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저는 항상 제 한계를 뛰어넘는 경험을 하고 싶었습니다. 입학할 때는 교환학생을 가는 게 ‘한 번쯤 하면 좋은 것’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위의 세 학번 선배들의 교환학생 길이 끊기면서 주위에 교환학생을 가본 사람들이 없었습니다. 그것이 원인이었을까요, 저에겐 외국에 나가 한 학기 동안 살면서 다른 대학에서 공부하는 경험이 너무나 두렵고, 어렵게만 느껴졌습니다. 문득 저에게 아직 극복할 무언 가가 있다는 것이, 그걸 알게 되었다는 것이 참 감사하게 느껴졌습니다. 제가 두려움을 느끼는 만큼이나 이 교환학생을 다녀왔을 때, 제 한계를 뛰어넘은 경험 속에서 얻은 자신감은 정말 클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 자신감이 앞으로 제 인생의 중요한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교환학생을 도전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 파견대학/지역 선정 이유
저는 우선 교환학생을 가서 제 학과인 산업공학과 수업을 듣고 싶었기 때문에, 산업공학과가 존재하는 학교들을 리스트업 했습니다. 산업공학과는 공대 속에서도 모든 대학에 존재하는 대형 학과가 아니기 때문에 잘 알아봐야 했습니다. 만약 교양수업을 들을 예정이거나, 전공 학점이 필요하지 않으신 분들은 이 부분은 고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 4학년에 교환을 가는 만큼 선이수 교과목을 대부분 수강했고, 다른 학교에서 가르치는 전공 과목들이 궁금해 산업공학과가 있는 학교를 1순위로 정했습니다. 또한 공대 교환학생 프로그램 GLP에서 일부 학교에 주는 장학금이 있었기 때문에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학교를 골라냈습니다.
위의 내용이 공통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라면, 이후에 제가 개인적으로 고려한 기준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첫번째는 바로 ‘안전’입니다. 저는 해외를 여행하면서 한국만큼 안전한 곳이 많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미국을 여행하는 잠깐에도, 안전함을 느끼지 못했고 매번 긴장하고 다니면서 에너지 고갈이 빠르다는 것이 저에겐 큰 문제로 다가왔습니다. 싱가포르는 그 어느 나라보다도 안전하고 깨끗한 나라입니다. 실제로 가서 느낀 점은 치안의 정도가 한국과 거의 비슷하다는 것이었는데요, 지갑으로 식당에서 먼저 자리를 잡고 늦은 저녁까지 다니는 대중교통을 혼자서 아무렇지 않게 탈 수 있는 나라입니다. 무엇보다 짧지 않은 4-5개월 동안 편안한 마음으로 생활하고 싶어 싱가포르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두번째는 ‘적응’입니다. 싱가포르는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복합적으로 섞여 있는 나라입니다. 다인종 나라이지만 동양인의 비율이 높아 인종차별이 매우 적은 편이고, 아시아 국가의 정서를 담고 있어 쉽게 적응할 수 있습니다. 제가 싱가포르에서 만난 친구들은 정말 다들 친절하고 무엇보다 예의 있었습니다. 정서가 맞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더 깊은 관계를 쌓을 수 있는 연결의 끈이 됩니다. 만약 교환학생을 통해 현지 학생들과 더 깊은 관계를 형성하고 싶다면 정서가 비슷한 싱가포르를 자신 있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또한, 주변 나라들이 여행하기 저렴한 나라이기 때문에, 교환 중 여행을 많이 떠나실 예정이라면 추천합니다. 특히 호주를 가기 가깝기 때문에 호주 여행을 원하신다면 좋은 기회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2. 파견대학/지역 특징
NUS는 아시아 1위대학이라는 위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학교 시스템이 잘 되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수강신청 사이트부터 체계적입니다. 관심 있으신 분은 NUS MOD를 구글에 쳐서 들어가 구경해보세요! 선이수 과목 트리, 시험 기간(저희 학교와 달리 미리 정해져 있습니다), 수업의 총 N시간 중 튜토리얼과 렉쳐, 프로젝트의 양이 안내되어 있습니다. 수업에서 특이한 점은 거의 모든 수업에 튜토리얼 시간이 있다는 것입니다. 대형 강의의 경우, 렉처는 정해진 하나의 시간이 있지만, 튜토리얼은 여러 강의가 열려 시간표에 맞는 튜토리얼을 선택하면 됩니다. (이것도 수강신청을 하긴 해야합니다.) 튜토리얼은 교수님이 아닌 TA(Teaching assistant)가 진행하는 가벼운 수업으로, 보통 렉쳐에서 배운 내용의 과제가 내주고 같이 풀어보는 시간입니다. 연습과 복습 시간이라고 볼 수 있는데, 서울대에서 공부하면서 항상 예제 문제의 부족함, 공부 방향을 잡을 수 없어 힘듦이 있었는데 TA분들께 편하게 물어볼 수 있고 매주 수업 내용을 복습하고 문제를 풀어볼 수 있어서 수업을 이해하는 것이 훨씬 수월했습니다.
