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저는 서울대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영국의 작가 J. R. R. 톨킨의 열렬한 팬이었으며, 그의 영향을 받아 톨킨의 고국인 영국에서 영어학과 언어학을 공부하고 싶었습니다. 이에 교환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1.파견대학/지역 선정 이유
저는 영어학을, 특히 고대 영어와 영어의 역사에 대해 배우고 싶었기 때문에, 커리큘럼에 언어학 프로그램과 고대 영어와 영어의 역사 강의가 있는지를 기준으로 삼아 지원할 대학을 찾았습니다. 제 TOEFL 성적과 수강편람을 전반적으로 고려했을 때, 지원할 만한 곳이 University of Glasgow 한 곳밖에 없었기에 주저없이 이 곳을 선정했습니다.
2.파견대학/지역 특징
UofG는 1451년에 건립된 역사가 깊은 대학으로, 고딕풍의 고성 느낌이 풍기는 Main Campus와 University Union 건물이 인상적인 곳입니다.(Main Campus의 역사를 설명하는 가이드 투어도 제공하고 있어 관심이 있다면 참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주변에는 근래에 지어진 건물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어 몇 세기 전의 과거와 21세기가 혼합된 풍경을 엿볼 수 있습니다. 글래스고의 웨스트엔드에 속하며 시내 중심부와는 다소 거리가 있습니다만, 캠퍼스 근처에 마트와 식당이 널려 있기 때문에 캠퍼스 근처에서만 지내도 대부분의 의식주는 해결할 수 있습니다.
글래스고는 스코틀랜드에 속하며 영어뿐만 아니라 스코트어와 스코틀랜드 게일어 등 여러 지역어들을 일상적으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영어학과 켈트어학에 관심이 많다면 글래스고에서 머무는 동안 호기심이 마를 날이 없을 것입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1.비자 신청 절차
영국은 6개월 이하의 기간 동안 체류할 경우 비자가 필요치 않습니다. 저는 한 학기만 수학하고 귀국할 예정이었으므로 비자를 신청하지 않고 방문했습니다. 혹시 6개월 안에 귀국할 예정임을 증명하기 위해 비행기 표를 제시해야 하나 하는 생각에 출국하기 이전부터 일찍 귀국 항공편을 예약했는데, 제가 영국에 도착했을 때는 입국심사장에서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않아서 결과적으로는 그럴 필요가 없었습니다.
2.숙소 지원 방법
학기가 시작되기 3개월쯤 전부터 온라인으로 등록(Register)할 수 있으며, 등록 링크를 이메일로 보내 줍니다.(저는 2023-2024학년도 2학기에 등록했는데, 2023년 10월 17일부터 온라인 등록이 열렸습니다)
등록 처리가 완료되고 나면(다소의 시간이 걸립니다. 제 경우 11월 11일에야 등록 처리 완료 안내를 받았습니다.) 마찬가지로 온라인으로 숙소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UofG 홈페이지를 찾아보면 교내/외에서 운영하는 여러 숙소 명단을 찾아볼 수 있는데, 내부 시설 카탈로그 및 사진, 통학에 걸리는 거리, 장애인 출입가능 여부 등등이 상세하게 제공되어 원하는 숙소를 찾는 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또한 문의사항이 있을 경우 숙소에 직접 이메일을 통해 문의할 수 있습니다. 신청 과정에서 별도로 제공해야 하는 서류는 따로 없고, 대개는 이메일로 소통하는 것으로 90%의 절차를 처리할 수 있으며,(다만 이 때문에 행정처리가 즉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시간을 다소 소요하는 것은 감안해야 합니다) 현지에 도착하고 나서 숙소를 이전하고 싶을 때도 마찬가지로 절차가 매우 간소해서 편리합니다.
3.파견 대학 지불 비용
온라인 등록 때에 600 GBP를 지불해야 했습니다. 숙소의 경우 캠퍼스로부터 도보로 16분 거리에 있는 Cairncross House라는 곳에서 묵었는데, 제일 싼 2인실의 숙박비가 매주 121.10 GBP였습니다.(UofG에서 공식적으로 제공하는 숙소를 통틀어 두 번째로 쌉니다.) 약 6개월 체류할 동안 총 2016.22 GBP의 숙박비가 나왔습니다.
