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환 프로그램 참가 동기
늘 도전을 두려워하고 자기 확신이 어딘가 부족했던 저는 쉼없이 4학년에 진학하기에는 스스로 준비가 덜 되었다 싶어 학업, 그리고 제 인생의 쉼표를 찍기 위하여 교환 프로그램에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교환학생은 대학 입학 때부터 품어오던 막연한 로망이었으므로, 핀란드 교환학생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그 순간부터 제가 가장 어려워하던 도전도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교환학생을 마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 핀란드에서 교환학생으로 보낸 수개월은 지금껏 인생에서 가장 잘 한 도전이었으며 앞으로의 도전을 기꺼이 시작하도록 복 돋아주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 자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II. 파견대학 및 지역 소개
- 파견대학/지역 선정 이유
저는 주전공인 교육학을 다른 나라에서 다른 시각으로 배워보고자 했던 저의 목표를 실현하고자 교육제도와 복지제도로 유명한 북유럽 중 한 국가로 교환학생을 다녀오고자 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핀란드는, 고교 시절에 시청한 한 다큐멘터리로부터 이상적인 교육 시스템을 갖춘 나라라는 막연한 동경을 갖고 있었고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알려져 저에게 많은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는 나라였기에 핀란드로 선택해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사실 핀란드와 관련된 모든 긍정적 이미지를 신뢰하고 동요되어 선택했다기 보다는, 북유럽에 대한 외국인이 지니고 있는 환상이지 않을까, 그리고 혹 그 모든 것들이 사실이라면 무엇이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일까와 같은 질문에 저 나름의 대답을 찾기 위해 선택했다고 설명하는 것이 더 맞을 듯합니다.
2. 파견대학/지역 특징
- 파견대학 특징
제가 파견되었던 University of Helsinki는 핀란드의 수도인 헬싱키에 위치한 공립 종합 대학으로 헬싱키 내에 단과대별로 총 4개의 캠퍼스가 곳곳에 분포되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저와 같은 교육학과 학생들은 faculty of educational sciences에 속해 헬싱키 시내에 위치한 city center campus에서 대부분의 강의를 수강하게 됩니다. 교육학부 대부분의 강의가 핀란드어 및 스웨덴어로 개설되는 탓에 교환학생들은 대학원생들 그룹인 “Changing education”에 개설된 영어 강의를 듣게 됩니다.
제가 주로 생활했던 교육학과 건물과 city center에 위치한 main building 및 도서관 등 학생 편의시설에 대해서도 말씀드리자면, 우선 건물이 정말 깔끔하고 학생 편의를 많이 고려했다는 게 느껴집니다. 해가 귀한 핀란드라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건물이 통창 구조로 설계되어 있어 답답할 틈이 없이 작업이나 학업에 몰두할 수 있고 그룹 스터디룸부터 독서실 구조까지 학습 스타일에 맞게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학습 공간을 만들어둔 점이 정말 좋았습니다. 특히 제가 가장 애정했던 공간은 think corner라는 헬싱키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학생 문화 복합시설과 헬싱키 중앙역 근처에 위치한 oodi라는 공공도서관인데, 적당한 생활 소음과 음악소리, 탁 트인 통창이 합쳐져 그 공간에 가기만 해도 능률이 높아지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파견 지역 특징
여기서는 제가 가장 걱정했었던, 그리고 많은 예비 핀란드 교환학생들의 걱정거리이기도 할 헬싱키의 날씨에 대해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예상한 것보다 헬싱키의 기온은 한국 겨울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제가 경험한 가장 추운 날은 영하 10-15도 정도의 기온이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겨울철 흐린 하늘이었는데, 핀란드에 막 도착했던 1월에는 해가 오후 4시면 지고 오전 9-10시가 되어서야 뜨는 식으로 해가 정말 잘 뜨지 않습니다. 함께 핀란드로 교환학생을 온 한국인 친구들이 입 모아 말하길 자기가 이렇게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지 몰랐다고 합니다. 저 역시도 2월, 그리고 3월 초까지도 흐린 헬싱키 날씨에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쳐 침대에 누워서 무기력하게 보낸 날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오래 지낸 사람들이라면 햇빛의 중요성을 간과할 가능성이 높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핀란드로 교환학생을 오실 분이라면 미리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시고 실내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취미 거리 등을 미리 찾아서 가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비타민 D등도 꼭 챙겨가시구요!
