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1. 파견대학/지역 선정 이유
유럽의 여러 나라를 다니기에 좋은 위치와 EU 회원국으로서 솅겐 범위 내 출입국이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고, 현지인들의 영어가 유창하다는 점에서 네덜란드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에라스무스 로테르담 대학(Erasmus University Rotterdam, EUR)이 대부분의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며 사회과학, 특히 경제학에 강세를 보인다는 점에도 주목했습니다.
2. 파견대학/지역 특징
EUR이 위치한 네덜란드 로테르담은 “유럽의 항구”라고도 할 수 있을 만큼 국제 교역과 선박 이동이 활발한 도시로, 다양한 인종과 언어를 발견할 수 있는 도시입니다. 좁고 아기자기하며 오래된 집들과 운하를 지나는 다리로 유명한 암스테르담과 달리 제2차 세계대전의 폭격 이후 도시 전체를 현대적인 건축물로 재단장해 사람이 적은 서울 중심부처럼 보이는 것이 특징입니다. 네덜란드 여느 지역이 그렇듯 분무기로 뿌리는 듯한 비와 강한 바람, 대체로 흐린 날씨가 특징이며 봄학기 기준 4월 전까지는 해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중심가 주변으로 큐브하우스 등의 유명 건축물이 있지만 관광객은 (관광할 거리도) 많지 않습니다. 도시 내에서의 이동은 자전거와 트램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편리합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1. 비자 신청 절차
1-1. 거주허가증 발급
대한민국 국적의 학생은 비자 없이 네덜란드 이민국 IND가 발급하는 거주허가증(Residence permit)만으로 체류 자격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학교 홈페이지에서 개괄적인 절차를 영어로 읽어볼 수 있습니다: https://www.eur.nl/en/education/practical-matters/immigration/visa-or-residence-permit/non-eu-students-coming-rotterdam/residence-permit. 서울대학교의 마이스누에 해당하는 EUR Osiris (eur.osiris-student.nl)의 Cases 페이지에서 거주허가증 신청에 필요한 각종 증빙자료를 업로드하고 진행 상황을 확인하게 됩니다.
(1) 교환학생 지원이 승인된 후 EUR에서 내가 속할 단과대학(저의 경우 ESSB)의 담당자가 대학 본부의 Team Immigration에 학생의 정보를 제공하고, 학생의 국적이 확인되면 Team Immigration 측에서 거주허가증 신청 case를 개설합니다. 제출해야 하는 서류는 다음과 같습니다.
- 여권 사본
- Antecedents Certificate (범죄 이력이 없음을 확인하는 서류, 반드시 수기로 작성 및 서명한 것을 스캔한 파일이어야 함)
- Study Progress Monitoring Agreement (학업성취도 모니터링에 관한 서류, 1년 이하로 체류하는 교환학생은 해당사항이 없으므로 아무것도 작성하지 않은 빈 파일을 제출하면 됨)
- 송금 증명서
à 거주허가증을 신청할 때는 장기 체류에 재정적으로 문제가 없음을 증명하기 위해 [거주허가증 신청 비용 228유로 + (체류 개월 수) * 1,235유로]에 해당하는 금액을 대학 계좌에 송금한 후 나중에 돌려받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2024년, EUR 홈페이지 기준). 신청 비용 228유로는 환불되지 않습니다. 다른 대학에서 가능한지는 알 수 없으나 EUR의 경우 잔고증명서로 대체가 불가하며 송금 후 환불이 유일한 방법이므로, 네덜란드에서 교환 학기를 보내기로 결정하셨다면 이 증명에 필요한 비용을 미리 준비하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저의 경우 해외송금에는 모인(MOIN)의 서비스를 이용했습니다. 송금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면 대학 측에서 메일로 confirmation을 보내줍니다.
- 환불의 경우 한국 계좌로 받기를 선택할 수 있으나 저와 함께 파견된 EUR 교환학생 분들은 대부분 은행 수수료를 피하기 위해 네덜란드 도착 후 현지 계좌(bunq/ABN AMRO 등)를 개설해 온전히 돌려받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Osiris에 Immigration living fee refund procedure이라는 이름의 case가 개설되면 본인 계좌 정보를 입력할 수 있는데, 네덜란드 계좌 개설에 다소 시간이 소요될 수 있으므로 이메일을 보내 case 기한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하시면 됩니다.