싱가포르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 매우 작다는 것입니다. 싱가포르의 전체 넓이는 서울의 1.5배 정도입니다. 서울의 거의 모든 지역에 지하철이 있는 것처럼 싱가포르는 나라 전체가 지하철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싱가포르는 인구밀도도 적은 편이라 지옥철인 경우 없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고 교통비가 저렴합니다. 또한 작은 나라이기 때문에 싱가포르의 각 지역을 도장깨는 것이 가능합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거의 대부분의 지역을 가볼 수 있기 때문에 저는 주말이나 평일 수업이 끝나고 싱가폴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현지를 온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많은 분들이 잘 모르시지만 싱가포르는 굉장히 이상적인 사회주의 국가입니다. 공권력이 굉장히 강하면서도, 나라가 정돈이 잘 되어있고 복지가 좋습니다. (교환학생의 복지는 모릅니다…) BTO라는 제도가 있어 결혼을 하는 사람들에게 나라가 집을 줍니다. 그래서 그런지 제가 만난 싱가포르 친구들은 결혼을 빨리 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실제로 약혼을 한 친구도 있었습니다. 싱가포르는 물가가 매우 비싸지만 기본 임금이 높습니다. 그리고 한국과 비슷한 점이라면 남자분들이 군대를 가야 한다는 점입니다. 한가지 다른 점은 한국은 군대를 가는 시기를 선택할 수 있지만 싱가포르에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2년으로 시기가 정해져 있습니다. 따라서 제가 NUS에 있을 때 여자는 04년생이, 남자는 02년생이 그 학교의 1학년이었습니다. 저의 착각일 수도 있지만, 군대를 다녀와 남자 친구들이 1학년이지만 꽤나 성숙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 비자 신청 절차
우선 메일을 항상 잘 확인하시면 큰 문제는 없습니다만, 해야하는 절차가 많아 하는 내내 스트레스를 조금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 큰 문제는 생기지 않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이 세상에 허술한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걱정이 되신다면 학교에서 메일 참조로 서울대 다른 학생들의 정보가 올 텐데, 연락해 출국 전 한번 만나서 같이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비자를 신청하는 절차가 바로바로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하루에서 3일정도 기다려야 하는 것들이 있으니 급하게 처리하시다가 마음이 쫄릴 수 있으니 차근차근 스텝을 밟아가시는 것이 좋습니다.
제가 갈 때는 백신을 3차까지 맞은 인증을 해야 했지만 아마 지금은 없어졌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아직 이 정책이 남아 있다면, 한국에서 3차까지 백신을 맞고 가셔야 합니다.