그리고 눈도 많이 오는데, 눈이 쏟아지는 날에는 앞에 시야가 차단될 정도로 폭설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는 눈이 많이 오는 날보다 더 조심해야 할 부분은 눈이 쌓여있는 상태에서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갈 때인데, 그때 눈이 녹으며 길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미끄럽고 심지어 길이 물에 잠기기도 해서 미끄럼에 대비할 수 있는 신발이나 장화 같은 걸 챙겨오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III. 출국 전 준비 사항
- 비자 신청 절차
아마 핀란드로 교환이 확정되면 가장 먼저 알아보시는 게 ‘핀란드 거주허가증’ 일명 비자일텐데, 핀란드의 경우 온라인으로 거주 허가증을 신청하고 직접 핀란드 대사관에 가서 간단한 인터뷰를 보고 나서 거주 허가를 확정받는 식으로 비자 신청이 진행됩니다.
자세한 절차 및 안내 사항은 네이버 블로그 “휴학생”님의 포스트에 정리가 잘 되어있으므로 여기서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몇 번 강조해도 중요한 게 있다면 필수서류들을 사전에 미리미리 잘 구비하라는 것입니다. 학기 중에 교환학생 준비에 필요한 행정적인 것들을 챙기기가 정말 쉽지 않다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럴수록 교환이 확정되자 마자 바로 항공권과 비자사진, 영문 잔액 증명서, 건강보험(보통 sip이나 swiss care 둘 중에 선택하시는데, 저는 swiss care로 했었습니다. 큰 차이는 없어 보이니 각자의 선호에 맞춰 선택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등을 먼저 준비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보험이 있어야 거주허가증을 신청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항공권의 가격은 여러분이 처음 알아보신 그 가격이 가장 저렴할 확률이 높기에, 항공권도 미리 예매해두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아마 항공권의 경우, 많은 분들이 키세스를 통해서 학생 요금에 예약을 하실텐데, 기왕이면 왕복으로 끊어두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편도로 두 번 끊으면 비용도 더 많이 나올뿐더러, 체크인 수하물 추가 혜택을 귀국편 때는 받지 못하더라고요. 귀국 일정이 정말 애매한 경우가 아니라면 왕복으로 예매해두시는 것이 여러모로 더 좋을 것 같습니다.
- 숙소 지원 방법
University of Helsinki로 교환이 확정이 되면, 안내 메일에 기숙사를 신청할 수 있는 사이트 주소도 보내주는데 대학교 연계 학생 기숙사들인 Unihome과 HOAS 선택지 두 개가 있을 것입니다. HOAS의 경우가 가격도 저렴하고 위치도 더 좋은 편이라서 경쟁률이 더 높은데, 보통 non-EU 국가의 학생은 큰 이변이 없지 않는 이상 HOAS로 배정이 되니 잘 따져보시고 웬만하면 HOAS로 선택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HOAS를 선택한다고 해도 방의 유형에 따라 1. Room in a shared apartment, 2. Shared room in a shared apartment, 3. Shared studio apartment, 4. Studio apartment(원룸) 이렇게 네 가지로 나뉘는데 1번이 3-6명이서 각방을 쓰되 공유 주방과 화장실을 같이 사용하는 기숙사로 대부분은 교환학생들이 선택하는 유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저 또한 1번 유형의 기숙사에 배정받아 생활했었는데, 룸메이트 지정 및 숙소 위치와 관련해서는 요청 사항에 적어두시면 어느 정도는 반영을 해주시는 것 같더라고요. 저는 위치가 중요해서 수업 듣는 캠퍼스와 위치가 가까웠으면 좋겠다고 적었었는데, 반영을 해주신 것인지는 확실치 않으나, pasila역 근처의 큰 mall등의 편의시설이 가깝고, 트램, 버스, 기차와 같이 대중교통이 많이 다니는 편한 위치의 기숙사에 배정이 되었습니다.
