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대학교 생활의 버킷리스트 1순위가 교환학생이었기에 신입생 때부터 계획하고 있었고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때인 2학년 2학기(1학년 2학기 마치고 지원)에 바로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대학원 유학도 고민하고 있었기에 유학생의 생활을 경험해보고 현지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려는 생각에 참가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 파견대학/지역 선정 이유
제 파견대학 선정 기준은 크게 3가지였습니다. 첫째, 영어권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학교일 것. 둘째, 되도록이면 미국, 그 중에서도 서부, 서부 중에서도 캘리포니아이면 좋다. 초등학생 때 캘리포니아에 1년 살았던 기억이 너무 좋았고, 날씨나 생활 면에서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셋째, 학부에 제 주전공인 경영학과가 있고 (없는 경우도 꽤 있었습니다), 대학원/MBA까지 포함해서 경영대학의 명망이 높은 곳일수록 좋다. 그런 점들을 전부 고려했을 때 협정교 중 UC Berkeley (이하 Berkeley)가 저에게는 최적의 선택이었습니다. 물론 지원 과정에 다른 캠퍼스로 배정받을 리스크가 있긴 했지만 (II-2 참조), 그래도 다른 옵션들에 비해 가장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 파견대학/지역 특징
University of California (이하 UC)는 지원 과정이 조금 독특합니다. 서울대학교에 지원할 때에는 UC 전체로 지원하게 되어있고, 어느 캠퍼스에 가게 될지는 UC 차원의 별도 지원과정에서 결정됩니다. 서울대학교와 협약이 맺어져 있는 교환학생 프로그램은 UCEAP(University of California Education Abroad Program)인데, UC로 오는 부분을 UCEAP Reciprocity라고 하고, 웹사이트도 구분되어 있습니다 (https://reciprocity.uceap.universityofcalifornia.edu/). 편의상 UCEAP라고 칭하겠습니다. 서울대에서 UC로 추천을 받고 나면은 UCEAP 시스템에 따로 지원서를 작성하면서 희망하는 캠퍼스를 3순위까지 적을 수 있습니다. 아무 곳이나 적을 수 있는 건 아니고, 전공 과별로 갈 수 있는 곳들 목록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이 부분은 UCEAP 홈페이지 “Plan your Studies > UC Courses” (https://reciprocity.uceap.universityofcalifornia.edu/plan-your-studies/uc-courses)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일부 전공, 일부 캠퍼스들은 prerequisite 과목들이 있어서, UCEAP 지원서를 작성할 때에 기존에 들은 과목들과 다음 학기 (지원과 파견 사이 학기) 수강 예정인 과목들 중에 유사 교과목이 포함되어 있어야 합니다. 캠퍼스 배정은 다음 학기 시작 전에서 학기 초에 나오는데, 배정 후에 다음 학기 수강 예정 과목의 변동 내용을 따로 요청하지는 않았습니다.
본교 추천 기준은 국제협력본부에서 투명하고 공지하고 있는 데 비해, UCEAP 내부 캠퍼스 배정 과정은 결정 기준에 대해 명확하게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어떤 학기에는 다들 원하는 곳으로 잘 가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아예 3개 희망 캠퍼스가 아닌 엉뚱한 곳에 배정되기도 합니다. 여러 추측만이 난무할 뿐인데, 대표적으로 해당 학기에 out-bound가 몇 명인지가 제일 중요하다는 가설이 있으나, 맞는지도 알 수 없거니와 안다고 하더라도 개인 지원자가 해당 정보를 알아낼 방법이 없어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UC에 지원하실 때에는 자기 전공이 있는 캠퍼스 중 어느 곳에라도 배정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꼭 고려하시면 좋겠습니다.
그 외에 Berkeley (학교) 관련 특징으로는,
- UC 중에서 가장 먼저 생긴 곳이라는 점에 자부심을 크게 가지고 있는 곳입니다. 버클리가 원조 UC라는 의미로 “Cal”을 학교 이름/상징으로 쓰기도 합니다.
- 학업적으로는 STEM과들과 경영대(Haas)가 유명한 편이며, research가 강점인 편입니다.
- 문화적으로는 미국 내 대학들 중에서도 “liberal of liberal”이라고 알려진 곳으로, 대학을 중심으로 지역 전체가 그런 분위기입니다.
- 가까이에 위치한 Stanford와 rivalry가 있어서 운동 경기, 특히 football 경기에 진심입니다.
