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파견 동기
저는 대학 입학 이전부터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여러 사람들과 교류하며 일하는 것을 꿈꿔왔습니다. 이를 위해 대학 저학년때 다양한 외국어 교양을 수강하는 등 관련 능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했으나, 서울대로 파견된 외국인 교환 학생들에게 교내 동아리를 홍보하는 과정에서 저의 역량이 아직은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를 보충할 방법을 찾던 도중 외국에서 생활하면서 국제적인 식견을 넓히고, 외국어 능력을 기를 수 있는 교환학생 파견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또한 파견된 이들을 보면서, 저 또한 외국에 나가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에 졸업과 사회진출이 가까워 시간적, 심적 부담이 큰 고학년임에도 불구하고 본부 주관 교환학생 파견 선발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1. 파견대학/지역 선정 이유
파견 기간동안 저는 다양한 언어와 문화를 접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면서도 파견 기간을 전공과 무관한 경험만으로 채우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이에 여러 국가와 다양한 문화유산이 존재하고 주변의 다른 대륙으로 접근성이 좋은 유럽 대륙, 그 중에서도 전공과 깊은 연관을 가지고 관련 산업이 크게 발달되어 있으며 지리적으로 대륙의 중심에 있는 독일을 파견 국가로 선정하였습니다.
파견국을 결정한 이후 파견 지역 및 대학을 살펴보면서, 단 학기 파견의 경우 언어가 되었든 문화가 되었든 확실하게 배워오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에 2학기 파견자를 모집하는 대학을 위주로 지원하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외국인 거주 비율이 높아 국제적인 성격을 띄며, 영어도 비교적 많이 쓰이고, 다른 지역 대비 물가가 비교적 저렴한 베를린과 이곳에 위치한 베를린 공대를 파견 지역 및 파견교로 결정하였습니다.
2. 파견대학/지역 특징
제가 파견된 베를린 공대는 독일의 수도인 베를린에 위치한 국립대학으로 경영, 경제학, 언어학을 제외한 다른 사회과학 및 인문학 전공들은 개설되어 있지 않은 공학 및 자연과학 중심의 대학입니다. 하지만 베를린에 존재하는 4개의 국립대 사이의 인적 교류가 매우 활발하여 학생이 수강을 원할 경우 제한된 학점에 한해 훔볼트, 자유대등 타 학교의 수업을 추가적인 행정 절차를 걸쳐 자유롭게 수강할 수 있습니다. 반대의 경우 또한 마찬가지여서 캠퍼스 내에서 타 학교 학생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시내에 학과 건물이 분산되어 있는 다른 유럽 대학과는 다르게, 대부분의 학과 건물이 도심 서쪽에 위치한 샤를로텐부르크의 6월 17일 거리를 중심으로 캠퍼스를 이루며 이를 중앙 도서관, 학생식당을 포함하여 베를린 예술대학교(UdK)와 공유하는 것도 하나의 큰 특징입니다. 또한 학교가 큰 번화가인 동물원역과 쿠담 거리와 매우 가까워 교통이 편리합니다.
앞서 밝힌 것처럼, 베를린은 외국인 거주 비율이 높아 영어가 비교적 잘 통하고, 국제적인 성격을 띄는 거대한 도시입니다. 덕분에 한식을 비롯하여 세계의 여러 요리를 취급하는 음식점이 많으며 다양한 문화를 접하기 쉽습니다. 특히, 튀르키예 이주민이 많아 이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은 서울의 대림동과 비슷하게, 독일어나 영어보다 튀르키예어가 더 많이 들리고 간판 또한 튀르키예어 병기가 되어 있습니다.
또한, 분단의 역사로 인해 한 국가의 수도임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이 몰린 경제 중심지가 뮌헨,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으로 이전 되 있어 생활 물가 또한 비교적 저렴한 편입니다. 그러나 실업률은 높지 않고, 대기업이 빠진 자리를 여러 스타트업들이 채우고 있어 앞으로 성장 잠재력이 높은 도시로 볼 수 있습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1. 비자 신청 절차
독일은 다른 유럽연합 국가와 마찬가지로 무비자로 입국 후 최장 90일까지 체류가 가능합니다. 따라서 출국 전 학생 비자를 받아서 올 수도 있으나 독일 입국 후 현지 외국인청에서 체류 비자를 발급받을 수도 있습니다. 저 또한 서울의 주한 독일 대사관 비자 신청을 놓쳐, 독일 입국 후 현지 외국인청에서 비자를 발급받았습니다.
독일은 특이하게 비자를 받기 위한 선결 조건으로 일정 금액을 독일 은행에 예치해 둘 것을 요구합니다. 금액이 예치된 계좌를 슈페어콘토(Sperrkonto)라 부르는데, 독일 외무부 고시에 따라 월 934유로의 금액을 현지 생활 기간만큼 예치해 두어야 합니다. 이렇게 예치된 금액은 이후 독일 현지 계좌를 통해 달마다 용돈처럼 받아쓸 수 있습니다. 슈페어콘토는 독일의 sparkasse와 같은 대형 은행에서 열 수도 있으나, 저는 Expatrio를 통해 개설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Expatrio의 경우 서류의 효력에 문제가 없으며, 대형 은행보다 절차가 간단할 뿐 아니라, 여러 보험들까지 한 번에 처리할 수 있어 매우 편리합니다.
