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대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꼭 교환학생으로 외국에 다녀오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계속 미루다가 이제야 다녀오게 됐습니다. 교환 프로그램은 대학생 신분으로 생활하며 비교적 안전하고 쉽게 해외에 다녀올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해외에서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고, 새로운 사람을 많이 만나면서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히고 싶었습니다. 유럽에 가본 적도, 혼자 살아본 적도 없는 저에게는 모든 것이 도전이었지만, 지금이 아니면 교환학생을 해볼 기회가 없기에 망설이지 않고 신청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1. 파견대학/지역 선정 이유
리즈대학교를 선정한 이유는 건물이 예쁘고, 물가가 낮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수도권 대학 근처에서 생활하기에는 물가가 부담스러우리라 예상했습니다. 또한, 저보다 먼저 리즈대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동기들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친구들에게 궁금한 점도 물어보고, 여러모로 도움을 받기 수월할 것 같아 선정했습니다. 해당 친구들도 리즈대학교를 추천해 주기도 했습니다.
2. 파견대학/지역 특징
“리즈는 영국 내에서 날씨가 좋은 편에 속한다!”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는데, 실제로 그런 편이었던 것 같습니다. 걱정과 다르게 하늘이 맑은 날이 꽤 많았습니다만, 런던보다도 훨씬 북쪽이라 그런지 기온은 낮았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까지도 얇은 카디건을 입을 정도로 쌀쌀한 날들이 있었습니다. 또, 리즈는 대학도시라고 불리는 만큼 대학생이 많고, 그중에서도 유학생이 많아서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리즈는 런던과 에든버러 중간에 있어서 두 도시로 여행 가기에도 좋습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1. 비자 신청 절차
저는 한 학기 동안 파견을 나와 있는 것이라 따로 비자 신청을 하지 않았습니다. 비자 신청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과 비용이 든다고 해 굳이 신청하지 않고 갔습니다. 다만, 교환학생 생활을 하다가 비자가 있으면 좋았겠다 싶었던 순간도 있었는데,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와 현지 은행 계좌를 개설하려고 했을 때입니다. 교환학생으로서 현지에서 아르바이트를 해보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비자가 없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또한, 현지 계좌를 개설하려면 비자가 있어야 한다고 요구하는 특정 은행사도 있었습니다.
2. 숙소 지원 방법
해외 수학 학교에서 기숙사 지원을 위한 안내 사항을 이메일로 보내줬습니다. 리즈대학교에서 지원할 수 있는 기숙사는 18개 정도였는데, 기숙사별로 개인 화장실/공용 화장실, 식사 포함/미포함 여부가 다르니 기숙사 안내 사이트에서 확인하고 선택해야 합니다. 리즈대학교의 경우, 기숙사를 신청할 때는 1지망 하나만 적어서 지원할 수 있습니다. 보내주신 안내 사항에 포함된 기숙사 전용 포털로 들어가 단계에 따라 기숙사를 하나 선택하고, 추가 요청 사항(플랫 메이트 혼성 여부 등)을 작성한 뒤 제출하면 됩니다. 지원하고 나서 대략 3~4주 정도 뒤에 결과가 나왔던 것 같습니다.
3. 파견 대학 지불 비용(student fee, tuition fee, 기숙사 비용 등)
저의 경우 등록금을 서울대학교에 지급하면 되는 방식이라 크게 신경 쓸 것 없이 평소대로 등록금을 지급했습니다. 기숙사 비용은 6개월에 총 4,200파운드였는데, 당시 환율로 한화 약 700만 원 정도였습니다. 저의 기숙사는 학교 정문에서 약 5분 거리에 있는 학교였는데, 학교 내부에 있는 기숙사보다는 저렴한 편이었습니다. 그러나 신축 건물로, 지어진 지 1년도 되지 않은 기숙사라 시설이 매우 좋은 대신, 학교 밖에 있는 기숙사 중 제일 비싼 편이었습니다.