(2) (1)의 서류를 모두 첨부해 거주허가증 신청을 제출하면 학교 측이 검토한 후 네덜란드 이민국(IND)에 신청 내용을 전달합니다. 신청이 IND로 넘어가면 Osiris로부터 검토에 최대 2달이 소요될 수 있다는 메일을 받는데, 저의 경우 해당 메일을 10월 19일에 받고 IND의 승인(approval)을 알리는 Team Immigration의 메일을 같은 달 27일에 확인했습니다. IND 승인을 받은 이후에 항공편 등을 구매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합니다.
à IND Approval Letter를 Osiris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습니다. 전문이 네덜란드어로 되어 있는데, 본문 옆의 V-nummer (일종의 외국인 식별 번호)만 잘 숙지해도 무방합니다. Approval Letter는 나중에 시청 거주등록 등에 필요하므로 사본을 2부 이상 지참하는 것이 좋습니다.
(3) https://ind.nl/en/after-your-application/biometrics-appointment-photo-signature-and-fingerprints에서 네덜란드 입국 후 IND 방문을 예약합니다.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출입이 불가하므로 반드시 biometrics appointment를 잡으셔야 합니다. 거주허가증에 들어가는 사진과 서명은 IND 창구에 직접 방문해 제공한 것만 인정되며, 현장에서 손가락 지문 또한 스캔합니다. EUR과 가장 가까운 IND loket(지소)은 헤이그에 있으며 로테르담에서 지하철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IND Den Haag). 방문 시 여권과 (2)의 IND Approval Letter를 지참해야 합니다. 거주허가증이 준비되기까지는 최대 5주가 소요될 수 있다고 하는데, 저의 경우 2024년 1월 23일에 IND를 방문하고 2월 2일에 거주허가증을 방문 수령하라는 메일을 받았습니다.
(4) 거주허가증이 완성되어 IND에서 보낸 Pick-up letter가 Osiris에 등록되고, https://ind.nl/en/appointment-to-collect-residence-document에서 방문 수령할 날짜를 온라인으로 예약할 수 있습니다. 여권을 지참해서 방문해 실물 거주허가증을 수령하면 됩니다. 거주허가증은 네덜란드 내에서 신분증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EU 내 미술관 등 각종 문화시설에서 할인 또는 무료입장 혜택을 받을 때, 은행 계좌를 개설할 때, EU/EEA/스위스가 아닌 국가에 여행을 다녀올 때 출입국 심사에서 (예: 영국) 필요하므로 항상 지니고 다니는 것이 좋습니다. 거주허가증 카드는 귀국 시 반납해야 합니다.
1-2. 거주등록 및 사회보장번호(BSN) 발급
BSN은 자신이 사는 곳의 시청에 주소지를 등록하고 받는 일종의 주민등록번호 개념으로, 네덜란드 은행 계좌 유지, DigID (네덜란드의 공동/금융인증서에 해당하며 관공서 페이지 로그인과 차후 거주등록 해지에 쓰임) 발급 등에 사용됩니다. 네덜란드에 한 학기만 체류하더라도 발급받아야 하고, 거주허가증(Residence permit) 발급과는 별개의 트랙에서 진행됩니다.
Erasmus University의 경우 학교 차원에서 로테르담 시청 직원/AON 보험사/Student Mobility(교통카드 및 자전거 대여 서비스 등 제공)/EUR 언어 교육 센터 담당자들이 캠퍼스에 방문해 학생들의 정착을 도와주는 One-stop Shop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때 방문하지 않으면 로테르담 시청에 개별적으로 예약을 잡아 찾아가야 하는데, 다소 번거로울 수 있으니 네덜란드 도착 이후에 one-stop shop 날짜가 열려 있다면 신청하시기를 권합니다. 거주 등록 시 모든 서류를 원본과 사본 각 1부, 총 2부씩 준비해야 합니다 (사본 1부는 제출용, 반환되지 않음).
