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고등학교 시절부터 프랑스어를 전공하면서, 프랑스 현지에서의 학습과 경험을 통해 한 단계 더 성장하고 싶다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동안 간접적으로 접했던 프랑스어 교육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프랑스의 문화와 역사를 직접 체험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전공수업을 통해 배웠던 프랑스 본고장의 학문과 언어학적인 분석들을 파리의 소르본 대학에서 수학하며 직접 경험하고자 교환 프로그램 참가를 결심했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 파견대학/지역 선정 이유
프랑스어 전공자로서 프랑스 현지에서의 생생한 학습과 경험을 통해 한 단계 더 성장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존의 파리4대학으로도 잘 알려진 소르본대학교는 2018년 1월 1일 파리-소르본대학교와 피에르-마리퀴리 대학교가 합병하여 설립된 공립대학입니다. 특히 프랑스어 및 프랑스 문학의 연구에 특화된 학교로서, 빅토르 위고, 파스퇴르, 베이컨 등 저명한 문학가와 학자들을 배출한 학교이기도 합니다. 소르본대학교는 학사학위부터 박사학위까지 모두를 위한 지식 접근의 평등을 중요시하며, 학생들이 스스로 학문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폭넓은 교육을 제공합니다. 저는 소르본대학의 이러한 평등적, 적극적 교육에 큰 매력을 느꼈고, 교환학생이라는 기회를 통해 이 교육을 직접 경험하고자 해당 파견대학을 선정했습니다.
2. 파견대학/지역 특징
1) 파견대학 특징
소르본대학교는 프랑스어학과 프랑스 문학 연구에 특화된 공립대학으로서, 깊은 역사와 명성을 자랑합니다. 파리의 많은 학생들이 다니는 만큼 본캠퍼스는 6구의 라틴지구에 위치하고 있고, 각 단과대학별 캠퍼스들이 파리 곳곳에 나뉘어져 위치합니다. 수강하는 수업의 본 과와 학년에 따라 가야 하는 캠퍼스가 달라질 수 있으니 수강신청할 때 고려할 사항 중 하나입니다.
2) 파견지역 특징
파리는 알려진 것처럼 수많은 미술관과 박물관이 위치하고 있으며 유럽연합 내의 교환교 학생증이 있다면 무료 입장 혹은 저렴한 학생티켓 입장이 가능합니다. 덕분에 하굣길에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들러 문화생활을 하기에 좋고, 꼭 이런 시설이 아니어도 길거리와 건물들이 모두 중세 건축양식과 도시 조경을 누리기에 좋습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 비자 신청 절차
프랑스는 행정 처리 속도가 한국에 비해 현저히 느리기 때문에 비자를 받기 위한 절차도 서둘러야 했습니다. 가장 먼저 캠퍼스 프랑스 면접을 봐야 비자 면접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파견교에서 입학허가서가 오면 바로 캠퍼스 프랑스 면접 일정을 예약하고, 일정에 맞추어 대면 면접을 거칩니다. 입학허가서에 캠퍼스 프랑스 도장을 받으면 이후 비자 면접을 신청하게 됩니다. 프랑스 파견은 일정이 거의 모든 학교가 비슷하기 때문에 면접일정을 예약하기도 쉽지 않고 비자 도착일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캠퍼스 프랑스 면접을 다녀오면 바로 비자 면접 일정을 예약하는 것이 좋습니다. 파리의 경우 사설 기숙사 등에 지원할 때도 비자 여부를 묻는 곳이 많으므로 비자 발급은 가능하다면 일찍 받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 숙소 지원 방법
소르본 대학의 경우, 대학에서 보내주는 move on 사이트에 접속하여 기숙사 신청을 하게 됩니다. 비자 신청 서류들과 비슷한 개인 서류들과 lettre de motivation, 부모님 소득증명서 등을 제출해야 하며, 특히 한국어로 발급받는 문서들은 프랑스어로 직접 번역하여야 합니다. 특히 2학기 파견의 경우, 국립 기숙사인 Crous 배정을 선착순으로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파견교에서 오는 메일을 읽고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 파견 대학 지불 비용(student fee, tuition fee, 기숙사 비용 등)
소르본대학교는 국립대학으로, 기존 서울대학교의 등록금 외에 파견교 측에 따로 지불할 비용은 없습니다. 기숙사의 경우 공립기숙사 Crous에 배정되면 방 종류에 따라 300~400유로 정도의 월세를 내게 됩니다. 저는 공립기숙사에 지원했으나 배정되지 않아 여러 사설기숙사에 지원서와 메일을 보내고 그 중 11구에 위치한 사설기숙사에 합격하여 생활하였습니다. 사설 기숙사의 경우 공용실/개인실 사용 여부, 파리 시내 위치 등에 따라 월세가 500-1000유로 사이이며, 파리 외 지역에 거주하는 프랑스 학생들도 같은 기간에 많이 신청하므로 공립기숙사에 배정되지 않으시면 빠른 시일 내에 메일로 공실 여부를 문의해야 합니다.
