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인생에 있어서도, 학문적으로도 다양한 경험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국내에서의 환경은 나와 다른 다양한 배경의 사람을 만나보고 새로운 시선에서 학문에 접근하기에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따라서 저는 저의 견문을 넓히고자 교환 프로그램에 참가하였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1. 파견대학/지역 선정 이유
해외 장기체류 경험이 없는 저는 현지에 적응하고 미국에서 학업과 여가생활을 병행하는 것을 우선시하여, 인종이 다양하고 주변 도시로의 여행이 용이하며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는 도시의 대학을 선택하였습니다. 특히 미국 도시들은 넓고 교통이 불편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학 주변의 교통과 주요 도심지까지 걸리는 시간을 꼼꼼히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또한 저의 전공과 관련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전공과목이 잘 개설되어 있는지 보기 위해 분야별 대학 순위 등 여러 자료를 찾아본 후 파견 대학을 선정하였습니다.
2. 파견대학/지역 특징
University of Washington은 워싱턴주 시애틀에 위치한 공립 대학입니다. 경영과 컴퓨터 사이언스가 유명하며, 전반적으로도 공립 대학 중 상위에 랭크하고 있습니다. 봄 쿼터 시작 직전에 피기 시작하는 벚꽃이나 해리포터에 나올법한 도서관이 매우 아름다워서 학기 중에도 관광객들이나 웨딩 촬영을 하는 부부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UW가 위치하고 있는 시애틀은 자연과 도시가 잘 조화되어 있는 멋진 도시입니다. 대도시다운 인프라와 학교 주변의 한적한 분위기, 멋진 자연환경까지 어우러져 학업, 생활, 여가 모두 풍족하게 영위할 수 있습니다. 해안 도시이기 때문에 각종 해산물 요리가 맛있고 다른 미국 도시에 비해 덜 느끼한 음식이 많으며, 동양인이 꽤 있어서 어렵지 않게 섞여들 수 있습니다. 시애틀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의 본사가 위치한 IT의 도시입니다. 그만큼 UW 역시 IT에 강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1. 비자 신청 절차
비자 신청은 교환학생 선배님들의 귀국보고서와 블로그 후기를 참고하면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 변수가 있을 수 있으니 비자 신청과 파견대학 사이트 계정 생성은 최대한 빨리 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2. 숙소 지원 방법
메일 안내에 따라 MyHFS에서 1~3지망 기숙사동과 선호하는 방(1인실, 2인실 등)을 선택해서 내면 개강 몇 주 전에 기숙사 배정 소식과 함께 룸메이트 정보를 보내줍니다.
저는 2지망으로 지원한 Maple Hall에 배정되었습니다. 운이 좋게 2인실을 룸메이트 없이 혼자 썼는데, 여자 2명이 쓰기에 적당한 넓이라고 느꼈습니다. 2~4인실의 방 크기가 큰 차이가 없으므로 벙커베드와 좁은 공간을 피하고 싶다면 1인실이나 2인실 지원을 추천합니다.
3. 파견 대학 지불 비용(student fee, tuition fee, 기숙사 비용 등)
Tuition은 서울대학교에 지불한 등록금으로 처리되므로 응급 키트와 U-PASS(교통패스), 그리고 별도 수강료가 있는 강의의 수강료만 내면 됩니다. 기숙사 비용은 방마다 상이하나 Dining Plan 1단계까지 포함(아파트먼트 제외)하면 대체로 4~5천 달러대인 것 같습니다.
IV. 학업
1. 수강신청 방법
교환학생의 수강신청은 현지 재학생들의 수강신청이 끝난 후 Period 2에 이루어집니다. 기존 재학생들이 Period 1에 수강신청을 마친 후 수강신청을 해야 하기 때문에 TO가 남아있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많은 강의들에 여석이 남아있으며 학과 직원이나 교수님과의 상의를 통해 정원 외 신청이 가능한 과목들도 있으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수강신청 이전에 강의계획서를 볼 수 없는 강의가 많지만, 수강신청 사이트에서 과목의 소개와 수강신청 안내사항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관심강좌를 등록 및 수강신청 등의 활동은 MyPlan 사이트에서 이루어집니다.
2.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저는 저의 주전공인 중어중문학과 복수전공인 경영학 과목을 듣고자 하였으나, UW에서 경영 전공의 경우 대부분 선이수과목이 있거나 수강반 제한이 있어 경영 전공과목은 수강하지 못하였습니다. 국제협력본부 교환학생 신분으로 경영학 전공 과목을 수강하고 싶으신 분들은 듣고 싶은 과목의 선이수과목을 미리 확인하여 파견 이전에 유사한 과목을 수강해 가시면 해당 학과와의 연락을 통해 수강 신청이 가능합니다.