- 숙소 지원 방법
숙소의 종류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제가 강하게 추천하는 것은 유타운 안에 있는 4개의 college들입니다. Hall은 실제 현지의 맛을 느낄 수 있으나 시설과 밀플랜의 수준이 매우 좋지 않아 추천하지 않습니다. 또한 유타운 레지던스인 UTR도 유타운 안에 있지만, 교환학생들이 거의 대부분이라 커뮤니티가 잘 형성되어있지 않고 개인주의가 심해 꽤나 외로울 수 있습니다. 제가 거주한 기숙사는 tembusu college입니다. 이것은 제가 신청할 수는 없었고, Suite 형 1인실 AC를 신청했더니 나온 결과였습니다. 사실 교환학생들이 잘 배정이 되는 곳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가서 만났던 대부분의 한국인 교환학생들은 CAPT에 거주했었습니다. 사실 그전 교환 수기들을 읽으면서 아무도 tembusu college에 살았던 분이 없어 걱정했었는데, 결과는 대만족이었습니다. Tembusu college는 시설은 다른 college보다는 떨어질지 몰라도 사람들이 매우 좋습니다. 정말 다양한 IG(interest group,동아리)와 House 시스템이 잘 되어있고, Art C, 학생회가 잘 구성되어 있어 정말 현지 학생들이 저를 잘 챙겨주는 게 느껴졌고, 매일 지루할 틈 없이 College행사들이 열렸습니다. 저는 IG중에서 밴드 동아리와 배드민턴 동아리를 들어가 Art week에 밴드 공연도 하고 재밌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또한 기숙사 room 에는 suite 형과 corridor 형이 있습니다. suite형은 6명의 방이 하나의 suite 안에 있는 것으로, 제가 지냈던 방의 형태입니다. 1인실이라 개인의 공간을 보장받으면서 roommate는 아니지만 suitemate가 생겨 정말 외로울 틈 없이 너무 좋았습니다. Corridor room은 복도에 있는 방으로, 복도에 있는 공용화장실과 샤워실을 사용하게 됩니다. 이러한 점에서도 저는 suite 안에 있는 샤워실과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어서 편했던 것 같습니다.
다만 이러한 장점이 있는 suite은 corridor보다는 살짝 비쌉니다. 학교에 배정해주는 것이라 선택권 없이 비싼 방을 받을 수 있습니다. AC가 있느냐 없느냐도 가격차이가 나는데, 비싸더라도 당연히 AC있는 방에 살아야 괴롭지 않습니다.
저는 한 학기를 다니며 약 380만원 정도의 기숙사 비용(밀플랜 포함)을 지불해야 했습니다. GLP에서 받은 400만원의 장학금을 감사히 기숙사비로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서울대 공대 최고.
기숙사를 신청하는 방법은 NUS에서 주는 메일을 확인하시면 됩니다. 또한 기숙사 신청 기간은 굉장히 먼 미래일 것입니다. 너무 조급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Early checkin과 late check out 기간도 있으니 잘 고려해서 입국 날짜를 정하시기 바랍니다.
- 파견 대학 지불 비용(student fee, tuition fee, 기숙사 비용 등)
교환학생이기 때문에 학비는 서울대 학비를 내고 다녔습니다. 교내 장학금도 신청해서 받을 수 있으니 신청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NUS에 내게 된 돈은 2가지 정도가 있습니다. 처음 백신 증명서를 땔 때 교내 보건소에서 돈을 낸 것과 학생증을 받을 때 15만원을 낸 것이 있습니다. 15만원 학생증이 어디 있냐 싶겠지만, NUS에서 가져가는 기념품이라고 생각하면 맘이 조금 나아집니다. 기숙사 비용은 위에서 설명했지만, College와 Hall은 밀플랜을 강매해야 한다는 슬픈 점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밀플랜의 위생과 맛은 NUS의 영원한 숙원사업일 듯합니다.