IV. 학업
1. 수강신청 방법
기숙사 신청과 마찬가지로 수강 신청을 위한 이메일을 받게 되는데, 수강 신청 전용 폼을 작성해서 듣고 싶은 수업의 이름 등을 적어 제출하면 됩니다. 리즈대학교에서는 수업을 모듈이라고 부르며, 학점 단위가 크레딧입니다. 보통 한 모듈 당 10크레딧 혹은 20크레딧인데, 리즈대학교에서는 한 학기에 50~60크레딧의 모듈을 듣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 학기 동안 교환학생 생활을 할 경우 적게는 3개, 많게는 6개의 수업을 들을 수 있습니다. 기숙사 신청과 마찬가지로 제출한 뒤 3~4주 뒤 결과가 나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수강 인원 초과 등의 이유로 등록이 되지 않았을 때는 50~60크레딧을 맞추기 위해 개인적으로 모듈을 신청해야 합니다. 듣고자 하는 수업의 학과를 확인하고, 해당 학과의 모듈 담당자의 이메일로 직접 해당 수업을 들을 수 있는지 여쭤보고 신청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2.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 The Contemporary Business Environment (20크레딧)
리즈대학교 수학 후기를 읽어보니, 경영학 수업이 비교적 듣기 쉽고 편하다고 들어서 신청한 수업입니다. 확실히 다른 수업보다 교수님께서 사용하시는 단어가 이해하기 쉽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기업을 분석하는 기본적인 방법에 대해 배우고, 기말 과제로 기업을 분석하는 보고서를 작성합니다. 주 1회 두 시간 수업이지만, 내용이 어렵지 않고 수업도 자주 일찍 끝납니다.
- Forensic Psychology (10크레딧)
범죄 심리학이라는 이름이 흥미로워서 신청하게 됐습니다. 서울대학교에서는 쉽게 들을 수 없는 강의 내용이기도 하고, 범죄 관련 심리학을 배우는 것에 관심이 갔습니다. 특히 강의계획서를 읽었을 때, 목격자를 인터뷰하는 방법, 용의자를 심문하는 방법 등이 나와 있어 꼭 배워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실제 수업은 생각만큼 흥미롭지는 않았습니다. 이론 위주의 수업이고, 깊고 새로운 내용을 많이 배울 수는 없었습니다. 다른 수업보다 재미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기대했던 것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업이었습니다.
- Psychology for Healthy Minds (10크레딧)
심리학과 수업 중 하나로, 생각보다 더 좋았던 수업이었습니다. 내용이 많이 추상적이기는 하지만, 수업의 이름처럼 건강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힐링 수업’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나 자신을 돌아보기도 하고, 타인과의 관계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고, 특히 현재에 집중하는 방법을 배우는 시간에는 정말 심리 치료를 받는 것처럼 편안하기도 했습니다.
- Evolution and Human Behaviour (10크레딧)
원래 수강하고자 했던 수업이 정원 초과로 수강하지 못하게 돼 급하게 신청한 수업입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진화론부터 시작해 현재의 인간이 존재하기까지의 과정을 배우고, 진화의 관점에서 인간의 행동을 분석하는 수업입니다. 지루할 것 같았는데 처음 듣는 내용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흥미롭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교수님들께서 영상 자료와 사진 자료를 많이 준비해 주셔서 집중하며 들을 수 있었습니다.
3. 학습 방법
대부분의 수업이 자막이 포함된 녹화 영상을 제공하기에 복습하기 편했습니다. 매주 해당 주 수업의 녹화 영상을 다시 한번 보며 복습했습니다. 수업 때는 교수님의 말씀을 놓치는 경우가 많았기에 녹화 영상을 보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시험 기간에 공부할 때는 교수님께서 주신 자료를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 정독한 뒤, 메모장에 내용을 정리하며 다시 한번 공부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4. 외국어 습득 요령
교환학생을 다녀와서 외국어 실력이 엄청나게 늘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외국인과 거부감 없이 대화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큰 장점이었습니다. 저는 현지 기준으로 2학기에 학교를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새 학기 맞이 행사, 교환학생 대상 행사 등 이벤트가 정말 많이 진행됐습니다. 필수는 아니지만, 새로운 친구를 많이 만나고 교환학생 생활을 더 알차게 보내고 싶다면 빠지지 않고 참석하시기를 추천해 드립니다. 대부분의 행사가 다과를 포함하고 있어 새로운 친구도 만나고, 차와 과자도 먹으며 쉬고 올 수 있습니다.