- 아시안이 많습니다. 학부 신입생 중 절반 이상이 아시안이랍니다.
- Berkeley Time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수업, 동아리, 설명회 등 시험을 제외한 거의 모든 것이 약속된 시간보다 10분 늦게 시작합니다. 학교 밖에서 친구들끼리 약속을 잡으면 원래는 정각에 보는 게 기본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다들 “I’ll be on Berkeley time” 이러고 10분 뒤에 모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 캠퍼스가 꽤나 넓고, 그마저도 자리가 없어서 캠퍼스 밖에 학교 건물이 일부 위치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BIO(Berkeley International Office, 서울대의 국제협력본부에 해당하는 기관)가 캠퍼스 서쪽 Downtown Berkeley에 있습니다.
다른 UC들의 이름처럼, Berkeley 또한 캠퍼스가 위치한 지역 이름입니다. Berkeley (지역) 관련 특징으로는,
- Northern California, Bay Area에 위치해 있습니다. San Francisco 북동쪽(대중교통 1~2시간), Oakland 북쪽(대중교통 1시간)입니다.
- 학교를 중심으로 서쪽을 Downtown Berkeley, 남쪽을 Telegraph Avenue 중심으로 Southside, 북쪽을 Northside라고 부릅니다.
- 대체로 고온, 건조한 기후에 일교차가 심합니다. 단 Los Angeles 같은 Southern California 날씨를 생각하고 가셨다간 겨울 내내 감기를 달고 사실 수도 있습니다.
- Berkeley 내에서는 버스(AC Transit, 학교에서 주는 카드로 타면 무료입니다), San Francisco나 인근 지역 갈 때에는 버스 또는 지하철(BART), 더 멀리 갈 때에는 기차(Amtrak) 타거나 운전을 해야 합니다.
- 요즘 캘리포니아가 겪는 고질적인 문제들(drugs, homelessness, shoplifting)은 대부분 공유하고 있습니다. 막상 해당 도시에서 어릴 때부터 살았다는 친구들 얘기 들어보면 원래도 동네가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어서 원래 그랬을 뿐 크게 나빠지지는 않았다고 하기도 했습니다만, 체감상 안전한 느낌은 아닙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 비자 신청 절차
SEVIS FEE를 납부하고, 미국 대사관 홈페이지에서 비자 신청서를 작성하고, 각종 요금을 더 납부한 뒤 기다리고, 비자 인터뷰를 잡아서 인터뷰 마치고 오면 됩니다. 준비해야 할 자료가 많긴 한데, 비자 신청서 작성 페이지에 매우 상세하게 나와 있어서 꼼꼼하게 따라가면서 작성하면 크게 어려운 점은 없습니다. 주의할 점 두 가지만 말씀 드리자면,
- 모든 서류를 인쇄, 다운로드, 백업하기: 특히 DS-2019 (학교에서 프로그램 참가를 확인하고, 담당자 서명을 해서 우편으로 발송해주는 서류. 여권 다음으로 중요한 신분 증명이 됨), I-901 (SEVIS FEE 납부 영수증. 모종의 이유로 전산상 확인이 안 될 때, 서류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다시 납부해야 할 수도 있음.) 두 가지는 꼭 휴대하고 스캔본도 백업해두시길 바랍니다.
- 비자 인터뷰 때에는 예약 시간 관계없이 날짜만 맞춰서 예약하고, 아침 일찍 가기: 인터뷰 시간이 유명무실하고, 입장부터 줄이 길어서 일찍 가야 좋습니다.
- 숙소 지원 방법
버클리에는 housing option이 크게 4가지가 있습니다.
- 학교 기숙사로: 통합 포털에서 지원하면 차례대로 연락을 줍니다. Unit1, Unit2, Unit3와 기타 동들이 있는데, 특이점으로는 Unit2가 people’s park 근처에 있고 Unit3 식당이 맛없기로 유명하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사실 전반적으로 campus food가 맛없어서 그게 그거긴 합니다). 학교 기숙사는 1년 단위 계약인데 뒤에 한 학기를 취소할 수 있게 되어 있지만, 자리도 잘 안 나고, meal plan도 같이 가입시키는데 밥이 맛이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 co-op: 학교 housing cooperative으로, affordable housing 프로그램 중 하나라 room and board가 저렴한 편이고, 공용 주방에서 요리도 할 수 있습니다. 대신 공용 생활공간 관리 등 의무 work hours가 있습니다.
