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파견 동기
솔직히 교환학생 신청에 거창한 동기는 없었습니다. 졸업은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은데 딱히 해본 건 없는 것 같고, 새내기 시절 유럽여행을 미루고 미루다가 코로나 19 시국이 되는 바람에 유럽 여행이 하나의 풀지 못한 숙제처럼 남아버려서 다소 충동적으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1. 파견대학/지역 선정 이유
파견대학과 지역을 선정한 이유 역시 매우 단순했습니다. 모집 공고 당시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지가 가장 큰 관심사였기 때문에, 가장 수혜 확률이 높은 대학을 선정했습니다. 목록에 있는 국가들 중 제가 ‘이름을 들어 본’, ‘유럽에 있는’ 국가에 있으면서 ‘영어 강의’를 제공하고 제2전공인 ‘경영대학 수업’을 들을 수 있는 학교를 찾다 보니 KU Leuven 외의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2. 파견대학/지역 특징
KU Leuven의 장점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우선 이메일 답장이 빠르다는 것이 단연 최고의 장점입니다. 비자 발급 절차부터 기타 행정처리까지, 적어도 KU Leuven 대학 측에서 제 발목을 잡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한국인 입장에서는 그딴 게 장점이냐 싶으겠지만, 유럽인들이 전반적으로 이메일 답장이 아주 많이 매우 느린 것을 고려하면 무시할 수 없는 큰 장점입니다. 일례로 아래에서 후술하겠지만 KU Leuven의 빠른 일처리 덕분에 급하게 진행했던 비자 신청에서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교내 국제처 담당자가 자주 출장을 가고 업무시간이 짧다(오후 4시까지라고 들었습니다)는 게 흠이긴 한데, 담당자가 부재중인 타이밍만 잘 피하면 답장이 보통 1~2일 내로 옵니다. 저는 이를 악용(?)하여 문제가 생길 때마다 담당자 Rebecca 씨를 매우 괴롭혔습니다. 짧은 업무시간 덕에 마음에 여유가 있으신 건지, 잔걱정 많은 한국인 학생이 별 희한한 사안을 가지고 허구한 날 메일로 징징거려도 항상 최선을 다해 친절하게 도와주셨습니다. 담당자가 빡빡하게 굴기보다는 학생의 편의를 봐주려고 최대한 노력하는 것이 보입니다.
그럴 일은 드물겠지만 혹 담당자가 이메일을 잘 확인하지 않는다면, 이메일에 쓴 내용을 학교 인트라넷 ‘FEB advisor’ 채팅창에 재전송하면 답장을 더 빨리 받을 수 있습니다. 학교 공식 1:1 질문답변게시판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메일은 잡다한 문의가 많아서, 학교 행정적인 문의사항(Learning Agreement 등)처럼 급하면서도 공식적인 건들은 이 창구를 활용하시는 편을 추천드립니다. 단, 이름이 ‘FEB’ advisor인 만큼 이 서비스는 Faculty of Economics and Business 소속 학생에게만 제공됩니다.
영어 개설 수업이 많다는 것 역시 하나의 큰 장점입니다. KU Leuven는 국제 학생을 꽤나 많이 받아들인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래서 영어로 개설되는 수업이 꽤 많습니다. 생각보다 유럽에서 영어 강의를 제공하는 학교가 드뭅니다. 특히 한국인들에게 가장 익숙한 프랑스나 독일은 영어 수업은 고사하고 자국어 자격증부터 따올 것을 요구하는 경우가 잦다는 것을 고려하면, 벨기에는 신입니다. 교수님들의 영어 실력도 대체로 준수해서 수업 이해에 큰 지장을 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네이버에 벨기에를 검색하면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이 인종차별 뉴스인지라 저도 상당히 걱정을 많이 하면서 출국했는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동양인+비(非)불어화자임에도 사는 동안 불쾌한 경험은 없었습니다. KU Leuven은 학내 구성원이 매우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교환학생뿐 아니라, 정규학생도 외국인 비율이 매우 높습니다. 그래서인지 재학 기간 중 딱히 학우들이 특정 인종을 더 선호하고 덜 선호하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도 없었습니다.
사실 이것은 KU Leuven만의 특징은 아니고 브뤼셀의 고유한 특징인 듯한데, 거리를 걸어보면 벨기에를 대표하는 ‘인종’을 규정할 수가 없습니다. 유럽의 수도라는 명성에 걸맞게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사는 지역이 바로 브뤼셀입니다. 아프리카계, 중동계, 아시아계, 북유럽계, 서유럽계 등등 매우 다양한 인종이 살고 있기에 어느 특정 인종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지 않습니다. 벨기에에서 반년을 살았지만 여전히 ‘벨기에인은 어떻게 생겼는가’를 정의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교환학생 생활에 있어 ‘이방인’이라는 것이 주는 외로움이 꽤 크다고 생각하는데, 브뤼셀에서는 모두가 외국인처럼 보이기 때문에 내가 이방인이라는 느낌이 덜해서 좋았습니다.
물론 중국어로 말을 걸거나 하는 가벼운 인종차별은 겪어봤지만 그조차도 유럽인이 아니라 거리의 이민자들이 하는 것들이었고, 그 외 음식점이나 일상생활에서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로 혹은 불어를 못한다는 이유로 무시받거나 차별받은 경험은 없었습니다. 이것이 주변국인 프랑스와 독일과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랑스인과 독일인은 자국어를 못 하는 영어 화자에게 불친절한 경향이 있는데, 벨기에인들은 불어를 못하는 영어 화자를 맞닥뜨리면 뚝딱거리기는 해도 불친절하게 굴지는 않았습니다. 단, 시청 등 보수적인 집단에서 근무하는 벨기에인들은 영어로 메일을 보내면 불어로 돌려주는 유럽식 갑질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이것도 막상 시청에 직접 방문해보니 그때는 영어로 친절하게 응대해주더군요... 뭐지?)
