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20여년동안 살아온 자연스러운 환경이 아닌 새로운 환경, 새로운 문화, 새로운 사람들 속에서의 삶은 어떨지 궁금했습니다. 관성으로부터 벗어나 낯선 삶에 도전하는 것을 선호하기에, 교환 프로그램에 더욱 기대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중학생 때부터 프랑스어를 오랫동안 배웠기에 자연스레 그 언어를 쓰는 환경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삶의 방향과 주체성을 생각하며 머리가 아프던 터라, 교환 프로그램이 제 인생에 미칠 영향이 지대하길 바라며 스위스로 떠났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1. 파견대학/지역 선정 이유
제네바를 선택한 이유는 2가지입니다. 우선 불어권 지역이기에 프랑스어 노출 빈도가 높다는 점입니다. 영어가 통하긴 하지만 대부분 프랑스어를 사용하기에 제 언어실력을 향상시키기에 충분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두번째로는, 프랑스보다 치안이 좋다는 점입니다. 개인적으로 안전 및 치안에 민감하여 비교적 소매치기와 범죄의 위험이 낮은 제네바가 매력적인 선택지로 다가왔습니다.
2. 파견대학/지역 특징
제네바는 스위스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남서쪽의 도시이며 레만 호에서 론 강이 흘러나오는 곳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유엔의 유럽 본부를 비롯해 국제적십자 본부 등 22개의 국제기구와 250개 이상의 비정부기구가 위치해있는 국제도시이기도 합니다. 1954년 19개국이 한국 전쟁과 제1차 인도차이나 전쟁에서 발생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진행한 국제회담인 제네바 회담이 이루어진 도시로도 알려져있습니다.
제네바대학은 1559년에 장 칼뱅이 신학교와 법학교로서 설립하면서 그 역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스위스의 공립대학이며 스위스에서 두 번째로 큰 학교입니다. 국제기구가 많은 제네바의 특성을 반영하여 국제관계 등의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으며 지금까지 3명의 졸업생 및 교수가 노벨상을 수상하였습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1. 비자 신청 절차
출국 전 임시비자 발급을 위해선, 제네바대학으로부터 acceptance letter가 나온 후 스위스 대사관에 연락하여 면접 일정을 잡습니다. 저는 메일로 컨택하여 일정을 잡았습니다. 평일 오전에 잠시동안만 영업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니, 학기 중 시간을 잘 조율하시어 다녀오시면 됩니다. 대기가 없다면 30분 정도면 충분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저는 letter가 나올 시점을 미리 안내받아서 그 전에 일정을 잡고, 나오자마자 바로 면접(11월 초)을 보아 비자 발급에 어려움을 겪진 않았습니다. 사람이 몰리면 발급이 늦어진다고 들었기에 면접은 최대한 빨리 보시는걸 추천드립니다.
한국에서 발급받는 비자는 임시비자이기에, 제네바에 도착하고나면 OCPM에 거주허가증을 신청해야 합니다. 제네바대학 Welcome session에서 OCPM에 보낼 서류 양식과 각 항목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설명해주니, 혼자 하기에 어렵다면 학교의 도움을 받아도 좋습니다. 저는 거주허가증 발급이 매우 오래 걸린다는 이야기를 들어, Welcome session 전에 한국에서 프린트해온 서류들로 제출했습니다. 그러나 혹시라도 서류에 이상이 있다면 행정처리가 복잡해질 수 있으니 학교의 가이드라인을 따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우편을 보내실 때는 현지 우체국에서 구매한 우편 봉투 오른쪽에 수신자, 뒷면 중앙에 발신자 주소를 써주시면 됩니다. 서류 제출 후 한 달 이내로 지문 등록 안내 우편이 오는데, 우편 속 내용을 따라 인터넷으로 예약 일정을 잡으면 됩니다. 매일 들어가다보면 일정을 취소하는 사람들이 있어 최근 날짜로 예약할 수 있었습니다. 기존 일자를 취소하고 더 빠른 일자로 다시 신청할 수 있으니 급하다면 취소표를 활용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사진과 지문을 찍고 오면 일주일 이내에 우편으로 거주허가증이 발송됩니다.
