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파견 동기
새로운 세상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동경이 있었습니다. 서울대학교에서 3년 반 동안이나 수학해왔지만 좋은 학우들, 좋은 학습환경에 둘러싸인 스스로가 우물 안 개구리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교환학기를 보내다 온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고 전에는 심드렁하게 느껴졌던 그들의 이야기가 어느 순간 낭만적으로 들렸습니다. 나도 어쩌면 새로운 장소를 경험하고 넓은 사고를 가진 사람이 될 수 있겠구나라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만약 교환학생을 가게 된다면 졸업을 1년정도 미뤄야 하는 상황이었으나, 사회에 나가면 더 다양한 인간군상들을 만나게 될 텐데 살아온 배경과 나라조차도 다른 외국인들과 어울리며 교류하는 경험을 쌓으면 이후의 제 삶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았습니다. 결국 졸업을 1년 미루고서라도 교환학생을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 파견대학/지역 선정 이유
교환학생을 신청하면서 파견지역 후보들 중에서 많이 고민했습니다. 사실 그 전부터 마음에 두고 있던 지역이 있었는데 그곳은 바로 미국이었습니다. 전에는 서양보다는 동양나라들에 더 흥미가 있었습니다. 중국, 홍콩, 일본같은 나라들이 더 친숙하고 그들이 만들어낸 문화와 콘텐츠가 저에겐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미국을 선택한 이유는 샐러드볼처럼 다양한 문화가 혼재된 장소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동양은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떠날 수 있지만 미국은 비자까지 받아야 하고 여행비도 상상 이상으로 비쌉니다. 미국으로 떠나 그 문화를 1학기라는 긴 시간동안 경험할 수 있는 기회는 이번 교환학기 뿐이다! 라는 생각이 들어 미국을 자신 있게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을 선택하고 나서 해당 학교들의 웹사이트도 들어가보면서 비교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미국 지역 중에서도 서부와 동부는 정말 멀리 떨어져 있는데 막 문화가 꽃피고 있는 서부도 흥미로웠지만 오랜 시간 미국의 수도가 위치해 있고 전 세계 문화의 수도지라고 불리우는 뉴욕이 자리한 동부가 좀 더 끌렸습니다. 동부 중에서도 뉴욕과 근접한 학교를 선택하고 싶었는데, 학비가 좀 더 쌌던 NC state university와 학비가 비싼 대신, 맨해튼으로 가는 기차역이 위치한 Stonybrook university 중에서 Stonybrook을 고르게 되었습니다. 파견 간 학교에서 무언가를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교의 여행지로 가서 많은 문화를 스폰지처럼 흡수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 파견대학/지역 특징
2-1 미국 동부의 특징
미국 동부는 정말 여행하기 좋은 곳입니다. 각 지역으로 놀러가려면 비행기를 필수로 타야 하는 서부와는 달리 기차나 버스로 충분히 동부의 지역들을 여행해볼 수 있습니다. 동부의 날씨는 사막 지역인 서부보다 훨씬 시원하고 우리나라와 비슷한 기온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계절이 있고, 겨울에는 우리나라보다 덜 춥습니다. 대신에 무척 건조해서 교환학생으로 가 있는 동안에는 촉촉함을 유지하려고 수분크림을 많이 바르고 물을 많이 마셨던 것 같습니다.
2-2 Stonybrook 대학의 특징
Stonybrook은 꽤 역사가 깊은 학교입니다. 그에 비해 시설이 굉장히 깨끗하고 부지가 넓어서 학교생활을 편하게 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자연풍경과 어우러진 교내를 즐길 수 있는데 서울대학교 특유의 관악산과 어우러진 정취를 좋아하는 서울대학생들이라면 Stonybrook의 풍경도 마음에 들어할거라고 확신합니다. Stonybrook 대학교는 표면상 뉴욕주에 위치해 있지만 사실은 롱 아일랜드라는 지역에 위치해 있는데, 롱 아일랜드는 <위대한 개츠비>가 쓰여진 고장인만큼 과거에 사교계가 주목했던 지역입니다. 그러나 현재는 많은 사람들이 맨해튼으로 몰렸기 때문에 꽤 한적한 시골마을이 되었습니다. 롱 아일랜드는 이름처럼 길게 뻗어 있는 섬인데 Stonybrook대학은 그 중에서도 가장 동쪽에 위치해 있습니다. 추운 겨울의 사랑을 다루는 영화 <이터널 선샤인>의 배경이 되는 몬탁 해변도 Stonybrook 대학에서 그렇게 멀지 않아 학교를 다니는 중에 마음만 먹으면 가서 영화 속 주인공처럼 거닐어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Stonybrook 대학은 글로벌 마인드를 키우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놀랍게도 한국에도 Stonybrook 학교가 있어 한국에서 많은 수의 학생들이 마지막 학년을 채우기 위해 미국에 있는 학교로 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대학의 교수님들도 외국 학생들에게 익숙해서 더 발언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기도 하고, 수업의 페이스도 조절해 주십니다. 교수님들의 국적도 다양한데 어떤 수업에서는 일본 출신의 교수님께서 수업해주시기도 하시고, 다른 수업에서는 베트남 출신의 교수님께서 수업해주시기도 하셨습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미국에 놀러가서 가장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이 중국인들인 만큼 학교 내 아시아권 학생들이 많습니다. Stonybrook 대학은 중점으로 두고 있는 과목이 공대나 자연대 계열입니다. 아쉽게도 미대생인 저로써는 학교 내 작업실이 없는 점이 아쉬웠는데, 다행히도 기숙사가 굉장히 넓어서 그 안에서 편하게 작업할 수 있었습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 비자 신청 절차
비자 신청... 말만 들어도 두렵고 귀찮습니다. 그 때문에 꽤 많은 교환학생들이 비자신청에 어려움을 겪고 심한 경우 3차, 4차까지 비자신청을 실패하는 경우도 봐왔습니다. 그렇지만 다음 단계를 차근히 밟아 나가고 교환학교를 같이 가는 친구와 논의해서 필요한 서류를 빼놓지 않는다면 한방에 통과하실 수 있습니다.