참, 이것은 장점일지 단점일지 모르겠으나 저에게는 큰 장점이었기에 씁니다. 벨기에는 타 유럽국가들에 비해 한국인 비율이 절대적으로 낮습니다. 저는 교환 가서까지 한국인들과 몰려다니는 것에 매우 부정적인 입장이었던지라 이것이 매우 큰 이점으로 작용했습니다. 실제로 KU Leuven 브뤼셀 캠퍼스에는 한국인이 저를 포함하여 단 2명이었고, Van Orley 기숙사에는 한국인이 저뿐이었습니다. 길거리를 걷다가 한국어를 듣는 빈도가 2주에 1번이면 많은 겁니다.
제가 수학한 브뤼셀 캠퍼스는 Faculty of Economics and Business, 줄여서 FEB라고 불리는 경영학/경제학 단과대 특화 캠퍼스로, 다른 단과대 수업은 거의 없다시피합니다. 저는 서울대생의 경우 FEB로만 파견이 가능하다(2023년 9월 기준)고 안내받았기 때문에 브뤼셀 캠퍼스에 지원했는데, 본캠퍼스인 루벤 캠퍼스에도 FEB 수업이 몇 개 개설되니 각 캠퍼스별/학기별 개설 과목을 꼼꼼히 비교해 보시고 캠퍼스를 고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브뤼셀 캠퍼스에는 회계원리 등 기초, 즉 전공필수 과목이 많이 개설되고 파생 과목이 루벤 캠퍼스에서 개설되는 듯합니다.
다만 브뤼셀이라는 도시에 치안을 기대하고 오시면 안 됩니다. 그랑팔라스 주변 시내 중심부(city center)의 경우 노숙자가 들끓다시피합니다. 치안에 대한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제가 수학한 23-2학기 10월에는 브뤼셀 한복판에서 총기 테러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후에도 여러 차례 총기를 소지한 수상한 사람이 발견되어 경찰력이 동원되는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굳이 옹호를 해보자면,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으나 테러의 대상이 한국인과 같은 아시안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는 듯합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1. 비자 신청 절차
2023년 9월학기 기준 비자 신청 절차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그러나 참고용으로만 활용하시고, 지원 시점의 벨기에 대사관 공식 홈페이지의 안내를 따르시기 바랍니다. 모든 실물서류의 경우 이유는 모르겠으나 사본 2세트 포함 각각 3세트씩 출력해서 대사관에 가져가셔야 합니다. 하단에 첨부된 링크들과 정보들이 현재도 유효한지는 본인이 직접 대사관 홈페이지(https://republicofkorea.diplomatie.belgium.be/ko)에서 확인하세요.
①온라인 비자 신청서 작성
https://visaonweb.diplomatie.be에서 비자 신청서를 작성합니다. 이름과 같은 간단한 인적사항부터 여권번호, 국내 주소 및 현지 주소, 유럽 최초 입국지 등등 시시콜콜한 정보를 달라는 대로 적어 주시면 됩니다. 비자 신청서를 생성하여 신청서 고유번호가 발급되어야 대사관 방문 예약이 가능하므로, 일단 최대한 빨리 작성을 시작해야 합니다. 입국 일정이나 현지 주소 등이 확정되지 않아 한 번에 다 채우기 힘들더라도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신청서 생성 이후에는 임시 저장이 가능합니다. 바람직한 케이스는 아니겠지만 저는 대사관 방문 하루 전에 겨우겨우 다 채워 제출했습니다.
②대사관 방문 예약
비자 신청서 작성을 시작하면 자동으로 신청서 고유 번호가 생성됩니다. 이 번호를 가지고 https://appointment.diplomatie.be/Captcha에서 대사관 방문 예약을 잡습니다. 최소 출국일 1달 전에는 방문하셔야 원활하게 비자를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저는 아주 빡빡하게 딱 출국 1개월 전에 방문했고 출국 1주일 전에 받았습니다. 즉, 총 3주 소요되었습니다. 저처럼 비자가 안 나올까 전전긍긍하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싶지 않다면 6월에 입학허가서 수령하자마자 신청하는 게 좋습니다.
③건강진단서 발급
이 대목도 벨기에 교환학생 파견 절차에 있어 주요 발암 항목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전국 3개뿐인 지정병원(서울 세브란스병원, 여의도 성모병원, 해운대 백병원)에 예약 후 방문해서 건강검진을 받고 진단서를 수령해야 합니다. 검사 항목은 여느 일반적인 건강검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진단 요금은 매우 다릅니다. 소변검사하고 엑스레이 사진 찍고 피검사 좀 하면 28만 3200원 뚝딱입니다. 가격은 세 병원 모두 대동소이한 것 같으니 그냥 체념하고 가까운 곳 가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참고로 검사 받으러 갈 때 여권이 필수입니다!!!!!!!
검진 이후 진단서 발급 시 방문수령할 것인지 등기수령할 것인지 물어보는데, 편하신 대로 하시면 됩니다. 방문수령의 경우 진단서가 발급되면 찾으러 오라고 문자가 옵니다. 통상적으로 검진 후 진단서 발급까지 일주일 정도 걸린다고 하는데, 저는 비수기(출국1달전)에 가서 그런지 사흘만에 문자를 받았습니다.
④입학 허가서 제출
입학 허가서가 발급되었다면, 해당 서류를 학생 본인이 아니라 벨기에 학교 측에서 직접 이태원 대사관으로 발송해주어야 원본으로 인정이 됩니다. 여기서 앞서 언급한 KU Leuven의 장점이 작용합니다. 입학허가서 자체는 꽤 늦게(6월 초) 발급되었으나, 대사관으로 발송해달라고 메일 한 통 보내두니 하루 만에 발송 완료했다고 답장이 왔습니다. 국제학생을 많이 받아본 짬에서 나오는 연륜인지 비자와 관련된 것들은 비교적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 같습니다.