- 여권
- Registration form from City Hall (One-stop shop 신청 메일에 포함된 링크나 시청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을 수 있음, 수기로 서명)
- 거주 중인 집의 임대계약서 등 거주를 증명하는 서류 (SSH 기숙사에 거주하는 경우 SSH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 가능)
- 거주허가증 양면, 혹은 거주허가증에 대한 IND Approval Letter
서류를 제출하고 2주 내로(확실하지 않음) 등록 사실과 BSN이 담긴 우편을 받을 수 있습니다.
2. 숙소 지원 방법
3. 파견 대학 지불 비용(student fee, tuition fee, 기숙사 비용 등)
- 비자: 1. 비자 신청 절차를 참고해주세요.
- Student Fee/Tuition Fee: 교환학생의 경우 해당사항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기숙사: Hatta 빌딩 기준 6개월간 매월 약 620~640유로 정도를 지불했습니다. 기숙사비는 매년 소폭 인상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처음 기숙사 공급업체 SSH에 등록(register)할 때 약간의 비용이 별도로 청구될 수 있습니다. 기숙사비 최초 납부 시 추가요금을 지불하고 이불과 베개, 매트리스 커버 등 침구 패키지(bedding package)를 구매할 수 있습니다. 단기로 사용하기에는 대체로 나쁘지 않지만 베개는 다소 불편합니다.
4. 기타 유용한 정보
- 입주 전 SSH를 통해 같은 주소에 살게 될 하우스메이트들과 미리 연락처를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공용 주방에 전기 스토브는 있으나 전자레인지, 에어프라이어, 오븐 등은 구비되어 있지 않고 경우에 따라 청소기나 커피포트 등도 새로 장만해야 할 수 있으므로 사전에 서로의 입주 날짜 및 공동으로 구매할 물건 등을 조율하는 것이 좋습니다.
- bunq나 Revolut 등은 우리나라의 카카오뱅크와 같이 오프라인 지점이 없는 인터넷 은행인데, 계좌 개설이 다른 은행들에 비해 편리하고 애플/구글페이에 카드를 연동해 쓸 수 있어 교환학생에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계좌를 여는 것 자체는 앞서 언급한 두 은행뿐 아니라 ABN AMRO와 같은 일부 일반 은행에서도 BSN 없이 가능합니다 (ABN AMRO의 경우 앱으로 계좌를 열 때 BSN 대신 네덜란드 거주허가증을 요구했고, 계좌 개설이 한국에서도 가능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네덜란드는 현지 계좌와 카드가 있어야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고, 현금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나라이므로 환전이나 자금 계획을 세우실 때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물론 프랑스 등 주변 다른 유럽 국가의 경우 아직까지 낮은 금액은 현금으로 많이 거래하는 편입니다).
à 네덜란드 최대 마트 체인 알버트하인(Albert Heijn)과 많은 소매 상점에서는 아직까지 네덜란드 계좌와 연결된 마에스트로(Maestro)/V-pay 카드로만 결제가 가능합니다. 식당 유리창에 “PIN ONLY”가 붙어있는 경우 이런 의미입니다. 물론 최근에는 마스터/비자카드로 결제할 수 있는 곳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특정 온라인 서비스에서 네덜란드 계좌 간 가능한 송금 서비스 iDeal로 결제하라고 요구하기도 하므로 네덜란드 계좌는 반드시 하나 이상 개설하시기를 추천드립니다.
IV. 학업
1. 수강신청 방법
- 수강신청
교환학생 지원 시 강의 목록에서 수강을 희망하는 과목명을 체크해 보내면 거의 그대로 확정됩니다. 네덜란드 대학은 한 학기를 여러 블록(bloc)으로 쪼개는 시스템을 채택해 강의별로 개강일과 시험/종강일의 차이가 큰 편인데, 강의가 속한 블록과 요일, 시간대 등을 단과대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는 것은 신청하는 학생의 몫입니다. 강의에 Interactive tutorial(학생들을 2개 이상의 그룹으로 나눠 활발한 수업 참여와 토론이 가능한 세미나식 수업) 세션이 주1회 포함된 경우 my.eur.nl에서 희망하는 Tutorial group 시간대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선택하지 않을 경우 임의 배정됩니다. 튜토리얼은 높은 수업 참여도를 요구하고 대부분 사전 준비가 필수적인 편이며, 튜토리얼을 하지 않는 강의도 물론 존재합니다.
