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1. 파견대학/지역 선정 이유
저는 유럽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하는 것이 대학 시절 버킷리스트였습니다. 본격적으로 교환 프로그램 지원을 준비하면서 유럽의 중심에 있어 여행 다니기에 좋고 유럽 내 국가 중 치안이 좋으며 물가가 저렴한 독일이 가장 잘 맞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서울대학교와 파견 협약을 맺은 독일 대학교는 여러 개가 있지만, 그 중 한국학과가 있고 근처에 공항이 있어 교통이 편리한 본 대학교(Bonn University)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2. 파견대학/지역 특징
Bonn은 대도시인 쾰른 근처의 중소도시로, 거장 베토벤의 고향이자 독일 대표 브랜드 하리보의 본점이 있는 도시입니다. 도시의 상당 부분이 주거 지역이라 치안이 좋고 조용한 편이며 대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많은 학생 도시이기도 합니다. 근교의 대도시인 쾰른까지 기차를 타면 30분(중앙역 기준), 지하철인 U-Bahn으로는 1시간 가량 걸립니다. 프랑크푸르트에서는 고속기차로 1시간이 안되게 걸리며 후술할 학생용 교통패스를 사용해 무료로 탈 수 있는 지역 열차를 환승하면 3시간 정도 걸립니다. Bonn 중앙역에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까지는 3시간, 벨기에 브뤼셀까지는 1시간 반 정도 걸리며, 베를린, 뮌헨 등 독일 내 다른 대도시까지도 직행 기차가 많아 여행을 다니기에 편리한 지리적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 먼 지역으로 여행을 갈 때는 비행기를 타야하는데, 쾰른 공항까지 30분 내로 도착하는 셔틀 버스가 있으며 쾰른 공항은 대부분의 유럽 도시와 연결하는 저가 항공이 다양하게 있어 교통비를 절약할 수 있습니다. 유럽 전역을 갈 수 있는 Flixbus도 정류장이 있어 밤샘버스를 타고 뮌헨, 파리 등 여러 도시를 여행하기에도 편리합니다.
Bonn은 1년 내내 온난한 날씨로, 여름에도 기온이 24-26도 이상으로 오르지 않아 한국에 비해 시원하며, 겨울에도 최저 -5도 정도로 따뜻합니다. 겨울에도 주로 비가 오고 눈은 한두 번 정도 경험했습니다. 그러나 차로 2시간 거리에 겨울스포츠 마을인 Winterberg가 있어 스키를 즐기고 싶다면 쉽게 다녀올 수 있습니다. 저는 겨울학기에 다녀왔기 때문에 직접 볼 수 없었지만 Bonn 시내는 봄에 벚꽃이 아름답기로 유명합니다. 라인 강변이나 대학교 앞 Hofgarten에서 피크닉을 즐기거나, 라인 강 근방에 예쁘게 조성된 공원에서 종종 열리는 벼룩 시장에 방문 하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입니다.
II. 출국 전 준비 사항
1. 비자 신청 절차
독일은 테어민(Termin)의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행정 처리 및 생활 전반에 테어민, 즉 예약을 잡는 것이 필수입니다. 독일 대학의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합격하고 나면 곧바로 주한독일대사관 홈페이지의 비자 신청 테어민을 신청하기를 추천합니다. 저는 9월 초 입독 예정이었는데, 4월쯤 6월 중순 테어민을 잡았습니다. 필요한 서류는 홈페이지에 나와있는데 가장 중요한 두 가지인 슈페어콘토와 보험은 미리 준비하시는 것이 좋고 특히 슈페어콘토는 독일에 머무는 6개월(또는 1년) 동안의 생활비를 미리 독일 계좌에 넣어놓고 매달 130만 원 정도를 용돈처럼 돌려받는 개념이니 유로 환율을 잘 확인해서 최대한 환율 낮을 때 입금하는 것이 좋습니다. Expatrio라는 사이트에서 슈페어콘토와 보험 가입, 필요한 경우 국제학생증 발급까지 대신 진행해주는데, 저는 소정의 수수료를 내더라도 편하게 해결할 수 있어 추천합니다. 테어민 당일 필요한 서류를 전부 갖추고 주한독일대사관에 가서 무사히 신청서를 접수하고 나면 4주 후에 비자를 스티커 형태로 여권에 붙여줍니다. 직원들이 불친절하니 꼼꼼히 준비해가시기 바랍니다.