⑤재정 보증서 발급
우리는 유럽 연합 외부인으로서 벨기에에 체류하여야 하기에 ‘재정 보증’, 즉 벨기에 당국에 내가 1학기 동안 유럽의 물가를 견뎌낼 만큼 강한 지갑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주어야 합니다. 이 재정 보증 절차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가족을 보증인으로 내세우는 것이고, 둘째로는 파견교를 보증인으로 내세우는 것입니다.
첫 번째 경우, 가족이 일정 소득 수준(시기마다 달라지니 대사관 홈페이지 참고)을 만족해야 하며 대사관 방문 예약일에 학생과 직접 대사관에 대면 출석하여야 합니다. 절차가 매우 번거롭고 부모님이 대사관에 직접 출석해야 하지만 별도의 거대한 현금박치기가 필요없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단, 제 기억상 KU Leuven 측의 안내에 ‘이 방법을 선택할 경우 당신의 비자 발급 절차에 우리가 영향력을 행사할 여지가 적어진다’, 즉 대학 차원에서 비자 발급에 도움을 주기가 힘들다는 공지가 있었던 것으로 보아 비자 발급 속도가 두 번째 방법에 비해 느릴 수도 있습니다. 비자 발급을 급박하게 진행하는 경우 추천하지 않습니다.
두 번째 경우, 벨기에 당국이 설정한 보증금 및 진행수수료(2023년 9월 기준 약 840만 원)를 파견교가 관리하는 계좌에 일시불 현금박치기해준 후 계좌를 잠급니다. 그래서 이 방법을 ‘Blocked Account’라고 부릅니다. 입금 후 Blocked Account가 성공적으로 생성되면 대학 측에서 신청자의 재정상황을 보증한다는 서류를 보내주는데, 그 서류를 대사관 방문 때 제출하면 됩니다. KU Leuven의 경우 알아서 원본을 대사관으로 보내줍니다. 일시불 현금박치기가 부담이긴 하지만 비자를 빨리 발급받고자 할 경우, 또는 부모님이 대사관에 직접 출석하기 어려운 경우 활용하기 좋은 방법입니다.
계좌를 잠갔다고 해서 한 학기 내내 돈이 묶이는 것은 아니고, 벨기에에 도착해 학기를 시작하면 파견교에서 묶어 두었던 돈을 나누어 매달 용돈(?)처럼 돌려줍니다. 단, 용돈을 수령할 때는 유럽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유로 계좌가 필요하므로 비자 수령과 동시에 Revolut(토스와 비슷한 어플입니다)에서 유로 계좌를 개설해두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계좌를 미리 개설해두었다가 나중에 벨기에 입국 후 Blocked Account 담당자에게 유로 계좌 정보를 보내면 매달 1일마다 용돈을 입금해줍니다.
⑥범죄 수사 경력 회보서&아포스티유 발급
네이버에 “범죄 수사 경력 회보서”, “아포스티유” 각각 검색하면 제일 상단에 공식 웹사이트가 나옵니다. 해당 웹사이트들의 안내에 따라서 온라인 발급하시면 됩니다. 이것만큼은 다행히 무료입니다. 간혹 경찰서에 직접 방문해서 수령하시는 분도 계시다고 들었으나 저는 낡고 지친 5학년이라 굳이 발품을 팔고 싶지 않았기에 온라인으로 편하게 발급했고, 비자 발급에도 아무 문제 없었습니다.
⑦여행자보험 가입
여행이 아니라 해외에 장기‘체류’하는 것이므로 흔히들 알고 계시는 여행자보험과는 다른 상품을 가입하셔야 합니다. 필수로 포함되어있어야 하는 보장항목이 몇 가지 있고, 해당 항목의 최소 보장금액을 벨기에 대사관에서 정해주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제 경우는 모든 항복 최소 3만 유로 보장이었습니다. 대사관 홈페이지에 적혀 있으니 기준 잘 체크하셔서 보험사 알아보시고 신청하시면 됩니다. 저는 평소 여행자보험 자주 가입하던 마이뱅크에서 해외장기체류보험을 14만 3천원에 저렴하게 받았습니다.
⑧진행 수수료 송금 증명서
당최 왜 내는지 모르겠으나 벨기에 비자는 진행 수수료를 2회 징수합니다. 이태원 대사관이 1회, 벨기에 당국이 1회 뜯어가는 듯합니다. ‘진행 수수료’의 경우 벨기에 당국에게 가는 돈입니다. 따라서 대사관 방문 전까지, 대사관 홈페이지에 언급되어 있는 벨기에 계좌로 무려 해외송금을 해야 합니다. 저는 약 33만원 송금했습니다. 해외 송금 관련해서는 ‘모인’이라는 어플이 꽤 유명하니 활용하시면 좋습니다. 사실 주거래 은행이 있으시다면 혜택 계산해보시고 더 좋은 쪽을 활용하셔도 무방합니다. 모인의 경우 송금 이후 증명서를 국/영문으로 자동 발급해줍니다. 해당 증명서를 인쇄하여 가져가시면 됩니다.
⑨대사관 방문(비자 수수료 2차 결제)
마지막 관문입니다. 예약한 날짜에 대사관 방문하셔서 범죄자 머그샷 같은 비자사진 찍히시고, 서류 한가득 제출하시고 여권도 제출하고 오시면 됩니다. 원래 영어면접도 본다고는 하는데, 교환학생의 경우 체류 목적이 뚜렷한 편인지라 면접은 면제해줍니다. 여권에 비자가 붙으면 메일이 오니 메일함 잘 확인하세요! 저는 비자 발급 완료 메일이 하필 스팸함으로 꽂히는 바람에 비자가 나오고 며칠 뒤에야 알았습니다.
