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제가 교환학생 선발에 지원한 가장 큰 목적은 영어권 국가 거주 경험을 통해 항상 자신감을 갖지 못했던 영어 발음과 회화 능력을 기르는 것이었습니다. 또, 사회과학도로서 동양과 서양이 사회문화적으로 어떻게 다른지 직접 느끼고 오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동시에 쉼 없이 달려왔던 3년 간의 대학생활을 환기하며 공기 좋고 경치 좋은 해외에서 힐링을 하고 오고 싶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1. 파견대학/지역 선정 이유
저의 동기에 맞춰서 국가를 미국과 영국, 호주 정도로 좁혀두고 고민을 계속했습니다. 영국을 가장 먼저 후보에서 탈락시켰는데 이는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1) 저는 활동할 때 컨디션이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인데, 영국으로 교환학생을 가면 흐린 날씨로 인해 저기압으로 지내는 날이 많을 것 같았습니다. 2) 유럽으로 교환학생을 간 주변 친구들은 학기 중이나 전후로 여러 국가를 오가며 알차게 여행을 다니는 것을 봐 왔는데, 저는 그렇게 계획을 짜서 열심히 돌아다니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미국과 호주 안에서 파견대학을 고민했습니다. 이때는 종합적/전공별 대학 순위와 ‘UCLA’라는 이름이 가진 유명세, 둘러볼 곳이 많은 LA라는 지역적 이점이 선택 이유가 되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Boston College, University of Sydney 등을 후보로 두었습니다.
2. 파견대학/지역 특징
2.1. 파견대학: University of California, Los Angeles
UCLA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주립대학인 University of California 계열의 9개 대학교 중 하나입니다. 가까운 곳에 있는 UC Berkeley, USC(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등의 학교와 라이벌 관계로 인식되곤 하며, 2024년 US News 학부 순위에서 15위, 미국 공립대 중 1위를 기록한 명문대입니다. 문·이과대학, 기계·응용과학대학, 예술·건축대학, 연극·영화·텔레비전대학, 간호대학, 공공정책·사회연구대학 등 6개의 단과대학과 대학원을 가진 종합대학으로 특히 의학과 치학, 법학, 경영학, 영상예술 부문에서 유명합니다.
캠퍼스 전체 면적은 서울대학교의 반, 연세대학교의 2배 정도라고 합니다. 캠퍼스는 크게 북쪽(North Campus)과 남쪽(South Campus)으로 나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북쪽 캠퍼스는 주로 고딕양식의 오래된 건물들로 이루어져 있고, 문과계열 건물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반대로 남쪽 캠퍼스는 이공계열의 전공수업들이 이루어지는 현대식 건물이 많습니다. UCLA는 또한 College Sports의 열기가 높은 미국에서도 특히 대학 스포츠 문화에 투자도 많이 하고 프로 리그와 잘 연계되어 있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실제로 스포츠 관련 수업에서 프로 농구리그에서 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학생을 볼 수도 있었습니다.
2.2. 파견지역: Los Angeles
LA는 미국 내에서 뉴욕 다음으로 꼽히는 대도시입니다. UCLA는 LA 내에서도 Westwood 지역에 위치해 있으며 Beverly Hills, Brentwood, Santa Monica 등 부자들이 사는 것으로 유명한 동네에 둘러싸여 있어 학교 주변 치안이 좋은 편입니다. 주변에 있는 관광지들도 손꼽을 정도로 많습니다. Sony, Warner Brothers, Paramount 등 할리우드에서 유명한 영화 제작사들을 투어할 수도 있고, 게티센터, 게티빌라, LACMA 등 둘러볼 만한 미술관과 박물관도 많습니다. 광활한 자연이나 예쁜 풍경으로 유명한 관광지로는 베니스비치, Santa Monica Pier, 말리부 해변, 조슈아트리 국립공원, 그리피스 천문대 등이 있습니다.
쇼핑으로 유명한 로데오 드라이브, 멜로즈 거리, 웨스트필드 센추리 시티 등을 방문하면 미국의 경제 흐름을 체감하고 유명 대기업들이 어떻게 사업을 확장하고 고객경험을 제공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어 경영학도로서 배울 점이 많았습니다. 메이저리그 야구 경기가 이루어지는 다저스 스타디움, NBA 농구 경기를 볼 수 있는 크립토닷컴 아레나도 스포츠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꼭 방문해야 할 곳입니다. LA 디즈니랜드, 유니버셜 스튜디오 할리우드, 너츠베리 팜(Knott’s Berry Farm), 식스플래그 매직 마운틴까지, 가볼 만한 놀이공원도 근처에 네 곳이나 있습니다.
LA는 날씨가 1년 내내 쾌적한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햇빛이 쨍쨍하고 비가 잘 오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제가 파견되었던 동안에는 갑자기 비가 쏟아지는 날들이 꽤 있어서 LA에도 이상기후가 찾아왔다는 말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이나 미국 내 다른 지역에 비해 맑은 날이 훨씬 많으며, 20도 내외의 적당한 기온을 유지합니다.
한 가지 LA에서 체감할 수 있었던 특징은 아시안 인구가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LA는 미국에서 인종 다양성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다양한 역사적·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미국으로 이주한 이들이 많습니다. 코리아타운, 리틀도쿄, Mexican American Museum, Italian American Museum, Chinese American Museum 등 LA의 다양성을 체감하고 그 과정을 배울 수 있는 장소도 곳곳에 있어 이곳들을 방문해보고 이주민들의 역사와 문화를 보고 듣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1. UC 지원서 제출
UC 계열 대학교의 경우 처음 국제협력본부에 교환학생 지원서를 제출할 때는 9개의 대학 모두를 포괄하는 ‘UC’의 이름으로 신청을 하고, 이후 교환학생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UC 기관인 UCEAP 측으로 희망하는 대학과 그 이유를 포함한 지원서를 다시 한번 제출해야 합니다. 국제협력본부에서 UC로 선발되고 나면 담당 선생님께서 자세한 과정을 알려주시며 UCEAP 홈페이지에서 작성한 지원서에 문제가 없는지도 꼼꼼히 살펴봐 주시기 때문에 그 내용을 담기보다는 학교 배정 관련 팁을 몇 줄 쓰고자 합니다.
UCEAP 지원서에는 UC 9개교 중 3지망까지 골라서 그 학교에 배정되고 싶은 이유와 수강계획을 작성하셔야 합니다. 교환학생 생활을 보내고 싶은 학교가 명확히 있으실 경우, 그 계획이 구체적이고 전공적합성이 높으며 해당 학교만의 특색을 포함하고 있을수록 그곳에 배정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2024 1학기에 UCLA에는 총 5명의 서울대학교 교환학생이 파견되었는데, 그 중 저를 포함하여 3명이 언론정보학 전공생이었습니다. 저희들이 모두 원하던 UCLA로 배정된 데에는 영화학으로 유명한 UCLA의 특성과 할리우드라는 지역적 특색을 지원서에서 강조한 것이 큰 기여를 한 것 같습니다. 수강계획과 지원동기에서 해당 학교만이 가진 강점과 이를 꼭 활용하고자 하는 열정을 드러내 보시면 좋겠습니다.