4.희귀병이나 있어 장애가 있어 의료지원이 필요할 경우
저는 중증의 혈우병이 있어 혈우병 환자를 위한 특수한 약제를 맞아야 일상생활을 지속할 수 있기 때문에 교환에 있어 의료지원이 가장 큰 부담이 되었습니다. 우선 UogfG에 다니는 교환학생은 비자 여부에 상관없이 영국 국영 보건 서비스인 NHS에 등록이 가능합니다. 출국 전에 몇 번이나 NHS와 스코틀랜드 현지 혈우병 재단에 관련 문의를 반복해서 남겼는데, 다행이도 교환학생은 NHS에 등록한 후 현지 병원에 자신의 사정을 설명하면 NHS를 통해 혈우병 약제를 전액 무료로 지원받을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아 걱정 없이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만약 희귀질환이 있다면 영국 교환을 계획하기 전 현지 의료기관과 환우 단체 등에 먼저 문의를 남겨 철저히 사전조사를 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IV. 학업
1.수강신청 방법
교환학생은 반드시 UofG SA Exchange에서 이메일로 제공하는 별도의 폼을 통해 수강신청을 해야 하며, 스스로 수강신청을 해서는 안됩니다. 수강신청, 시간표 충돌이 있을 경우의 대체 과목 신청, 수강변경은 모두 교내 교환학생 부처와의 이메일 소통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역시나 말로 필요한 사항을 설명하는 것으로 거의 모든 절차를 해결할 수 있어 편하다는 장점과, 매 절차를 처리할 때마다 며칠의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2.학제와 수강과목 설명
UofG는 총 4개의 College가 있습니다. 각 College의 하위에 School이 있고, School의 하위에 Degree Programme이, 각 Programme마다 course들이 있습니다. 저는 제가 전공 중인 언어학을 계속해서 배우고 싶었기 때문에 College of Arts & Humanities 하위의 School of Critical Studies에서 English Language & Linguistics Programme을 이수했습니다.
제가 이수한 Programme의 경우 한 학기에 총 60 credit분의 강의를 수강해야 했습니다. 반드시 60 credit에 맞춰야 하는데, 대부분의 강의는 20 credit이었지만 일부 그렇지 않은 과목이 있어 수강 계획을 짜는 데에 애로사항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저는 최종적으로 다음의 세 강의를 수강했습니다.
- Old English Language
제가 가장 고대하던 강의입니다. 학기 전반에는 고대 영어의 기본적인 발음법과 문법을 배우고, 퀴즈를 통해 이를 반복적으로 연습합니다. 그리고 학기 후반에는 고대 영어 텍스트를 계속해서 번역합니다. 문법은 교수님이 요약해주신대로 간략하게 배우는 편이고 심도 깊게 들어가지는 않지만, 덕분에 고대 영어에 입문하기에 적절했습니다. 고대 영어를 현대 영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반복하면서 영어에 대한 깊은 이해를 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가 있으며 문법 시험과 번역이 혼합된 형식입니다.
- History of English
두 번째로 고대하던 강의입니다. 매 시간마다 음운론, 형태론, 의미론, 언어접촉 등 각각의 언어학적 층위를 기반으로 영어의 역사를 조명합니다. Seminar 시간에서는 Oxford English Dictionary, Historical Thesaurus, Jisc Historical Texts 등 영어사 연구에 사용하는 각종 학술 웹페이지들을 사용하는 실습 시간을 가져 연구 방법을 연구하기에 좋습니다. 학부생의 경우 성적은 3차례의 온라인 퀴즈와 기말 에세이 과제를 통해 결정됩니다.
- History of Scots
스코틀랜드에서 사용된 영어의 친척 언어인 스코트의 개괄을 간략하게 듣고, 그 역사를 배웁니다. 스코트어를 전혀 몰라도 수강할 수 있도록 강의계획이 짜여 있으며, 스코트어 자체가 영어의 방언인지 별개의 언어인지 모호할 정도로 영어와 유사하기 때문에, 사전 지식 없이 무난하게 수강할 수 있습니다. 학기 중간에 UofG 내 고문헌 서고에 있는 스코트어 텍스트를 직접 열람하는 세션도 있어 매우 재미난 경험이 되었습니다. 성적은 중간 스코트어 텍스트 번역 과제와 기말 에세이 과제만을 통해 결정되는데, 시험이 전혀 없다는 장점과 단 두 번의 과제로 성적이 결정된다는 부담감이 동시에 있습니다.
