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파견 동기
코로나19로 인해 스무 살에 계획했던 유럽 여행을 가지 못해 매우 아쉬웠습니다. 유럽 여행에 대한 막연한 열망과 함께 지인들의 행복했던 교환학생 경험을 전해 들으면서 교환학생에 대한 꿈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남성으로서 병역의무로 인한 시간 공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고, 교환학생을 다녀오면 동기나 선후배에 비해 뒤처지지는 않을까 두려움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생 신분으로 한 학기를 타국에서 자유롭게 보내는 삶은 너무나도 매력적인 선택지였습니다. 학부 졸업 전 다양한 국가의 학생들과 교류하고, 문화적·경관적으로 가치 있는 장소들을 마음껏 다니면서 인생에 다시없을 순간을 만끽하고 싶었습니다. 결국 장시간의 고민 끝에 저는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서 살아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파견을 다녀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교환학생 기간이 꿈처럼 느껴지며, 교환학생을 다녀오지 않았다면 평생 후회했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1. 파견대학/지역 선정 이유
제 머릿속에 선택지는 처음부터 런던밖에 없었습니다. 도시 간 거리가 멀고 이동에 반드시 자동차가 필요한 미국과 달리 여러 국가가 몰려 있고 이동이 용이한 유럽이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그 중에서도 영어를 사용하는 영국을 선택하였습니다. 영국 내에서는 문화와 금융의 중심지인 런던에 가고 싶었고, 런던 중심부에 위치하면서 QS 세계 대학 순위 8위에 랭크된 University College London을 1순위로 희망하였습니다. 세계적 위상을 가지고 있는 대학이라면 UCL 재학생뿐만 아니라 세계 유수의 대학에서 파견된 교환학생들과도 교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2. 파견대학/지역 특징
UCL은 공리주의로 유명한 철학자 제레미 벤담의 이념 아래 제임스 밀의 주도하에 1826년 설립되어 있습니다. 영국 최초의 민간대학이면서 런던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이며, 영국 최초로 인종, 성별, 계급, 종교에 구애받지 않고 교육을 실천한 진보적인 대학교입니다. 실제로 캠퍼스를 거닐면 중국인, 인도인, 히스패닉 등 다양한 인종과 국적의 국제 학생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출신 인물로는 마하트마 간디, 콜드플레이, 크리스토퍼 놀란 등이 있으며, 34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였습니다. 현재는 런던 대학 내에 속해 있으며, 한국의 연세대와 고려대처럼 킹스 칼리지와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고 있어 흥미롭습니다. UCL은 Bloomsbury에 위치하고 있는데, 걸어서 5분 거리에 대영박물관이 있고 런던 시내라고 할 수 있는 소호와 토트넘 코트 로드와 매우 가까우며, 기차역인 St Pancras International과 Kings Cross Station과도 가까워서 여행 다니기도 편해서 교환학생 생활을 즐기기에 최적의 입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제가 약 3개월간 파견된 지역인 런던은 설명이 필요 없는 세계 최고 도시 중 하나입니다.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의 중심지라는 점에서 저는 서울과 유사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특히 도시의 경관 측면에서 유사함을 많이 느꼈습니다. 템즈강을 보며 한강을 떠올렸고, 더샤드와 타워 브릿지는 롯데타워와 롯데월드를 연상하게 하여 여기가 잠실인가 하는 착각을 들게 만들었습니다. Soho, Regent Street 등 번화가는 강남, 홍대, 명동과 유사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런던만이 간직한 고유한 특징들로 인해 런던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먼저, 런던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볼거리가 정말 많습니다. 런던아이와 빅벤은 런던에 살면서 최소 20번 봤지만 볼 때마다 새로웠고, 일상에 익숙해질 때마다 ‘여기 런던이지’하고 저를 실감시켜주었습니다. 대영박물관을 비롯하여 내셔널 갤러리, 테이트 모던 등 다양한 박물관과 미술관이 존재하는데, 입장료가 무료라는 점이 정말 좋았습니다. 학교 끝나고 할 일 없을 때, 비와서 야외 활동은 하기 싫지만 심심할 때 박물관과 미술관은 최고의 선택이었습니다. 이집트의 미라, 반 고흐의 해바라기, 마르셀 뒤샹의 샘 등 책과 영상 속에서만 보던 작품을 직접 눈에 담은 경험은 정말 뜻깊었습니다.