물론 학교별 TO나 시기적, 환경적 상황 등 저희가 어찌할 수 없는 변수들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에 원하시는 대로 배정받지 못할 확률이 존재합니다. 캘리포니아 주 안에 있는 학교들이니 저도 다른 UC 학교에 여행을 다녀오기도 하고, 다른 교환학생들도 만나 보았습니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선호하지 않았던 학교에 배정되어 실망했던 교환학생들도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그 학교와 지내는 지역의 매력을 깨닫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으며 귀국할 때 즈음에는 “여기 배정되어서 다행이었다”고 말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어디서든 그곳에서만 쌓을 수 있는 배움과 경험이 있는 것 같으니 모쪼록 행복한 교환학생 생활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2. 비자 신청 절차
2.1. DS-2019
DS-2019는 비자 신청을 위해 필요한 서류로, 개인 정보, 미국에서의 계획, 재정증명서, 가족정보, 영어능력 인증서 등 서류 제출을 완료하고 기다리다 보면 UCLA 측에서 메일로 보내주십니다. 이때 재정증명 단계에서는 본인 혹은 부모님의 계좌에 일정 금액 이상이 있다는 것을 잔고 증명서(Confidential Financial Statement)를 발급받아 제출해야 하니 미리 하나의 계좌에 필요금액을 준비해 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이때 사용했던 서류들을 모두 인쇄하여 보관해두면서 비자 인터뷰와 미국 입국 심사에도 활용했습니다.
저는 신청 후 오랜 기간 DS-2019가 오지 않아 비자 신청 절차가 굉장히 촉박했었습니다. 안내된 기간 동안 기다려도 메일로 서류를 받지 못해 UCLA로 문의 메일을 보내자 해당 문의 메일에 대해서도 약 2주의 시간이 지난 후 답장을 받았었습니다. UCLA 측에서는 약 3주 전 메일을 보냈었다며 메일 전송 내역을 첨부해 주셨는데, 저의 메일함에는 해당 메일이 온 기록이 없었습니다. 다행히 무사히 제시간 안에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었지만, 미국의 행정업무는 한국에 비해 느리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비자 신청 절차에 있는 모든 단계에 대해 신청도, 문의도 가급적 빠르게 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특히 시간이 부족하거나 불안한 요인이 있을 때는 마냥 기다리기보다 메일, 전화 등으로 문의를 해보는 것이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되고 마음도 더 편해지게 만드니, 가능한 조치들을 취해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2.2. SEVIS 비 납부
SEVIS는 미국에 입국하려는 사람들의 각종 비자를 다루는 정보 관리 시스템으로, 비자 발급 관련 비용을 납부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 내용은 UCEAP의 홈페이지에서 안내를 받을 수 있습니다. 지불이 완료되면 나오는 confirmation page 또한 비자 인터뷰에 가져가야 할 서류이니 인쇄가 필요합니다.
2.3. DS-160 발급
DS-160을 위한 미대사관 홈페이지 같은 곳에 접속해서 작성했습니다. 꽤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일단 문항이 많고 개중 낯선 어휘도 있어서 어떻게 답해야 하는지 모르겠더라고요. 검색을 해보니 자세히 다뤄 주신 블로그 게시글이 많아서 참고하며 작성했습니다. 중간중간 저장하면서 신중하게, 또 비자인터뷰에 결격사유가 되지 않도록 작성하시면 되겠습니다.
2.4. 주한미국대사관 비자 인터뷰 신청 및 응시
이제 이렇게 발급받은 각종 서류들을 가지고 주한미국대사관에 가서 비자 인터뷰를 보시게 됩니다. 저는 이때 비자 관련 서류는 물론이고 DS-2019와 DS-2019 신청을 위해 제출했던 서류들, 여분의 비자 사진까지 가능한 한 많은 걸 준비해 갔었습니다. 비자 인터뷰에 앞서 홈페이지에서 회원가입 후 비자 인터뷰를 예약해야 했는데, 혹시 남아있는 자리가 적어 제때 비자를 받을 수 있을지 걱정되신다면 예외적으로 이른 아침 시간에 진행되는 특별 인터뷰를 예약할 수도 있습니다.
인터뷰 당일 대사관 앞에 도착했더니 건물 밖에서부터 대기줄이 있어서 입장했을 때는 이미 예약시간이 조금 지나 있었습니다. 별 문제없이 비자 인터뷰를 마칠 순 있었지만, 가급적 예약 시간 전후로 여유시간을 많이 두고 오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 건물로 들어갈 때 보안검색을 하게 되는데 이때 노트북, 아이패드 등 전자기기는 반입이 아예 불가합니다. 가져오실 경우 근처 지하철역 물품 보관함에 넣고 오라는 안내를 받으시게 되니 꼭 필요하지 않다면 안 가져오시는 쪽을 추천드립니다.
이후 건물 안에서도 긴 대기열을 지나 서류를 제출하는 등 간단한 과정을 거치고 영사 분과 인터뷰를 하게 됩니다. 간단히 학업 계획이나 저의 정보를 물어보시고 인터뷰가 마무리되었는데, 너무 딱딱한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 이때 비자를 붙이기 위해 여권을 가져가시는데, 사전에 인터뷰를 예약하면서 배송 또는 직접 수령을 택할 수 있습니다. 저는 배송을 기다릴 시간적 여유가 없어 직접 수령을 택했었는데 수령 장소(주한미국대사관과 다른 곳입니다)에서도 대기표를 뽑고 기다려야 해서 시간이 약간 걸렸습니다.
3. 숙소 지원 방법
학교 배정 이후 학교 측으로부터 housing과 관련된 메일을 받았습니다. 메일에서 안내해 주는대로UCLA housing portal에서 차근차근 신청하면 됩니다! 자취 경험이 있는지,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한지, 주변 소음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인지, 룸메이트의 성향에 영향을 많이 받는지 등등 너무나도 고려할 점들이 많지만, 지원한 대로 배정된다는 보장이 없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선호도를 정해서 지원하시면 되겠습니다.
3.1. 숙소 종류
UCLA 기숙사는 크게 1) 교내 기숙사, 2) 교외 기숙사, 3) Co-op으로 나뉩니다. 교내 기숙사는 등하교가 가깝고 편하며 미리 구매한 수량만큼 학식 식권을 제공하는 개념의 meal plan을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특히 UCLA는 미국에서 가장 학식이 맛있는 학교로 뽑히기도 한 만큼, 기숙사 구역 안에 있는 여러 가지 뷔페를 드셔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물론 교내 기숙사에 배정되지 않아도 학교 차원, 또는 개인적인 차원에서 meal plan을 따로 구매해서 먹어볼 수 있습니다.
교외 기숙사는 교내 기숙사의 규정들로부터 자유롭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교내 기숙사는 술 반입이 금지되어 있는 반면, 교외 기숙사는 시험 기간을 제외한 거의 매주 목, 금, 토마다 곳곳에서 파티가 열리곤 합니다. 또, 교내 기숙사에 거주할 경우 요리를 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데 반해 교외 기숙사에서는 주로 요리로 식사를 해결하는 것 같습니다.