4. 기타 유용한 정보
트레블 월렛과 같이 환전 수수료가 적거나 없고, 해외결제가 용이한 카드를 만들어 가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런 카드 하나만 있으면 일상생활하는데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싱가포르에서는 싱가포르 은행에서 만든 카카오페이 같은 앱들이 있는데요, 거의 모든 매장에서 이 결제 방식도 이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호커 센터나 일부 음식점에서는 이 방식만을 허용해 싱가포르 은행에서 만든 카드가 아닌 경우 (즉, 한국에서 발급받은 마스터카트, 비자카드, 트레블월렛 등) 카드로 결제가 되지 않고, 현금으로 계산해야 합니다. 따라서 싱가포르에서 좀 더 편하게 결제를 진행하고 싶으신 분들은 번거롭겠지만 싱가포르 은행의 계좌를 개설해 카드를 발급받는 것을 추천하며, 가끔씩은 현지 친구들에게 결제를 대신 부탁해서 슬기롭게 해결할 수도 있으니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싱가포르에서 유용하게 사용하는 택시 앱 Grab의 경우에도, 한국에서 계정을 만들어 미리 로그인 해갈 수 있지만, 싱가포르에서 싱가포르 전화번호로 계정을 만드는 것을 추천합니다.
IV. 학업
- 수강신청 방법
상술했듯이 NUSMods는 서울대의 수강신청 사이트처럼 NUS 수업들이 모두 정리된 웹사이트입니다. 개인적으로 서울대 수강신청 사이트보다 UI가 매우 좋다고 느꼈습니다. 강의별로 Workload를 알 수 있는 그래프도 나와있는데요, 이를 통해 이 수업에서 Lecture, Project, Preparation등이 몇 퍼센트 비율로 차지하고 있는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만약 본인이 조별과제나 발표에 큰 부담을 느끼는 경우, 프로젝트 비율이 적은 과목을 선택하는 등, 과목 선택에 유용한 정보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선이수교과목 트리가 있어, 해당 과목을 수강하기 위한 선이수교과목들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으며 기말고사 시험 시간이 미리 고지되어 있어 시험 시간을 겹치지 않게 시간표를 짤 수 있습니다.
싱가포르 입국 전, 비자 신청 기간 즈음에 학교 계정을 만들며 수강하고 싶은 과목들을 골라서 제출해야 합니다. 기억상 13순위정도의 과목들을 모두 골라 제출했었습니다. 이때, 서울대에서 비슷한 과목을 들은 적이 없어야 하며, 선이수교과목들을 들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합니다. 따라서 그간의 성적표들을 제출하며, 서울대학교에서 수강한 선이수교과목의 실라버스를 정리해 첨부하며 증명해야 합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이렇게 열심히 증명하려고 해도, 원하는 과목을 듣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또한 교환학생들은 최소 수업 3개를 듣는 것이 의무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교환학생들은 먼저 신청한 13과목 중에서 3개의 수업만 미리 확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나 역시 변경기간이 있습니다. 입국 뒤 정해진 일자에 수강신청을 하게 되는데 선착순은 아닙니다. 여러 라운드가 있고, 매 라운드에 신청한 뒤 리젝되면 또 다음 라운드에서 다른 강의를 신청하는 형식입니다. 저는 듣고 싶은 과목들이 있어 계속 신청했지만 모든 과목들이 다양한 이유를 들며 리젝당했습니다. 