다음으로, 런던에는 특색을 가진 마켓이 많습니다. 기숙사 근처에 위치하여 여러 나라의 음식을 파는 캠든 마켓부터 시작해서 한국인들에게 가장 유명한 버로우 마켓, 영화 노팅힐로 유명한 포토벨로 마켓, 빈티지 옷 가게가 밀집한 브릭 레인 마켓, 내부가 정말 아름다운 코벤트 가든 마켓까지 런던은 먹거리와 볼거리가 풍부한 마켓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매주 주말 마켓을 둘러보는 것이 정말 즐거웠으며,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내셔널 갤러리 앞 트라팔가 광장에서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려 연말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세 번째로, 런던은 공원의 도시입니다. 런던에 오고 나서 가장 놀랐던 점은 녹지 공간이 상당히 많다는 것입니다. 런던 시내에 넓게 위치한 하이드 파크를 비롯하여 리젠트 파크, 프림로즈 힐, 배터씨 파크 등 녹음이 우거진 자연 친화적인 공간이 도시 전반에 분포하고 있습니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산책하거나 자전거를 타곤 했는데, 서울은 한강 인근에만 녹지 공간이 조성되어 있어 차이점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기숙사 룸메이트들도 하나 같이 런던의 가장 큰 장점으로 수많은 공원과 녹지 공간을 꼽았을 정도로 런던 생활에 있어 삶의 질 향상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런던은 문화와 축구의 중심지입니다. 제가 런던을 가장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한국과 다르게 런던에는 시내 곳곳에 뮤지컬 전용 극장이 있으며, 그 극장에서는 하나의 뮤지컬만 1년 내내 상영합니다. 아래에서도 서술하겠지만, 위키드와 라이온킹 등 뮤지컬을 뮤지컬의 본고장에서 관람한 경험은 정말 잊을 수 없습니다. 또한, 축구를 매우 좋아하는 저는 세계 최고 리그인 영국 프리미어리그 경기 직관이 꿈이었습니다. 런던에는 수많은 프리미어리그 팀이 있으며, 손흥민의 소속팀인 토트넘과 제가 응원하는 첼시의 홈구장이 위치해 있습니다. 경기 시작 2주 전부터 직관 생각에 들떠 있었으며, 축구장에서는 잠시나마 영국인이 되어 열정적으로 응원하였습니다. 경기 직관 외에도, 영국은 펍 문화가 발달하여 축구 경기가 있는 평일 저녁과 주말에는 축구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펍에 몰립니다. 친구들과 함께 맥주 한잔하면서 관람했던 축구 경기들은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1. 비자 신청 절차
영국의 경우 6개월 미만 체류한다면 비자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저는 9월 중순부터 1월 초까지 약 3개월 반 정도 있었기 때문에 따로 비자를 신청하지 않았습니다. 서울대에서 함께 교환학생 온 학우들 또한 비자를 신청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영국 내에서 영리활동을 할 계획이 있다면 비자가 필수이며, UCL에서 만난 한국인 국제 학생들은 학생 비자를 발급받았다고 들었습니다.
2. 숙소 지원 방법
UCL로부터 offer를 확정받고 나면 기숙사 신청 관련 이메일을 받게 됩니다. 이메일에 나와 있는 절차에 따라 기숙사 포털 사이트에서 기숙사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부득이하게 기숙사 배정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긴 하지만 교환학생의 경우 UCL에서 제공하는 기숙사에 대부분 배정받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만난 미국인 학우들 중에서 플랫을 단기 임대하거나 친구들과 셰어 하우스 형태로 사는 경우를 보기도 했습니다.
서울대와 다르게 UCL에서는 특정 기숙사를 선택해서 지원할 수는 없고, 개인 화장실 유무, studio/single room 등 방의 형태, catering 유무와 예산을 선택하여 제출하면 그에 맞는 기숙사 방을 임의로 배정해줍니다. 포털 사이트에 기숙사의 종류와 옵션, 비용, 사진 등의 정보가 모두 있으며 유튜브에 각 기숙사 방을 소개하는 영상이 있어서 기숙사 신청 시 참고하였습니다.
저는 직접 요리를 해먹을 계획이어서 catering은 신청하지 않았고, 공용 화장실을 사용하게 되면 청소와 위생 문제 등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아서 기숙사 비용 상승을 감수하고 개인 화장실이 있는 방을 선택하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요리하고 주방에서 대화하면서 식사하는 로망이 있었기 때문에 studio 대신 공용 주방이 있는 룸 형태를 선택하였습니다. 예산을 낮게 설정하면 학교와 멀리 떨어진 외곽 지역에 선정될 위험이 있어서 원하는 룸 타입 중 학교 주변에 위치한 기숙사의 비용에 맞추어 예산을 선정하여 제출하였습니다.
6월 초에 기숙사 신청한 후 기다리다가 8월 초에 기숙사 offer 이메일이 왔습니다. 저는 United Students가 운영하는 St Pancras Way에 배정되었고, 룸타입은 공용 주방에 개인 화장실이 있는 En-suite Single Room이었습니다. 먼저, 250파운드의 보증금을 지불해야 하며, 기숙사 비용은 학기가 시작된 후 지불하게 됩니다. 학기가 9월 25일에 시작되어 기숙사 입주는 23일부터 가능하지만, early arrival이 1주일 전까지는 가능하여 저는 9월 16일에 입주하였습니다. 또한, 기숙사 계약이 종강일인 12월 15일 아니라 1월 2일까지로 설정되어 있어서 런던에서 연말을 보낸 후 여유롭게 귀국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생활했던 기숙사는 Kings Cross 역과 Mornington Crescent 역 사이에 있어서 지하철을 타기 위해서 10분 정도 걸어야 했습니다. 대형마트와 한인마트, 캠든마켓이 도보 10-15분 이내에 있어서 불편함 없이 생활했습니다. 기숙사 구성원은 신입생과 교환학생으로 이루어져 활기찬 분위기였습니다. 제 방은 6명이 공용 주방을 사용하고 각자 화장실 딸린 single room을 사용하는 형식이었습니다. 방문을 열면 긴 복도에 A부터 F까지 6개의 방이 있으며 복도의 끝에 주방으로 들어가는 문이 있습니다. 방음이 잘되지는 않았지만, 룸메이트들끼리 예의를 지키며 생활하여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으며, 개인 화장실이 있어서 편했습니다. 공용 세탁실이 있었지만, 세탁기와 건조기 수가 부족하여 불편함을 조금 느꼈으며, 여가를 위한 휴게실과 공부할 수 있는 스터디룸이 있어서 알차게 활용하였습니다.
3. 파견 대학 지불 비용(student fee, tuition fee, 기숙사 비용 등)
서울대학교에 해당 학기 등록금을 내면 UCL에 추가적으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발생하지 않으며, 파견대학에는 기숙사 비용만 지불하면 됩니다. 10월 중순쯤 기숙사 비용 지불 관련 이메일이 왔으며, flywire을 통해 지불하면 됩니다. 원화를 파운드화로 환전하여 지불해야 하는 줄 알았으나, flywire에서 알아서 한국 원화로 지불하도록 안내되어 있습니다. 은행 송금 시 765만 원인데 신용카드 결제 시 794만으로 큰 차이가 있어서 은행 계좌로 전액 송금하였습니다.
