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교환을 다녀온 선배들이 자꾸 저에게 “무언가를 배웠다, 그러니 꼭 해보길 바란다”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무엇을 배웠냐고 하면 속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궁금해서 제가 직접 알아내어보고 싶었습니다.
진로 고민이 많았습니다. 저는 극J이고, 인생을 완벽하게 계획하고 싶었습니다. 목표를 정해야 계획을 할 수 있기에, 먼저 진로 방향부터 정해야할 것 같아 많은 사람을 만나고 정보를 모았습니다. 주변에 창업을 하거나 금융권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이 두 분야는 워크 앤 라이프가 아니라 워크 앤 워크라고 할 정도 노동강도가 강한 편입니다. 인턴을 해보며 이런 분야에서 일을 하는 것 자체는 재미있다고 느꼈으나, 인간관계를 놓치고 여가생활을 포기해가며 일을 해야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커리어와 여가생활의 가치를 재어보거나 제 진출 분야를 결정하기에 저는 너무 좁은 세상만 경험해보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여태까지 있었던 환경과 아예 다른 곳에서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해보고 싶었습니다.
또한 제가 미래에 외국 직장을 잡을 경우, 제가 잘 적응할 수 있는지도 궁금했습니다. 미국에서 대학교를 다니는 사촌오빠가 “미국 대학교에 다니는 많은 한국 학생들은 같은 한국인과만 어울린다. 어떤 친구들을 보면 외국 학생들과 교류를 할 줄 모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대학에서의 네트워킹이 정말 중요한데, 이런 친구들은 직업을 갖고 승진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을지도 모른다.”라는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과연 외국에서 친구들을 사귈 수 있을지 알아보고 싶다는 것도 교환 프로그램에 참여한 동기가 되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제가 파견대학을 선택한 기준은 4가지입니다: (1) 내가 겪어보지 못한 환경인가 (2) 안전한가 (3) 언어가 통하는가 (4) 영어 수업이 충분히 있는가. 저는 유럽 국가에는 거주 경험이 없으며, 독일어를 할 줄 알고, 독일은 치안이 나쁘지 않아보여서 1,2지망을 독일로 썼습니다. 독일 내 경제학 영어 수업이 3개 이상 열리는 학교가 2군데밖에 없었습니다.
3지망은 영국으로 썼습니다. 저는 2년간 미국에 살아본 적이 있고 미국과 영국도 비슷한 문화를 공유하기 때문에 영국을 강하게 선호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반드시 2학년 2학기에 교환학생을 가고 싶었습니다. University of Sussex는 10명에 가까운 인원을 선발해 합격 가능성이 높아서 3지망으로 적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저는 늘 대도시에서만 살았는데, 시골에 위치해있다는 것도 좋았습니다. 또, 이 대학은 외국인 학생의 비율이 무척 높아 인종차별의 가능성이 적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University of Sussex은 the safest university in the UK 명단에서 항상 상위에 있었습니다. 3지망을 이 곳으로 썼습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1,2지망에서 떨어져 3지망이었던 University of Sussex에 가게 되었습니다. 이 곳은 소와 양이 풀을 뜯고 있고, 집 앞에 토끼와 여우가 사는 교외 지역이었습니다. 시내인 Brighton까지 가려면 30분간 버스를 타고 가야한다는 점도 신선했습니다. 그러나 버스가 10분마다 있어 경기도보다도 나은 교통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주변에 아무것도 없다고 싫어할 수도 있지만, 저는 그 점이 좋았습니다. 5월 어느 날, 영국 전역에 오로라가 피어났습니다. 저는 그 소식을 뒤늦게 듣고 건물 밖으로 나갔는데, 초록빛과 분홍빛의 멋진 광경이 보이는 것입니다! 런던에 있었다면 주변 빛이 너무 밝아 잘 보지 못했을텐데 이 곳에 오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학교 바로 옆에 Stanmer park이라는 큰 공원이 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날씨가 좋을 때 사과와 토스트를 챙겨 돗자리에 앉아 책을 읽는 소소한 재미가 있었습니다. 산책나온 강아지들을 보는 것도 좋았습니다. 강아지들이 가끔 달려와서 빵을 뺏어먹기 때문에 늘 약간의 주의는 기울여야합니다.