저의 기숙사는 방금 말씀드린대로 pasila역 근처에 위치해있고, 총 2개의 건물로 이루어진 기숙사입니다. 각 건물에는 제가 살았던 3인실, 6인실, 1인실 형태의 기숙사가 있습니다. 나중에 기숙사 배정되고 HOAS측에서 보내주시는 건물 배치도 보시면서 배정된 기숙사가 몇 인실 인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숙사 안에는 전 거주자들이 남기고 간 주방 용품이나 식기 용품들이 많이 남아있고, 이불과 베개의 경우도 기본으로 제공되니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3. 기타 유용한 정보
교환이 확정되고 나면 University of Helsinki 측에서 newsletter라는 이름으로 시기에 맞는 안내사항을 보내주는데 귀찮더라도 꼭 정독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개중에는 HSY라는 student fee를 지불할 것을 권유하는데, 필수는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지불하시고 혜택받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비용을 지불하면 frank app의 student card로 unicafe라는 학생 식당 및 핀란드 기차표 예매 시 학생할인을 받을 수 있고, ESN이라는 EU국가 학생 연합단체에서 주관하는 행사에 할인된 가격으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또한 ESN 카드를 발급받을 수도 있는데, 그 카드로 많은 유럽 교환학생들이 애용하는 라이언에어에서 무료 체크인 수하물 추가와 학생 할인의 혜택을 4회 받을 수 있습니다.
IV. 학업
- 수강신청 방법
수강신청은 본교에서 진행되는 것처럼 경쟁률이 높다거나 하지 않고, 듣고자 하는 강의는 자격요건에만 부합한다면 거의 다 수강할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 영어로 열린 교육학과 강의가 없어서 선택지가 적은 편이었는데, 그 안에서 원하는 과목은 모두 수강할 수 있었습니다. 간혹 영어 개설 강의일지라도 선수학습조건이 있다거나 특정 학과 학생들만 수강할 수 있는 과목들이 있기는 한데 거의 그런 경우는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수강신청 방법의 자세한 내용은 아마 University of Helsinki의 교환학생이 되시면 각 단과대별로(단대별 구체적 사정은 다를 수 있음) 튜터그룹에 속하게 되는데, 그때 튜터들과 대학교 내 coordinator들이 ot 주간에 정말 상세히 설명해주시고, 한 명 한 명 옆에서 도와주십니다. 저의 경우 핀란드에 들어가서 ot를 할 때까지 mySNU같은 sisu(수강신청, 학적정보/성적 조회 등 가능한 사이트)라는 포털 사이트의 아이디, 비밀번호를 받지 못해 불안했었는데 coordinator분이 직접 옆에서 도와주셔서 바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조금은 여유로운 태도로 ot주간까지 수강신청에 대한 걱정은 덜으셔도 될 듯합니다.
-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제가 수강한 과목들에 한해 개인적인 소감을 공유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파견교에 한 학기 파견을 가면, 그 한 학기를 다시 2개의 period로 구분을 하는데, 저는 첫 번째 period에는 총 4개의 교육학 전공 강의를, 두 번째 period에는 영어 speaking 수업을 포함한 2개의 과목을 수강하였습니다.
우선 전반적인 수업에 대한 소감을 말씀드리자면, 한국 대학교육에 비교했을 때 로드가 크게 부담스럽지 않고 학생 자율에 상당 부분 일임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수업별로 분위기가 다르긴 하지만 리딩의 경우에도 학생의 자유와 양심에 맡기고, lecture의 경우에도 zoom이나 대면 수업 중 편한대로 고를 수 있게 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습니다.
Uncover Finnish Education
5credit(한국의 3학점) 중 2credit만 이론 수업과 에세이 한편으로 평가(1-5 scale 평가)가 이뤄지고 나머지 3credit은 University of Helsinki 자체 제작 MOOCS에서 개인학습과 각 꼭지 별 짧은 글 한 편과 동료평가를 수행하면 수료(pass or fail)할 수 있는 것으로 구성이 되어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MOOCS가 핀란드 교육의 개관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두었고, 처음에는 각 파트마다 짧은 글을 영어로 작성하는 것이 부담이 되긴 하였지만, 배운 내용을 적용할 수 있는 여러 질문들에 직접 글을 작성해보는 과정에서 나름대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서 만족하는 부분 중 하나였습니다.
교육학과 교환학생들이라면 거의 대부분 수강하는 강의인데, 핀란드 교육의 체계 및 역사를 훑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추천합니다.