한국에서 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주한 독일대사관 홈페이지에서 비자 신청을 위한 일정 예약(Termin)을 한 뒤, 대사관 홈페이지에 공지된 서류들(입학 허가서 등)을 서울의 독일 대사관으로 가져 가시면 됩니다. 하지만, 테어민 신청은 3개월 이후 심사일정부터 온라인으로만 신청을 받으며 선착순에, 정말 빠르게 마감되므로, 만약 이 방법을 통해 미리 비자를 받아 가실 계획이라면 교환학생 합격 발표 후 바로 신청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현지에서 비자를 발급받고자 할 경우에도 테어민을 잡고 해당 관청에서 요구하는 서류를 준비해서 외국인청 사무소로 가져 가시면 됩니다. 이때, 현지 발급의 경우 베를린에서 거주지가 있음을 증명하는 서류를 추가로 요구하므로, 거주 등록(Anmeldung)을 먼저 진행하시고 비자를 발급받으시면 됩니다. 안멜둥은 베를린 관할 구역 내의 모든 동사무소(burgeramt)에서 진행할 수 있으니 기숙사에서 제공하는 서류가 준비되는 즉시 혹은 더 일찍 테어민을 잡으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아쉽게도 이 과정에서 현지 학교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과정은 전무합니다.
안멜둥 과정도 비자 발급과는 별도의 테어민이 필요하므로 무비자 체류 상한인 90일 이내에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일정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새벽부터 외국인청 앞에 줄 서서 당일 취소 표를 받을 수 있다는 낭설이 있지만, 아직까지 성공 사례가 안 들리는 것으로 보아 최대한 테어민을 잡고 가시는 것이 좋습니다.
비자 발급에 걸리는 시간은 비자의 종류에 따라 달라지는데, 여권에 붙이는 스티커형은 심사 당일 바로 받을 수 있으나, 플라스틱 카드 형태(주민등록증 생각하시면 됩니다)는 1주일에서 1달 정도 후 우편을 통해 배송되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또한 비자 발급 시 100유로의 수수료가 붙으니 서류와 같이 준비해서 외국인청에 방문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모든 서류가 빠짐없이 갖춰졌을 경우, 행정 절차 자체는 2~3시간 안에 끝나니 비자 발급 당일의 일정과 관련해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2. 숙소 지원 방법
대략 학기 시작 3~4개월 전에 TU Berlin 국제협력처에서 기숙사 신청에 관한 관련 자료를 mobility online에 등록된 이메일을 통해 보내줍니다. 해당 자료를 참고해서 마감 기한 이내에 신청하시면 됩니다. 자료 파일에 각 기숙사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첨부되어 있으니, 반드시! 필히! 읽어 보시고 자신에게 맞는 기숙사를 선택하시길 바랍니다. TU 베를린의 경우 기숙사 배정이 완전 랜덤으로 진행됩니다. 더럽고 안 좋은 기숙사를 선택한다고 배정될 확률이 올라가거나 그러진 않습니다. 그러니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때, 한국과는 달리 기숙사 관리를 학교에서 하는 것이 아닌 별도의 공기업(Studentenwerk Berlin)에서 전담하므로 선발 과정에 대해 현지 학교측에서 도움을 주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숙사 관련 문의 또한 학교 국제협력처가 아닌 Studentenwerk로 직접 하셔야 합니다.
만약 기숙사에 입주하지 못할 경우, 베를린 리포트나 페이스북 그룹 “독일에서 방구하기” 게시물, 마지막으로 현지 부동산 사이트 wg-gesucht를 통해 교환학기 동안 거처를 구하시면 됩니다. 이는 개인과 개인 사이의 계약이므로 사기 매물도 있을 수 있어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방 주인이 해외에 있어 돈을 먼저 보내달라 하는 경우 사기일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단기 임대 계약(쯔비쉔)도 구할 수 있으므로 참고하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저 또한 1달 정도 기숙사 입주가 늦어져 단기 거주방을 구해 생활했습니다.
특히, 체류 허가(비자) 발급, 시중 은행 계좌 개설 같은 행정적 처리들은 현지 거주지 등록을 바탕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출국 전에 숙소를 잡는 걸 추천드립니다.