3.2. 선발 기준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이렇게 방 유형, 룸메이트 수, 환경 등을 고려해서 선호도와 중요도를 대강 정했다면 housing 신청 중 room preference를 제출하는 항목에서 자신이 선호하는 기숙사동과 방 형태를 1위부터 12위까지 고를 수 있습니다. UCLA에서 만난 교환학생들을 보면 이때 3위권 안으로 뽑지 않았던 곳에 배정된 경우가 더 많았기 때문에, 이 선호를 크게 반영해주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저는 community preference 항목이 더 큰 영향력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교내 기숙사 빌딩들은 서로 다른 community가 있어서 해당 community에 소속되고 싶다 응답한 학생들이 곧잘 모여 여러 가지 활동을 기획하고는 합니다. 저는 이 부분을 신청할 때 transfer community를 1지망으로 택했고, 해당 커뮤니티 빌딩으로 분류되는 De Neve Holly 빌딩에 배정되었습니다. 1지망 선택 이유는 이 커뮤니티가 국제학생들과 문화교류를 다루는 곳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인데요, 배정되고 보니 사실 transfer는 다른 컬리지에서 UCLA로 편입해온 학생들을 지칭하는 말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transfer를 택한 것이 다행이었다고 생각합니다!ㅎㅎ 편입생들은 3학년부터 주로 2년간만 UCLA에서 보내다 보니 그 짧은 시간 동안 친구를 사귀고 다양한 경험을 하는데 더 열정적으로 임하는 것 같았습니다. 또한, 다양한 배경에서 온 미국인 학생들이 많아서 영어 실력을 늘리고 미국 문화를 익히는 데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히 San Diego에서 온 미국인 친구와 룸메이트가 되어 방학 동안 그 친구의 집에서 숙식한 적이 있는데, 미국의 평범한 가정은 어떻게 사는지 체험해 본 아주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4. 파견 대학 지불 비용(student fee, tuition fee, 기숙사 비용 등)
우선 student fee와 tuition fee는 서울대학교 등록금으로 대체됩니다. 따로 UCLA에 지불한 비용은 housing(meal plan 포함), 의료 보험, 도서 및 강의자료 비용 정도였습니다. 이때 보험은 학교 측에서 자동으로 제공하는 UC Ship을 들거나 다른 보험 가입 후 증빙자료 제출을 통해 이를 면제(waiver)받을 수 있습니다. waiver가 좀 더 저렴하기 때문에 저도 요건을 충족하는 보험을 찾아 가입하려 했는데 약관을 읽다가 머리가 아파져 그냥 UC Ship을 자동 가입하게 되었습니다ㅎㅎ 결과적으론 좋은 선택이 되었는데, 학기 중 꽤 크게 아프고 약이 들지 않던 때가 있어서 교내 병원을 세 번 정도 다녀왔었답니다. UC Ship 덕분에 진료비는 내지 않고 약값만 결제했었습니다.
이때, 약값, 기숙사비, 교내 서점에서 구매한 수업 자료 값 등을 포함하여 UCLA에 내는 모든 비용은 Bruinbill이라는 온라인 결제 시스템을 통해 지불합니다. 지불 방법은 신용카드, 해외 계좌이체, 대면 현금 결제 등 다양한데 한 쿼터 당 약 600달러라는 큰 금액을 결제하다 보니 수수료도 꽤 컸습니다. 수수료를 절약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미국 계좌에서 계좌이체를 하거나 현금을 오피스로 가져가는 것이겠고, 수수료가 가장 큰 방법이 신용카드 결제였습니다.
5. 기타 유용한 정보
출국 전에 지불 방법과 관련하여 준비하시면 좋을 것이 매우 많습니다!! 일단 해외계좌로의 이체나 국외에서 필요한 금전 거래를 하기 위해서 공인인증서를 꼭!! 발급받아 두시면 도움이 되실 것 같습니다. 은행보다 적은 수수료로 국내에서 해외 계좌이체를 대행하는 믿을 만한 서비스들도 많은데 이런 방식도 미리 하나 알아두고 확보해두시면 좋습니다. 사실 저는 환전이 급히 필요했을 때 아예 수수료 없이 사람 대 사람으로 환전 거래를 하기도 했습니다. UCLA를 다니는 한국인을 위한 오픈카톡방에서는 원화에서 달러로, 달러에서 원화로 환전이 필요한 분들이 서로를 찾아서 개인톡으로 계좌를 공유하고 아무 수수료 없이 해당 시점의 환율로 환전거래를 하는 관행이 있습니다. 이를 이용하신다면 서로 신분을 공유하고 UCLA 학생임을 확인하시고, 적은 금액만 거래하는 등 안전에 유의하셔야 합니다.
해외결제에 유용한 카드도 두 개 이상 만들어 오시길 추천드립니다. 트래블로그와 트래블월렛이 제일 많이 쓰이는 두 가지 카드인 것 같아요. 앱에서 쉽게 환전하고 수수료 없이 결제가 가능해서 제가 가장 많이 쓴 결제 방법입니다. 특히 트래블월렛은 앱에서 카드 소지자끼리 송금이 간편하게 되어서 교환학생들끼리 물품 공동구매를 하거나, 여행을 다녀오고 정산을 할 때에 유용하게 쓰이곤 합니다. 실물 카드를 분실할 경우 전자거래까지 막히기도 하니 분실에 대비해 여러 종류의 카드를 만들어 오시고, 한 지갑에 다같이 넣어두기보다 따로 잘 보관하시면 좋겠습니다.
또한, 저는 미국에서 계좌도 개설해서 잘 사용하다가 귀국 후 닫았습니다. 출국 전이 아니라 미국에 오고나서 준비한 내용이지만 금전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함께 다루면 좋을 것 같아 간단히 써봅니다. 저는 Chase Bank의 College Bank Account를 개설했고, Bank of America나 다른 은행에서 개설하시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Chase를 선택한 이유는 당시 계좌 개설 후 10번 이상의 거래를 할 경우 $100를 계좌에 넣어주는 프로모션이 있었다는 점과 Disney 디자인의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다는 점이 컸습니다. Chase는 Bank of America, City Bank보다는 규모가 작은 은행이라서 현금이 필요할 때 ATM을 찾기가 비교적 어려울 때도 있었습니다. 계좌 개설은 앞에서 했던 것처럼 은행 홈페이지에서 방문 지점과 날짜, 시간을 예약한 후 그때 각종 서류를 들고 찾아가면 됩니다. 계좌에 deposit으로 넣을 어느 정도의 현금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이때 venmo나 zelle도 연결해달라고 말씀하시면 좋은데, 두 가지 다 카카오페이 같은 미국의 계좌이체 서비스로서 전화번호나 이메일 등의 등록된 정보로 상대의 계좌에 송금을 할 수 있게 해줍니다. 현지 학생들과 같이 놀러 다닐 때마다 zelle이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만드시는 걸 강력 추천 드립니다!
IV. 학업
1. 수강신청 방법
수강신청은 서울대학교의 mysnu 같은 공식 UCLA 웹사이트인 myucla에서 정해진 기간동안 이루어집니다. ucla에서 안내해주시는 내용에 따라 myucla 회원가입, @g.ucla.edu 이메일 만들기 등을 하고 나면 myucla 페이지를 둘러볼 수 있습니다. 여러 탭 중 Class Enrollment 탭에서 시간표 구상, 수강신청, 수강변경 등이 이루어집니다. 선이수 과목이나 전공 등 수강 제한 조건이 있는 과목의 경우 교과목 옆에서 경고 표시가 뜹니다. 수강 제한 과목이 꼭 듣고 싶으시거나 서울대학교에서 수강한 내용을 선이수 과목으로 인정받고 싶으신 경우에는 미리 담당 교수님 또는 학과 측으로 메일을 드려 해당 과목을 예외적으로 수강신청할 수 있게 하는 PTE 번호를 받기도 합니다. 강의평은 ratemyprofessors.com, Bruinwalk 두 웹사이트에서 확인했습니다.
수강신청 일정을 공지받고 나서는 시차를 고려해서 미리 한국 시간을 확인해 두었습니다. 특히서울대학교 수강신청의 첫째날 전공제한과목과 비슷하게 UCLA는 수강신청 기간을 First Pass, Second Pass로 나누었던 것 같습니다. 주전공 과목이나 교양 과목은 주로 First Pass 기간에 수강 신청할 수 있었고 타 전공 과목은 Second Pass에 넣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때 최대 신청 가능 Unit 수를 넘기지 않는 것과, 한 쿼터에 들을 수 있는 P/F(교내 S/U) 과목 최대 Unit 수를 넘기지 않는 것에 유의해서 시간표를 짰었습니다.