Introduction to comparative and international education
한국의 비교국제교육학과 내용의 거의 흡사하지만, 핀란드에서 제공하는 강좌이다 보니 북유럽 교육을 위주로 설명하는 강의입니다. 대학원생들이 위주인 강의라 처음에는 교수-학생들 간 오가는 질의응답이 제 기준에서 수준이 높다고 생각되어 따라가기가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그 말은 수업 전에 리딩자료를 열심히 읽고 수업시간에 집중한다면 배우는 게 많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 부분에서 저는 자율적인 핀란드 교육의 특징을 읽어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Neuroscience in Educational Sciences
저는 신경과학 관련 수업을 수강한 적이 있어, 뇌과학 용어나 개념이 크게 낯설지 않았는데도 이 수업은 대학원생을 위한 수업이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리딩 자료가 정말 많고, 수업도 연구 내용과 경향을 매주 다른 연구자가 직접 소개하는 식으로 진행이 됩니다. 또 이 수업에서는 그룹 프로젝트가 수업의 또 다른 큰 축이었는데 타겟층을 선정하여 그들에게 유용한 신경과학적 지식을 다양한 형태로 산출해내라는 것이 주제였습니다. 저는 저와 같은 학부생 교환학생들과 한 조가 되어 그룹 프로젝트를 수행했었는데, 그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전문성이나 깊이 부분에서는 아쉬운 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혹시 신경과학 분야 중에서도 관심 있는 세부 분야가 있다면, 관련 연구를 하고 있는 대학원생들이 많으니 함께 조별과제를 수행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Practical Observation and comparative reflection of preschool, elementary school and early childhood education
이 수업은 핀란드 유치원, 초등학교 참관이 주가 되는 수업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다만, 참관할 수 있는 학교를 교수님께서 컨택해주시지는 않고 수강생들이 알아서 헬싱키 시내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컨택을 해야 합니다. 컨택 과정이 까다롭긴 했지만, 이론만으로는 부족했던 핀란드 교육의 실제를 직접 눈으로 보고 무엇보다 현직 교사들과 함께 얘기해볼 수 있었기에 정말 귀중한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Kulosaari에 있는 초등학교에 다녀왔고, Kulosaari secondary school도 개인적으로 연락하여 다녀왔습니다.)
Sustainability education
2period때 수강한 과목으로 P/F로 평가가 이뤄지는 수업입니다. 이 수업도 마찬가지로 이론수업과 그룹프로젝트로 수업이 진행됩니다.
Speaking and Vocabulary
교환학생에 와서 영어로 말할 기회는 많았지만, 영어 회화만을 집중적으로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수강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일부로 난이도를 낮추어 b1레벨 수업을 수강했는데, 간단한 비즈니스 회화 및 일상 회화만을 집중적으로 학습하고 실제로 말해볼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습니다. 이 수업 외에도 영어 실력이나 학문, 비즈니스 등 카테고리에 맞게 영어 수업을 수강할 수 있는 것 같으니 한 번 수강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핀란드에서 교환을 하며 핀란드 현지인을 만나기가 좀처럼 쉽지 않았었는데 이 수업에서는 다양한 연령대의 핀란드인을 만날 수 있어 좋았던 것 같습니다.
- 외국어 습득 요령
익히 들어왔던 것처럼 핀란드 사람들은 대부분 영어를 정말 잘합니다. 그래서 핀란드어를 굳이 배워도 되지는 않을 것 같지만, 교환학생들을 대상으로 기초 핀란드어 강좌가 열리니 문화 체험 겸 친구를 사귈 겸 들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보통 핀란드 교환학생들은 외국인 친구들과 교류할 때 영어를 사용하게 되는데, 제가 느낀 게 있다면 마음 맞는 친구를 사귀어 1:1로 대화를 해볼 기회를 많이 갖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다는 겁니다. 저는 교환학생에 오기까지 영어로 3문장 이상 말하는 것을 어려워할 정도로 회화에 자신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1:1로 친구와 만나 대화하는 기회를 많이 갖다 보니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내가 말할 수 있는 간단한 표현으로 바꾸어 말하는 법이나 자주 쓰는 회화 표현들을 많이 익히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 기타 유용한 정보
아마 OT주간에 파견교내 language center에서 언어조교를 홍보할 것인데, 핀란드 현지 대학생을 만나 친구를 사귀고 싶다면 언어조교도 적극 추천드립니다. 수업 난이도에 따라서 조교가 맡게 되는 구체적인 역할은 달라지긴 하는데, 한국어 native라면 전혀 부담없이 수행하실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함께 교과서에 제시된 롤플레잉하기, 한국어 관련 질문받기 등) 가벼운 마음으로 친구를 사귀고 한국의 문화를 소개할 좋은 기회인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인 여행 일정과 겹칠 때가 있어서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는 못했었는데, 언어조교에 참여한 다른 한국인 친구들을 보니 같이 한식당에 가서 밥도 먹고 한국 게임이나 전통 문화 등을 함께 체험하며 좋은 추억을 많이 쌓는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일련의 활동을 log book에 잘 기록해두면 학점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일석이조일 것 같습니다.
