수강하였습니다.
① Basic Cinematography
드렉셀에서 저는 제 기존 전공인 언론정보학과 미학이 아니라 Film & TV Production 전공을 택하였습니다. Film 전공 수업으로는 Basic Cinematography를 유일하게 수강하였습니다. 이름에 걸맞게 영화 촬영의 기초를 배우는 과정이었고, 카메라에 대한 기초적 이해에서 출발해 영화 촬영의 기초 문법, 예술적 활용 사례 등을 배웠습니다. 특히, 매주 영상 과제를 하려면 수업에서 지정한 카메라인 캐논 EOS 5D Mark Ⅳ만을 사용해야 했습니다. 필요한 장비는 장비실에서 예약할 수 있는데, 최종 과제 촬영을 위해 여러 조명을 활용해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이외에도 전공생 전용인 음향실, 편집실, 집필실 등이 마련되어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② Photography
해당 수업은 사진 전공생이 아니어도 수강할 수 있는 기초 수업이었습니다. 기초반이기에 빛에 대한 감각을 익힐 수 있도록 흑백사진에 집중했습니다. 격주로 70장의 사진을 촬영하는 과제가 주어졌는데, 주별로 주제는 달랐습니다. Positive space와 Negative space의 관계 이용하기, 풍경 사진, 기하학적 이미지, 초상사진 등 다양한 주제가 다뤄져 흥미로웠습니다. 또, 사진 편집과 저장의 전반적인 워크플로우를 배울 수 있으며, 최종 과제를 인화해보는 경험도 할 수 있습니다. 과제 제출용 사진을 인화하려면 Academic Building 4층의 Photography lab에서 전용 프린터를 사용해야 합니다. 사용 전 교수자의 안내에 따라 조건에 맞는 인화지를 별도로 구매해야 하고, lab fee를 $150을 내야 합니다. 한 번 랩비를 내면 운영 시간 내에 프린터를 원하는 만큼 사용할 수 있습니다.
③ History of Contemporary Photography
이는 Photography 4학년 전공생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이었습니다. 관련 수업을 들어본 적 없던 저는 동시대 사진예술의 경향을 알고자 수강을 희망했고, 제 academic advisor의 도움으로 선이수 조건을 충족하지 않고도 해당 수업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강의 내용상 제가 드렉셀에서 수강한 5과목 중 가장 높은 난도였고, 두 차례의 시험, 세 차례의 에세이, 전시 기획 및 발표 등 로드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동시대 사진예술을 넓게, 압축적으로 훑어주기 때문에 충분히 가치 있는 선택이었습니다. 교환학생이다 보니 주로 신입생과 같은 대우를 받았는데, 이 수업은 고학번 전공생들과 친해질 수 있었던 거의 유일한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④ Philadelphia Theater Let's Go
앞선 드렉셀 귀국 보고서에서 단골처럼 등장해온 수업입니다. 다들 추천하기도 하고, 원래 관극을 좋아하던 터라 수강하였는데, 후회는 없었습니다. 10주 수업 중 관극은 6번이었고, 나머지는 강의실에서 지난번 감상한 작품에 관해 토론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물론, 필라델피아 중심지로 관극이 제한된 만큼 모든 관극 경험이 최고였던 건 아닙니다. 때로는 가장 저렴했을 시야제한석에 앉아 보기도 했고, 인물 특징상 배우가 독특한 악센트로 연기할 때면 대사를 거의 알아듣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현지에서 벌어지는 공연예술을 두루 접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강의실에 모여 극장으로 다 같이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매주 극장에서 출석 체크를 했는데요. 저는 함께 파견된 본교 학우들과 함께 수강해 공연이 끝난 늦은 시간 끝나도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었으며, 나름대로 추억을 또 한편 쌓을 수 있었습니다.
