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대학교 진학 후 교환학생을 떠나는 것은 항상 오래된 소망이었습니다. 외국에 거주하면서 자립심을 기르고 낯선 문화에 적응하며 넓은 시야를 가지고 싶었습니다. 교환 프로그램을 참가하겠다는 다짐은 항상 가지고 있었기에 자연스레 2024학년도 1학기 교환을 떠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 파견대학/지역 선정 이유
고등학생 때부터 프랑스어를 배웠으며 대학 전공도 프랑스어기에 자연스럽게 프랑스로 교환학생을 떠나기로 결정하였고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파리로 교환학생을 떠나고 싶었습니다.
프랑스에는 그랑제꼴이라는 몇몇 유명 대학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소르본 대학은 프랑스 역사와도 관련이 깊은 대학입니다. 그런 유서 깊은 대학에서 공부하는 것이 좋은 경험이 될 거 같아 파리 소르본 대학을 파견대학으로 선택하였습니다.
2. 파견대학/지역 특징
파리는 교환학생의 신분으로 지내기에 탁월한 도시입니다.
우선 예술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열려있습니다. 학생 비자를 발급받은 사람에게는 파리 시민과 마찬가지로 여러 예술작품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관광객의 신분과는 다르게 돈을 주지 않더라도 박물관을 천천히 여러 번 방문할 수 있습니다. 루브르 박물관처럼 유명한 곳부터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조그만 박물관까지 다녀보았고, 원래 예술에는 관심이 적었지만 교환 생활을 통해 예술에 대한 소양과 관심이 많이 쌓였습니다.
또한 파리는 지리적으로도 다른 나라와 가까워 여행하기 좋은 도시입니다.
교환학생 동안 저는 프랑스 주변 국가를 주말마다 여행하며 유럽을 전반적으로 경험했습니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도 파리가 교통이 잘 발달해있고 지리적으로도 다른 국가와 인접하기 때문에 한국에 있을 때는 일정상 불가능했던 여행도 많이 즐겼습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 비자 신청 절차
프랑스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프랑스대사관을 총 두 번 방문해야 합니다. 첫 번째는 캠퍼스 프랑스(Campus France) 절차로 프랑스 비자를 필요로 하는 이유를 간단히 묻는 면접을 진행합니다. 두 번째는 대사관 절차로, 비자 발급과 관련된 서류를 제출하고 최종적으로 적합 여부를 확인하는 단계입니다.
두 면접 모두 예약을 잡아야 하며 특히 대사관 면접은 면접 이후 비자가 1-2주 이후 배달되기 때문에 출국에 문제가 되지 않으려면 최대한 면접 일을 미리 예약해 여유롭게 출국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 숙소 지원 방법
소르본 대학에 지원할 시 대학 측에서 메일을 보내줍니다. Crous라는 공립 기숙사에 신청할 수 있는 링크와 방법을 자세히 안내해주니 대학에서 오는 메일을 유심히 보시고 기다리면 쉽게 지원하실 수 있습니다.
만약 공립 기숙사 지원이 불가하시다면 공립보다는 가격이 나가지만 사립 기숙사도 많기 때문에 본인에게 잘 맞는 곳을 찾아보고 선택하시면 되겠습니다.
- 파견 대학 지불 비용(student fee, tuition fee, 기숙사 비용 등)
기숙사 비용은 기숙사마다 다릅니다. 저는 파리 외곽에 있는 신축 기숙사를 배정받았는데 기본적인 시설도 다 구비되어 있고 깔끔했습니다. 제가 살던 6평 방 기준 한 달에 400유로였으니 한국과 비교해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기숙사비 지불은 매달 말 전까지 온라인으로 지불하면 되는 방식이라 편리했습니다.
- 기타 유용한 정보
대사관에 서류를 제출할 때 의외로 서류 몇 가지를 빠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게 되면 예약을 다시 잡아야 하고 가까운 시일 내에는 예약이 다 차있는 경우가 많으니 한 번에 통과하실 수 있게 서류를 꼼꼼히 준비해가시는 걸 추천합니다.
IV. 학업
- 수강신청 방법
소르본 대학에서는 수강신청을 직접 합니다. 체육이나 언어 수업, 아틀리에(교양 수업) 같이 부수적인 수업은 온라인 신청이 가능하지만 전공 과목을 듣기 위해서는 직접 수강신청 날에 맞춰서 학교에 방문해야 합니다. 듣고 싶은 수업 목록을 양식에 맞춰 적어서 내기만 하면 신청이 완료되니 그렇게 복잡한 절차는 아닙니다.
-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저는 학점인정을 받기 위해서 전공과목을 하나 수강했고 나머지는 최대한 재미있는 수업 위주로 듣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요가 수업을 들었고 굉장히 만족했습니다. 체육 수업은 온라인으로 신청이 가능한데 한국과는 달리 명상, 복싱, 승마 등등 너무나 다양한 수업이 있어서 교환학생을 가신다면 체육 수업 정도는 들으시는 걸 추천합니다.
- 학습 방법
프랑스는 교수님이 따로 ppt를 띄워놓고 수업하시지 않습니다. 다 말로만 설명하시기 때문에 이 점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게다가 전공은 프랑스어로 진행되는 수업이라 더욱 알아듣기 힘들었고 따라서 수업에서 교수님이 말씀하시는 부분 중 알아들을 수 있는 건 전부 받아 적으며 수업을 들어야 했습니다. 그래도 소르본 대학에서는 moodle이라는 etl 같은 사이트가 있는데 그 사이트를 통해서 웬만한 수업 자료는 볼 수 있기 때문에 저는 그 부분도 많이 참고했습니다.