산업공학과 office를 찾아가서 듣고 싶은 과목에 대해 설명하고 왜 리젝당했는지 궁금하다고 여쭤보았지만 선이수교과목을 듣지 않아서 그렇다는 대답만이 돌아왔습니다. NUS가 정원외 신청이 어려운 이유는 수강신청 사이트에서도, 어느곳에서도 그 과목을 진행하는 교수를 알기 어려워 직접 컨택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후 현지 산업공학과 친구들을 수업을 통해 알게 되면서 이번 학기에 열리는 과목들, 교수들을 정리한 파일을 받을 수 있었는데, 여러분들은 꼭 듣고 싶은 과목이 있는 경우 미리 정보를 얻어 교수님께 직접 컨택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또한 대부분의 과목들이 렉쳐와 튜토리얼로 이뤄져 있는데, 렉처는 모든 학생들이 같은 시간에 듣게 되고, 튜토리얼의 경우 학생들이 몇 개의 그룹으로 쪼개져 다른 시간들에 수업을 듣게 됩니다. 따라서 이 신청기간동안 내가 원하는 시간의 튜토리얼을 신청하게 되는데, 주의할 점은 튜토리얼 시간이 1개더라도 신청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튜토리얼의 시간대가 많다는 것은 그 과목이 대형과목이라는 뜻입니다. 학생들을 쪼갤 그룹 수가 많다는 것이죠. 그러나 제가 수강한 과목들의 경우 모두 4학년 전공 과목들이었고, 따라서 학생 수가 매우 적었으며 (2-10명 정도) 오직 한 개의 튜토리얼 시간이 있었습니다. 저는 이때 당연히 튜토리얼 시간이 1개이니, 제가 따로 선택해 신청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신청되어 확정되는 줄 알고 있었습니다. 여유롭게 있다가 룸메들과 얘기하는 과정에서 튜토리얼을 1개더라도 신청하지 않으면 해당 과목이 모두 신청 취소된다는 것을 깨닫고는 신청 마감 10분 전에 부랴부랴 신청했습니다. 저와 같은 실수하지 마시고, 항상 주변 친구들에게 물어보고 수강신청이 잘 되었는지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저는 교양과목들 보다는 다른 학교의 산업공학과 전공과목들을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고, 그래서 3 과목 모두 산업공학과 전공과목을 수강했습니다. 하지만 이 곳에서도 산업공학과는 소형과라서 그런지, 현지 산업공학과 학생들이 거의 없어 만날 기회가 매우 적었습니다. 교환학생들과 현지 학생들의 비율이 1대1 수준이었습니다. 따라서 만약 본인이 학교 수업에서 다른 교환학생들과 친해지고, 친구를 사귀고 싶다면 전공과목보다는 교양과목들을 추천합니다.
가장 좋아했던 과목은 산업공학과의 Decarbonization이라는 과목입니다. 직역하면 탈탄소화라는 과목인데, 아직 우리나라의 산업공학 필드에서는 지속가능한 최적화나 환경에 관련해 공부하는 교과목이 적어 생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새로운 분야이기 때문에 산업공학과 친구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수업을 가르치시는 교수님께서는 당시에 임신중이셨음에도 굉장히 열정적으로 임하셨고, 내용도 알찼으며 무엇보다 알아듣기 쉬운 싱글리쉬를 구사하셨습니다. 물론 해당 분야 자체가 새롭게 연구되어지는 분야였기 때문에 시험공부에 어려움은 있었지만, 서울대에서는 들을 수 없는 다른 학교만의 과목을 공부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교환학생의 가장 큰 가치를 발견할 수 있던 수업이었습니다. 저는 이 과목을 통해 새로운 산업공학의 분야를 알게 되고, 큰 관심이 생겨 교환학생 후 귀국하여 관련 회사에서 인턴으로 근무하였으며 관심 연구 분야를 구체화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비록 교환학생을 통해 수강한 과목과 유사한 과목이 서울대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학점 인정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학점 이수가 크게 급하지 않은 분들께는 이처럼 서울대에서 경험하기 힘든 교과목을 들으시는 것을 강력히 추천하고 싶습니다.