단점은 갈매기가 좀 많습니다. Brighton은 영국 최남단에 위치해있는 바닷가 마을인데, 캠퍼스에서 기차타고는 10분, 버스타고는 30분밖에 떨어져있지 않습니다. 갈매기가 날아가다가 똥을 좀 자주 지립니다. 제 핸드폰에 갈매기 똥이 맞은 적도 있습니다. 또, 먹을 것을 들고 캠퍼스를 걸어다니면 갈매기가 날아와 날개로 뒤통수를 갈기고 인간이 놀라는 사이 떨어진 빵을 훔쳐 달아납니다. 먹을 것은 숨겨서 다녀야합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 비자, 보험
영국은 출국 전에 준비할 것이 거의 없었습니다. 영국은 6개월 이하까지 무비자로 체류가 가능하기 때문에 비자는 신청하지 않았습니다. 보험은 캐롯의 상품이 가장 싸서 그것으로 했습니다. 인터넷으로 간단하게 신청도 가능했고요.
- 기숙사
저는 가장 저렴한 학교 기숙사에서 살았고, 달에 약 85만원을 냈습니다.학교에서 이메일이 오면 기간 내에 링크에 들어가 선호하는 기숙사 형태를 적으면 됩니다. (1)캠퍼스 내 화장실 공유 숙소 (2) 캠퍼스 내 개별 화장실 숙소 (3) 캠퍼스 밖 화장실 공유 숙소 (4) 캠퍼스 밖 개별 화장실 숙소를 1지망부터 4지망까지 나열하면 됩니다. 저는 고등학교 시절 6인실 기숙사에서 3년간 살았습니다. Sussex Uni의 기숙사는 1인실인데 화장실과 부엌만 공유하기 때문에 꽤나 좋은 조건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off campus 기숙사에서 캠퍼스까지 들어오는데 30분정도 걸리는데다가 비용도 교내 기숙사보다 비싸서 on campus 추천해요!
저는 Norwich House라는 기숙사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11명이 한 화장실과 부엌을 공유하는 형태였는데, 저는 운이 좋게도 11개의 방 중 8개의 방이 공실인 플랫에 당첨이 되었습니다. 저는 11명이 사용할 냉장고와 화장실을 2명과만 공유하며 너무 쾌적하게 생활했습니다. 플랫메이트들도 너무 좋은 사람들이었고요. 하지만 제 친구는 플랫메이트들이 너무 더럽고, 매일 부엌에서 담배와 대마를 하며, 새벽까지 파티를 하고, 냉장고가 미어터질 것 같다며 1달만에 도망을 갔습니다. 부엌에서 쥐와 조그만 벌레들이 좀 나오기는 해서, 이런 것에 민감한 분이시면 좋아하지 않을 환경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쥐도 벌레도 사람이 들어가면 도망을 갈 줄 아는 예의를 알아서 저에게 이 집은 저렴하고 좋은 선택지였습니다.
oia에서 같은 파견교 친구들을 알려주면 꼭 단톡방을 만드시길 바랍니다. 친구 중 한명에게 숙소 지원 이메일이 오지 않는데, 단톡방에서 이야기를 하다가 그 사실을 알게 되어 다행히 지원을 잘 했습니다.
기숙사비 납부나 수강신청 방법은 이메일에 충분히 설명이 되어있습니다. 이메일만 잘 확인하면 어려움 없이 진행하실 수 있을 것 같아 여기에 따로 적지는 않겠습니다.
- 국제학생증
발급받으면 여기저기서 할인을 많이 받을 수 있어 추천드립니다.
- 비행기
Gatwick(LGW)이나 Heathrow(LHR) 공항으로 도착하는 것을 추천드려요. 저는 저렴한 Ryan air를 타서 STN 공항을 통해서 입국했는데, 학교까지 도착하는데 6시간이 걸렸고 4번 환승을 했습니다. 가격도 7만원 가까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다른 공항을 통해 들어오는 비행기값이 싸다고 하더라도 영국 내 기차비를 생각하면 Gatwick이나 Heathrow를 쓰는 것이 좋습니다.