미국 비자신청은 미국 비자 사이트에 들어가셔서 신청하면 됩니다. 미국으로 넘어가 일하려는 사람도 많고, 유학을 가는 사람들도 많다 보니 블로그를 찾아보시면 유용한 정보를 많이 얻으실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여기에 간단히 절차를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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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s-160 온라인 비자 신청서 작성
이 비자 신청서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Ds-2019라는 Stonybrook 대학에서 보내주는 서류가 필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이 서류가 도착하기 전에는 비자사진을 찍어 두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비자 사진은 돈 들여서 찍지 말고 간단히 휴대폰 앱을 이용해서 찍는 걸 추천 드립니다. 비록 사진관에 가서 찍는 것만큼 예쁘게 나오진 않지만 어차피 비자사진은 흑백으로 나오니까 예쁘게 찍어도 범죄자같이 나옵니다... 앱으로 찍는 게 무료이기도 하고요. 그래도 Stonybrook 대학은 빨리빨리 서류를 보내주는 편입니다. 서류는 서울대학교의 교환학생을 전담하는 사무실에 도착해서 연락을 주시면 그걸 찾으러 가면 됩니다.
1-2 SEVIS fee 납부
이 비용은 환불이 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의해서 천천히 필요한 정보를 기입하세요. 그 다음이 정말 중요한데, 수수료를 납부했다는 확인서를 pdf 파일로 저장해야 합니다.
1-3 DS-160 작성
페이지가 많아 무척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급하게 하지 마시고 여유를 두면서 작업하시는 게 좋습니다. 주의할 점은 Application ID와 answer을 꼭 메모해야 하는 것입니다. 또한 자주 페이지 세션이 종료되므로 한 페이지에 오래 머무르지 마세요. 모든 절차를 마치면 pdf로 확인서류를 받아 두세요.
1-4 비자인터뷰 예약
한번 미국에 다녀와본 경험이 있다면 또 인터뷰를 받지 않아도 되지만 처음 가본다면 받아야 합니다. 비자 인터뷰를 잡기 위해서는 또 비자 신청 수수료를 납부해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아무리 교환학생으로 간다지만 비행기 값, 비자 값을 학교에서 부담해주지 않기 때문에 처음부터 드는 돈이 너무 많은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수 있겠습니다. 그렇지만 돈 쓰는 일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역시 자본주의의 나라이지요. 수수료를 납부하고 나서 계좌번호가 나오는데 그 번호 또한 다음 단계 인터뷰 예약시 꼭 필요한 번호이기에 메모하거나 캡처해 놓아야 합니다. 그 다음에는 빠르게 예약합니다. 늦게 신청할수록 성수기와 가까워지면서 밀리게 되니 서둘러서 신청하길 바랍니다.
1-5 인터뷰 후기
처음에는 정말 덜덜 떨었고 혹시 거절되면 어떻게 될까 하는 두려움에 밤잠을 설쳤습니다. 그러나 친구들의 후기를 들어보니 J-1비자인 경우에는 별 질문을 하지 않고 그냥 통과해준다는 말을 믿고 용기를 얻어 갔습니다. 취업비자를 얻으러 오신 분들과 나란히 줄을 섰는데 아침 8시부터 두툼하게 서류를 준비해 오신 분들을 보니 나의 고생은 별 것도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터뷰 준비중 블로그 후기를 보니 환하게 웃는 모습이 중요하다고 해서 맑은 미소를 장착하고 인터뷰에 임했습니다. 같이 웃어주더군요. 다행히도 바로 통과가 되었고 물어본 질문도 언제 졸업할 것인지, 한국으로 돌아와서 졸업할 것인지 정도밖에 없었습니다.
1-6 비자 수령
여권은 인터뷰 후부터 계속 대사관에 맡겨져 있는데요 다시 찾을 수 있는 건 비자를 수령할 때 입니다. 집으로 배송하는 선택지도 있었던 것 같지만 더 비싸서 공동으로 수화물을 받는 곳에서 받았습니다. 그날 기분이 정말 좋아서 드디어 미국에 간다는 실감이 났던 것 같습니다.
2. 숙소 지원 방법
Stonybrook 대학은 학비가 비싼 만큼 교환학생들 대부분은 기숙사 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교환학생 전용 기숙사동인 west apartment동이 있는데 그쪽에 대부분의 한국 교환학생들이 살았습니다. 숙소를 지원할 시기가 되면 메일로 연락이 오는데 그때 시기를 놓치지 말고 신청하면 됩니다. 숙소를 지원할 때는 원하는 룸메이트의 성별, 자신의 취미, 싫어하는 것 등등을 적을 수 있습니다. 다양한 인종이 모이는 곳이다 보니 더 세심하게 기숙사 배정을 해주는 것 같습니다. 만약 기숙사에 떨어질까 봐 불안해서 다 상관없다! 뭐든지 OK라고 적어버린다면 정말 룸메이트도 막 붙여주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일례로 한국에서 온 교환학생들 중에서는 밤 중에도 시끄럽게 하는 룸메들을 만나 힘든 생활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만약 기숙사가 되지 않는다면 OFF CAMPUS라는 곳에서 생활하게 됩니다. Stonybrook 전용 관할 구역이 있고, 동네도 정말 깔끔하고 치안 걱정이 전혀 없는 곳입니다. 다만 학교와는 많이 떨어져 있어 전용버스를 타고 등교하는 점이 힘들어 보였습니다. 