3. 파견 대학 지불 비용(student fee, tuition fee, 기숙사 비용 등)
비용은 계좌 이체(송금)를 통해서만 지불하며, 현지 도착 후 현금 지불 등의 방법은 불가능 합니다. 저는 출국 전에 관악 캠퍼스내 신한은행에서 해외 송금으로 납부했으며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로 인해 한국에서 보낸 금액보다 적은 금액이 입금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저의 경우, 대략 10유로 정도 차감된 뒤 송금되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크게 2가지로 Semester fee와 기숙사 거주비가 있습니다. 만일 학기 전 독어 집중 강좌를 수강하실 예정이라면 위 비용에 독어 강좌 비용이 추가됩니다. 독일어 강좌 비용은 TU berlin ZEMS(언어교육원)에서 신청할 때 확인하실 수 있으며, 대략 270유로 정도 인걸로 알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현지 적응에 intensive course가 많이 도움이 되어서 저는 가능한 한 intensive course 수강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학기 등록을 위해 지불해야만 하는 Semester fee는 대학 교육이 무상으로 이루어지는 독일에서 해당 학기를 학생신분으로 있기 위해 필요한 비용이며, 23년 여름학기 기준 대략 180유로로 해당 금액 내부에 베를린 광역 교통권이 포함된 가격이었습니다. 해당 비용은 납부는 등록 이후 접속할 수 있는 tu-port의 zahlungsubersicht의 금액만큼 표기된 IBAN(은행 계좌번호)로 입금하시면 됩니다. 다만, 위 금액은 학교 사정에 따라 학기마다 달라질 수 있으니 tu-port의 금액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실제로 23년 겨울학기의 경우, 학생회와 베를린 교통공사 사이의 협상이 결렬되어 교통권이 빠지는 대신에 약 120유로가량을 깎아줄 예정입니다.
기숙사 비용은 입주하는 기숙사에 따라 달라집니다. 출국 전 송금 해야하는 금액은 첫 달 월세 + 보증금으로 해당 금액은 숙소 당첨 시 이메일을 통해 오는 임대 계약서 (MieteVertrag)의 IBAN (+ BIC)로 송금하시면 됩니다. 송금 확인은 studentenwerk의 wohnheim portal을 통해 영어 혹은 독일어로 문의하시면 됩니다. 이후 현지 체류 기간동안 월세 납부는 입주 시 작성하는 SEPA mandate 서류에서 설정한 계좌로부터 매월 첫째 주 금요일에 자동으로 이체됩니다. 제가 현재 거주하고 있는 Siegmunds Hof의 경우 수도, 전기, 가스, 통신 포함 한 달에 322유로(약 50만원), 보증금 644유로로 시중의 다른 숙소 대비 매우 저렴한 가격에 학교 5분거리 시내에 거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격이 싼 데는 이유가 있어 시설이 많이 낙후되어 있습니다. 다른 두 기숙사도 한달 월세가 500유로를 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4. 기타 유용한 정보
아쉽게도 독일은 행정처리시 모든 측면에서 한국보다 느리고 불편합니다. 걸어 들어가서 번호표 뽑고 기다리면 대부분 당일 처리해주는 한국과는 다르게 거의 대부분의 관청 업무는 방문 전에 무조건 테어민을 잡을 것을 요구합니다. 더군다나 이는 일반적으로 서울대 수강신청보다 어렵습니다. 이러한 테어민 문화의 딱 한가지 예외는 세금 신고서 제출이었습니다.
은행 송금도 보내는 사람이 은행 앱에서 송금 버튼을 누를 시 즉시 처리되는 것이 아니라, 국제 송금을 포함해서 돈을 받기로 한 사람 계좌에 실제로 입금될 때까지 적어도 1~2일은 걸립니다. 이 또한 영업일 개념이라 중간에 휴일이 끼어 있으면 은행이 쉬는 관계로 더 늦어집니다. 저도 덕분에 잔고가 모자라던 적도 종종 있었습니다.
IV. 학업
1. 수강신청 방법
TU berlin의 수강 신청은 서울대와 다르게 주로 2개의 사이트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우선 Moses konto(서울대 수강신청 시스템에 대응)에서 이번 학기에 해당 강의가 개설이 되는지를 확인합니다. 이후 isis(서울대 etl에 대응)를 통해 해당 과목 강의실에 가입한 뒤, 첫 수업시간에 출석해서 Schein 발급 여부나 시험 등록방법 등 추가적인 사항을 처리하시면 됩니다. 매우 특수한 상황으로 각 faculty의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하는 강의도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때, 교환학생의 경우 현지 학생들과는 다르게 prufungsamt에서 시험 성적 처리가 안되므로 듣고자 하는 수업의 교수님께 따로 메일을 보내어 Schein이라는 성적표를 받을 수 있는지 확인하셔야 합니다. 해당 증명서를 바탕으로 출국 전 국제 협력처에서 성적 증명서(transcript)를 발급해 주므로 시험 후 받은 서류를 잃어버리지 않게 잘 보관 해두시기 바랍니다.
