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저는 어렸을 때부터 일본 문화를 좋아해서 한 번쯤 일본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이전부터 갖고 있었고, 전공도 일본 관련이었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일본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지원했습니다. 또한 저는 일본어학 쪽에 관심이 많은데 서울대학교에는 <집중일본어>나 <고급일본어>처럼 단순히 일본어의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강의는 있어도 학문으로서의 일본어 관련 강의는 부족하여 일본 교환학생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1. 파견대학/지역 선정 이유
제가 파견된 오사카는 일본에서 도쿄 다음으로 규모가 큰 도시로, 교토, 고베, 나라 등의 지역과 인접해 있어 파견 중 여행을 다니며 일본문화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라 생각되어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오사카 사투리도 꽤 매력적이라 한 번쯤 배워보고 싶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오사카대학교를 제1지망으로 쓰게 되었습니다.
2. 파견대학/지역 특징
“京の着倒れ、大阪の食い倒れ(교토 사람은 입다가 망하고, 오사카 사람은 먹다가 망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오사카는 미식의 도시로 유명합니다. 실제로 저도 맛있는 음식이 너무 많아서 마음껏 먹고 왔더니 한 학기만에 몸무게 앞자리가 변해있었습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1. 비자 신청 절차
대학으로부터 CESR이라는 재류자격 관련 서류가 발행되고 나면 대행사를 통해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비자 발급에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는데, 제가 파견되었던 학기에는 3월 중순이 되어서야 CESR이 발급되어서 마음을 졸였던 기억이 있습니다.
2. 숙소 지원 방법
T-cens라는 사이트에서 Application 단계에 필요한 웬만한 절차를 밟을 수 있는데, 기숙사 신청도 이 사이트를 통해 할 수 있습니다. 일반 교환학생의 경우 스이타시에 있는 글로벌 빌리지 츠쿠모다이라는 기숙사의 5인실, 7일실, 9인실 중 1, 2, 3지망을 정해 지원할 수 있는데, 9인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웬만하면 9인실로 배정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3. 파견 대학 지불 비용(student fee, tuition fee, 기숙사 비용 등)
기숙사비는 인터넷 사용료나 전기세 등등을 모두 포함하여 월 6만엔 정도였고, 그 외에 대학에서 가입하도록 한 보험 비용이 한 학기에 1만엔 정도 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참고로 통장을 일찍 개설하면 기숙사비 지불 시 드는 수수료 550엔을 아낄 수 있기 때문에 빨리 통장을 만들어 놓는 걸 추천드립니다.
4. 기타 유용한 정보
글로벌 빌리지 츠쿠모다이에는 기숙사를 떠나는 학생들이 옷걸이나 수납용 바구니, 가전제품, 욕실용품, 중고책, 헌옷 등 쓸만한 짐들을 놔두고 가는 공간이 있는데, 그곳에서 생활에 필요한 용품들을 꽤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출국 시 그리 많은 짐을 챙길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IV. 학업
1. 수강신청 방법
학부나 유학 프로그램마다 수강신청 방법이 다를 수 있는데, 문학부(iExpo 프로그램)의 경우 메일로 받은 양식에 수강하고 싶은 과목들을 적은 후 프린트해서 문학부 사무실에 직접 제출하는 매우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수강신청을 진행했습니다.
2.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저는 日本語、現代日本語学講義、国語学講義、応用日本語学演習、日本語・グローバル理解演習JGU600e 등의 과목을 수강했습니다. 일본어나 JGU 같은 일본어 학습을 주 목표로 하는 과목들이 일본어 실력 향상에는 더 도움되는 것 같고, 일본어학 쪽에 관심있으신 분들은 현대일본어학/국어학/응용일본어학 강의/연습 중 관심 분야에 따라 골라 들으시면 될 듯합니다. 그리고 꿀강 하나만 추천드리자면 北崎 勇帆 교수님의 국어학강의가 출석도 거의 안 부르고 로드는 제출만 하면 만점 받는 중간과제 하나랑 기말레포트밖에 없었기 때문에 가볍게 듣기 좋았습니다.
3. 학습 방법
시험보다는 레포트 위주로 평가받는 수업이 많았기 때문에 수업 내용을 열심히 예습/복습한다기보다는 과제 제출 기간에 논문들을 찾아보면서 공부했던 것 같습니다.
4. 외국어 습득 요령
수업을 듣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회화가 가능한 레벨에 도달하신 경우에는 동아리에 가입하여 친구를 사귀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일상에서의 회화 기회를 늘리는 게 일본어 실력 향상에는 더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단순히 회화만 할 경우 틀린 표현을 쓰더라도 상대가 지적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보다 정확한 표현을 배우려면 언어교환을 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오사카대학교에는 탄뎀 학습이라는 언어교환 프로그램이 있으니 여기 지원해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그 외에도 일본어 카페나 타케노코 일본어 교실 등 유학생 대상의 일본어 교육 지원 프로그램이 많으니 메일로 오는 공지사항을 잘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5. 기타 유용한 정보
오사카대학교는 대부분의 전공과목 이름이 "~学講義", "~学演習" 등등 포괄적으로 되어 있다 보니 강의 주제나 내용이 다르더라도 제목이 같은 과목들이 많아 학점인정이 제대로 될지 걱정이 되었는데, 문의해본 결과 같은 이름의 강의라도 부제와 내용이 다르면 각각 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하니 걱정 말고 수강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演習”이 들어가는 과목은 발표나 토론 등 학생 참여가 더 많이 요구되는 세미나 스타일의 수업이기 때문에 꿀강을 찾으시는 분들보다는 일본어 사용 기회를 늘리고 싶거나 보다 학문적으로 열정이 있으신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참고로 유튜브에 전과자 오사카대학교 편이 올라와 있는데, 오사카대학교가 어떤 분위기인지 궁금하신 분은 그 영상을 참고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V. 생활
1. 가져가면 좋은 물품
트래블로그나 트래블월렛 등 수수료 없이 해외결제 가능한 카드 하나 정도는 꼭 가져가시는 걸 추천합니다. 또 일본은 통장 개설이나 행정절차에 있어 도장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꽤 있기 때문에 영문 성이 새겨진 도장 하나 정도는 챙기는 게 좋습니다. 그 외 가져가면 좋은 물건으로는 돼지코라 불리는 변환 플러그나 멀티탭, 동전지갑, 볶음고추장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일본과 한국은 사용하는 전압이 다르기 때문에 충전기나 드라이기 등의 가전제품을 챙길 때에는 프리볼트 제품인지 반드시 확인하고 가져가시길 바랍니다.