IV. 학업
- 수강신청 방법
소르본 대학교 인문대학에서는 아날로그 방식의 수기 수강신청을 진행합니다. 각 학과/UFR별 오리엔테이션에서 나눠주는 수강신청서류를 받아 작성한 후, 이름 알파벳별로 안내된 일자와 시간에 학교 캠퍼스에 직접 방문하여 각 과의 coordinateur/trice와 일대일로 신청서 작성 확인을 하게 됩니다. 각 수업별 정보는 moodle이라는 소르본 대학교의 etl과 같은 사이트에서 학년별 과정 안내 팜플렛을 통해 얻을 수 있었습니다.
-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저는 2023년 2학기와 2024년 1학기 모두 UFR de Langue Française 학과 소속으로 전공 수업을 수강하였습니다.
프랑스 대학수업은 강의식 대형 수업인 CM과 토론식 소그룹 수업인 TD의 두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CM은 한국대학과 같이 수십명의 학생들이 대형 강의실에서 교수자의 강의를 들으며, TD는 앞선 CM 강의에 대한 보충의 개념으로, 10-20명의 학생들이 모여 교수자와 소통하며 질의응답을 하거나 강의에 대한 부가설명을 듣습니다.
교환 첫 학기인 2023-2024학년도 1학기 (한국에서의 2023년 2학기)에는 전공필수 Grammaire et histoire de la langue française (프랑스어 문법과 역사), 전공선택 Sociolinguistique et psycholinguistique (사회언어학과 심리언어학), 심화선택 Initiation au français medieval (중세프랑스어 입문), FLE 수업 Français Général présentiel, 체육교양 Yoga-Pilates, 총 다섯과목의 수업을 수강했습니다. 소르본 대학 불어학 전공의 경우, 따로 학년별 수강과목 제한이 없기 때문에, 프랑스어로 진행되는 전공 수업이 처음이시라면 학과 1학년 전공필수 과목을 하나쯤 수강할 것을 추천합니다. 특히 1학기 수업의 내용을 베이스로 2학기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1년 파견이었던 저는 모든 전공 수업의 밑거름이 되는 1학년 수업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FLE 수업은 흔히 생각하시는 프랑스’어’ 수업으로, SIAL이라는 소르본 언어교육원에서 진행되는 외국어 수업입니다. DELF/DALF를 준비하거나 프랑스인이 아닌 외국 친구들을 사귈 수 있습니다.
교환 두번째 학기에는 전공필수 Grammaire et linguistique (문법과 언어학), 전공선택 Linguistique Contrastive (비교언어학), 심화선택 Initiation au moyen français (중기 프랑스어 입문), 체육교양 Basketball, 총 네 개의 수업을 수강했습니다. 전공과목들은 1학기에 연결되는 수업이 많아 1학기에 들었던 수업 중 흥미로웠던 분야의 수업을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UFR de Langue Française의 전공수업들은 불어학 전공인 만큼 프랑스어로 듣는 ‘언어학’ 강의에 가까웠습니다. 특히 고대, 중세 프랑스어나 사회, 심리 언어학처럼 한국의 불어불문 혹은 불어교육 전공에서 쉽게 접하지 못하는 science du langage 분야 수업들이 많아 평소 궁금하던 분야를 배워보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또한 교환학생들의 경우 Contrôle Mixte (상시평가와 기말평가가 모두 있는 평가방식)인 수업도 Contrôle Continu (기말평가가 면제되고 상시평가만 있는 평가방식)로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전공 수업 공부에 대한 부담도 적었습니다.