2. 숙소 지원 방법
KU Leuven 대학 루벤캠퍼스에 지원하신 분이라면 그냥 담당자 이메일 기다리시다가 대학에서 제공하는 기숙사 신청을 하시면 될 겁니다. 그러나 KU Leuven 브뤼셀캠퍼스에 지원하셨다면... 축하드립니다. 당신은 이역만리 외국에서 단기원룸을 구해야 할 처지가 되셨습니다. 브뤼셀 캠퍼스는 가장 땅값이 비싼 지역인데다 본캠퍼스도 아니기 때문에 기숙사가 없습니다. 저는 이걸 모르고 브뤼셀 캠퍼스에 지원했다가 받은 장학금을 5개월치 월세로 다 날렸습니다.
어쩌다 보니 안 좋은 점만 가득 적었지만, 브뤼셀 캠퍼스에 지원한 것을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사설기숙사 ‘Van Orley’ 입주에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Van Orley는 브뤼셀 내 캠퍼스가 있는 대학들과 제휴가 되어 있는 사설기숙사로서 5개월(1개 학기) 단위로 계약을 제공하는 국제학생 전용 기숙사입니다. 5층짜리 건물에 약 100여 명의 국제학생들이 모여 살며, 2인 1실 더블룸과 1인 1실 싱글룸이 있습니다. 특이한 점은 한 건물임에도 각 방의 규격이 균일하지 않아서 어느 방을 쓰느냐에 따라 화장실 및 가구 배치는 물론 월세 금액까지도 천차만별이라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평균을 내 보자면 제가 사용한 싱글룸의 경우 월세가 보통 90~100만원 선이었으며, 더블룸은 인당 약 6~70만원 선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숙사 운영사인 Brik의 공식 홈페이지(https://www.brik.be/en/van-orley-international-student-house)에서 입주 신청 오픈일 알림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23-2 가을학기 입주 신청일은 7월 중순이었습니다.
Van Orley는 방마다 스펙이 다른 만큼 무작위로 방을 배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1, 2, 3지망을 메일로 적어서 낸 후 선착순으로 배정받는 시스템입니다. 방 정보는 지원 기간 전에 미리 알려주니 미리미리 쓸 방들의 번호를 골라두시기 바랍니다. 제 경우 오픈 후 1분 안에 메일을 보냈으나 3지망으로 고른 방에 배정된 것을 보면 싱글룸 경쟁이 매우 치열한 듯합니다. 만약 Van Orley 기숙사에 지원하실 계획이라면, 반드시 주방, 거실 등 공용공간 바로 옆 방들은 피하시길 바랍니다. 최대한 해당 공간들에서 멀리 떨어진 방에 지원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리고 0층 및 1층은 주방이 없고 4층은 엘리베이터가 고장날 경우 생으로 걸어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2~3층이 적절한 것 같습니다. 참고로 저는 개인적으로 제가 살았던 방(33422)이 참 좋았습니다. 다른 방들에 비해 면적도 괜찮고, 뷰도 예뻤고, 채광도 아주 좋았으며 난방도 매우 좋았습니다.
저는 이 기숙사에 살아본 경험이 제 교환학생 경험의 8할을 차지한다고 자신합니다. 일본, 이탈리아,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베트남, 헝가리, 슬로베니아, 아르헨티나, 브라질, 스페인, 폴란드 등등 정말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과 친분을 쌓을 수 있는 진귀한 경험이었습니다. 공용주방이 층마다 1개씩 있어서 매 식사 시간마다 강제적으로(?) 이웃들의 얼굴을 보게 되는데, 저는 기숙사가 이런 구조가 아니었다면 방 안에만 틀어박혀 외국 생활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한국인이 제일 남의 식사에 관심이 많을 것이라고 자부하는 경향이 있는데, 외국인들도 그에 못지않게 남의 밥에 관심이 많습니다. 뭐 먹냐며 스멀스멀 다가와서는 메뉴가 부실하면 핀잔을 주기도 하고, 자기가 한 음식 맛있다며 선뜻 권하기도 합니다. (제가 지낸 23-2학기는 기숙사에 유독 이탈리아인이 많았던지라 주방에서 공짜 파스타만 오만 번 정도 먹은 것 같습니다.) 그 외에 근황 토크/스몰 토크도 주방에서 많이 이루어졌습니다. 한 마디로 Van Orley 기숙사는 다양한 배경의 외국인 친구를 사귀기 정말 좋은 환경입니다.
시내 한복판, KU Leuven 브뤼셀 캠퍼스에서 걸어서 20분 내외라는 위치도 Van Orley 기숙사의 빠지지 않는 장점 중 하나입니다. 브뤼셀 북역, 그랑팔라스는 걸어서 30분 내외로 갈 수 있고 지하철역도 바로 앞에 있어서 샤를루아 공항 갈 때 경유해야 하는 브뤼셀 남역도 30분 내로 갈 수 있습니다. 자벤텀 공항의 경우 브뤼셀 북역에서 기차로 10분입니다. 정말 가까워서 택시비도 그렇게 많이 들지 않으니 입국하실 때 짐이 많으시다면 택시를 타셔도 됩니다. 저는 여행을 많이 다녀서 공항을 주에 1번씩은 갔는데, 기숙사 위치 덕분에 정말 좋았습니다.
다만 한 가지 유의하셔야 할 점은, 월세 금액에 비해 건물 상태가 그리 좋지 않다는 것입니다. 일례로 아마 상상도 잘 안 되실 ‘수동 엘리베이터’가 건물 전체에 딱 한 대 있는데, 그것조차 심심하면 고장납니다. 제가 살던 복도의 어느 방에서는 천장의 콘크리트가 무너져 내렸고(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습니다) 복도 및 방 내부 마룻바닥에서 나는 끼익 소리가 예술입니다. 그리고 싱글룸의 경우, 공간 활용을 위해서인지 화장실이 2층에 있고 그 바로 밑에 침대가 있는 신기한 구조입니다. 심지어 화장실 계단이 매우 가팔라 음주 후 화장실에 갈 경우 정강이를 찧지 않기 위해 조심해야 합니다.