4. 기타 유용한 정보
출국 전 보험과 결제 수단을 미리 준비해야 합니다. 보험의 경우 저는 삼성화재에서 글로벌케어보험에 가입했습니다. 영국 입국 전 유럽 여행을 계획했기 때문에 8월 말 출국부터 1월 초 입국까지 약 4개월에 대해 보험을 가입하였습니다.
결제 수단의 경우 트래블 로그 카드를 발급받아서 사용했습니다. 환율이 저렴할 때마다 조금씩 충전해두면서 사용할 수 있어 좋았고, 환전 수수료가 없는 것이 큰 장점이었습니다. 다만, 인터넷 결제 시 인증이 필요할 때가 있는데 인증수단을 한국에서 미리 준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한국 번호로 ARS 인증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저는 하나pay를 통해 인증을 그때그때 했고, 인증이 되지 않는 경우에만 신용카드를 사용하였습니다. 다른 학우들도 트래블 로그 혹은 트래블 월렛 카드를 발급받아 사용했습니다. 한편, 파운드화 송금 시에는 Paypal을 사용하였는데, 트래블 로그 카드를 연동해두고 상대방의 전화번호를 입력하여 카카오페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송금했습니다. 다만 Paypal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과는 거래가 불가능하고, 수수료가 붙는 경우도 있어서 만약에 외국인 친구들과 거래할 일이 많을 것 같다면 모바일로 계좌 개설이 가능한 Monzo 앱을 활용하거나 현금을 여유 있게 챙겨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IV. 학업
1. 수강신청 방법
이전 학기까지는 이메일로 수강 희망 강좌를 제출하면 학교 측에서 배정을 해주었으나, 이번 학기에는 수강신청 사이트에서 강좌를 직접 신청해야 했습니다. 우리나라처럼 1분만에 모든 강좌가 마감될 정도는 아니지만 선착순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저는 BASc(Arts and Science) 학부로 파견되었기 때문에 수강 가능한 4개의 모듈 중 2개 이상 BASc 강좌를 들어야 했습니다. BASc 과사에서 신청 가능한 모듈 목록을 파일로 정리하여 이메일로 보내주어서 참고하였으며, 타 학부 전공수업과 강의계획서 등과 관련한 정보는 수강신청 사이트에서 찾아보았습니다. 며칠간 시간표를 짜본 끝에 저는 BASc 모듈 2개, 경제학 모듈 1개, 예술 관련 모듈 1개를 듣기로 계획하였습니다. 그런데 수강신청 당일 시간에 맞추어 신청 버튼을 눌렀으나 계속해서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몇 시간을 기다린 후 학교 측에서 수강신청에 문제가 발생하였으니 수강희망 강좌를 적어서 이메일로 제출하면 직접 신청을 해주겠다고 메일이 왔습니다. 곧바로 답장을 보냈고, 다행히 원하는 강좌가 모두 신청되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으로 수강이 확정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타 전공 수업의 경우 승인을 받아야 했는데, 경제학과의 경우 경제학 전공 교환학생들의 수가 상당히 많아서 이들을 먼저 배정해준 후 타과 전공 교환학생들을 배정해주는 바람에 몇 주 동안 승인 대기 상태였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모든 강의가 수강확정 되었지만,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경제학 모듈은 교수님의 강의가 흥미롭지 않았고, 예술 강의는 예상보다 이론 관련 내용이 많았고, 수강 학생들 모두 기본적인 배경지식이 많아서 수업에 따라가는 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개강 첫 주에 두 강의를 수강취소한 후 수강인원이 남아있는 BASc 모듈 중 서울대에서의 전공과 내용과 유사한 모듈을 신청하여 총 모듈 3개를 수강하였습니다.
2.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저는 파견된 학부인 BASc에서만 3개의 모듈을 수강했습니다.
1) Approaches to Global Politics
모듈 이름에서 알 수 있다시피 국제정치학개론과 유사한 강의입니다. 초반부에는 국제정치학 이론을 다루며, 이후에는 보다 실증적인 접근을 통해 세계화, 빈부격차, 젠더, 보건, 환경 등 다양한 주제에 관한 수업이 진행되었습니다. 교수님이 중국 정치 전문가인 미국인이셔서 미국인의 시각으로 본 중국에 관한 설명이 흥미로웠습니다. 세계 2차대전 이후 성장한 아시아 국가들 관련된 예시로 대한민국이 등장하는데, 우리나라가 외국에서 비춰지는 모습을 알게 되어 신기했습니다.
수업은 강의 1번, 세미나 1번으로 진행되었고, 세미나는 수강인원을 넷으로 나누어 15명 정도의 그룹으로 모여서 조교님께서 해당 주차의 수업 내용을 복습하고 리딩 자료에 관한 질문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세미나 시간에는 리딩 자료가 주가 되다 보니 미리 올려주신 논문들을 읽어오는 것이 필수적이었습니다. 교환학생들이 많이 수강한 모듈이었기 때문에 세계 각국의 학생들과 토론하면서 다양한 시각을 공유할 수 있어서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평가는 총 2번의 레포트로 이루어졌으며, 학기 중에 제출하는 1,000단어 정책 보고서와 종강 이후 제출하는 2,000단어 분석 보고서였습니다. 두 보고서 모두 정해진 형식 안에서 자유롭게 주제를 선정하여 작성하면 되며, 저 같은 경우에는 한국 관련 주제로 글을 작성하였습니다. 서울대에서는 정치학 강의를 들을 기회가 없었는데, 교환학생을 통해 다양한 학생들과 국제정치를 논의해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2) Psychology in the Real World
심리학 관련 내용을 이론 차원에서만 설명하기보다는 현실에서 발생하는 정신질환과 심리 관련 이슈들을 다루는 흥미로운 수업입니다. 정신병리, 발달장애, 범죄, 잠, 교육심리 등 다양한 주제를 폭넓게 다룹니다. 매주 다른 주제로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았고, 정신질환을 앓았다가 회복한 분이 오셔서 자신의 경험에 관해 강연한 수업은 특별했습니다. 수업 중간중간 수업내용 관련해서 질문을 던지고 주변에 앉은 학우들과 토론하도록 시간을 주는데, 민감한 주제들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고 회화 실력도 기를 수 있었습니다.