⑤ Hip-hop Dance
평소 알던 걸스힙합과는 결이 상당히 다른, 기본에 충실한 힙합 댄스를 배웠습니다. 매주 2~3개의 동작을 배우고, 중간평가로 3인 1조가 되어 1분 30초 분량의 안무를 짜 선보여야 했습니다. 후반부 3주 동안은 수강생이 다 함께 파이널 퍼포먼스를 위한 준비를 합니다. 파이널 퍼포먼스는 무용 전공의 모든 기초 수업 수강생과 교수자가 한데 모여 한 학기 동안 배운 결과물을 선보이는 자리였습니다. 곡은 학생들의 의견으로 결정되고, 안무는 교수자 주도로 만들어지며 수강생들의 의견이 대체로 수용되었습니다. 경쾌하게 몸을 쓰다 보니 일상에 활기를 더해준 수업입니다. 함께 배워가는 수업이다 보니 수강생들끼리의 교류가 활발했고, 평가를 위한 것이긴 했지만 커다란 무대에 서보는 것도 인상적인 경험이었습니다.
4. 외국어 습득 요령
한국어를 사용하는 환경을 줄이고, 영어로 소통하는 환경을 찾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친구를 사귀는 것이 많이 도움이 되었는데, '드래곤 버디' 프로그램 덕분에 그 첫발을 보다 쉽게 뗄 수 있었습니다. 학교생활을 비롯해 타지에서의 일상을 더욱더 재밌게 만들어줄 친구를 만날 수도 있으므로, 드렉셀에 가시는 학우분들은 꼭 드래곤 버디를 신청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버디 신청 시 나의 취향과 관심사를 기재하는데요, 저는 한국문화를 좋아하고 디자인을 전공하는 친구를 만나 특별한 추억을 많이 쌓았습니다.
V. 생활
1. 가져가면 좋은 물품
교환학생 브이로그, 블로그 등을 참고해 짐을 꾸린 끝에 이민 가방 1개, 대형 캐리어 1개, 기내용 캐리어 1개, 백팩 1개를 가져갔는데요, 그 중 챙겨야 할 물품들을 정리해보았습니다. 그 전에 캐리어에 관해 한 가지 말씀드리면, 국내 여행 시 기내용의 작은 캐리어가 매우 유용했습니다.
① 세면용품
*칫솔, 치약, 샴푸, 컨디셔너, 바디워시, 샤워볼, 클렌징 밤과 폼, 수건, 머리끈
현지에서 샴푸, 바디워시, 치약, 휴지 등 여러 생필품을 구매해보며 처절히 느낀 것이 있습니다. 저렴한 제품은 저렴한 이유가 있다는 것. 드렉셀은 비자 허용 기간까지 가득 채워도 4개월이기 때문에, 질도 좋고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한국 생필품을 챙겨가시면 생활비를 절감할 수 있습니다. 또, 국내여행을 다닐 계획이라면 100mL 이하 용기에 담긴 작은 샴푸와 바디워시를 사거나, 소분용 용기를 챙기기를 추천합니다.
*욕실화
욕실화는 필수입니다. 슬리퍼를 신고 샤워하는 것이 낯설 수도 있지만 이곳에서는 자연스러운 문화입니다. 욕실 바닥을 비롯해 모든 청소가 학생들 자율에 맡겨지기 때문에 욕실화를 신는 것이 위생상으로도 좋았습니다. 잘 건조되는 슬리퍼를 챙겨가면 여행 중 숙소 안에서도 실내화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저렴한 숙박시설은 슬리퍼를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② 전자기기 관련
*각종 충전기, 변환 플러그(3개 이상), 멀티탭
*보조배터리
여행 시 보조배터리는 필수입니다. 한국처럼 카페나 공공장소에서 쉽게 충전할 수 없으므로, 보조배터리를 준비해가기를 권합니다. 저는 휴대성이 좋은 도킹형 보조배터리를 구입했고, 도시 한복판을 홀로 돌아다닐 때 유용하게 썼습니다.