- 짐 싸기
수저와 옷을 제외하면 굳이 무언가를 많이 챙겨오실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한식을 좋아한다면 라면이나 블럭국을 챙겨오시는 것은 좋을 것 같아요. 교내에 라면 파는 곳이 있기는 한데 봉지라면이 대략 3천원이라 그다지 싸지는 않아요. 그리고 블럭국 생각보다 잘 먹습니다.
전기 이불은 들고왔는데, 중앙난방이 너무 더워서 저는 한번도 안쓰고 한국으로 돌려보냈어요. 하지만 집마다 난방 정도가 다를 수 있기는 합니다.
IV. 학업
수업은 서울대에 비해 굉장히 쉬웠습니다. 저는 경제학부인데, 미시, 거시경제학, 경제통계학을 비롯한 핵심적인 수업들을 한국에서 듣고 교환학생을 오게 되었습니다. 여기에서 들은 경제 과목은 환경경제학, 개발경제학, 범죄경제학으로, 핵심적인 내용을 환경, 개발, 범죄 분야에 적용한 것입니다. 미거시, 경제통계학, 경제수학만 제대로 알고있다면 이 과목들을 공부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외울 것도 거의 없고, ‘이 기본 원리들을 이 분야에서는 이렇게 활용하는구나’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저는 전날 하루씩 시험공부를 했지만 A에 해당하는 점수를 받았습니다.
다만 독특한 점은 논문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매주 각 과목당 한 편의 논문을 읽어 가야합니다. 그리고 교수와 학생이 그 논문에 대해 1~2시간 가량 이야기를 나눕니다. 보통 교수가 물어보면 한두명 빼고 아무도 대답하지 않습니다. 어떤 교수님은 자문자답을 하시고, 다른 교수님은 한 명씩 지목을 합니다.
이 때 주의할 점은 자기의 이름을 잘 알아들어야한다는 것입니다. 제 교수님 중 한명이 프랑스 분이셨습니다. 그 분이 수업시간에 “이봉”이라는 아이의 이름을 불렀는데, 그 친구가 계속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속으로 ‘저 이봉이는 누구길래 저렇게 수업 태도가 안좋지? 저번 주에도 대답을 안하던데 쟤는 뭐하는 애일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이봉이 알고보니 저였습니다. 프랑스식으로는 제 이름 Jiwon이 이봉으로 발음되는 것이었습니다! 출석점수나 참여점수가 있는 건 아니라서 괜찮긴 했는데, 당황스러웠습니다.
모든 강의는 출석점수가 없고, 환경경제학은 녹화강의까지 올려주셨습니다.
V. 생활
1 친구 사귀기: 저는 많은 사람을 만나보고 싶어서 매일 밥약을 잡았습니다. Goin이라는 교환학생 채팅 플랫폼을 통해서 매일 6명씩 저희 집 주방으로 초대를 해 함께 저녁을 먹었습니다. 여기서 친한 친구가 된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만약 저와 같이 친구를 많이 만들고 싶다면 밥약을 많이 하는 것을 추천드려요. 다만, 밥약을 미리 너무 많이 잡아놔서 친해진 친구들이 같이 여행을 가자할 때 같이 못가고, 여행을 같이 간 친구들끼리 친해지는 경우가 생겨서 일장일단이 있습니다.
2 언어: 저는 영국과 호주, 말레이시아 발음에 익숙치 않아서 처음에 말을 알아듣는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미국의 발음은 제가 익숙해서 괜찮았고, 비영어권 국가 사람들은 대부분 말을 빠르게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영국과 호주,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말을 빠르게 하고 굉장히 짙은, 제가 익숙치 않은 억양이 있었습니다.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i’를 ‘에이’로 발음합니다. 예를 들면 right는 ‘레잇’로 발음됩니다. 잉글랜드 사람들은 ‘a’를 ‘오’로 발음합니다. 호주 친구들은 잉글랜드와 비슷한데 oh no를 or nor과 같이 발음하는 등 가끔 단어 끝에 r이 붙어있습니다. I’m down 대신 I’m keen과 같은 어휘를 쓰기도 하고요. 말레이시아 친구들은 된소리를 많이 씁니다. 같은 나라 사람들이 많으면 억양이 더욱 강해져 이해하기 더욱 힘들 때도 있었습니다. 모일 때 국적을 섞으면 상대적으로 알아듣기 쉬워지는 것 같습니다.