3. 파견 대학 지불 비용(student fee, tuition fee, 기숙사 비용 등)
대학에 추가로 지불한 비용은 거의 없습니다. 저는 EU 시민이 아니어서 student insurance로 10유로 정도 납부한 것 같습니다.
4. 기타 유용한 정보
벨기에는 원칙상 입국 후 8일 이내에 시청에서 거주증 발급 신청을 해야 합니다. 주소지에 따라 담당 사무실이 다릅니다. Van Orley에 거주하신다면 시내 한복판에 있는 Brucity 건물에서 거주증 발급 절차를 밟게 되실 텐데, 이게 꽤나 귀찮습니다. 그놈의 ‘원칙’을 하나하나 다 만족하려다 보면, 비자발급과 쌍벽을 이루는 귀찮음을 경험하게 됩니다.
KU Leuven 브뤼셀 캠퍼스 재학생의 경우 이메일로 방문 예약을 잡으셔야 하는데, 아마 한국에 계실 때 이메일을 보내야 입국 직후에 첫 번째 방문을 하실 수 있을 겁니다. 벨기에에 입국한 뒤에 이메일을 보내면 8일은 고사하고 8주 뒤로 방문 예약이 잡히실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큰일 나는 건 아니니 걱정 마세요. 살아보니 유럽에서의 ‘원칙’은 보통 지키는 건 불가능에 가깝고 안 지켜도 큰일나지 않는 사항들을 의미하더군요. 애초에 Rebecca 씨도 ‘Brucity는 우리 학생들에게 절대 8일 내로 그들을 찾아갈 기회를 주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로, ‘8일’이라는 것은 사실상 유명무실한 기준입니다. 언제가 되었든 방문 예약만 잡으시면 됩니다.
IV. 학업
1. 수강신청 방법
서울대와 달리 특정 사이트에 접속해서 선착순 신청을 하는 형식이 아닙니다. 정원 제한이 없어 듣고 싶은 과목을 (시간대가 겹치지 않는다면) 다 들을 수 있습니다. 다만 최소 21 ECTS를 신청해야 하며, 국제학생들이 들을 수 있는 목록에서 고르셔야 합니다. 벨기에에 입국하시는 그날까지 Rebecca 씨가 메일을 정말 많이 보내실 텐데, 그 중 하나에 수강신청에 대한 안내도 들어 있으니 귀찮더라도 모든 메일을 반드시 꼼꼼히 읽으셔야 합니다. 해당 학기에 개설되는 강의 목록도 메일로 옵니다.
시간표를 다 짜신 후에는 ‘Learning Agreement’라는 문서에 과목을 채워넣어 서울대 국제처 담당 선생님께 서명을 받고 Rebecca 씨에게 전송하면 됩니다. 개강 후 수강과목을 변경하고 싶으시다면 mySNU와 비슷한 인트라넷 KU Loket 내 ISP 메뉴에 접속해서 바꿀 수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Rebecca 씨에게 물어보면 친절히 알려 주십니다.
2.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브뤼셀 캠퍼스에 지원한 학생은 원칙적으로 브뤼셀 캠퍼스에서 개설되는 과목만을 수강하여야 하지만, 신기하게도 제가 재학한 23-2학기 기준 루벤캠퍼스 강의를 1개까지는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총 5개 과목을 수강신청했으며 그 중 3개 강의를 통과했습니다. (사실 통과하지 못한 과목의 경우 학점 인정이 가능한 과목이 아니라서 자체드랍한 것이고, 나머지는 무리 없이 통과했습니다.)
Consumer Behaviour는 서울대 소비자행동 과목의 강의계획서와 거의 동일한 내용을 다루었고, 교수님도 쾌활하시고 알아듣기 어렵지 않았습니다. 시험 없이 매 수업 직후 진행되는 10분의 퀴즈로 성적을 평가하셔서 아주 꿀강이었습니다. 그러나 10분 내에 풀어야 하는 것 치곤 퀴즈 문제가 꽤 어려우니 만만하게 보시면 안됩니다. Microeconomics (B) 는 기초적인 미시경제학을 배우는 과목으로, 경제학 전공이라기엔 생각보다 쉬워서 따라가기 수월했으며 교수님께서 영어를 아주 잘하십니다. 객관식과 주관식이 혼합된 시험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European Institutions의 경우, 저는 출석을 거의 하지 않았지만 기숙사 친구의 후기를 들었을 때 매우 어렵고 암기량이 엄청난 시험인 듯합니다. EU 행정에 대해 배우는 수업입니다. International Business 과목은 두 교수님이 번갈아 가며 수업을 진행하셨는데, 여자 교수님 수업은 상당히 지루했으나 남자 교수님 수업은 학생들에게 계속 말을 거시고 상호작용 툴을 사용하셔서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시험은 수업 내용을 바탕으로 객관식으로 출제되었습니다.
KU Leuven은 성적을 A-F가 아닌 숫자 형식으로 주는데요, 20점 만점에 10점을 넘겨야 성적을 부여받을 수 있고 10점 미만인 경우 Fail입니다. 그리고 제가 수강한 강의는 모두 출석 점수 및 과제 없이 기말 한 방으로 성적이 산출되었습니다. (Consumer Behaviour의 경우 매 수업 직후 진행되는 온라인 퀴즈가 출석을 대체합니다)
3. 학습 방법
KU Leuven의 경우 학교가 공식적으로 벼락치기 기간을 줍니다(!) 12월 크리스마스 직전에 종강 후 약 3주의 기간을 준 뒤 1월 중순부터 시험주간이 시작됩니다. 시험 날짜는 1월 중순~2월 극초반까지의 기간에 드문드문 배정됩니다.
사실 평범한 서울대생이라면 영어에 자신이 없으신 분들을 제외하고는 10점을 넘기기는 어렵지 않아 보입니다. 그리고 영어에 자신이 없으시더라도 대부분의 강의가 수업 영상을 함께 제공하니 조금만 더 시간을 들이시면 통과하실 수 있을 겁니다. (복습영상을 제공하지 않는 과목도 있으니 개강 첫 주에 잘 확인하세요) 수업을 얼마나 열심히 들었든 간에 어차피 1월 중순쯤 되면 기억이 다 날아가고 없기 때문에, 다시보기처럼 틀어두시고 복습하시면 딱입니다.