2.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1월 – 3월 Winter Quarter (총 14 Units)
Marketing Communication (4)
: 팀프로젝트를 통해 물품 또는 서비스를 선택해서 통합적 마케팅 플랜을 세우는 전 과정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현업에서 오래 몸담으셨던 교수님께서 다양한 사례를 가지고 깔끔하게 강의해주시고 평가기준이 확실해서 노력한 만큼 학점을 받기 쉬운 것 같습니다. 다만 수업 초반부에 주변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알아서 팀을 짜 교수님께 말씀드려야 했는데, 한국인 유학생 분께서 먼저 다가와 주시지 않았다면 이때 먼저 다른 학생들에게 말을 걸기가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또 과제의 많은 부분이 조별 활동으로 이루어지고 수업 중에도 조끼리 논의할 시간을 자주 주시기 때문에 잘 맞는, 수업에 열심히 임하는 팀원을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Media and Mind (4)
: 제가 언론정보학 전공생으로서 가장 재미있게 들은 강의였습니다. 인간 사고의 작동 체계를 미디어의 존재 방식 및 존재 의의와 연관지어서 설명해주시는데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학기말 개인 프로젝트는 이미 있는 미디어를 하나 선택하거나 직접 미디어를 만들어서(그림, 영상, 노래, 춤 등 다양한 형태의 과제물이 나왔고, 수업 중에도 교수님께서 미디어의 형태를 한정짓지 않으십니다.) 인간과 사회에 연결지 해석하고 발표하는 것이었습니다. 수업 내용 중 질문이 있거나 떠오른 생각들을 가지고 Office Hour에 찾아간 적도 있는데, 제 생각을 부족한 영어로 풀어내도 흥미롭게 들으신 다음 의미있는 토론거리로 만들어 주셔서 기뻤습니다. 다만 평가기준이나 강의계획서가 모호했고, 출결을 체크하지 않으시기 때문에 점점 수업에 오는 학생들의 수가 줄어들기도 했습니다.
Foundations of Business and Entrepreneurship (4)
: 벤처경영학과 비슷한 경영학 전공 수업입니다. 실리콘밸리가 있는 캘리포니아에서 이루어지는 창업 수업이다 보니 저도 아는 유명 기업의 창업 과정에 얽힌 재밌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고, 창업자나 벤처투자자를 초청하여 특강을 듣기도 했습니다. 온라인에서 새로 고안된 툴을 이용해서 팀별로 3차례의 Case Study를 했습니다. 웹사이트에 케이스를 선택하면 팀별로 미팅 시간을 정할 수 있고, 미리 학습자료와 데이터를 훑어본 다음 팀별 미팅에 접속하면 zoom과 같은 화상회의 환경에서 제시되는 주제에 대해 토론을 할 수 있었습니다. 토론 내용은 AI가 듣고 정리하여 알려주었고, 학생들은 확인할 수 없었지만 AI가 평가한 것이 성적에도 반영되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신기술을 대학 수업에서 활용한 사례로서 ABC 뉴스에서 수업을 취재하러 오시기도 했습니다. 전체적으로 신기한 경험을 여러 가지 해볼 수 있는 수업이었습니다.
단점이 있다면 Case Study를 위해 해당 웹사이트에 지불한 금액, 과제를 하기 위해 꼭 내야만 하는 교재비 $90, 그 밖의 Case 자료 구매 비용 등 돈이 많이 들었습니다. 특히 수강 변경 기간까지 알 수 없었던 각종 지출과 미리 공지받지 못한 방송 취재 등으로 인해 학생들과의 소통이 부족하다고 느껴졌습니다. 수업 내용은 알찼지만 그만큼 매주 과제도 많았고, UCLA의 경영학 수업이 대부분 그랬지만 재무적 측면을 많이 다루었습니다. 회계원리를 미리 수강하지 않았다면 따라가기 힘들었을 정도로 회계 및 재무 부분을 아주 빠르게, 기초를 건너뛰고 수업하시기도 했습니다.
Field Studies in Communication (2)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인턴십을 하고 있거나 인턴십 기회를 찾고 있는 학생들을 위한 저녁 시간대의 P/F 수업입니다. 주로 관련 분야, 관련 직종에 근무하시는 현직자를 모시고 특강을 들을 수 있고 가끔 교수님께서 인턴십을 구하는 법이나 resume 작성법 등을 강의해 주십니다. ‘인턴십을 구해 미국에서 일을 해보자!’하고 야심차게 수강했지만…, 그래도 이 수업 덕분에 영문 이력서를 작성했고, 두 차례 interview까지 가 볼 수 있었습니다. 다른 수강생들 중 Warner Brothers Studio에서 인턴십을 하고 있는 학생이 있었는데, 할리우드에서 일하고 있는 학생을 만나 대화해본 것도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4월 – 6월 Spring Quarter (총 12 Units)
Business Law (4)
P/F과 A~F 중 성적평가방식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법률에 대해 영어로 배운다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아 P/F로 들었습니다. 영어로 된 법률 용어들을 외우기가 어려워 시험에서 주관식 답안을 작성할 때 애를 먹긴 했지만, 수업 내용을 이해하고 객관식 문제를 푸는 건 예상보다는 수월했습니다. 미 연방과 주 단위에서 적용되는 법률이 각각 있기 때문에 각 사안에 어떤 법률이 적용되어야 하는지, 어떤 법원이 어떤 사건을 관할해야 하는지 등을 초반에 공부하게 되는데 완전히 새로운 내용이라 재미있게 배울 수 있었습니다.
Global Ecosystem of Sports (4)
경영학특강처럼 매 학기 다른 주제로 열리는 과목인 것 같습니다. 이때는 나이키 이사로 계신 분께서 스포츠경영학을 주제로 수업을 진행하셨고, LA Lakers(농구팀) 감독, 스포츠마케팅 프로듀서 등 다양한 강연자를 모시고 특강을 들을 기회가 많았습니다. 두 차례의 팀 프레젠테이션이 있었는데 이틀 전에 발표 준비를 해야 한다고 공지 받기도 했었습니다. 완전히 처음 진행된 수업이라 평가방법, 발표 주제 등이 정리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Personal Financial Health (4)
가장 어려웠던 교과목입니다. 개인이 자신의 재무건전성을 위해 어떻게 투자하고 저축해야 하는지, 집과 차와 보험은 어떻게 골라야 하는지, 재테크를 어떻게 계획해야 하는지 등 실용적인 내용을 다룹니다. 제가 이 분야에 기초지식이 부족해서 더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다고 느끼기도 했지만, 과제가 어마무시하게 많았습니다. 과제 내용도 ‘어떤 보험을 가입할 것인지 웹사이트에서 상담받고 계획하기’, ‘부동산 투자를 위해 오픈하우스를 3곳 이상 들리고 사진과 함께 비교 및 평가하기’, ‘현재 세금 정책에 맞춰 주어진 조건에서 내야 하는 세금 계산하기’ 등 외국인으로서 수행하기 버겁다고 느껴지는 것들이었습니다.
3. 학습 방법
3.1. 학습 툴
모든 수업은 서울대학교의 Learning X Student와 거의 동일한 포맷과 기능을 가진 Canvas Student를 이용해서 이루어졌습니다. 동일한 방식으로 각 과목에 들어가 강의 계획서, 과제, 성적, 퀴즈, 모듈을 살펴볼 수 있고 대시보드에서 그때그때 다가오는 일들을 한눈에 볼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 페이지를 탭에 추가해두고 수시로 대시보드를 확인하면서 매주 과제를 놓치지 않고 하는 데 집중했던 것 같습니다. UCLA 기말고사를 주로 수업 외 시간대에, 10주의 일정이 끝나고 별개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수강신청 때부터 미리 각 과목의 기말고사 일정을 잘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교환학생은 종강 후 여행 계획을 미리 짜야 하는 경우가 많으니 기말 일정을 미리 확인하고 싶으실 텐데, 이때는 myucla의 class enrollment 탭에서 확인하는 것이 가장 빠를 것 같습니다. 최종 성적 또한 myucla의 final grades and GPA에서 확인할 수 있고, unofficial이지만 성적증명서도 소장용으로 발급받아 볼 수 있습니다. 공식 성적증명서는 교환학생 마무리 후 서울대학교 측에 귀국보고서를 제출한 후 받으실 수 있습니다.