- 외국어 습득 요령
저는 프랑스어를 전공하고 있으며 소르본 대학에 들어가기 전에는 B2 이상의 점수가 필요해서 B2까지 점수를 따고 교환을 간 상황이었습니다. 따라서 언어에는 문제가 없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지내면서 그럼에도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고 느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프랑스어에 노출되는 양이 많아지다 보니 자연스레 늘었습니다. 언어를 빨리 습득하고 싶으시다면 의식적으로 언어에 노출되는 정도를 늘리는 걸 추천합니다. 친구를 사귄다면 가장 빠르게 늘 수 있겠죠!
- 기타 유용한 정보
저는 전공 수업을 대형 강의와 소형 강의 둘 다 들어보았는데 교환학생이 많아서 그런지 대형 강의는 수업 분위기 자체가 굉장히 어수선했습니다. 수업 출석률이 항상 모자란 건 기본이고 수업 도중 교수님 말씀이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수강생들이 떠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만약 이러한 수업 분위기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되시면 소형 강의를 추천합니다.
V. 생활
1. 가져가면 좋은 물품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전기장판을 가장 추천합니다. 저는 여름학기에 갔음에도 불구하고 전기장판을 가장 유용하게 썼습니다. 프랑스는 한국 날씨와는 다릅니다. 한국은 5월만 돼도 여름 날씨에 가까워지지만 프랑스는 한여름에도 그렇게 덥지 않고 그늘에 들어가면 바람이 불고 시원합니다. 프랑스 사람들이 에어컨을 잘 쓰지 않는 이유도 이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5-6월에는 아직도 해가 지면 쌀쌀합니다. 게다가 프랑스에서는 온돌이 아닌 라디에이터 방식으로 난방을 하는데 이게 잘 작동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겨울 학기에 가신다면 전기장판은 필수라고 생각하고 여름학기여도 4월까지는 추우니까 전기장판 가져가시는 걸 추천합니다.
- 현지 물가 수준
물가는 한국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외식 물가는 비싸고 마트 물가는 한국보다 훨씬 저렴해서 일반적으로 요리를 많이 했습니다. 특히 빵이 한국 대비 정말 저렴하고 맛있어서 요리하기 귀찮을 땐 종종 베이커리를 이용했습니다.
- 식사 및 편의시설 (식당, 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교환 생활에 계좌 개설은 거의 필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평소에는 트래블월렛 카드를 애용했지만 집세 납부와 같은 은행업무를 위해서는 계좌가 필요합니다. 저는 레볼루트(Revolut)라는 회사에서 계좌를 개설했는데 레볼루트는 프랑스 유심만 있다면 어플을 통해서 쉽게 계좌도 개설할 수 있고 실물 카드도 배송 받을 수 있습니다. 이외에는 직접 은행을 가야 하기 때문에 레볼루트를 추천합니다.
교통은 지하철, 버스, 트램 등 파리 시내에서는 다양한 교통을 이용했는데 아무래도 1회권을 매번 구매할 수는 없기 때문에 나비고(Navigo) 정기권을 신청했습니다. 정기권은 인터넷에서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아쉽게도 반년 권은 팔지 않아서 1년 권을 구매해서 계속 사용했습니다.
4. 학교 및 여가 생활 (동아리, 여행 등)
동아리는 따로 들지 않았고 에라스무스(Erasmus)라는 교환학생 모임이 있는데 인스타 계정을 통해서 투어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파리 시내부터 근교, 혹은 남부까지 프랑스 전역을 여행할 수 있는 투어가 많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교통을 통해 도달하기 어려운 지역은 에라스무스 여행을 통해 방문했습니다.
5. 안전 관련 유의사항
파리는 원래 치안이 좋지 않기로 유명한 곳이지만 제가 파리에 있을 당시에는 올림픽 준비로 인해 정부가 치안 유지에 많은 노력을 들였던 터라 딱히 안전에 위험을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그저 작은 인종차별 정도만 당했던 기억이 납니다. 올림픽 이후에는 어떨지 모르지만 소매치기는 항상 주의하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너무 관광객 같아 보이지만 않으면 소매치기를 당할 확률이 적지만 혹시나 공공장소에서 누가 너무나 친근하게 말을 걸거나 사인을 요청하는 등 본인 주변 1m 경계 안에 들어오게 되면 그건 목적성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조심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늦은 밤에 돌아다니지 마세요! 유럽은 일단 기본적으로 밤에 돌아다니면 위험하다고 인식하시는 게 좋습니다.
6. 기타 유용한 정보
Ⅵ.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반년이라는 시간은 길면서도 참 짧게 느껴졌습니다. 6개월 동안 언어장벽, 건강, 외로움, 인종차별 등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순탄치만은 못한 교환 생활을 보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환을 떠나서 얻은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스스로가 내적으로 많이 성숙해졌다는 점입니다. 연고도 전혀 없는 외국을 방문해 혼자 낯선 문화에 적응하면서 각종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저도 몰랐던 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20대 초반에 이런 값진 경험을 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이번 교환은 저에게 하나의 전환점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