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세계를 직접 경험하며 국제적인 안목을 키우기 위해 국외파견 교환학생을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교환학생으로 파견되어 이전까지의 생활과는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생활하고 공부하는 경험을 통해 지적 자극을 받으며 시야를 넓힐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습니다. 또한 당시 커다란 프로젝트들을 여럿 끝낸 상황이라,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가져볼까 하여 지원한 마음도 있었습니다. 스스로를 밀어붙이며 쉼없이 달리는 것을 즐기는 성격이기에 국내에 머물면 저 자신에게 여유를 주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기에, 한국 사회로부터 저를 분리시켜보고자 하였습니다. 교환 프로그램으로부터 기대했던 모든 것은 현실이 되었고, 저는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많은 것을 보고 느끼며 더 멀리 볼 수 있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1. 파견대학/지역 선정 이유
다양한 도시로의 여행이 용이한 유럽을 선호하였고, 의류학도로서 다양판 패션을 접하며 배울 수 있는 곳을 희망하였습니다. 프랑스의 경우 별도의 불어 자격증이 필요했고, 이탈리아의 경우 선택지가 너무 좁았기에 영국으로, 그 중 가장 중심지인 런던으로 교환학생 지역을 선택했습니다. 대도시의 북적거림을 좋아하여, 런던에서도 가장 번화한 소호 인근에 위치한 University of Westminster을 파견대학으로 선정했습니다.
2. 파견대학/지역 특징
여러 단과대학이 한 곳에 모여있는 한국의 대학교와 달리, 외국의 대학은 단과대학들이 여러 곳에 흩어져 위치한 경우가 많습니다. University of Westminster도 그러한데, Marylebone Campus/ Regent Campus/ Cavendish Campus/ Harrow Campus으로 나누어져 있고, 이 중 예술 전공과 관련된 Harrow Campus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런던 중심에 위치해있어요.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1. 비자 신청 절차
6개월 미만으로 있을 예정이라, 별도의 비자 신청은 하지 않았습니다. 영국 입국심사 시 학생비자를 바로 받을 수 있어서 걱정 없이, 준비할 필요 없이 가면 됩니다.
2. 숙소 지원 방법 + 숙소 안내
학교 측에서 메일로 기숙사 신청 링크를 보내주어 작성했습니다. 처음에는 배정 가능한 방이 현재 없다는 불합격 통보와 함께, 대신 지낼 수 있는 외부 사설 기숙사와 홈스테이 링크를 안내받았습니다. 다행히도 웨이팅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놓은 지 3일만에 방이 생겼다는 메일을 받아 무사히 교내 기숙사에서 지낼 수 있었습니다.
제가 신청한 기숙사는 Marylebone Campus 내부에 위치한 숙소로, 깔끔한 신축이었고 보안도 철저했습니다. 화장실+샤워실이 포함된 1인실이었고, 복도를 공유하는 6명이 함께 공용 주방을 사용하는 형태라 적당히 개인 공간을 유지하며 다른 친구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3. 파견 대학 지불 비용(기숙사 비용)
등록금은 서울대학교에서 수업을 들을 때와 마찬가지로, 등록금 납부 기간에 기존에 납부하던 방식대로 지불하면 됩니다. 기숙사 비용은 파견학교 측에서 비용 납부 링크를 보내주어, 12월 경에 한국에서 납부를 완료하고 출국했습니다. Westminster의 경우, 시설 파손 및 훼손을 방지하기 위함으로 별도의 기숙사 보증금까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는 퇴소 후 몇 주 후에 계좌로 돌려받게 됩니다. (지정된 기간보다 더 오래 기숙사에서 지내고 싶은 경우에는 학교에 문의를 하면 추가금을 지불하고 기숙사를 이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IV. 학업
1. 수강신청 방법
치열한 티켓팅 없이, 듣고 싶은 과목이 무엇인지 입력하는 링크를 통해 수강신청을 진행했습니다. 이 링크의 경우 파견학교 측에서 메일로 보내주었습니다. 저는 듣고 싶었던 과목들이 실제로도 흥미롭고 재미있어서 그대로 수강하였는데, 수업이 기대했던 바와 달라 변경을 희망하던 친구들은 과목(모듈) 관리자와 메일로 소통하면서 문제 없이 강좌를 변경하기도 했습니다.
2.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패션 매니지먼트 관련 전공을 듣고자 해당 학교에 지원한 것이었는데, 합격 이후에 ‘예술 단과대학 전공수업을 수강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아쉽지만 그 대신 예술 관련 교양들을 선택했는데, 생각거리들을 많이 제공하는 재미있는 수업들이었기에 충분히 행복했습니다.
Art and Society, Photography in London 과목은 교환학생만 들을 수 있는 수업으로, 강의의 앞쪽 절반 동안 강의실에서 이론 수업을 하고 이후에는 런던의 미술관이나 사진 갤러리로 이동하여 수업 시간에 다룬 내용을 직접 경험하는 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Oxford Circus 바로 앞에 있는 Regent Campus에서 이루어지는 수업이었기에 근처 갤러리들을 걸어서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이 참 좋았습니다. Objects and Meanings 과목은 사물의 본질에 대해 탐구하는 수업이었고, 그러한 고민을 평소에 즐기던 터라 다른 친구들과 함께 토론하며 이야기 나누는 것이 정말 즐거웠습니다. 기억나는 몇 가지 주제로는 ‘선물을 주고받는 행위 속 숨겨진 권력 관계, 불법적으로 습득된 문화재에 대한 소유권' 등이 생각납니다.
3. 학습 방법
제가 수강한 것 중 외워서 시험을 보는 과목은 없었고, 평가는 에세이나 발표로 이루어졌습니다. 수업 시간에 학습한 내용들을 잘 정리해두었다가 적용하고 싶은 순간에 개념들을 차곡차곡 꺼내어 활용하였습니다.