V. 생활
1. 가져가면 좋은 물품
저는 짐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한국에서 많은 것들을 챙겨가지 않았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챙겨 가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물품과 한국에서 챙겨가지 않았던 걸 후회했던 물품들 몇 개만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슬리퍼
유럽은 한국처럼 현관에서 신발을 벗고 맨발로 생활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실내화를 꼭 챙겨 가시는 걸 추천 드립니다. 또, 핀란드에서는 사우나 문화가 발달해 있는데 그때마다 슬리퍼가 없으면 정말 곤란하더라고요! 물론 핀란드에서 구매할 수도 있지만 미리 챙겨가서 저는 정말 편했던 것 같습니다.
- 미니밥솥
핀란드 아시안 마트에서는 햇반 하나에 3천원이 훌쩍 넘습니다. 그래서 매번 외식을 하실 것이 아니라면, 밥솥을 챙겨오셔서 밥을 직접 지어 드시는 게 훨씬 이득인 것 같습니다. 저는 밥솥을 챙겨가지 못했어서 prisma라는 한국의 홈플러스 같은 곳에서 5만원 정도 주고 구매하였습니다.
- (외국인 친구들 선물용) 한국 전통 물품, 편지지
외국인 친구들에게 간단한 한국 전통 물품이나 여자 친구들의 경우에는 마스크팩 같은 한국 물품을 선물하면 자연스레 이야깃거리도 생기고 또 친구들이 매우 좋아라 해줍니다! 짐이 여유가 있다면 간단하게 몇 개 챙겨가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편지지의 경우도 저는 생각보다 외국인 친구들에게 편지를 쓸 일이 좀 있었는데, 그때마다 편지지가 없어서 매번 엽서를 구매하는 게 번거롭게 느껴졌었습니다. 편지지도 짐을 크게 차지하지 않으니 챙겨가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 돗자리
아마 핀란드에서 교환을 하실 분들이라면, 유럽 이곳저곳으로 여행을 많이 다니실 텐데, 유럽에서는 피크닉 문화나 정원 같은 곳에 돗자리 깔고 앉아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그런데 저는 적절한 크기와 가격의 돗자리를 발견하지 못해서 비닐봉지를 깔고 앉거나 그냥 잔디에 앉을 때가 많았는데, 다이소 같은 곳에서 적당한 크기의 돗자리를 챙겨 가시면 정말 좋을 거예요!
- 전기장판
사실상 핀란드 교환학생이라면 한 번쯤 염두에 둔 물품일 것 같기는 하지만, 챙겨가시는 걸 적극 추천드립니다! 핀란드 기숙사는 보일러가 없고, 라디에이터로 난방을 하는 구조라서 정말 추운 날에는 턱없이 부족하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전기장판 챙겨가서 열심히 사용하고 왔습니다!
2. 식사 및 편의시설
우선 예상대로 북유럽 물가는 정말 비쌌습니다. 하지만 외식에 한했을 때 비싼 것이고, 식료품은 저는 오히려 한국보다 싸다고 느꼈습니다. 특히 과일이나 유제품류가 더 싸서 많이 사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 주변 교환학생들도 unicafe라는 학식당에서 식사를 하거나, 마트에서 장을 봐서 요리를 해먹었는데, 개인적으로 생활력도 늘고 서로서로 요리를 해주는 과정에서 친구들과 더 가까워질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습니다.