Moses konto와 Isis는 서로 연동이 안 되어있으므로 앞에서 찾은 강의가 isis에는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해당 강의는 이번 학기에 개설되지 않은 것이므로 다른 강의를 찾으시길 바랍니다. 현지 학생들도 이런 사정으로 인해 개강 후 첫 1~2주는 시간표가 확정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2.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저는 봄학기에 다음과 같은 과목들을 수강하였습니다. 아쉽게도 독일어 언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영어로 개설되는 강의만 수강하였으며, 제가 속한 과는 학부 수준에선 여름 학기에 영어 강의가 거의 개설되지 않아 대부분 대학원 강좌를 수강하였습니다.
- Nonlinear control system
비선형 시스템의 특성과 안정성 평가 방법, 그리고 이를 제어하기 위한 여러 수학적 방법들을 배웁니다. 또한, 적어도 2주에 1번씩은 컴퓨터 실습도 병행합니다. 과목에서 다루는 내용은 배경 지식이 갖추어진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어렵지만, 본 과목 담당 교수님 강의력이 상당하셔서 체감 상 난이도가 그렇게 높지는 않습니다. 공대 고학년 전공 중 제어 관련 과목과 비슷합니다.
- Flight mechanics 2 (Flight dynamics)
비행기의 3차원 자세와 이와 관련된 역학 및 정적-동적 안정성에 대해 배웁니다. 특이하게도 교수님 두 분 깨서 진행하시는데, 한 분은 강의만 전담하며 다른 한 분은 Tutorial(TA 시간)만 담당하십니다. 매주 tutorial이후 다음 TA 이전까지 마감인 숙제가 나오며 모든 숙제를 제출해야 기말 구술 시험을 치를 수 있습니다. 제가 이번 학기에 수강한 과목 중 유일한 학부 과목입니다. 추가적으로 평가에는 반영되지 않는 시뮬레이터 세션 2번이 존재하며, 실제 조종석을 재현한 조종실에서 이론으로 배운 것을 재현합니다.
- Reduced Order Modeling system
난류 시스템의 저차수 표현방법의 이론 및 데이터 분석 방법 등을 배웁니다. 비교적 최근에 제시된 방법론이 많이 다루어졌습니다. 강좌가 3파트로 나뉘며, 첫 파트는 본 과목 담당 교수님의 강의식, 두 번째 파트는 일주일간 매일매일 3시간씩 진행되는 집중 강의, 마지막 파트는 앞서 배운 내용을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팀 프로젝트로 진행됩니다. 시험은 구술 시험이었습니다.
- Introduction to additive manufacturing
흔히들 말하는 3d프린팅의 여러 기법들의 원리 및 이에 적합한 물성에 대해 배웁니다. 제가 이번학기에 들은 강의들 중 수학이 가장 적게 쓰인 강의이며 대체로 개념 위주로 배우고 평가합니다. 이론 강의와 실험 실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학기말에 조별로 실험 레포트를 제출합니다. 실험의 난의도는 그렇게 어렵진 않습니다. 덕분에 관련 내용도 배우면서 현지 수강생들과 동고동락하면서 조금 더 친해질 수 있었던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가을학기에는 다음과 같은 과목들을 수강하였습니다. 아래 과목 중 독일어 과목을 제외한 다른 모든 과목들은 영어로 진행되었습니다.
- Fundamentals of Combustion
연료, 당량비, 화염안정화 방법 등 연소 공학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에 대해 배웁니다. 앞선 과목들과는 구별되게 본 강의는 100% 교수님의 수업만을 통해 진행되었습니다. 초반에는 고등학교 화학 ~ 대학 화학, 학부 열역학수준의 간단한 내용위주로 진행되나, 3장 화염 구조 이후로는 난이도가 급격히 상승하므로 학기 후반으로 갈 수록 체감 난이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합니다. 기초적인 열역학과 유체역학 관련 지식이 없을 경우 수강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시험은 구술시험으로 진행되었습니다.
- Applied Machine Learning in Engineering
딥 러닝 방식을 제외한 기초적인 기계학습법 및 딥러닝의 원리에 대해 배웁니다. 또한 매주 TA 시간에 해당 주에 배운 내용을 파이썬을 이용하여 구현합니다. 추가적으로 파이썬 개발과 관련하여 Test driven development, PEP8 style, Object-Oriented Programing에 대해서도 간략히 다룹니다. 시험은 대면 시험으로, 시험장 입실 시 독일어 자판이 설치된 씽크패드 노트북을 통해 진행하며 앞서 배운 이론적 내용 및 코딩 관련 내용 또한 시험 범위에 포함됩니다.