숙소 비용은 초기에 1학기 비용을 한번에 지불하는데 그때 밀플랜도 같이 신청할 수 있습니다. Stonybrook대학은 주변에 식당이 많지 않고, 식재료를 살 수 있는 곳도 멀리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방이 포함되지 않은 기숙사에 배정이 된다면 밀플랜이 합리적입니다. 밀플랜에는 Stonybrook 내에 있는 푸드트럭, 던킨도넛, 서브웨이, 스타벅스, 학식, 쟈스민(아시안 식당)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밀플랜을 신청하더라도 개학 이후 일주일동안 고민할 시간을 줍니다. 그때 상황을 봐서 기숙사에 주방이 있고 요리할 수 있다면 밀플랜을 신청하지 않거나 혹은 밀플랜을 소액 신청해서 그때그때 충전하는 방법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대부분 교환학생들이 거주하는 WEST Apartment는 주방이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 파견 대학 지불 비용(student fee, tuition fee, 기숙사 비용 등)
Stonybrook대학에 내야 하는 비용의 종류는 교통비, 밀플랜, 기숙사비 건강보험비, 건강 카운슬링(보건소)비, 교환학생 비용 등이 있고 총 합해서 9272.13달러 정도 나왔습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정도 금액으로 책정될 것 같습니다. 여기엔 다만 밀플랜이 포함되지 않은 가격이고 이후 추가결제 되는 시스템입니다. 이것저것 한다면 대략 2000만원 정도를 생각하고 교환학생을 생각해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여기엔 보건소비용도 포함되어 있고 버스가격(Stonybrook 안에서 돌아다니는 버스), 프린트 가격 등 세세한 가격까지 포함되어 있으니 전부 즐기고 오시길 바랍니다. 저는 감기 걸렸을 때 약을 사 먹느라 거의 5만원 넘게 썼는데(미국은 약값이 비쌉니다.) 보건소에서 공짜로 약을 줬다는 사실에 땅을 치고 후회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18~20만원 정도 하는 가다실 주사도 여기서는 공짜로 맞춰줍니다. 혹시 아직 안 맞으신 분이라면 교환학생 왔을 때 이용하시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 기타 유용한 정보
학교 다닐 때 들어가는 돈 중에 기차비용이 있습니다. Stonybrook에는 독특하게도 멋진 기차역이 하나 자리잡고 있습니다. 지역상 롱 아일랜드 서쪽 끝에 브루클린과 맨해튼이 있고, 동쪽 끝에 Stonybrook이 있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버스를 타고 가는 건 정말 오래 걸려 출퇴근 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기차를 이용하는 것 같았습니다. 기차표 구매는 Train time이라는 앱을 이용합니다. 기차의 비용은 한번 갈 때 3만원 정도 왕복 비용이 드는데요, 거기서 off peak(출퇴근 시간이 아닐 때 기차를 타는 것을 의미합니다. 교환학기때 기차를 탈 때는 특수 경우를 빼고 대부분 off peak겠지요)를 선택하고 ten trip을 선택한다면 총 10번 탈 기차표를 한번에 살 수 있습니다. 따로 10표를 사는 것보다 더 저렴합니다. Stonybrook은 특성상 놀 곳이 정말 없습니다. 주변에 항구 마을이 있긴 한데 실버타운 같은 느낌으로 가끔 공기 쐴 때 놀러가는 곳 뿐이지 놀 만한 곳은 아니었습니다. 그 외 버스를 타고 갈 수 있는 target, smith heaven mall 등의 장소는 쇼핑을 하러 가는 곳입니다. 그래서 반드시 미국 교환학생을 100퍼센트 즐기고 싶다면 무조건 도시로 나가시는 걸 추천 드립니다. 저는 교환학기 동안 ten trip표를 3번 정도 사서 다 쓰고 왔던 것 같습니다. 시내로 가는 버스를 타고 싶다면 suffork라는 앱을 이용해서 티켓을 구매하면 되는데 학생은 2달러 정도로 저렴합니다. 만약 다른 동부 도시를 여행하고 싶다면 주로 기차를 타고 맨해튼에 가서 Megabus를 이용하던지, 기차를 타고 JFK공항을 가서 좀 더 먼 도시를 여행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맨해튼에서 버스를 타면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 dc, 하버드 대학/MIT가 위치한 보스턴, 필라델피아로 놀러갈 수 있습니다.
IV. 학업
- 수강신청 방법
서울대의 수강신청이 경쟁이라면, Stonybrook대학의 수강신청은 대기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내가 그 학과의 수업을 들을 자격이 있는지 심사하는데 길게는 3주까지 걸립니다. 그래서 편안하게 손 놓고 있지 말고 수강신청을 할 수 있는 기간이 되면 빠르게 수강신청해서 승인이 가능한지 확인하세요. 승인은 교환학생 담당 선생님으로부터 구글 폼 메일이 오는데 거기에 어떤 수업을 듣고 싶은지 적고, 서울대학교 성적표를 제출하면 승인해줍니다. Stonybrook 대학은 이 과목을 들으려면 그 전의 어떠한 과목을 필수로 이수해야 하거나 동시에 이수해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만약 학점 인정까지 받고 싶으시다면 사전에 조사를 철저히 하셔서 사전 이수 과목과 자신이 들어온 과목 중 비슷한 것이 있는지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수강신청은 SOLAR라는 마이스누같은 페이지에서 신청하면 됩니다. 만일 듣고 싶은 과목에 자리가 없더라도, 대기를 걸어두세요. 생각보다 자리가 빨리 빠집니다.