- 학습 방법
한국대학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프랑스 대학 수업들은 각 차시 수업의 예습과 복습이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소규모 그룹 강의인 TD의 경우 교수님과의 문답식으로 수업의 대부분이 진행되기 때문에, 지난시간에 배운 내용을 어느정도 숙지해야 수업 참여가 원활합니다.
저는 매 수업이 끝나면 도서관에 가서 수업 내용을 정리하고, 말씀이 빠르신 교수님의 경우 수업 일부를 녹음하며 다시 들으며 복습했습니다. 프랑스어의 언어 특성상 한 단어로 뉘앙스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서논술형으로 진행되는 시험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교수님의 말씀을 정확히 익히고 외우는 것이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시험 2주일 전부터는 같이 수업을 듣는 학생들과 서로 노트를 공유하며 빠진 내용과 어려웠던 내용을 다시 확인하며 시험에 대비했고, 평소에는 시내 구경도 많이 다니고 여행도 자주 다녔지만 시험 기간에는 도서관에서 매일 공부했습니다.
4. 외국어 습득 요령
프랑스 현지 대학에서 수업하며 가장 중요한 것은 듣기입니다. 수업을 진행하시는 교수님의 말하기 방식과 속도, 억양에 따라 같은 과목이어도 공부 난이도가 달라집니다. 첫 수업 때 교수님께 교환학생임을 밝히고 본인의 프랑스어 수준을 미리 말씀드리면, 수업 때 따로 보충자료를 주시거나 옆 학생들이 도와주는 수업들도 있었습니다. 또한 문답 형식으로 진행되는 수업의 경우, 틀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발표와 질문을 하며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프랑스어 실력이 더 빨리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V. 생활
1. 가져가면 좋은 물품
프랑스는 많이 알려진 바와 같이 수돗물이 석회수여서 샤워기 필터를 챙겨 가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저는 세면대 필터와 샤워기 필터를 모두 가져가서 사용했는데, 머리카락과 피부 모두 좋은 상태로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또 저는 거주했던 사설기숙사가 공용주방을 사용하는 형태였기 때문에 접이식 전기포트와 전기 멀티쿠커를 가져가서 방 안에서 간단하게 커피나 차를 마시고 라면을 끓여먹을 때 잘 사용했습니다.
유럽의 겨울은 특히 밤에 라디에이터만으로 버티기 춥기 때문에, 전기담요나 접이식 전기장판, 온수핫팩 등을 챙겨가면 좋고, 여름에는 에어컨이 없기 때문에 손선풍기나 탁상용 미니 선풍기가 도움이 되었습니다.
- 현지 물가 수준
2023년에 파견되었을 당시에는 유로화가 1350-1420원대로 물가가 그리 높지 않았습니다. 물론 한국의 다이소나 쿠팡처럼 저렴하게 생활용품을 구하기는 어렵지만 파리와 유럽연합의 특징을 고려했을 때 물가가 비싼 편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과일, 채소, 고기나 유제품 등 마트 물가는 한국에 비해 싼 편이라 마트에서 장을 봐서 요리해 먹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2024년에 들어 파리올림픽이 가까워지면서 유로가 1450-1490원대로 올라 물가 수준이 오르기도 했습니다.