③ 의약품
미국의 의료 현실은 미디어를 통해 익히 알고 계실 것입니다. 내원 시 진료비가 상당해서 현지 친구들도 큰 문제가 아니라면 약국에 갑니다. 제가 머무른 기간 동안, 강의실에 기침을 하지 않는 친구가 없을 만큼 감기가 유행했었는데(감기인지 코비드인지는 알 수 없음), 저는 종합감기약과 해열제, 해열파스로 무사히 감기를 넘겼습니다. 챙겨가면 유용할 의약품은 아래와 같습니다.
*종합감기약, 해열제, 지사제, 뿌리는 과산화수소수, 밴드, 후시딘류, 해열파스, 면봉 등
④ 기타 용품
기숙사 수납공간이 그리 많지 않았기에, 옷장 문 또는 책상 옆에 수건이나 옷, 가방을 걸어놓을 수 있도록 S자형 고리를 준비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이소에서 구매한 도난 방지 스프링 와이어 줄 또한 유용했습니다. 카드지갑을 바지 또는 가방에 매달아 넣고 다니면 분실 확률을 줄일 수 있습니다. 자물쇠는 여행 시, 특히 호스텔을 이용할 때 짐 보관에 유용했습니다. 옷핀, 클립, 각종 필기구 등도 잘 챙겨가시면 좋겠고, 특히 우산은 필수입니다. 또, 저는 전기장판을 챙겨가 유용하게 쓰고 왔습니다. 현지에서도 그리 비싸지 않으니 아마존 통해 사도 좋겠습니다.
2. 현지 물가 수준
전반적으로는 한국 물가의 1.5배 정도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대중교통 요금도 1.5배가량 비쌌고, 식비도 1.5배에서 2배 정도 비싸다고 느꼈습니다. 위에 언급한 생필품들을 꼼꼼히 챙긴다면 물가가 크게 부담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여행을 다녀온 동부 도시 중 가장 물가가 비싸다고 느낀 곳은 보스턴이었지만, 뉴욕이나 시카고와 비교할 때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현지 물가 수준은 당연하게도 환율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저는 트래블월렛과 트래블로그 카드를 발급받아 조금씩 달러를 사두었습니다.
3. 식사 및 편의시설 (식당, 의료, 교통, 통신 등)
① 식당
학교 소개에서 언급했듯 드렉셀 인근에 식당이 많고, 스쿨킬 강 너머 Center City에는 서비스와 퀄리티가 훌륭한 식당들이 많았습니다. 한식, 일식, 중식은 물론이고 태국, 베트남, 인도 음식 등 대부분의 아시아 음식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또, 캠퍼스 곳곳에 푸드트럭이 정말 많았는데, 푸드트럭의 내부까지 살펴볼 수는 없지만 음식도 훌륭하고 위생도 전반적으로 깔끔하다고 느꼈습니다. 금액도 다른 식당에 비해 저렴해서(팁이 선택사항) 학기 초반에 자주 이용했습니다. 여러 트럭에서 각기 다른 음식들을 팔고 있어 도장 깨기 하는 재미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필라델피아 관광 필수 코스로 잘 알려진 'Reading Terminal Market'도 빼놓을 수 없는데요, 세계 각지 출신 상인들이 다양한 음식과 신선한 식자재를 팔고 있습니다. 착한 가격대 또한 마켓의 매력입니다. 마켓 안은 늘 관광객과 현지인으로 북적거리지만, 회전율이 빨라 금방 자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제가 자주 방문한 곳은 Miller's Twist(기본 프레첼, 프레첼도그), Sangkee Peking Duck(오리 완탕면), 4th Street Cookies, Beiler's Doughnuts입니다. 4th Street Cookies는 매일 5시경부터 모든 쿠키를 1달러에 파는 마감 세일을 합니다. 이외에도 Hershel's East Side Deli, Bassetts Ice Cream을 한 번씩 방문했는데 모두 훌륭했습니다. 끝으로, 필라델피아에서 시작된 커피 체인점인 La Colombe Coffee Roasters를 방문해볼 것을 추천합니다.