3.학습 방법
UofG에서 온라인 수업, 강의자료 배포, 온라인 시험, 과제물 제출 및 평가는 모두 Moodle이라는 온라인 학습 플랫폼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UofG는 강의 시간 자체는 매우 적은데, 20credit 강의 기준으로 대면 강의 시간이 (lecture 시간과 seminar 시간을 모두 합하여) 매주 2시간밖에 안 됩니다. 제 경우 20 credit분의 강의를 3개 수강했으므로 수업시간이 매주 6시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남아도는 시간을 자습이나 취미 활동, 여행 등에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시험을 치고 나서도 시험지와 답안지를 다시 돌려주기 때문에 본인이 배운 것을 언제나 되짚어볼 수 있습니다.
4.기타 유용한 정보
교내 이메일을 통해 수시로 Degree Programme에서 진행하는 강연들에 대한 안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관심이 있다면 청강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V. 생활
현지 물가는 비싼 편으로, 외식을 할 경우 매번 15~20 GBP를 오갑니다. 대신 마트의 물가는 오히려 체감상 한국보다 싼 편이라, 마트에서 먹을거리를 사서 간단하게 만들어 먹는 것으로 식비를 상당히 절약할 수 있습니다.
원래는 Moin이라는 인터넷 은행을 개통해 사용하려 했는데, 아쉽게도 통장 개설이 반려되었습니다. 이후로는 은행 계좌를 만드는 일 없이 트래블월렛을 사용하며 생활했는데, 다행이도 현금이 필요한 경우가 거의 없었고 모든 생활을 트래블월렛 체크카드로 해결가능했습니다.
UofG는 웨스트엔드 지역에 있으며 시내 중심가는 도보로 30분 가량 걸리는 거리에 있습니다. 시내 중심가는 지형의 고저차가 꽤나 심한 편이라 휠체어를 타고 중심가를 돌아다니기에는 애로사항이 있습니다. 대신 글래스고 중앙역 인근의 지형은 꽤나 평탄한 편입니다.
중앙역으로부터 몇 블록 북쪽으로 가면 Buchanan Galaries라는 대규모 쇼핑 센터가 있습니다. 시내 중심가를 방문할 일이 있을 때는 대개 뷰캐넌 갤러리와 중앙역 두 군데 위주로 다녔습니다.
대중교통의 경우 모든 지하철역이 휠체어가 접근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대신 모든 버스가 저상버스이기 때문에, 휠체어를 타는 저는 주로 버스를 이용했습니다. Citymapper 앱과 First Bus 앱을 사용하면 길찾기 및 실시간 버스 위치 조회를 간편하게 할 수 있습니다.
시내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한적하며, 치안이 상당히 괜찮은 편입니다. 특히 웨스트엔드에서는 8시 넘어서도 큰 길 위주로 돌아다닌다면 매우 안전합니다.
캠퍼스가 언덕에 있어 조금의 경사가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장애인 편의시설이 괜찮은 편입니다. Main Campus 빌딩은 특히 역사가 길고 오래된 건물인데, 여닫이문에 기계장치를 달아 자동문으로 개조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여닫이문이 열리면서 문앞에 있는 사람이 치일 것을 감안해 자동문 버튼을 1m 정도 떨어진 위치에 설치한 세심한 측면도 눈여겨볼만 했습니다. 개중에는 휠체어가 접근할 수 없는 시설도 있긴 했지만, 적어도 강의공간은 모두 접근성이 뛰어나서 불편할 일이 없었습니다.
UofG에도 장애인 지원 서비스가 존재합니다. 중앙도서관 옆에 위치한 Fraser Building의 지상층에 본부가 있는데, 만약 휠체어가 필요할 경우 여기서 스쿠터를 대여받을 수 있습니다. 스쿠터의 속력과 선회 성능은 괜찮은 편이지만, 방향전환을 모터의 힘이 아니라 온전히 팔힘으로 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이외에도 제가 묵은 숙소인 Cairncross House는 휠체어 접근이 가능하며 가격도 싸고, 캠퍼스와 가까워 20분 내로 도보로 통학을 할 수 있으며, 지상층에 대형 TV가 딸린 Common Room이 있어 매일 같은 사생들과 친목을 형성할 수 있는, 최고의 숙소였습니다. 등록/퇴거 절차도 단순히 카운터에 문의해서 서류 1,2장을 작성하는 것으로 매우 간단하게 이루어집니다. 이 곳에서 저는 심심할 일이 없이 지낼 수 있으며, 혹여 UofG 교환을 계획중이신 다른 학우분이 있다면 강력하게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Ⅵ.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해외에 장기 체류하는 것은 처음이라 처음엔 두려움이 많았지만,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어 무척이나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영어의 본산지에서 영어학을 배운다는 경험은 쉬이 할 수 없는 값진 경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