unicafe같은 경우는 학생증을 제시하면 2.95유로(4350원) 정도로 뷔페식으로 점심식사를 할 수 있는 헬싱키 시내 이곳저곳에 위치한 학식당인데, 크게 뛰어난 맛은 아니지만, 건강하고 든든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어서 저는 애용했던 곳입니다(main building에 있는 학식당이 메뉴도 다양하고 개인적으로 가장 맛있었습니다). City center에 있는 unicafe는 저녁까지 제공하니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장 같은 경우는 핀란드의 마트인 K-market, Lidl, S-market, prisma에서 장을 봤었는데 저는 prisma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물품 종류도 훨씬 많아서 주로 prisma에 갔었습니다. 또 헬싱키의 Hakaniemi라는 곳에는 아시안 마트 3곳이 있는데, 그 중 두 곳은 J-plus 어플 회원가입을 하면 첫 이용시 10%, 매번 5% 할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아시안 마트에 라면이나 고추장, 진간장 외 한국 소스들, 떡볶이 떡 등 웬만한 한국 식재료는 다 판매하고 있으며 가격도 원래 한국 가격에 수입품 가격 붙은 정도로 그렇게 비싸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쌀은 Sushi rice라고 되어있는 게 한국 쌀과 맛이 똑같습니다.)
그리고 핀란드에는 한국에는 대중화되지 않은 중고마켓, 빈티지숍이 정말 많고 또 정말 잘 되어있습니다. 특히 UFF라고 핀란드 전역에 있는 빈티지숍에서는 퀄리티 좋고 예쁜 옷들을 저렴한 가격에 건질 수 있고, 한 달에 한 번 정도 세일을 할 때는 전품목을 1유로에 판매하기도 하니 한 번쯤 구경가셔서 좋은 옷을 득템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그 외에도 핀란드에 오시면 사우나 한 번쯤은 하시게 될 텐데, 핀란드에서는 가정집에도 개인 사우나를 하나씩 둘 정도로 정말 보편적이라 기숙사 건물에도 사우나가 하나 이상씩 있습니다. 기숙사 사생이라면 누구나 예약하고 무료로 이용하실 수 있으니 꼭 경험해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3. 여행
핀란드는 북유럽에 위치하여 스웨덴,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와 인접하고 발트 3국과도 인접해있어 스웨덴 스톡홀름과 에스토니아 탈린은 저렴한 가격으로 페리타고도 다녀올 수 있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영국이나 프랑스, 독일에 비해 헬싱키에서 여행을 다니기는 그렇게 쉽지 않았습니다. 이동수단이 비행기가 유일하다는 점과, 헬싱키-유럽 각국 왕복 비행기 티켓이 그렇게 저렴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skyscanner라는 어플을 보고 비행기표가 저렴한 날짜일 때에 여행을 다녀오곤 했습니다. 그리고 비행기 표 예약도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높아지니 여행 가기 한 달 전쯤에는 미리 예매를 해두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또 여행을 할 때 이것저것 예매를 하실텐데, EU 학생 비자를 갖고 있으면 교통편에서 학생 할인을 받을 수 있고 또 유럽 곳곳의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학생 할인을 해주는 곳이 정말 많으니 귀찮더라도 꼭 꼼꼼히 체크하시고 학생 할인 받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Ⅵ.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나름의 포부를 갖고 시작한 교환학생 생활이지만, 초반에는 많은 것을 미뤄두고 왔다는 생각에 자꾸만 뒤쳐진다는 불안감을 느꼈던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여유와 휴식을 강조하는 이곳 분위기에, 그리고 무엇보다 늦어도 상관없다는 이곳의 따뜻한 사회적 모토에 저도 감화된 것인지, 어느 순간 걱정거리는 잊고 하루하루 비워내는 법을 터득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차분히 헬싱키 시내를 산책하며 하루를 정리하고, 유럽 곳곳의 광장 속 사람들과 더불어 휴식을 취하며 여유로운 태도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저는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많은 것을 배울 수도 있었습니다. 언어와 문화가 달라도 진심을 보이면 누구와도 친한 친구가 될 수도 있다는 점, 저녁 메뉴나 여행 계획 등 사소한 것 하나하나부터 스스로 선택하며 제가 생각하는 독립에도 점점 가까워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핀란드 교육의 겉과 속을 파헤칠 소중한 기회를 통해 제가 목표하던 다양한 시각으로 교육학 배우기를 이룰 수도 있었습니다.
혹시 저와 같은 이유로 교환학생을 주저하거나 망설이는 분들이 계시다면, 여러분도 마주하는 하루하루에 나도 몰랐던 나의 다른 모습을 발견하고, 또 익숙한 나의 면모들을 재확인하기도 하며 누구보다도 나와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 여정에 기꺼이 첫발을 내딛어 새로운 배움을 몸소 경험해 보시길 적극 추천 드립니다.