-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저는 ARS 210 (현대미술과 움직이는 이미지), ARS 403(사회연관미술), FLM101(영화제작입문), THR103(연극디자인입문)을 들었습니다. 미대 전공이고 4학년이다 보니 학점이 별로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서 듣고 싶은 과목을 더 들었던 것 같습니다. 평소에 영화에 관심이 많아 영화동아리에 3년간 몸 담그고 있었어서 FLM101수업을 들을 때 심장이 강하게 뛰는 걸 느꼈습니다. 서울대에는 아직 영화제작 수업이 많지 않아 그런 수업들에 목말라 있었기 때문입니다. FLM101수업에서는 그룹별로 1분 내외의 광고영상과 학생당 2~3분 정도의 단편영화를 제작해야 합니다. 같이 들었던 교내 학생들은 적은 학점 수업에 너무 할 게 많다고 투정이었지만 저는 오히려 교환학생 비용을 알차게 쓰게 되는 느낌이라 좋았습니다. 그 수업에서는 코카콜라를 주제로 한 <EVIL COKE>라는 영화를 제작했는데 AI를 이용해서 영화를 제작하는 것도 허가해 주셔서 AI를 이용해 대본을 쓰고 외국 배우를 고용해서 영화를 찍었습니다. 학기 초에도 영화적 아이디어를 얻는 방법을 많이 공유해 주셔서 크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카메라는 휴대폰을 이용하도록 제한을 두셔서 휴대폰과 휴대폰 짐벌을 이용해 촬영을 했고, 촬영 조명은 학교 내에서 무료로 대여를 해줘서 즐겁게 이용하였습니다. 배우는 Backstage라는 웹사이트에서 시나리오를 올리고, 페이를 제안해서 고용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미국 영화의 고용 생태계도 확인해 볼 수 있어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시나리오를 적을 때도 한국처럼 자율 형식이 아니라 할리우드에서 정해진 형식이 있습니다. Celtx같은 앱을 이용해서 적으니 형식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어서 무척 편리했습니다. 그 수업을 들으면서 즐거웠던 경험 하나를 말해보라면 한 중국인 친구의 영화를 도운 일이었습니다. 영화를 만들 때는 필수적으로 서로 도왔어야 했는데 그때 도와줬던 친구들의 영화 중 하나가 북경오리를 만드는 방식을 다룬 영화였습니다. 촬영현장은 그 친구의 기숙사였고, 그 테이블 위에 익혀진 북경오리와, 생 오리, 머리까지 달린 생오리가 그로테스크하게 놓여있었습니다. 미국인 남자 배우가 이후에 왔는데 그 배우에게 오리를 썰고, 꿰매고 하는 일을 1시간 동안 시켰던 것 같습니다. 제가 카메라감독을 맡았는데 그 생오리의 검은 눈동자가 항상 보여서 충격적이었고 남자 배우는 어떻게 오리를 꿰매야 할지 몰라서 허둥지둥 촬영이 진행되었는데 우당탕탕 진행된 촬영이었지만 독특한 경험을 한 것 같아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THR103 연극디자인입문 수업에서는 이탈리아 마피아같이 생기신 교수님께서 수업을 파워플하게 진행하십니다. 중간과제로 나이트클럽을 디자인하고 기말과제로 햄릿연극을 모두가 준비해서 뉴욕의 무대에서 공연을 올리는 수업이었습니다. 나이트클럽을 디자인할 때 한국에서 클럽을 한번도 가본적이 없어서 브루클린의 클럽으로 과제 조사 겸 갔었는데 제 상상 속 클럽과는 달리 생각보다 건전하고 컨셉도 독특해서 신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햄릿 공연을 할 때는 거트루드 왕비 역을 맡아서 진행했는데 교수님께서 페미니즘의 시선으로 바라본 햄릿연극을 재구상해보라고 하셔서 골머리를 싸맸던 기억이 있습니다. 햄릿 연극에서는 여성의 목소리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는 점을 그때 처음 알았고, 거트루드 왕비에겐 특히 긴 독백도 잘 주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여자들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Jerry springer show라는 열띤 미국식 토크쇼를 햄릿 버전으로 패러디해서 난투극과 욕설이 오가는 험한 연극을 만들었습니다. 그때 영어로 욕도 해보고 함께 연극하는 친구들에게 소리도 지르면서 외국의 친구들과 많이 친밀해졌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 무대에서는 실제감을 더하기 위해 즉흥 연기까지 하면서 영어실력이 정말 많이 늘었습니다. 이런 체험은 만약 미국에 단순히 여행을 하기 위해 왔다면 절대 해보지 못했을 체험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점인정이 되지 않더라도 이런 독특한 수업은 꼭 들어 보시라고 추천 드리고 싶습니다.
ARS403 사회연관미술 수업의 경우 그나마 제 전공과 연관된 수업이었습니다. 매주마다 과제가 있는 살인적인 스케쥴을 가진 수업이었는데 퍼포먼스를 전공으로 하시는 카리스마 넘치는 교수님께서 수업을 진행하시고 초기에는 관심있는 사회적 주제를 가져와 매주 발표를 시키다가 중간과제로는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디자인하고 기말과제로는 입을 수 있는 사회적 미술을 제작합니다. 미대를 다니다 보면 자신의 작업에 집중하느라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을 자신의 작업에 도입하는 일을 소홀히 하게 됩니다. 그렇게 매너리즘에 빠져 있었는데 이렇게 새롭게 매주 사회이슈에 접근하는 수업을 받아 제 좁았던 사고가 넓어졌던 것 같습니다. 또한 같이 수업을 듣는 친구들이 어떤 사회이슈에 관심이 있는지 알게 되었는데 초반의 발표가 특히 기억이 납니다. 저는 위안부 문제를 들고 와서 왜 이게 한국에서 이슈인지 발표를 했는데 바로 다음 순서로 중국에서 온 친구가 똑같은 위안부 문제를 조사해와서 정말 놀랐습니다. 더 놀라웠던 건 교수님께서 일본에서 오신 분이라 이런 위안부 문제를 어린 시절에 많이 배우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해 주셨다는 것입니다. 다른 나라에서 왔거나 미국에서 나고 자란 친구들도 이런 문제를 처음 들어본다고 놀라워했습니다.만약 이 수업이 한국에서 일어났다면 모두가 위안부 문제를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다양한 의견이 나오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미국이기에 각자의 자국에서 민감한 문제를 터놓고 말하면서 의견을 나눌 수 있어 가능했던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례로 중국에서 온 다른 학생이 코로나 19사태 당시 중국 정부의 억압적인 모습에 대한 작품을 제작하고 발표하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만약 중국이었다면 그 학생은 위험에 빠져있을 수도 있었지만 미국이라 안전하게 수업이 진행되었던 것 같습니다. 다른 수업과는 달리 이런 다문화적 체험을 해볼 수 있어 좋은 경험이었습니다.이 수업은 4학년 수업이라 만약 학년이 2~3학년이라면 듣기 어려울 것 같지만 만약 미대생이라면 꼭 들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수업입니다.