- 학습 방법
싱가포르 교수님들의 영어 발음은 영어권에서 교환학생 온 친구들도 이해하기 어려워했었습니다. 그러니 너무 기죽지 말고 오히려 친구들과 이 어려움을 공유하고 함께 공부하는 게 좋습니다. 보통 싱가포르에서는 텔레그램을 많이 이용하기 때문에 수업을 같이 듣는 친구들과 텔레그램을 공유해 단톡방을 만들고 모르는 부분을 서로 물어보며 공부하는 것이 가장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한 튜토리얼의 경우 TA가 진행하니, 교수님께 직접 질문하기가 어려운 분들은 매주 있는 튜토리얼에서 TA에게 직접 질문할 수 있으니 그 시간을 잘 활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외국어 습득 요령
싱가포르를 가기 전에는 중국어와 영어를 거의 50대 50의 비중으로 사용한다는 소문을 들어 겁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직접 생활해보니 중국어를 쓰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습니다. 다만 이는 근 몇 년 사이에 크게 변한 문화로 보이는데, 제 친구들 중 00년생이나 그 이전에 태어난 친구들은 부모님과 중국어를 사용하고,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었지만, 제가 학교에서 만난 02, 03, 04년생들은 모두 학창시절 저희가 영어를 배우듯, 학교에서 중국어를 공부해 중국어를 원어민처럼 구사하지 못했고 거의 영어를 모국어처럼 사용했습니다. 따라서 중국어를 못해서 언어적인 소통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또한 이것은 제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영어를 잘 하지 못하더라도 ‘나 사실 영어 잘 못해’ 라고 고백하며 시작하기 보다는, 상대가 나에게 편하게 일상적인 영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도 어떤 외국인이 한국어를 잘 못한다고 한다면, 꽤나 영어로 번역되기 용이한, 그런 쉬운 한국어로 대화를 하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쉬운 영어를 상대에게 요구하는 것은, 여러분의 영어 실력을 한 단계 높이는 기회를 걷어차는 것일수도 있습니다. 친구들과 대화하면서 어렵거나 이해하지 못한 표현들은 항상 질문하고 바로 써먹으려 노력하다 보면 점차 발전하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5. 기타 유용한 정보
첫 수업이 시작하기 전에 학교 지리를 미리 알아보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NUS에는 여러 개의 셔틀버스가 있고, 또 시스템이 잘 되어 있습니다. NUS 버스 어플을 다운받으셔서 버스로 돌아다니며 내가 듣는 수업 건물을 미리 파악하고, 주변 식당들을 파악하면 앞으로의 학교 생활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V. 생활
- 가져가면 좋은 물품
저도 출국 전 물품을 챙길 때 다른 분들의 기본적인 준비물 리스트를 참고했기 때문에 여기서는 제가 가져갔던 물품 중 친구들이 없어서 빌려줬던 물품 등 생각치 못한 물품들을 위주로 설명 드리겠습니다.
- 빨래 바구니
먼저 기숙사에서 빨래를 할 때 필요한 빨래 바구니가 필요합니다. 마트 가방처럼 크고 접어서 가져갈 수 있는 가방을 선택하세요. 또한 초반에 마트에서 생필품을 구매할 때도 잘 사용할 수 있으니 필수적으로 추천합니다.
- 욕실 바구니
기숙사가 공용 화장실, 샤워실이기 때문에 개인 욕실 물품들을 가져갈 때 필요합니다. 싱가포르에 와서 쉽게 구할 수 있을 줄 알았으나, 정말 판매하는 곳을 찾기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 멀티 탭, 변환기
멀티탭은 최소 2개, 변환기도 최소 2개로 넉넉하게 챙겨오시는 것이 좋고, 해외 여행시 사용할 다목적 변환기도 필요하겠지만, 간편하게 사용할 자그마한 변환기가 있으면 휴대하기 편합니다.
- 밀대와 같은 청소도구
싱가포르에서 사면 비쌉니다. 저는 JB에 가서 사왔지만, 여러분은 한국에서 가져오세요.
- 알로에 수딩 젤
썬크림도 중요하지만, 싱가포르의 뜨거운 태양에 자극을 받을 수밖에 없는 피부를 진정시킬 알로에 젤을 가져오면 든든합니다. 또한 한국에서 가져오는 스킨케어들은 모두 너무 리치할 수 있으니 가벼운 스킨케어 제품을 가져오는 게 좋습니다.