② 의료
대표적인 약국으로는 CVS와 Walgreens가 있는데요, 드렉셀 캠퍼스에서는 도보 10분 정도 떨어진 CVS가 하나 있습니다. Center City에도 곳곳에 CVS와 Walgreens가 있는데, 처방전이 요구되는 의약품은 약사를 거쳐 구매할 수 있고, 그렇지 않은 것들은 일반 생필품처럼 매대에 진열되어 있습니다. 약국이지만 생필품을 함께 팝니다.
③ 교통
필라델피아는 대중교통이 잘 갖춰진 도시입니다. 지하철과 버스 모두 발달해 있는데, 더 안전하고 위생적인 수단은 버스였습니다. 지하철은 역사로 들어가는 계단부터 악취를 풍기는 경우가 다반사였고, 친구들로부터 오후 9시 이후에는 지하철을 혼자 타지 말라는 말을 듣기도 했습니다. 요금은 1회 탑승에 2,500원 정도 하는 것으로 기억하고, 환승은 버스와 지하철 모두 되지 않습니다. 필라델피아에서는 별도로 티켓이나 카드를 구매하지 않고도 탭으로 결제가 가능한 카드를 이용해 탑승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워싱턴 DC, 시카고, 보스턴 등은 따로 티켓 또는 전용 카드를 사야 했습니다.
⑤ 식료품점
식비를 절약하고자 한다면 식료품점을 애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Caneris에 거주했던 제게는 4가지 선택지가 있었습니다. 4곳 모두에서 다양한 식품과 생필품을 살 수 있으므로, 각각의 특징 위주로 간략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드렉셀 캠퍼스 내에 있는 Giant입니다. 규모가 크지 않고 다른 식료품점에 비해 특정 품목은 조금 비싸지만, 매우 가깝기에 자주 이용했습니다. 베이커리류가 저렴한 편입니다. 둘째로, 펜실베이니아대학 캠퍼스 인근에 있는 ACME(애크미)은 Caneris에서 도보로 20분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캠퍼스를 가로질러 가기에 안전하게 오갈 수 있습니다. 애크미는 냉동식품과 조리식품 모두 다양하게 판매하고 있고, 특히 술과 베이커리류가 다양합니다.
다음으로, Center City에 위치한 Target입니다. 타켓은 Caneris에서 도보로 25분 정도 소요됩니다. 지점마다 규모나 판매품목이 상이하므로, 드렉셀에서 가까이 위치한 타겟으로 한정해 말씀드립니다. 이곳 1층은 식품 코너, 2층은 생필품 및 전자제품 코너입니다. 저는 짐을 줄이고자 침구류를 챙겨가지 않았는데, 다행히도 기숙사 입주 첫날 타겟에서 침구류를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의류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네 번째로는, Center City에 위치한 Trader Joe's입니다. 이곳은 자체 생산 제품만을 판매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선택의 폭이 넓지는 않지만, 식품부터 생필품까지 부족함이 없고, 가격도 상당히 저렴한 편입니다. 미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었던 냉동 김밥도 트레이더조에서 판매된 제품이었습니다. 품질과 가격 면에서 경쟁력이 있고, 또 Caneris에서 도보 15분이면 갈 수 있어서 자주 이용했습니다.
끝으로, ALDI라는 대형마트가 있는데요, 캠퍼스에서 꽤 멀리 떨어져 있기에 번외로 말씀드립니다. 도보로는 30~40분 정도가 걸립니다. 산책을 좋아한다면 이곳에 한 번 가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가격이 위의 모든 식료품점을 통틀어 가장 합리적이고, 샐러드, 과자, 냉동식품 등 식품 가격이 유독 저렴합니다. 애크미처럼 가는 길이 안전하다고 느끼지는 않았습니다. 혼자보다는 여럿이 가보는 것을 권합니다.