3.2. 공부 장소 및 공부 방법
저는 조용한 공간보다는 소음이 있는 공간에서 공부하는 걸 선호해서 한국에서는 주로 카페에서 공부했었습니다. UCLA에서는 교내 Peet’s Coffee, Anderson Starbucks 등의 체인점에서 공부를 하기도 했었고 교외 카페를 가보기도 했습니다. UCLA에서 버스를 타고 나가 Sawtelle이라는 동네에 가면 학생들이 공부하는 카페가 여럿 있지만 시험기간에는 인기가 많아 자리를 잡기가 어려웠습니다. 또, 한인 타운에 있는 카페 외에 다른 카페들은 다들 꽤 이른 시간에 닫는 편이라 저녁 시간 이후에 공부할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제가 가장 자주 간 곳은 기숙사동 언덕 제일 위에 있는 ‘The Study’입니다. 거의 24시간 열려 있고 자정까지 샌드위치나 와플, 음료를 시킬 수 있어서 밤 시간대에 공부하기 좋습니다. 미리 예약을 하거나 다른 사용자가 없을 때는 스터디룸도 쓸 수 있습니다.
조용한 곳을 선호하신다면 UCLA 학생들이 공부하러 가는 2개의 메인 도서관이 있습니다. Powell Library는 전통적인 양식의 역사가 깊은 건물이고, Young Research Library는 이름에서도 나타나듯 더 현대적인 건물입니다. 그 밖에도 더 규모가 작지만 단과대학별로 도서관이 있어 위치와 분위기를 보고 마음에 드는 곳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또, 책상이 커서 기숙사방에서 공부하기도 괜찮았지만, 책상 위가 선반 때문에 많이 어두운 편이라 스탠드 불빛이 꼭 필요합니다.
공부 방법에 대해서는 학생분들 모두 저마다의 학습 요령이 있으실 거고, 제가 느낀 미국대학에서의 공부는 대부분 서울대학교에서 하던 것과 비슷했습니다. 다만 한 가지 큰 차이점이 있다면 바로 교수님과의 소통, 그리고 다른 학생들과의 소통이 더 중요했다는 것입니다. 먼저 Office Hour가 한국 대학보다 크게 활성화되어 있다고 느꼈는데요, 한 수업은 평가의 대상이 될 과제를 Office Hour에 가지고 오면 미리 읽어보고 피드백을 주시기도 하셔서 매분 매초 교수님의 연구실이 붐볐습니다. 특히 영어로 오랜 시간 수업을 듣다 보면 중요한 공지나 수업 내용을 놓칠 때도 있을 텐데, 특별한 질문사항이 없더라도 Office Hour에 찾아가 ‘교환학생으로서 영어가 First Language가 아니지만 이 수업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고 말씀드리면 앞으로의 수업 진행 방향이나 공부 방법에 대한 팁과 도움이 될 자료를 알려주시기도 하셨습니다. 수업 전후, 그리고 쉬는 시간에 주변 학생들과 small talk을 하는 것도 중요했습니다. 팀을 짜서 하는 과제가 있는 대부분의 수업은 처음 몇 주 동안 주변 학생들과 인사를 나누고 알아서 팀을 짜 교수님께 명단을 알려드려야 했습니다. 이때 팀원들과의 합이 한 학기 내내 에너지가 되고 동기부여가 되기도 했고, 스트레스 요소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Office Hour와 수업 중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교수님, 다른 학생들과 대화를 많이 나눠보시면 좋겠습니다!
4. 외국어 습득 요령
생각보다 교과서에서 접하지 못한 표현들이 미국에서는 실생활에서 많이 쓰인다고 느꼈습니다. 저는 교과서 영어에만 익숙해져 있었고, 영어를 공부하려는 의도로 미국 영화나 드라마를 챙겨본 적도 없어서 처음 듣는 표현들이 꽤 많았습니다. 이런 표현에 노출될 때마다 문맥을 통해 의미를 파악하되 어떤 표현이었는지 기록해두고 나중에 검색해보고는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관련 컨텐츠를 찾아서 보는 빈도도 늘어났습니다. 미국 대학생들이 많이 사용하는 slang이라던지, 음식을 주문할 때, 예약을 변경할 때, 엘리베이터에서 스몰톡을 할 때 등 특수한 상황에서 쓸 수 있는 유용한 표현들에 관한 영상을 자주 보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배운 표현을 바로바로 실생활에서 써먹고 현지인들의 반응을 볼 수 있다는 게 영어공부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물론 미국인 친구들이 잘 알아듣지 못해 제 의도를 설해줘야 할 때도 있었고, 이를 계기로 저의 한국식 발음을 교정하고자 노력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새로운 표현들을 일상생활 속에서 접하는 빈도 자체를 늘리려 노력하기도 했습니다. Transfer Community가 있는 Holly Residential Building에서는 복도에서 마주치는 다른 학생들과 인사하고 가벼운 스몰톡을 하는 게 일상적이었기 때문에 영어에 친숙해지기 어렵지 않았습니다. 또, 현지 친구의 추천으로 들어간 동아리에서 매일 몇 시간씩 다른 동아리원들을 만나 친해지는 과정을 통해 영어를 쉽게 듣고 말할 수 있도록 훈련했습니다. 처음에는 머릿속에 한국어 문장을 떠올리고 번역한 후에야 영어로 뱉을 수 있을 때가 많았는데, 주변 환경이 완전히 영어 위주로 바뀔수록, 또 그런 환경에서 시간을 더 많이 보낼수록 번역 과정 없이 자동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내용이 많아졌던 것 같습니다.
V. 생활
1. 가져가면 좋은 물품
앞에서 언급했듯 해외결제 수수료가 없는 각종 카드들과 기숙사 책상 스탠드가 유용하게 쓰였습니다. 저는 큰 캐리어 하나와 여행용 작은 캐리어 하나, 배낭 정도로 짐을 최소화해 가져갔습니다. 옷은 미국에 직접 가보고 기후와 주변 사람들의 패션에 맞춰 구매하고 싶다고 생각해서 많이 가져가지 않았습니다. 대신 사소하지만 없으면 불편한 생필품들, 특히 미국에서 구하기 어려운 것들을 알아보고 많이 챙겨가려 노력했습니다. 저는 그렇게 짐을 싼 게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특히 기내보관이 가능한 사이즈의 여행용 캐리어가 학기 중, 학기 전후에 여행을 다닐 때 매우 유용하게 쓰였기 때문에 튼튼한 걸 챙겨가거나 현지에서 구매하시면 좋습니다. 다른 교환학생들은 아마존에서 이민가방을 구매해서 사용하기도 했었습니다.
구체적인 물품을 작성해보자면, 먼저 LA 한인타운이 멀지 않아 고추장이나 한국 과자 같은 한국적인 건 구하기 쉬운 편입니다. 하지만 물가가 비싸고 다이소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면봉이나 물티슈, 아이패드 거치대 같이 사소하게 생각한 것들을 적절한 가격에 구하기가 힘들었던 때가 많았습니다. 특히 220V->110V 변압기, 메이크업 및 클렌징 용품은 한국에서 챙겨오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미국에 왔으니 메이크업이나 스킨케어 제품도 미국 걸 써보고 싶어서 한국에서는 여행용 저용량 제품만 조금 챙겨 왔었는데요, 미국 제품을 쓰는 동안 계속 피부에 트러블이 생겨 결국 교환생활 초반에 한국 제품으로 바꿔야 했습니다. 한인 타운에서 구매도 가능하지만 쓰시던 제품을 가져오시는 게 가장 빠르고 안전할 것 같습니다.