3 외식/식료품: 가급적이면 안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대부분 음식이 15파운드, 2.5만원 정도입니다. 그리고 한 번은 친구가 가자고 하는 식당을 갔는데, 음식이 인당 8만원이 나왔습니다. 심지어 식당 음식이 그렇게까지 맛있지도 않아서 저는 대부분 요리를 해서 먹었습니다.
교통비가 비싸고 식재료가 무거워서 저는 매번 식재료를 배달했습니다. 저는 Deliveroo나 Asda를 통해 식료품을 주문했습니다. Deliveroo는 외국 배민인데, 아마존프라임 구독자는 배달료가 무료입니다. 배달료는 무료지만 앱사용료는 있어, 한 1.5~2파운드 정도 더 붙습니다. 아마존프라임은 학생이메일계정이 있으면 6개월간 무료입니다. 교환학생을 하면 학생 이메일 계정이 생기기 때문에 아마존프라임과 deliveroo를 (거의) 무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Deliveroo와 연계한 식료품 가게에서 원하는 식재료를 골라 살 수 있습니다. 저는 Morrison에서 보통 시켰습니다. Asda는 하나로마트같은 식료품가게인데, 1.5파운드~ 4파운드를 추가하면 배달을 해줍니다. 비닐봉지를 덜 써서 환경친화적입니다. 하지만 최근에 주문했더니 유통기간 거의 다 된 상품들을 주고, 닭다리 하나는 거의 썩어서 초록색이 다 된 걸 주길래 더 이상 안쓰기로 하였습니다.
교내 Co-op은 다른 곳보다 각 물건이 20%씩 비싸서 비상시 아니면 안쓰는게 좋습니다. 1.5파운드짜리 쿠키는 다른 곳도 그 정도 가격이라 살 만합니다. 그런데 예를 들면 기네스 흑맥주는 Aldi은 4개에 4파운드인데 Co-op은 6.8파운드라서 5~6천원 차이가 납니다.
4 교통: 16~25 Railcard와 Student Coach card를 영국 도착 하루 전까지는 사두심이 좋습니다. Railcard는 기차학생할인, Coach card는 버스학생할인카드입니다. 둘 다 대략 2회 이상 기차/버스를 타면 이득을 볼 수 있으므로, 사두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구매 방법은 인터넷에 How to buy 000를 치면 나옵니다. 지금 Studentbeans(학생할인 사이트)에서 railcard 30% 할인 쿠폰을 무료로 나눠주고 있으니 Studentbeans를 확인해보시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영국에는 여러 기차 회사가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 기차 회사의 상품을 모아 보여주는 기차표 예매앱이 발달해있습니다. 기차표를 예매하기 위해서 저는 trainline을 주로 썼습니다. 대략 1000원의 수수료가 들지만 저렴한 티켓을 잘 찾아주는 좋은 검색엔진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기차 사이트에 직접 들어가서 결제를 하려고 하면 오류가 자꾸 생겨서 그냥 trainline을 씁니다. 예약하기 전 첫 화면에서 16~25 railcard를 적용하면 40% 정도 가격이 싸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외 기차 앱을 써도 문제는 없습니다. 다만 기차 앱 중 하나인 omio에서는 모바일 티켓을 주지 않아 종이 티켓을 매번 바꿔야합니다. 종이 티켓 바꾸는 데에 시간도 들어가고, 종이티켓을 넣어도 30%의 확률로 개찰구가 열리지 않아 모바일 QR 티켓을 주는 앱을 쓰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기차 표는 미리 예매하면 미리 예매할수록 싸집니다. 당일에 사는 티켓은 정말 비쌉니다. 왕복으로 한 번 사는 것이 편도 두 개를 사는 것보다 쌀 때도 있습니다. 기차 표 종류도 다양해서 그것도 확인해야합니다. 예를 들어, Anytime day single은 그 날 아무 시간에나 그 기차를 탈 수 있는 티켓입니다. Off-peak day single은 그 날 off-peak 시간에만 기차를 탈 수 있는 티켓입니다. 그 외에도 그 날 그 시간에만 탈 수 있는 티켓, 한 달 내 아무 때나 쓸 수 있는 티켓 등 다양합니다. 사용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질수록 가격도 비싸집니다. 정말 복잡하지만 똑똑하게 쓴다면 돈을 많이 아낄 수 있습니다. 비행기 연착을 대비해서 비행기에서 내린 후 기차표를 사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보다 한달 전에 anytime day single 티켓을 사면 더 저렴한 가격에 올 수 있습니다.