- I-house (International House): 저는 이걸 선택했습니다. 원래 대학원 유학생 대상으로 세워진 곳이라 학부 3학년 이상 (혹은 60학점 이상 이수)가 지원 요건이고, 자기소개서도 작성해서 내야 합니다. 조금 더 자세하게 장단점을 적어보자면,
- 장점:
- 식당 밥이 정말 맛있습니다. “International”을 테마로 가지고 있다 보니 매주 다양한 나라의 음식이 나오고, 기본적인 샐러드 바와 샌드위치 스테이션 등도 잘 갖추어져 있습니다. 실제로도 오리엔테이션 때 학교 식당 몇 군데에서 먹어보고 나니 차이가 더욱 극명했습니다.
- 내부 행사가 많습니다. 문화교류 행사, 연사 초청 강연, 주변 관광 등 행사가 많고, 원한다면 행사 주최에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 교환학생, 대학원생이 많아서 다양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습니다.
- 단점:
- 시설이 낡았고, 방이 좁습니다. 책상 2개, 2층 침대 하나, 서랍장 2개가 들어가면 전부여서 빈 바닥 공간이 거의 없습니다.
- 공용 주방이 있긴 하지만, 사용이 co-op이나 자취에 비해서는 불편합니다. 식당 음식이 입에 잘 맞지 않는다고 했던 다른 한국인 교환학생들은 이 점 때문에 I-house 선택을 후회하기도 했습니다.
- 장점:
- 자취: 학기 단위 contract를 찾거나, 1년 단위를 계약하고 넘겨주거나, 1년 단위 룸메이트와 sub-lease를 하거나, 한 달 단위 계약인 apartments를 찾는 등 방법이 다양합니다. 캘리포니아 집값이 워낙 비싸다는 문제는 있지만, 생활에서 더 자유로운 부분이 많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 파견 대학 지불 비용
공통 비용 $2,317, 개별 비용 $55, 기숙사 비용 $10,458, 총 $12,830입니다.
- 공통 비용:
- 학교 건강보험 (SHIP) $1,929: J-1 비자에 필수로 요구되는 건강보험 요건을 충족하는 보험으로, 따로 waiver 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가입됩니다. Waiver 하면 훨씬 저렴하게 요구사항을 충족할 수 있으나, coverage가 낮아지기는 합니다. 반대로 SHIP의 장점으로는 coverage가 넓다는 점과 학교 Tang Center(보건소)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있습니다. 주변에서도 waiver를 많이 했지만, 저는 그래도 부모님께서 coverage 넓은 걸로 하는 게 낫지 않겠냐 하셔서 그대로 SHIP을 했습니다. 다만 waiver 하실 경우 요건 잘 확인하고 미리미리 하시는 게 중요합니다. 기한을 놓치거나, 세부사항을 잘못 해서 수정할 경우 받아주지 않는 등 까다롭습니다. 이 과정을 챙겨서 해주는 보험사들이 몇 군데 있는데, 버클리 한국인 학생 오픈채팅방 같은 곳에 들어가면 정보가 많이 있으니 찾아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 Document Management Fee $68: 각종 행정 문서 처리 비용입니다. 일괄적으로 부과됩니다.
- New Student Orientation Fee $320: 가을학기 파견일 경우에만 해당되는, 학년 시작할 때 하는 orientation입니다. Opt-out 가능하고, 엄청 중요한 내용이 있는 거는 아니지만, 캠퍼스 투어하고 사람들 만날 겸 참여하면 좋습니다. 신입생도 같은 프로그램에 참여하지만, 조별로 활동하고 교환학생은 편입생이랑 같은 조로 묶어줍니다.
- 개별 비용:
- 수업 재료비 $40: 체육 교양을 들어서 냈습니다.
- late add, late drop $15: 수강신청 기간 중에 수강신청변경기간이 있고, 그 이후로는 drop deadline이 학기 중간쯤에 있는데, 수강신청변경기간 지난 후 ~ drop deadline 까지는 add/drop에 비용이 붙습니다. 저는 하나 drop($10), 하나 add($5)했습니다. 사실 돈 나오는 줄도 모르고 있었는데, 학교 이메일로 due date 당일에는 메일을 보내주니 알림 잘 보고 있다가 내면 됩니다. 늦으면 돈 더 내라고 하고, 그 외에도 중요한 학교 메일이 많이 올 테니 메일 잘 확인하시면 됩니다.