- 학습 방법
Stonybrook에서 들었던 네 개의 수업 중에서 한 과목을 빼고는 전부 실기 과목이었기 때문에 어떤 걸 외우거나 공부해야 하는 경험은 많이 해보지 못했습니다. 그보다는 매주 아이디어를 짜내고 AI를 어떻게 과제에 응용할지 생각해보는 경험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팀활동을 하는 친구들에게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할 수 있을지에 집중했고, 팀 활동에 적극적이어서 그런지 최종 성적도 잘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 과목은 현대미술과 움직이는 이미지를 다룬 수업이어서 매주 리딩이 있었는데 영어로 전부 되어있어서 읽기 힘들 때는 번역 앱을 활용해서 수업에 잘 따라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꼭 모든 것을 정석대로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상황에 맞춰서 더 편한 방식이 있다면 그렇게 학습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다른 학생들은 모국어가 영어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우리가 수업을 따라가면서 불리한 지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작문을 도와주는 ‘Quill bot’이나 ‘파파고’ , ‘Chat gpt’의 도움을 받아서 모든 에세이나 시나리오, 극본작업 등을 안정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외국어 습득 요령
회화는 교환학기 시작 전에 토플로 공부한 것 이외에도 ‘스픽’이나 ‘말해보카’ 등의 회화 앱으로 실제로 쓰는 어휘를 많이 연습해서 갔습니다. 한국에서는 접하기 힘든 실제로 쓰는 회화는 미국의 상점이나 음식점 카페에서 자주 활용되어서 무척 유익했습니다. 외국인 친구와 깊은 대화를 나눠보는 것도 영어실력향상에 큰 도움이 되었는데, 한국어로는 술술 말할 수 있는 주제를 영어로 말하다보니 한계를 느꼈던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진행했던 제 작업들에 대해 외국인 친구에게 설명할 기회가 있었는데 한국어로는 충분히 설명될 주제를 영어로 하려니 정말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 과정에서 평소에 매너리즘에 빠져있던 제 작업물에 대해서 어떻게 하면 잘 이해되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 빠지게 되고, 쉬운 영어로 표현하다 보니 제 작업에 대한 사고가 더 명료해졌던 것 같습니다. 수업에서 쓰는 영어는 전문적인 게 많았고 학생들이 말하는 것도 전부 이해하긴 힘들었지만, 반복되는 어휘는 적어서 뜻을 찾아 외우고, 학생들이 자주 쓰는 어휘를 발표할 기회가 왔을 때 응용해보니 점점 영어에 익숙해지는 저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모르는 어휘가 나오면 손을 들어서 교수님께 꼭 질문해보시길 바랍니다. 예상외로 자신이 모르는 어휘는 남들도 모를 수 있습니다.
- 기타 유용한 정보
미국인들은 주변인에게 쉽게 관심을 보이고 친숙하게 대하는 것 같습니다. 그에 비해 저는 너무 벽을 세우고 경계심을 느끼며 대화하지 않았었나 후회가 됩니다. 외국인들에게 먼저 다가가고, 먼저 집에 초대하고 같이 어울리는 걸 제안한다면 매몰차게 거절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 종종 이벤트를 많이 하는데 그때 자주 나가서 말을 섞어보는 것도 외국의 분위기에 적응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V. 생활
1. 가져가면 좋은 물품
Stonybrook은 겨울에 무척 춥습니다. 한국보다는 아니지만 바닥에 보일러 시설이 없다 보니 더 춥게 느껴집니다. 특히 10월 즘에는 난방도 안 틀어주는데 너무 추워서 전기매트를 안 가져온 것을 후회했습니다. 한국에서 가져온 전기매트가 안된다는 말도 있던데 주변의 친구들은 가져와서 잘 쓰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아마존에서 비싸게 돈을 주고 사서 정말 아까웠습니다. 미국에서 산 전기장판은 비싼 반면 한국으로 다시 가져와 쓰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스킨케어 제품을 두 통 정도 넉넉히 가져오시는 것도 추천 드립니다. 미국은 한국보다 날씨가 훨씬 건조해서 얼굴이 자주 틉니다. 하지만 스킨케어 제품을 현지에서 사면 품질도 믿기 어렵고 더 비싸서 사기 어렵습니다. 제 경우에는 교환학기 도중에 스킨워터가 다 떨어져서 정말 낭패를 겪고 여러 곳을 뒤졌지만 한국만큼 좋은 제품을 찾기 어렵고 의심스러워서 결국 끝까지 스킨워터 없이 버텼던 기억이 있습니다. 수분크림도 넉넉히 가져가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면봉이나 고무줄, 손톱깎이, 가위, 칼 등 기본적인 것도 가져가면 좋습니다. 이런 물건들은 주로 permarcy에서 파는데 한국보다 더 비싸지만 특히 고무줄 같은 건 품질이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가벼운 플라스틱 도마, 양은냄비, 과도 칼도 가져가시는 걸 추천합니다. 생각보다 도마가 정말 비싸서 플라스틱 접시로 도마를 대체했는데 조금 불편함을 느꼈습니다. Stonybrook 주방은 인덕션이 아니라 조금 희한한 구조를 갖춘 오븐레인지...? 같은 걸 써서 양은냄비로 조리가 충분히 가능합니다.
미국은 소매치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꼭 어딘가를 가실 때 작은 보조가방을 지참하고 다녀야 합니다. 저는 도둑을 맞은 적이 없지만 친구 중 한 명은 식당에 핸드폰을 두었었는데 도둑맞은 적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추천 드리는 물건은 다이소에서 3000원 정도면 사는 작은 섹과 카드 목걸이 입니다. 카드 목걸이 안에 기숙사 열쇠와 학생증 카드, 여행용 카드를 넣어 다니니 잊어버릴 걱정이 없었습니다.
비상약은 꼭 챙기시면 좋겠습니다. 미국 날씨가 꽤 추울 때 감기에 한번쯤은 걸리게 되는데 미국 약으로는 잘 낫지 않았습니다. 미국은 감기약을 강하게 만들어서 몸에 해롭진 않을지 걱정되기도 하고요. 미국은 주로 약을 먹기보다 목에 좋은 차를 마셔서 낫는 속도가 느린 것 같습니다. 종합 감기약을 꼭 넉넉히 챙기시길 바랍니다. 안약도 챙기시면 좋습니다. 날이 건조해서 눈이 자주 건조해지기 때문입니다.