Coach는 장거리버스입니다. 기차보다 느리고 가격도 그렇게 차이가 나지 않는데다가 와이파이도 잘 안되지만, LHR 공항에 갈 때는 가장 좋은 옵션이어서 가끔 탑니다. 마을버스는 Brighton&Hove 앱을 통해서 티켓을 살 수 있습니다. 교통카드기능이 있는 카드를 찍고 탈 수도 있는데, 한 번에 2파운드씩 내야합니다. 탈 때 카드앱에서 1파운드가 빠져나간다고 뜰텐데, 며칠 후 1파운드가 더 빠져나갑니다. 그래서 사실 버스요금은 2파운드입니다. 왕복이면 4파운드, 대략 7천원입니다. 반면 앱에서 판매하는 24시간 학생 마을버스 티켓은 3.85파운드입니다. 더 버스를 많이 탈 수 있는데 더 저렴하기 때문에 반드시 학생인증을 받고 앱에서 티켓을 구매하심을 추천드립니다. 학생티켓을 산 후 그 티켓을 누르면 인증창이 뜹니다. 국제학생증 혹은 Sussex Uni 학생증을 업로드하고, 학생증 사진과 ‘다른’ 사진을 올리면 몇시간 내에 인증이 완료됩니다. 학생24시간티켓은 2개 혹은 3개 묶음으로도 살 수 있는데, 묶음으로 사면 더 저렴합니다.
Falmer(학교 앞 역)에서 Brighton까지 왕복하는 가장 싼 방법은 기차를 타는 것입니다. 학생 기차 왕복표는 1.8파운드인데, 버스는 최소 3.8이 들기 때문에 4천원 차이가 납니다. 속도도 기차가 빠릅니다.
5 여행: 교환학생이 되면 여행을 많이 가게 되는데, 그것과 관련해서 정말 드리고 싶은 말씀은 ‘진짜 괜찮다고 생각되는 사람과만 여행을 가라’입니다. 저는 두 미국 교환학생 친구와 스코틀랜드 여행을 계획했었는데, 한 명이 잠수를 타고 자신의 몫의 숙소비를 계속 저에게 주지 않았습니다. 그 친구는 저의 연락을 여행 전날까지 무시하다가, 당일날 아침에 저희와 다른 비행기로 이미 스코틀랜드의 공항에 도착해있다는 문자를 남겼습니다. 그리고 공항에서 만나서 숙소비를 달라고 하니까 갑자기 울었습니다. 그러고는 그 날 저녁 술과 기념품인 곰돌이 인형을 잔뜩 샀습니다. 결국 어찌어찌해서 여행 마지막 날 돈을 돌려받기는 했는데 정말 황당한 여행이었습니다. 서울대에서는 모두 건너건너 아는 사이니까 이상한 사람을 미연에 알 수 있지만, 교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모두가 초면이기 때문에 조금 더 조심하시면 좋을 듯 합니다.
참고로, studentbeans에서 hostelworld 7% 할인 쿠폰과 flixbus 10% 할인 쿠폰을 매일 하나씩 나눠주고 있으니 할인 잘 받으시면 좋을 듯합니다. ISIC 국제학생증 회사에서도 flixbus 15%인가 할인 쿠폰을 주지만, 1년에 2번까지만 쓸 수 있습니다.