IV. 학업
- 수강신청 방법
CalCentral>My Academics에서 수강신청을 진행하게 됩니다. 재학생은 학기 중에 한참 전에 먼저 수강신청을 시작하고, 교환학생은 편입생과 동일한 스케줄로 진행됩니다. Phase 1, phase 2가 나뉘어져 있는데, phase 1에서도 특이하게도 사람마다 수강신청 시간이 달라서, 스케줄이 배정되고 나면 Calcentral에서 자신의 수강신청 시간이 표시됩니다. Wishlist에 들을 수업들을 넣어놓으면 자기 수강신청 시간이 됐을 때 enroll 버튼이 생겨서, 한번에 전부 신청할 수 있습니다. 수강신청 시간이 배정되는 기준은 알 수가 없어서, 운 좋게 일찍 배정받으면 좋고, 아니어도 어차피 변경기간에 다 바뀌기 때문에 큰 상관은 없습니다. Reserved seats라고 수강신청제한에 해당하는 제도도 있는데, upper division 과목들(lower division은 교양/전공필수, upper division은 전공선택이라고 이해하면 얼추 비슷합니다)은 대부분 전공 진입한 학생에게 reserved seats를 많이 할당해 놓습니다. 이 경우 phase 1에서는 reserved seats 조건을 만족하는 사람만 들을 수 있습니다. 이때 교환학생은 행정상 L&S(Letters and Sciences)로 등록되어 있어서 reserved seats에 해당이 안되는데, 경영대(Haas)는 reserved seats 조건에 ‘전공생 또는 EAP 학생’으로 되어 있어서 수업 잡기가 편합니다.
만약 phase 1, phase 2에서 원하는 수업을 잡지 못했다면 waitlist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Waitlist도 정원 제한이 있어서 정말 인기가 많은 수업은 waitlist도 대기가 있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수강신청 상황과 관계없이 교수님께 메일을 보내면 대부분 첫 수업에 일단 오라고 하십니다. 그 다음부터는 교수님마다 다르지만, 초반에 출석 안 하는 사람들 잘라내고 waitlist에 있는 사람 넣어주시기도 하고, 변경기간에 드랍하는 사람이 꽤 있어서 이때 waitlist 중에서 출석했던 사람에게 우선권을 주시기도 합니다. 결론적으로는 원하는 수업을 잡기 어렵지 않습니다.
시간표 짤 때에 특이한 점이, 교시 사이에 텀이 1분밖에 없습니다 (ex: 9:30~11:59, 12:00~1:29). Berkeley time이 있기 때문에, 수업이 늦게 시작하고 끝까지 시간을 채워서 끝나는 식입니다. 다만 Berkeley 캠퍼스도 꽤나 넓은 편이라 여러 단과대에서 수업을 듣는다면 이동시간 확인은 필수입니다.
-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저는 Haas 전공수업 14 units에 DeCal 1 unit, 체육 수업 0.5 units로 총 15.5 units 들었고, 원래 Haas 수업을 총 17 units 신청했다가 3 unit짜리 수업 하나 신청했다가 드랍했습니다. 수업 고를 때에는 course catalog에 있는 설명, 학과 홈페이지에 있는 설명, 그리고 berkeleytime (강의평과 수업별 성적 분포도 확인 가능한 사이트, 10분 늦게 시작하는 Berkeley time과 다른 개념), ratemyprofessors.com (교수 평가 사이트, 모든 미국 대학을 합쳐놓아 원하는 교수님에 대한 정보가 부족할 수 있지만, 신임 교수님의 경우 Berkeley time보다 많은 자료가 있음)를 활용하시면 좋습니다. 아래에는 들었던 수업들 목록과 간단한 설명, 추천여부입니다.
- UGBA 131 - Corporate Finance and Financial Statement Analysis (Stephen Etter): Private Equity 경력 수십 년의 교수님이 가르치시는 PE 맛보기 느낌입니다. 가장 시간도 많이 쏟았던 수업이었고, 적극 추천합니다. 교수님 성격에 대한 호불호가 있지만, 열심히 참여한다는 전제 하에 피드백도 잘 주시고 industry driver에 대한 이해 관점에서 배울 점이 많았습니다. 학생들 간 친목을 강조하셔서 실제로 다른 어느 수업보다도 같이 수업 듣는 사람들과 제일 많은 교류를 했습니다.