이 강의는 따로 세미나 없이 2시간 강의만 있었고, 평가는 종강 이후 제출하는 2,500단어 보고서 하나로 이루어졌습니다. 수업 내용 관련하여 자유롭게 서술하면 되지만, 레퍼런스 관련 규정이 엄격해서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심리학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재미있게 수강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3) Urban Inequalities and Global Development
도시지리학 관련 내용 중 특히 도시의 불평등 문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젠트리피케이션, 주거문제, 환경 문제 등을 다룹니다. 학기 후반부에는 도시 발전 계획과 정책에 관해서도 강의가 이루어졌습니다. 대부분 제3세계 도시들을 사례로 제시하였으며, 교수님이 남미에서 오셔서 그런지 브라질, 페루 등 남아메리카 도시들을 예시로 자주 가져오셨습니다. 다른 수업과는 달리 현장답사를 한 번 진행하였습니다. Kings Cross와 Somers Town 지역 일대를 둘러보며 도시재생 사업의 현황과 불평등의 모습을 눈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평가의 경우 중간 과제와 2,000단어 기말 보고서가 있었는데, 중간 과제를 수행했던 과정이 기억에 남습니다. 4인으로 구성된 팀 프로젝트였는데, 저희 팀은 답사지역 중 Kings Cross 일대의 환경 문제 및 불평등과 관련하여 15분 프레젠테이션을 녹화하여 제출해야 했습니다. 환경 정책 관련해서 자료를 탐색하고 PPT와 영상까지 만들어야 하는 힘든 작업이었지만, 열의 있는 팀원들과 함께 해서 즐거웠던 기억이 더 많습니다. 세미나 시간 외에도 따로 만나서 각자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아이디어를 나누었고, 파트를 넘나들면서 프로젝트의 완성도를 위해 모두가 노력했던 경험이 뜻깊었습니다. 학생의 참여를 많이 요하는 수업이어서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었지만, 그만큼 얻어가는 게 많기 때문에 지리학 혹은 도시문제에 관심이 있으신 분에게 굉장히 흥미로울 것입니다.
3. 학습 방법
수업에 잘 따라가기 위해서는 리딩자료를 미리 학습하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여행 일정 등으로 인해 리딩을 소홀히 했을 때 수업, 특히 세미나에 따라가는 것에 어려움을 느껴서 시간이 부족한 경우 내용을 대충 훑고라도 가려고 노력했습니다. 발표에는 자신감도 중요하지만, 일단 내용을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번역기를 활용하면서 리딩 내용을 파악하고자 했고, 세미나 때 발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공부한 내용을 써먹으려고 했습니다. 교환학생의 목적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결국 대학생의 본분은 공부이기 때문에 학업적인 측면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어느 정도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것은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읽기와 말하기 외에도 영문 작문 능력도 많이 향상할 수 있었습니다. 시험 없이 모두 에세이로 평가가 이루어져서 여러 편의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영어 논문도 많이 참고하고, 원하는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단어를 선택하는 데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평가에 반영되지 않는 짧은 글쓰기나 발표도 교수님과 주변 친구들의 피드백을 찬찬히 읽어보고 반영하면서 영어 실력을 기를 수 있었습니다.
4. 외국어 습득 요령
영어로 수업을 듣고, 발표하고, 과제를 하는 것은 마음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교수님과 학우들이 빠르게 말하는 것을 따라가기 어려웠고, 학술적인 단어들도 많아서 전반적인 맥락만 유추할 뿐 정확하기 이해하지 못한 적도 많았습니다. 수업마다 강의 시간 외에 학생들의 토론을 유도하는 세미나 시간이 따로 있었는데 저에게 발표시키면 말을 제대로 못 하면 어쩌지 걱정도 되었고, 다른 사람들이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할까 봐 두려웠습니다. 게다가 영국에 오기 전 예상과 달리 영국인 교수님들은 많지 않았고, 세계 각국에서 오신 교수님들이 강의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남미에서 오신 교수님의 강의를 하나 듣게 되었는데, 처음 들어본 악센트에 크게 당황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교환학생을 온 목적 중 하나가 영어 회화 실력을 향상하고, 학술적인 상황에서도 영어를 막힘없이 사용하도록 연습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심적 부담감은 있었지만 한 발짝 한 발짝 나아가 보았습니다. 어려운 단어의 경우 Moodle에 올라온 리딩 자료를 미리 읽으면서 잘 모르는 단어의 뜻을 찾아보고 적어놓은 후 수업 시간에 그 단어가 나왔을 때 확인하면서 극복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학술적 말하기의 경우 제 실력과는 상관없이 최대한 부딪혀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세미나 시간에 먼저 말하기 싫어서 모른 척 조용히 있던 적도 있으나, 한 수업마다 최소 2번 이상은 발표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아는 내용이 있을 때는 의견을 표출하려고 했습니다. 3분 발표를 잘하기 위해서 대본을 작성 후 기숙사에서 계속 연습하면서 긴장한 상태에서도 입에서 단어가 튀어나올 수 있도록 했습니다. 팀프로젝트 또한 많은 도움이 되었는데, 팀원들과 WhatsApp으로 영어로 대화하고, 만나서도 프로젝트에 대해 계속 영어로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럽게 실력을 향상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생소한 억양의 영어에 대해서는 계속 유심히 들으면서 익숙해지려고 했고, 일부러 다양한 인종과 국적의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몸으로 습득하고자 했습니다.