- 수강포기 (드랍)
ESSB의 경우 https://my.eur.nl/en/essb/contact에서 확인할 수 있는 ESSB Front Office Contact Form에 접속해 듣고 싶지 않은 과목에 대해 deregister/drop 의사를 밝히면 됩니다. 일정 기간이 지나 포기하면 성적표에 Fail로 표기될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합니다.
2.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 ESSB-C2045 Global Development Issues (GDI)
UN SDGs를 테마로 개발(development)의 의미와 개발 가능성이 높은 Global South 등 지역에서의 개발/개발원조 노력,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불평등이나 윤리적 문제, 기후협력 등 국제개발에서의 새로운 관점을 살펴봅니다. 이론 교과서가 있기는 하지만 강좌명의 “Issues”가 암시하듯 사례 중심적입니다. 일주일에 lecture 1번과 Interactive tutorial 1번이 있는 구성으로, lecture는 크게 어렵지 않으나 양이 다소 부담스럽고 interactive tutorial은 강도 높은 조별과제를 6~7주간 작업해 점검받아야 해 피로도가 높습니다. 조별과제 프로젝트는 SDG 하나를 선택해 양적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해당 SDG의 증진에 일조할 수 있는 국제개발 프로젝트를 디자인하고, 이를 네덜란드 정부에 제안하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었습니다. 대량의 논문과 국제적 사례를 분석하면서 단시간에 많은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는 부분은 장점이지만 통계 자료를 처리하는 양적연구 프로그램 R에 대한 이해와 숙련도가 요구되며 (혹은 적어도 R에 익숙한 조원이 있어야 함), 매주 제시되는 과제 목표를 달성하려면 조원들을 일주일에도 여러 번 만나야 합니다. 해당 주제에 관심이 깊으신 분들께는 열정적인 현지 학생들과 교수님의 대화를 들을 수 있는 수업일 듯합니다. 평가는 조별과제 결과물인 보고서와 각자 치르는 Take-home exam(논술형)으로 구성됩니다.
- ESSB-C2050 International Migration (IM)
국제 이민 현상에 집중하여 이민의 여러 형태를 알아보고, 이민자의 관점과 이민자를 수용하는 국가의 관점 모두에서 균형 있는 시각으로 이민을 바라보려고 하는 강의입니다. 별도의 교과서는 없지만 영어 논문 리딩의 양이 매주 적지 않은 편입니다. 역시 매주 lecture 1회와 interactive tutorial 1회로 구성되며, interactive tutorial에서는 조별과제와 토론 등이 이루어집니다. 튜토리얼 조별과제는 특정 국가 1곳의 이민 정책을 조사하고 그 맥락과 시사점 등을 발표하는 것으로 GDI 프로젝트에 비해서는 부담이 훨씬 덜한 편입니다. 세계화의 맥락에서 이민에 대한 감정적 접근을 지양하고 학생들 스스로 이민 현상을 분석하는 관점을 형성하게 해준다는 점에서는 만족스러운 수업입니다. 그러나 평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개인 과제(영어 1500단어 이내)에서 이민자 지원 혹은 중개 등을 직업으로 삼는 “migration professional”과 30분 이상의 인터뷰를 하고 해당 문답 내용을 수업/논문에서 찾은 이론으로 분석하는 글을 요구하는데, 이론적 주장을 제시하는 것의 난이도는 차치하고 인터뷰할 이민 전문가를 섭외하는 일은 네덜란드 현지 학생들도 부모님의 인맥을 수소문해야 할 만큼 어렵습니다. 학기 시작 전에 Course guide를 열람할 수 있다면 과제 내용을 확인하시고 수강 신청하시기를 권합니다.