저는 이렇게 출국 전 비자를 발급받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경우 입독 후 외국인청에서 Residence Permit를 받는 방법도 있습니다. 다만 독일의 매우 느린 행정 처리와 다양한 변수를 고려할 때 3개월 안에 거주 허가를 받지 못할 위험이 있으니 참고하셔서 두 가지 방법 중 선택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2. 숙소 지원 방법
Bonn University는 Studierendenwerk Bonn이라는 학생기숙사 담당 부서와 연계하여 Bonn 도시 곳곳에 여러 개의 기숙사를 제공합니다. 교환교에 지원한 뒤 합격하면 국제처의 안내에 따라 기숙사에 지원하시면 됩니다. 일반적으로 화장실과 부엌이 포함된 개인실을 배정받게 되는데, 서울대학교 기숙사와 달리 자취방 원룸 같은 느낌입니다.
3. 파견 대학 지불 비용(student fee, tuition fee, 기숙사 비용 등)
교환교 지원에 합격하고 나면 entrance fee로 한화 50만 원 정도를 지불해야 하지만, 그 뒤 추가 비용은 없습니다. 기숙사 비용은 월 330유로 정도, 한화로 50만 원 조금 안되는 금액이며, 2개월 치 월세를 보증금으로 내게 됩니다. 다만 1달 중 언제 입/퇴사 하더라도 1개월 치 월세를 전부 내야하므로 개강 전, 종강 후 여행을 다니실 때 이 점을 고려해서 일정을 짜면 좋을 것 같습니다.
III. 학업
1. 수강신청 방법
Bonn University의 수강신청은 1)‘Basis’라는 수강편람 사이트를 통해 신청하는 방법과 2)각 과목 강의자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내 신청하는 방법 두 가지가 있습니다. 주로 International office에서 개설하는 강의는 Basis로 신청이 가능하나, 각 전공 수업은 교환학생 신분으로 온라인 신청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개강 1~2주 전 직접 이메일로 수강 가능 여부를 문의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또한 제가 소속된 화학과를 비롯해 대부분의 이공계 전공에서 영어 강의는 석사 과정 이상에만 존재하는 경우가 많으니 영어 강의를 수강하고자 하는 경우 사전에 Basis를 통해 충분히 검색해보시고 적합한 강의를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2.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저는 독일어 A1.1 단계로 독일에 갔기에 영어로 진행되는 화학과 석사 과정 수업인 ‘Organic Molecules and Materials’와 International Office에서 개설한 ‘In-Semester German course A1.1’ 수업을 수강했습니다. 서울대학교 해외수학 학점인정 규정 상 언어 수업은 학점인정 받기 어려우며, 각 단과대 및 학과 규정에 따라 International Office에서 개설한 강좌도 학점인정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니 규정 참고하셔서 강의 선택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학점인정이 꼭 필요하지는 않은 상황이었기에 듣고 싶은 강의를 자유롭게 수강했습니다.
3. 외국어 습득 요령
Bonn University에는 International Club(서울대학교 스누버디와 같이 Internatinal Office 산하 학생 동아리)에서 주최하는 Language Café가 매주 진행되어 그곳에서 영어나 독일어 등 다양한 언어로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과 소통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한국학과에서 한국학과 재학 중인 독일 학생들과 한국에서 온 교환 학생을 연결해주는 Study Buddy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어 외국어 학습에 좋은 환경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습니다. 한국학과에 재학 중인 독일 학생들은 이미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다녀왔거나 한국 문화에 익숙한 친구들이 많고 한국어를 비롯해 다양한 언어를 배우는 데 흥미가 많아 언어 공부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V. 생활
1. 가져가면 좋은 물품
추천: 빨래망, 문구류, 소형 보조배터리, 트래블월렛 등 해외결제카드, 열쇠고리
비추천: 라면은 아시안마트에서 다양한 종류를 쉽게 구할 수 있으니 짐에 여유가 없다면 굳이 가져가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또한 밥솥 역시 아마존 등에서 구하기 쉬우므로 굳이 한국에서 무겁게 가져가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겨울학기의 경우 소형 전기장판, 경량패딩 등을 유용하게 사용했습니다. 실내 전열기구가 라디에이터뿐이기 때문에 방이 쉽게 건조해져 저는 잘 사용하지 않았기에 전기장판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한 한국에 비해 한겨울에도 기온이 영하 4-5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따뜻한 지역이라 롱패딩보다는 경량패딩이나 코트에 목도리, 모자 등의 방한용품을 껴입는 것이 오히려 편했습니다.
2. 현지 물가 수준
독일은 전반적으로 식재료 물가는 한국보다 싸고, 외식 물가는 조금 더 비쌉니다. 그래서 생활비 절약을 위해 주로 기숙사에서 직접 요리해먹는 일이 많습니다. 독일 내에서도 Bonn은 물가가 비싸지 않은 편이라고 들었는데, 확실히 주에 5일 이상 직접 요리해먹는다면 식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습니다.