⑥ 통신
미국의 대표 통신사로는 T-Mobile, AT&T, Verizon이 꼽힙니다. 저는 미리 유심을 준비하지 않아 필라델피아 도심에서 발품 팔아야 했는데, 3사 모두 상당히 비싼 편이었습니다. 사용량만큼 후불로 결제하는 유심이 있고, 미리 데이터가 할당되어 구입 시에 결제하는 유심이 있습니다. 후자에 해당하는 Prepaid 유심은 선택지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저는 3사 플랜을 모두 비교해보고 T-Mobile 무제한 유심을 택했습니다. 한 달 이용 금액은 약 $70이었습니다.
남은 세 달 간은 Mint Mobile을 이용했습니다. Mint는 T-Mobile의 자회사로, 가성비를 내세우는 브랜드인데요, 많은 교환학생들에게 선택받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Mint는 3개월 데이터 무제한 플랜을 약 $60에 제공하며, T-Mobile과 비교해도 유사한 데이터 속도를 보였습니다. 아이폰 사용자라면 esim을 구매해 바로 이용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갤럭시 사용자의 경우, S23 이전에 한국에서 출시된 대부분 모델에서 esim 사용이 불가하므로, 실물로 된 유심카드를 수령해야 합니다(미국에서 출시된 제품들은 S23 이전 모델들도 esim 사용이 가능했습니다). 운이 좋으면 공항이나 마트에서 민트모바일 유심카드를 발견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단기용 유심을 한국에서 구입하고 민트모바일 유심을 현지에서 수령하는 것도 경비를 절약하는 방법이겠습니다.
4. 학교 및 여가 생활 (동아리, 여행 등)
① 동아리
학기 초 열린 동아리 소개제는 규모가 꽤 컸습니다. 클럽 종류가 다양해서 웬만한 취미활동 관련 클럽은 하나쯤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사진 클럽에 가입했는데, 활동이 활발하지는 않았지만 관심사가 잘 맞는 친구를 사귈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습니다. 스포츠에 관해서는, 학교 체육시설에서 종종 농구경기가 열렸습니다. 학기 초에는 학교에서 필라델피아 야구팀인 필리스의 경기 티켓을 선착순으로 배포한 덕에 대형 스타디움에서 경기를 관람해볼 수 있었습니다.
② 여행
체류 기간 가능한 한 많이 여행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학기 중에는 뉴욕을 자주 다녀왔고, 캐나다도 짧게나마 다녀왔습니다. 종강 후에는 필라델피아에 주로 머물면서 워싱턴 DC, 보스턴, 시카고를 다녀왔고, 미국에서의 마지막을 뉴욕에서 마무리했습니다.
*캐나다
먼저, 국외 여행인 캐나다 여행입니다. 캐나다, 멕시코 등 인근 국가를 방문할 계획이라면 DS-2019에 명시된 기간 내에 다녀와야 하는데요, J-1비자는 그 기간 이후로도 미국에서 더 체류할 수 있는 한 달간의 grace period를 주지만, 이 기간에 출국 시 재입국이 불가합니다. 따라서 캐나다 여행을 계획한다면 정규 비자 기간 이내, 즉 학기 중으로 잡아야 합니다. 물론, 출국 후 그 국가에서 한국으로 직접 돌아올 계획이라면 상관이 없습니다. 캐나다 여행 일주일 전쯤 Main building 2층에 있는 ISSS 사무실을 방문해 담당자 서명을 받았습니다. 이 과정은 출국 전 반드시 거쳐야 하며, 학기 초 교환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OT에서 자세히 안내받았습니다.