- ESSB-BC1090 Economics, Welfare and Distribution (EWD)
미시경제학 개관 수업입니다. “Welfare and Distribution”에서 알 수 있듯 시장에서의 거래뿐만 아니라 국가의 시장 개입이 정당화되는 상황과 그 방법, 보험과 연금에서 나타나는 재분배의 모습 등을 다룹니다. Flipped learning을 채택해 집에서 강의 내용이 담긴 knowledge clip을 보며 공부하고, Canvas 상의 퀴즈를 풀며 내용 이해도를 점검한 다음, 일주일에 한 번 있는 전체 강의에서 퀴즈를 함께 다시 풀어보고 연관된 주제로 토론하기도 하며 피드백합니다. 언급된 수업 중에서는 로드가 가장 적고 오프라인 수업을 빠지는 것에 대한 부담도 크지 않지만, 그만큼 수업에서 얻어가는 내용도 다른 강의들에 비해 많지 않은 편입니다. 평가는 선택형 50문제가 출제되는 대면 시험으로, 캠퍼스 내 test center에서 제공되는 노트북으로 치릅니다.
3. 외국어 습득 요령
- 저는 네덜란드어를 간단한 인사말 외에는 거의 하지 못하는데, 유럽에서 영국 다음으로 영어를 잘하는 나라답게 현지인 모두가 일상 회화 수준 이상의 영어를 구사해서 영어만으로 문제없이 생활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네덜란드어 파닉스(발음)를 미리 배워두면 영어와 매우 다르게 발음되는 지명이나 역 이름, 주소 등을 이해하고 구별하기에 좋으므로 유튜브 영상을 보며 인사말과 함께 간단히 익혀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 현지 사람들과 대화하거나 수업을 듣고 발표할 때, 그리고 과제를 하고 시험을 치를 때 일정 수준 이상의 영어 구사력이 요구되는 편입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이 더 많은 환경이므로 완벽을 지향할 필요는 없지만, 체류하는 것만으로 영어가 늘기에 교환학생 생활은 다소 짧기 때문에 파견을 오기 전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가질 만큼의 영어 실력이 이미 완성되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4. 기타 유용한 정보
- 교환학생도 예외 없이 6자리 학번을 받습니다. 학교 이메일이 생성되면 아이디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지만, 포털 로그인 등에는 “학번+소문자 이니셜” 아이디가 사용됩니다 (예: 714248ha). 교수님들이나 학교 측과 메일을 주고받을 때 항상 학번을 명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 학생들은 주로 Polak Building 혹은 학교 도서관에서 시험 공부나 조별과제를 합니다. Polak Building의 경우 대화와 취식이 비교적 자유로운 관정도서관에 비유할 수 있는데, 1~4층에서는 자유로운 토의, 공부, 문서 출력 및 공용 컴퓨터 사용 등이 모두 가능하며 5층은 silence zone으로 운영됩니다.
V. 생활
1. 가져가면 좋은 물품
- 쇠젓가락: 한국에서 흔히 사용하는 납작한 스테인리스 스틸 젓가락은 유럽에서 찾기 어렵습니다. 한국 수저를 적당히 챙겨 오시는 것을 권해드려요.
- 코인육수 (및 다시다/미원 등 조미료): 고추장/된장/쌈장 등 요리에 흔히 쓰는 장류는 아시안마트에서 구할 수 있지만 한식 육수를 내는 재료는 로테르담 기준으로 다소 찾기 난감한 편입니다.
- 한국 스킨케어/화장품: 네덜란드 드럭스토어인 Etos/Kruidvat은 한국 올리브영에 비해 제품 선택지나 효능이 뒤처지는 편이고, Etos의 경우 그다지 저렴하지도 않습니다. 약국(Apotheek)에서 구할 수 있는 화장품은 가격대가 높은 편이므로 한국에서 쓰시던 것들을 부족하지 않게 챙겨오시면 좋겠습니다. 한국 화장품을 네덜란드에서 인터넷으로 주문할 수도 있지만 가격 부담이 크고 배송에 수 주 이상이 소요됩니다.