4. 외국어 습득 요령
원어민 수준의 대화를 자연스럽게 구사할 수는 없으나 영어를 쓰는 것에 대해 어려움이나 부담을 느끼지는 않는 편이었습니다. 그래도 처음에는 온종일 외국어를 들으면 몹시 피로했는데, 외국 친구들과 대화하고 영어로 된 수업을 들으면서 차츰 익숙해져 괜찮았습니다. 소셜 미디어 알고리즘에 런던을 비롯한 외국 콘텐츠들도 많이 뜨게 되면서, 또래의 영어권 사람들이 자주 쓰는 표현들도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었습니다.
V. 생활
1. 가져가면 좋은 물품
멀티탭, 보조배터리가 삶의 질을 높여주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런던 날씨가 봄까지 쌀쌀한 편이라, 챙겨간 전기장판도 오래오래 잘 썼습니다. 다른 어디서도 추천받은 적 없지만 가져오기 너무 잘했다 싶은 아이템 1위는 인공지능 스피커였는데, 공간을 좋아하는 노래로 채우는 데 뿐 아니라, 알람을 맞추거나 매일 아침 날씨를 파악하는 데에도 유용하게 사용했습니다. :)
2. 현지 물가 수준
비쌉니다. 외식값이 특히 비싼데, 대략 한국의 2배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밖에서 식사를 할 때 가격을 타협해서 덜 비싼 옵션을 선택할 때면, 맛이 애매해진다는 문제가 생깁니다. 그나마 저렴하게 해보려고 해도 어차피 절대적으로는 비싸기에, 이왕 밖에서 식사를 한다고 하면 값이 좀 나가더라도 그냥 맛있는 메뉴를 고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3. 식사 및 편의시설 (식당, 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식당 | 영국 음식이 맛없다는 말이 많은데, “맛이 없다"라기보다는 “또 오고싶다"라는 생각까지 드는 맛집이 많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구글 지도 평 보고 찾아가시면 맛있는 집들 꽤 발견하실 수 있을겁니다! 예약이 필수인 집들도 꽤 있어서, 리뷰 미리 확인하시고 방문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유명한 스콘 집의 경우 3주 이상 예약이 꽉 차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은행 | 현지 친구들과 돈을 주고받을 일을 대비하여 MONZO 계좌를 앱으로 개설하였는데, 실질적으로 그리 많이 사용할 일은 없었습니다. 영국 친구들을 사귈 기회가 그리 많지는 않았으며, 다른 교환학생 친구들과 놀 때에도 각자 자신의 몫을 계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송금이 필요할 때에는 Paypal을 활용했습니다. 몬조 계좌에 돈을 넣으려면 지정된 지점에 현금을 들고 가서 입금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애플페이로 연동해서 쓸 수 있는 점은 간편하고 좋았습니다.
교통 | ‘학생용' 오이스터 카드를 신청하면 더욱 저렴하게 대중교통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으로 신청해서 우편으로 실물 카드를 받은 뒤, 지하철역 역무원에게 카드를 드리며 직접 요청하면 학생 할인을 적용할 수 있도록 처리해주십니다.
통신 | giffgaff 통신사의 유심을 사용했습니다. 영국 내에서 대중적인 통신사이고, 이전에 다른 유심칩에서 영국 전화번호를 부여받은 적 있다면 별도의 번호 변경 없이 사용 가능하다는 점에 선택했습니다. 다만, 분명 유럽 내 다른 지역에서도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 요금제를 구매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런던 바깥에서는 데이터가 잘 터지지 않아 힘들었습니다. 문의 후에도 뾰족한 답변이 오지 않아, 여행갈 때마다 별도의 이심을 구매하여 사용했습니다.
4. 학교 및 여가 생활 (동아리, 여행 등)
여행을 자주 갈 계획이었기에, 고정적인 활동을 해야 하는 동아리는 들지 않았습니다. 제가 수강하는 세 과목 시간표가 몰려 있어서 학기 중에도 여행 가기가 용이했고, 학기가 1월에 시작하고 5월 즈음 끝이 나기에 학기를 마무리한 후에 놀러 가기도 좋았습니다. 막연하게 기차가 비행기보다 저렴할 것이라는 생각에 유로스타를 이용하는 교통편 위주로 다녔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항공권이 더 합리적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5. 안전 관련 유의사항
런던이 대도시이다보니 안전에 커다란 위협을 느끼는 경우는 많이 없었습니다. 길거리 노숙인들이 생각보다 많아 처음에는 놀랄 수 있으나 점차 익숙해질 겁니다. 해가 지고 나면 가끔 무리 지어 ‘니하오'와 같은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는 중동 계열의 사람들도 있는데, 별다른 액션을 취하지는 않기에 대답하지 않고 가볍게 지나쳐도 괜찮습니다.
Ⅵ.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교환학생은 제게 더 넓은 세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전공인 패션과 관련지어 생각하자면, 런던에서의 교환학생 경험은 글로벌 패션 시장의 규모와 영향력을 체감하고, 새로운 브랜드를 탐험하는 즐거움을 일깨워 주는 계기였습니다. 수많은 문화와 취향이 뒤섞여 어우러지는 모습을 피부로 느끼면서 다양한 형태의 아름다움과 가치관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 사회와 분리된 채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스스로를 탐구하며 생각도 많이 할 수 있었고, 다른 배경에서 살아온 외국 친구들과 어울리며 평생 못 잊을 추억들도 쌓을 수 있었습니다. 하루하루 다른 즐거움으로 가득 채우며 잘 성장하고 왔습니다. 후회 없는 시간이 되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