2. 현지 물가 수준
저는 미국 물가가 한국 물가의 두세 배 정도라고 체감되었습니다. 제가 교환학생으로 있던 기간 동안 1달러가 1390원대에 머무르기도 했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낀 듯합니다. 식당에서 식사를 한 번 한다고 가정하면, 음료를 마시지 않는다고 해도 주로 메뉴가 20달러 대에 세금과 팁을 붙여 30달러가 넘는 금액이 영수증에 찍힙니다. $30을 1390원 환율로 계산해보면 41,700원이 됩니다. 그만큼 음식 양이 많아서 현지 학생들은 남은 음식을 포장해서 한 끼를 더 먹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무언가 구매할 때는 꼭 고지되어 있는 가격에 세금과 팁이 붙는다는 사실을 명심하면서 경제 관념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3. 식사 및 편의시설 (식당, 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먼저 UCLA의 다양한 식당과 카페의 운영시간, 위치, 메뉴, 리뷰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 ‘Bruin Dining’을 다운받으시는 걸 추천합니다! 교내 식당은 크게 학생들이 거주하는 기숙사동과 수업을 듣는 건물들이 있는 캠퍼스동으로 나누어서 설명하고자 합니다.
3.1. 기숙사동 식당
기숙사동에서는 기숙사 비용을 낼 때 같이 선택하는 meal plan을 통해 어느 식당에서든 식권을 한 회 차감하여 식사를 할 수 있습니다. 식권 차감은 학생증(Bruin Card) 태그를 통해 이루어지며, meal swipe라 부릅니다. meal plan의 경우 일주일에 주어지는 식권의 수를 11개/15개/19개 중 선택할 수 있으며, Regular Plan/Premium Plan 중 고를 수 있습니다. 즉, 11R/11P/15R/15P/19R/19P 라는 선택지가 있습니다. Regular Plan은 선택한 개수만큼의 식권을 정해진 식사시간(아침/점심/저녁/심야) 중 한 번에 하나씩만 사용할 수 있고 다른 주(확실하지 않은데, 월 단위일 수도 있습니다)로 이월할 수 없습니다. Premium Plan은 한 학기 중 언제, 몇 개를 사용하는 데 제한이 전혀 없어 meal plan이 없는 친구들을 데리고 와 4장씩 쓸 수도 있고, 외부인에게 대가를 받고 판매되기도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교환학생에게 가장 적절한 건 11P라고 생각합니다. 관광이나 여행을 하다 보면 외식을 해야 할 때가 많아 학교 안에서 밥을 먹는 때가 그렇게 많지 않고, 불규칙적으로 식사를 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두 학기(쿼터) 모두 11P였는데도 학기말에는 식권이 많이 남아 주변 친구들을 사주곤 했습니다.
기숙사동에는 세 개의 Dining Hall과 그 밖의 식당 및 카페들, 그리고 정해진 시간에 오는 푸드트럭이 있습니다. Dining Hall은 각자의 컨셉에 맞게 다양한 메뉴로 구성된 뷔페형 식당으로, 파스타와 브리또를 비롯한 지중해식 음식이 있는 Epicuria, 제로슈가 아이스크림과 고단백의 건강식이 준비된 Bruin Plate, 다양한 수제 케이크와 샐러드바 등 미국 음식이라 했을 때 떠오르는 메뉴들이 있는 De Neve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세 곳 모두 메뉴가 다양하고 맛있어서 meal plan이 없는 다른 학생이나 외부인들도 meal swipe를 구매하여 먹으러 오곤 합니다. 미국에서 가장 맛있는 학식으로 유명한 UCLA인 만큼 오신다면 꼭 드셔 보시면 좋겠습니다.
이외에도 샌드위치나 음료 등 간단하게 끼니를 때울 때 좋은 Bruin Café, 제육볶음이나 불고기를 비롯한 아시안 음식을 요일별로 먹을 수 있는 Rendezvous, 젤라또가 맛있는 Café 1919, 많은 학생들이 공부를 하러 가는 The Study 등이 있습니다. De Neve Dining Hall은 다른 Dining Hall처럼 아침, 점심, 저녁을 운영하지만 그 외에도 심야 시간에 피자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푸드트럭은 그때그때 다른 가게가 주로 저녁에서 심야 시간에 오는데, 인기 있는 가게가 오는 날은 오래 줄을 서야 할 때도 있습니다. 마감 시간이 다가올 경우 줄을 오래 서있었더라도 앞에서 주문을 마감하기도 하니 미리 줄을 서두셔야 합니다. 제가 교환학생으로 있는 동안 인기가 많았던 푸드트럭은 Smile Hotdog(떡볶이를 같이 주십니다!), Salpicon, Bittie Bitez mini-donuts, Creamy Boys등이었습니다.
3.2. 캠퍼스동 식당
교내 곳곳에도 Carl’s Jr, 스시, 덮밥, 서브웨이 등 다양한 메뉴를 먹을 수 있는 곳이 많이 있습니다. 특히 학생회관에 해당하는 Ackerman Union 건물에 다양한 식당이 많아 교내에서 식사를 해결해야 할 때는 여길 자주 갔었습니다. 기숙사동에서는 meal swipe만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면, 캠퍼스동 식당과 카페에서는 식권 하나가 $9 가치로 환산됩니다. 가령, $12 만큼을 구매하고 meal swipe로 결제를 한다면 하나의 식권을 차감하고 $3를 지불하거나 식권 두 개를 차감할 수 있습니다. 저는 Epic at Ackerman에 있는 Mambo Pizza Pie가 미국의 특색이 담긴 맛있는 메뉴라고 느꼈습니다.
3.3. 의료
저는 UC Ship을 가입해서 최대한 활용하려 노력했습니다. UC Ship은 UC 계열 대학교에서 따로 보험을 waiver 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가입하게 하는 보험입니다. 저는 winter, spring 두 쿼터 합쳐 230만원 정도의 금액을 Bruinbill에서 기숙사비, 교재비 등과 함께 지불했습니다. 이 보험을 활용하기가 까다로웠기 때문에 그 과정을 정리하고 제가 느낀 팁을 좀 남기고자 합니다.
일단 UC Ship으로 보험료를 커버 받으려면 다른 병원이 아니라 무조건 교내 Ashe Center를 가야 합니다. 거기서 더 나은 진료를 위해 다른 병원으로 연결해줄 때만 다른 병원으로 갈 수 있습니다. Ashe Center를 서울대학교 보건소와 비슷할 거라고 생각해 처음에는 무작정 들어가서 진료를 받을 수 있냐고 여쭤보았는데요, 미리 온라인으로 예약을 해야 하며 urgent care로 당장 진료받길 원할 경우 추가금($25)을 내야 했습니다. 홈페이지에서 예약을 할 때는 증상에 대해 상세하게 사전설문지를 작성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후 만난 의사선생님께서 설문지에 있던 문항들을 다 저에게 다시 물어보신 걸 보면 이를 꼼꼼히 읽지는 않으시는 것 같습니다.