저는 다음과 같은 과목을 수강하였습니다.
1) Social and Cultural Issues in Contemporary China (CHIN 432)
중국과 대만의 주요 이슈들을 논하는 중문과 고학년 전공 수업입니다. 중국어로 진행되며, 매주 다른 주제에 대해 다룹니다. 시험 없이 3번의 발표와 매주 중국어 기사 한 편을 읽고 작성하는 Reading log, 학기 말 과제 하나로 평가가 이루어집니다. 고학년 학부생 및 연구생을 대상으로 하는 전공 수업이지만 HSK4~5급 수준의 읽기가 가능하다면 수업 진행 자체는 가볍고 재미있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2) Introduction to Microeconomics (ECON 200)
평범한 경제학개론 수업입니다. 경제에 대한 기초를 키우고 싶었는데 서울대학교에서는 더 이상 교양을 더 듣기 부담되어 수강하였습니다. 2층짜리 대형강의실에서 열리는 강의입니다.
3) Introduction to Gender, Women, and Sexuality Studies (GWSS 200)
GWSS 학과의 개론 수업입니다. 여성, 가부장제, 성소수자, 성폭력 등 흔히 떠올리는 주제들뿐만 아니라 인종, 지역, 경제적 수준에 따른 문제들까지 폭넓게 젠더 및 여성과의 관계 속에서 다룹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공존하는 미국이기에 이러한 주제들에 대한 문제 의식이 뚜렷하고 연구도 많이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성과 젠더를 넘어서 불평등에 대해 생각하고 논의해보고 싶다면 추천하는 강의입니다.
4) University Singers (MUSEN 100 B)
Phyllis Byrdwell 교수님이 진행하시는 교양 합창 수업입니다. 별도의 수업료가 있지만 영화 시스터액트에 나오는 것 같은 가스펠 성가도 부를 수 있고 학기 말에 공연까지 해서 재미있었습니다. 악보 없이 가사지만으로 진행되며, 매번 세션 분들이 반주를 해주십니다.
3. 학습 방법
학습 방법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학교와 기숙사 곳곳에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 잘 마련되어 있고 U District에는 카페도 많아 공부하기 좋습니다. 공부할 때 한국과 다른 점이 한 가지 있다면, UW에서는 상당수의 강의가 Canvas에 수업 녹화본을 올려줍니다. 이를 잘 활용하면 복습하기에 매우 좋습니다. 만약 수업 중 잘 알아듣지 못한 부분이 있거나 수업을 놓쳐도 진도를 따라잡기 용이합니다.
V. 생활
1. 가져가면 좋은 물품
기숙사 방에 있는 것은 침대(매트리스 포함), 책상과 의자, 간단한 선반, 옷장, 쓰레기통이 전부입니다. 이불과 시트, 베개, 수건 등 필요한 생활용품은 다운타운의 타겟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옷걸이는 일회용 옷걸이를 가져가서 사용 후 버리고 오는 것이 편했습니다.
책상이 조금 어두울 수 있으므로 램프가 있는 것이 좋은데, 저는 간단한 충전형 램프를 가져가서 잘 썼습니다. 헤어드라이기 등 전열기구는 전압에 따라 고장이 날 수도 있으니 현지에서 구매하는 것이 좋은데, 전열기구 중에서도 멀티쿠커나 전기포트를 사면 아파트먼트가 아니어도 간단한 음식을 방에서도 해 먹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제품은 아마존에서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미국에는 학생용 아마존 프라임 요금제가 6개월 무료 체험이므로 다른 상품들도 아마존에서 배송비 없이 주문하고 각 기숙사 단지 데스크에서 택배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시애틀은 비가 자주 내리고 5월까지도 기온이 높지 않습니다. 후드집업이나 바람막이 등 외투와 긴소매 상의를 적당히 가져가야 합니다. 6월 초의 기온, 운동, 타 지역 여행 등에 대비하여 반팔도 챙기는 것이 좋지만 저렴한 옷은 ROSS 등 미국 할인 매장이나 SPA 브랜드에서 사는 것도 괜찮았습니다.
2. 현지 물가 수준
물가는 많이 비쌉니다. 표기된 가격에 세금이 붙은 가격으로 결제하게 되고, 식당에서는 팁까지 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됩니다. 저는 특히 달러 환율이 많이 올랐을 때 갔기 때문에 물가가 더욱 비싸게 느껴졌습니다. 꼭 환율이 낮을 때 미리 충분히 환전을 해두시길 바랍니다.