2. 숙소 지원 방법
대부분의 교환학생은 Cité Universitaire 라는 기숙사에 지원하게 되는데, 마찬가지로 떨어질 수 있으니 최대한 빨리 신청하시길 추천드립니다. 자세한 신청 방법이 담긴 문서는 acceptance letter와 같이 제네바 대학에서 메일로 전송해줍니다. 필요한 서류들을 작성해서 보내면 신청이 완료됩니다. CUG Booking 사이트에서 월세 invoice가 나오면 지불하고 My folder 탭에 있는 문서들을 작성하여 사이트에 제출하시면 됩니다.
3. 파견 대학 지불 비용(student fee, tuition fee, 기숙사 비용 등)
기숙사 비용은 B동 기준 531 CHF이었고 tuition fee는 따로 없습니다.
4. 기타 유용한 정보
학기가 끝난 방학기간에는 기숙사 비용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물론 스위스 내 다른 숙박업체보다 낮은 가격이지만, 7월 1일 퇴실했는데 하루 연장에 15.95 CHF를 지불했으니 이후 여행 일정이 없으시다면 6월 내로 퇴실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빨래는 B동 쪽 0층 빨래방에서 가능하며, 세탁은 8kg 이내 5 CHF, 건조는 6분당 1 CHF 였습니다. 기계에서 결제하고나면 바로 세탁이 시작되니, 세탁물과 세탁세제를 넣고나서 결제하셔야 합니다.
IV. 학업
1. 수강신청 방법
개강 후 3주간 수강신청 없이 단과대 제한 없이 원하는 강의를 들을 수 있습니다. 3주 후 수강신청기간이 되었을 때 제네바대학 포탈에서 신청하시면 됩니다.
단, 단과대별로 수강할 수 있는 강의의 제한이 있으니 Welcome session 이후 진행되는 단과대별 OT에 참석하시길 추천드립니다. 제가 소속되어있던 SDS(사회과학대)에서는 SDS를 포함한 2개의 단과대에서만 수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중간/기말시험 신청은 수강신청과 별개로 해주셔야하니 시험기간이 다가오면 마찬가지로 제네바대학 포탈에서 해주시면 됩니다. 이 부분 또한 단과대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단과대 담당 교수님께 확인해보시거나, 수강하고 계신 강의의 교수님께 시험 응시자 목록에 본인이 있는지 확인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2.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Economics of inequality and redistribution: 여러 국가의 경제적 불평등 및 부의 재분배에 관한 강의였습니다. 지니계수와 같은 경제지표를 공부하며 여러 국가의 그래프를 같이 해석해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유럽국가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셔서 평소 알 수 없었던 유럽내 상황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기말시험은 오픈북이었고 이론적인 부분을 물어보는 문제가 많았으며, 기말레포트의 주제는 국가내/국가간 불평등의 세부 분야 분석이었습니다.
Business Game: 학기에 4시간씩 7~8번만 수업하는 강의였습니다. 첫 수업에서 구성된 팀별로 스위스/제네바 내부의 사회문제 분석 및 해결을 위한 BM 구상을 진행합니다. 1시간 정도의 짧은 이론 강의 후, 팀별로 모여 기말발표/레포트를 위한 아이템 구상 회의를 합니다. 다양한 국가의 교환학생 친구들이 얘기하는 자국의 문제 및 BM 레퍼런스들을 듣고 의견을 모아가는 과정이 재밌었습니다.
3. 학습 방법
한 강의를 제외하곤 모두 중간고사가 없었습니다. 모든 강의에서 출석 체크를 하지 않았고 당일 강의내용은 대부분 moodle 사이트에 녹화되어 올라왔기에 공부에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4. 외국어 습득 요령
저는 언어교환 프로그램인 tandem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주기적으로 친구와 만나 프랑스어로 대화하는 환경을 만들어주어 언어 습득이 용이했습니다.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생각보다 많으니 적극적으로 활용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언어 습득과 별개로, 동양인 친구들과 친해지고 싶어 중국어/일본어를 희망언어로 신청하기도 하는 등, 친구를 사귀는데에도 매우 좋습니다. 특히 유료로 진행되는 french course를 선착순으로 신청하지 못하셨다면 다른 방법들도 많으니 낙심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5. 기타 유용한 정보
대규모 인원을 수용하기 위해 씨떼에서 1시간쯤 거리에 있는 아이스링크장에서 시험을 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건물 밖에서 대기하시다가, 문앞에 붙어있는 QR코드를 인식하시고 좌석번호가 뜨면 해당 좌석에 앉아 시험을 보시면 됩니다.