- 주방가위
- 미니 가습기
- 방수 바람막이: 네덜란드는 강한 바람과 흩뿌리는 듯한 비가 함께 와서 대체로 우산이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사람들이 외투 모자를 뒤집어쓰고 다니는 편입니다. 바람을 잘 막아주고 물을 맞아도 무방한 외투가 있으면 요긴하게 쓰일 것 같아요.
2. 현지 물가 수준
- 과일과 채소, 고기 등 기본 식재료는 상당히 저렴합니다. 식빵이나 뮤즐리 등 탄수화물도 비싸지 않게 구할 수 있어 요리해 먹으면 식비 부담은 크게 줄어듭니다. 특히 재래시장 느낌의 마켓에 가면 신기할 정도로 식료품이 저렴한데, 로테르담에서 매주 화/토요일에 열리는 Blaak Market에서는 하자도 없는 포도 4송이가 1유로에 판매되기도 합니다 (시장에서는 현금과 카드 모두 잘 쓰이는 편입니다).
- 다만 무엇이든 사람 손만 닿으면 비싸지는 경향이 있어 저녁 외식은 20유로 미만으로 괜찮은 식사를 하기 쉽지 않고, 생활용품도 우리나라의 다이소나 모던하우스 등과 비교하면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대에 판매됩니다. HEMA와 blokker에서 양질의 생활용품을 판매하지만 가격대가 높은 편이고, Action 등 저가 매장에서는 이런 공산품들이 저렴한 대신 품질이나 내구도가 (다이소보다 더욱) 낮습니다.
3. 식사 및 편의시설 (식당, 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 식당: 네덜란드는 식문화가 풍부한 나라와는 거리가 멀어 비용을 감수하고 ‘맛집’을 찾아다닐 만한 곳은 아니지만, 가끔 주변 카페를 찾아다니며 커피와 브런치를 즐기는 것은 추천드립니다. 네덜란드의 거의 모든 카페는 우유를 마시지 못하거나 않는 손님을 위해 plant based milk 옵션이 메뉴판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로테르담에서는 ame café and concept store과 the tea lab을 추천드립니다. 후자의 경우 특히 콘센트와 와이파이, 좌석 배치 등 환경이 작업이나 공부에 좋아 노트북을 들고 오는 손님들이 많은 편입니다.
- 의료: 네덜란드는 다치거나 아플 경우 우리나라의 가정의학과와 유사한 GP(General Practitioner)에게 먼저 증상을 보인 후, GP의 판단에 따라 전문의/상급 병원에 보내는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저는 EUR 홈페이지에서 추천한 GP인 Jans Huisartsen에 등록했지만 실제로 이용할 일은 없었습니다. 네덜란드 GP는 치료에 적극적이기보다 파라세타몰(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진통제)을 더 복용하라고 하거나 심각하지 않다며 환자를 돌려보내는 경우가 많아 불편하다는 여론이 지배적인데, 실제로 어떤지 겪어보지 않아 확언하기 어렵지만 한국에서 상비약을 충분히 구비해 가시기를 권합니다.
- 은행: 출국 전 준비 사항의 4. 기타 유용한 정보를 참고해주세요. 최근에는 거의 모든 은행에서 비대면 계좌 개설이 가능한 것 같습니다.
- 교통
à 자전거를 빌리거나 중고로 구매해 교환학생 기간 내내 사용하면 거주 지역 내에서의 대중교통 지출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à 교통카드: 네덜란드에서는 OV-chipkaart(교통카드) 하나로 버스, 트램, 지하철, 기차를 모두 이용할 수 있습니다. 무기명 OV 칩카드를 기차역에서 구매해 우리나라의 티머니 카드처럼 매번 충전해 쓰거나, 교통카드를 발급받지 않고 비접촉 결제가 가능한 카드를 태그하는 것 역시 가능합니다 (마스터/비자카드 포함). 다만 이름과 사진이 있는 기명 OV 칩카드에는 NS(네덜란드 철도청)나 RET(로테르담-헤이그 대중교통 업체)의 구독 상품을 등록해 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저는 사정상 자전거를 타지 못해 다른 교환학생 분들과 달리 트램과 지하철을 자주 이용해야 했는데, 출퇴근 시간을 제외한 평일 off-peak 시간대와 주말에 기차 운임이 40퍼센트 할인되는 NS Flex Dal Voordeel 상품을 구독해 잘 사용했습니다. 구독 상품을 먼저 결제하고 기명 OV칩카드를 신청하면 실물 카드 비용이 대체로 무료이며, 후불교통카드로 이용할 경우 매월 이용 금액을 이체하기 위해(Direct debit) 네덜란드 계좌가 있어야 합니다.