3. 식사 및 편의시설 (식당, 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1) 식사: UW 학식이 맛없다는 소문을 많이 듣고 갔었는데, 제 입맛에는 생각보다 잘 맞았습니다. 아파트먼트 기숙사가 아니라면 Dining Plan을 반드시 결제해야 하는데, 하루에 한두 끼니 정도 학식을 먹는다고 생각하면 1단계만 결제해도 충분합니다. 근거리에 한인마트도 있고 학교 자체 마트인 District Market에서도 기본적인 식재료는 다 얻을 수 있으니 아파트먼트 기숙사를 신청하거나 기숙사 내의 라운지를 활용하여 요리 또는 간편조리를 해먹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학식 결제 시 컵을 달라고 하면 무료로 다양한 파운틴 음료를 마실 수도 있으니 꼭 잘 활용하세요! 한국과 달리 국물 음식이 거의 없기 때문에 식사할 때 음료가 필요합니다.
2) 의료: 의료보험은 학교에서 제시하는 기준에 맞는 타보험을 들고 가서 ISHIP Waiver를 받는 것이 더 저렴합니다. 대학병원이 학교 옆에 있어 병원 접근성은 매우 좋고, 왠만한 진료는 보험 처리되어 무료로 받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3) 은행: 저는 현지 은행 계좌가 없이 앱에서 미리 환전하여 수수료 없이 외화 결제를 할 수 있는 국내 은행 카드를 발급받아 가서 사용하였습니다. 여러 은행사와 스마트폰 앱에서 해당 서비스를 지원하니 하나 발급받아 가시면 좋습니다. 그러나 학교 근처에 은행 지점들이 있고, 환불 등의 서비스를 편하게 누리기 위해서는 현지에서도 계좌를 창설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4) 교통: 교통의 경우 등록금 납부 시 U-PASS가 필수 결제 항목으로 포함되어 있어 학생증으로 버스와 지하철은 물론 일부 ferry 노선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학생증은 학부생 도서관 1층의 담당 창구에서 학기 시작 이전에도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5) 통신: UW는 쿼터제 학교이기 때문에 학기 전후로 여행을 길게 하지만 않는다면 Mint Mobile의 e-sim 3개월 할인가 플랜으로 통신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앱에서 결제하면 무제한도 5GB 플랜과 동일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지만, 교내 와이파이가 잘 되어 있어서 한달에 4~5GB면 충분했습니다.
4. 학교 및 여가 생활 (동아리, 여행 등)
UW CIRCLE이라는 유학생 및 교환학생 모임이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단체 DM방에 여러 행사에 대한 공지가 올라오니 자주 확인하여 참가하면 다른 외국인 학생들과 친목도 다지고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UW Wild를 통해 등산을 간 경험도 재미있었습니다. 시애틀 주위로 국립공원이 정말 많으니 학교의 프로그램이나 별도 투어로 꼭 한 번 다녀오세요. 이외에도 학교 운동시설이 매우 잘 되어있고, 학교 바로 옆에서 카누나 카약도 탈 수 있습니다.
시애틀을 연고로 하는 스포츠팀의 경기나 UW의 Washington Huskies 경기를 보러 가는 것도 묘미입니다. 다양한 종목의 게임이 있어서 한번쯤 관심있는 경기를 보는 것도 좋았습니다. 다만 경기장에는 투명한 가방만 반입할 수 있다는 점 참고하세요.
5. 안전 관련 유의사항
홈리스가 많은 도시이지만 U District 북쪽과 Downtown 맥도날드 근처 등 일정 지역만 피한다면 그리 자주 마주치는 것은 아니고 타도시에 비해 위협적인 편도 아닙니다. 종종 총기나 강도 사건 관련 메일이 오지만 제가 머무는 기간 동안 인명 피해가 난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총기와 마약류가 합법이니 해가 진 후 혼자 돌아다니는 것을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화재 경보가 울리면 모두 건물 밖으로 대피하고 소방차가 출동할 정도로 안전 의식이 투철합니다. 참고로 Maple Hall은 거짓 화재 경보가 새벽에 자주 울렸기 때문에 밤잠이 중요한 분들은 피하시는 게 좋습니다...
6. 기타 유용한 정보
서울대학교 이메일과 파견교 이메일, 이외에도 교환 프로그램과 관련해서 입력한 적이 있는 이메일이 있다면 꼭 수시로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같은 대학으로 파견 나가는 서울대학교 학생들과 미리 연락하여 친분을 쌓아놓은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서로 정보를 주고받고 미국에서 여행도 함께 다니면 혼자 교환 학기를 준비하고 보내는 것보다 훨씬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Ⅵ.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3개월이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인생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시기였습니다. 한국에서만 살면서 현실에 안주하고 있던 제가 새로운 문제 의식을 갖고 사고하는 계기가 되었고, 새로운 교훈을 많이 얻었습니다. 이제는 다시 한국의 생활로 복귀해야 하지만, 미국에서의 경험을 잊지 않고 살아가며 발전하는 제 자신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