저는 목소리가 안 나오고 목이 바짝 마르며 피 섞인 가래가 나오는 것이 증상이라고 기록했는데, 사전설문지 작성을 마치자 결핵(기억이 확실치 않습니다)과 코로나 검사를 권유 받았습니다. 이 검사를 마치지 않으면 의사선생님 대 면진료를 받을 수 없는 듯해서 검사를 받았고, 둘 다 아니라는 결과가 나오자마자 Ashe Center로부터 메시지가 왔습니다. 목에서 피 섞인 가래가 나오는 것은 심각한 증상이니, 최대한 빨리 진료 날짜를 잡으라며 번호를 하나 알려주는 메시지였습니다. 여기 전화하자 제 주치의 선생님(UC Ship 모든 학생들에게 주치의 선생님이 배정되는 듯하며,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합니다)이 가능한 진료 시간대를 알려주셨고, 가장 빠른 걸로 예약했습니다. 다음 날 찾아가서 진료를 받은 후 처방전을 들고 학생회관 격의 건물인 Ackerman Union의 약국에서 약을 받았습니다. 이때 독특했던 점은 처방전이 여러 가지 약 종류가 나열된 종이에서 저에게 처방할 약과 제가 여유가 있다면 같이 복용하면 좋을 약을 몇 개 표시해서 주는 것에 가까웠다는 점입니다. 저는 당시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 현상이 일주일간 반복되어 꽤 불편을 느끼고 있었기에 추천받은 약까지 다 구매하여 열심히 복용했는데, 오히려 증상이 더 심해져서 밤새 기침을 하게 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갈 수 있는 병원이 Ashe Center밖에 없는 교환학생은 다시 거기 가야 합니다…. 대신 최대한 빠르게 진료받을 수 있게 해주시길 요청하여 제 주치의가 아닌 다른 의사 선생님께 진료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저번과 비슷한 진단을 내리시기에 미리 나름대로 찾아본 제가 예상하는 원인들을 말씀드렸고, 그와 관련된 약도 함께 처방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 약을 복용하며 상태가 조금 나아져 약 한 달 만에 완전히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과정에서 느낀 제가 전하고자 하는 팁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한국처럼 병원에 가고 싶을 때 곧바로 가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닙니다. 통증이나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하고서도 진료를 받거나 약을 사기까지 시간이 걸리니, 그 사이에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각종 상비약을 꼭 챙겨오시면 좋겠습니다. 특히 양약보다 한약 계열이 잘 듣는 저와 같은 분들이라면 더욱 추천드립니다. 2) Ashe Center의 진료를 받으시기 전에 지금 겪고 있는 증상과 예상되는 원인을 충분히 조사해보시고 이를 영어로 기억해두기 어렵다면 메모라도 하여 의사 선생님께 전달해 드리면 더 나은 진료가 가능합니다. 3) Ashe Center의 사전질문지는 꽤 분량이 긴데도 저장이 불가능하고, 같은 증상으로 다시 예약한다고 해서 이전 데이터를 불러올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진료실에서 의사선생님이 증상을 물어보시면 설문지에 작성했던 내용을 다시 말씀하셔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에 작성하실 때 내용을 찍어두거나 기록해두면 더 편하고 빠르게 복사-붙여넣기 하여 작성하실 수 있을 거고, 어려운 의학용어를 말로 전달해야 할 때도 참고하실 수 있습니다. 4) Ackerman Union의 약국에서는 처방받은 약의 복용법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습니다. 혹시 복용법 설명이 필요하냐고 물어봐 주시는데 저는 항상 그렇다고 했고, 늘 제 예상과 다르거나 주의해야 하는 복용법이 있어서 설명을 듣길 잘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UC Ship은 가입한 학생에게 $120 이내의 안경 또는 선글라스를 하나 지원해줍니다. 저는 캠퍼스 내(Ackerman Union)에 있는 안경점(U SEE LA)에 갔지만, 검색해보시면 캘리포니아 전역에서 꽤 많은 안경점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기왕이면 다양한 디자인의 안경테가 있을 큰 매장에 가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10의 눈 검사와 $70 정도의 안경렌즈를 함께 권유 받았지만, 무료로 안경테만 받는 것도 규정 상 가능합니다.
3.4. 교통
UCLA는 U-Pass라고 하여 LA 내 모든 대중교통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교통카드를 제공합니다. 이 카드를 통해 LA는 자유롭게 다닐 수 있었지만, metro는 청결이나 치안 면에서 무서울 때가 많아 버스를 더 자주 이용했습니다. 특히 E-Line(노란색으로 기억합니다.)이 시내와 한인타운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자주 이용하시게 될 텐데, 노선을 따라가다 Little Tokyo를 넘어가면 역내 분위기가 위험해지는 것 같습니다. 근교를 여행할 때는 차가 없이 이동하기 힘들어서 렌트카를 빌릴 때가 많았습니다. 또, LA를 벗어나면 U-Pass를 사용할 수 없고 다른 교통카드를 발급받거나 3일권, 7일권 등을 구매해야 하는데, 주마다 가격과 방법이 천차만별이라 여행가기 전에 미리 교통편을 알아보는 게 필수였습니다.
3.5. 통신
저는 민트모바일 esim을 6개월 간 사용 후 남은 기간 동안 Tello esim을 한 달 사용했습니다. 미국 번호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옮길 수 있었고 가격도 저렴한 방법이어서 추천합니다. 한국 전화번호는 그대로 유지하고 싶어 일시정지해 두었고, 인증문자를 받아야 할 때는 문자수신 가능 일시정지 상태로 바꾸었습니다. 멕시코와 캐나다를 갈 때는 별개로 esim 구매가 필요했는데, 두 나라를 자주 다닐 예정이라면 처음부터 미국, 멕시코, 캐나다 모두 호환 가능한 esim을 구입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4. 학교 및 여가 생활 (동아리, 여행 등)
4.1. 동아리
저는 지금까지도 연락하고 있고 곧 한국에 교환학생으로서 오게 될 많은 친구들을 동아리를 통해 만났습니다. Fall quarter는 한 해의 시작이자 신입생들이 처음 학교에 들어오는 시기라서 서울대의 동아리소개제처럼 각 동아리를 알아갈 수 있는 부스가 늘어서는 행사가 진행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winter와 spring quarter에는 그런 게 없어서 입소문을 통해 동아리를 알아보고 가입해야 했습니다. 제가 가입했던 동아리는 초심자를 위한 댄스 동아리 ‘Foundations Choreography’로, 매 쿼터 새로 팀원을 받아 학기말 공연을 위해 연습하면서 친밀도를 위한 다양한 활동도 하는 곳이었습니다. ice blocking, bbq night, bonfire 등 이 동아리가 아니었다면 경험해보지 못했을 만한 미국 대학생들이 하는 다양한 활동들을 접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미국 대학 생활이라 하면 곧잘 연상되는 게 파티인 만큼 다양한 파티에 가보기도 했지만, 역시 친한 친구들끼리 모여서 하는 파티가 가장 즐겁고 배운 것도 많았습니다. 저에게는 동아리원들이 기획하고 진행하는 파티가 그런 곳이었습니다. beer pong 같이 미국에서 종이컵보다 흔하게 쓰이는 빨간 컵과 탁구공을 가지고 테이블 위에서 하는 여러 종류의 술게임이나 요즘 유행하는 meme, slang 같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4.2. 여행
저는 서울대학교 정규학기를 12월 말에 마친 후 1월에 시작할 UCLA winter quarter를 위해 급히 출국했습니다. 그래서 학기 전에는 기숙사에 짐을 풀고 주변에 있는 Santa Monica Pier나 Little Tokyo, LA City Hall 정도만 관광했습니다. 학기 중에는 가끔 차를 통해 다녀오기 좋은 거리에 있는 관광지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조슈아 트리, 데스밸리, Sequoia, 옐로스톤, 요세미티 등 국립공원을 방문하여 한국에서 볼 수 없었던 웅장한 자연경관들을 보는 것이 학기 중에 큰 힐링이 되었습니다. LEI에서 장비를 빌려 캠핑을 갔던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국립공원은 데이터가 터지지 않는 장소가 많아 미리 구글맵에서 주변 지도를 다운로드 받아가면 유용하게 쓸 수 있으며, 매번 입장료를 내는 것보다 국립공원 패스를 구매하는 게 현명할 수도 있습니다. 또, 학기 중에는 시애틀이나 시카고 같이 학기말 여행계획에 넣기에는 조금 동떨어진 위치에 있지만 가보고 싶은 장소들을 3박 4일 정도의 여행으로 다녀올 수도 있었습니다. 멕시코나 캐나다도 국경과 가까운 곳은 차를 타고 금방 다녀올 수 있습니다. 물론 수도나 핵심 관광지에 비행기를 타고 가서 오랜 기간 여행하는 편이 더 선호되는 것 같습니다. 다만 차를 타고 국경선을 넘어본 게 저에게는 인생 처음이었기 때문에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winter quarter와 spring quarter 사이에는 일주일 이상의 봄 방학이 있어서 여행을 다녀오기 좋았습니다. 저는 조금 무리해서 San Diego, Las Vegas, 그랜드 캐니언, 멕시코 칸쿤을 다녀왔습니다. 모두 볼 것도, 배울 것도, 느낄 것도 많은 관광지로서 추천합니다. 특히 미국인 룸메이트가 본가에 초대해주어서 San Diego에서는 그 친구의 집에서 지냈는데, ‘이것이 미국인들의 생활이구나’ 싶은 새로운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매일매일 베이킹을 하고, 넓은 뒷마당에서 큰 개와 산책하고, 이웃집의 바베큐 파티에 초대받아 간단한 선물을 들고 방문하는 일상이 저에게는 ‘미국스럽다’고 느껴졌습니다.