일상 회화의 경우 따로 공부하거나 연습하지는 않았고, 외국인 학생들과 수없이 대화하면서 저절로 늘었습니다. 두려움 없이 마주하는 사람들에게 먼저 말을 걸면서 대화했고, 관심 있어 할 만한 주제를 먼저 제시하면서 대화를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또한, 기숙사 룸메이트들과 대화를 많이 했었는데, 영어권 국가에서 온 친구도 있고 저처럼 영어가 외국어인 친구도 있어서 다같이 영어로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큰 공부가 되었습니다. 교환학생 후반부에 펍에서 맥주 마시면서 몇 시간 동안 막힘없이 이야기를 나눈 후 잠들기 전 뿌듯함을 느꼈던 기억이 납니다.
교환학생을 다녀오면서 영어에는 정해진 표준이 없다는 것을 가장 크게 느꼈습니다. 미국식 영어, 영국식 영어가 기준이고 이러한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올바른 것이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어떤 억양으로 말을 하더라도 말만 통하면 문제없다는 것입니다. 수많은 국가에서 온 사람들이 각자만의 방식대로 영어를 사용하면서 상호작용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영어 발음을 완벽하게 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의 텍스트와 상호작용하는 상대방에 더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5. 기타 유용한 정보
기말 보고서에 관해 학기 중에 교수님 혹은 조교님과 약속 시간을 정하고 면담을 할 수 있습니다. 보고서의 주제, 내용, 형식 등 궁금한 부분을 답변해주시고 대략적인 첨삭도 가능하니 꼭 활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대면 면담할 시간을 내기 어렵다면 이메일로도 피드백 받을 수 있습니다.
V. 생활
1. 가져가면 좋은 물품
파견보고서들에서 반드시 챙겨 가야 할 물품으로 밥솥과 전기장판을 많이 추천했었는데, 저는 기숙사 입주 전 Unikit으로 주문했었고 파견기간 동안 잘 써서 한국에서 가져갈 필요성은 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한인 마트 ‘Oseyo’가 기숙사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있어서 일반 마트에서 살 수 없는 한식 재료는 여기서 구매했고, 간장, 쌈장, 참기름 등 모든 소스도 갖추어져 있어서 런던 생활 초반에 먹을 한식 정도만 챙기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미역국과 육개장 등 여러 종류의 블록국을 챙겨갔는데, 국을 끓이기는 귀찮지만 제대로 차려 먹고 싶을 때 잘 이용했습니다. 수저도 팔기는 하지만, 수저통과 함께 챙겨 가면 여행 시에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어 추천합니다.
유럽의 화장실은 한국과 달리 건식입니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화장실 용품들을 구하기 쉽지 않아서 화장실 슬리퍼와 화장실 발판은 챙겨 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또한, 유럽 수건들은 대체로 크고 먼지가 많이 날려서 불편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수건을 많이 챙겨가면 좋습니다.
저는 화장을 하지 않아서 화장품은 따로 챙기지 않았고, 선크림, 클렌징폼, 로션은 여유분을 많이 챙겨서 잘 썼습니다. 대부분의 화장품은 Boots에서 구매할 수 있지만, 주변에서 화장 지우는 용품은 한국이 최고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세안용품과 자신에게 꼭 필요한 화장품은 넉넉히 챙겨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저는 국제소포로 옷을 많이 챙겨 갔었는데, 가져갈 때는 많아 보였지만 런던 생활을 하면서 초가을 날씨부터 한겨울 날씨까지 다양한 날씨에 맞는 옷이 필요하다 보니 모든 옷을 다 잘 입었습니다. 자라, H&M, Primark 등 스파 브랜드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옷을 구매할 수 있지만, 마음에 드는 옷이 없거나 가격이 저렴하면 옷의 퀄리티가 좋지 않은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서양인의 사이즈에 맞춰져 있다 보니 우리와 같은 동양인에게 맞는 사이즈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바지는 허리와 허벅지가 맞으면 기장이 지나치게 길 때가 많아서 반드시 여러 벌을 준비해가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나마 동양인 사이즈에 잘 맞는 유니클로는 똑같은 옷이 한국보다 1.5배~2배 비싸서 히트택 등도 미리 사 가는 것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서울대 굿즈를 챙겨 가서 기숙사 퇴거 전 룸메이트들에게 선물로 나누어주었습니다. 친구들이 굿즈를 받으면서 굉장히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 혹은 서울대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선물을 준비해가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2. 현지 물가 수준
런던은 세계에서 가장 물가가 높은 도시 중 하나입니다. 집 밖에 있으면 걷는 것 빼고는 다 돈이 많이 든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교환학생 생활을 하면서 현지 물가 수준을 가장 많이 체험하는 부분은 주거비와 식비입니다. 기숙사비는 앞에 기술했다시피 서울대 기숙사의 10배, 서울대입구역 월세의 3~4배가 들 정도로 비쌉니다. 다음으로 식비의 경우 세분화해야 하는 게 외식비는 비싸지만 식재료는 그렇게 비싸지 않습니다. 외식하면 기본 20파운드가 나오며, 맥도널드나 푸드트럭에서 간단히 사 먹어도 10파운드는 넘게 나옵니다. 매끼 2~3만 원을 지출하는 것은 생활비 측면에서 큰 부담이 됩니다. 다만 마트에서 장을 보게 되면 비용을 많이 절감할 수 있습니다. 빵, 고기 등 대부분의 음식이 한국보다 싸며, 특히 채소와 과일이 한국보다 훨씬 싸서 균형 있는 식사를 위해 많이 챙겨 먹었습니다. 그래서 기본 재료는 Tesco, Sainsbury’s, Aldi 등 현지 마트에서 구매하고 한식 재료만 Oseyo에서 사서 한식을 많이 해 먹었습니다. 덕분에 교환학생 동안 영어 실력 외에 요리 실력도 많이 늘었습니다. 기숙사 룸메이트들도 저처럼 밥을 해 먹으면서 돈을 아끼고 아낀 돈을 여행에 투자했는데, 이러한 생활패턴으로 인해 평일 저녁에는 밥을 해 먹는 사람들로 공용 주방에 북적였고 주말에는 다들 놀러가서 기숙사가 비어있는 웃긴 상황이 반복되었습니다.