6 비용: 여행을 하지 않는 날에는 하루에 약 7만원, 하는 날에는 하루에 20만원을 지출하였습니다. 항목별로 보자면, 비여행기에는 하루에 평균적으로 기숙사 3만원, 식료품 1만3천원, 외식 6천원, 문화비 4천원, 통신 1천원, 투자 5천원, 기타 1만원이 들었습니다. 여행을 하는 날의 주요 소비처와 그 금액은 하루 평균 기숙사 3만원, 식료품 1만 2천원, 교통비 2만1천원, 외식비 2만원, 비행비 4만원, 숙박비 3만5천원, 문화비 2만7천원, 투어비 6천원, 기념품비 5천원 가량이 들었습니다. 기숙사비는 여행을 할 때도 똑같이 든다고 생각하며 통계를 작성했습니다. 영국 입국일(1월 16일)부터 5월 15일까지 한국 왕복 비행기표를 제외하고 약 1400만원을 이용하였습니다. 저는 늘 가장 싼 호스텔을 가서 이 정도의 숙박비가 나왔는데, 호텔에 묵고 싶으시다면 이보다 더 나갈 수 있습니다. 아래 표와 그래프를 참고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7 유심: 레바라가 가격과 기능을 살펴보았을 때 가장 좋습니다. giffgaff는 2024년 5월부터 유럽로밍 추가금이 생겨 요즘에 가성비가 좀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Ⅵ.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많은 일들이 제 계획처럼 굴러가지 않았습니다. 합격하리라고 생각했던 독일 교환학생을 떨어지고 영국을 간 것부터 그랬죠. 여행 중 호스텔 같은 방에서 우연히 같은 서섹스대 친구를 만나 같이 여행을 하게 된 것도, 갑자기 패러글라이딩을 하게 된 것도 모두 계획 밖이었습니다. 여기에서 만든 친구 무리 내에서 엄청난 불화가 생길 것도 예상치 못했습니다. 교환학생을 오기 전에는 완벽한 계획이라고 생각한 것이 막상 대부분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교환학생을 마칠 때 쯤, 작년 벤처경영학 특강 시간에 들었던 스티브 잡스의 ‘Connecting the Dots’ 연설이 생각이 났습니다. 이 연설에서 잡스는 과거 경험이라는 점들을 이어보면 현재의 결과라는 멋진 그림이 그려지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그 점들은 미래를 바라보며 이을 수 없다. 과거를 돌아보며 이을 수 있을 뿐이다.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지금 당신이 찍은 점이 미래에 어떻게든 연결될 것이라고 믿는 것뿐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이 강연을 틀어주시며, 인생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연설에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 20살이었던 제 인생에서 가장 큰 성과는 서울대에 들어온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해낼 수 있었던 이유는 다른 사람들보다 한 발 앞서 중학교 때부터 계획을 세우고 준비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중학생 때 저는 서울대를 목표로 잡고 적당한 발판이 될 고등학교를 선택한 후, 그에 맞춰 각 해, 각 달에 무슨 일을 해야할 지 세세하게 계획했습니다.
여태까지 점의 위치를 정확하게 계산해서 찍은 저에게 저 주장은 운이 좋은 아저씨의 기만이었습니다. 모든 사람은 각자 점을 찍으며 살아가고 있는데, 애플 창업이라는 그림이 그려지지는 않습니다. 저에게 저 연설은 ‘난 어쩌다 보니 애플 CEO가 되었지롱’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해야 가장 성공확률이 높은 점을 찍을 수 있는지, 목표에 가장 쉽게 갈 수 있는 점을 그리는지를 알려줘야하는지가 중요한데, 막상 그 부분은 “미래에 점들이 어떻게든 연결될 것이라고 믿자”라고 퉁치고 넘어가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생각을 교수님에게 말하니, 교수님은 흘러가는대로 살게되는 것이 인생이라고 이야기하시며,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는 실력을 키우는 것만이 방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와닿지 않았던 이야기가 최근 공감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고등학생 때까지는 학교라는 꽤 예측가능한 체제 아래서 살기 때문에 제가 꽤 많은 부분을 통제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서울대에 갈 확률이 가장 높은 점이라는 것이 존재하였습니다. 하지만 교환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여행만 가도 생각과 다르게 일정이 틀어지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교환학생도 이런데 제 인생은 어떻겠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나 이렇게 빠르게 바뀌는 사회에서 인생을 완벽하게 계획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만이 아닌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여전히 잡스의 연설은 성공의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주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삶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저 이야기밖에 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말은 이렇게 했어도 한국에 돌아가도 크게 변하지 않은 삶을 살 것 같습니다. 결국 다른 나라도 다 사람 사는 곳이기 때문에 인생을 대변혁시킬 큰 경험을 하는 것은 흔치 않겠죠. 다만,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가장 빨리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한다는 부담을 좀 덜고 살 것 같기는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