학기말에는 Washington D.C., New York, Boston 순으로 미국 동부를 여행했고, NASA 본부를 가보고 싶어 Texas Huston을 방문한 후 귀국했습니다. LA에서 미국 동부로 갈 때에는 비행기를 타야 하지만 동부에 있는 도시들 사이를 이동할 때는 비행기보다 버스나 기차가 가성비가 좋았습니다. 미국인 친구들도 동부와 서부의 분위기 차이에 대해 말하곤 하는데, 외국인인 저에게도 그 차이가 확실히 느껴져서 신기했습니다. LA를 비롯한 서부에서는 길에서 지나치는 사람들이 더 여유롭고 미소 띈 얼굴로 쉽게 스몰톡을 건다면, New York 등 동부에서는 행인들이 좀 더 딱딱한 얼굴로 목적을 위해 바삐 움직이는 것 같았습니다. 한국에 방문해봤던 한 미국인 친구는 서울과 부산도 비슷한 느낌이라고 말했는데, 이렇게 관광 후에 서로의 국가에 대한 감상을 공유하는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5. 안전 관련 유의사항
LA는 치안이 좋은 편은 아닙니다. 호신용품을 가지고 다니시는 게 더 안심이 될 수도 있습니다. 밤에는 많은 친구들과 함께 파티를 갈 때가 아닌 이상 가급적 밖에 나가지 않았습니다. UCLA와 그 주변 웨스트우드, 버버리힐즈 등은 그래도 치안이 괜찮지만 그 밖으로 나가면 위험한 편입니다. 특히 대중교통 이용도 자제해야 할 때가 많아서 해가 지고 나면 꼭 Uber나 Lyft 등 차를 이용해서 이동하고, 안전한 구역에 머물러야 합니다. Downtown 쪽은 낮에도 무섭다고 소문이 나 있어 일행과 함께가 아니면 가지 않는 편이 좋지만, 저는 너무 방문하고 싶었던 장소들이 그쪽에 많아서 낮에 조금씩 돌아다녔습니다. The Last Bookstore, Olvera Street, LA Public Library와 각종 museum들이 그 주변에 있습니다. 저는 DTLA 쪽을 돌아다닐 때면 모자를 쓰고 거리의 homeless들과 눈이 마주치지 않도록 주의했으며, 조금만 길을 잘못 들어도 homeless의 텐트가 쭉 늘어서 있어서 지도가 시키는 최단거리보다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로 다니려고 노력했습니다.
6. 기타 유용한 정보
먼저 UCLA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하다 보면 근처에 있는 Universal Studios Hollywood라는 놀이공원을 한 번 이상 가보실 것 같습니다. 놀랍게도 유니버셜 스튜디오는 2회 이상 방문한다면 매 방문 때마다 티켓을 새로 구매하는 것보다 1년 시즌 패스를 구매하는 것이 더 저렴합니다. 물론 성수기에는 시즌 패스 사용이 제한되어 있어서 방문 가능한 날짜가 정해져 있지만, 학교 근처에 위치해 있어 방문 날짜를 조정하기는 쉬웠습니다. 티켓을 구매하시기 전에, UCLA 학생은 더 저렴하게 놀이공원이나 수족관의 티켓을 구매할 수 있으니 미리 UCLA 티켓오피스 웹사이트에서 정보를 확인해보세요!
캠퍼스 안에는 무료/유료로 인쇄가 가능한 곳이 여럿 있습니다. 그중 Students Activity Center는 간편하게 무료로 인쇄를 할 수 있으며, Food Closet이 있는 곳이기 때문에 유용했습니다. Food Closet은 학생들을 위해 간식이나 컵라면 등을 채워두는 복지시설입니다. 더불어서 기숙사와 캠퍼스 내의 다양한 건물에는 학생들이 대여할 수 있는 시설들이 있습니다. Olympic 기숙사 건물의 스터디룸과 연습실, John Wooden Center(교내 gym으로 학생증을 찍고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의 연습실 등이 그 예시입니다. 웹 또는 모바일 myucla에서 시설예약 탭에 들어가 예약 후 사용하면 됩니다. 또, UCLA Career Center에서는 resume, Cover letter, interview 등 커리어 발전을 위한 모든 과정에 대해 상담, 특강, 첨삭 등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Ⅵ.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취업, 성적, 꿈, 현실…. 여러 가지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했던 대학교 3학년을 마치고, 4학년 1학기를 해외에서 보내는 것은 미래를 고려했을 때 쉽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주변의 모든 교환학생을 다녀온 선배들과 친구들이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결정이라고 말해주었으며, 인생에서 지금 이 순간이 아니면 해볼 수 없는 경험이라는 생각에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그 모든 게 맞았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세상에서 쏟아지는 정보들을 접하면서 저의 생각과 느낌이 확장되었고, 세상을 알아가고자 노력하는 시간 속에서 저 자신을 더 깊이 알아갈 수 있었습니다. 마음 맞는 친구를 사귀는 것, 예약내역에 대해 문의하는 것, 병원을 가고 약을 처방받는 것 등 무엇 하나 쉽지 않은 낯선 환경에서도 제가 계속해서 고수하는 행동이나 취향이 무엇인지 살펴보았고, 이를 통해 제가 정말 좋아하는 것들을 알게 됨으로써 진로나 스스로에 대한 고민도 줄었습니다.
소중한 인연도 많이 만들었습니다. 서울대학교에 교환학생으로서 파견됐었던 UCLA 학생들을 만나 도움을 받으며 더 쉽게, 더 깊이 UCLA 학생들의 사회에 녹아들 수 있었습니다. 또한 앞으로 서울대학교에 교환학생으로서 올 학생들과 미리 한국에서 함께할 경험들을 계획하면서 교환학생 프로그램의 존재 의의와 세계시민의식의 개념을 몸소 느꼈습니다. 언어가 유창하지 못해도 진실된 우정을 나눌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제가 교환학생 기간 어려움에 부딪치면서 기른 영어 실력이 바래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영어로 대화를 나눠 줄 원어민 선생님들이 여럿 생겼습니다.
마지막으로,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한국에서 저의 교환학생 기간을 되돌아보면 그 때의 좌절감을 훨씬 웃도는 행복한 경험들로 가득 채워져 있는 것 같습니다. 교환학생으로 파견되기 전까지 끊임없이 공부와 자기계발을 반복하면서 몸도 마음도 힘들어지는 것을 느끼고 있었는데, 휴양지로도 유명한 캘리포니아의 아름다운 자연과 연중 내내 쾌청한 날씨, 여유롭고 긍정적인 사람들 속에서 시간을 보냄으로써 또다시 나아갈 힘을 얻었습니다. 특히 삶을, 자기 자신을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