- 공병들
공용 샤워실에 샤워용품들을 가져갈 때에도, 여행을 갈 때에도 정말 유용합니다.
- 한식이 그리울 때 먹을 수 있는 것들
싱가포르 음식은 정말 맵지 않습니다. 또한 Fake 한식들이 많고 진짜 한식들은 고급 음식으로 분류되어 매우 비쌉니다. 한국 라면들도 여기서 2-3배입니다. 가끔씩 그리움을 달래 줄 음식들을 가져오시면 좋습니다.
- 텀블러 또는 물컵
싱가포르 학생들은 텀블러를 분신 마냥 들고 다닙니다. 가끔은 음식점을 갈 때도 텀블러를 가져가서 본인이 가져간 물을 마십니다. 그만큼 공공장소에는 정수기들이 많고, 매번 물을 사 마시지 않습니다.
+) 가서 꼭 사야하는 물건
싱가포르의 쿠팡 앱인 Shopee를 이용해서 물먹는 하마와 같은 제습제를 대량 구매하세요. 옷장 안, 침대 밑 등 방 안 곳곳에 두고 잘 갈아줍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옷이나 화장품에 곰팡이가 생길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가격이 걱정되시면 친구들과 대량으로 공동구매를 추천합니다. 아마 모두가 필요할 물품이기 때문에 쉽게 가능할 것입니다.
- 현지 물가 수준
싱가포르는 비쌉니다. 코로나를 지나며 한국의 물가도 말도 안 되게 올랐기 때문에 한국과 많이 비슷해졌지만, 그래도 한국의 강남 물가 정도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다만 통신비와 대중교통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학교의 운동시설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바로 붙어있는 말레이시아는 싱가포르 물가의 3분의 1입니다. 그래서 싱가포르와 가장 가까운 JB (조호르바루)에 가서 생필품들을 저렴하게 사오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싱가포르에서는 가고 싶은 하이디라오도 물가가 너무 비싸 갈 엄두를 못 냈는데, JB에 여행가서는 하이디라오를 저렴하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 식사 및 편의시설
교내의 식당으로는 보통 단과대별로 1-2개의 푸드코트가 있으며 유타운 내에는 2개의 푸드코트가 있습니다. 이 중 한 개는 지난학기에 신설되어 매우 깨끗합니다. 제가 학교에서 즐겨먹은 음식들을 소개하자면, 먼저 NUS Deck에 있는 Pasta Express의 파스타들입니다. NUS Deck은 중앙도서관과 가까운 푸드코트이고, 현금결제만 가능하지만 NUS Dining에서 크레딧을 사용해 결제할 수 있어 저는 이 방법을 이용해 맛있는 파스타를 즐겼습니다. 소스와 토핑을 제 맘대로 선택할 수 있고, 싱가포르의 파스타 중 가성비에 꽤나 좋은 맛을 가지고 있어 애용했습니다.
또한 유타운 푸드코트의 샐러드바를 자주 이용했습니다. 우선 싱가포르에서는 생각보다 건강한 음식을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특히 생 야채를 먹을 기회가 잘 없어 이 샐러드바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곳입니다. 다만 샐러드의 가격이 매우 비쌉니다. 그러나 제가 발견한 가성비 메뉴가 있는데 바로 여기서 오픈 샌드위치를 시키시면 됩니다. 4천원에 오픈 샌드위치 2개와 샐러드를 먹을 수 있습니다. 또한 유타운 푸드코트의 미니 웍에서 판매하는 솔티드 에그 치킨도 조금 느끼하긴 하지만 정말 맛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싱가포르에 있으면서 12번 넘게 가서 스탬프를 모두 찍었던 맛집을 소개해 드리면, 유타운 내에 있는 Do Qoo의 모찌 와플입니다. 한국으로 수입하고 싶은 정말 맛있는 간식이니 시도해볼 것을 강력 추천합니다.