- Gas Turbines and Hydrogen Challenge
가스터빈과 관련된 전반적인 사항 및 수소 생산과 연료 시장의 트렌드에 대해 배웁니다. 본 수업은 학교에 소속된 두 분의 교수님과 Siemens Energy, Alstom과 같은 관련 기업에서 근무하셨던 시니어 엔지니어 네 분에 의해 진행됩니다. 이로 인해 수업이 정기적으로 진행되기 보다는 각 엔지니어분의 초청주에 집중 강의식으로 진행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가스터빈의 열역학적 사이클, 유동에 의한 문제, 연소, 시스템 안정성 및 음향학적 제어방법론 등에 대해 배웁니다. 따라서 기초 열역학, 라플라스 변환 및 제어, 편미분 방정식 관련 지식이 없으면 내용 소화가 곤란할 수 있습니다. 시험은 구술 시험이었으며 Fundamentals of Combustion 과목의 교수님께서 진행하셨습니다. 또한 귀국 일정이 시험일정보다 앞선 관계로 Zoom을 이용한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 Deutsch als Fremdsprache für Studierende B1
유럽연합 언어기준 B1에 해당하는 독일어를 독일어로 배웁니다. 현지 중학생 수준의 문법, 단어, 표현 등을 배우며 한국에서 외국어를 배울 때 쓰이는 교수자 강의식의 방법과는 달리, 학생들의 Groupwork을 통해 언어를 습득 및 체화합니다. 덕분에 외국인 친구들과 친해지기 쉬우며 몇몇은 귀국한 현재까지도 연락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시험은 말하기+듣기, 읽기, 그리고 쓰기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말하기 시험은 다른 세 영역과는 독립적으로 진행되고 독일어 발표를 통해 평가합니다.
위에 언급된 강좌들 대부분이 대학원 강좌인 관계로 교수님께서 수강생들이 필수 전공 내용을 다 알고 있다고 가정하고 수업을 진행하십니다. 따라서 수강을 추천 드리진 않습니다. 허나 Flight mechanics, introduction to additive manufacturing등의 과목은 기초부터 차근차근 가르쳐 주시므로 충분히 소화할 수 있습니다.
3. 학습 방법
저는 한국에서 해왔던 것과 같이 강의 시간에 부지런히 출석해 강의를 듣고 이를 노트에 정리하는 방법으로 공부하였습니다. 강의를 들어도 모르는 것이 있을 경우에는 중앙 도서관에서 reference book을 스스로 찾아보면서 모르는 부분을 보충하였습니다.
거의 모든 교수님들께서 수업한 자료 혹은 요약본을 수업이 끝나고 난 이후 ISIS에 올려 주시므로 혹여나 행정 처리 일정이 안 맞아 결석을 해야만 하는 경우, 또는 시험 기간에 시험 대비를 위해 복습할 때 해당 자료를 참고하면 많은 도움이 됩니다. 물론 이는 교수님께서 결정하시는 것이므로 수강하는 수업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시험에 관해서는 한국과는 다르게 대부분의 강의에서 중간고사가 존재하지 않고 기말고사 한 번으로 학점이 결정됩니다. 이 점이 심리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긴 합니다만 상대 평가가 아닌 절대평가로 점수가 책정되며, 수업 시간에 다룬 내용 혹은 팀 프로젝트 내용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물어보시기 때문에 크게 걱정은 안 해도 됩니다.
4. 외국어 습득 요령
제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잘 모르는 언어를 빨리 배우기 위해선 그에 대한 필요성을 체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타지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라도 언어를 배워야 하겠다고 생각하게 되면, 그렇지 않을 때 보다 몇배는 빨리 익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 또한 독일에 처음 들어왔을 때 영어로 모든 의사 소통이 가능할 줄 알고 장을 보러 갔다가 계산대 직원이 영어를 못해 진땀을 뺀 경험을 한 이후 독일어가 더 빠르게 늘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해당 언어로 생각하고, 매일매일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서 연습하는 것이 크게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매일 독일인에게 독일어 설명을 통해 독일어를 배우는 pre semester intensive course가 매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5. 기타 유용한 정보
베를린 공대는 수강포기 신청 제한 기간과 신청포기 방법이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학기말에 교수님께 시험 신청을 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해당 과목의 수강 포기로 간주되며, 학생이 해당 수업을 들었음을 입증하는 문서(Schein)가 발급되지 않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모든 과목의 수강여부는 학기말에 교수님과 시험을 본 후, 교수님께서 발급해 주시는 Schein이라는 증서로만 증명이 되므로, 해당 문서를 절대 잃어버리지 않도록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V. 생활
1. 가져가면 좋은 물품
a. (여름 한정) 휴대용 선풍기 혹은 부채
유럽의 여름은 매우 건조하고 햇빛이 강해 햇빛을 직접적으로 받을 경우에는 오븐 안에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덥습니다. 특히나 이번 해는 현지 뉴스에서 남유럽이 불타고 있다고 표현할 정도로 이상기후가 심해져 냉방수단이 절실했습니다. 다른 기숙사 상황은 잘 모르지만, 제가 살았던 기숙사는 방에 에어컨이 따로 없었습니다. 따라서 해가 떠있는 동안 더위를 피하기 위해 휴대용 선풍기를 가져오는 것을 적극 추천드립니다. 물론 현지의 전자제품 매장인 Saturn이나 Mediamarkt에서 구할 수는 있지만, 여름 시즌이 되기 전엔 매장에 내놓지도 않고, 내놓아도 가격이 15유로(약 2만 5천원) 부근에 형성되므로 한국에서 가져오는 편이 좋습니다.