3. 식사 및 편의시설 (식당, 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식사는 대부분 기숙사에서 해 먹었고, 약속이 있거나 런던 시내에서 놀 때 외식했습니다. 저는 커피를 마시지 않아서 Pret 정기권 구독을 하지 않았지만, 주변 친구들은 많이 이용하는 것 같았습니다. 간단하게 식사할 때는 아침에는 바나나를 많이 먹었고, 점심으로는 캠퍼스 내외에 위치한 푸드트럭에서 빠에야나 인도식 랩을 포장해가거나 기숙사 근처 도미노 피자에서 50% 할인된 가격으로 포장해서 먹었습니다. 사람들은 영국 음식은 맛이 없다는 통념을 가지고 있는데, 반은 맞고 반을 틀렸습니다. 영국 음식 자체는 맛이 뛰어난 편이 아니지만, 런던은 다문화 도시여서 다양한 국가의 식문화가 잘 발달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음식을 시도해보자고 다짐했었고, 실행에 옮겼습니다. 영국 대표 음식은 피쉬앤칩스도 맛있게 먹었고, 이탈리아, 스페인, 중국, 일본 태국, 베트남, 인도, 멕시코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기숙사 룸메이트들과 자신의 모국 음식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진행했었는데, 인도계 호주인 친구가 데려간 인도 식당, 한식당에서 함께 먹은 비빔밥, 네덜란드 친구가 직접 만든 더치 팬케이크가 기억에 남습니다. 한국인 친구들과 약속이 있을 때는 한식당에 방문하거나 차이나타운에 있는 한국 술집에 갔습니다. 소주 가격이 12파운드이기 때문에 손을 벌벌 떨면서 마셨던 기억이 납니다. 한국에서는 아직 대기 줄이 긴 Five Guys를 대기 없이 편하게 먹었던 것도 좋았습니다. 펍의 국가인 영국에서 맥주를 매우 좋아하는 저는 물 만난 물고기였습니다. 친구들과 맥주 한 두 잔 마시면서 몇 시간씩 대화를 나누기도 했고, 축구 경기가 있는 날 유니폼을 입고 펍에 방문하여 영국인들과 함께 응원하는 즐거운 경험을 했습니다. 영국에서만 파는 에일 맥주인 Neck Oil이 입맛에 잘 맞아서 많이 마시기도 했고, 주변에도 추천을 많이 했었는데, 영국에 가면 꼭 마셔보시길 바랍니다. 스콘과 홍차도 맛있어서 자주 경험했고, Miel Bakery의 빵을 좋아했습니다.
의료의 경우 기숙사에 입주하면 GP 등록 안내를 받고, 신청을 통해 GP를 배정받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진료받기 위해서는 수개월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저희에게는 사실상 유명무실한 제도입니다. 그래서 저는 위급상황에 대비하여 한국에서 미리 처방받은 약과 상비약 등을 많이 챙겨 가서 아플 때마다 혼자 해결했습니다. 다친 적은 없어서 다행이었지만, 만일 사고를 당한다면 응급실에 간 후 보험사를 통해 비용처리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한편, 12월쯤 교정 유지 장치 일부가 손상되어서 곤욕을 치른 적이 있습니다. 급하게 인터넷에서 알아보다가 런던 근교 한인타운인 뉴몰든에 있는 교정 전문 치과를 예약해서 진료를 받았습니다. 한국보다 훨씬 비쌌지만, 귀국하려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저는 따로 영국 계좌는 만들지 않았고, 트래블 로그 카드와 Paypal을 이용했습니다. 대부분 카드를 사용하기 때문에 그때그때 파운드만 충전해서 사용하면 문제가 없었고, 가끔 환전해 간 현금을 사용했습니다. 주변에서 Monzo 계좌를 만든 경우도 있었습니다.
교통의 경우 런던 내에서는 Oyster card를 사용했고, 다른 도시를 여행할 때는 Railcard를 구매하면 기차 예매 시 33.3% 할인을 받았습니다. 게다가 Railcard를 Oyster Card에 연동하여 지하철 이용 시 33.3% 할인 혜택을 받았습니다. Oxford, Cambridge 등 런던 근교와 에딘버러를 갈 때 기차를 많이 탔기 때문에 돈을 아낄 수 있었고, 지하철 할인도 함께 받을 수 있어서 합리적이었습니다. 한편, 기숙사에서 학교로 통학할 때 거리가 애매해서 도보로 30분이지만 버스나 지하철을 타도 20~25분 걸렸습니다. 통학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저는 Santander Cycle을 이용했습니다. 따릉이와 비슷한 자전거 대여 서비스이며, 매달 20파운드를 내고 무제한으로 탈 수 있었습니다. 학생들이 붐빌 때는 캠퍼스 내 자전거 보관소가 꽉 차 있어서 빈 곳을 찾아 빙빙 돌아다닌 적도 있긴 하지만, 통학 시간을 10분으로 줄여주어 삶의 질을 높였습니다. 날씨가 좋을 때는 자전거 타는 것 자체도 재미있었기 때문에 여러모로 유용한 소비였습니다.
