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인간과 문화에 대해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새로운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국외 수학 프로그램은 이전부터 꼭 해보고 싶었던 활동 중 하나였습니다. 교환 학생을 오랫동안 생각해 왔지만, 마음을 굳히게 된 가장 큰 계기는 작년에 휴학을 하고 회사에서 일했던 경험입니다. 당시 직장 생활을 하면서 친해진 동료 분들로부터 대학 생활을 조금 더 알차고 보내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고는 했습니다. 동료 분들의 말씀을 들으면서 학생 신분으로만 할 수 있는 활동인 교환 프로그램을 해 보지 않고 졸업한다면 후에 아쉬움이 많이 남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참가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1. 파견 대학 소개
제가 파견된 본 대학교는 과거 서독의 수도였던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본(Bonn)에 위치한 비교적 큰 규모의 대학교입니다. 학교 건물이 특정 구역이 아니라 도시 전체에 흩어져 있고, 건물 수가 매우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국제 학생들이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Study buddy와 같은 국제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들이 잘 마련되어 있습니다. 교내 International Office뿐만 아니라 ESN Bonn에서도 굉장히 다양한 활동들을 거의 매주 주최하기 때문에 참가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외국인 친구들과 즐거운 추억을 많이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2. 지역 소개
본은 전쟁으로 인한 파괴가 근처 대도시인 쾰른에 비해 적었기 때문에 옛 건축물들이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시내를 산책하다 보면 예쁜 옛 건물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라인강을 끼고 있는 도시답게 라인 강변을 따라 산책하거나 자전거를 타면서 여유를 즐길 수 있고, 맑은 날에는 공원에 돗자리를 펴놓고 피크닉을 즐기기에도 좋습니다. 개인적으로 노인과 아이가 살기에 좋은 도시라고 생각합니다. 또, 본 대학교와 UN 캠퍼스가 자리한 곳인 만큼 유학, 취업 등의 이유로 본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많아서 국제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쾰른-본 공항까지 가는 직행 버스가 있어서 공항 접근성도 좋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1. 비자 신청 절차
독일로 교환 가신 분들이라면 모두들 한 번쯤은 비자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 보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비자를 받으려면 주한 독일 대사관 홈페이지에서 비자 태어민 신청을 한 뒤 필요한 서류들을 준비해서 비자 인터뷰에 가면 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태어민 신청에 성공하는 게 정말 어렵습니다. 저도 몇 번 도전해 보다가 포기하고 독일에서 residence permit을 받는 쪽을 택했습니다. 다행히 제가 있었던 본은 행정 처리가 꽤 깔끔하고 정확한 편이었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미리 안멜둥(거주지 등록) 태어민을 잡고 간 상태여서 입독 후 6일째 되던 날 안멜둥을 완료했고, 온라인으로 residence permit 신청을 한 뒤 태어민 메일을 받았습니다. (태어민 일정은 통보 식으로 이메일 수신 당일이나 그 다음날로 잡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안내 받은 일정에 맞춰 외국인청에 방문해 간단한 절차를 마무리하고 비용을 지불하면 거주 허가증 카드 신청이 끝납니다. 저는 3월 초에 상기 절차들을 모두 마무리했고 카드 발급까지 시간이 소요돼서 5월 초에 카드를 수령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무비자 체류 가능 기간인 90일 내로 여유 있게 카드를 받을 수 있었고, 거주 허가 기간도 2026년까지로 매우 넉넉했기에 이후로는 아무런 문제 없이 체류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거주 기간은 담당 직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어서, 주변 친구들 중에는 24년 7월까지만 허가를 받아서 학교 측의 도움을 받아 외국인청에 연장을 요청한 사례도 있습니다. 비자 없이 독일에 온 한국인 친구들 모두 무비자 기간 내로 무사히 거주 허가증을 수령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가 운이 좋았을 수도 있지만, 거주 허가증이라는 대안도 있으니 출국 전에 비자 때문에 너무 많이 스트레스 받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2. 숙소
본 대학교나 본 학생 기숙사에서 오는 메일을 꼼꼼히 체크하시고 안내 받은 절차를 그대로 따르신다면 큰 문제 없이 기숙사를 배정받을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신청할 때 아무런 요구 사항을 기재하지 않았는데 라인강 인근의 기숙사 1인실을 배정받았고, 대부분의 한국인 친구들도 같은 기숙사 건물로 배정되었습니다. 기숙사비로는 월 314.56 유로를 지불했습니다.
3. 지불 비용
처음에 등록할 때 사회 공헌료라는 명목으로 서울대학교에 납부하는 등록금 외에 추가적인 비용을 본 대학에 송금했습니다. 덕분에 세메스터 티켓(교통권)을 사용할 수 있었는데, 이번 학기부터 세메스터 티켓이 도이치란트 티켓으로 격상되면서 한 학기 동안 ic, ice 등 몇몇 교통 수단을 제외한 독일 전역의 대중 교통을 무제한으로,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유럽 여행을 다니시다 보면 교통비가 정말 많이 드는 걸 체감하실 수 있을 텐데 세메스터 티켓이 있어서 독일 내에서는 정말 편하게 돌아다닐 수 있었습니다.
보험의 경우 많은 분들께서 하시듯이 엑스파트리오를 이용해서 TK 공보험을 들었습니다. 보험료는 월 125.21 유로였습니다. 제가 직접 보험 혜택을 받은 적은 없지만 비자나 거주 허가증 발급 시에 필요하기도 하고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서 보험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4. 기타 유용한 정보
여행을 많이 다니실 계획이라면 DB 반카드(BahnCard) 25 구매를 추천 드립니다. ic나 ice 탈 때 유용하게 사용했고 반 보너스 모아서 할인 받은 적도 있습니다.