1-1 안 가져가도 되는 물품
막상 가져와보니 괜히 짐만 되고 불필요했던 물건들이 있습니다. 첫번째로는 여행서적입니다! 괜히 설레는 마음에 미국동부 여행서적을 사서 캐리어에 넣어갔는데 요새는 구글지도나 블로그가 너무 잘 설명해줘서 여행서적이 필요 없습니다. 두번째는 이불이나 베개입니다. 가져가는 것만 하더라도 부피를 차지하는데 학교에 도착한 후 3일 정도 후에 단체로 큰 중고 마트를 갑니다. Target이라는 매장인데 깨끗한 중고물품을 실제보다 싸게 팝니다. 거기서 베개와 푹신한 이불을 저렴하게 샀던 기억이 있습니다. 겨울까지 버티려면 두툼한 이불을 사야 해서 한국에서 가져가는 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냄비나 프라이팬도 가져가지 마시고 룸메 친구들과 공동구매를 하면 싸게 살 수 있습니다. 제 경우 프라이팬, 칼, 세제, 퐁퐁을 친구와 공동 구매했고 냄비는 따로 샀습니다. 양은냄비같이 가벼운 건 한국에서 가져가셔도 될 것 같습니다. 세번째로 드라이기도 미국에서 사시는 걸 추천합니다. 한국 드라이기는 외국에서 잘 작동이 되지 않습니다. Target 매장에서 저렴하고 작은 드라이기를 사면 교환생활 내내 뽀송하게 머리를 잘 말릴 수 있습니다.
한국 음식을 종종 가져오는 친구들도 있었는데 ‘weee’라는 앱에서 Hmart(한인 마트)보다 싸게 라면이나 햇반, 김치 등을 판매합니다. 기숙사까지 바로 배달이 가능하니 첫 일주일 먹을 것 정도만 챙기셔도 될 것 같습니다.
- 현지 물가 수준
현지 물가는 제가 갔을 때 기준으로 1달러에 1350원 정도로 꽤 높은 편이었습니다. 여행을 갔을 때는 숙박비 포함해서 2박 3일로 50만원 정도 들었던 것 같습니다. 미국과 한국의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는 팁문화와 물건을 살 때 세금이 이후에 붙는다는 점입니다. 카페나 음식점에 가서 테이크아웃을 할 때도 팁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고, 테이블에 앉아서 먹는다면 거의 무조건 팁을 내야합니다. 팁은 15~20퍼센트 정도를 지불하는 게 정석이고 동네의 작은 식당이라면 알아서 내면 됩니다. 카페를 갔을 때 테이크아웃을 한다면 팁을 지불안해도 되지만 만약 내야하는 분위기면 1달러 정도만 내도 크게 뭐라고 하진 않습니다. 그래도 팁을 지불하는 만큼 서비스가 훌륭해서 인종차별 등을 겪어본 적은 없습니다. 맨해튼에 놀러갈 때도 물가때문에 고민이 많았습니다. 심했던 경우에는 물까지 가격을 받았던 식당이 있는데요, 맨해튼의 소호에 놀러갔을 때 이탈리아 식당을 갔었습니다. 거기서 물을 주길래 정말 아무생각없이 스파클링 워터와 일반 미네랄 물을 요청했더니 이후 계산서에 두 물병을 합쳐서 10달러가 쓰여 있더군요. 결국 눈물을 머금고 계산했는데 그때 정말 충격을 받아 그날 이후 다른 식당에서 물을 주겠다고 하면은 무료냐고 물어보고 그제서야 달라고 했었습니다. 이 식당 만이 비쌌던 게 아니라 실제로 물이 꽤나 비쌉니다. 마트에서 사더라도 3달러는 기본적으로 넘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맨해튼 도로에는 음료수 등을 놓고 파는 푸드트럭이 많은데 거기서 물을 샀더니 5달러를 달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여행을 갈때는 비행기로 갈 때 빼고 꼭 텀블러를 지참해서 다니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비행기에는 물을 들고 타지 못해서 잘못하면 소중한 물병까지 빼앗기기 때문이지요) 친구들과 놀러갔을 때 푸드트럭을 잘 이용하진 않았는데 여행을 다니면서 돈을 아끼고 싶다면 맨해튼에는 1달러짜리 피자나 값싼 핫도그, 할랄 음식 등을 팔고 있으니 잘 이용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 식사 및 편의시설 (식당, 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Stonybrook 대학에 은행이 있긴 하지만, 한국카드는 현금 인출이 되지 않는다는 큰 문제가 있습니다. 트래블로그나 viva x 같은 마스터 카드도 마찬가지입니다. 교환학생을 시작할 때 거기서 미국 계좌를 만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학교 내 큰 운동시설이 있고 작은 운동시설이 있는데 작은 운동시설은 주로 기숙사 학생들이 공짜로 이용할 수 있고 큰 운동시설은 80달러 정도를 현금으로 지불해야 합니다. 이때 달러가 필요해서 출금하는데 많이 애를 먹었습니다. 한국 카드로는 학교 내 ATM기기가 작동하지 않아 출금을 하려면 맨해튼 기차역 안에 있는 ATM 기기를 사용해야합니다. 외국 친구들에게 송금할 때도 수수료가 엄청 나가서 미국계좌를 하나 정도 만드시는 걸 추천합니다.
학교 의료시설은 잘 되어있는 것 같았습니다. 보건소는 조금 멀리 있지만 충분히 걸어갈 수 있는 거리입니다. Stonybrook에서 여행자 보험을 이미 들어놓았더라도 막상 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으면 꽤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웬만하면 보건소를 통해 해결하길 바랍니다. 찢어진 상처가 생겼다던가, 감기 등의 가벼운 일은 처리가 가능해보였습니다.