- UGBA 137.2 – Special Topics in Finance: Financial Statement Modeling (Jenny Herbert Creek): MBA 대상으로 열리던 financial modeling 수업을 학부생 대상으로 개설한 것으로, 비교적 신생 과목입니다. 이론적인 내용은 회계원리와 재무관리 들었으면 크게 새로운 부분은 없지만, 엑셀 깔끔하게 구성하고 단축키와 일반적인 formatting 사용해서 작업하는 방법에서 실전성은 매우 높다고 느꼈습니다. 빠르게 엑셀 찍어내는 수업이라 (엄청 빠를 필요는 없습니다) 나름 재미는 있었지만, 한 학기 수업보다는 주 1회씩 한 달만 돼도 충분했으리라는 생각입니다.
- UGBA 152 – Negotiations (Holly Schroth): 말 그대로 협상 전략을 배우는 수업입니다. 매주 negotiation exercise와 debriefing을 진행합니다. 자잘한 과제가 많고, 시험도 암기에 객관식 100%라 수업 형태는 별로였지만 내용은 꽤나 유용하고, 서울대에서 개설되지 않는 과목이라 흥미롭게 들었습니다. 이 수업도 사람 만나기 좋아서 실제적으로 유용한 걸 원하고 여러 사람들이랑 얘기하고 싶다면 추천입니다.
- UGBA 179 – International Consulting for Small and Medium-Sized Enterprises (Daniel Himelstein): 교수님이 하셨던 사업 (캘리포니아 남부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한 컨설팅/자문사) 기반으로 3할은 교수님 경험 이야기, 4할은 case 기반 컨설팅 sales pitch & recommendation presentation 조별과제, 3할은 startup & VC ecosystem에 대한 이야기로 이루어진 수업입니다. 교수님이 정말 좋으신 분이고, 학교에서의 기준과 회사에서의 기준에 대한 차이, 특히 스타트업이나 작은 기업을 바라볼 때 중요한 현실성에 대한 이야기 등 좋은 인사이트가 많이 있었습니다. Bay Area가 스타트업으로 유명한 곳이다 보니 자기 회사 운영하는 학생들도 꽤 있었어서 discussion 때 그 학생들과 교수님이 얘기하시는 거 듣는 것도 쏠쏠했습니다. UGBA 131 다음으로 제일 좋았던 수업입니다.
- UGBA 191I – Improvisational Leadership (Cort Worthington, Susan Snyder, Ori Brafman): Improvisation에 중점을 둔 soft skills 수업입니다. 제가 부족한 부분들에 잘 맞아 보이기도 하고, 이런 수업은 교환학생 와서나 들을 수 있을 것 같아 신청했습니다. 이 수업도 교수님들이 너무 좋은 분들이셨고, Journal 과제 쓰면서 깊이 있는 성찰도 하고 생각보다 인격적 성장에 도움이 많이 되었던 점은 좋았으나, improvisation이라는 연극적 기법에 대한 강조가 생각보다 더 강해서 수업시간마다 꽤나 고생했던 기억은 있습니다. 외향적이고 improvisation 해보고 싶다면 추천하지만, 저처럼 확신의 내향인이라면 고민을 한 번 더 해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 LEGALST 198 – Debate DeCal: DeCal은 1 unit짜리 학생들이 운영하는 수업인데, 제가 들었던 Debate Decal은 British Parliamentary라는 토론 형식에 대해 배우고 토론 연습을 하는 수업입니다. 저는 서울대에서도 SNUDA(Seoul national University Debate Association, 서울대학교 유일 의회식영어토론동아리) 활동을 1학년 1학기부터 했어서 버클리 디베이트 동아리 (Debate Society of Berkeley, also known as DSB. 다른 디베이트 동아리들도 있지만, 미국 고유의 특이한 토론 형식을 채택하는 곳들이라 British parliamentary를 하는 곳은 DSB가 유일했습니다)에 들어갔다가 신입부원들에게 의무로 듣게 해서 수강했습니다. DeCal 자체는 엄청 다양한 수업이 있으니 가볍게 1 unit 정도 들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 PHYSED 1 – Circuit Weight Training: 체육 교양입니다. 운동 잘 안 하는 저 스스로를 강제로라도 운동시키기 위해 들었습니다. 체육수업들이 인기가 많아서 전반적으로 수강신청이 조금 어렵긴 합니다.