저는 3박 4일의 짧은 일정으로 몬트리올과 퀘벡을 방문했는데, 두 곳 모두 치안과 위생이 매우 우수한 편이었습니다. 미국에서 느꼈던 모종의 불안감(주로 범죄와 관련된)에서 해방되었던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10월 말의 캐나다는 몹시 추웠지만, 붉은 낙엽이 하늘과 땅을 모두 물들인,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국내 여행: 뉴욕, DC, 보스턴, 시카고
동부 도시들을 최대한 둘러보겠다는 마음으로 나홀로 여행을 다니며 얻은 팁을 간략히 정리해보았습니다. 우선, 교통편입니다. 뉴욕과 DC 행 버스, 기차(Amtrak)가 많았는데요, 저는 뉴욕은 버스를, DC는 엠트랙을 주로 이용했습니다. 기차는 쾌적하고 빠른 만큼 버스보다 3~4배 비싸지만, 운이 좋으면 기차 티켓도 버스와 비슷한 가격에, 혹은 더 저렴한 가격에도 예매할 수 있습니다.
미국 교통편의 특징은 선착순으로 가격이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지정좌석제도 아니고, 줄을 서서 탑니다. 즉, 기차든 버스든 미리 예매할수록 저렴하고, 빨리 갈수록 쾌적합니다. 아침 6~7시 출발 편, 밤 10시 이후 도착 편이 수요가 낮은 만큼 저렴했습니다. 기차역(William H. Gray 30th St. Station)이 Caneris에서 도보 7분 정도로 가까워서, Center City에서 승하차하는 버스보다 훨씬 편했습니다. 같은 이유로 늦은 밤 귀가 시에도 엠트랙이 유리합니다. 버스 회사가 정말 다양하므로, 저는 모든 버스와 기차 티켓을 확인할 수 있는 Wanderu라는 사이트를 애용했습니다. 버스는 주로 Mega Bus나 Peterpan Bus를 이용했습니다. Mega Bus는 승하차 정류장이 U-City 쪽에도 있어 도보 10분이면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가격이 stable한 편입니다. 메가버스를 제외한 다른 버스는 모두 도보로 40분이 넘는 Center City 터미널에서만 이용 가능합니다. 피터팬은 정류장이 멀지만 저렴하고 쾌적하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다음으로, 미술관 및 공연입니다. 미술관 대부분이 학생 할인을 제공하기에 국제학생증을 부러 발급해갔는데요, 드렉셀 ID카드로도 할인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쓰임이 없었습니다. 드렉셀 학생증을 잘 챙겨 다니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공연은 StubHub이라는 앱을 통해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티켓을 예매할 수 있었습니다. 해당 앱은 현지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되었는데, 브로드웨이 쇼를 $6에 관람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개인 간 거래이기 때문에 관극 하루 전에는 예매해야 e-ticket을 여유롭게 받아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Broadway Lottery는 공연일이 임박한 뉴욕 브로드웨이쇼 티켓을 추첨을 통해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https://lottery.broadwaydirect.com/ ).
끝으로, 제가 느낀 각 도시의 특성을 간략히 정리해보았습니다. 뉴욕은 '다수가 이방인인 도시'였습니다. 세계의 중심지로 몰려든 관광객들이 거리를 가득 메웠고, 특히 크리스마스와 연말 시즌에는 그 인파가 무서울 정도였습니다. 그만큼 규모도 크고 다양한 볼거리가 있었으며, 저 또한 한 명의 이방인으로서 자연스럽게 도시에 녹아들 수 있었습니다. 11월쯤부터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뉴욕을 덮기 시작하는데, Bryant Park의 윈터 빌리지, Union Square의 크리스마스 마켓 등 볼거리와 먹거리가 더 풍성해집니다. 미술관과 갤러리 또한 양과 질 모두에서 압도적입니다. 고급 레스토랑도 좋았지만 거리에서 파는 츄러스, 타코, 핫도그도 기억에 남습니다.
워싱턴 DC는 백악관이 위치한 미국의 수도로, 필라델피아와는 버스로 3시간 30분, 기차로 2시간 30분 정도 거리입니다. 모든 건물이 큼직하고 서로 멀찍이 떨어져 있어서 도시 전체가 탁 트인 느낌입니다. 치안과 거리 위생이 우수했고, 정부에서 운영하는 모든 미술관과 박물관이 무료 개방인 점도 매력적이었습니다. 또, 인근의 조지타운은 그만의 독특한 풍경과 맛있는 컵케이크 가게를 지니고 있어 가볼 만한 곳이었습니다. 작고 아기자기하면서도 역사가 묻어나는 타운이었습니다. 다만 지하철은 시간대별로, 이동할 정거장 수별로 요금이 달라져서 티켓 구매부터 다소 까다로웠습니다.