- 통신: EUR의 경우 학생단체 ESN 사무실에서 Lebara 유심을 무료로 제공했습니다. 저는 유심을 받기 전까지는 한국 통신사 로밍 데이터를 이용하다가, 유심을 수령하고 번호를 개통한 다음부터는 Lebara 앱에서 매월 8GB의 데이터를 단건 구매해 이용했습니다. 네덜란드는 캠퍼스와 마트, 공공장소 등에 비교적 무료 와이파이가 잘 갖춰진 편이므로 여행을 오래 다니지 않는 이상 8GB를 소진하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4. 학교 및 여가 생활 (동아리, 여행 등)
- 학생들이 모이는 행사는 대부분 ESN에서 개최하므로, 현지에서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싶다면 ESN (Rotterdam)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해서 각종 행사 일정 등을 알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ESN 행사(단체 여행이나 봉사활동도 있지만 주로 클럽 파티가 많음)와 더불어 조별과제 혹은 Interactive tutorial에서 만난 사람들과 친분을 쌓기도 합니다. EUR의 경우 교환학생이 ESN을 제외한 다른 동아리에 가입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 학기 전, 학기 중간(시간표 편성에 따라 다르지만 bloc 하나가 끝나고 다른 bloc이 시작하기 전 약 2주 내외의 공백이 있음), 학기 후가 여행을 다니기 좋은 시기입니다. Lecture는 출석을 따로 확인하지 않지만 interactive tutorial의 경우 (특히 조별과제가 있을 때) 출석에 매우 예민하므로 학기 중 여행 일정을 짤 때 염두에 두는 것이 좋습니다. 네덜란드는 유럽 곳곳으로 여행을 다니기 편리한 위치에 있지만,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에서 이용 가능한 항공편들이 그다지 저렴하지는 않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기차나 플릭스버스 등으로 대체하는 것이 경제적입니다. 로테르담의 경우 로테르담-헤이그 공항을 보유하고는 있지만 여행지로 가는 항공편이 마땅치 않아 주로 암스테르담까지 기차를 타고 가게 됩니다. 이동 시간과 대중교통 이용이 가능한지 여부를 고려해 너무 이른 비행을 예매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로테르담의 경우 오전 6시 이전에는 대중교통이 거의 다니지 않음).
5. 안전 관련 유의사항
- 저는 늦은 시간까지 밖에서 노는 것도 좋아하지 않고 ESN 클럽 파티에도 거의 참석하지 않아 네덜란드 내에서 안전이 위협당한 경험은 한 번도 없었지만, 함께 파견된 교환학생 분들에 따르면 파티에서는 술을 마시고 만취했거나 대마초를 피운 사람들이 있어 본인의 안전이나 주변 환경(바닥의 깨진 유리병 등)에 유의해야 한다고 합니다. 네덜란드에 소매치기가 흔하지는 않지만 암스테르담에서는 종종 휴대폰 등을 소매치기에게 도난당했다는 사례가 있어 소지품 관리에 신경써야 할 것 같습니다.
Ⅵ.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전혀 새로운 환경에서 공부하고, 생활하고, 여행하며 어느덧 반 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온갖 사람과 사건들에 놀라고 또 그보다 자주 불안했지만, 익숙하지 않은 방식으로 세상을 겪으며 편안한 틀을 벗어나 공부할 수 있어서 값진 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교환학생으로 보내는 시간이 모두에게 기막힌 전환점이나 막막함에 대한 대답이 되어주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더 잘 고민하는 법을 배우게 되는 시간이라는 점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