- 식사 및 편의시설 (식당, 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저는 사설기숙사가 식사제공이었기 때문에 아침과 저녁은 기숙사에서 제공되는 프랑스 가정식을 먹었습니다. 공립기숙사에 사는 친구들은 직접 요리해먹어야 해서 빵을 사다두고 먹거나 한식을 요리해 먹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학교 수업이 있는 날에는 학교 Crous 식당에서 학식을 먹거나 싸온 음식을 cafeteria에서 데워먹었습니다. 학교 IZLY 카드를 사용하면 할인된 학생가격으로 repas chaud (쟁반에 원하는 메뉴를 담아서 먹는 학식)와 파니니, 샐러드, 샌드위치와 같은 repas froid를 먹을 수 있습니다. 평소에는 carrefour 같은 동네 마트에서 빵, 샐러드, 샌드위치 등을 사놓았다가 들고 다니며 먹기도 했고, 마트에서 장을 봐서 요리를 해먹기도 했습니다. 매번 외식을 하기에는 외식 물가가 한국에 비해 비싼 편이기 때문에, 가능한 요리를 해먹고 가끔 친구들과 만나거나 파티를 할 때 식당에 갔습니다.
소르본 대학은 입학 서류로 유학생 보험을 요구했기 때문에 국제학생증 ISIC 할인을 받아 인슈플러스 보험에 가입했습니다.
프랑스에 도착한 날 바로 온라인으로 Revolut 계좌를 개설하여 프랑스 계좌로 사용하였고, 현지 Bouygues 유심을 개설해 배송받기 전 2주동안 사용하기 위해 한국에서 Orange 홀리데이 유심을 미리 주문하여 가져갔습니다. 공항에 내려서부터 인터넷을 사용할 일이 있기 때문에 미리 단기유심을 챙겨가는 것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파리에서 교통권은 학생요금의 1년권인 imagineR를 사용했습니다. 저는 1년 파견이었기 때문에 고민없이 1년권을 사용하였으나, 온라인으로 미리 주문하여 배송을 기다리는 동안 일주일권이나 한달권을 따로 끊어 사용해야 했기 때문에, 한학기만 수학하는 친구들은 매달 갱신해서 쓰는 한달권만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 학교 및 여가 생활 (동아리, 여행 등)
소르본 대학에는 국제교환학생들을 위한 동아리인 Parismus가 있었습니다. 국제학생들과 함께 교류할 수 있는 산책이나 피크닉, 박물관 관람, 1박2일 여행 프로그램들을 계획하고 따로 신청받기 때문에 본인의 일정과 관심사에 맞추어 참여할 수 있습니다. 다만 프랑스의 모든 동아리들처럼 자동적으로 챙겨주거나 소속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스스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소통할수록 동아리 활동이 더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학기 초에 moodle 사이트에 올라오는 syllabus를 미리 참고해서 방학 주간에 갈 여행을 미리 계획하고 예약했습니다. 유럽 여행은 미리미리 예약할수록 비행기와 숙박 모두 저렴하기 때문에 가고 싶은 곳은 미리 계획하는 것이 좋습니다.
- 안전 관련 유의사항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파리 시내 곳곳에 많은 경찰 인력이 배치되었습니다. 특히 주요 관광명소에서는 ‘완전히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또한 파리 시내 분위기에 적응하기까지 초반에 신경 쓰고 조심하면, 이후부터는 현지인으로 익숙하게 생활하며 관광객 대상 범죄의 타겟이 되는 경우가 적습니다. 다만 여전히 지하철, RER, 트램 등 대중교통 시설에 소매치기가 많고, 유럽 국가들의 치안은 한국을 따라올 수 없기 때문에 항상 경각심을 가지고 소지품에 주의하며 다니는 것이 중요합니다.
Ⅵ.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국제 교환학생이라는 기회를 통해, 프랑스 현지의 교육을 경험하며 프랑스어 실력을 더욱 향상하고,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과 소통하며 다양성을 포용하는 국제적 감각을 기르는 것과 동시에, 한국에서 쉽게 접하지 못한 프랑스 언어학을 본토에서 보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타국에 혼자 1년을 나가 생활하며, 서울대학교의 학부생으로서, 부모님의 딸로서, 나라는 사람으로서 크게 성장하였음을 느낍니다. 프랑스 파리, 소르본 대학교에서의 교환학생 생활은 제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경험들 중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