Stonybrook에는 다양한 학생식당이 있습니다. 기숙사와 가까운 식당은 WEST DINING, 수업 듣는 교실과 가까운 식당은 EAST DINING 입니다. 웨스트 다이닝은 주로 아시아 음식과 미국 음식이 같이 나오고 이스트 다이닝은 인도나 멕시칸 음식과 미국음식이 같이 나옵니다. 이스트 다이닝에서는 아침에는 오믈렛을 만들어주는데 이게 정말 맛있습니다. 각자 원하는 재료를 골라서 주방장에게 주면 오믈렛을 만들어줍니다. 친구와 이걸 먹으려고 아침수업이 없는데도 일부러 이스트 다이닝을 간 적이 있습니다. 식당 안에서 와플도 만들어먹을 수 있고 후식으로 먹는 아이스크림도 무척 맛있습니다. 밀플랜이 저렴하진 않지만, 그래도 좋은 점은 밖에서 잘 못 사 먹는 채소들을 학교 식당에서 풍부하게 먹을 수 있다는 겁니다. 또한 밀플랜에 포함된 가격으로 던킨도넛 옆에 있는 푸드코트에서 아사히 볼이라는 건강식품을 10달러에 만들어먹을 수 있는데 미국에서 먹을 수 있는 대표적인 영양식단이라 추천 드립니다. 안에 토핑도 골라먹을 수 있고 나름대로 기분전환하기에 최고의 음식입니다. 대표적인 두 식당 외에 아시아 식당도 있는데 JASMIN입니다. 한국의 음식점과 비교한다면 당연히 아쉬운 퀄리티지만 나중에는 부족한대로 맛있게 먹게 됩니다. 그 외 푸드트럭도 있는데 저는 버블티 푸드트럭 빼고 많이 이용하지는 않았습니다.
유심은 많은 교환학생들이 추천하는 Mint mobile을 이용했습니다. 할인 기간만 잘 맞춰서 사면 1+1 이벤트도 하고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습니다. 꼭 한국에 있을 때 미리 신청하셔서 돈 아끼시길 바랍니다. 민트 모바일을 선택할 때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는데 저는 무제한을 선택했지만 학교 내에 와이파이가 정말 잘되어있어서 생각보다 많이 쓸일이 없었습니다. 3개월을 먼저 사서 써보시고 이후 연장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미국에 있을 때 다른 나라를 여행할 수 있는 기회가 오게 되는데 특히 멕시코는 50만원이면 갈 수 있고, 캐나다는 버스를 타고도 갈 수 있습니다. 다만 이때도 유심을 꼭 아마존에서 미리 구입하시길 바랍니다. 제 경우 캐나다에 갔을 때 유심을 사는 걸 깜박해서 공항에서 사지도 못하고 현지에서 유심을 사게 되어서 15만원 정도를 날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꼭 미리미리 준비하세요.
- 학교 및 여가 생활 (동아리, 여행 등)
Stonybrook은 굉장히 많은 수의 동아리가 있어서 동아리 페어가 열리는 날 동아리 구경을 하고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인상깊었던 동아리는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의 팬클럽 스위프티였습니다. 평소 테일러 스위프트를 좋아하는데 한국에서는 이만큼 좋아하는 사람이 없어서 공감대 형성이 잘 안되었었던 저는 스위프티의 파티를 가서 정말 즐겁게 놀 수 있었습니다. 역시 좋아하는 것을 함께하게 되면 언어의 장벽도 무너지고 다같이 함께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주변 교환학생 친구들을 보니 k pop 댄스 동아리를 들어가거나 아카펠라 동아리를 들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한국인 커뮤니티 동아리도 있긴 하지만 이왕 외국에 오신다면 다른 문화도 많이 체험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Stonybrook에는 corq라는 이벤트 전용 앱이 있습니다. 거기에 매일의 학교 이벤트가 올라오고 참여할 수 있습니다. 한국과는 달리 굉장히 소소한 이벤트가 다양하게 열립니다. 인상깊었던 이벤트는 슬라임을 만드는 이벤트였습니다. 서울대학교에서는 슬라임을 만들자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는데 엄청 많은 수의 학생들이 모여 천진난만하게 슬라임을 만들며 노는 모습이 너무 순수하게 느껴졌습니다. 어렸을 때 미국 드라마를 보면 다들 난폭하게 노는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클레이로 악세사리를 만들거나, 비즈 팔지나 목걸이를 만들거나 하면서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학생들이 직접 재료를 준비해서 무료로 이벤트를 여는 모습도 참신했는데요. 특히 할로윈 시즌에 할로윈 컨셉으로 이벤트를 준비했던 동아리가 있었습니다. 해리포터 동아리에서 해리포터 컨셉으로 간식들도 준비하고 해리포터 퀴즈쇼를 벌였는데 그렇게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문화가 참 좋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맨해튼에서는 인디밴드들의 공연도 자주 열립니다. ‘Men I trust’라는 밴드를 너무 좋아해서 그 밴드의 공연을 들으러 갔던 기억이 납니다. 한국에서 외울 때까지 그 곡을 들었지만 내한을 할 정도로 유명한 가수는 아니어서 직접 얼굴을 볼 수 있을 거라고 꿈에도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직접 얼굴을 본 날 기뻐서 울고 싶었습니다. 같은 밴드를 좋아하는 중국인 친구와 둘이서 공연을 보러 갔는데 공연을 듣다가 기차 시간을 맞춰 뛰어나왔던, 너무 신나서 맨해튼의 밤거리를 뛰어다녔던 아름다운 추억이 있습니다. 이렇게 찾아본다면 정말 많은 기회가 있으니 가만히 있지 말고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이 있는지 찾아보고 그 날짜에 맞춰 여행을 가는 걸 추천합니다.
지역별 축제를 미리 알아보고 가는 것도 교환학기를 200퍼센트 즐길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입니다. 제 경우 2학기에 교환학기가 시작되어서 지역 축제를 찾아보고 갔는데요. 많이 가보지 못했지만 시카고의 재즈페스티벌을 갔었습니다. 재즈로 유명한 시카고에서 정말 좋아하는 장르인 재즈를 듣는 체험은 너무 행복하고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재즈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꼭 가보시길 추천합니다. 무료인데다가 실력이 좋은 가수들이 많이 와서 공연해줍니다. 코스프레나 애니를 좋아하신다면 10월 정도에 맨해튼에서 하는 코믹콘 행사도 참여해보시길 추천합니다.