b. 자물쇠
독일에서 자물쇠는 정말 많이 쓰이지만, 한국보다 비싸게 팔립니다. 특히 시험 기간에 도서관 이용 시, 도서관 옷장에 코트, 큰 가방 등을 보관해야만 열람실 내부 입장이 가능한 경우도 있는데 많은 옷장 혹은 사물함은 자물쇠로만 잠글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또한 여행을 갈 때도 유용하게 쓸 수 있으므로 자물쇠를 하나씩 챙기기를 권장 드립니다.
c. 동전 지갑
독일도 부가세 때문인지 사람들이 현금을 받길 더 좋아합니다. 특히 유로화가 5유로 이하는 동전으로 나오는 특성상, 이런 저런 물건을 사다 보면 금세 1,2유로짜리 동전이 쌓이게 됩니다. 저는 가지고 오지 않았고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지만, 한국에서 가지고 오시면 생활하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베를린이 국제적인 성격이 강한 만큼, 위에 나열된 물건들을 포함해서 한국 식재료 등은 현지에서 충분히 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해외에서 수입해오는 특성상, 한국 가격보다 2~3배는 비싸니 가져오실 수 있다면 가져오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2. 현지 물가 수준
현지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이나 대량 생산이 가능한 공산품의 경우, 베를린의 물가는 서울에 비해 생각보다 그렇게 비싸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대형 마트의 PB 상품을 잘 찾아볼 경우, 서울에 비해 품질은 더 좋으나 값은 오히려 더 싼 경우도 존재합니다. 현지인들이 주식으로 먹는 빵인 브레첸은 개당 대략 0.2~0.5유로(한화 약 280~700원)정도이며, 육류와 유제품은 이보다 조금 더 비싸지만 500g에 6유로(약 8400원)을 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또한 대용량 제품들이 소량 포장된 동일 제품에 비해 더 싸게 팔립니다. 한 예시로, 콜라 0.5L와 1.5L의 가격이 거의 동일하거나 대용량이 조금 더 쌉니다.
허나 햇반, 고추장, 라면과 같은 아시아 음식 및 식재료, 모든 종류의 해산물, 마지막으로 포장 샐러드나 샌드위치와 같이 사람 손에 한 번 가공된 물품들 혹은 외식 물가의 경우 앞서 소개한 장바구니 물가에 2~3배 정도의 가격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덕분에 제가 파견 이후 입에 달고 살았던 말이 “물 건너오거나 사람손에 닿으면 가격이 2-3배가 된다”였을 정도로, 원재료나 음료 대비 가격이 정말 높았습니다.
3. 식사 및 편의시설 (식당, 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a. 식당
현지 물가 부분에서 설명했듯이 사람의 손길만 닿으면 가격이 두세 배가 뜁니다. 하지만 studentenwerk에서 운영하는 학생식당인 멘자는 학생 복지 차원에서 운영하는 예외적인 존재로, 학생증 지참 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학생들 대부분이 멘자에서 식사를 해결하거나, 길거리 음식으로 때우거나, 기숙사 공용 주방에서 직접 해먹습니다.
멘자는 일반인, 교직원, 학생 순으로 갈수록 적은 가격을 지불하고 식사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카드에 충전된 금액으로 멘자 내부의 커피숍에서 케익과 커피를 사 먹을 수도 있고 기숙사 세탁실에서 빨래도 할 수 있습니다. 저도 평소에 TU 멘자에서 커피와 브라우니를 자주 사 먹었습니다. 참고로 베를린에 위치한 대학의 학생들은 자신이 소속된 대학이 아니더라도 베를린 전역의 멘자를 학생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식대 지불은 현금이 아니라 멘자 카드로만 가능하며, 도서관이나 멘자 건물의 기기에서 현금으로만 충전할 수 있습니다. 맛의 경우 독일 식문화 + 대량 조리의 콜라보레이션 때문인지 그렇게 엄청 맛있거나 하지는 않고, 서울대 학식에 비해 선택지도 좁으니 많은 기대는 하지 않으시는 편이 좋습니다.
학교 주변에서 간단하게 한 끼를 때울 수 있는 간식(imbiss)는 치킨, 햄버거, 케밥, 커리부어스트 정도가 있고, 뒤로 갈수록 가격이 쌉니다. 케밥이 특히 가성비가 좋으며 동물원역 부근의 체인점뿐만 아니라 학교 주변에서 오랫동안 장사를 하고 있는 숨겨진 맛집도 있으니 멘자 밥이 특히 더 맛없을 때, 보물찾기 하는 심정으로 찾아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커리부어스트는 동물원역 앞 커리36 노점이 맛있습니다.
b. 통신 및 금융
독일도 우리나라처럼 메이저 3개 통신사가 존재는 하지만, 계약 최소기간이 2년이라 시간이 모자라고 경험 없는 교환학생 입장에서는 사용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보통은 메이저 통신사의 망을 빌려 쓰는 선불 유심을 주로 이용합니다. 여러 회사에서 선불 유심 제품을 판매하는 데, 저는 한국 통신사의 1주일 로밍 후, 현지 마트 체인인 Aldi에서 서비스하는 Alditalk 선불 유심을 구입하여 개통하였으며, 실외에서는 대체로 잘 끉기지 않고 안정적입니다.