12월 중순에 방문한 시카고에서는 칼바람 때문에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습니다. 시카고는 미국 내에서도 '바람의 도시'라고 불릴 만큼 추운 곳이었습니다. 날씨 탓에 사진 찍기를 멈추고 실내 중심의 어트랙션을 돌아다녔는데, 이때 구매한 시티패스가 유용하게 쓰였습니다. 시티패스는 여러 어트랙션 중 몇 가지를 자유롭게 선택해 이용하는 상품으로, 저는 전망대 두 곳과 크루즈건축투어, 아쿠아리움 등을 선택했습니다. 시카고는 '건축의 도시'라고도 불릴 만큼 여러 시기별 건축 양식을 보존한 빌딩들이 공존하는 곳이기도 하니, 꼭 셀프 워킹 투어를 해보시기 바랍니다. 독특한 건축물과 공공예술 작품들을 보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아, 시카고 스타일의 핫도그와 이탈리안 비프도 꼭 한 번 맛보기 바랍니다. 저는 딥디쉬 피자보다도 할라피뇨를 곁들여 먹는 시카고 핫도그(Portillo's)가 더 기억에 남습니다.
끝으로, 보스턴입니다. 보스턴은 필라델피아에서 기차로 7시간, 비행기로 2시간이 소요됩니다. 저는 호기심에 티켓을 편도로 끊어 둘 다 경험해보았는데, 기차 안에서의 7시간은 생각보다 금방 지나갔습니다.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 편했고, 바닷가와 호숫가들이 끊임없이 지나가는 동부 연안의 풍경도 매력적이었습니다. 돌아오는 날 폭설로 비행기가 지연돼 5시간 이상 기다렸던 것을 고려할 때, 폭설·태풍 등 변수가 있는 시즌이면 차라리 왕복 기차가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보스턴은 시카고에 버금가는 추위에도 불구하고 가장 매력적인 도시로 다가왔습니다. 특히나 인상적인 것은 거리 풍경입니다. 주택가의 건축 양식이 조화롭게 통일되어 있고, 도보 또한 집과 같은 색으로 만들어져 전체적으로 단아하고 정돈된 인상을 주었습니다. 치안과 거리 위생도 훌륭했습니다. 또, 명소들이 몰려 있어 도보여행에 적합했고, 시티투어 코스를 구글링하면 혼자서도 충분히 알찬 여행이 가능했습니다. 물가가 비싸다고 악명이 높은 데 비해서 다른 도시와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이곳에서 접한 음식도 모두 맛있었습니다. 특히 Tatte Bakery는 꼭 가보기를 추천 드립니다.
③ 축제 및 연휴 시즌
제가 미국에 체류한 9월부터 1월까지는 축제와 연휴가 계속돼 문화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크게는 핼러윈,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새해가 있었습니다.