통신의 경우 한국에서 giffgaff 유심을 주문했지만, 출국일 전까지 유심이 배송되지 않아 유럽 여행 시에는 데이터 로밍을 활용했고, 런던에 도착해서는 기숙사 입주 선물로 주는 giffgaff 유심으로 매달 10파운드짜리 monthly plan을 가입해서 사용했습니다. 기숙사에서 와이파이가 잘 터져서 데이터의 부족함은 없었습니다. 영국 외 지역에서는 EU 국가에서만 매달 데이터 로밍이 5GB까지 가능해서 짧게 여행을 다닐 때는 로밍을 사용했고, 일주일 이상 떠났던 동유럽 여행 때는 E-심을 구입했습니다. 한국에서 사용하던 유심은 정지시킨 후 문자 수신만 신청하여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였습니다.
4. 학교 및 여가 생활 (동아리, 여행 등)
학기 초반 교환학생들을 위한 행사에서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습니다. 학교 차원, 학과 차원 외에 기숙사에서도 행사가 있어서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고 교류할 수 있었습니다. 정해진 형식 없이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어야 하기 때문에 개인의 역량이 중요합니다. 선상파티와 학교에서 개최한 클럽 행사에 참여한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한국과 달리 클럽이 춤추고 노래 부르려고 가는 곳 느낌이 강해서 친구들과 건전하게 놀기에 좋았습니다.
학교에서는 중앙 도서관과 Student Centre에서 공부할 수 있고, 우리나라의 과방과 비슷하게 학과마다 Common Room이 있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도서관은 거의 가지 않았고, Basc common room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거나 공강 시간에 과제를 했고, 여기에서 팀플도 했습니다.
학기 초에 동소제처럼 이틀 동안 동아리 부스들을 돌아다니면서 동아리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스포츠부터 인종, 예술, 학술동아리까지 다양한 동아리가 있습니다. 테니스 동아리 taster session에 참여해서 체험해보았지만, 동아리 회비가 1년 기준이어서 가격이 부담되었고 테니스장에서 기숙사에서 40분 거리에 있어서 가입하지는 않았습니다. 평소부터 관심 있던 ESG 관련 동아리에 가입하여 강연과 워크샵에 참여하였습니다. 교환학생 기간이 1년이었다면 프로젝트 등 더 다양한 활동에 참여할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한편, 저는 우연한 계기로 UCL 한인 축구 동아리에 가입하여 3개월 동안 활동하였습니다. 매주 수요일 공원 내 천연잔디 구장에서 훈련을 하고 미니 게임을 하면서 영국의 생활축구 인프라에 감탄하였고, 한국인 국제 학생들과도 교류할 수 있었습니다. 영국에서 태어난 교포와 한국에 살다가 유학한 친구들이 있었는데, 타지에서 한국인을 만나 반갑기도 했고 저와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 즐거웠습니다. 저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런던 내 타 학교 한인 축구팀들과 리그전도 매년 진행한다고 하여 런던 내 한인 커뮤니티가 활성화되어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교환학생의 가장 큰 목적 중 하나가 여행이었기 때문에 저는 최대한 시간을 내서 다양한 곳을 여행하였습니다. 날씨가 좋을 때 여행하고 싶어서 개강 전 이탈리아, 프랑스 니스, 스페인을 여행했고, 학기 중 1주일간 방학인 리딩위크를 활용하여 밀라노와 파리를 여행했습니다. 런던은 저가항공 노선이 많기 때문에 평일 밀라노 왕복 가격이 5만 원대일 정도로 저렴하여 2박 3일 정도의 짧은 여행도 용이했습니다. 교환학생 기간이 아니면 영국 북쪽은 갈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 공강을 활용해 스코틀랜드의 수도인 에딘버러에도 다녀왔습니다. 학기 중간중간 주말을 활용해 기차를 타고 옥스퍼드, 케임브릿지, 길퍼드 등 국내 여행을 했습니다. 당일치기도 충분해서 아침 일찍 출발했다가 알찬 하루를 보낸 후 밤에 돌아왔습니다. 12월 중순 종강 이후에는 체코, 독일, 오스트리아, 헝가리를 돌아다니는 동유럽 여행을 했는데,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크리스마스 마켓이 도시마다 예쁘게 열려있어서 마켓을 구경하고 특색 있는 컵들을 구매하면서 행복하게 여행했습니다.