V. 생활
1. 가져가면 좋은 물품
씨떼 기숙사 창문에는 방충망이 없습니다. 1학기 파견되시는 분들은 여름에 에어컨도 없어 많이 더우실 테니, 붙이는 방충망을 챙겨가시면 좋습니다. 방충망이 없는데 가끔 말벌이 들어오기도 해서 창문을 맘껏 열어둘 수 없었습니다. 또한 샤워실을 공용으로 사용하다보니 욕실용 슬리퍼를 챙겨갔는데, 맨발보단 훨씬 편하고 좋았습니다. 그리고 옷걸이도 많이 챙겨가시면 좋습니다. 입주하면 옷장에 5~6개 정도의 옷걸이가 있긴 하지만, 옷을 말릴 때 사용할 옷걸이가 부족해 의자 및 책상에 걸어두었었습니다.
한식(참치캔, 스팸, 고춧가루, 참기름, 김, 코인육수, 라면) & 쇠젓가락, 숟가락도 챙겨가면 좋습니다. 라면은 일반마트 및 아시안마트에서 구할 수 있으나 그 종류가 한정적이라서 좋아하는 라면 종류를 챙겨가셔도 좋습니다. 밥의 경우, Migros에서 파는 Originario 쌀이 가장 한국 쌀과 유사한 느낌이었으나, LA FARCE에서 봉사활동을 하시거나 20 CHF을 내시면 쌀, 참치캔, 각종 채소들을 무료로 얻을 수 있으니 이쪽을 더 추천드립니다.
2. 현지 물가 수준
생각하시는 것보다 훨씬 비쌉니다. 옆 마을 Annemasse로 넘어가서 장을 보거나, 프랑스 국경 넘어서 Carrefour에서 장을 보는 경우 예산을 아끼실 수 있습니다.
3. 식사 및 편의시설 (식당, 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1) 카페 및 식당
(카페)
Les petites artisanes: 가격대는 있으나 카공하기 좋은 카페입니다. 브런치 메뉴도 있으니 궁금하다면 한 번쯤 시도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Boreal Coffe Shop: 위 카페보다 가격대가 낮으며 비교적 넓어, 마찬가지로 카공하기 좋은 카페입니다. Eaux-vives 쪽의 지점이 가장 넓었던 것 같습니다.
Brew-Society: Payot 서점 안에 있는 카페입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카페로 마찬가지로 카공하기 좋습니다.
Pages & Sips: 구시가지에 있는 영국식 카페로 스콘, 커피, 차를 즐길 수 있습니다. 2층으로 되어있어 답답한 느낌이 없어 좋았고, 일요일에는 노트북 사용 금지입니다.
Ferdinand: 구시가지에 있는 분위기 좋은 카페입니다. 다양한 디저트가 있어 친구와 함께 가기 좋습니다.
(식당)
Auberge de savièse: 스위스 음식 퐁듀를 시도해보기 좋은 식당입니다.
Grill Parfums de Beyrouth: 레바논 음식점으로,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고기와 채소가 함께 있는 요리를 먹을 수 있어 좋습니다.
Holy cow: 학생메뉴가 있어 저렴하게 햄버거 세트를 먹을 수 있습니다. 감자튀김이 매우 맛있습니다.
Chic Chicken: 치킨/치킨버거 전문점으로, 치킨 세트메뉴를 시키면 감자튀김을 산더미로 줍니다.
2) 교통
제가 사용했던 교통패스는 2가지로, SBB(철도)의 Demi-tarif(Half fare pass)와 TPG pass입니다.
전자의 경우, 중앙역에 있는 SBB센터에서 결제했으며 스위스의 모든 기차를 절반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는 패스입니다. 정확히 절반 가격은 아닐 때도 있으나, 스위스 기차가 워낙 비싸기 때문에 금방 본전을 뽑을 수 있습니다. TPG pass의 경우 한 달에 45 CHF을 내면 제네바 내 트램 및 버스를 무제한으로 탈 수 있는 패스입니다. 저는 Estasia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중앙역 TPG 사무소에서 신청했으며, 매달 씨떼 리셉션에서 오프라인으로 혹은 TPG 사이트에서 온라인으로 갱신 및 결제가 가능합니다.