- 학습 방법
오픈북, 에세이 형태의 시험이 조금 더 많은 편이라는 점, 수업 시간에 발표나 참여가 중요하다는 점 정도만 다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discussion 많은 수업들에서 제일 많이 배운 것 같아서 그런 점이 좋았습니다. 과제하고, 시험 준비하는 과정은 크게 다르다고 느끼지는 않았습니다.
제일 큰 차이점은 office hour가 교수님마다 다르긴 하지만 대체로 서울대에 비해 훨씬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UGBA 131 교수님은 office hour 간 사람들에게만 과제를 여러 번 첨삭해주거나, 아예 답을 알려주시기도 했습니다. 이런 사항들은 보통 수업 초반에 직접 말씀해 주시거나, 소문에 밝은 현지 학생들이 잘 알고 있으니 미리 확인해두면 좋습니다.
- 외국어 습득 요령
저는 영어에 대한 걱정이 없었기에 직접적인 경험에 의한 요령을 적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만, 유사한 경험을 바탕으로 적어보겠습니다. 저는 중국어를 연습하려고 참여했지만, LEP(Language Exchange Program)이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신청하면 배우고 싶은 언어가 맞는 사람들끼리 매칭해주고 (ex. 영어 배우고 싶은 한국인 & 한국어 배우고 싶은 미국인), 정해진 시간에 language pod라고 해서 facilitator 지도 하에 회화 연습하는 프로그램도 열고 있습니다. 의외로 이민 2세, 3세들 중 부모님 언어가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이 뒤늦게 배우려고 참여하는 경우가 많아서 한국어에 대한 수요도 꽤 있는 것 같아, 참가를 희망한다면 매칭은 어렵지 않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영어를 익히고 싶은 게 아니더라도 친구 만나고 회화 연습하기 좋은 프로그램입니다.
- 기타 유용한 정보
- Discovery Hub라는 사이트에서 각종 강연, 연구 프로그램 등등에 관한 정보가 모아져서 올라옵니다. 한 학기 교환학생이 할 수 있는 것들은 많이 없지만, 간간이 유명한 연사의 강연이나 괜찮은 워크샵, 교내외 대회 관련 내용들이 올라오곤 하니 특히 학기초에 둘러보면 좋습니다. Mailing list에 추가해달라고 신청하면 매달 주요 활동/event에 대한 요약 이메일까지 보내줍니다.
- 학교 이메일로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들이 많이 있습니다. 서울대학교에서도 제공하는 걸로 알지만, The New York Times, Wall Street Journal 구독 되어 있고, Microsoft 365, 이공계에서 쓰는 각종 프로그램도 제공됩니다. 저는 수업 과제 할 때 PitchBook(스타트업 정보 DB)을 제일 유용하게 썼습니다.
V. 생활
- 가져가면 좋은 물품
- 접이식 우산: 캘리포니아 북부는 간간이 비도 오는데, 편의점이 전혀 편리하지 않은 위치에 있다 보니 필요할 때 우산이 없으면 난감합니다. 배송 시켜도 꽤 오래 걸리고요.
- 상비약: 감기약, 진통제, 알러지약, 소화제, 밴드 등 다 챙겨가시는 거 추천합니다. 병원 접근성이 한국에 비해 많이 안 좋기 때문에 한 학기 동안 웬만해서는 이 상비약통이 내 병원이다 생각할 수 있을 정도가 좋습니다.
- 어댑터 여러 개: 아시다시피 미국은 110V여서 흔히 ‘돼지코’라고 부르는 어댑터가 필요합니다. 요새 나오는 전자기기들은 대부분 호환이 잘 되지만, 가끔 충전기에 써있는 전압 구간이 110V를 포함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서 이 부분은 미리 확인하시고, 안 맞다면 변압기를 쓰거나 현지에서 제품에 호환되는 충전기를 새로 사면 됩니다.
- 자물쇠: 여러모로 정말 유용합니다. 여행 중 에어비엔비 같은 곳에 짐 두고 다닐 때 백팩을 잠그기도 하고, 학교 체육관 사물함도 bring your own lock이어서 필요합니다. 다이소에 TSA 자물쇠 개당 5000원꼴로 팔아서 저는 2종 총 4개 구매해 갔습니다.