하지만 지하철이나 건물 내부에서는 한국과는 다르게 데이터 신호가 잘 잡히지 않습니다. 이는 통신사마다 조금식은 다를 수 있으나 보통은 잘 안됩니다. 그리고 법으로 정해져 있는지 유심 구입 후 활성화 과정에서 실사용자 확인을 위한 영상 통화를 반드시 실시하므로 개통 시 웹 캠이 있는 전자기기와 여권을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개통 이후 Alditalk 앱 또는 홈페이지를 이용하여 통신비 납부에 쓰이는 Guthaben을 충전할 수 있으며, 계좌를 등록할 경우 해당 계좌에서 3~5일 뒤 SEPA debit으로 돈을 뽑아 갑니다.
Sperrkonto에 묶어둔 돈을 수령하기 위한 계좌의 경우, N26이나 Vivid와 같은 인터넷기반 은행들을 주로 사용합니다. 역시 테어민의 나라 답게 Sparkasse, Deutsche bank등 대형 은행들은 계좌 개설에도 테어민을 요구하며, 일설에 의하면 안멜둥 서류 또한 개설 과정에서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앞의 인터넷 기반 은행들은 계좌 개설에 대한 요구 조건이 상대적으로 낮아(?) 개설 시 신원 확인을 위한 화상통화 및 개설 이후 세금 번호(안멜둥시 우편으로 배송됨) 입력만 요구합니다. 세금 번호는 개설 이후 입력할 수 있으나 미입력 상태로 일정 기한이 지나면 계좌가 정지되니 해당 기한 안에 배송 받은 세금 번호를 입력하시거나 세무서(finanzamt) 방문하셔서 관련 서류를 얻어 오시길 바랍니다.
독일의 모든 은행들은 송금에는 시간이 걸리며 계좌에 돈을 맡길 시 작지만 돈이 불어나는 한국과는 달리 매달 계좌유지비를 요구합니다. 유지비가 납부되지 않으면 계좌가 정지되며, 유지비가 0유로인 jungekonto는 대형 은행에만 존재하므로 월말에는 항상 5~10유로씩 돈을 남겨 두시길 바랍니다.
c. 의료
독일에서 학교에 등록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에 의해 건강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을 하거나 면제 조건 충족 서류를 제출해야 합니다. 보험은 사보험과 공보험으로 나뉘어 지며, 보통 공보험의 월별 보험비 가격이 사보험 보다 싼 경향이 있고 학생 신분이 명확할 경우 공보험이 가입이 더 쉬워 일반적으로 교환학생들은 공보험에 많이 가입하는 편입니다. 저는 sperrkonto를 개설했을 때, 패키지 상품을 통해 보험비가 가장 싼 TK로 한 번에 신청하였습니다.
이후 건강보험 카드를 받게 되는데 이는 기숙사 우편함으로 발송되니 기숙사 우편함을 자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추후에 병원 진료를 받아야만 할 경우가 생겼을 시 병원의 방문 테어민 잡으신 이후 병원 가실 때 보험 카드를 같이 가져가시면 됩니다. 다행히도 저는 아직까지 큰 병치례를 해본 적이 없어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좋은 조언을 드리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d. 교통
베를린의 지역 교통망은 지하철에 해당하는 S-bahn, U-bahn, 트램, 버스가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으며, 모든 교통수단의 티켓이 BVG의 승차권으로 일원화되어 있습니다. 학생증에 포함된 Semester ticket으로 중앙역에서 공항으로 가는 공항급행(FEX)를 포함한 베를린 전역의 교통수단을 모두 이용할 수 있으나, IC-ICE와 같은 도시 간 고속열차는 승차권을 따로 구입하여야 합니다.
Semester ticket을 사용할 수 없는 기간에는 티켓 판매기에서 따로 티켓을 구입하여야 하며, 티켓의 종류와 사용할 수 있는 운임 구간에 따라 요금이 따로 책정됩니다. 베를린의 운임 구간은 A, B, C로 나뉘어 있으며, 학교와 대부분의 기숙사는 A존, 공항과 포츠담은 C존, 그 외 교외 지역은 B 존에 속해 있습니다. 사람 손이 닿는 곳 마다 가격이 뛰는 독일의 특성상 대중교통 요금도 비쌉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사용시 버스, 트램, 그리고 지하철 역 내부에 있는 펀칭 기계로 반드시 펀칭을 하고 사용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티켓은 무효이며, 검표원에게 적발될 경우 60유로의 벌금을 현장에서 납부해야 합니다.