편의시설에서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유타운 내부의 페어프라이스는 굉장히 비싼 편이라는 것입니다. 귀찮지만 않다면 학교 밖에서 장을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 학교 및 여가 생활
보통은 시험 전 주에 학교가 쉬는 리세스 위크를 활용해 여행을 떠납니다. 저도 중간고사 리세스 위크와 다른 주말을 활용해 베트남과 코타키나발루 여행을 다녀왔었는데요, 이후에는 싱가폴과 사랑에 빠져서 해외로 나가지 않고 싱가포르의 전국 각지를 도장깨기 하듯 돌아다녔습니다. 싱가포르는 짧은 시간 관광하는 것보다 여유롭게 자연을 즐기면서 돌아다니는 것이 더 행복한 곳입니다. 무엇보다 대중교통이 잘 되어있으면서 차량 개수 제한으로 교통 체증이 없고, 같은 디자인의 건물을 지을 수 없는 법에 따라 갖가지 특색을 가진 예쁜 건물들이 많습니다. 또한 East coast park, botanic gardens, 국립공원 등, 아름다운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장소가 많습니다.
싱가포르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뽑는다면 친구들과 새벽 5시에 나와 일출을 보며 자전거를 타고 east coast park를 달렸던 것입니다. 정말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해가 뜨기 전 선선한 공기를 세로지르며 자전거를 탔던 경험은 돈을 주고서도 살 수 없는 아름다운 경험이었습니다.
또한 학교 생활에서 추천하고 싶은 것은 기숙사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입니다. 기숙사에서 여는 각종 이벤트들과 기숙사 동아리에 참여하면 자연스럽게 현지 친구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이때 만난 친구들이 좋은 인연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Ⅵ.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교환학생을 처음 시작할 때는 두려운 마음이 가득했습니다. 잘 지낼거라고 가족들에게 자신있게 말했지만, 공항에서 가족들의 뒷모습을 보자마자 눈물이 찔끔 나오더라고요. 문득 낯선 타지에 나 혼자 남겨지는 느낌이 들고,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걱정이 무색하게 저는 정말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제가 만난 싱가포르 친구들은 모두 저에게 열린 마음으로 다가와주었고, 항상 친절했습니다. 사람들을 만나기 정말 좋아하는 제 성격 때문도 있지만, 싱가포르 친구들은 기본적으로 배려와 예의가 있는 친구들이고, 생각이 깊었습니다. 특히 제 친구들 중에는 04년생 친구들이 많았지만, 항상 저와 나이가 같다고 느낄 만큼 성숙했습니다. 덕분에 제 싱가포르 생활은 심심할 틈이 없었습니다. 아직도 저의 귀국 날 공항에 마중을 나와준 친구들과, 이륙 전 친구들이 전해준 롤링페이퍼를 읽으면서 꺼이꺼이 울던 제 모습이 잊히지 않습니다. 그리고 싱가포르에서 만난 한국인 친구들도 여러 다른 학교에서 왔지만 급속도로 친해졌고, 아직도 연락하며 만나는 소중한 인연이 되었습니다.
귀국 후 싱가포르에 있는 한국인 친구가 혹시 싱가포르에서 그리운 게 있으면 가져다 주겠다고 하더군요. 그때 싱가포르에서 그리운 게 무엇인지 생각하자, 어떤 물건이나 대상보다는 그때 친구들과 함께 보낸 시간들, 좋아하는 장소들이 떠올랐습니다. 교환학생으로 싱가포르에서 지낸 한 학기는 저에게 좋은 사람들과 경험들을 남겨주었습니다. 더 넓은 시야와 영어 실력, 그리고 새로운 관심 분야는 덤으로 얻을 수 있었습니다. 좋은 기회를 만들어 주신 서울대학교, 그리고 공과대학에 감사하며 이 수기를 읽고 있는 분들께 저의 경험이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