제가 통과한 Consumer Behaviour는 애초에 시험이 없는 과목이었고, International Business의 경우 사흘, Microeconomics의 경우 닷새 정도 투자해 15주치 녹화강의를 쌩으로 전부 다시 재생하며 공부했습니다. 학우님들은 저보다 요령이 좋고 똑똑하실테니 이런 무식한 방법보다는 삶의 질을 더욱 높일 수 있는 공부 방법을 선택하시리라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팁을 드리자면 공부할 만한 공간을 찾기가 어려우실 텐데, 벨기에는 한국처럼 24시 문화가 전혀 발달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밤늦은 시간이면 카페고 도서관이고 문을 다 닫습니다. brik.be 홈페이지에서 Study Spaces 탭을 선택하시면 다양한 공간을 학습 목적으로 예약하실 수 있으니 참고하세요.
4. 외국어 습득 요령
사실 외국어..는 거의 습득하지 않았습니다. 학교에서는 영어만 쓰고 기숙사에서도 교환학생들이랑만 어울려 다니니 영어 외 언어를 쓸 일이 없었습니다. FEB 내에 다양한 언어 코스가 개설되긴 하는데, 생판 모르는 외국어(불어나 네덜란드어)를 주 1~2회 수업으로 습득하는 것은 택도 없을 것 같아서 애초에 수강하지 않았습니다.
5. 기타 유용한 정보
영어만으로 어찌저찌 생활이 가능하긴 한데, 벨기에가 마트나 길거리에서 영어를 보기는 힘든 동네이긴 합니다. 벨기에는 공식 언어만 이미 3개인지라 지명표기나 이름표기에 있어 영어가 낄 자리가 없습니다. 보통 특정 이름을 적어야 할 때는 프랑스어/네덜란드어 병기가 일반적입니다. 구글 번역기나 파파고 번역기를 필히 설치해가심이 좋습니다. 카메라로 찍어서 번역하면 빠릅니다.
그리고 특히 지하철역의 경우, 역마다 프랑스어 이름과 네덜란드어 이름이 각각 따로 존재하므로 길찾기에 유의해야 합니다. 이를테면 구글맵에서는 프랑스어 이름을 알려주는데 창문 밖에 보이는 역 이름은 네덜란드어인 식이라서 까딱 잘못하면 내릴 곳을 놓치기 쉽습니다.
V. 생활
1. 가져가면 좋은 물품
딱히 없습니다. 다 사람 사는 곳입니다. 저는 유럽인들 옷 사이즈가 아시아인에게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도 들어서 옷만 40kg 챙겨간 것 같은데, 지나고 보니 다 필요없는 것 같습니다. 청바지 사서 밑단 자르면 되더라고요. 한국이 비싼건지 유럽이 싼 건지 모르겠지만 옷 가격만큼은 한국과 비슷합니다. 심지어 핏도 더 예쁩니다. 방에 필요한 대강의 책꽂이나 스탠드 등은 이케아에서 살 수 있고, 식재료는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Kam Yuen이라는 중국계 아시안마트에서 살 수 있고, 한국/일본 특화 식재료가 필요하다면 조금 멀지만 지하철로 20분 정도 거리인 신라마트를 찾아가면 됩니다. 한국 간식이나 한국 기념품은 벨기에에서 구하기 힘들거나 구할 수 있더라도 매우 비싸므로 그런 것들은 싸오시는 게 좋을 것 같긴 합니다. 저도 외국인 친구들에게 나눠 줄 한국 기념품을 안 사온 게 개인적으로 많이 아쉽습니다.
단, Van Orley에 입주하시는 분이시라면, ‘높은 와트의’ ‘백색광 전구’ 사 오세요. Van Orley의 경우, 그리고 많은 벨기에 건물의 경우 침침하고 샛노란 조명을 사용해 공부하기 극악인 환경을 조성합니다. 심지어 백색광 전구는 마트에 잘 팔지도 않습니다. 물론 가방에 자리가 없다면야 이것도 아마존으로 시키면 될 것 같긴 합니다.
2. 현지 물가 수준
모든 것들이 꽤나 비쌉니다. 재정상 여유가 없으시다면 벨기에 파견은 굳이 추천드리고 싶지 않을 정도입니다. 사실 북유럽 같은 국가들은 물가가 비싼 게 납득이라도 되는데, 벨기에는 딱히 이만큼이나 비싼 물가를 상쇄시킬 만한 장점이 없습니다. 외식/배달 물가가 서울의 약 2배 정도 됩니다. 시내 까르푸에 가 보면 야채를 제외한 모든 식재료가 최소 5유로에서 시작합니다. 커피 한 잔에 4유로가 말이 되냐며 역정을 내는 기숙사 친구들의 반응을 보면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서도 꽤 비싼 편인 것 같습니다. 참, 맥주는 정말 쌉니다. 지출을 최소화하고 싶으시다면 최대한 외식을 줄이시고, Carrefour 대신 Lidl이나 Coluyt와 같은 창고형 식자재 마트에 가세요. 물론 접근성과 상품의 질은 Carrefour가 더 좋긴 하지만 그만큼 더 비쌉니다.
3. 식사 및 편의시설 (식당, 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상술한 이유로 식당은 잘 가보지 않았는데요, 학우님께서 이미 벨기에 브뤼셀 파견이 확정되었다면 반드시 가셔야만 하는 곳들은 알고 있습니다. 와플집입니다. 벨기에에는 와플이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브뤼셀 식 와플과 리에주 식 와플이 그것입니다. 브뤼셀 식 와플은 바삭하고 담백한 와플 위에 토핑을 얹어 먹는 와플이고, 리에주 식 와플은 와플 자체가 쫀득하고 달아서 토핑이 필요 없는 와플입니다. 한국에서 ‘벨기에식 와플’을 이미 맛보신 적이 있으시다면 보통 리에주 식 와플일 것입니다.