4. 학교 및 여가 생활 (동아리, 여행 등)
독일의 신학기는 한국과는 달리 9월(겨울학기)에 시작되는 관계로 제가 파견된 여름 학기의 경우 동아리 모집은 활발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교환학생들을 위한 다른 활동들도 활발히 진행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제가 살았던 Siegmunds hof haus 1는 파티문화가 발달한 베를린에서 매달 열리는 파티로 유명한 곳이었습니다. 기숙사 구성원만 아니라 외부에서도 참여할 수 있어 벽과 창문이 울릴 만큼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본인이 잘 맞는다면 새로운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이니 적극 활용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만약 내향적이고 시끄러운 걸 싫어 하는 성격이라면 그 날 만큼은 기숙사를 떠나 마음의 평온을 찾을 수 있는 곳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저는 학교 시간표가 꼬여서 여행을 자주 못 다닌 편에 속하지만, 교통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고 유럽 연합 정확히는 솅곈 조약권 내부는 국내처럼 다닐 수 있는 지역 특성상 여행을 가고자 마음만 먹는다면 한 학기에 많은 나라로 여행을 다닐 수 있습니다. 특히 유럽 내부에서는 저가 항공사의 노선망이 생각보다 잘 정비되어 있으므로 이지젯이나 스카이스캐너 등 저가 항공권 검색 어플을 적극 활용하시길 권장드립니다. 또한 아프리카나 아나톨리아 반도도 비행기로 4시간 밖에 걸리지 않아 유럽 밖 이슬람 권역의 독특한 문화도 쉽게 경험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출발하기에는 거리가 부담되는 이집트, 튀르키예 등의 나라도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다녀올 수 있으며 가서 얻어 올 수 있는 것도 많으니 유럽 지역 파견이지만 한 번 정도는 유럽을 벗어나 여행하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5. 안전 관련 유의사항
유럽연합의 선진국 중 하나인 독일의 수도임에도 불구하고 관광지로 유명하지 않은 덕분인지 파리, 로마, 런던 등 유명한 유럽 선진국의 수도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소매치기 등의 경범죄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또한, 서울과 비슷하게 대중 교통이 밤 늦은 시간까지 운행하며 여름의 경우 일몰 시간이 저녁 9~10시로 매우 늦어 서울과 비슷한 수준의 비교적 안전한 생활이 가능합니다.
특히나 베를린은 국제적인 도시이고 여러 인종의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어 인종 차별적 범죄는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Kreuzberg, Kottbuser Tor와 같이 클럽이 많이 위치한 소위 ‘힙한 곳’이나 동물원역 앞의 우범지대 등은 현지에서도 치안이 안 좋다는 인식이 있고, 사건사고로 인해 경찰에 연행되는 사람들도 종종 보이는 곳이므로, 활동에 주의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6. 기타 유용한 정보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독일의 국영 철도 Deutsche Bahn은 연착, 승강장 변경과 예고 없는 열차 취소로 매우 매우 매우 악명이 높습니다. 더군다나 이러한 사실을 전광판에 크게 띄우는 것도 아니고 역사 내부에서 독일어 안내방송으로 때우니 현지인들도 Don’t believe, Daheim bleiben(집에 머무세요)이라고 농담하거나 약속시간에 늦었을 때 기차가 연착되서 늦었다고 설명하면 다 이해하는 등 불만이 상당합니다. S-bahn과 U-bahn도 예외는 아니라서, 열차를 이용할 때는 열차가 취소는 안 됬는지, 환승이 있다면 환승 시간은 넉넉하게 잡았는지 꼭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독일 국내법에 의해 일요일은 당국의 허가를 받은 소수의 슈퍼마켓과 레스토랑을 제외한 모든 상점들이 문을 닫습니다. Siegmunds hof 근처에 2군데의 슈퍼(Rewe am berlin hbf, Ullrich hit zoologischer garten)는 일요일에도 여니 따라서 필요한 물품이 있을 경우, 아무리 늦어도 토요일에는 장을 봐 두시기 바랍니다. 그렇지 않다면, 계산대 앞, 혹은 매장 입구에 길게 늘어선 줄에서 일요일을 낭비하게 될 겁니다.
Ⅵ.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사실 출국 직전까지 졸업을 미루고 교환학생 파견에 지원하는 것이 옳은 선택인지 의구심이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해외에 나와 한 학기를 끝내고 보니 인생에 한 번 밖에 없는 소중한 기회를 놓치지 않은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안전하고 편안한 모국을 떠나 타지에서 보낸 6개월동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일상생활과 관련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나가면서 여러 값진 교훈과 어디서든 살아남을 수는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여러 나라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대화하고 그들의 문화를 직접 체험하면서 소중한 추억들과 세상을 보는 더 넓은 시선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국내에선 얻을 수 없는 이런 경험들은 빠른 졸업이 가져다주는 1년의 기대 소득과 경력 이상의 가치를 가질 것이라 저는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여러분들이 6개월 전의 저처럼 빠른 졸업과 교환학생 파견을 저울질하고 계신다면, 저는 파견 기회를 잡을 것을 강력히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