많은 곳을 여행 다니기 위해서는 시간과 돈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저는 남유럽 여행의 경우 출국 3개월 전부터 계획했었고, 이후의 여행들은 학기 초에 대부분 일정을 정하고 동선을 계획하였습니다. 교통편과 숙박은 일찍 예매할수록 싸기 때문에 미리 계획을 세우면서 예약까지 진행한다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금전적인 부담을 줄이고 여행 가서 식비와 기념품 구매에 조금 더 많은 돈을 쓸 수 있습니다. 교환학생은 짐을 많이 들고 다니지 않으면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여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만큼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5. 안전 관련 유의사항
예상보다 런던에서 안전 문제를 크게 느끼지는 않았지만, 몇 가지 유의해야 할 사항들이 있습니다. 먼저, 소매치기를 조심해야 합니다. 길을 걷다가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탄 사람이 휴대폰을 낚아채 가는 경우가 있는데, 실제로 주변에서 이와 같은 방식으로 휴대폰을 도난당한 적이 있어서 조심해야 합니다. 카페나 식당에서도 귀중품을 두고 자리를 비우면 안 되고, 항상 소지품 관리를 신경 써야 합니다. 인종차별은 거의 발생하지 않았지만, 간혹 이상한 중국어와 같은 말을 하면서 접근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럴 때는 무시하는 것이 상책입니다. 마지막으로, 소호와 차이나타운 등 번화가는 밤에도 밝고 사람이 많아 괜찮았지만, 기숙사 근처의 캠든 지역이나 런던 외곽 지역은 낙후된 곳이 많아 범죄 발생 확률이 높고 밤에는 가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6. 기타 유용한 정보
UCL에서 교환학생 파견을 확정받으면 학교 이메일 계정을 주는데, 그 계정을 이용해 영국 아마존을 가입하면 6개월간 아마존 프라임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쿠팡와우와 비슷한 개념으로 무료 배송, OTT 이용 등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어서 교환학생 생활에 큰 도움이 됩니다. 식료품 외에 생필품은 아마존에서 많이 샀습니다.
한국 귀국 직전 짐을 싸다가 캐리어가 부족해서 아마존으로 주문했지만, 연말에 배송 지연 문제로 인해 캐리어가 예정된 날짜에 오지 않았습니다. 급하게 캐리어가 필요했지만, 온라인 주문은 배송이 늦었고, 오프라인 매장들은 캐리어 가격이 너무 비쌌습니다. 그런데 primark에서 품질이 괜찮은 캐리어를 50파운드에 구매할 수 있었고, 모든 짐을 다 챙겨서 무사히 귀국할 수 있었습니다. 혹시나 캐리어 파손이나 분실 등으로 인해 캐리어가 급하게 필요하다면 primark에 방문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런던으로 교환학생 오게 되면 누구나 손흥민이 뛰는 경기를 직관하고 싶을 것입니다. 저 역시 손흥민 직관이 버킷리스트에 있었습니다. 프리미어리그 경기 티켓 구매는 직접 공식 홈페이지에서 구매하거나 티켓 대행 사이트 혹은 여행사 어플을 통해 구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런데 대행을 통해 티켓을 구하게 되면 일반 티켓 가격의 2~3배 이상을 내야 해서 큰 부담이 됩니다. 공홈에서 티켓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연간 멤버십을 구매해야 하며, 구단마다 5만 원~10만 원 정도로 편차가 발생합니다. 교환학생으로서 런던 여행을 와서 한 경기만 보고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런던에 거주하면서 몇 경기를 관람할 수 있기 때문에 저는 멤버십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멤버십을 구매했습니다. 좋아하는 팀인 첼시 멤버십을 먼저 구매했는데, 첼시는 수용인원이 적어서 멤버십이 있어도 리그 경기 예매가 어려웠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예매가 쉬운 토트넘 멤버십도 구매했습니다. 이를 통해 첼시 홈구장에서 3경기, 토트넘 홈구장에서 4경기, 런던에서 총 7경기를 직관할 수 있었습니다. 한 경기 한 경기가 정말 실감나지 않을 정도로 재미있었고, 누구도 쉽게 할 수 없는 최고의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Ⅵ.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참가하기 전 기대 반 걱정 반이었습니다. 새로운 환경에서의 생활이 재미있을 것 같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교류하는 것이 기대되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내가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도 많이 되었습니다. 가족과 친구들과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 외로움을 겪을 때도 있었고, 한식이 그립거나 런던 물가의 무시무시함을 느낄 때 집에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정말 좋은 친구들을 만나면서 많은 추억을 쌓을 수 있었고, 한식을 직접 해 먹으면서 향수병을 극복하였습니다. 한국에 있는 가족, 지인들과 계속 연락하고 영상통화 하면서 함께 있다는 느낌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혼자 있기보다는 일부러 공용 주방에 가서 룸메이트와 대화하고 밖에 나가서 걸어 다니면 외로움을 느낄 새가 없었습니다.
학업적인 측면에서도 많이 배운 시간이었습니다. 불과 3개월이지만 세계 최고의 대학에서 공부하면서 이곳의 구성원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았고, 열정적인 교수님들과 치열하게 살아가는 학우들을 보면서 동기부여를 많이 얻었습니다. 다양한 진로와 꿈을 가진 친구들과 대화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었고, 한국에서 머물기보다는 세계를 무대로 미래를 디자인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여유로움 또한 배웠습니다. 한국에서는 뭐든지 빨리빨리 해야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강하고 뒤처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커서 미래에 대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그런데 젊을 때 많이 도전해야 한다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조급함을 가지지 않고 다양한 경험을 쌓아가면서 진로를 향해 나가는 주변 사람들을 보면서 여유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대신 젊을 때 다양한 경험을 하고 나의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열정적으로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교환학생 생활을 통해 런던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다문화 도시이지만 질서와 포용이 있었고, 도시 전반에 활기가 느껴졌습니다. 하루종일 비가 오는 날도 있었지만, 파견 초기에는 맑은 날이 이어져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행복했고 비가 와도 1~2시간이면 그쳐서 맑은 날씨를 훨씬 많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좋은 날씨와 함께 어우러진 풍부한 볼거리와 먹거리, 즐길거리는 교환학생 생활을 행복으로 가득 채워주었습니다. 단 한 순간도 교환학생 생활을 후회하지 않으며, 교환학생은 저에게 축복과도 같았습니다. 지금 교환학생을 고민하고 있다면, 고민하지 말고 당장 신청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