뉴욕쪽으로 대학을 오신다면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대한 기대가 클 것 같은데요. 뮤지컬 가격때문에 보기가 두렵다면 로터리 제도를 이용하시면 됩니다. 브로드웨이 로터리는 팔리지 않는 티켓을 랜덤으로 값싼 가격(3만 5천원 정도) 에 파는 제도인데 운 좋게 좋은 자리가 날 수도 있고, 가장 앞줄 안보이는 좌석이 배정될 수도 있습니다. 전 뮤지컬을 두 번 보았는데 한번은 학교에서 다같이 가서 본 ‘위키드’였고 다른 한번은 로터리를 이용해서 표를 얻었던 ‘SIX’ 였습니다. 앞자리에서 세번째 자리에 오른쪽에 치우쳐 있는 자리라 무대 전체가 보이진 않았지만 정말 다행히도 six는 가수들이 앞에 나와 공연하는 형태고 뒤에는 밴드밖에 없어서 오히려 가수의 얼굴을 더 잘 볼 수 있어 좋았던 것 같습니다.
미술관에 갈 예정이라면 휘트니 미술관, 모마 미술관, 노이에 미술관, 매트로폴리탄 미술관, 구겐하임 미술관, 첼시 거리의 인디 갤러리들을 추천합니다. 특히 노이에 미술관은 크기가 작기도 하고 오픈 시간도 짧아서 가기 어려울 수 있는데요. 그 안에는 클림트의 황금의 여인 진품이 있습니다. 작게 들어오는 자연광 속에서 은은하게 비치는 작품을 보면 많은 영감이 떠오르실 것 같습니다. 모마 미술관의 경우 Stonybrook 학생들은 무료로 전시관람이 가능하니 여러 번 보시는 것도 추천 드립니다. 첼시거리는 제가 미국 교환학기를 보내면서 가장 사랑했던 거리인데요. 독특한 풍경을 가진 첼시마켓 뒤로 수많은 인디 갤러리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퀄리티 있는 작품들과 아름다운 허드슨 강을 보시는 재미가 있어서 평일을 이용해서 여유롭게 가보시길 추천합니다.
- 안전 관련 유의사항
미국에 가기 전에 정말 벌벌 떨었던 기억이 납니다. 갱들에게 납치당해서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시나리오까지 상상했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막상 와보니 Stonybrook은 정말 안전한 대학교였고 그나마 위험한 게 학교 내를 돌아다니는 야생사슴 정도입니다. 그렇지만 시카고, 뉴욕 등은 상당히 위험한 동네라서 혼자 다니지 않고 늘 친구와 함께 다녔습니다. 뉴욕 지하철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우려가 있었는데요. 실제로 타보았더니 서울 지하철보다 훨씬 더러울 뿐 위험하다는 인상은 받지 못했습니다. 괜히 겁내지마시고 당당하게 다니시면 좋겠습니다. 그렇지만 으슥한 뒷골목은 절대 들어가지 마시고 할렘같은 곳도 웬만해서는 가지 마세요. 늘 경계하는 마음가짐은 여행자로서 필수적인 것 같습니다.
- 기타 유용한 정보
미국은 술을 구매할 때 여행비자를 철저히 검사합니다. 술을 구매할 때 뿐만 아니라 재즈바, 클럽을 갈 때도 늘 여행비자를 검사해서 만으로 21살이 넘지 않으시면 술을 사거나 클럽, 바를 갈 수 없습니다. 여행비자는 실물확인을 꼭 하는 것 같았습니다. 제 경우에도 휴대폰에 있는 비자 사진을 보여줬는데 합성한 거 아니냐고 믿지 않았습니다. 혹시 술을 마시거나 친구들과 바에 갈 일이 생기면 꼭 비자를 섹에 챙기시길 바랍니다.
미국 교환학생 생활을 하면서 또 놀랐던 건 fire alarm소리가 굉장히 크다는 것이었습니다. 원래 학교 전체가 금연구역이지만 기숙사 안에서 몰래 담배를 피우는 학생들 때문에 알람이 자주 울리는데요 그럴 때는 무조건 밖에 나가야 합니다. 그럼 잠깐 울리다 말기 때문에 크게 걱정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Ⅵ.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처음에 미국을 선택하긴 했지만, 사실 기대가 별로 되지 않았습니다. 아시아 음식을 좋아하기도 하고 미국의 문화가 그렇게 끌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무서운 뉴스가 들려와서 무섭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막상 와보니 제가 어린 시절에 좋아했던 많은 것들이 미국으로부터 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생각보다 미국은 정말 큰 나라입니다. 전후에 부흥기를 맞아 퀄리티 높은 소장품들이 있고, 동네마다 역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비록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역사가 짧더라도 근대의 역사가 보존되어 있어 거리를 걷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영어 실력이 평소 그렇게 좋지 않아 수업을 잘 따라갈 수 있을지 걱정도 되었는데요. 막상 부딪혀 보니 그렇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Stonybrook 대학에서 수업을 들으며 좋았던 점은 부족한 영어 실력으로 의견을 표출해도 선생님과 학생들이 열심히 들어준다는 점이었습니다. 스스로 정말 부족함을 느꼈었는데 수업의 횟차가 거듭될수록 적응해나가는 자신을 보는 경험도 즐거운 점 중 하나였습니다. 설령 실패하더라도 마구 도전해보고 실패해보는 경험을 짧은 시간이지만 Stonybrook 대학에서 경험하고 왔던 것 같습니다. 미국으로 오면서 처음 가졌던 목표는 스폰지처럼 많은 문화를 잔뜩 흡수하기 였습니다. 실제로 경험했던 미국은 제가 생각한 것보다도 풍부한 문화가 있었고 그 문화들은 이제 제 안에서 가장 소중한 기억 중 하나로 계속 남아있을 것 같습니다. 살아가면서 이런 기회가 얼마나 더 올 수 있을까요. 졸업 전에 이렇게 큰 세상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서울대학교 국제협력본부에게 정말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