- 현지 물가 수준
비쌉니다. 한국의 1.5배에서 2배 정도라고 체감했습니다. 주된 이유가 인건비 때문이다 보니, 사람 손이 안타면 오히려 싸기도 하지만 사람이 개입되는 순간 가격이 확확 올라갑니다. 팁 문화도 있고, 캘리포니아는 주 세금도 비싼 편이라 실제 가격이 가격표 가격이랑 다르다는 점도 있습니다. 요즘에는 심지어 테이크아웃 카페 같은 곳에서도 키오스크 혹은 결제 직전에 팁을 내라는 화면이 뜨는데, 사실 그런 경우에는 안 내도 된다고 합니다. 팁을 내야 하는 경우는 직접적인 서비스를 받은 경우 (ex. 웨이터가 메뉴판을 가져다주고 자리에서 주문하는 식당, Uber/Lyft)만입니다.
- 식사 및 편의시설 (식당, 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대부분 I-House에서 먹어서 근처 식당을 많이 가보지는 않았으나, 그중에는 Chipotle(멕시칸 음식, 현지 물가 대비 저렴한 편)랑 Panda Express(American Chinese)를 제일 많이 갔고, Mezzo(샌드위치, 토스트, 샐러드. Telegraph Ave.)도 한두번 갔습니다. 버클리에서 버스 타고 남쪽으로 30분 정도 가면 오클랜드가 있는데, 거기 한식당을 많이들 갑니다.
미국에서는 안 아픈 게 최고입니다. 의료보험 하면은 되긴 하지만, 일단 병원 가는 게 한국에서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서요. SHIP 하시면 학교 tang center 가면 되고, waiver 하면 tang center 가서 돈 따로 내고 받거나 가입한 보험 받아주는 병원 찾아가면 됩니다. 보험 시스템마다 받아주는 병원이 다 달라서 잘 보고 가야 합니다. 아무 병원이나 갔다가는 진료비 폭탄을 맞을 수 있습니다.
은행은 대부분 Chase 아니면 Bank of America 사용합니다. 제가 갔을 때는 Chase에서 college checking account 만들고 몇 번 이상 카드사용/계좌이체 쌓이면 $100 주는 행사를 하고 있어서 Chase에서 만들었습니다. 미리 홈페이지 통해서 appointment 잡고, 신분증 2종류 필요해서 여권이랑 DS-2019 가져가면 됩니다. 그 외에 한국에서 카카오페이 쓰는 것처럼 친구들이랑 정산할 때 Zelle을 제일 많이 써서 은행 어플 또는 Zelle 앱에서 미리 가입해 놓으면 좋습니다. Chase의 경우 별도 Zelle 어플이 필요 없고, college checking account 계좌 페이지에서 바로 사용이 가능합니다. Venmo도 간간이 쓰는데, 저는 초반에 조금 쓰다가 U.S. government issued ID를 요구하면서 계정을 동결해버려서 못썼습니다.
대중교통은 BART(지하철)와 버스가 있습니다. BART는 샌프란 갈 때 주로 타고, 뉴욕 지하철보다는 조금 낫지만 한국보다는 훨씬 별로입니다. 버스는 (버클리 주변에서 타면) 학교에서 주는 Clipper card로 타면 공짜입니다. 이 clipper card를 오리엔테이션 때 나눠줬는데, 그 때 못 받거나 잃어버리면 transportation 담당 부서에 가서 받아도 됩니다. BART 탈 때에도 clipper card가 필요한데, 학교에서 주는 카드에 돈 충전해서 타거나, Apple Pay, Google wallet에 만든 카드 또는 새로 뽑은 실물 카드에 충전해서 써도 됩니다. 버스와 지하철로 해결 안 되는 부분은 Uber/Lyft 부르거나 운전을 할 수 있다면 Zipcar도 있습니다. Uber랑 Lyft 중에서는 Lyft가 대체로 조금 더 싼 편이고, 두 앱 모두 예약 기능이 있어서 공항 가거나 새벽에 이동해야 할 때에는 미리 예약해두면 마음이 편합니다. 특히 둘 다 가격이 market대로 정해지는데 미리 예약하면 예약한 시점에 예측한 가격 그대로 결제가 돼서, 비정기적인 사유로 수요가 급증할 경우 미리 예약하면 훨씬 쌉니다. San Jose에 Ed Sheeran 콘서트를 갔었는데, 실시간 가격이 2~3배 뛰었었지만 미리 예약해둬서 싸게 올 수 있었습니다. Zipcar는 운전에 자신이 없어서 직접 써본 적은 없습니다. 사실 원칙적으로는 장기체류비자(J-1도 여기에 해당합니다)의 경우 국제운전면허증으로는 안되고 캘리포니아 면허를 따야 한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 학교 및 여가 생활 (동아리, 여행 등)
동아리 리크루팅 기간이 되면 학교 정문 근처에 tabling을 합니다. 하루는 모든 동아리가 다 나오고, 그 외의 시간에는 돌아가면서 간간이 나와있습니다. Tabling 돌아다니면서 관심 있는 동아리들 봐두고 지원하면 되는데, 버클리가 유독 동아리 지원 과정이 엄청 경쟁적인 걸로 유명합니다. 특히 학술적인 동아리들이 엄청 심한데, 일반 동아리도 종종 exclusivity가 심한 곳들이 있습니다. 교환학생이라고 하면 안 받아주는 곳도 많습니다. 저는 디베이트 동아리 (Debate Society of Berkeley)와 코딩 동아리 (Code For Good at Cal) 두 군데 했습니다. 둘 다 서울대에서 하던 것들과 비슷해서 (SNUDA, Wafflestudio) 지원 과정에서는 도움이 됐습니다. 동아리만큼 친구 사귀기 좋은 곳도 없으니 관심 있는 곳 하나 정도는 해보는 거 추천합니다.
