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고등학생 때부터 막연히 교환학생을 가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하지 못할 경험을 할 수도 있고, 단순 관광의 목적으로 외국에 나가는 것이 아닌, 실제로 생활하기 위해 가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외국 대학에서는 어떤 방법으로 어떤 분위기 속에서 수업을 하는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여건만 된다면 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1. 파견대학/지역 선정 이유: 가장 큰 고려사항은 독일어 시험 성적 여부였습니다. 독일어를 어느 정도 배웠지만 B1 레벨을 딸 정도는 아니었기에 영어 점수만을 요구하는 대학을 추려야 했습니다. 어렸을 때 막연히 막스 플랑크 연구소가 유명하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막스 플랑크 연구소와 협업하는 대학에 가고 싶었습니다.
2. 파견대학/지역 특징: 보훔은 독일 서남부 노르드라인웨스트팔렌 주에 위치하는 중소도시입니다. 이 지역은 독일에서 가장 큰 산업 도시들이 밀집되어 있습니다. 보훔 자체는 유명하지 않지만 근처에 도르트문트, 에센, 뒤셀도르프 등 유명하고 큰 도시들이 위치합니다. 루르대학교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에 최초로 설립된 대학교인데, 그래서 유럽풍의 예쁜 건물이나 역사적 장소를 기대하시면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그래도 기숙사 시설은 독일 내에서 좋은 편이라고 들었고, 저 역시 기숙사에는 굉장히 만족했습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1. 비자 신청 절차: 독일은 한국에서 미리 비자를 신청해 갈 수도 있고, 현지에서 비자와 유사한 거주허가를 신청할 수도 있었습니다. 저는 합격통지서가 늦게 나오기도 하였고, 대사관 예약이 어려워 비자를 받지 않고 출국했습니다. 다만 이럴 경우 쉥겐 조약에 따라 EU 국가 체류 기간이 90일을 넘기 전에 독일에서 거주허가증 발급 신청을 마쳐야 합니다.
2. 숙소 지원 방법: 합격 이후 학교 측으로부터 기숙사를 받을 것인지 개인적으로 숙소를 알아볼 것인지 선택하라는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월세 범위, 혼성 여부, 선호사항, 특이사항 등을 기입한 서류를 제출한 뒤에 기숙사를 배정받았습니다. 제가 받은 기숙사는 3인 3실에 주방과 화장실을 함께 쓰는 형식이었습니다.
3. 파견 대학 지불 비용(student fee, tuition fee, 기숙사 비용 등): 월세는 300-400유로 사이로 지불하였습니다. 제 방은 작은 발코니도 있었고 도보 5분 거리에 대학교와 지하철역, 쇼핑센터가 있어 월 405유로로 가장 비쌌습니다. Student fee는 140유로 정도였는데 6개월 동안 독일 전국에서 기차 및 기타 대중교통에서 사용 가능한 Deutschland Ticket이 포함되어 매우 유용했습니다.
IV. 학업
1. 수강신청 방법: 수강신청은 우리나라처럼 선착순이 아니었고, 주로 인기가 많은 외국어(독일어 및 타 언어) 수업을 제외하고는 수강신청 기간 내에 온라인으로 등록을 하거나, 첫 수업 시간에 교수님께서 비밀번호를 알려주시면 그것을 가지고 etl에 들어갈 수 있는 시스템이었습니다.
2.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제가 들을 수 있는 영어 수업은 거의 대부분이 석사 과정 수업이었습니다. 다른 영어 강의들도 있었지만 저는 전공 수업을 듣고 싶어 생명과학 세미나 수업들을 들었습니다.
3. 외국어 습득 요령: 듀오링고와 학교 어학원 강의를 병행하며 독일어 실력이 많이 늘었습니다. 일상과 취미생활에 외국어를 결합시키며 즐겁게 배웠습니다. 시내에 학생은 무료로 입장 가능한 극장이 있었는데, 독일어로 된 공연 대부분 영어 자막을 함께 띄워줘서 자주 보러 갔습니다. 벼룩시장에서 라디오를 하나 구매해 독일 라디오 방송을 자주 들었습니다.
V. 생활
1. 가져가면 좋은 물품: 딱히 없었습니다. 보통 브리타 정수기, 코인 육수, 밥솥 등을 가져가라고 하길래 가벼운 코인 육수 한 통만 들고 갔습니다. 석회질이 안 좋다, 이런 말이 많아서 걱정했는데 독일 사람들도 수돗물 받아서 바로 마시더군요. 한식도 거의 안 해먹어서 들고 간 코인 육수도 대여섯알 쓰고 나머지는 다른 사람에게 주고 왔습니다. 한국어로 된 책 몇 권 들고 간 것이 가장 좋았던 것 같습니다. 다른 건 다 구할 수 있더라도 한국어 책은 못 구하니까요.
2. 현지 물가 수준: 외식 물가가 비쌉니다. 그렇지만 과일, 유제품, 고기, 파스타, 감자가 저렴해서 직접 해먹는 건 한국보다 저렴하게 느껴졌습니다.
3. 식사 및 편의시설 (식당, 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독일 기차는 연착을 밥 먹듯이 하기로 악명이 높습니다. 독일은 주치의 제도를 시행하고 있어서 어딘가 아프면 우선 주치의를 찾아가 진찰을 받습니다. 소수의 과를 제외한 다른 전문의를 만나려면 주치의의 소견서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독일에서 치료를 받으려면 기본적으로 최소 의사를 2번 찾아가야 하는 것이죠. 직접 전화로 방문 예약을 할 수도 있지만 6개월 치 예약이 가득 찼다는 이야기를 듣기 십상입니다. 이때 저를 구원해준 것이 바로 Doctolib이라는 앱입니다. 이 앱에서 필터 검색 기능을 사용하면 당장 예약이 가능하고 나에게 맞는 전문의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독일어가 어렵다면 영어 사용이 가능한 의사만 볼 수도 있는데, 다만 예약하기가 상대적으로 더 어렵습니다.
4. 학교 및 여가 생활 (동아리, 여행 등): 혼자 지내는 시간에는 기숙사 바로 뒤에 있는 숲에서 조깅을 하거나 시내 헬스장에서 운동을 했습니다. 중간에 거주허가증 신청을 하고 나오기까지 한달 반 정도의 시간이 있었는데, 그 동안은 출국이 불가능해 교환학생 친구들과 함께 국내 여행을 가거나 도서관에서 공부를 했습니다. 혹시 여행이 목적이시라면 비자를 미리 받고 가시는 것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Ⅵ.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개인적으로는 많이 여유롭고 많이 편해지고 많이 성장했던 시기였습니다. 교환 학기를 비우기 위해 그 동안 계절학기까지 가득 채워가며 학교를 다니다가 처음으로 해야 할 일이 없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유럽의 여유로운 분위기가 더해지면서 숨을 고르고 쉬는 연습을 할 수 있었습니다. 또, 주로 서울대 내에서만 인간관계를 쌓다가 다양한 나라와 문화에서 온 학생들과 어울리게 되니 스스로 조금 더 다채로운 사람으로 변했다고 생각합니다. 졸업 이후에 외국에서 연구직을 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예행연습을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여행을 많이 가지 못한 것은 아쉽긴 하지만, 그만큼 제 교환학생의 다른 목표였던 ‘현지에서의 일상 살기’를 제대로 달성할 수 있어서 후회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