V. 생활
1. 가져가면 좋은 물품
생활해 보면서 느낀 챙기면 좋은 물품으로는 슬리퍼, 지퍼백, 옷걸이, 자물쇠 등이 있습니다. 유럽은 대부분 집 안에서 신발을 신고 생활하며, 저의 경우 기숙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따라서 기숙사에서 신을 슬리퍼, 화장실에서 신을 슬리퍼, 이렇게 두 개 정도 챙기면 편할 것 같고, 여행 다닐 때도 가지고 다니면 편하게 생활할 수 있을 듯합니다. 기숙사 생활을 하면 요리도 많이 하게 될 텐데, 남은 음식이나 식재료를 지퍼백에 보관하면 편리합니다. 또한, 저의 경우 옷을 많이 챙겨갔는데, 기숙사에 옷장은 있으나 옷걸이가 없었습니다. 다행히 가져간 옷걸이가 많아 편하게 옷을 보관할 수 있었습니다. 여행을 많이 다닐 예정이라면 선이 길고 얇은 자물쇠도 추천해 드립니다. 아무래도 유럽이다 보니 기차나 비행기로 여행을 다닐 때 가방을 잠가두거나, 기둥에 걸어두는 것이 마음이 편합니다. 혹시 짐에 공간이 남는다면 친구들에게 나눠줄 선물을 챙기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한국 전통 굿즈를 몇 개 챙겨갔었는데, 기숙사 플랫 메이트들에게 줬을 때 아주 좋아했던 기억이 납니다.
2. 현지 물가 수준
식당에서 제대로 된 한 끼를 먹으려면 최소 10파운드는 필요합니다. 특히 한식당에서 밥을 먹으려면 한화로 4~5만 원 정도는 듭니다. 그러나 식재료 가격은 정말 저렴하므로 직접 요리해서 드시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특히 리즈에서는 돼지고기 가격이 저렴해서 2,500원 정도에 삼겹살을 한 끼 식사로 구워 먹을 수 있습니다. 채소와 과일 가격도 저렴해서 외식을 삼가고 기숙사에서 요리해 드시길 바랍니다.
3. 식사 및 편의시설 (식당, 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저는 영국 현지 계좌를 개설하려고 했으나, 인증 문제와 비자 문제 등으로 인해 개설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미리 발급해 간 외화 결제 카드(트래블로그)가 있어서 해당 카드로 모든 결제를 진행했습니다. 외화 결제가 가능한 여행용 카드가 여러 종류 있으니 미리 발급받아 가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런던도 그렇고, 리즈도 마찬가지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콘택트 리스 기능이 있는 카드로 바로 결제가 가능합니다. 리즈에서 버스를 탈 때 국제학생증과 트래블로그를 사용했습니다. 영국에서 핸드폰을 사용하기 위해서 출국하기 전 미리 현지 유심을 배송 받아서 갔습니다. 공항에서 유심을 갈아 끼우고 바로 활성화해 영국 번호를 발급받았고, 한 달에 10파운드를 지급하고 20기가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4. 학교 및 여가 생활 (동아리, 여행 등)
저는 개강하는 날에 맞춰 영국에 입국했는데, 대부분의 동아리가 개강 첫 주에 지원을 마감했습니다. 저의 경우 정신이 없어서 신청 기간을 놓쳐 신청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습니다. 대학교 학생회 사이트에 동아리 소개와 지원 방법, 지원 시기 등이 나와 있으니, 미리 확인해 보고 꼭 지원 기간 내 신청하시기를 바랍니다. 문화, 예술 관련 동아리부터 체육 동아리까지 종류가 엄청 많습니다만, 대부분 꽤 높은 가입비가 있기 때문에 확인 후 신청하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유럽 국가에서 교환학생으로 생활하면, 타 유럽 국가로 여행 다니기 정말 편리해서 여행을 많이 다니게 되실 겁니다. 특히 현지 기준 2학기에는 날씨도 좋고, 부활절 휴가로 인해 학기 중간에 한 달 방학도 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생각보다 많이 여행을 다니게 되실 텐데, 저렴하고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여행지가 많으니 미리 계획하시고 여행도 많이 다니길 추천해 드립니다.
5. 안전 관련 유의사항
영국은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치안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냥 그런 것만도 아닌 듯합니다. 런던에서 소매치기당한 친구가 두 명 있었고, 심지어 리즈에서 핸드폰을 소매치기당한 친구도 있었습니다. 런던에는 건물 안이나 지하철역 곳곳에 경찰이 돌아다니고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유럽임을 명심하고 조심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가급적 주머니에 물건을 넣어두지 마시고, 잠글 수 있는 가방을 메고 다니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Ⅵ.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처음에는 여러모로 걱정을 많이 했으나, 다녀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직접 경험해 보지 않으면 공감하지 못할 말일 수도 있습니다. 혼자 생활해 보고, 해외에서 살아보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보고, 새로운 장소에 가보고, 혼자 여행해 보고, 우여곡절이 많았으나 행복한 순간이 많았습니다. 좋은 기억을 많이 남겼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개인적으로 많이 성장한 것 같습니다. 주도적으로 일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능력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시 신청하고 싶을 정도로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