여행은 많이 다니지는 않았습니다. 학기 시작 2주 전에 입국해서 처음에 SF에서 은행, 핸드폰 등등 처리하고, LA 넘어가서 혼자서 약 10일 간 LA에서 관광할 만한 것들 다 보고 왔습니다. 놀이공원에 좀 오래 있었고, 그 외에는 마이리얼트립에서 당일 투어 예약해서 다녔습니다. 그 외에는 디베이트 동아리에서 대회 하러 시애틀 2박 3일로 갔다 온 거 (이마저도 관광은 못했습니다)와 Bay Area 근처 당일치기가 전부입니다.
종종 긴 연휴 등을 이용해 캐나다, 멕시코 등 근처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가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 재입국을 위해서는 반드시 DS-2019에 미리 추가적으로 서명을 받아야 놓아야 합니다. 학기 중에 BIO에서 일괄적으로 서명된 사본을 메일로 보내주기도 하고, 직접 요청하면 미리 처리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안전 관련 유의사항
버클리 내에서는 People’s Park 주변만 각별히 조심하면 되고, 그 외에는 기본적인 큰길로 다니고, 사람 많은 곳으로 다니면 됩니다.
Pepper spray는 마음의 안정을 위해서라도 바로 사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아마존에서 살 때 본인인증을 해야 되는데 여권이 잘 안되는 경우가 있으니 downtown에 있는 Target에서 사시는 것도 방법입니다. 경유나 여행 때문에 국내선 항공기 타야 하면 아예 수하물로도 못 넣는 경우가 많고, 스포츠 경기나 학교 강당에서 하는 행사, 콘서트 등에서도 못 들고 가니 여러 개 사놓고 그 앞에서 버리기도 하더라고요.
한국처럼 짐 놓고 다니면 큰일납니다. 훔쳐가는 것도 당연히 문제인데, 주인 없는 가방이 놓여 있으면 위험한 물건이 있을까 걱정하기도 합니다.
노숙자가 많지만, 대부분의 노숙자는 무해합니다. 가끔 이상하게 걷는 사람들은 약에 취한 걸 수 있으니 미리 한 블록 앞에서 잘 보고 피해가시는 거밖에 방법이 없습니다.
밤 늦게 돌아다녀야 할 일이 있으면 Bearwalk라고, 학생 자원봉사자가 와서 같이 걸어가주는 서비스도 있습니다. UCPD(캠퍼스 경찰)이랑 연계되어 있는 프로그램인데, 배정이 엄청 느리니 미리 부르시는 게 좋습니다. 그렇지만 제일 확실한 건 Uber나 Lyft 불러서 차 타고 가는 겁니다.
- 기타 유용한 정보
- Amazon Prime Student가 6개월 free-trial 있어서 한 학기 동안 잘 썼습니다. 특히 운전을 못 하고 대중교통도 한국만큼 잘 되어 있지 않다 보니 대부분 필요한 물건을 아마존으로 배송시켜야 해서 아주 유용했습니다.
Ⅵ.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너무 재밌었고, 후회 없는 시간이었습니다. 교환학생 갈까 말까 고민하신다면 꼭 갔다오시는 걸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