브뤼셀 시내에는 가성비 미친 리에주 식 와플집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장인의 향기가 느껴지는, 테이크아웃만 가능한 Galet (Primark 옆)입니다. 저는 벨기에에 머무는 동안 Galet의 플레인 와플을 과장없이 하루에 2개씩 먹었습니다. 가격도 3유로가 채 안 되는데 무엇보다 맛이 미쳤습니다. 브뤼셀에 체류하신다면, 혹은 브뤼셀에 방문하실 일이 있다면 반드시 시도해보시기 바랍니다. 명성에 맞게 항상 대기줄이 있으나 테이크아웃 전문점이라서 빨리 사라집니다. 참고로 캐셔와 와플을 받는 곳이 다른 곳에 있기 때문에 먼저 캐셔 쪽에 줄을 서서 영수증을 받은 후 와플을 받으러 가야 합니다. 그리고 Galet에 비해 매일 먹기는 버거운 가격과 양이지만, 리에주 식 와플에 생크림+딸기+초코토핑까지 얹어서 고급미를 더한 Le Roi de la Gaufre도 그랑팔라스 부근에 있습니다.
또한 체인 와플가게 중 가장 유명한 Maison Dandoy는 브뤼셀 식 와플 전문입니다. 그랑팔라스 부근에 많이 모여 있는데, 개인적으로 Rue Charles Buls 지점이 2층도 있고 다른 지점에 비해 한산하고 분위기가 좋아 추천드립니다. 저는 매번 Queen’s Favorite에 Spéculoos를 추가해 먹었습니다. Le Roi de la Gaufre와 마찬가지로 가격이 비싸긴 하지만 벨기에에 온 이상 종류별로 와플을 하나씩 먹어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먹어 본 브뤼셀 식 와플 중에는 이곳이 단연 최고였습니다. 리에주 식 와플과 비교해보시는 것도 색다른 재미일 겁니다. 저는 벨기에에 체류하면서 와플로만 5kg이 찐 것 같지만 전혀 후회하지 않습니다. 단언컨대 한국의 와플은 와플이 아닙니다. 이왕 벨기에로 파견을 가게 되셨다면, 어디서도 먹을 수 없는 와플로 뽕을 제대로 뽑고 오시길 바랍니다.
의료비에 지레 겁먹었기 때문에 병원은 가본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애초에 이토록 예약을 중시하는 예약의 대륙에서 의사를 제때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없었습니다.) 대신 한국에서 감기약을 2주치 타서 간 후 아플 때마다 먹었습니다. 자주 가던 병원에 사정을 이야기하니 설사약부터 두통약, 코감기약까지 다양하게 처방해주셔서 굳이 현지 병원에 가지 않고도 다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브뤼셀 소재 대학의 학생이라면 브뤼셀 구역 Mobib 카드 1년권을 15유로에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가격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지하철/버스 회당 승차가격이 5~7유로라는 점을 감안하면 반드시 발급받으시는 게 좋습니다. Rogier 역 내부에 Bootik office가 있으니 번호표 뽑고 기다리신 후 학교에서 보내준 등록금납부확인서(admission letter 아닙니다), 여권사진 1장, 그리고 여권과 학생증 등 서류를 보여주면 그 자리에서 발급해줍니다. 이건 예약없이 현장에서 진행 가능합니다. 얼마나 다행입니까. 일찍 발급받을수록 이득이니 브뤼셀에 도착해서 짐 풀자마자 발급하러 가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도시가 작기 때문에(체감상 부산보다 살짝 작은 기분입니다) 지하철이 구석구석 개통되어있어 매우 편리합니다. 배차간격도 나쁘지 않은 편이고,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서 지하철 지연 또는 취소가 적은 편입니다. (적다고 했지 없다곤 안 했습니다) 다만 위생과 치안이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밤에는 말할 필요도 없고 심지어 낮에도 지하철 역 안은 노숙자로 붐비고 악취가 납니다. 개인적으로 브뤼셀 노숙자들은 무기력할 뿐 딱히 행인들에게 위협적이지는 않다고 느꼈으나, 사람에 따라 무서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유럽 내에 체류하시려면 반드시 유럽 번호를 만드셔야 합니다. 한국 번호를 쓰면 식당이나 시청, 특히 항공사 등에서 자동으로 발송되는 문자가 깨져서 올 때가 잦습니다. 벨기에는 유럽의 수도라 그런지 다양한 통신사가 있는데, 저는 Orange를 썼습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벨기에도 통신사들의 고객 유치 프로젝트가 눈물겹습니다. 각 통신사의 웹사이트를 예의주시하시다가 프로모션을 더 잘 해주는 곳에 가시면 됩니다. 단, 여기서 문제는 거주증이 있어야 정기 결제가 가능하다는 것인데, 거주증이 없는 사람은 초기에는 선불유심을 사서 쓰는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도 가능할는지는 모르겠으나 저는 우선 가까운 Orange 매장에서 제일 저렴한 선불유심을 먼저 구매한 후, 웹사이트 프로모션을 확인하고 다시 Orange 매장에 가서 정기 결제를 등록해달라고 부탁해서 등록하였습니다. Orange Shop Bruxelles Rue Neuve 지점이었는데, 짧게나마 영어가 가능한 직원이 있어서 편했습니다. 해당 직원이 여권만 있으면 프로모션 적용가로 정기 결제가 가능하다고 하여 가입했는데, 며칠 후 Orange 본사 콜센터에서 전화가 와서 프로모션 적용이 불가하다고 하더군요. 당신네들 직원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무슨 소리냐고 영어로 성질을 좀 냈더니 본사에서도 1보 후퇴하여 그럼 가능한 다른 프로모션을 적용해 주겠다고 극적 합의를 봤습니다. 덕분에 월 26유로 내고 벨기에 번호 + 벨기에 내 70GB + 벨기에 외 EU 30GB 데이터를 사용했습니다. 특히 Orange의 경우 Orange 앱을 깔면 실물 유심을 eSIM으로 전환시킬 수 있습니다. 저는 교환 기간동안 한국 실물유심+Orange 이심 조합으로 두 번호 모두 사용했습니다.