*핼러윈: 사전적으로는 '매년 10월 31일 유령이나 괴물 분장을 하고 즐기는 축제'라 하는데, 제가 경험한 핼러윈과 정확히 같았습니다. 크고 작은 파티가 곳곳에서 열렸고, 저는 핼러윈 문화를 사진으로 기록하고 싶어 친구가 주최한 프라이빗 파티에 다녀왔습니다. 다들 분장에 진심입니다. 코스튬을 뽐내는 것과 더불어 음악을 즐기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주였습니다. 저는 '사진가' 컨셉을 주장하며 평소와 다름 없는 모습으로 다녀왔지만, 코스튬을 고르고 준비하는 과정부터 즐겨보는 것도 재밌는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추수감사절: 추수감사절은 11월 네번째 목요일입니다. 우리나라 추석과 같아 가족들이 모이는 경우가 많다보니, 기숙사도 캠퍼스도 텅 비는 것 같았습니다. 추수감사절에는 다이닝홀도 문을 닫는 것으로 기억합니다. 운이 좋게도, 저는 드래곤 버디 친구와 함께 그의 고향을 6일간 방문했는데, 4개월을 통틀어 손에 꼽을만큼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제가 방문한 도시는 Conneticut주의 West Hartford입니다. Hartford까지는 피터팬 버스를 이용해 6시간이 걸렸으며, 뉴욕 터미널에서 20분 가량 정차했기에 크게 힘든 여정은 아니었습니다. Conneticut은 뉴잉글랜드 지역에 속하는데, Hartford에서도 뉴잉글랜드의 차분하고 정돈된 특유의 분위기를 머금고 있었습니다. 제가 다녀온 다른 동부 도시에 비해 작았지만 거리에서 쓰레기를 하나도 볼 수 없을 정도로 깔끔한 곳이었습니다. 추수감사절 당일에는 친구와 그의 부모님을 도와 추수감사절을 대표하는 여러 음식을 함께 준비했습니다. 당근 스프, 칠면조 요리, 고구마 샐러드와 호두파이까지, 정성이 가득 담긴 잊지 못할 식사입니다. 차로 40분이면 Yale University를 다녀올 수 있었고, 블랙프라이데이에는 Walmart와 같은 대형마트를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크리스마스 시즌: 11월이 되면 거리와 상점들은 핼러윈을 벗고 크리스마스를 입습니다. 제가 방문한 모든 도시가 Winter village 또는 Christmas village를 운영했는데, 각 도시별로 고유한 크리스마스 머그에 음료를 팔았습니다. 따뜻한 술이나 초콜릿음료를 마시면서 귀여운 컵도 얻을 수 있는 기회이니 꼭 한 번 드셔보시길 바랍니다. 다양한 크리스마스 장식을 구경하는 즐거움도 있었습니다. 제가 다녀온 곳 중 가장 규모가 큰 윈터 빌리지는 뉴욕 Bryant Park였는데, 전세계에서 온 관광객들과 주말을 즐기러 나온 뉴요커들이 뒤섞어 인파가 엄청났고 음식의 가격대도 상당히 높았습니다. 필라델피아의 크리스마스 빌리지 또한 시청 앞과 LOVE Park에서 열려 규모가 꽤 컸습니다. 독특한 장신구나 지역 특산품 등 볼거리가 많았고, 아이스링크, 미니관람차, 회전목마 등 놀거리도 다른 도시들보다 많았습니다.
*1월 1일: 필라델피아에서 1월 1일을 보낸다면 시청 쪽에 꼭 가보길 바랍니다. Murmurs Parade라는 독특한 퍼레이드가 매해 열립니다. 퍼레이드의 역사는 120년이 넘었습니다. 독특한 분장을 한 사람들이 무리지어 행진하고, 시청 앞에서는 준비한 퍼포먼스를 선보입니다. 저는 시간이 가는 줄도 몰고 반나절 간 퍼레이드 참가자들을 인터뷰했고, 재밌는 사진도 많이 남길 수 있었습니다. 또 한 번의 잊지 못할 하루입니다.
Ⅵ.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4학년 2학기에 교환학생을 다녀온 것에 대해 전혀 후회하지 않습니다. '더 일찍 갈 걸'과 같은 후회도 없습니다. 딱 지금, 어떤 것에 열정과 지식이 무르익은 상태로 다녀왔기에 더욱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각자에게 꼭 맞는 시기가 있다는 말, 진부하지만 저 또한 뱉게 됩니다. 다시 돌아가 다시 선택할 기회가 있다면, 다만 조금 더 빨리 드렉셀을 고를 것 같습니다. 미국에 머무는 동안, 그리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미국 생활을 반추하는 지금까지도 Unforgettable이라는 말을 참 많이 썼습니다. 정말 잊지 못할 4개월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