2. 현지 물가 수준
대부분은 한국과 큰 차이가 없지만 교통비는 일본이 한국보다 훨씬 비싼 편입니다. 기숙사에서 토요나카 캠퍼스까지만 해도 왕복 580엔이 들고, 우메다나 난바 등 오사카 중심지로 가려면 왕복 500~1000엔 정도는 기본으로 드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식료품은 일본이 좀 더 저렴하기 때문에 직접 요리해서 먹으면 생활비를 꽤 아낄 수 있습니다.
3. 식사 및 편의시설 (식당, 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기숙사 근처에는 주택만 많고 편의시설은 다소 부족한 편입니다. 특히 식당의 경우 기숙사에서 도보 10분거리 이내에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기 때문에 외식을 하려면 센리추오 역이나 엑스포시티(도보 30분 거리) 정도까지는 가는 게 좋습니다. 그래도 기숙사에서 5~10분 거리에 야마다역이 있어 교통은 좋은 편이고, 야마다역의 듀 한큐 야마다라는 쇼핑몰에 드럭스토어, 유니클로, 무인양품, 슈퍼, 100엔샵 등이 있어 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물건은 어느 정도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기숙사 바로 앞에 패밀리마트가 있고, 조금 더 걸으면 로손과 세븐일레븐이 있어 간단한 식사를 해결하거나 간식을 사먹기에 좋습니다.
가장 가까운 은행으로는 우체국(유쵸은행)이 있는데 유학생도 간단히 유쵸은행 계좌를 개설할 수 있으니 추천드립니다. 기숙사 바로 앞 패밀리마트에 유쵸은행 ATM이 있으며, 트래블로그나 트래블월렛을 사용하시는 분들은 야마다역 근처에 세븐은행 ATM과 이온 ATM이 있으니 현금 인출 시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통신에 관해 말씀드리자면, 저는 povo 2.0의 esim을 이용했는데 기본요금 없이 저렴하게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데이터를 구매할 수 있고 앱으로 간편하게 가입 절차를 완료할 수 있기 때문에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기숙사와 캠퍼스 내에는 와이파이가 잘 되어있다 보니 생각보다 데이터를 많이 쓰게 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4. 학교 및 여가 생활 (동아리, 여행 등)
오사카대학교는 동아리 활동이 활발한 편으로 화장실 연구회나 귀신의 집 연구 동아리 등 매우 다양한 동아리들이 있습니다. 특히 1학기 초에는 新歓이라고 하여 동아리 체험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많기 때문에 이 때 많은 동아리를 체험해보고 가입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참고로 올해 생긴 동아리 중에 한국어 동아리가 있는데, 가입비도 무료고 케이팝 등 한국 문화를 좋아하는 일본인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다 보니 보다 쉽게 일본인 친구를 사귀고 싶으신 분은 한 번쯤 가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동아리보다도 여행을 열심히 다녔는데, 오사카 주변에는 교토, 고베, 나라, 히메지, 와카야마 등의 좋은 관광지가 많으니 여행이 주 목적이신 분들에게는 매우 좋은 위치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7, 8월의 일본은 매우 습하고 더워 여행을 다니기 힘드니 1학기 파견 예정이시라면 학기 초에 날이 더워지기 전에 최대한 많이 다녀오시고 수족관 등 실내 일정이나 홋카이도 여행은 여름을 위해 미뤄놓으시는 걸 추천합니다. 그리고 여름에는 불꽃놀이나 여름 축제가 많이 열리는데, 일본 3대 마츠리인 기온 마츠리와 텐진 마츠리가 꽤 가까운 곳에서 열리니 한 번쯤 가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5. 안전 관련 유의사항
치안에 관해서는 꽤 안전한 편으로 크게 걱정하실 부분은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일본은 지진이 잦은 나라이니 어느 정도 지진에 대비해 놓으시는 걸 추천합니다. 이번 학기에는 오사카에는 다행히 큰 지진이 없었지만 미야자키에서 규모 7의 지진이 일어나며 난카이 대지진 주의가 발표되어 불안에 떨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6. 기타 유용한 정보
오사카대학교를 통해서 호스트패밀리 프로그램을 신청할 수 있는데, 일본의 가정집에 방문하여 가정식도 얻어먹고 좋은 인연을 만들 수 있는 매우 좋은 기회이기 때문에 강력히 추천드립니다.
Ⅵ.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여러모로 유익하고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그동안 여행으로 일본에 간 적은 여러 번 있었지만 여행으로 방문하는 것과 몇 달 이상 살아보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음을 느꼈습니다. 직접 다양한 사람들과 부딪치며 언어와 문화를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기에, 여건만 되신다면 교환학생 프로그램은 꼭 지원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