PAYBACK 포인트 카드도 사용 추천 드립니다. 저는 이 카드를 너무 늦게 알게 돼서 아쉬웠는데, 독일 살면 자주 가게 되는 REWE나 DM 등에서 적립, 사용할 수 있고 혜택이 상당히 좋습니다.
IV. 학업
1. 수강신청
출국 전에 본 대학교에서 줌 오리엔테이션을 여러 번 하셨는데, 그때 담당 선생님께서 설명하시는 절차를 따라서 수강신청을 하시면 됩니다. BASIS라는 사이트에서 이번 학기에 열리는 강의들을 확인하고, 수강을 희망하는 강의의 담당 교수님께 메일로 수강 신청 문의를 드리는 방식이었습니다. 교수님의 이메일이 해당 사이트에 안 나와 있을 수도 있는데 그럴 경우 구글링하시면 됩니다. 오리엔테이션에서 사소한 것도 잘 설명해주시고 질문도 친절하게 받아주시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2. 수업
저는 정식 학기가 시작되기 전 3월에 열리는 집중 독일어 수업을 수강했는데, 일정이 맞으신다면 학기 시작 전에 미리 입독하셔서 독어 수업을 들으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친구를 사귀는 데도 좋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 영어를 잘하시긴 하지만, 기본적인 것들(숫자 등)은 독어를 알아두는 것이 생활에 훨씬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개강 후에는 학부 수업으로 Media governance in Germany and beyond, 대학원 수업으로 Media culture and media studies in China, Strategic challenges in the Indo-Pacific, 언어 수업으로 초급 독일어 수업을 수강했습니다. 영어로 열리는 강의가 제한적이라 대학원 수업을 수강할 수밖에 없었는데, 의외로 세미나 형식의 자유로운 분위기가 좋았고 같은 수업을 듣는다는 공통점 덕분에 쉽게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습니다.
학기 중 독일어 수업의 경우 수강 여부를 놓고 정말 고민이 많았었는데, 결과적으로는 듣기를 정말 잘했던 것 같습니다. ‘한국 돌아가면 별로 쓸 일 없을 것 같은데 꼭 배워야 할까’라는 회의적인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독일어를 배우고 하나 둘 아는 단어가 늘어갈수록 점점 더 독일이라는 나라가 좋아졌습니다. 각기 다른 나라에서 온 국제 학생들과 독어 혹은 영어로 어떻게든 소통하려고 노력하면서 수업을 들었던 게 꽤 재미있었던 기억으로 남아있기도 합니다. 여유가 되신다면 학기 중 언어 수업 하나 정도는 수강을 추천 드립니다.
V. 생활
장바구니 물가는 한국과 비슷하거나 한국보다 저렴한 수준이지만 외식 비용이 비싸기 때문에 여행을 많이 다니는 교환 학생들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외식 비용을 감당하기보다 직접 재료를 사서 요리해 먹는 편이 나을 것입니다. 물론 멘자처럼 저렴한 학생 식당도 있고 되너나 써브웨이 샌드위치 같이 가성비가 괜찮은 식당들도 있으니 수업 시간이 애매하다면 찾아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요리를 하실 때 웬만한 한식 식재료는 본에 있는 고아시아에서 구하실 수 있지만, 코인 육수는 없으니 한국에서 챙겨가시길 추천 드립니다!
International Office, ESN Bonn, 한국대사관 본 분관 등에서 하는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시면 교환 학생 생활을 더욱 알차게 보내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빡빡한 여행 일정 때문에 본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제한적이었지만, Bonn UN Campus를 견학하고, 북한 인권을 주제로 한 한국대사관 주최 포럼에 참석하는 등, 현지에서 교환 학생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려고 노력했고, 이는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통신은 알디톡 유심을 사용했고 스위스를 제외하고 제가 여행 했던 국가들에서 모두 잘 작동했습니다. 제가 여행 했던 국가들 목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독일, 네덜란드, 노르웨이, 이탈리아, 벨기에, 영국, 핀란드, 에스토니아, 프랑스, 크로아티아, 헝가리, 룩셈부르크,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 체코, 폴란드.
유럽 계좌도 개설하셔야 할 텐데, 저는 비자가 없는 상태로 개설해야 해서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좁았습니다. 인터넷으로 알아보다가 WISE를 알게 돼서 계좌를 개설했는데 슈페어콘토를 받거나 계좌이체를 하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었기 때문에 저는 정말 만족했습니다. 다만, 해킹 등의 보안 위험이 걱정되시는 분들은 보다 안전한 오프라인 은행을 알아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Ⅵ.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상투적인 표현일 수 있지만, 유럽에서 보낸 지난 5개월은 꿈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매 순간 ‘교환 학생을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하루 하루가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솔직히 출국 전까지는 해외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면서 스트레스를 꽤 받았었는데, 막상 나가서 부딪혀 보니 설레고 기대되는 일들이 훨씬 더 많았습니다. 지레 겁을 먹고 걱정했던 문제들도 어떻게든 해결해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귀찮다는 이유로, 걱정된다는 이유로 해외 교환을 망설이고 계신 분이 있다면 그냥 한번 도전해보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그 걱정과 귀찮음의 뒤에 어떤 기쁨과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도전하지 않는다면 결코 알 수 없을 테니까요.
5개월은 유럽 여행과 독일 생활을 병행하기에 너무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그새 정들어버린 본과 친구들을 떠나오면서, 더 이상 라인강과 Hofgarten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평화로운 풍경을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정말 아쉬운 마음이 컸습니다. 현지 생활과 여행의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했고 제 선택에 후회는 없지만 여행 하느라 놓친 본에서의 시간이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읽으신 분들은 우선 순위를 잘 고민하시어 후회 없는 교환 생활하시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