3) 통신
대표 통신사의 요금제를 사용해도 되지만 저는 비교적 신청/해지가 편하고 빠른 SWYPE를 사용했습니다. 모든 절차가 어플 내부에서 이루어지며 유심 배송, 요금제 변환, 해지까지 간편하게 할 수 있었습니다. 스위스 내부에서만 터지는 요금제가 20 CHF, 유럽 전체에서 가능한 요금제가 35 CHF 정도로 기억합니다. 다른 통신사와 달리 신청/해지할 때 요구하는 서류가 아무것도 없으니 추천드립니다. 저는 후자 요금제로 이용하다가 귀국일정과 맞추기 위해 마지막에는 이심을 사용했습니다. 한국에서 실물유심을 구매해서 가도 되지만, SWYPE 유심 도착 전 & 요금제 해지 후 모두 웬만하면 이심으로 해결이 가능했습니다.
4. 학교 및 여가 생활 (동아리, 여행 등)
unige.sports.ch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스포츠 강의를 추천드립니다. 저는 주로 무료로 진행되는 에어로빅 수업을 들었으나, 주변 친구들은 유료로 진행되는 승마 수업을 듣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농구, 배구, 수영, 스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으니 체험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5. 안전 관련 유의사항
제네바는 비교적 치안이 좋은 편입니다. 인종차별이 전무하다고 말할 순 없으나 다양한 인종이 살고 있어 확실히 빈도가 적습니다.
6. 기타 유용한 정보
현지 마트는 크게 4종류로, Coop, Migros, Lidl, Denner가 있는데 개인적으로 경험이 적은 Lidl을 제외하고 Denner, Migros, Coop 순으로 가격대가 올라갑니다. 그러나 확실히 저렴할수록 채소/과일의 신선도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으니 상태를 잘 보시고 구매하셔야합니다. (특히 Denner)
Ⅵ.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온갖 마음이 뒤섞여 혼란스러운 시기에 갔던 교환이었기에 더 많은 것을 얻어갑니다. 스위스에 도착하면 바로 적응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와 달리 초반에는 꽤나 힘들었습니다. 교환학생 기간동안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정의하고 갔음에도, 낯선 환경에 그 목표가 흔들리고 다른 사람들의 목표를 따라야하나 고민할 정도였으니까요. 영어와 프랑스어가 유창하지 않아 더 힘들었습니다. 생각과 의견을 바로바로 표현할 수 없다는 불편함이 제 성격마저 갉아먹는 것 같았습니다. 친구를 사귀기 힘들어 며칠동안 방 안에 누워만 있던 적도 있었고, 미디어 속 교환생활과 다른 형태를 띠는 제 모습과 성격이 참을 수 없을만큼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저와 비슷한 성향의, 교환을 고민하고 있는 학우분들이 계신다면, 그럼에도, 그렇기에 가치있는 경험이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나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확인하고 뼈아프게 극복해본 경험은 언제나 나를 더 강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 과정에서 낸 조그만 용기, 이를테면 어제 처음 만난 친구에게 점심을 같이 먹자고 연락하는 것, 그런 용기들을 하나씩 모아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무사히 행복하게 교환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5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생각을 정리하고 자신을 많이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가지고 갔던 교환의 목표는 충분히 휴식하고 삶의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에서 힘들게 고민했던 그 고민거리들은, 물리적 거리에 비례해서 그 무게감이 작아지는 듯해 훨씬 마음이 편했습니다. 덕분에 시간적, 심리적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고민할 수 있었고, 현지 친구들의 가지각색의 가치관을 들으며 기존에 생각하지 못했던 가능성에 대해서도 고민해 볼 수 있었습니다. 삶을 대하는 태도나 사고방식도 배울 수 있어, 제 세계를 넓히는데 온전히 제 에너지를 쓰기도 했습니다. 이제 저는 넓어진 세계와 삶에 대한 확신,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한 확신을 얻어갈 수 있었던 귀중한 기회에 감사하며 마저 채워나가고자 합니다. 만났던 모든 인연이 이어지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