참, 한국의 스피드를 기대하시면 안 됩니다. 유럽은 전반적으로 데이터 네트워크 상태가 쓰레기에 가깝습니다. 어느 정도냐면, 옷 사러 가게 안에 들어가면 지상층인데도 전파가 안 터집니다. 그래서 상점마다 내부 와이파이가 있습니다.
4. 학교 및 여가 생활 (동아리, 여행 등)
(1) 동아리
사실 팀플 없는 수업만 들은데다 그마저도 몇 과목 듣지 않아서 KU Leuven 학교 사람들이랑은 친해지지 못했습니다. 제가 파견된 가을학기는 벨기에 기준 1학기여서 동아리 소개제도 열리고 했지만, 아무래도 브뤼셀 캠퍼스가 분캠이다보니 대부분의 동아리 활동 및 학생활동이 루벤캠퍼스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 모양새였습니다. 그래도 관심이 있으시다면 학기 초 동아리 소개제에 방문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KU Leuven 자체 동아리는 아니지만, 유럽 내 교환학생 네트워크인 ESN이 가장 큰 친목 동아리로 기능하는 듯하니 참고 바랍니다. 그리고 ESN에 관심이 없더라도 학기 초 ESN 카드 구매 기간을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멤버십 카드 발급비가 15유로 이하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라이언에어 수하물이 4회까지 공짜이며 flixbus, flibco 버스 등에서 할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무조건 발급하는 게 이득입니다.
(2) 여행
여행의 경우 저는 보통 혼자 다녔습니다. 브뤼셀은 그 자체로는 별 매력이 없으나 다른 나라로 떠날 때에는 정말이지 최고의 베이스캠프로 기능하는 곳입니다. 유럽 중앙에 있고, 거의 모든 나라와 직항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공항도 시내 중심부에서 가깝습니다. 그리고 프랑스, 독일, 룩셈부르크, 네덜란드는 버스로 닿을 거리에 있습니다. 브뤼셀 북역에서 flixbus를 예매하면 파리는 4시간, 독일 쾰른은 2시간 반, 네덜란드는 2시간 만에 도착합니다. 비행기를 타고자 할 경우 시내에서 가까운 자벤텀 공항을 추천하지만, 라이언에어 등 저가항공사를 타야 한다면 브뤼셀 남역에서 flibco 버스를 타고 샤를루아 공항까지 가셔야 합니다.
거의 매주 1회, 친구들과 함께한 몇몇 당일치기 일정을 제외하곤 최소 2박 3일씩 여행을 다녔기 때문에 5개월 동안 벨기에 포함 18개국(벨기에, 영국, 프랑스, 스위스, 네덜란드, 독일, 이탈리아, 바티칸, 헝가리, 오스트리아, 체코, 포르투갈, 스페인,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 폴란드)을 돌았습니다. 다 서술할 수는 없어 팁을 남기자면 벨기에에 오시기 전 유로스타를 미리 예매해두셔서 입국 후 파리와 영국을 자주 가보시고, 암스테르담은 심심할 때 버스 타고 한두 번 다녀오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외의 여행지는 개인 취향으로 구성하시는 편이 좋을 듯합니다. 참고로 암스테르담은 Fabel Friet라는 가게에서 파는 트러플 감자튀김이 정말 맛있습니다.
5. 안전 관련 유의사항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절대 안전한 나라가 아닙니다. 물론 아시아인이라면 길거리 걷다가 총을 맞을 확률은 적을 듯하나, 그럼에도 테러의 위협에서 안전하지 않다는 것은 알아 두셔야 합니다. 노숙자도 도시 곳곳에 굉장히 많고, 전반적으로 도시가 깨끗하다는 느낌과는 거리가 멉니다. 그래도 아주 늦은 새벽 으슥한 길목이 아니라면 여자 혼자 다니는 데에 무리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불안하시면 스쿠터를 타세요. 스쿠터 타면 아무도 못 잡으러 옵니다. 저는 국제면허증을 들고 가서 스쿠터를 아주 유용하게 사용했습니다.
6. 기타 유용한 정보
스쿠터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lime과 같이 전 세계에 스쿠터/전기 자전거 서비스를 제공 중인 어플들을 많이 깔아두면 편리합니다. 벨기에에는 Villo!라는 벨기에식 따릉이가 있긴 하지만 자전거가 너무 무거워서 잘 안 쓰게 됩니다. 요금이 아무래도 한국보다는 비싸지만, 파리에서 음악 들으면서 센 강 따라 전기 자전거(TIER)를 타봤는데 꽤나 괜찮은 경험이었습니다. 참고로 택시 어플은 uber가 대중적이긴 하지만, 신생 어플인 bolt가 더 저렴합니다. 저는 bolt 서비스 지역에서는 bolt만 사용했습니다.
Ⅵ.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몸과 마음이 너무 지쳐 있었던 시기에 충동적으로 결정했던 유럽행이었기에 아직도 사실 교환을 다녀왔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벨기에에 있는 동안에는 내가 왜 굳이 벨기에로 교환학생을 왔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어느 나라로 파견가는 게 그렇게 중요했을까 싶긴 합니다. 그저 외국에 나가서 몇 달 살면서, 얼굴도 언어도 문화도 성격도 다른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본다는 것 자체가 이미 귀중한 경험인 것을요. 스물 넷, 교환학생을 지원하면 초과학기를 해야만 한다는 것이 큰 부담으로 작용했지만 그 당시의 저에게 반드시 필요한 경험이었다고 생각하기에 후회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