3. 식사 및 편의시설 (식당, 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1) 교통
Bonn University 학생증을 발급받으면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내의 ICE, IC 제외 모든 교통수단(버스, 트램, 지하철, RE)을 무료로 탈 수 있습니다. 또한 16유로 정도만 지불하면 독일 내 ICE 제외 모든 교통수단을 탈 수 있는 한 달 정기권인 도이칠란트 티켓(49유로 티켓)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으니 학생증을 잘 소지해서 교통비를 아낄 수 있습니다. 지역 기차인 RE를 타고 30분만 가면 더 큰 도시인 쾰른이 있으며 2월에 유럽 전 지역에서 열리는 카니발 축제가 특히 유명합니다. 도시 간 열차(ICE, IC)의 경우 DB Navigator 앱에 독일 계좌를 연동하면 쉽게 구매할 수 있으며, 3개월 단위로 25% 할인해주는 멤버쉽도 판매하니 독일 밖 여행을 갈 때 참고하시면 교통비를 절약할 수 있습니다.
2) 은행, 통신
독일에서 생활하려면 가장 먼저 독일 번호와 계좌를 만들어야 하는데, 통신사는 Aldi, Lidl 이 가장 대중적이며 둘 다 유럽 전역에서 사용 가능합니다. 번호를 개통해야 본인 인증 등이 용이해 계좌 개설 신청을 할 수 있으며, 여러 은행 중 가능한 곳에서 계좌를 개설하시면 됩니다. 저는 Vivid에서 계좌를 개설했으며 이외의 N26, Revolut 등 여러 은행의 계좌 개설 방법은 네이버 블로그 등을 검색하시면 상세히 나와있으니 참고하시면 됩니다. 계좌를 개설해야 그 계좌로 매월 슈페어콘토 돈을 지급받을 수 있고 기숙사비, 보험비 자동이체 등을 처리할 수 있으니 입독 후 최대한 빠르게 위 과정을 진행하기를 추천합니다.
3) 기타
Bonn은 학생 도시로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모이기에 정말 다양한 나라의 음식점이 있습니다. 물론 한식당도 있는데, 제육쌈밥, 닭강정, 나물비빔밥 등을 판매하며 쾰른에는 더 많은 종류의 한식당이 있습니다. 또한 Bonn 중앙역 근처에 아시안마트가 잘 갖춰져 있고 근처 도시인 뒤셀도르프에는 하나로마트도 있어 유럽 음식이 입에 맞지 않더라도 생활하기에 큰 불편함이 없을 것 같습니다.
저는 독일 생활 중 다행히 건강 상의 문제가 없어 병원을 갈 일이 없었지만 만약 병원을 갈 일이 생긴다면 Doctena 등의 사이트에서 미리 의사와 테어민을 잡아야 합니다. 저는 자궁경부암 예방 주사를 맞기 위해 Doctena를 이용한 적이 있었는데 Bonn에는 백신 접종을 하는 가정의학과 의사가 없어 다른 도시에 다녀왔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TK 공보험에 가입하시게 될 텐데 TK 앱에서 보험 활성화하고 TK에서 보내주는 보험 카드를 소지한 채 병원 방문하시면 됩니다. 먼저 본인이 진료비를 지불하고 추후에 영수증 제출해 환급받는 방식입니다.
4. 학교 및 여가 생활 (동아리, 여행 등)
Bonn University와 연계된 Sports Bonn에서 스포츠 강좌가 열립니다. 개강 전 Orientation에서 웹사이트를 소개해주는데, 기본 구기 종목에서부터 요가, 러닝, 승마, 춤, 골프, 파쿠르 등 정말 다양한 운동 강좌가 열리니 찾아보고 원하는 강좌를 선착순 신청하면 됩니다. 저는 Spiel und Spass, 놀이와 재미라는 단체 구기 종목 강좌를 수강했는데, 소프트볼하키, 프리스비 등 다양한 게임을 여러 사람과 매주 팀워크를 맞출 수 있어서 정말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5. 안전 관련 유의사항
독일이 유럽 내 타 국가들에 비해 치안이 좋은 편이고, 특히 Bonn은 주거 지역 위주의 중소도시라 생활반경 내에서 크게 안전을 위협받았던 상황은 없었습니다. 물론 중앙역 근처에 노숙인이 많으니 늦은 시간 외출에는 유의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다른 나라로 여행을 다닐 때는 반드시 힙색이나 크로스백을 앞으로 매어 여권, 지갑 등 중요 물품을 도둑맞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실제로 교환 생활 중 주변인들이 소매치기를 당해 돈뿐만 아니라 거주허가증까지 잃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으며 특히 여권이나 residence permit 카드(독일에서 비자 발급받는 경우)를 분실하게 되면 재발급을 잘 해주지 않아 곤란할 수 있으니 주의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